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04화 (1,403/1,615)

전생검신 80권 12화

나는 그 말에 일단 수요부터 해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딱히 큰 이유는 없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찾아냈던 칠요가 바로 수요였기 때문이다. 나는 슬쩍 수요의 가격을 살펴보았다.

[수요 막야(수기 해제 중/’최초의 문자’로 봉인 중)

일시불 가격 : 2,253,100 마두

봉인해제 가격 : 4,921,000 마두

대납(對納) 및 담보설정(擔保設定) 가(可)]

화요간장과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나는 내가 모은 칠요인 월요, 화요, 수요, 금요 네 개의 가격이 다 비슷하다는 걸 확인한 후 옆에 있던 심수력에게 말했다.

“칠요는 동급이라 가격차가 거의 없나 보구려.”

“계산하기도 단순하겠군. 대충 하나당 500만 마두라고 치고 4배를 하면 2천만 마두를 미리 마련하면 그만일세.”

“흠. 2천만이라…….”

뭘 팔면 2천만이 나올까?

나는 고민하던 중 먼저 화룡신검에 생각이 미쳤다. 화룡신검은 여전히 상관가 지하에 봉인되어 있었고 신력을 이용해서 화룡신검을 복구해서 가져왔던 것인데 화룡신검 또한 칠요에 버금가는 전설의 비보가 아닌가?

‘음…… 그런데 화룡신검에 신력을 넣어서 복구했는데도 화룡진인의 기운이 안 느껴지는군.’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복구된 화룡신검의 가격을 살펴보았다.

[화룡신검(봉인해제/완성불가능)

일시불 가격 : 5,941,600 마두

대납(對納) 및 담보설정(擔保設定) 가(可)]

“…… 완성불가능?”

어째서 완성불가능이라는 거지?

6백만 가까이하는 가격이라서 쏠쏠한 건 다행이지만 이상한 글자가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내가 심수력에게 화룡신검의 위화감을 말하자, 심수력은 주의 깊게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화룡진인이 없으니까 화룡신검은 완성될 수 없는 거라고 보네.”

“아!”

“이 세계는 그저 그 어떤 의지 있는 존재도 없으며 무생물만 나타나 있네. 허나 화룡신검은 화룡진인이 있다는 전제하에 칠요에 맞먹는 보물인 것. 화룡진인이 신기(神氣)를 실어주지 못하는 화룡신검은 아무리 검신(劍身)을 멀쩡하게 복구해봤자 칠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네.”

“그렇구려…….”

“어쩌면 다른 보물들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군. 신적 존재의 가호나 봉인을 전제로 하여 높은 가치가 매겨졌던 것들은 상당히 가치가 낮아졌을지도 몰라.”

심수력의 말대로였다. 의천검 또한 ‘완성 불가능’이라는 표식이 뜬 것이다. 심지어 가격은 화룡신검보다 훨씬 더 낮은 2백만 마두 수준에 불과했다.

‘의천검은 강대한 신적 존재가 봉인되어 있기에 귀하게 여겨졌던 것. 하지만 그 존재가 더 이상 봉인되어 있지 않으니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봉인 해제할 게 없으니까 의천검은 그냥 엄청 좋은 명검에 불과하다. 신의 보물 수준은 절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었다.

약간 입맛이 썼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마두를 챙길 수 있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나는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기다가 2천만 마두를 어떻게 채울지를 정할 수 있었다.

“화룡신검 590만, 의천검 210만, 요도 무라마사 70만, 흑백련 개당 50만, 성련 개당 15만, 삼황내문 520만, 수정석비 690만, 전욱의 동상 440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칠요 4개의 봉인을 해제할 수 있겠구려.”

내 얘기를 듣던 심수력이 껄껄 웃었다.

“허허. 신보(神寶)라 할 만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400만을 넘는 것 같고 인간세상의 명보(名寶)는 50만에서 100만 정도 가치인 것 같군. 대충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 건지 알 것 같네.”

“내 생각도 그렇소.”

“헌데 자네 팔은 왜 그리 비싼가? 90억 마두라니 대체 무슨…….”

“…….”

진짜 왜 그렇게 봉인해제가격이 비싼 걸까?

