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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55화 (1,35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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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이해가 되지 않는다. 눈 앞에 있는 너구리인형을 든 소녀의 모습은 틀림없이 대웅제국 최고의 강인공지능이자 AI인 전뇌자(電腦者)! 28번째 삶에서 500년 후의 대웅제국에서 마주쳤던 존재였다.

전뇌자가 어째서 여기에…?

나는 있을 수 없는 상황에 황망해하다가 머리를 휘휘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꿈이나 환각이야. 또 이런 상황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전뇌자가 소녀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큰 굴레]를 넘는건 원래 불가능하니까.”

“…….”

“또한 여긴 전뇌공간도 아니고.”

“전뇌공간이 아니라고?”

전뇌자는 내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고 잠잠한 시선으로 힐끔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선검이 물에 잠겨 있었고, 나는 그 시선을 보자마자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28번째 생의 메피스토펠레스를 대면했을 때 완벽한 전뇌공간에서는 선검을 소환할 수 없었다! 선검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곳이 전뇌공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퍼뜩 의심이 들어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천우진이 그랬어. 고도의 환술(幻術)은 내 모든 감각을 혼란시켜서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만든다고! 이게 환술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그 말도 맞아. 환술이 극에 이르면 오감, 심지어 육감마저도 봉인시킬 수 있지.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지금 이 상황이 환각이 아니란 걸 증명해주긴 힘들어.”

그러더니 전뇌자가 냉막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면 이 공간에서 까마득한 시간동안 버텨볼래? 환술이 깨질 때까지.”

“……!!”

“궁극의 환술은 체감시간조차 다르게 할 수 있으니 의미는 없겠지만.”

나는 그 말에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눈앞의 전뇌자, 아니 전뇌자일지도 모르는 존재는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전뇌자의 위협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전뇌자가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마치 등평도수(登萍渡水)의 경공을 시전하듯 피빛의 물길 위를 가볍게 걸어온 전뇌자가 나를 지나쳐서 창살 바로 앞에 섰다.

그리고는 창살 뒤편의 괴물을 등지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괴물이 뭐라고 생각해?”

“…모르겠는데.”

“아냐. 당신은 알고 있어. 이미 한 번 본 적도 있어. 단지 모르고 싶다고 여길 뿐이야.”

나는 그 말에 괴물을 똑바로 쳐다보고 고민했다.

‘내가 저 괴물을 본 적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흉측한 괴물을 봤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을 때 전뇌자가 살며시 괴물의 손가락 부위를 조막만한 하얀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이 괴물이 당신의 내면 속 또 다른 인격이거나 한 건 아니야. 하지만 분기(分岐)를 잘못 지나쳤으면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존재. 그 존재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으로 구현화시킨 거야.”

“증강현실? 그 말은… 역시 그 괴물은 환영이란 말이군.”

“맞아. 내 전뇌연산력으로 만들어낸 환영이지만….”

카앙!!

그 순간 갑자기 나와 괴물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창살이 강한 쇳소리와 함께 모두 부숴져 버렸다. 그리고 괴물의 시꺼먼 날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놈의 삼안(三眼)에서 별빛이 뿜어져 나오며 엄청난 마력(魔力)이 맥동하는 게 느껴졌다.

꾸워어어어어!!

놈의 포효를 들은 나는 재빨리 선검을 다시 잡아챘고 전뇌자의 한 마디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실체나 다름없지.”

콰과과광

갑작스럽게 괴물이 입을 쩍 벌리면서 날아온 거대한 괴광선(怪光線)! 나는 그 광선을 의념천주로 감지한 후 그대로 삼보절기로 회피했는데, 역시나 이 공간에서는 내가 무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 같았다.

‘할 만해!’

예전 메피스토펠레스 앞에서는 전뇌공간이라 아무것도 먹히지 않아서 어거지로 뚫고 나왔지만 무공을 쓸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즉시 검에 검뢰를 응축시키며 일단 견제기로 이기어검(以氣御劍)을 시전했다. 그대로 검뢰를 원거리에서 날릴 수도 있었지만 우선은 무속성 공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쐐액

어마어마한 속도로 이기어검이 쇄도해서 괴물의 명치를 관통하려는 순간, 괴물은 자신의 마수(魔手)를 움직여서 그대로 칼날을 잡아챘다.

타닷

“……!!”

뭐?! 이기어검을 보고나서 가볍게 잡는다고?! 순수한 육체능력만으로?!

게다가 이기어검에 실려있는 강기에 스친상처도 나지 않는다!

