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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53화 (1,35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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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서 여동빈의 사당에 있는 철검을 손에 쥐었다.

‘역시 별다른 영기도 힘도 부여되지 않았어…. 그냥 평범한 녹슨 철검이다.’

그냥 잘 정련된 철검만도 못한 장식용 무기에 불과하다. 이런 잡스러운 무기라도 내가 의념을 불어넣고 쓰면 절세명검에 못지않기에 사실 무기의 질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이게 어딜 가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엔 신경쓰지 않았는데 조금 신경쓰이는군….’

망량선사와 천우진은 없는 세계에도 철검은 있다니.

도대체 이 철검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달기가 말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 더 이상 묻지는 않겠다. 대신 본녀와 함께 태음지계(太陰之界)로 가자.”

“…….”

“어찌되었든 본녀는 네 부탁대로 칠요를 모으는 일을 도와주었다. 그 대가로 태음지계로 가기로 했으니 더 이상 거절은 받지 않겠다.”

아 맞다.

달기 저 녀석 나를 이용해서 태음지계라는 곳으로 가려고 했지?

‘이전에는 태음지계가 뭔지 몰라서 아는 척 거짓말을 했었는데 큰일났군….’

일대일로 이렇게 집요하게 찾아올 정도면 어물쩡 대해서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 문제는 내가 예전에도 둘러대기만 했을 뿐 달기가 말하는 ‘태음지계’가 무엇인지, 달기가 왜 거기에 가려는지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이래서는 더 이상은 임기응변으로 둘러댈 수가 없다. 하물며 폭력을 행사해서 남을 굴복시키는데 익숙한 달기를 상대로라면 자칫하다가는 여기서 죽을수도 있다.

‘…일단 시간을 끌어보자.’

나는 단칼에 대답하기보다는 대화 속에서 단서를 찾아보는 게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슬며시 달기를 쳐다보며 말했다.

“달기. 네 목표는 결국 멸망을 피해서 다른 세계로 탈출하는 거지?”

“왜 갑자기 말을 돌리느냐?”

“태음지계로 데려다주는 건 복희의 제자인 나로서도 각오해야하는 일. 하물며 네가 태음지계에서 뭔가를 훔치려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정도는 물어볼 수 있지 않느냐?”

“흐음…. 그래. 내 목표는 이 세계를 떠나 다른 외우주로 가는 것이다.”

순순히 대답한 달기가 말을 이었다.

“너라면 내가 어떻게 탈출할지 짐작하고 있겠지. 전에도 말했듯이 법문이 있는 곳으로 바로 도약할 것이다. 이 세계가 급박히 흘러가는 게 느껴지니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노라.”

“…….”

법문….

‘그래, 맞아. 전에 태음지계를 이용해서 법문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했어. 그렇다면….’

달기를 따라서 태음지계에 갈 수 있으면 공짜로 법문의 위치를 하나 알아내는 게 아닌가?! 그 위치가 만일에 원래 세계에 있는 법문과 같다면 나는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동시에 나는 다른 생각도 들었다.

‘어라? 잠깐만…. 그렇다면 법문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백련교 천암의 제단에 존재하는 그 법문을 얻으면 법문조각 하나는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이걸 달기한테 말해줘야 하는걸까?

달기의 중간목표 또한 법문조각이니 태음지계로 가는 걸 생략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 달기 저놈이 내 동료도 아니고 일부러 법문조각 하나를 안겨줄 필요는 없지. 법문조각을 얻어서 저 놈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도 모르고.’

도리어 백련교의 법문조각이라는 이 정보를 아껴두어야 나중에 이득일 듯 하다.

내가 계속 침묵하고 있자 달기가 역정을 내는 듯 했다.

“본녀는 네 부탁을 다 들어주었는데 이렇게 의리없게 나올 셈이냐? 복희의 제자라는 이름이 부끄럽구나!”

“자, 잠깐만. 사실 고백할 게 있다.”

“무슨 고백?”

지금부터 잘 진행해야한다…!!

보통 방법으로는 달기의 추궁을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잔머리를 굴리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난 복희의 제자이지만 술법을 못 쓴다. 그래서 태음지계로 데려다주기 힘들어.”

“……?”

내 말을 들은 달기가 황당해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술법의 신이자 창조자 복희의 제자인 주제에 술법을 못 쓴다고? 그걸 지금 본녀에게 믿으라고 하는 것이냐!”

“정확히는 이런 식이야. 혼원지순!”

파앙

잠시 후 내가 약간의 신력을 써서 술법을 쓰자 혼원지순의 방어술이 내 몸에 펼쳐졌다.