인간세상에 나와 있는 신적인 보물도 몇백만 내외로 치는데, 이 몇백만 마두라는 건 요괴 몇백만 마리의 모가지와 같은 가치가 있다는 뜻이었다. 즉 신보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수백만 마리의 요괴를 퇴치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사실 1만 마두만 되어도 웬만한 대요괴 토벌은 필요할 것이리라. 용을 쓰러뜨릴 때도 그렇게 많은 마두를 벌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내 팔은 왜 90억이나 되는 돈이 있어야 해제를 할 수 있는 거지?

그때였다.

“나는 알 것 같군.”

“수보리! 언제 왔소?”

스윽

어느새 술법으로 장내에 나타나 있던 수보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있었네. 그래서 얘기는 다 들었으니 부연설명은 하지 않아도 되네.”

“흠. 내 팔의 봉인해제가격이 비싼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그 해제가격은 저주의 격(格)과 같은 거라네.”

“격?”

“각성한 홍균도인의 [가면]을 훔치면서 얻은 저주라고 했지? 헌데 각성한 홍균도인은 보통 존재가 아니야. 삼황오제조차도 정면에서 상대할 수 있는 압도적인…… 가면이 이룰 수 있는 최상의 경지를 달성한 존재일세. 그런 존재가 본질의 가면을 빼앗기며 최후의 원한을 담아서 내린 저주라고 한다면, 그 저주는 우주 최강의 저주 중 하나일세.”

수보리는 힐끔 장내에 널려 있던 보물들 중 석화된 보물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무리 마법의 신이 죽으면서 남긴 저주라지만 자네 팔의 저주에는 비할 게 못 되지. 게다가 자네 팔이 들어갔다 나온 것이 우주 최악의 혼돈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으음…… 아무리 그래도 90억은…….”

“그거 말인데, 아무래도 자네는 지금 중요한 게 칠요 4개의 봉인해제가 아니야.”

“뭔 소리요?”

“중요한 건 상인등급을 올리는 거겠지.”

그렇게 말한 수보리가 땅에 있던 화룡신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파사의 능력조차 없는 빈껍데기 화룡신검. 그렇다 해도 칠요에 버금가던 신보가 고작 6백만이라는 건 납득 하기가 힘들어. 내 생각대로라면 자네는 지금 싼 것부터 많이 팔아야 한다고 보네.”

“응? 싼 거?”

“내 말대로 해 보게. 우선 성련부터 팔아보는 게 어떤가?”

“알았소.”

나는 성련 100송이를 나누어 팔았다. 그러자 귀갑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성련 1개를 매각하셨습니다.]

[성련 1개를 매각하셨습니다.]

…….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9급 하하상(下下商)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성련 1개를 매각하셨습니다.]

[잔액은 총 56,837,000 마두입니다.]

띠링!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8급 하상(下商)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어?!

“상인 등급이 8급으로 올라서 하상이 되었소!”

내가 깜짝 놀라자 수보리가 훗하고 웃었다.

“놀랄 건 그게 아니겠지. 자네는 본디 1,509만 마두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마두가 얼마인가?”

그러고 보니 저번에 용을 토벌해서 1,500만 마두를 벌어놓고 하나도 안 썼군!

나는 잔액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음…… 5,680만 마두 정도인데.”

“계산이 이상하지 않은가? 대충 5,700에서 1,500을 빼면 4,200만이야. 즉 자네는 성련 100송이를 팔아서 4,200만의 이득을 본 거지. 헌데 자네가 기존에 보았던 성련의 가격은 개당 15만이지 않았나?”

“아! 그러고 보니…….”

“원래 자네는 100송이를 팔아 1500만의 이득을 보았어야 했어. 그러나 4200만이나 벌었으니, 성련의 개당 가치가 난데없이 개당 42만으로 3배 가까이 상승한 걸세!”

“헉……?!”

뭐지?! 이득 보니까 좋긴 한데!

내가 놀라고 있자 수보리가 말했다.

“왜 그런지 눈치채지 못했나?”

“왜 그렇소?”

“음…… 정말 눈치 못 챈 건지 모르는 건지…….”

수보리가 약간 당황해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심수력이 말했다.

“상인의 등급에 따라서 물건의 매매가격이 달라진다 이 말이겠군. 그렇지 않소?”

“바로 그걸세.”

“아!”

내가 그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눈치채자 수보리가 말을 이었다.