나는 절대지경고수조차 쉽사리 엄두를 낼 수 없는 괴물의 동력과 신체능력에 일순간 당황했지만 그대로 의념으로 이어진 이기어검에 구궁파천뢰의 뇌령(雷靈)을 원격으로 불어넣었다. 그러자 이기어검에 그대로 검뢰의 속성이 부여되면서 마치 전기톱처럼 치직거리며 강기가 명동(鳴動)했고, 그것만으로도 천하무쌍에 가까운 검뢰의 무시무시한 절삭력이 구현되었다.

‘좋아! 금강석도 두부처럼 자르는 검뢰라면… 어?’

치지직….

그러나 검뢰를 잡은 괴물의 마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 절대지경의 검뢰에 스친자국조차 나지 않는 기색이었고, 나는 그걸 보자마자 놈의 육체가 상위마왕급 이상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적어도 인간세상에서 내 전력을 다한 검뢰에 저렇게까지 반응이 없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천계의 나타태자조차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엄청난 방어력!

내가 약간 당황하고 있을 때 괴물 옆에 서 있던 전뇌자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오키가하라 입해에 있는 뻔한 마물을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앞으로 길어도 다섯 수 이내에 죽을걸.”

“젠장…. 뭘 하고 싶은 거야! 나랑 이 마물을 싸우게 해서 뭘 바라는 거냐!”

“글쎄. 하지만 이왕 싸우기 시작한거 한 번 내기를 해 볼까.”

“내기?”

이어진 전뇌자의 말에 나는 살짝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게 느껴졌다.

“이 괴물에게 한번이라도 유효타를 먹인다면 내가 진 걸로 하고 당신에게 원하는 걸 주겠어. 여기서 나가게 해주는 건 굳이 소원으로 빌지 않아도 이뤄줄 거야.”

“…….”

“할 수 있겠어, 백웅?”

나는 그 말에 이마에 핏줄이 서서 발끈했다.

“내가 전력을 다한 것처럼 보이냐!!”

츠아아아

그와 동시에 나는 눈을 반개하며 의념으로 연결된 검에 진정으로 의념천주로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심기체가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이어진 순간 - 나는 현재 내 최강의 절기 중 하나를 그대로 종(縱)으로 그었다.

무량단(無量斷)!

치리링!

‘간다! 아무리 마왕급 육체라도 이건 못 당해내!’

검뢰만 불어넣은 상태에서도 절삭력은 최강이지만 무량단의 의념을 제대로 썼을 때가 되어야 내 진짜 검술의 진가가 드러난다. 완전히 집중된 무량단은 백련교주의 심천무량조차 베어버릴 수 있으니 여태까지와는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무량단을 긋는 순간 또다시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퓨븅

짧은 파공음과 함께 갑작스럽게 괴물의 육중한 동체가 어느새 내 등 뒤로 돌아와 있었다. 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고, 나는 무량단을 그어벰과 동시에 괴물의 시꺼먼 주먹이 내 머리통을 내려치는 걸 알 수 있었다.

꾸콰쾅

“큭!”

나는 삼보절기를 시전해서 유려하게 피했지만 순간적으로 저 괴물의 속도가 엄청났다는 걸 깨닫고 전율했다.

‘그 짧은 순간에 검뢰에서 무량단이 사출되는 걸 감지하고 그대로 검에서 손을 떼버리며 내 등뒤로 돌아왔다…. 경공으로는 아수라보다 훨씬 위!’

그리고 삼보절기를 시전한 걸로 끝이 아니었다. 괴물은 마치 나를 추격하듯이 똑같은 속도의 경공으로 내게 따라붙었고 그대로 거대한 다리를 휘둘러 퇴법(腿法)으로 공격해왔다.

꽈앙!

나는 놈의 퇴법을 마주 퇴법으로 막았지만 그 순간 비명을 질렀다.

“크아악!!”

투투퉁

나는 핏빛으로 가득찬 통로를 몇 차례나 튕겨가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히… 힘이 뭐가 이래?!’

순수한 근력에서 현저하게 밀렸다! 여태껏 천년설삼과 영약을 수십 번이나 먹은 내공으로 신체를 강화했을 때 내 근력은 지진도 일으킬 정도라서 누구한테 힘으로 밀린 적은 없었는데, 일순간 퇴법을 교차했을 때 느껴진 근력의 차이는 몇 배나 되었다.

‘미친!! 무슨 거신족도 아니고!’

