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검신 79권 20화
나는 심수력의 말에 예전에 그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내 마지막 기억은…… 그 마도사축을 파괴하기 위해 호월의 명을 받아 마도사축을 방어하는 곳으로 향했던 것일세.]
[마도사축을 찾아내면 당신의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올거란 말이오?]
[그래. 나는 확신하네.]
정말로 심수력은 마도사축을 찾아내고 나서 기억을 찾은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는 심수력에게 말했다.
“당신은 마도사축까지 접근해서 싸웠던 기억까지 되찾은 거군!! 모든 기억을 되찾았소?”
내 질문에 심수력은 씁쓸하게 말했다.
“아니…… 최후만큼은 잘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그 전까지 있었던 일은 모두 기억났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시오. 마도사축을 파괴하러 갔다면서 어째서 치우의 심장을 부수지 못한 한이 생겼다는 건지.”
“간단한 걸세. 아까 봤던 그 기계덩어리…… 이퀄라이저라고 했나? 그건 나도 과거에 때려 부순 적이 있었네. 다 때려 부수고 나서 마도사축에게 일격을 가했는데 전혀 파괴할 수 없었던 걸세.”
“……!!”
“흠집도 내지 못했지.”
나는 그 말에 흠칫했다.
“당신은 그때도 완숙한 절대지경의 고수였는데 흠집도 내지 못했다고? 의념천주로 의념을 발휘했어도 말이오?”
“그렇네. 으음…… 그때 얘기를 좀 더 자세히 할 필요가 있겠군. 이건 백련교의 교주나 다름없는 자네가 전후 사정을 알아야 할 이야기일 테니까.”
그리고 심수력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짹 짹 짹…….
푸르른 녹음 속에서 버럭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승 호월이시여. 이 동북쪽 변방 오랑캐의 땅에 와서 무엇을 찾고 계시는 겁니까?!”
백련교 교주 호월의 4대 제자 중 한 명이자 과거 중원을 주름잡는 팔대고수(八大高手)였던 황하신룡(黃河神龍)이 투덜거렸다. 그는 금강권왕 심수력의 호적수로서 무림의 수상(水上) 세력의 양대거두였지만 백련교주 호월에게 일 초 만에 패배하여 제자로 들어온 것이었다.
황하신룡의 불만 섞인 말에 호월은 앞서서 오솔길을 걷고 있다가 대꾸했다.
“이곳의 주인은 오랑캐라 부를 수 없다. 그는 어쩌면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인간일지도 모르니 내가 찾아올 이유는 충분하다.”
“…… 동북무림의 주인이라 하면 기껏해야 가우리(高句麗)의 왕이 아닙니까? 스승님께서 그리 과하게 평가하실 필요는…….”
“가우리의 왕조차 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지. 어쩌면 중원의 황제조차도. 그는 배후의 세계에서 최후의 순간을 위해 대비하는 존재다.”
“…….”
“긴장하거라. 우리는 지금 범의 아가리에 들어와 있으니.”
호월이 말하며 생각하는 게 자신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황하신룡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은 기껏해야 가우리 무림의 수장을 생각한 거지만 호월이 말하는 건 ‘격외’에 존재하는 무림의 흑막인 것이다. 황하신룡은 어리둥절했다.
‘뭐라고? 동이족에 그렇게 대단한 놈이 있었다니? 전혀 들어본 적도 없거늘…….’
그때였다. 앞서서 가고 있던 4대제자 중 도성(刀聖) 강유찬(姜柳燦)이 외쳤다. 그 또한 과거 무림 팔대고수의 1인으로써 무림에서 제일가는 환도법의 고수라고 칭해진 자였다.
“스승님! 저 앞에서 무언가가 다가옵니다.”
“알고 있다.”
호월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는 얼굴로 지그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손님이 오셨구나. 백두산의 경계이니 그럴 만도 하지.”
스스스스스스
자욱한 안개가 끼면서 호월과 4대제자들의 눈앞에는 영문모를 신비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존재는 선풍도골(仙風道骨)의 늙은 신선이었는데, 그 존재는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채 호월에게 말을 걸었다.
“……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여…… 무림인이라 보기엔 그대는 너무나…… 강력하구려. 그대는 누구시오?”
“나는 백련교의 교주인 호월이오. 그리고 여기는 내 제자들이오.”
“오오…… 백련교라면…… 달마…… 그 위대한 존재의…….”
