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503화 (1,402/1,615)

전생검신 80권 11화

나는 심수력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광을? 나보고 이제 와서 이광에게 창술을 배우란 말인가?”

“당연히 자네에 비해 이광의 경지는 현격히 낮지. 허나 창술이라는 단 한 분야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가지 못함을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검술만을 수행하여 경지에 이르렀듯이 이광도 창술을 주력으로 험난한 검진강호(劍陣江湖)는 물론이고 음모가 도사리는 황궁을 홀로 헤쳐나온 자. 그는 틀림없이 창술의 명인(名人)일세.”

“…….”

“그건 이광에 대해 얘기만 들었던 나보다 직접 만났던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터. 자네는 한때는 제자로서, 지금은 스승으로서 이광을 지켜보았으니 누구보다도 잘 알 걸세.”

물론 알고 있다. 심수력의 말대로 이광의 창술실력이 천하에서 손꼽힐 정도라는 건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안다. 이광의 창술조예 중에는 지금의 나조차도 어떻게 하는 건지 따라 할 엄두도 나지 않는 신기(神技)가 몇 개 있었고, 그건 이광의 타고난 재능에 그가 독자적으로 개척한 창술경지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의념의 깨달음이 닿지 않아 초절정에 머물렀으나 이광이 이청운에게 제대로 십여 년간 더 사사했으면 그는 틀림없이 천하제일창(天下第一槍)이었으리라.

하지만 나는 정녕 내키지 않았기에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말했다.

“……물론 이광의 창 솜씨는 나도 인정하오. 그러나 이제 와서 창술에 있어서 나 스스로 경지를 개척하는 노력을 중단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서 나아가라고? 아무리 지금의 노력이 억척스러워도 나는 그러고 싶지 않소.”

“이광에게 의존하라는 말이 아닐세. 어차피 그를 저주에서 깨워줘야 하는 김에 일석이조를 누리자는 말이야.”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이어진 심수력의 말에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백웅. 그러면 정말로 목갑 안에 있는 모든 걸 석화상태로 놔둔 채 탁록대전의 시대로 되돌아갈 셈이었나? 그 시대로 되돌아가서야 석화를 풀 셈이라면 지극히 어리석은 짓일세.”

“……!!”

“어차피 목갑 안에 있는 모든 유물들은 자네가 써야 하니까 석화저주를 해제해야 하고, 그렇다면 이광과 이환웅 또한 저주를 풀어주어야 도리겠지. 헌데 그걸 굳이 군마(群魔)가 횡행하는 신대(神代)에서 할 셈인가? 자네조차도 탁록의 시대에서 강자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들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일지 생각해 보았나.”

나는 심수력의 말에서 뭔가를 눈치채고는 말했다.

“설마…… 남은 수련기간 동안에 이광과 이환웅을 강하게 만들어주란 말이오?”

“그래. 그게 차라리 자네 입장에서 편하지. 그들을 맨날 목갑 안에 처넣고 안전하게 있으라고 애완동물처럼 다룰 셈인가?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정도로 강하게 만들면 도리어 편할 걸세.”

“음…… 그거야 그렇소만.”

“그들에게 수련을 시켜주는 동안 이광에게서는 창술의 요령을 전해 받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진행 과정에서 득을 얻는 게 잘못이라 할 수 있는가? 이건 충분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결론이라고 생각하네.”

“…….”

맞는 말 같다.

‘자세히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이 수련세계의 시간은 최소 칠십 년 이상은 남아있을 것이다. 십여 년 정도만 도와줘도 충분히 그들의 실력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지…….’

나는 심수력의 말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어서 말했다.

“심수력. 그렇다 쳐도 석화를 어떻게 해제한다는 말이오?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하려니까…….”

“석화 해제법은 이미 알고 있잖은가? 상업의 권능을 쓰게.”

“아. 상업의 권능…….”

하도 안 쓰고 있다 보니 깜박하고 있었네! 무공만 몇백 년 수련하면서 쓰지도 않다 보니 까먹게 되는 건가?

나는 상업의 권능이 있다는 걸 떠올렸지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광과 이환웅, 그리고 안에 석화된 보물들을 다 해제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오. 그…… 돈의 단위가 마물의 대가리인 마두(魔頭)로 설정을 해놨었는데, 지금 이 수련세계에 그만큼 마두를 벌 수 있을 만한 마물이나 대요괴 같은 게 없소.”

“자네 말대로라면 그랬었지. 자네가 과거사를 내게 설명해 줄 때 다 들은 바 있었네. 그리고 나도 시간 날 때마다 생각해 봤는데…… 아주 해결방법이 간단하지 않은가?”

