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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500화 (1,399/1,615)

전생검신 80권 8화

나는 창술을 수련하기에 앞서서 내가 어디까지 연마했는지를 되짚어보기로 했다.

‘내가 뇌신류 창술 초식 중에 모르는 건 하나도 없다.’

식(式)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깨달음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란나찰을 수십 수백만 번씩 하면서 그 누구보다도 기본초식에 대하여 확실히 알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창술을 펼치며 의념 또한 적절한 장소에 사용할 수 있으니, 원래 이 정도면 고명한 창술사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내가 얼마나 창술을 아는지 알고 있기에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다.

“기(技)를 극한까지 연마하지 않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보통 숙련도에서 대성(大成)을 100이라고 한다면 내 창술의 기술 수준은 90에 근접해 있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대성한 창술사에 비해 표면적인 무술의 위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나는 강력한 내공과 타 절세무공에서 얻은 의념으로 대성하지 못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에 여태 창술에서 큰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1할의 차이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내 분신이 말했던 것처럼 모든 제반 조건을 무(無)로 해놓고 기술만을 비교한다면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같은 계통의 무예를 수련하는 숙련자들끼리만 느낄 수 있는 무형의 벽이었다. 별것 아닌 것같아 보여도 그 종이 몇 장 차이는 일대일 겨루기에서 천양지차로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분신이 말했던…… 나보다 창을 잘 쓰는 대륙 전역의 10여 명의 창술 명인들…… 그들은 모두 100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거지.’

문제는 그 1할을 메우기 위해서는 여태 9할을 쌓아올릴 때와 비교했을 때 열 배나 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분명히 말해서 ‘효율’로만 따진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창술을 대성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안 그래도 강해지기 바빠서 정신없었던 나로서는 창술까지 대성할 틈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단순히 강해지기 위해서라는 목적에서 보면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노력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다.

그 비효율적인 노력을 할 수 있어야 육천합일창의 단서를 잡을 수 있으니까!

스스스

나는 란, 나, 찰을 펼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반복수행만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일단 다 얻었다고 생각하기에 지금 기초공에만 집중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나는 뇌신류 창술의 응용기중에서 내가 어떤 분야에서 미진한지를 신중하게 생각했다.

‘뇌신류 창술의 응용기. 그건 당연히 뇌령팔식(雷靈八式)이다.’

뇌령팔식에서 더 발전하면 천뢰무극창을 배우게 되지만 그건 사실 어느 정도 내공이 받쳐주는 고수라는 전제하에 의미 있었다. 천뢰무극창의 초식 하나하나는 상당한 내공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란, 나, 찰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인 창술응용기만을 구사한다고 볼 때는 뇌령팔식이야말로 뇌신류 창술의 근간이었다. 실제로 나도 천뢰무극창은 돌발적으로 강한 기술을 써야 할 때 많이 썼고 뇌령팔식을 일반적인 전투에서 많이 썼던 것이다.

파파팟

나는 빠르게 뇌령팔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보았다. 뇌령팔식 또한 수백 번은 펼쳐보았기에 마치 구슬에 실을 꿰듯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었다. 평상시라면 여기서 대체 뭘 더하겠냐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 순간 뭐가 부족한지를 알 수 있었다.

‘…… 아!! 란나찰의 요령이 뇌령팔식에 완전히 감겨붙지 않아!’

왜 이제야 이걸 알게 된 거지?

설명하자면 창술의 기본요령이 뇌령팔식을 연환할 때 완전히 진의(眞意)를 머금고 혼연일체가 되지 않았다. 뇌령팔식은 그냥 초식으로서만 존재하고 하나하나의 흐름이 낭비 없이 진행되지 않는다. 제식수련으로서는 완벽하지만 내가 뇌령팔식에 존재하는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좋아, 그럼 완전히 초식과 뜻이 합일하도록 수련을…….’

멈칫

그러나 나는 방향을 잡고 수련하려는 순간 멈칫했다. 뇌령팔식의 첫 초식을 뻗으려는 순간 마치 머릿속에 거대한 구름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너무 변화의 가짓수가 많다!

뇌령팔식의 첫 초수부터 여기서 갖다 붙일 변화가 너무 많아서 그 이후의 흐름을 통제할 자신이 없다!

그 무궁무진한 가짓수가 순식간에 머릿속에 떠오르자 혼란을 일으키고 만 것이다.

“…… 큭!!”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아무거나 생각난 흐름대로 초식과 뜻을 합일시키려 했다. 무형의 개념이라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각’ 자체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그 흐름을 타고 초식을 연환하는 순간, 아주 미세한 실수가 손끝에서 번져 나왔다.