놀랍다는 듯 말하던 그 선풍도골의 선인은 이윽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나는 이 백두산의 산신령(山神靈)이오.”
“산신령…… 이 산의 기운이 억겁의 세월 동안 뭉쳐서 만들어진 정령이군. 당신 같은 신적 존재가 내게 무슨 볼일이오?”
“…… 부탁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소.”
“부탁?”
“이 백두산에는 마도사축이라 하는 사특한 마도의 술수가 4개나 기둥의 형태로 존재하오. 그 마도사축을 제발 없애주시오!!”
그 말에 호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도사축? 그게 정말이오?”
“그렇소…….”
“마도사축을 대체 누가 만들었단 말이오!”
쿠구구구!!
호월이 상당한 분노를 표출하며 잠시 기운을 내뿜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순간, 호월 주변에 있던 4인의 제자들은 일제히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비틀
‘이, 이런…….’
‘설마 또 강해지셨단 말인가?’
금강권왕 심수력은 경외심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은 절대지경에 이르러 있었는데 그런 자신들이 그저 분노한 기세 하나에 다리가 풀려 버릴 줄이야! 호월의 힘은 예전에 인간을 초월해 있었긴 하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넘어선 신(神)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산신령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 단(壇)의 일족…… 그리고 그들의 수장이 만들었소.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으나 이대로 가면 나는 그 사악한 기운 때문에 소멸해 버리고 말 것이오.”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마…….”
호월은 뭔가 짐작한 듯 중얼거리다가 산신령에게 말했다.
“산신령이여. 그대의 남은 힘으로 우리에게 가호를 내놓으시오. 마도사축은 평범한 방법으로 부술 수 있는 게 아니니 최소한 마기에서 보호받는 가호라도 주시오.”
“…… 알았소. 당신은 왠지 마도사축에 대해 잘 알고 있구려.”
“대화나 나눌 시간은 없소. 조금이라도 빨리 부숴 버려야 하니 서두르시오.”
우우우!!
그러자 산신령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다섯 사람의 몸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맴돌았다. 4대 제자 중 한 명인 마령천녀(魔靈天女) 임소영은 자신의 몸에 깃든 기운을 관찰하며 말했다.
“마력에 저항하는 가호를 내려준 것 같군요.”
“…….”
호월은 자신의 손을 하늘 위로 뻗더니 갑자기 거대한 기둥과도 같은 기운을 방출했다.
쿠구구구구구!!
순식간에 호월의 손에서 방출된 거대한 기운들이 서로 갈라져서 어디론가 향했다. 호월은 손을 거두면서 자신의 제자들에게 말했다.
“지금 내 기운이 가 있는 장소에 마도사축이라는 게 존재한다. 너희는 그 가호의 효과가 끝나기 전에 마도사축을 각자 부숴 버리도록 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4대 제자들이 떠나려 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일 앞장서서 튀어나가던 금강권왕 심수력은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빠르고 거대한 살초(殺招)가 날아오는 걸 감지하고는 의념천주로 방어초식을 전개해서 그 공격을 튕겨내었다.
금강권(金鋼拳)
서진동락(西振東落)!
위잉 하면서 심수력의 손끝에 잡힌 적의 무기가 떨쳐내는 강기가 느껴진다. 심수력은 곧장 그 위력 자체를 자신의 어깨를 통해 맞은편의 팔으로 흘려내면서 극도의 화경(化經)을 펼쳐내었다. 그러자 무기에 실려 있던 어마어마한 역도가 그의 발을 통해 바닥으로 흘러내려 가면서 크게 위력이 감소했다.
꽈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힘이 워낙 거세서 심수력은 별 수 없이 강권을 몇 초식 더 펼쳐서 잔력을 때려 넘길 수밖에 없었다. 심수력의 팔뚝이 피에 물들었으나 어찌 되었든 큰 부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심수력을 습격한 의문의 고수가 놀라워했다.
“이런! 일개 제자조차 절대지경이라고? 달마의 후계는 정말 대단한 자로구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운무 너머에서 한 명의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호월과 4대제자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고 거기에는 전신에 동물의 탈을 쓰고 있는 의문의 사내가 은빛 구절편을 든 채 서 있었다. 그 동물은 강아지로 보였다.
‘뭐지, 저 괴인은?’
심수력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호월이 말했다.
“당신이 단의 일족을 다스리는 만하령문(萬河靈門)의 제왕인가?”
