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80권 4화
나는 되살아난 후 부서진 창의 조각을 찾아보려 했다. 그러나 이내 장내의 광경을 쳐다보고는 허탈해져서 관두고 말았다.
“…….”
청룡무관은 사라졌고 근처의 산까지 다 날아가서 반경 삼 리 정도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위력이면 창의 부스러기조차 찾기 힘들 것이다. 나를 죽게 만든 그 마지막 초식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수련은 해야 하니까…….’
나는 별수 없이 신력을 써서 근처의 산과 청룡무관을 재창조했다. 따로 신력의 수련까지는 하지 않으나 무공수련을 위하여 환경을 보전하는 건 어쩔 수 없으리라.
파앗
순식간에 풍경은 원래대로 되돌아왔고, 나는 예전보다 훨씬 신력을 다루는 게 익숙해졌음을 느끼고는 순간 흠칫했다.
‘뭐지? 어색함마저 사라졌다…….’
원래 신력을 창조에 쓸 때는 마치 꽤 난이도 있는 산술문제를 보고 생각할 때처럼 머리 한편에 ‘꼬임’ 현상 같은 게 느껴졌다. 신력을 쓰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인 줄 알고 그러려니 했는데 방금 전 신력을 쓸 때는 그 어색함이 사라졌기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명백히 신력의 숙련도가 늘어난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복희가 신력을 지도해줄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네가 지금 실패하는 경우는 숙련도가 부족한 게 아니라 거부감 때문이야.]
[내가 이런 신적인 힘을 가져도 되나 싶은 회의감과 인간의 경계를 넘어 버리는 두려움이 실패율을 만들고 있을 뿐이야. 그런 게 없다고는 말 못 하겠지?]
[애초에 신은 이런 걸 굳이 연습하지도 않아. 신이 연습과 노력을 하다니 그것도 웃긴 일이지 않나? 신은 처음부터 정점에 도달해 있기에 노력으로 강해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고 한다고 해도 잡 기술을 많이 익히는 것일 뿐이야. 단지 자네가 인간의 정체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군.]
동시에 마음속에서 뜨끔하는 기분이 들었다.
“…….”
신력에 대한 거부감…….
그게 사라지고 있는 게 명백하다.
신력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일까? 고작해야 환경정리에 썼을 뿐인데 왜 신력은 도리어 능숙해지고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는 거지?
‘음…… 일단 연습해야 하니까 창부터 손에 잡고…….’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잠시 허우적대었지만, 잠시 후 무기진열대에 있던 창에 손을 뻗어서 잡는 순간 흠칫하고 깨닫고 말았다.
“……!!”
도구!!
생활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구!
그런 도구에 일일이 의미를 불어넣거나 거부감을 가질 리가 없지 않은가?
‘신력’은 이제 내게 있어서 도구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이고 나는 도구를 도구로 다루다 보니 익숙해진 것뿐인 것인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숙련도가 높아질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부감이 빠르게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가 있었다.
‘동료나 세계구원이나 신경 쓸 인명피해나 강대한 적수가 전혀 없는…… 수련만을 위한 세계…… 이곳에서 거치적거릴 것 없이 마음껏 힘을 휘두르다 보니 더 빠르게 신력에 익숙해진 거야!’
평소처럼 전생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신력을 제약했다면 이렇게까지 빨리 익숙해지지는 않았으리라. 그러나 수련환경 조정을 이유로 신력을 마음껏 쓰다 보니 도리어 훨씬 빠르게 익숙해져 버린 역설!
나는 황당했지만 잠시 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 언젠가는 거쳐야 했을 일이겠지. 어차피 탁록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해.”
무공수련에만 방해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무공수련으로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다.
“육천합일창…… 뇌신류 창술의 극한…… 그건 무쌍패의 반대 개념이었나.”
나는 죽기 전에 깨달았던 걸 의식적으로 읊조렸다.
그렇다.