피잉!

짧은 파공음과 함께 창을 한차례 찔렀다 회수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하아! 뭐지…….”

원하는 대로 연환이 되지 않았다.

수만 번도 넘게 연습한 뇌령팔식인데 왜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한단 말인가?

나는 내가 왜 실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한번 흐름을 타고 연마를 시작했다. 그러나 스무 번 넘게 펼치면서 무려 절반의 경우 실수를 반복해서 흐름이 멈추었다. 나는 반복되는 실수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곤혹스러워 졌다.

‘눈 감고도…… 아니 반죽음 상태에서도 무의식에서 펼칠 수 있을 정도로 몸에 붙은 무공이다. 그런데 내가 왜 실수를 하는 거지?’

파파팟

나는 영문을 모르고 그날 하루 종일 계속해서 뇌령팔식만 연습했다. 그리고 실수는 계속 이어졌고, 밤이 지나서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야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창술이 요구하는 정밀한 날카로움(銳)이 따로 있다!!”

검술과는 완전히 다른 방면의 예기(銳氣)!

십팔반의 무예에서 뭉뚱그려서 말하는 실전요령에서 그치지 않고, 창(槍)이 창(槍)이기 때문에 발현할 수 있는 특유의 날카로움!

병장기만의 고유한 장점을 살려서 펼칠 수 있는 초식의 날카로움을 초식 자체의 실전성에 머금어서, 란나찰의 요령까지 완벽하게 살려내야 한다. 거기에는 사실 천재적인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그 감각은 후천적 노력으로 충분히 갈고닦을 수 있는 거지만…….’

아무래도 재능있는 자에 비해서 창술의 상승효과를 깨닫기엔 불리하다. 나는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과거 이청운과의 수련 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청운이 과거 나를 수련시켜줬을 때 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정확한 박자를 느끼고 거기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 바늘구멍을 뚫는 정확함과 세심함으로 몰아(沒我)를 이루는 것이다! ]

거기서 더욱 발전한 게 바로 묘예의 역. 사실 묘예의 역이란 이 뇌신류 창술에서 요구하는 것을 때려 박기 위하여 만들어낸 수련법에 가까웠다.

나는 그 순간 뼈저리게 느꼈다.

“뇌신류의 요체는 [정확한 박자]다.”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함!

그것이 바로 뇌신류 무공의 강력함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얼핏 뇌신류의 무공은 막강한 패도적인 힘을 뿜어내기 때문에 힘의 응력 자체를 중요시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검술이든 창술이든 철저하게 실전에 특화되어 낭비 없는 움직임, 그리고 천재들이 대를 이어 쌓아온 – 난도가 높지만, 실전에서 절대적 위력을 겸비하는 초식의 운용으로 적의 약점을 파고들어 철저히 우세를 점하는 게 바로 뇌신류의 요체인 것이다!

물론 이건 뇌신류 외의 다른 무공들 또한 추구하는 요체이다. 뇌신류가 특이한 것은 바로 ‘난도 높은 운용’ 그 자체였다. 타 무공에 비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지극히 난도 높고 천재적인 감각이 있어야만 배울 수 있는 초식의 운용들을 포진시킨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박자에 따라 그 난도를 넘어서기만 하면 충분히 적을 압도할 수 있게 된다. 뇌신류의 창술이 재능을 가리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 정확한 박자를 맞추는 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내 감각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연속으로 정확한 박자를 맞출 수 없어! 검술에서는 만승의 요체를 얻을 정도로 달인에 이르렀지만…… 창술의 그것은 검술보다 몇 배는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무한 반복연습으로 감을 얻어서 실패율을 낮출 수밖에 없다.’

이 정확한 박자의 난도는 너무 높다. 검술보다 훨씬 창술의 가용범위가 넓은 만큼 변초의 범위가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아지고, 창술의 범위를 조정할 때마다 박자가 계속 달라진다.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수신(守身)을 위해 공방 합일을 이루기 쉬운 검술과는 천양지차다. 검술은 언제든 권장법과 조합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 범위가 좁은 편이었다.

‘그래…… 이걸 예전에 깨닫고 창술이 나랑 안 맞는다 여기고 검술로 빠졌던 거다.’

창술의 순수한 난이도가 이렇게나 높다.

난 그동안 내공과 의념을 이용해서 이 순수한 난이도를 외면했을 뿐이다.