“잠깐. 그건?”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달기에게 나는 처연한 어조로 말했다.

“보면 알겠지만 나는 이런 초급술법을 신력의 힘을 빌어 억지로 전개하는게 한계다. 중급 이상의 술법은 아예 쓸 수가 없어. 그나마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유물을 모은 덕에 신력의 도움으로 술법을 힘으로 전개할 뿐이다.”

“뭐…?”

“나는 술법에 재능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아무리 배워도 술법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해서 감히 복희님의 제자라고 밝히고 다니지 못했던 거다.”

“…….”

“술법이 아예 안되니까 무공을 수천년동안 익히고 다녔던 거고.”

“미친소리를….”

달기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전면적으로 내 말을 부정하진 못하는지 의혹 또한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대요괴이자 마왕인 달기이기에 내가 방금 술법을 발현한 방식이 정상적인 술법사가 아닌 요괴의 방식이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리라.

달기 또한 거짓말을 눈치챌만큼 상당히 눈치가 빨라보였지만 내 말을 섣불리 의심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술법재능이 없어서 신력으로 어거지술법을 쓴다는 말은 다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달기에게 어느정도 내 말이 먹혔음을 느끼고는 말을 이었다.

“너도 알겠지만 이런 버러지같은 술법실력으로는 태음지계가 어디있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그곳으로 향할 술법을 시전할 수 없다. 최소한 신술(神術)을 써야하는 게 아니냐?”

“…그렇다.”

“차라리 나 말고 다른 신술사용자를 찾아야 할 터. 하지만 얼마 전 천계 곤륜성에 가봤을 때 그 곳에 신술을 쓸 수 있는 고대신선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네 목표는 이대로는 이룰 수 없다.”

달기가 멍하니 있다가 이윽고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 치자. 그렇다면 네놈은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칠요를 찾는 일에 본녀를 이용해먹었단 말이냐?”

“어차피 나를 무력으로 겁박하러 왔었으면서 무슨 신뢰가 있었다는 듯이 말을 하느냐? 내가 그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우리를 공격해서 몰살시킬 생각 아니었느냐.”

“오냐…. 지금이라도 네놈을 찢어죽여서 본녀의 실수를 바로잡아보리라.”

스스스스

달기가 힘을 끌어올릴 때 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걸 깨닫고 힘이 맥을 타고 오르기 전에 단칼에 끊듯이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내 이름을 걸고 외우주를 넘는 법은 가르쳐줄 수 있지.”

멈칫

달기가 내 말에 경직되었다. 그러더니 의혹과 분노가 범벅이 된 말투로 말했다.

“네놈이… 아주 본녀를 놀리려 작정을 했구나.”

“왜 놀리려한다고 생각하지? 난 아까부터 최대한 정직하게 얘기하고 있어. 내 [이름]까지 걸었잖아.”

“…….”

그렇다. 달기가 내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일단 들어볼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그녀가 [이름]을 건다는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말에 [이름]의 약속을 끌어들여서 공신력을 내걸었기에 달기는 내 말을 무시할 수가 없다.

나는 말을 이었다.

“모로 가도 목표에만 도착하면 되지 않느냐? 어차피 나도 멸망하는 이 세계에 계속 있을 생각은 없었다. 복희님께서 내게 내려주신 사명만 다하게 되면 너와는 다른 방법으로 이 세계를 탈출할 계획이었다.”

“그건 어떤 방법이냐?”

“그 전에 약속 하나 해라. 날 도우라는 말은 안 할테니 적어도 오늘만큼은 나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그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입을 열지 않겠다.”

“…약속하겠다.”

달기의 약속을 받자 나는 드디어 이야기의 흐름이 내 쪽으로 흐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긴장되어서 심장이 콩닥거렸지만 겨우 안정감을 찾으며 말했다.

“내 사명은 복희님의 [예언]에 등장했던 종말의 징후를 읽고 최악의 결말을 피하기 위하여 황제 공손헌원을 암살하는 것! 그걸 위해서 지금 육요를 다 모았으며 육요가 결집되었을 때 삼황오제가 모이는 그 순간에 황제를 암살할 준비가 끝났다.”

“……!!”

갑작스레 중요한 기밀정보를 들은 달기가 움찔하자 나는 몰아붙이듯 말을 이었다.

“본디 나는 암살이 성공하고 나면 상황을 봐서 탈출계획을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 나온다면 황제를 암살하기 전에 네게 외우주로 가는 법을 알려줄 수밖에 없겠구나. 네가 나를 방해하는 게 더 성가시니까!”

“흐응…. 그렇단 말이지.”