“자네의 말을 들어 보니 처음부터 너무 이상하더군. 아무리 그래도 칠요나 그에 버금가는 전설적인 보물들이 고작해야 요괴 수백만의 가치밖에 없다는 건 말도 안 돼. 반대로 고작 요괴 수백만 마리를 죽여서 칠요를 얻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행할 맹자(猛者)가 지상에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되나? 너무 쉬워서 누구든 하려고 했을 걸세.”

“요괴 수백만 마리를 잡기가 그렇게 쉽소?”

“자네가 설정한 마두라는 건 인간 1명과 대등한 요괴 1마리라면서? 조금만 강한 중급요괴만 되어도 100마두쯤은 되겠지. 심지어 요괴는 세계에 음기(陰氣)가 강해지면 멋대로 수가 불어나는데 그깟 수백만 마두쯤…….”

“그 말은…… 내 상인등급이 너무 낮아서 칠요의 진짜 가치를 산정(算定)할 수 없었다는 말이오?”

“바로 그걸세.”

수보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10등급에서 8등급 상인으로 올라서는 것만으로 3배 가까이 단가를 올려 팔 수가 있었지. 그리고 창힐은 본디 4등급 상인이었다면서? 창힐이 만일에 자네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 지금 자네가 팔 수 있는 가격보다 최소한 10배는 비싸게 팔 수 있었을 걸세!”

“……!!”

“그리고 상인의 등급은 아무래도 높은 등급의 매매를 자주 행할수록 높아질 것 같군. 허나 그렇다고 해서 상인의 등급이 낮을 때부터 너무 비싼 고가품을 팔면 손해겠지?”

“그…… 그렇군. 그래서 대량의 성련을 먼저 팔라고 한 거구려.”

“그렇게 하면 손해를 덜 보지 않는가. 안 그래도 성련은 그저 내공증강제일 뿐인데 지금 자네든 심수력이든 나든 딱히 내공증강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딱 좋지.”

“흐음……!!”

상인의 등급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한 것일 줄이야!

‘그 말대로라면 칠요 같은 최고급품은 되도록 상인등급을 올려놓고 팔아야 이득인 거구나!’

그래야 비싸게 팔 수 있어!

그 때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심수력이 팔짱을 끼며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헌데 이상하지 않나?”

“뭐가 이상한가?”

“상업의 권능을 창시한 창조주인 창힐 본인은 1등급 상인까지 설정했으면서 4등급인 대상인(大商人)까지밖에 달성하지 않았어. 자네 말대로 상인의 등급을 올릴수록 비싸게 매매할 수 있다면 어째서 더 올리지 않은 것인가?”

“간단한 얘기지. 안 올린 게 아니라 못 올린 것이 분명하네.”

“못 올렸다고?”

심수력의 반문에 수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백웅은 무려 100송이나 되는 성련을 팔았지. 헌데 이 정도 양의 성련이면 절정고수 100명을 탄생시킬 수 있으니 인간세상에서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아닌가? 무력은 금력과 비례하니, 잘은 몰라도 중원대륙의 성(城)을 열 개는 사고도 남을 가치일 걸세. 그러나 이만한 보물을 대량으로 매매했는데도 백웅의 상인등급은 고작해야 2등급밖에 오르지 않았어.”

“아하…… 그런 거군.”

심수력이 수보리의 말을 이해한 것 같았지만 정작 같이 듣고 있던 나는 이해를 하지 못해서 답답했다. 그래서 수보리에게 말했다.

“잘 이해를 못 했는데 나한테도 설명 좀 해 주시오.”

“쉽게 말하자면 상업의 권능은 강력한 권능인 대신에 한계치가 높기 때문에 높은 등급으로 갈수록 하나의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 큰 대가를 바쳐야 한다는 말일세. 그리고 그 한계치는 신(神)의 경지에 도달했던 창힐조차도 채우기 힘들 정도로 막대했기 때문에 정작 창힐 자신조차도 4등급이 한계였던 걸세.”

“……?! 그,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소?”

“있을 수 있네. 자기 분수에 맞지 않는 강력한 술법이나 권능을 창조해놓고 정작 자신이 그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시전하지 못하는 경우는 세상에 무척 많아. 뭐, 술법보다는 보패에 그런 경우가 많네만…… 아무튼 창힐도 상업의 권능을 너무 막강하게 설정했다가 지상의 보물을 충분히 모으지 못해서 그냥 포기해 버린 게 분명해.”