“흐음? 아무래도 조사할 건 다 조사하고 왔나 보군. 꼼꼼한 성격이잖아.”
강아지탈을 쓴 구절편의 괴인은 너스레를 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바로 만하령문의 주인이자 단군(檀君)이다. 지금은 가우리(高句麗)의 왕사(王師)로 근무하고 있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음?”
“그대가 은주 이전의 상고시대부터 반도와 요동을 어둠 속에서 지배하며 역사를 조종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왕사라는 직책은 그저 이 시대에 맞춘 것에 불과할 터. 그대는 무슨 의도로 역사를 조종하고 있는가?”
“…….”
구절편의 괴인은 약간 심각해진 분위기로 변했다. 지금까지는 장난을 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조금 진지해진 듯 자신의 구절편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설마했지만, 달마가 나에 대한 정보도 꽤나 많이 캔 모양이군. 하지만 진공가향 당시에 나를 끌어들이거나 제거하지 않은 걸 보면 역시 치명적인 건 아냐. 뭐, 아무튼…….”
“…….”
“백련교주 호월. 너는 내 이름을 들을 자격이 있겠구나.”
“뭣이?”
그는 정중하게 자신의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내 이름은 하은천(河銀天). 아홉 개의 세계를 건너 이 세상에 도착한 대한제국(大韓帝國) 천부문주(天符門主)다. 역사를 조종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 대한제국이 동북아를 통일하는 것도 겸사겸사 해보고 싶어서라고 할까?”
“……!!”
“대체역사물을 싫어하는 놈은 없지. 그것도 내가 주인공이라면.”
4대 제자들은 하은천의 소개를 듣고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호월만은 달랐다. 그는 약간 경직된 채 경계하는 눈빛으로 하은천을 쏘아보다가 말했다.
“역시 신단수는 세계수였구나! 너는 마도사축으로 대체 뭘 꾸미고 있느냐?”
“하하, 그걸 알려주면 재미가 없는데…… 그런데 호월, 네가 나를 찾아온 건 그 이유가 아닐 텐데?”
“…….”
“열심히 해 봐. 우리 단의 일족에서는 최선을 다해 너희의 공격을 방어해 주지.”
“내가 너무 말이 길었군.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죽여 버리면 될 텐데.”
호월의 눈이 번뜩였다.
“허?”
꾸쾅!!
다음 순간, 하은천의 몸뚱이가 하늘로 크게 날려갔다.
호월이 빛조차 뛰어넘은 공격을 가한 탓이었다.
“……!!”
하은천은 가슴팍이 터진 채 입에서 피화살을 토해내며 천공 높이 솟아올랐지만, 다음 순간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번쩍
4대제자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타앗
하은천을 격퇴한 후 땅에 착지한 호월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척 기묘한 무공이군. 힘과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났는데도 선수를 깊게 읽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정밀한 무공인가? 한방에 죽이지 못한 게 뼈아프구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의 수장이 이미 우리의 계획을 다 눈치챈 것 같습니다만…….”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나은 전력을 데려오는 건 무리이니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마도사축을 파괴해야만 한다.”
호월은 휙 하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대신 작전을 바꾼다. 각개격파가 아니라 우리가 다 같이 가서 하나만이라도 확실히 부수자.”
“네!”
타다닷
호월과 제자들은 근처에 있던 마도사축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마도사축의 근처에 출현하던 흰색 기계덩어리들의 공격을 물리치며 마도사축의 바로 앞에 도달했다. 도성 강유찬과 마령천녀 임소영은 약간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질린 듯이 말했다.
“살아서 움직이는 철강시라니. 설마 도강을 튕겨낼 줄은 몰랐다…….”
“제가 있던 마교(魔敎)의 강시수법보다 훨씬 지독하군요. 본교의 마령강시도 방금 파괴했던 철강시보다 강하지는 못했고 그…… 광선 같은 것도 뿜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제자들의 말에 호월이 대꾸했다.
“방금 우리가 상대한 건 강시가 아니다. 아마 미래에 인간이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낼 신병기겠지. 외계인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을 테니 우리 시대의 주술로 만들어진 강시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다.”
“네?”
“무슨 말씀을…….”
“…… 아니다. 잊어버리거라.”
씁쓸하게 중얼거린 호월이 말했다.
“그보다 마도사축을 부수는 건 녹록지 않겠구나.”