달기는 완전히 분노를 거둬들이고 냉정해진 듯 했다.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던 달기가 말했다.

“좋다. 그 방법만 알려준다면 네가 본녀를 이용해먹은 건 없던 일로 하겠다. 어서 말해보거라.”

“아니. 이대로는 말할 수 없어.”

“뭐라고?”

나는 진심으로 귀찮은 걸 보는 듯한 표정을 연기했다.

“암살을 도와달라고까진 안 하겠지만 성가신 놈 하나 떨치는 대가로 내가 너무 손해보는 거잖아. 하다못해 네가 태음지계에서 뭘 하려 했는지, 그리고 어떤 원리로 법문이 있는 곳으로 가는건지 그 얘기를 다 해줘야겠어. 사실 나도 어렴풋이만 알고있는 것들이니까.”

“…….”

“어차피 외우주로 가는 다른 방법은 나도 알고 있어. 각자가 알고있는 방법을 교환해보자는 것 뿐이지.”

“과연… 이해했다.”

달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네 제안에 응하마. 각자의 정보를 교환하자꾸나.”

“잘 생각한거야.”

나는 무표정하게 대꾸하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싸! 어물쩡 넘기는 걸 성공했다!’

조금만 대화의 흐름을 잘못 잡았으면 바로 이 자리에서 달기와 목숨걸고 싸워야 했으리라. 달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있어서 더더욱 피하기 힘든 싸움이었을 테지만 말빨로 넘기는 걸 성공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달기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먼저 말해줘야겠다. 본녀가 호구도 아니고 네가 내 이야기만 듣고 네 방법은 말 안하고 도망치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지. 외우주로 가려면 일단 나일라토프의 도움을 받으면 돼.”

“나일라토프?”

나는 나일라토프가 외우주를 돌아다니는 방랑자이며 다른 곳으로 갈 능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내게서 나일라토프 이야기를 들은 달기는 못믿겠다는 기색이었지만 나는 내 시계를 들며 말을 이었다.

“이 시계의 순간이동능력을 쓰면 나일라토프가 있는 곳으로 바로 갈 수 있어. 네가 나일라토프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면 외우주를 넘어갈 수 있다. 이건 내 이름을 걸고 진실이다.”

“호오…!!”

“다만 변덕스러운 놈이니 네 부탁을 꼭 들어줄지는 모르겠군.”

이런 정보를 거침없이 말해줄 수 있는 이유도 사실 나일라토프의 변덕 덕분이다.

그냥 변덕만으로 난데없이 나를 외우주로 납치할 정도로 정신병자같은 새끼이므로 달기의 부탁을 순순히 들어줄 리가 없다.

“후후후. 좋은 정보가 맞구나. 그러면 본녀도 말해주마.”

달기가 서서히 자신의 섬섬옥수를 들더니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음지계와 태양지계는 여와와 복희가 수십억년 전 신좌(神座)에서 내려올 때 자신들의 힘을 일부 봉인해 둔 이차원(異次元)이다. 본녀는 그곳에서 그들의 원초적인 힘, 음양(陰陽)보다 더욱 오래된 인온(氤氳)의 권능을 손에 넣으려 하노라.”

“인온?”

뭐지? 처음 듣는 얘긴데?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복희나 여와는 내게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었어. 그리고 뭐 하러 일부러 힘을 봉인한다는 말이냐. 그리고 황제와 싸우면서 밀린다면 그 봉인된 힘을 다시 가져왔어야 했는데 왜 안 가져온 것이냐.”

“왜냐하면 그들이 원해서 봉인한 힘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무슨 소리냐?”

“자세한 건 본녀도 모르지만, 허공록(虛空錄)이란 존재가 그들을 신좌에서 내보낼 때 일부러 어느정도의 힘을 남기고 가도록 명했던 모양이다. 다만 그 힘은 태초의 껍질이며 알의 잔해와 같은 것이므로 계륵과 같은 것이었지.”

“…….”

“여와와 복희가 굳이 그 힘을 되찾으려 하면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속성과 완전히 다른 원초의 권능을 흡수할 경우 그들의 정체성이 붕괴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태음지계와 태양지계를 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것이지.”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리 격높은 신이라 해도 강대한 권능을 잘못 흡수하면 정체성이 달라질수도 있으니, 여와나 복희같은 경우는 더더욱 되찾으려 하지 않으리라. 굳이 그런 힘을 되찾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충분히 강했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왜 복희와 여와만…?”

“그들만 그런 게 아니다. 신좌에 속한 자들은 다 그런 원초의 권능을 봉인당했다고 들었다.”