저 놈의 힘은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져서 폭발하는 것보다 훨씬 단위가 높을지도 몰랐다.

이로써 알 수 있었다.

도저히 내 신체능력으로는 대적할 수 없는 적!

그렇다면 남은 것은 의념절기를 이용해서 기술로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나는 튕겨날아가다가 허공에서 빙글 몸을 회전시키며 그대로 전신에 구궁파천뢰를 끌어올렸다. 뇌령이 전신에서 회전하며 감응을 시작했고, 이윽고 구궁파천뢰의 일백을 시전할 준비가 끝났다는 게 느껴졌다.

그 때 멀리에서 통로를 울리는 듯 낭랑한 전뇌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상성이 안 좋으니까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랬다가는 아마 한 방에 죽을 테니까.”

“웃기지 마!!”

나는 버럭 소리를 치면서 그대로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구궁파천뢰야말로 순수한 파괴력에서는 지금 내가 가진 절기 중에서 최강! 이게 안 먹히면 저 놈의 육체를 꿰뚫을 방법은 거의 없어.’

구궁파천뢰를 연환해서 일백에서 오황까지 연계시킬 수 있으면 저만큼 단단한 외갑(外鉀)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연계된 절기의 파괴력은 무량단으로 단타(單打)를 넣는 것보다 훨씬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활로 - 동시에 아수라조차 쓰러뜨린 절학이었기에 나는 구궁파천뢰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일백(一白)

천축검(天縮劍)

이흑(二黑)

오행강기(五行罡氣)

나는 아수라와 싸웠을 때와 첫 전개를 동일하게 시전하기로 했다. 우선 일백의 천축검을 이용해서 공간을 크게 일그러뜨려서 놈과의 간격을 내게 최대한 유리하게 끌어당긴 후, 오행강기를 이용해서 방어를 강화시키며 놈의 호흡을 흐트러뜨리기로 한 것이다.

퉁!

짧은 타격음과 함께 이흑으로 강화된 오행강기에 놈의 가벼운 타격이 튕겨져나가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삼벽(三碧)으로 연계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그 때였다.

지잉 -

바로 눈앞에 있던 괴물의 삼안(三眼)에서 별빛이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별빛의 힘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떨쳐내며 괴물의 전신에서 영기를 피어오르게 한다는 걸 알아챘고, 이윽고 그 힘의 본질을 깨닫고는 흠칫했다.

‘성좌의 힘?!’

그리고 환상과도 같은 찰나의 순간 괴물이 무언가를 외우는 게 들려왔다.

셰파(shefa) 카발리 최종비의(最終秘意)

셰키나(shekinah)의 계(界)

이윽고 괴물의 눈에 새하얀 광채가 가득 머물더니 짤막한 외침이 들려왔다.

절대무효화(絶對無效化)

자자보트(Zahzabot)

쩌엉!

갑자기 나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워지는 것 같았다. 아니 - 새하얗게 비어진 것은 바로 내 몸인 것 같았다. 내가 끌어올린 모든 구궁파천뢰의 뇌령(雷靈)이 모조리 사라져버린 데다가 전신에 응축되어 있던 모든 의념과 내공이 해산(解散)당한 것 같았다. 게다가 의념천주조차도 갑자기 감지되지 않아서, 나는 잠시동안 철저한 무능력자로 변한 것 같았다.

뭐… 뭐지?

내가 검을 들고 멍하니 서 있을 때 괴물이 그대로 자신의 왼쪽 손을 들어 올려서 거기에 가득 힘을 모았다.

퀀텀 크래프트(Quantum craft)

살신병장(殺神兵裝)

치링!

그와 동시에 괴물의 손 위에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칼날이 박힌 장갑이 씌인 것 같았다. 그리고 괴물이 끼룩, 하고 기묘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내 명치를 향해 휘둘렀다.

콰과광

“컥… 크헉.”

나는 찰나의 순간에 신력만큼은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신력을 극도로 집중해서 명치에 모았고, 그 덕에 몸이 산산히 부숴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그저 바위덩어리에 쎄게 맞은 정도였고 이 정도면 버틸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신력을 쓸 수 있다면 반격이 가능하지!’

나는 그와 동시에 눈에 가득 힘을 모아서 외쳤다.

“광 - 선!!”

평소에 별로 쓰기는 싫었지만 눈알광선을 맞고 멀쩡한 놈은 없었다!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엥?!”

이거 왜 안 나가?!

내가 경악을 하고 있을 때 어느 새 괴물 옆에 서 있던 전뇌자가 말했다.