“간단하다니?”

이어진 심수력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 있을 칠요를 싹 다 모으고 자네가 알고 있는 보물들을 죄다 발굴하게. 그걸 다 모아서 한 번에 마두로 교환하면 되잖은가? 그럼 상당한 마두가 벌릴 거 같네.”

“어…… 그건 그렇소만, 석화해제에 필요한 마두는 어마어마하게 많았소. 그걸 다 모아도 돈이 부족할 수도 있을 텐데.”

심수력이 훗 하고 웃었다.

“그때는 자살하게.”

“……?!”

“자살하고 나서 부활하면 이 세계가 재생성되면서 보물도 다시 생겨날 거 아닌가? 그럼 또 모으면 되잖나.”

“헉…….”

그, 그런 방법이?!

하지만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반박했다.

“부, 부활한다 해도 그냥 그 자리에서 부활할 뿐 소멸된 보물이 다시 재생성되는 건 아니었잖소? 그런 경우는…….”

“세계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경우. 세계가 멸망한 경우뿐이었지.”

“설마…….”

“그냥 자살하라는 말이 아니야.”

심수력은 히죽 웃었다.

“저어기 마도사축 밑에 있는 치우의 심장을 공격해서 자살하면서 세상을 멸망시켜버리게. 그러면 그 메피스토펠레스인가 하는 놈도 세계를 재생성하면서 보물을 다시 만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

“원래라면 답이 없었겠지만, 치우의 심장을 찾아낸 게 득이 되었군.”

과연!!

심수력의 계책은 내가 생각한 적이 없는 방법이었다. 아니, 어쩌면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렇게까지 상업의 권능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심수력은 아마 수련하고 남는 시간에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을 다 해봤던 모양이었다.

심수력은 팔을 걷어붙이면서 말했다.

“시간이 아깝군. 당장 나랑 같이 출발합세!”

“알았소!”

파앗

나는 심수력과 함께 하늘을 날아서 빠르게 남쪽으로 향했다. 푸르른 창공을 미래의 비행기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면서 나는 옆에 있는 심수력에게 전음을 보냈다.

[정말 또 생겨나 있겠소?]

[틀림없네. 세계를 통째로 부활시켰는데 없을 리가 없지.]

타앗

나는 반신반의하면서 울룰루에 있는 화요의 유적에 도착하여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쪽을 잘 살펴보니 분명히 화요가 있었고 또한 용화수의 묘목이 존재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묘목을 보자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정말 있군.”

심수력은 용화수의 묘목 가까이로 가서 몸통을 잡으며 말했다.

“자네 말대로라면 원래 이곳에는 용화수의 씨앗이 있어야 하겠지만 전뇌자라는 존재가 편의상 어느 정도 장성한 묘목으로 만들어준 모양이야. 자네는 그 기운만 보고도 묘목일 거라고 추측한 모양이고.”

후두둑

심수력이 묘목을 잡아서 한 번에 뽑아버리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화수만이 흘리는 기운이 있어서 눈치챘소. 헌데 전뇌자가 왜 씨앗을 묘목으로 만들어줬는지 모르겠군.”

“난 알 것 같네만. 당연히 씨앗보다 묘목이 훨씬 비싸니까 그렇지 않겠나?”

“엉? 무슨 소리요?”

“지금 우리가 여기에 왜 왔는지 생각해 보게.”

“……아!!”

“전뇌자가 그렇게 똑똑한 인공지능이라면 나 정도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당연히 미리 예측해놓고 안배해두지 않았겠나?”

“…….”

과연 그렇다. 씨앗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지만, 어느 정도 싹을 틔우고 장성하는 데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면 마두로 따질 때 당연히 묘목이 훨씬 더 큰 값어치를 지닌다. 전뇌자는 언젠가 내가 이런 식으로 석화해제를 위해서 보물을 모으러 돌아다닐 때가 오리라고 예측한 것이리라.

‘약간 고맙긴 하군…….’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심수력이 힐끔 제단 위의 화요를 보며 말했다.

“값어치를 생각하면 화요도 빼먹을 수 없지. 근데 저건 수천 년 동안 응축된 화기가 저주처럼 박혀 있다던데 원래는 화룡신검을 이용해서 화기를 흡수했다면서?”

“그랬소.”

“우리는 화룡신검이 없네. 지금은 저걸 가져갈 방법이 있겠나?”

심수력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제단 위의 화요에 말없이 손을 뻗었다.