일극에서 육직까지 이어지는 창의 예술 - 그것은 사실 무쌍패에서 육대절학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거의 같은 것이었다. 각자 다른 성격을 지닌 강대한 초식이 단 한 점에서 힘을 모아서 극대화되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게 방어에 쓰이는지 공격에 쓰이는지의 차이였다.
‘무쌍패는 육대절학으로 모인 막강한 패도(覇道)의 힘을 무위전변을 이용해서 상대의 공격을 절대적으로 무력화하는 힘으로 바꾼다. 그렇게 해서 최강의 방어초식이 되는 거지만 육천합일창은 그 반대…….’
절대적인 공격력!
육천합일창은 아마 일극, 이진, 삼란, 사전, 오나, 육직의 초식을 하나의 찌르기로 뭉쳐서 그 점을 그대로 꿰뚫는 것이리라. 무쌍패처럼 무위전변으로 방어를 위한 힘으로 전환하지 않고 그냥 최강의 공격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뇌신류 창술의 정수!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무쌍패로 모이는 패도의 힘이 한순간 어느 정도 수위로 치솟는지는 무쌍패의 시전자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그 힘이 그냥 공격으로 관통한다면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실감됐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무쌍패에서 무위전변 직전의 단계에서 느끼는 패도의 힘을 그냥 상대에게 장풍처럼 날려 버리면 최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무쌍패가 숙련될수록 그 생각이 멍청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이런 발상을 그냥 접어 버리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쌍패가 최강의 방어를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최강의 공격력을 포기해서였기 때문이다. 최강의 공격력을 포기한 대신 육대절학은 무쌍패로써 최고의 상승효과와 완결성을 얻게 되었고 유능제강과 강능단유를 동시에 실천하는 모순의 절학으로서도 성공해 버렸다. 그만한 대가를 치렀기에 장삼봉의 무쌍패는 사용자만 숙련되어 있다면 천상천하를 지배하는 대신(大神)의 공격조차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무쌍패에서 무위전변으로 방어의 힘으로 전환하는 건 단순히 방어가 더 좋아서가 아니다.
나는 방금 전의 죽음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한 순간에 모이는 여섯 개의 패도(覇道). 그건 도저히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다.”
바로 그게 진짜 이유다.
내가 펼치는 호신강기조차도 방금 전 육천합일창의 힘이 한곳에 모이면서 급상승했던 힘 앞에서는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보통 인간의 몸으로 감당하기에는 절대 불가능했으며 마왕이나 사도급 육체를 갖고 있어도 틀림없이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어마어마한 힘을 잠깐이라도 담아둘 수 있는 공간이 도저히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독이 있다면 그 독을 어디에 담아둘 수 있을 것인가?
담을 수가 없으리라. 그냥 땅에 그 독을 풀어놓는다면 그 독은 지구 반대편으로 뚫고 나올 때까지 그냥 모든 것을 녹이기만 할 것이리라.
궁극적인 패도의 힘이 갖고 있는 모순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 절대적인 힘을 잠깐이라도 통제해서 사용자를 다치지 않게 하여 상대방을 정확히 적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절대적인 공격력이다 보니까 그 어떤 기공이나 호신강기 심지어는 의념천주로도 패도의 힘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그나마 장삼봉이 창안한 무위전변과 태극이기에 그만한 힘을 무사히 추슬러서 안정적으로 변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장삼봉도 무쌍패를 잠시 공격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 그 정도의 초인이라면 공격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거겠지만…… 내 무쌍패의 숙련도는 도저히 장삼봉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해.’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잠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염원했다.
“창조되어라, 수요(水曜).”
파앗!
그러자 신력으로 창조된 수요가 내 손에 쥐여 있었다. 나는 수요를 바라보며 저번에 흑웅이 했던 말을 생각했다.
[잘 보시오. 그 수요에는 갑골문이 새겨져 있지 않고 또한 칠요만이 지니고 있는 신기(神氣)도 전혀 없소. 그저 모양만 수요와 똑같은 검(劍)에 지나지 않소.]