“자자보트는 카발라의 힘을 쓰는 주술이니 신력만큼은 봉쇄할 수 없지. 그래서 신력을 파괴하는 병장으로 당신의 신력도 무효화시킨거야. 그래서 눈알광선도 더 이상 쓸 수 없어.”

“뭐?! 그런 게 어딨어!”

“갓 슬레이어(God slayer)가 되기 위해 초상능력을 수십 회차동안 갈고닦으면 이 정도의 전술은 기본이지.”

“…….”

전뇌자가 얄미운 말투로 싱글싱글 웃었다.

“이제 당신은 완전히 무력화되었어. 예견한대로 다섯 수 안에 죽는 거야. 지금까지도 이 녀석의 잠재력의 절반 이상을 봉인시키고 많이 봐주긴 했어.”

“제길!!”

나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어떻게든 검을 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공과 의념, 신력, 마력 등등 내가 아는 모든 힘이 봉쇄되어버린 것 같았고 극한의 무력감이 닥쳐왔다.

정말 여기서 죽는 건가?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지만 너무 뜬금없이 죽는 거라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아니야…!!’

이렇게 된 이상 뒷감당 안 하고 마지막까지 발악해 보자!

“사대신기 아그니여!! 염총(炎銃)을 부탁한다!”

대가는 내 몸에 남아있던 모든 잔여마력이다!

화륵

내 외침과 함께 아그니가 권총의 형태로 내 손에 쥐어졌다. 그러자 전뇌자가 눈에 이채를 띄며 말했다.

“급하면 신기와 일일이 교섭하지 않고도 정령신의 형태로 소환할 수 있다? 벌써 그 정도로 사대신기를 다룰 수 있게 된 거야? 무공과 술법의 재능은 없으면서 이런 쪽으로는 나름대로 발전속도가 빠르네.”

“죽어!”

타앙!!

정조준을 해서 아그니가 발사된 순간 - 괴물은 더 이상 피하거나 막지 못하고 그대로 몸의 상단에서 삼 할 정도가 뜯겨져나가듯이 훼손되었다. 아그니는 발사되는 순간 인과를 조작하기 때문에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꾸워어어어….

괴물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아그니로 놈에게 치명상을 입힌 순간, 나는 전신에 엄청난 피로감이 닥쳐오는 걸 느끼고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첨벙

“허억… 허억….”

혈류(血流)에 무릎이 담긴 채 전신이 땀으로 젖어서 숨을 몰아쉬고 있자, 전뇌자는 크게 한 방 먹은 괴물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역시 사대신기야. 지금의 당신과 이 괴물 사이에는 하늘과 땅 차이의 역량차가 있는데 한 방으로 뒤집을 수 있게 해주는구나. [날개]를 안 썼긴 하지만.”

“허억… 헉…. 작작 해!! 약속대로… 하라고!!”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전뇌자가 말했다.

“일단 약속대로 당신에게 지금 상황을 말해주겠지만 ‘이건’ 벌써 회복되고 있어.”

“뭐라고?”

“이걸 봐. 이 녀석도 해치우지 못해서는 앞으로 사대신기도 한계가 있지.”

우드득 우드득

“…….”

전뇌자의 말대로였다. 괴물은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몸을 재생시키면서 회복하고 있었다. 나는 저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을 보면서 어이없어서 말했다.

“말도 안 돼!! 아그니는 파괴력뿐만이 아니라 불의 권능으로 회복을 못 하게 하는데 어떻게…!!”

전뇌자는 냉막한 눈으로 괴물을 쳐다보며 말했다.

“신기 아그니의 힘 또한 강대한 신력. 같은 신력을 소모해서 회복불가의 저주를 상쇄하면서 회복력을 되살리는 거야. 내면의 세피로트 6계를 응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  물론 상급신인 아그니의 신력을 중화시키려면 연비가 안 좋지만 이런 식으로 사대신기가 파해당할 수도 있지.”

“뭐?! 저 놈이 신력도 갖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

“말이 돼.”

이어진 전뇌자의 말에 나는 눈이 크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이건 바로 당신이니까.”

“……!! 뭐?”

“정확히는 그걸 연산해서 이 공간에 만들어낸 전투용 더미(dummy)지만.”

스르르르….

잠시 후 괴물이 마치 가루처럼 흩날리더니 사라져 버렸다.

내가 멍하니 서 있을 때 전뇌자의 말이 이어졌다.

“당신이 외신 주시자를 만났을 때 보았던 1000회차의 백웅과 싸워본 소감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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