“…….”

그 말대로라면 상업의 권능 3단계부터는 삼황오제에 버금가는 창힐조차 달성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대가를 요구한다는 말이 되는 건가?

나는 기가 질려서 말했다.

“창힐은 상나라 시대부터 상행위를 하고 제왕으로서 보물을 쓸어 담고 수천 회의 인신공양을 했을 것이오. 아니, 수천 년 내내 인신공양이나 제물 모으기를 반복했겠지. 그런 창힐도 3급에 오를 수 없었다면 나도 할 수 없는 거 아니오?”

“글쎄. 그런 것까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창힐이 대단한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자네는 더 대단해질 수가 있으니까.”

가볍게 대꾸한 수보리가 훗 하고 웃었다.

“설명은 이만하면 됐고 이제 방침은 정해졌네. 자네가 가진 보물들을 낮은 등급부터 차근차근 팔면서 상인등급을 올리는 데 집중하게. 높은 상인등급을 얻고 나서 비싼 걸 팔아야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으니, 마두는 그다음 문제일세.”

“알았소!”

띠링!

나는 우선 의천검, 쌍고검과 요도 무라마사, 천년설삼과 흑백련 10송이를 매각했다. 이것들은 신급 보물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인간세상에서는 최고급이라고 할 수 있었고 알맹이 빠진 의천검 또한 팔아 버리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자 이윽고 귀갑 위에 글자가 떠올랐다.

[의천검을 매각하셨습니다.]

[쌍고검을 매각하셨습니다.]

[요도 무라마사를 매각하셨습니다.]

[천년설삼을 매각하셨습니다.]

[흑백련을 매각하셨습니다.]

[잔액은 95,712,000 마두입니다.]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7급 중상(中商)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오!!”

9500만 마두나 생겼구나!

이제 곧 1억인가?!

내가 기뻐하면서 심수력과 수보리에게 말하자 수보리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10등급일 때보다 더욱 배율이 오른 것 같군. 약 3.6배 정도인가?”

“이대로 창힐이 이뤘던 4등급까지 바로 올리면 되겠군!”

“흐음. 일단 잡다한 건 죄다 팔아보게. 그러면 답이 나오겠지.”

“알았소!”

[수요유적의 금괴를 매각하셨습니다.]

[삼황내문을 매각하셨습니다.]

[수정석비를 매각하셨습니다.]

[전욱의 동상을 매각하셨습니다.]

[순어구를 매각하셨습니다.]

[아메노하바키리를 매각하셨습니다.]

[만파식적을 매각하셨습니다.]

[은색봉황(완성품)을 매각하셨습니다.]

[용왕의 여의주를 매각하셨습니다.]

[파사기를 매각하셨습니다…….]

…….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6급 상상(上商)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5급 상좌(上座)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잔액은 총 1,281,823,900 마두입니다.]

“헉…… 허억…….”

진짜…… 다 팔았다.

금오도의 알이랑 전국옥새랑 황금비등이랑 칠요 빼고 다 팔았다!!

반왕전의 보물 같은 것도 죄다 팔았다!

그리고 나는 5급인 상좌가 되어 있었고 12억 8천만이나 되는 마두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아마도 5급까지 오르면서 배율이 더욱 오른 덕분에 성취한 것이리라!

지금까지의 경과를 옆에서 지켜보던 수보리가 감탄한 듯 말했다.

“대단하군…… 아무리 전생자라지만, 단숨에 창힐이 중원역사 5천 년 내내 이뤘던 성취를 거의 다 따라잡아 버리다니.”

“흥. 창힐도 나만큼 보물을 많이 모으진 못했을 거요!”

“허허.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없군.”

수보리가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말했다.

“자, 이제 칠요를 해금(解禁)하게. 5급에서 해방칠요를 팔면 아마도 어마어마한 마두를 얻을 수 있을 것일세.”

“좋소!”

치잉 -

“…… 응?”

내가 귀갑을 손에 들었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까지 손에 딱 잡힐 크기이던 귀갑이 갑자기 커다란 수박만 한 크기가 된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거대한 거북이 등딱지가 휘리릭 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기묘한 빛을 뿜어냈다.