“스승님!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한방에 부수겠습니다.”
타닷 -
금강권왕 심수력이 달려들어서 절대지경의 의념을 실은 최강의 강권을 날려서 마도사축을 때렸다.
파앙!!
“……?!”
그러나 심수력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순식간에 흡수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모든 물리적 충격력과 의념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 심수력은 이렇게까지 공허한 타격감은 처음이었던지라 멍하니 주먹을 쥔 채 마도사축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호적수였던 황하신룡이 으스대며 말했다.
“하하, 심수력 이 병신새끼! 이 형님이 부숴주마.”
파앙!!
황하신룡의 공격도 마치 공기에 허우적대는 것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금강권왕 심수력이 비아냥거렸다.
“내가 병신새끼라면 너는 부모 뒤진 새끼구나.”
“뭐라고!!”
둘이 싸우려는 순간 호월이 그들을 말리고 나섰다.
“그만둬라. 이대로 무작정 공격을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스승님. 왜 공격이 통하지 않을까요?”
“마도사축과 저 지하의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다. 마도사축에 가해지는 공격을 그대로 지하에 있는 존재가 흡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잘못했다가는 적에게 유리한 짓만 하게 되는 꼴이 될 것이다.”
“그 말씀은…….”
호월이 쌍장을 들어서 땅을 겨누며 말했다.
“지하부터 다 부숴 버리자.”
쿠콰콰쾅!!
다음 순간 호월이 내뿜은 거대한 장력이 대지를 크게 뒤흔들었고, 그의 장력에 맞은 땅거죽이 마치 유성이라도 맞은 것처럼 폭발하면서 땅에 있던 거대한 시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치 도시와도 같은 그 시설을 본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세상에!”
“어떻게 지하에 이런 게…….”
잠시 후 그들은 지하도시로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마지막으로 들어간 심수력은 호월이 따라오지 않자 의아해했다.
“스승님. 왜 오지 않으십니까?”
“…… 먼저 가거라.”
“무슨…….”
심수력은 호기심에 살짝 밖을 보았는데 그 순간 눈을 크게 부릅떴다.
두웅
‘뭐…… 뭐지?!’
바깥에는 수많은 인영과 함께 아까 보았던 철강시 같은 기계들이 잔뜩 와 있었고 그들은 빼곡히 산을 메울 정도였다. 심지어 선두에 서 있는 인간들은 가공할 만한 기도를 흘리고 있었기에 심수력은 그들의 수준을 보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절대지경의 고수!
그런 존재가 최소 네다섯 명은 되어 보였고 그 뒤에 도열한 자들도 절대지경은 아니었으나 무림의 기준으로는 팔대고수급의 존재들로 보였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츠츠츠츠
신령스러운 술법의 기운이 몸에 감돌고 있는 3명의 괴인(怪人).
그들은 어쩐지 절대지경의 고수들보다 더욱 불길해 보였다.
호월은 나직이 말했다.
“설마 나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만하령문의 삼사(三師)가 다 나올 줄은 몰랐군.”
“백련교주 호월이여! 나는 풍백(風伯)이라 하네. 그대는 틀림없이 달마의 제자 중에 가장 막강한 존재이니 우리는 그대를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네.”
그렇게 대꾸한 삼사 풍백이 말을 이었다.
“그러하니, 진정한 이 땅의 주인께도 도움을 받을 것이야.”
우우우우 - !!
마치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고 심수력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그러자 그의 앞을 막아서고 있던 호월이 급히 심수력의 심장에 검지로 혈을 찌르며 말했다.
“상단전을 활성화시키겠다! 내 의념을 받아들여라.”
“으으, 넵.”
우웅
호월의 비술 덕에 심수력이 정신을 차리자 호월이 말했다.
“너희는 신녀가 도와줄 것이니 걱정 말거라. 대신 지금부터 적과 절대로 정면으로 부딪히지 말라! 임무를 수행하는데만 집중해라.”
“크윽…… 스…… 스승님. 지금 나타난 놈은 대체?”
“격이 높은 신적 존재가 출현했다. 네게 걸려 있는 가호마저 뚫을 정도이니 절대로 내 쪽으로는 오지 말거라.”
부웅
심수력은 크게 던져져서 지하로 날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희미하게 풍백의 외침이 들려왔다.
[백련교주 호월이여. 아무리 그대라도 단의 일족 모두와 하백(河伯)의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