[칠요는 삼황오제가 직접 만들어낸 약속의 증표이자 신기. 그에 상응하는 신력과 제작비용, 그리고 강대한 주술이 새겨져야만 제작할 수 있소. 단순히 신력을 때려 부어서 소환하려 하면 모양만 똑같은 게 튀어나올 뿐이라는 거지.]
[주인. 내 말을 오해한 것 같은데 소환능력은 이런 식으로 발전시켜서는 안 되오. 여기서 이 가짜수요보다 더 강력한 검을 신력으로 만들려 하면 소환능력이 아니라 [제작]능력이나 [강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하지. 그렇게 다른 계통의 수준을 올리면 언젠가는 칠요 급의 무기를 신력으로 창조소환할 수 있긴 할 거요.]
흑웅의 말대로라면 지금 내가 창조한 수요는 내가 불어넣은 신력만큼의 강도를 갖고 있는 딱 그만큼의 명검(名劍)이다. 진짜 수요에는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나는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해도 절세 명검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아마 이 수요는 현실에 있는 천하오대명검보다 더 튼튼할 것이다.’
이 정도의 명검으로 다시 한번 육천합일창의 패도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 봐야겠다.
도구의 강력함으로 절학의 불완전함을 메꿀 수 있다면 사실 그것 또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패도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전설의 명검이나 신검이 있다면 굳이 이 모순을 극복하지 않아도 가능할지도 몰라!’
우우우우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아까 죽기 전 육천합일창을 시전 했던 감각을 떠올렸다. 희미하게나마 그 감각이 육감 속에서 잡히자, 나는 예상대로라고 생각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30번 죽는 동안에 달성한 숙련도가 육천합일창의 초입에 입문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 같군…… 우연으로 펼친 게 아니야.’
어쩌면 이 수련세계에서 보냈던 수백 여년에 가까운 수련시간이 그 단서를 줬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나는 진짜 육천합일창의 경지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었으므로 신중하게 감각을 끌어올리며 소환된 수요를 단단히 잡았다.
‘창은 아니지만 찌르기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 소환된 수요로도 초식을 펼칠 수 있다. 해보자!’
나는 다음 순간 눈을 번쩍 뜨며 육천합일창을 전개했다.
투웅!!
역시 죽기 직전에 느꼈던 것처럼 갑자기 의념천주가 크게 반응하면서 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과 함께 여섯 개의 각각 다른 ‘나 자신’이 일극에서 육직까지의 모든 초식을 하나씩 펼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힘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 소환수요에 힘이 가득 응축되는 걸 알아챘고 이윽고 마지막 찌르기를 하려고 했다.
파캉!!
힘이 절반도 모이지 않았는데 소환수요는 마치 수수깡처럼 반토막 나서 부러졌고 잠시 후 그것마저 부족하다는 듯 검신(劍身)이 유리조각처럼 잘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어…….”
쿠콰콰쾅
***
“뭔가를 시험하고 계시군요.”
“…….”
메피스토펠레스는 여전히 의자에 우아하게 앉은 노신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멍하니 메피스토펠레스를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말했다.
“감히 고언(苦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피식 웃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말투가 완전히 달라져서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안 어울리게 왜 그러지? 이젠 완전히 내게 존대를 하는군.”
“…… 전뇌자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뭐?”
“전뇌자는 이미 나일라토프의 가이아와 한 차례 충돌했습니다. 이득을 보긴 했으나 전뇌자 또한 상당한 부상을 입은 모양입니다.”
“…….”
뜻밖의 말에 내가 약간 놀라고 있을 때 메피스토펠레스가 투명한 외알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전뇌자가 사라지면 제가 다음 서의 단말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귀하에게 존대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왠지 불쾌해져서 말했다.
“김칫국 마시는군. 네가 단말이 된다는 보장이 어딨냐?”
“확률으로 따졌을 뿐입니다.”
“전뇌자는 어디 있는데? 무사하냐?”