치이이이!!

파앗

이윽고 내 눈앞에는 반투명한 거북이의 정령이 나타나 있었다. 그 거북이의 정령은 나를 보더니 영파를 이용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5급인 상좌가 되셔서 저 또한 새로운 성좌(星座)로 각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성좌?! 무, 무슨 소리냐?”

[5급의 특전입니다. 상인으로서 좌에 오른 자는 별자리 중에 하나를 자신의 소유로 삼아 강제로 하나의 성좌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겨우 5급밖에 안 되었는데 성좌각성이 가능하다고?!

깜짝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수보리는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 대단하군…… 창힐은 처음부터 자신이 절대신이 된다는 전제하에 말도 안 되는 권능을 창작했던 것 같네. 아직 신이 되지도 않은 자가 만들어낸 권능이 중간단계에서부터 벌써 성좌창조에 손을 뻗다니.”

“성좌라고는 하지만 이 거북이는 별로 강해보이지 않는데…….”

“모르는 소리 말게. 성좌란 [옛 지배자]는 아니지만, 그들 바로 아랫급의 힘을 지닌 존재들. 경우에 따라서는 천지를 뒤집을 수 있는 권능을 쓸 수도 있으니.”

“으음.”

하긴 외우주에서 봤던 3명의 성좌도 최고참 대라신선들을 마치 장난이라도 하듯 다 죽여 버리지 않았던가?

이 거북이도 겉보기엔 약해 보이지만 나중에 내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 거북이가 말했다.

[저는 대귀(大龜)라고 불러주십시오.]

“알았다, 대귀야.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냐?”

[앞으로는 귀찮게 제 등딱지를 보실 필요가 없이 눈앞에 가격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5급이 되셔서 이제 공매도(空賣渡)와 상승지수(上場指數), 경매(競賣), 선물(先物), 연대보증(連帶保證), 사채(私債), 채권발행(債券發行), 금리(金利), 파산신청(破産申請) 등의 기능이 모두 해금되었습니다.]

“……? 그게 뭔데?”

[필요하실 때 해당기능을 추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뭔지는 몰라도 좋은 기능인 거 같다!

수보리가 그때 끼어들어서 말했다.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직접 도움 되는 기능은 없는 것 같군. 성좌로서의 권능이 따로 존재하는가?”

[있습니다.]

“무엇인가?”

[4급이 되면 해금됩니다.]

“…….”

4급이 되어야 한다 그 소리겠지?

나는 내친김에 칠요 네 개를 한꺼번에 꺼내고는 당당히 말했다.

“자, 그럼 오늘 안으로 4급이 되어보겠소!!”

칠요 4개를 전부 봉인해제한다!!

파앗

잠시 후 내가 봉인해제에 필요한 마두를 지급하자 환한 빛이 일어나면서 칠요에 걸려 있던 봉인이 모두 해제되었다. 나는 그중 해방된 수요를 손에 들었다.

[수요 막야(해방완료/대해방 미완료)

일시불 가격 : 452,253,100 마두

대납(對納) 및 담보설정(擔保設定) 불가(不可)]

“…… 4억5천만!!”

가치가 도대체 몇 배나 뛴 거야?!

나는 나머지 칠요들도 다 비슷한 가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걸 다 판다면…….’

기존에 있던 금액과 합친다면 무려 30억 마두가 넘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내 약간 실망했다.

“음. 그래도 90억 마두에는 훨씬 못 미치나…….”

진짜 내 팔에 걸려 있는 홍균도인의 저주는 얼마나 격이 높길래 그런 거지?

아무튼 나는 해방된 칠요 네 개를 모두 허공에 띄운 채 대귀에게 말했다.

“대귀. 해방칠요를 모두 매각하겠다.”

[알겠습니다.]

띠링!

이윽고 내 귀에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잔액 3,527,831,820 마두.]

[상인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4급 대상인(大商人)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해냈다!!

단숨에 창힐의 4등급을 따라잡았다고!!

나는 신바람이 난 상태로 곧장 목갑을 열어서 안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잔뜩 쌓여 있는 석화된 물건들을 보고는 외쳤다.

“대귀!!”

[네.]

“전부 석화해제한다!!”

[알겠습니다.]

파아앗 -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눈앞에는 석화에서 풀린 이광과 이환웅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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