파파팟

나는 사흘 밤낮 내내 내가 깨달은 것을 수련하고자 전력을 다했다. 정확한 박자가 너무 어려웠기에 차라리 그 박자를 암기하려고 별짓을 다 했지만 그다지 소용이 없었다. 외워봤자 변초의 초식이 조금만 달라져도 흐름이 바뀜과 동시에 새로운 박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걸 그때그때 숨 쉬듯이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천재적 감각이 필요하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생각했다.

“후우!!”

검술에서 한 차례 극성을 본 덕에 비천한 재능으로도 창술에서 부족한 걸 바로 깨달을 수 있었고 [큰 길]까지 보는 눈이 생겼지만, 막상 그 길을 가려니 너무 험난해서 체력이 딸리는 것 같다. 목표점은 보이는데 내가 중간에 있는 목표물을 뛰어넘기에는 너무 재능이 뒤떨어지는 것이다.

‘답이 없다…….’

나는 눈을 번뜩였다.

‘다 암기(暗記)할 수밖에 없다!!’

뇌령팔식에서만 변화의 가짓수는 무한 가지에 가깝고 그때그때 박자가 달라지지만, 횟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반복시행되고 중복되는 박자는 생긴다. 둔재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천재처럼 그때그때 박자를 맞추는 게 아니라 되든 안 되든 무조건 반복해서 박자의 모든 경향을 다 보고, 그걸 또 다 외우는 수밖에 없다!

너무 멀고 험한 길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계속 감각에 절망하면서도 근육이 삐걱거릴 때까지 계속 창을 뻗었다.

“하아압!!”

해야만 해!

그래도 아예 길이 안 보이던 상황보다는 더 낫지 않은가!

백만 리 장구한 길을 간다고 할지라도 목적지만 보인다면 나는 언젠가 할 수 있어!!

파바밧

나는 정확한 박자를 맞추기 위한 수련이 유독 시간이 안 가고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검술만 펼칠 때와는 달리 매번 집중하고 심력을 쏟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처럼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수십 년이 지나거나 하지는 않았고, 고작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고된 매일매일을 곱씹는 감각을 느꼈다.

“젠장…….”

차라리 사신지혼 수련이 더 쉬운 거 같다.

아니 실제로도 쉽다. 그냥 죽을 각오만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해서 성취를 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창술은 아니다. 정확한 박자를 맞추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서 정신을 집중하게 된다. 그나마도 실패율이 높아서 사람이 힘이 계속 빠진다.

정말 이렇게까지 창술의 극성에 도달해야 하는가?

창술을 수련한 지 2년째 - 나는 시시때때로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괴롭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신적으로 지쳐서 멍때릴 때가 많아졌다.

‘제기랄…… 적성에 안 맞아…….’

검술을 수련할 때와는 다르다. 단순해 보이는데 너무 광대무비한 영역이고 성취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창술이란 게 끝까지 가려면 너무 힘들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이미 90의 수준인데 100에 도달하려고, 고작 1할을 채우려고 이렇게 개고생을 한다는 게 생각할수록 멍청한 짓 같았다.

그러나 나는 다시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술이라고 그렇게 쉽진 않았다. 뇌신류 검술도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어. 단지 강해져야 할 이유가 명확했으니까…… 개 같아서 끝까지 참고했을 뿐이다. 창술도 그때보다 더 괴로워졌을 뿐 상황은 같아!!’

난 재능이 없고 할 수 있는 거라면 무한반복과 노력, 암기뿐이다.

하지만 그걸로 만족한다.

아무것도 못 하고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첫 번째 삶에서의 그 무력감을 생각하면 없던 의지력이 생각났다.

이미 끝장난 꿈의 잔해를 보며 나 스스로도 모든 걸 자포자기하고 무의미한 노력에 뛰어들던 그 순간의 절망적 심정.

결국 되도 않는 단독 폐관수련 하다가 감기 걸려 죽던 그때보다는 낫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다시 창을 휘둘렀다.

‘난 이미 바닥을 봤어. 그러니까 더 바닥을 보지 않을 수 있는 거다!’

그게 지금 내게 있어서 유일한 장점!

…….

4년이 지났다. 나는 이제야 좀 거대한 변초의 흐름 속에서 조금이나마 변화의 정확한 박자를 몇 가지 암기할 수 있게 되었고, 창술의 불규칙적인 연환 속에서 실패율이 줄어든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천뢰무극창을 펼칠 때 뭔가 달라진 것 같다. 소성(小成)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하나의 초식을 펼칠 때 기세가 좀 더 장중해진 것 같았다.

‘아직 멀었는데…….’

그러나 성취를 이룬 것과는 별개로 나는 심적으로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다.