“걱정해 봤자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본론부터 꺼내도 되겠습니까?”
“…….”
이 새끼는 전뇌자랑은 좀 다른 의미로 재수 없는데?
내가 메피스토펠레스를 노려보자 그가 말했다.
“단순한 물질의 창조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그 힘은 비례값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비례값? 무슨 소리냐?”
“절대값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즉 그 힘은 한계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당신의 힘이 비례하여 그만큼 증폭하도록 되어 있다고 추정됩니다.”
“……?”
“아무리 강대한 물질이라 해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 자신의 힘에 비례하기 때문이지요.”
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이 이해가 안 갔기에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나한테 그 조언을 해주는 이유는 뭐지?”
“시간 낭비를 하는 게 걱정되어서입니다. 전뇌자가 말했듯이 이 수련세계의 시간은 소중한 것. 쓸데없이 물질의 창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목표달성에 도움 되겠지요.”
“…….”
“그럼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파앗
나는 되살아난 후 메피스토펠레스의 말뜻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비례값? 절대값? 무슨 개소리야 씨발…….”
진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심수력한테 물어봐야지!
[심수력! 물어볼 게 있소!]
나는 별수 없이 크게 사자후로 심수력을 찾았고, 심수력이 머지않아 내가 있는 곳으로 오자 심수력한테 방금 전 겪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심수력은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간단한 얘기군. 그 육천합일창이라는 건 절대 사용자가 무슨 수를 써도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네.”
“무슨 말이오?”
“비례값이라는 건 자네의 힘이 비례해서 그 일극에서 육직까지의 6초식이 동시에 강해진다는 뜻. 허나 자네는 지금 감당할 수 없지? 그래서 감당할 수 있게 하려고 무기를 강화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소.”
“그러나 무기가 강해지면 또 그 무기에 비례해서 6초식은 더 강화된다는 뜻일세. 그러니까 자네는 무슨 수를 써도 육천합일창의 패도를 감당할 수 없어.”
나는 심수력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 아니,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렇네. 그 수요라는 걸 다시 만들어보겠나?”
슈욱
내가 수요를 창조해서 그에게 넘겨주자, 심수력은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대단하군. 불완전해도 이만큼 대단한 명검이라니…… 허나 진짜 수요에다가 해방까지 시킨다 해도 그 해방수요로 육천합일창을 펼칠 수는 없어. 왜냐하면 해방수요의 힘에 비례해서 육천합일창의 힘은 더 강해지기 때문이야.”
“…….”
“해방수요뿐만이 아니지. 사대신기를 쓰더라도 똑같을 거야. 사대신기의 힘에 비례해서 패도의 힘은 더 강해질 거니까.”
“…… 미, 미친…… 그런 무공이 대체 어딨단 말이오?!”
내가 비명을 지르듯 말하자 심수력이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 나도 처음 보겠군. 허나 메피스토펠레스란 자의 조언엔 감사해야 할걸세. 그 조언이 아니었으면 자네는 최소 몇십 번은 더 죽었을 거고 몇백 년은 낭비했을 거니까.”
“…….”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망했다!’
육천합일창이 무조건 사용자의 힘뿐만 아니라 도구까지 비례해서 강해지는 원리라면 무슨 수를 써도 펼칠 수가 없다!
궁극의 모순 그 자체!
‘이래서 장삼봉 진인이 무쌍패를 만든 거구나!!’
장삼봉 진인은 무쌍패를 창안할 때부터 알고 있었으리라.
궁극의 패도를 지향하면 이런 일이 생길 거란 사실을!
그래서 애초에 펼칠 수도 없는 궁극의 패도는 포기하고 무위전변으로 궁극의 방어를 실천한 것이리라!
그러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생각은 좀 다르네만?”
나와 심수력의 시선이 동시에 그쪽을 향했다. 사실 그가 도착했다는 건 우리 둘 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가 일부러 말을 꺼낼 때까지는 쳐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오, 수보리?”
수보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천축의 가사를 입은 수보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모순은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