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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63화 (1,36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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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내 눈에는 여덟 개의 좌(座)가 보았다. 그 좌는 모두 익히 본 적이 있는 것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예전에 봉선의식을 이용해서 천제단에서 신농을 소환하려 했을 때 강제로 모든 제왕이 모인 장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육요를 모두 모아서 천제단에서 의식을 치름으로써 일부러 출현시킨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예정대로라면 전욱, 제곡, 소호 등 삼제와 협력하여 이 공간에 소환될 황제 공손헌원을 쓰러뜨리려 했었다.

나는 지금 상황을 상기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 전 헤르메스에게 당한 곳이 욱씬거렸고 아직도 고통이 심하게 남아있어서 얼굴이 구겨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제길….’

체력도 기력도 만전이 아니다. 아니, 만전일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힘이 소모되었다. 방대하기 그지없던 신력도 [작은 굴레]의 조작과 사대신기의 사용을 몇 번 하니 꽤나 소모된 게 틀림없다. 또한 헤르메스에게 인과율 역전으로 당한 부상은 절대 이대로는 완치시킬 수 없다.

이제부터 일생일대의 도박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거지같은 꼴이라니 약간 불안한 마음도 든다. 지금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면 싸울 때가 아니라 어디 가서 쉬면서 요양해야 하리라. 하지만 나는 괜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는 안 이랬나?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 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내 뒤통수를 치려던 놈들 중에서 두 명을 해치우고 한 놈은 진의(眞意)를 드러내게 하지 않았는가? 거기에다가 목표지까지 살아서 왔다면 이미 절반은 이룬 셈이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는 전욱에게 말했다.

“전욱이시여. 의식이 시작되었는데 제왕 세 분만 계신 듯 합니다.”

내 말대로 8좌 중에서 좌에 있는 존재는 전욱을 포함해서 셋뿐이었다. 그나마도 그들 모두 내가 아는대로 전욱, 제곡, 소호였기에 그들 외엔 아무도 안온 게 틀림없었다. 그러자 전욱이 냉막하게 말했다.

[여와와 복희, 신농 그들은 모두 소멸했다. 그리고 요순도 영문을 모르겠지만 소멸하였으니 이제 이곳에 올 자는 황제뿐이다.]

“음…. 설마 오지 않는 건.”

[그럴수도 있지. 네놈이 마음대로 움직인 탓에….]

그렇게 말한 전욱이 문득 내 쪽으로 손가락을 향했다.

살기(殺氣)?!

내가 난데없는 살기에 재빨리 육요 중 월요(月曜) 삼신기의 거울(鏡)을 꺼내서 내 앞에 소환했고 전욱의 손끝에서 암창(暗槍)이 발사되는 게 보였다.

쿠콰쾅!!

나는 한 차례 압력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허공에서 다시 자세를 잡으며 내려앉아서 월요의 거울을 살폈는데, 거울은 당연하다는 듯이 깨져 있었다. 나는 황당해서 전욱에게 말했다.

“전욱님. 갑자기 절 왜 공격하십니까!”

[겨우 그 정도냐? 역시 힘을 깨우치지 못했군….]

“아니 무슨….”

[후….]

안타깝다는 듯 탄식하던 전욱이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네놈이 육요를 복구하기도 전에 여기에 들어오는 바람에 네 힘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크게 약하다. 마력도 인과율도 실망스러운 수준! 그렇기에 네놈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신력을 격발시키려 했건만, 그마저도 수면상태로구나.]

“……!!”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 네놈의 힘으로는 황제에게 생채기도 내지 못한다. 네가 우리에게 받은 [가면]의 힘을 써도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나는 전욱의 말에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챘다.

‘…흑웅!!’

지금은 나의 내면에 잠들어있는 흑웅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그 힘을 혹시 내가 각성했는지 알아보려고 방금 전에 암창으로 공격한 것이리라! 일부러 암창으로 막아보라는 듯 대놓고 인과조작도 안 쓴 건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러나 그 힘을 지금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실망한 듯 했다.

그 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제곡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군.]

제곡에게 좌중의 시선이 쏠리자 그가 느긋하게 말했다.