화르륵!!

한 차례 저주의 불꽃이 치솟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버텼다. 예전과 달리 딱히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불꽃은 내 몸을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꽃이 좀 더 심해지는 것 같자, 그 순간 나는 눈을 번쩍이며 절기(絶技)를 운용했다.

사신지혼(四神之魂)

염혼화(炎魂化)!!

치지직!! 치직!

슈우우…….

잠시 맑은 불꽃과 검은 불꽃이 내 몸 주위에서 충돌하다가 이윽고 검은 저주의 불꽃이 완전히 소멸되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염혼화를 해제하며 말했다.

“사신지혼으로 충분히 되는구려. 같은 불꽃이 된다면 불꽃이 어떻게 불꽃을 태우겠소?”

“허허. 과연…… 사신지혼의 힘도 신력(神力)에 충분히 대항하고도 남는다는 증거로군.”

“잠깐 기다려 보시오.”

나는 크게 외쳤다.

“상업의 권능이여!”

우웅

그러자 상업의 권능이 작동하는 게 느껴졌고 내 손 위에 귀갑이 소환되었다. 나는 곧장 귀갑 위에다가 글씨를 썼다.

[화요 간장]

그러자 이질적인 고문자가 떠오르는 게 눈에 보였다.

[화요 간장(화염저주 해제됨/’최초의 문자’로 봉인중)

일시불 가격 : 2,359,400 마두

봉인해제 가격 : 4,720,000 마두

대납(對納) 및 담보설정(擔保設定) 가(可)]

“흠. 제법 비싸군.”

약 236만 마두 정도면 제법 쏠쏠한 가격이다. 석화된 마도서인 역란매장서의 가격이 37,560 정도였으니 그런 석화마도서가 70여 개는 있어야 화요 간장에 버금가는 가격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실망스러워서 중얼거렸다.

“그치만 칠요가 고작해야 236만 밖에 안 되다니…… 뭐 이리 헐값인가.”

아무리 그래도 칠요이고 화요이다. 전설의 보물 중에서도 보물이고 삼황오제들도 늘 신경 쓰는 전설의 비보였는데 왜 가격을 이것밖에 안 쳐준단 말인가?

“무슨 일인가?”

내 한탄을 들은 심수력이 내게 질문했고 나는 내가 실망한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심수력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봉인해제가 안 되어서 아직 헐값이라고 보네.”

“봉인해제?”

“1차로 걸려있던 화염저주는 해제되었지만 그건 그냥 세월이 지나며 응축된 화기에 불과하지. 진짜로 화요에 걸려있는 봉인은 아직 안 풀려있지 않은가?”

“아. 그렇군.”

“자네 말대로라면 봉인해제가격으로 472만 마두를 지급한 다음에야 진짜 가격이 나오겠지.”

“흠! 일리 있는 말이오.”

그러면 탁록시대에서 용이나 사냥해서 버는 마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이 벌릴 게 분명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옆에 있던 용화수의 묘목을 보았다.

“흠. 어디 보자 이건…….”

나는 쓱쓱 하고 귀갑 위에 용화수를 써 보았다.

[용화수의 묘목(세계수/발아/생장중)

초절희귀품(超絶稀貴品)

판매 시 명성 대폭 하락

판매 시 인과수치 대폭 하락

판매 시 주시자가 불만을 품습니다

비매(非賣) 및 소장 추천

일시불 가격 : ???마두

대납(對納) 및 담보설정(擔保設定) 가(可)]

“…….”

어…… 뭐…… 뭐지…….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뭔가가 달랐다.

“가격이 왜 표시가 안 돼?”

이런 경우는 완전히 처음인데?

나는 당장에 팔고 싶었지만, 그때 나를 수상쩍은 눈으로 보고 있던 심수력이 제동을 걸었다.

“이보게. 어떻게 쓰여 있는지 나한테도 좀 말해보게.”

“……알았소.”

나는 심수력에게 용화수 묘목의 판매조건을 말해주었다. 그 조건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심수력이 이상해하며 말했다.

“딴건 다 그렇다 치고 주시자라는 게 누군가?”

“주시자라고 외우주를 넘어갈 때 무한대의 혼돈 속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외신이 한 마리 있소.”

“음. 그래. 외신이라…… 근데 자네는 그 외신이 불만을 품는 게 두렵지도 않나?”

“…….”

“다음에 또 외우주를 넘어갈 경우에 그 외신이 자네를 찍소리 못하게 죽여버리면 어떡하려고.”

어…… 그렇네?

심수력은 껄껄 웃더니 말했다.