매 순간 극한까지 집중하며 미친 듯이 변화하는 박자를 외운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수련진도는 1할도 나아가지 않은 것 같았고 수련을 시작했던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나아진 건지 의문이 들었다.

“씨발…….”

괴로울 때마다 욕을 토한다.

이것 말고는 괴로운 걸 참을 다른 방법이 없다.

그 때 심수력이 찾아와서 말했다.

“오늘도 잠도 안자고 열심히 수련하고 있군. 그런데 할 말이 있어.”

“할 말이 있으니까 왔겠지. 무슨 일이오?”

“재밌는 걸 발견해서 말야. 맨날 수련만 하면 사람이 지칠텐데 잠깐 같이 가보겠나?”

“?”

“보여줄 게 있네.”

뭘 보여준다는 거지?

하는 말을 보면 무공경지나 기술을 보여주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일단 승낙했다.

“갑시다.”

타닷

나는 심수력을 따라서 경공술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공을 써서 가는데도 꽤 긴 시간 동안 이동을 했고 벌써 청룡무관이 있던 관중은 벗어난 상태였다. 나는 뒤에서 그를 따라가며 말했다.

“남쪽으로 가는 건가? 멀리 가는구려.”

“나는 자네와 달리 4년 동안 가만히 수련만 하진 않았네. 여기저기 중원을 돌아다녀봤는데 거참 신기한 게 있더라니까.”

“그 신기한 게 어디에 있소? 지명만 말하면 당장 신력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기다려봐. 이런 건 직접 찾아가는 게 묘미지.”

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거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을 때 한참 후 심수력이 어딘가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말했다.

“여기일세.”

“!!”

심수력이 도착한것은 웬 유적이었다. 나는 이 유적을 보자 흠칫했고, 심수력은 씩 웃으며 말했다.

“여기 안쪽으로 들어가면 괴물 같은 게 있지. 어마어마한 거인이.”

“…… 천마(天魔)의 당(堂)에 갔구려.”

“엥? 뭐야, 여기도 가본 적 있었던 건가?”

당혹해하는 심수력을 보자 나는 한숨을 쉬었다.

“딱 한 번…… 그렇지만 여기가 특이한 유적이라는 건 동의하오.”

심수력이 나를 데려온 것은 바로 축융족이 지키고 있던 거신의 유적!

대륙 남방에 있던 그 특이한 유적을 심수력이 우연히 발견했는데 사실 나도 가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심수력이 김이 샌다는 듯 말했다.

“쳇……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전생자라는 건 별의별걸 다 본 적이 있군. 그럼 돌아가세.”

“아니오. 한 번 다시 가 봅시다.”

“엉? 본 적 있다면서 또 볼건가?”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소.”

저벅…… 저벅…….

나는 심수력과 함께 유적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부활의 당에 도달했다. 이곳에는 저번에 봤을 때처럼 거신족 전사들이 잔뜩 있었다. 나는 그 거신족 전사들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마침내 봉신의 당을 지나 천마의 당에 도달할 수 있었다.

“…….”

회백색 기류가 흐르는 거대한 대지.

그리고 그 대지의 맞은편에 존재하는 ‘묘한 존재’……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인은 수십만 개의 쇠사슬이 달려 있었으며 극히 흉험해 보였다.

심수력이 옆에서 그 괴물을 보며 말했다.

“저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자넨 한번 본 적이 있나보군.”

“있소.”

“정체가 무엇인지 아는가?”

“신농이 말하기를 저건 치우라고 했소.”

“치우?!”

심수력이 흠칫하고 놀랐다. 예상치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저게 그 전설적인 신화의 괴물인가…… 놀랍군. 그러면 정체는 알아봤으니 이제 되돌아가야겠구만.”

“아니오.”

“응?”

나는 전방에 있는 치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저게 치우의 잔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사실 남에게 들은 얘기일 뿐 저게 정말로 무엇인지는 살펴봐야 하오.”

“신농이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신농은 저게 치우의 정신이라고 했소. 그렇다면 저게 정신체라는 뜻인데.”

나는 그 거인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난 어차피 수련이 끝나면 탁록대전의 시대로 가게 되고 거기에서 치우를 찾아야 하오. 그 치우가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게 될 기회를 놓칠 순 없소.”

저건 틀림없이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존재가 틀림없다.

‘치우의 정신’만 따로 꺼내서 보관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저 거신의 모습이 과연 치우가 본체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맞는가?

저놈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까?

탁록대전의 시대에서 치우를 만나기 위해서는, 선지자의 일족이 방해하지 않을 때 그 비밀을 알아내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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