[사도 백웅. 서둘러 우리의 [가면]을 벗겨라.]

“그, 그건….”

[네놈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진신잠력을 개방해서 황제와 싸워보는 수밖에.]

젠장… 역시 그렇게 나오는 건가?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지만 나는 어쩐지 이게 잘못된 행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제의 가면을 벗기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지?’

여태 그들의 가면을 벗긴 적이 없어서 짐작도 안 간다.

일단 내 목적은 여기서 황제 공손헌원을 만나는 것 까지였다.

그런고로 오제들의 힘을 해방하는 게 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판단하기가 무척 난감했다. 하지만 아무리 지금 내 머리회전이 잘 돌아간다 하더라도 이런 미지의 상황까지 대처할 수는 없다.

감조차 오지 않는 이런 상황은 오랜만이다.

그래서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한켠에 앉아있던 소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빨리 해라!! 이 무능한 놈! 네놈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아, 잠시….”

소호의 눈에 혈광이 맺혔다.

[우리가 시킨 계획에 따르지 않고 멋대로 진행해버리다니, 이 사단을 뭐라 변명하겠느냐? 네놈부터 죽여주랴?]

스스스

소호의 화신에게서 파멸의 빛이 일렁이는 걸 보면 꽤 화가 나 있는 게 분명했다. 소호가 더 화나게 되면 이것저것 안 따지고 날 죽일 수도 있기에, 나는 더 이상 변명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제일 가까이 있던 전욱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럼 벗기겠습니다.”

[…….]

전욱과 시선이 마주치자 전욱은 한동안 나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뜻밖의 말을 했다.

[본좌는 마지막으로 하겠다.]

“네?”

[다른 놈부터 해라.]

어째서지?

“알겠습니다.”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전욱이 하라는대로 하기로 마음먹고는 바로 옆에 있던 소호에게 갔다.

[이노옴…. 가죽을 벗겨서 튀겨버릴 놈.]

“버, 벗기겠습니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나서 부들거리는 소호를 향해 그대로 의념천주를 써서 절기를 시전했다.

만상지투(萬象之偸)

가면 벗기기!

투확 하며 내 만상지투의 의념이 소호의 화신의 얼굴에 닿였다. 그리고 그 순간 만상지투 너머로 겉모습뿐인 화신이 아니라 소호의 진체(眞體)가 느껴졌고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몸뚱이에 잠시동안 전율했다. 우주를 멸하는 붕조의 압도적인 마력을 느끼자 잠시동안 전신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으으윽…. 여, 역시 삼황오제….’

그동안 삼황오제에 준하는 적이나 웬만한 마왕을 뛰어넘는 적을 만나기도 했지만 역시 진짜배기는 달랐다. 마음만 먹으면 은하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우주적인 마력과 권능은 정말로 격이 다른 것이다. 나는 아직 내가 이들의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걸 실감하고는 그대로 진흙탕에서 더러운 부분만 닦아내는 감각으로 가면을 벗겨내려 했다.

덜컥!

‘으음?!’

문제는 내가 내 스스로 가면을 벗길 때와는 달리 1차적으로 가면의 위치를 감지하는 건 성공했지만 가면의 겉을 잡는 순간 무척 뻑뻑하게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 자리에 못과 망치로 가면을 고정시킨 것처럼 도저히 소호의 가면을 만상지투로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이익…!!’

삐질거리며 땀이 난다. 전력을 다해서 힘을 불어넣어 봤지만 이전에 내 가면을 벗길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예상도 못했기에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저번에 뭐든지 한다고 약속을 했었지?]

갑작스럽게 머릿속에서 전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나는 흠칫했고, 전뇌자의 말이 이어졌다.

[대답해.]

설마 저번에 만상지투로 사도의 가면을 벗겼을 때 말이냐?

…약속을 하긴 했었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라는 이야기를 하는거냐.

전뇌자가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원래 만상지투로는 상위존재의 ‘가면’을 벗기기 힘들어. 무(武)의 굴레를 벗어나게 되면 가능하겠지만 만상지투의 무예가 무신(武神)에게 귀속된 상태로는 불가능하지. 그 이유가 뭔지 알고 있어?]