“크하하. 생각해 보니까 묘목을 끓여 먹어 버린 나는 이미 외신한테 저주받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망설이지 말고 팔아버려도 상관은 없을 거 같군. 맘대로 하게나.”

아니 제기랄!

무섭게 왜 그래!

“……아, 아니. 그냥 안 파는 게 낫겠구려.”

“내가 볼 때 지금 중요한 건 그걸 팔지 말지가 아니라 왜 가격이 안 보이는가 그거겠군.”

“그렇소. 다른 건 다 가격이 표시되는데 왜 용화수만 표시가 안 되지?”

“흠…….”

심수력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보게. 저번에 자네가 그 상업의 권능에서 상인의 계급이 따로 존재한다 하지 않았는가?”

“아!”

나는 그 사실을 떠올렸다.

“맞소. 1급인 전신(錢神)에서 10급 천상(賤商)까지 존재하고 나는 지금 10급 상인이오.”

“과연 그렇군.”

“상인의 계급은 갑자기 왜…….”

“시골의 하찮은 떠돌이 상인에게 왕후장상이 다루는 보물이 주어졌다고 치지. 그 시골 떠돌이 상인이 과연 보물을 제대로 팔 수 있겠는가?”

뜬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심수력의 말에서 뭔가를 알아차리곤 말했다.

“상인의 계급이 오르지 않으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보물은 판매를 할 수 없단 말이오?”

“그렇네. 가치도 판별하기 힘들고.”

“하지만 그런 거 치고는 저주해제에 드는 비용이 몇억이나 되는 건 잘만 알려줬는데.”

“그거야 자네가 직접적으로 얻는 이득이 아니니까. 돈이야 알아서 모은다 치고 그런 목표가격 정도 알려주는 건 인색하지 않다는 말이겠지. 허나 격이 너무 높은 보물의 가치를 매기는 건 낮은 상인등급으로는 안 된다, 그런 능력이란 걸세.”

“흐음.”

그 말대로라면 지금 내 상인계급을 10급에서 더 올려야 용화수 묘목을 판매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 용화수 묘목뿐만이 아니야. 다른 고급물품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도전정신이 생기는 걸 알 수 있었다.

“알았소. 여러 개 매매하다 보면 상인계급이 오르겠지!”

용화수의 묘목과 화요를 일단 목갑 안에 집어넣었다.

심수력이 말했다.

“이제 남은 칠요중에 모아볼 만한 게 몇 개 남았나?”

“어디보자. 월요, 수요, 금요는 있는 위치를 알고 있으니까 금방 가질 수 있소. 토요는 암천향으로 가서 얻어야 하는데 이 수련세계에 암천향 따윈 없을 테니까 얻을 수 없군. 그러면 총 3개를 얻을 수 있겠소.”

“응? 목요랑 일요는 왜 안 되나?”

“목요는 십이율주가 갖고 다녔는데 그 위치를 알 방법이 없소. 그리고 일요는 육요가 다 모였을 때 칠요의 시련을 다 통과해야 얻을 수 있으니까 못 얻소.”

“거참 자네도 새삼 어마어마한 모험을 해왔군…… 아무튼 3개라도 얻을 수 있으면 빨리 얻으러 갑세.”

“그럽시다.”

나는 빠르게 세상을 돌아다니며 칠요를 모았다. 월요와 수요는 간단하게 위치만 알면 얻을 수 있었고 금요 또한 정해진 장소의 봉인만 대충 신력으로 때려서 풀어버리자 갖고 나올 수가 있었다. 내가 모을 수 있는 칠요를 다 모으자 심수력이 말했다.

“이걸로 칠요 4개를 다 모았군. 또 생각나는 보물 없나?”

“음…… 화룡신검이랑 전국옥새, 의천검, 쌍고검, 요도 무라마사, 천년설삼이랑 흑백련, 성련…… 금괴랑…… 삼황내문, 황금비등, 금오도에 있는 알, 수정석비, 전욱의 동상, 마도서 몇 권, 순어구…… 그 외에도 좀 몇몇 가지가 있겠구려!”

“…….”

“동영에 가서 아메노하바키리를 얻고 덤으로 만파식적도 동해 쪽에서 얻어와야겠소.”

심수력은 황당한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말했다.

“……저, 저번에 그런 말까진 안 했던 거 같은데 대체 보물을 얼마나 많이 얻은 건가?”

“어 그게…… 좀 많이 얻은 거 같긴 하구려.”

“미쳤군…… 30번이나 죽었다 살아나면 온갖 걸 다 아는구먼.”