“…….”

그렇다면 황제나 흉신같은 자들도 그런 차원계가 따로 있다는 건가?

정말 처음 듣는다.

‘신좌에서 내려온 격조높은 신들이 허공록에 의해 강제로 힘의 일부를 봉인당한 채 내려온 거였다고?’

그리고 그 힘은 본인의 의지로 되찾기도 힘든 것이라니!

나는 그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다가 말했다.

“…그래서 너는 여와와 복희조차 다루기 어려운 그 원초의 힘을 흡수해서 강해지겠단 거군. 그렇다 쳐도 인온의 권능을 흡수하면 법문으로 도약한다는 원리는 대체 무엇이냐?”

“물론 인온의 권능은 법문과 상관없다. 내가 알고있는 법문의 위치가 무척 성가신 곳이므로 그 곳을 뚫고 법문을 얻기 위해서는 인온의 권능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위치상 태음지계와 태양지계가 있는 곳이 그곳과 무척 가깝기도 하고.”

“법문의 위치가 어디지?”

“그것까지 본녀가 말해줄 이유는 없는 것 같구나, 우후후.”

“…….”

젠장, 정말 중요한 정보는 숨겨버리는군….

달기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본녀는 여와의 음신이기에 이 정도 기본은 알고 있었으나 태양지계와 태음지계의 정확한 위치는 소멸한 그들자신밖에 몰랐다. 혹시나 복희의 제자인 너라면 그 차원계의 위치를 알고있을거라 생각했던건데…. 몰랐다니 아쉽구나.”

“음….”

“아무튼 그럼 나일라토프란 자에게 데려가 다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려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일라토프같은 놈이 달기를 가이아에 들여놓을까?’

그 변덕쟁이에 괴짜같은 놈이면 달기를 난데없이 다른 은하계로 추방해버릴 수도 있다. 아니, 난데없이 마왕같은게 자기 함선으로 텔레포트해온다 하면 나같아도 그럴 것이다.

‘달기가 어처구니없이 사라져버리면 법문의 위치를 알아낼 기회가 없어지는데….’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달기. 일주일만 기다려줄 수 있겠냐? 나일라토프한테서 내가 그 사실을 알아봐 주마. 그 놈이 낯을 가려서 널 없애려 들수도 있으니.”

“또 나를 속이려는 게 아니냐?”

“여기까지 와서 왜 그러겠어? 나는 한시바삐 내 눈앞에서 네가 사라져주면 좋겠는데.”

“우후후, 독한 남자구나. 그러고싶다면 기다려주마.”

“일주일 후에 다시 여기로 와라.”

“알았다.”

파앗

달기의 신형이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그제야 겨우 긴장이 풀려서 한숨을 쉬었다.

“후우.”

어떻게든 달기를 설득해 돌려보냈지만 어쩐지 새로운 법문 또한 얻기가 힘들 거라는 느낌이 든다. 왜 굳이 삼황 중 두 명이 시초에 봉인한 권능까지 얻어야만 법문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일까?

‘하아. 선지자만 있으면 이 고생 안하고도 궁금한 거 다 거래해서 물어볼 텐데 불편하군….’

나는 속으로 불평을 하다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어?”

나는 급히 아스타나로 가서 다시 한 번 외쳐보았다.

“선지자! 거래다!!”

휑한 느낌만 들 뿐이다.

나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말했다.

“메피스토펠레스. 외계의 별으로 갈 수 있나? 내가 좌표를 입력….”

[갈 수 없습니다.]

“젠장. 알았어.”

나는 사도의 권능을 써서 외쳤다.

“전욱이시여, 나와주소서!!”

후와악

사도의 권능 중 소소한 것이지만 원할 때 전욱의 화신을 불러내어서 대화할 수 있는 권능!

제왕의 제관을 쓰고 있는 인간형의 화신이 내 앞에 나타났다.

[백웅. 시킨 일은 다 했느냐?]

“네! 근데 저기….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무엇이냐.]

“혹시 선지자와 그 일족을 아십니까?”

그러자 전욱의 화신이 무척이나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건 또 뭐하는 놈이냐!]

“…….”

그렇구나.

삼황오제가 모를 정도라면 아예 없는 것이다.

‘이건 도대체…?’

외우주에는 선지자가 없다.

여태껏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달마 때는 그냥 찾을 여유가 없었던 것뿐이지만 이번 외우주는 다르다. 거의 우리 세계와 비슷한 역사가 진행되었고, 종말을 앞두고 있는 중대한 상태인데도 자칭 종말의 기회를 노리는 선지자는 전혀 존재치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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