뭔데?

[삼황오제에게 씌워진 가면, 그리고 사도의 가면은 모두 같은 종류…. ‘하나의 존재’에게서 비롯된 저주이자 제약. 만상지투는 ‘동일(同一)한’ 계열에 속하기에 가면을 벗길 가능성이 존재하는 거야. 하지만 하위(下位)가 상위(上位)를 거스르는 건 본디 불가능한 일이기에 만상지투에게도 한계가 존재하는 것…. 성공률을 따지고자 한다면 당신 스스로의 격이 최소한 상대방에 버금가지 않으면 안 돼.]

……?

[그래서 지금은 본디 오제의 가면을 벗길 수가 없겠지만….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 격차의 한계를 내 연산력(computing power)으로 극복할 거야. 그렇지만 연산력을 소모한다는 건 결국 당신을 도와줘야할 다른 상황에 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진다는 것….]

전뇌자가 마치 확인을 하듯 재차 내게 말했다.

[당신의 지금 선택은 틀린건 아니야. 하지만 옳다는 보장도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삼황오제의 가면을 벗겨볼 생각이야?]

이유를 모르겠군….

옳은 선택도 틀린 선택도 아닌데 내게 이렇게 계속 물어보는 이유가 뭐지?

[강인공지능으로서도 이 이후의 시뮬레이션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야, 백웅.]

예측할 수 없다고?

[그래…. 이건 틀림없이 당신의 전생(轉生)에 거대한 분기(分岐). 이걸 지나치는 순간 분기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야. 그만큼 중대한 이벤트라면 서포터로서 경고를 해야하는 거지.]

…….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전뇌자의 말에 크게 고민했다. 이미 기호기세이긴 하지만 왠지 마음만 먹으면 가면 벗기기를 멈추고 어떻게든 말빨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을 벗기는 행위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게 분명하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이윽고 내면의 의식으로 외쳤다.

소호의 가면을 벗기겠어!!

[알았어.]

빠지지직!!

그 순간 예전에 사도의 가면을 벗길 때처럼 내 만상지투의 손 끝에 강고한 힘이 감도는 게 느껴졌다. 그 힘은 마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이 밀어주듯이 자연스럽게 고정된 가면을 서서히 끝에서부터 떼어내기 시작했고, 아직도 뻑뻑하긴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가면이 벗겨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전뇌자가 도와주는구나!

[오오… 오오오오…!!]

눈앞에 있던 소호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언뜻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황홀해하는 것에 가까웠다. 마치 오래 된 고름을 짜내는 듯한 고통과 환희가 동시에 이어지는 기분이리라.

빠드득….

‘으읍. 좀 걸리는군….’

나는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나면서 마지막으로 가면이 걸리는 부분이 있음을 알아챘다. 마치 갈고리 같은 게 안쪽에서 걸려있는 느낌이었고 이걸 억지로 빼면 가면이 부숴질 것 같았다.

‘그냥 힘으로 가면을 부셔서 빼는 게 편할까? 아니면 손재주로 갈고리를 끼워뺄까….’

나는 대도의 감각으로 어느 쪽이 옳을지를 판단하다가 후자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가면을 부셔서 꺼내면 더 대책이 없으리라는 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중하게 손 끝의 감을 살리면서 힘조절을 해서 가면과 갈고리의 사이부분에 정신을 집중했다.

…여기여기를 살짝 들었다가 모였을 때 아래위로 한번 돌리고 나서 쏵 하고 빼내면….

‘됐다!’

파악!!

갈고리에서 가면을 빼는 그 순간, 내 만상지투가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소호에게서 가면을 벗겨내었다! 나는 내 손에 잡혀있는 가면이 형상화된 채 내 손에 잡혀있는 걸 보자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맴돌아서 씨익 웃었다.

“흐하하하! 이거지.”

[오오오….]

나는 환희에 떠는 소호를 놔두고 힐끔 내 손에 들려있는 소호의 가면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가면을 보자마자 흠칫하고 놀랐다.

“……?! 허억!”

나도 모르게 비명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가면은 어느 새 웬 인간의 얼굴처럼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건 누구야?!’