허탈한 웃음을 짓던 심수력이 말했다.

“좋아. 아무튼 바삐 움직여 보세!”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언급했던 대부분의 보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심수력은 끝까지 나를 따라다니며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곳에도 보물이 있다니…… 이제 다 모은 거 맞지?”

“아! 생각해 보니까 태경촌이랑 다두 왕국에 가야 하오!”

“거긴 또 뭐가 있나?”

“은색봉황조각 두 개를 얻을 수 있소. 하나로 합치면 대단한 가치가 생기오.”

“좋아. 아무튼 가 봅세!”

타닷

봉황조각을 얻고 나자 심수력이 말했다.

“다 모았나?”

“아!”

“아직 남은 건가?”

“성진의 거처에 가야겠소. 그는 동정호의 용왕이 갖고 있던 여의주를 그 용왕의 딸과 결혼하면서 얻었다는데 그것도 가져가야겠소.”

“…….”

타닷

동정호 용왕의 여의주를 손에 넣었다!

심수력이 말했다.

“다 된 거지?”

“아!”

“……음…… 아직인가?”

“여씨춘추를 찾다가 찾아냈던 파사기! 그거랑 여산에 있는 신혈(神血)을 캐야겠소.”

“신혈? 그건 또 뭔가?”

“외계금속이오!”

“…….”

타다닷

파사기와 신혈을 얻었다!

심수력이 약간 지친 얼굴로 말했다.

“이젠 다 되지 않았나?”

“아!”

“…….”

“달!”

“달?”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천공의 달을 바라보았다.

“달에 있던 반왕전의 보물!! 그거도 다 얻어야겠소!”

암천향은 리소스 부족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모양이지만 금오도나 환계 같은 건 다 구현화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반왕전 또한 존재할 확률이 크리라!

심수력이 당황해서 말했다.

“다…… 달이라고? 자네 달에도 간 적 있는가?”

“달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걸 본 적이 있소! 참고로 반왕전은 제곡의 만신전이고 달에 있소이다.”

“…….”

“달에 당신은 못 갈 테니 나 혼자 갔다 오겠소.”

파밧

나는 달에 갔다. 그리고 신력을 이용해서 주변환경을 정탐했는데 과연 반왕전의 입구는 그대로 있었다.

‘암천향은 수많은 [옛 지배자]가 가득한 곳이라 구현화하기 힘들겠지만, 이 정도는 다 만들어져 있는 거구나.’

나는 반왕전에 들어가려면 특수한 주문이나 의식이 필요한 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신력으로 열쇠를 하나 만들어서 입구에 있는 제단에 꽂았다.

끼잉 - !!

그러자 내 신력으로 만든 열쇠가 불타 버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입구에 균열이 생기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틈에 재빨리 만상지투를 이용해서 빠르게 문을 땄고 몰래 침입할 수 있었다.

후와아악

나는 반왕전에 있던 보물도 깡그리 다 쓸어담은 후 달의 표면에서 곧장 비등을 써서 지구로 되돌아왔다.

‘이 세계는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하지 않아서 비등을 써도 괜찮다구.’

어쩐지 늘 보물을 모아도 뭔가 아쉽다 싶더니 반왕전 창고를 안 털어서 그런 거였구나!

나는 약간 속이 후련해지는 걸 느끼며 멍하니 나를 보고 있는 심수력에게 말했다.

“아직 몇 개 더 남아있는 거 같지만 일단 모은 것만 죄다 마두로 바꿔보겠소!”

“…….”

“왜 그런 눈으로 보시오?”

심수력은 한참 후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세상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면 대체 뭘 하고 있었을지 정말 궁금해졌네.”

“실없는 소리 하기는! 이제 전부 다 한 번에 마두를 모아서 팔아버리면 얼마일지 하나하나 다 더해서 계산해 보겠소.”

“잠깐만.”

“응?”

심수력이 내게 제동을 걸자 나는 그를 쳐다보았는데, 심수력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렇게 무식하게 수십 개를 하나하나 더하고 있을 게 아닐세. 결국 중요한 건 한 번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거 아닌가?”

“그렇소만…….”

“자네가 지금 가진 보물 중에 가장 비싼 건 칠요. 그러나 미해방 칠요를 그냥 팔면 헐값이지. 그렇다면…….”

이어진 심수력의 말에 나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든 잡다한 보물을 먼저 팔아서 칠요 4개의 봉인해제에 쓸 돈으로 만들게. 그리고 해방 칠요 4개를 파는 게 가장 비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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