그 인간의 얼굴은 눈을 감고 있지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기가 느껴졌고 체온조차 느껴졌다. 마치 얼굴가죽만 통째로 도려낸 듯한 기괴함에 나는 전율하며 떨었고, 이 얼굴이 살아있다는 게 틀림없다는 직감이 들었다.

설마 이게 오제 소호의 진짜 얼굴?

아,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소호는 인간이 태동하기 수십억 년도 전부터 은하계에서 활동하던 [옛 지배자]! 한낱 인간의 얼굴로 본질의 가면을 만들 리가 없는 것이다.

…아니 잠깐 가면?

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당연히 이건 소호의 얼굴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소호는….

‘잘 보니 이 얼굴 어디서 본 것 같다….’

머리카락이 없이 이마선만 나와있는 가면이라서 확실한 인상은 알 수 없지만 어쩐지 이 이목구비는 어디서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정식으로 마주친 인물 중에서는 비슷한 인물도 없었고, 나는 흐릿한 기억의 저편에서 언뜻 보았던 인상이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적어도 동료 중에는 이런 얼굴이 없다.

도대체 이 가면의 얼굴은 누구인가?

내가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때 갑자기 소호가 화신을 크게 부풀리며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하!! 드디어… 봉인된 나의 본질을 되찾는구나!]

파아아앗

파멸의 멸광(滅光)이 장내에 터져나오는 듯 했다. 그리고 연신 회색빛의 섬광이 소용돌이 치기를 한참이 지났고, 잠시 후 소호의 광대한 마력이 장내를 찌릿찌릿하게 메울 정도로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우우우….

“커흑.”

나는 잠시 비틀거렸다. 웬만큼 혼돈에 면역력이 있다 생각했는데 소호에게서 번져나오는 마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밀도를 지니고 있었기에 정신이 혼미해졌고 피부가 시꺼매지는 듯 했다. 예전에 봤던 그의 본체가 지니고 있던 힘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쿠구구

소호의 은빛 붕조의 형상이 장내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만 그의 날개에는 흑백(黑白)이 교차하고 있었고 그의 벼슬에서는 황금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소호가 선언을 하듯 말했다.

[멸절(滅絶)의 권능이 성라(星羅)의 권능에 합쳐져서 비로소 완전해졌노라.]

내가 멍하니 그런 소호를 쳐다보고 있자 제곡이 마치 재촉하듯 내게 말했다.

[뭐하느냐? 이번엔 내 차례다.]

“아, 네. 그러면….”

내가 제곡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하하하하하하….”

뭐지?!

나는 흠칫해서 그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곳을 살폈는데, 이윽고 그 웃음소리의 근원이 내 손아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해서 가면을 들어서 보자, 그 가면에 새겨져있던 인간의 얼굴이 눈을 감은 채 낭랑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기괴하다.

삼황오제의 가면을 벗기자마자 대체 이게 무슨 괴이한 일이란 말인가.

나는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삼제들도 굳어서 상황을 살피고 있자 갑자기 가면이 저절로 떠오르며 내 손을 벗어났다.

“어!”

내가 꽉 잡고 있었는데 왜 놓쳤지?

나는 급히 내 손을 떠난 가면에 손을 뻗어서 되찾으려 했지만 가면은 내 손에 닿이지 않았다. 마치 시공간이 영원히 멀어지는 듯한 아득한 느낌이었고, 나는 이게 일종의 권능이라는 걸 알아챘다.

슈슈슈슉

그리고 잠시 후, 그 얼굴에서 인간의 몸뚱이와 팔다리가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얼굴이 허공에 고정된 채 순식간에 인간으로 변신한 그 [가면]에는 이윽고 알몸 대신에 옷이 입혀졌고, 그 옷은 천계(天界) 고선(古仙)의 것이었다.

난데없이 인간으로 변한 [가면]의 존재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입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왕들이여! 다들 오랜만에 뵙소.”

[…….]

그런 가면의 존재를 뚫어져라 주시하던 삼제 중에서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로 전욱이었다.

[홍균도인(鴻鈞道人)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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