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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38화 (1,33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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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저 거대한 괴물, 할치올레이푸라를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원래라면 생경한 적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몰라 탐색전을 하려 들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저 놈의 능력은 이미 알고 있다. 총 두 가지!’

석화(石化)!

치환(置換)!

돌로 만드는 능력과 [바꾸는] 능력.

얼핏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초상능력이었지만 이 2가지 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며 사용자가 외계의 최강급 사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할치올레이푸라가 어떤 식으로 능력을 쓰는지를 알고 있었으므로 대처법 또한 알고 있었다.

‘석화광선은 치명적이지만 직접적이라서 어떻게든 물리적으로 피할 수 있어. 진짜 위험한 건 치환능력이다!’

전투경험도 쌓일 만큼 쌓인지라 나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내가 나서야 해.’

눈앞의 상대는 개개인의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시간을 주지 않을 만큼의 강적이다. 한 순간 한순간, 그리고 한 차례가 목숨을 가름할 만큼 치명적인 적수다. 저런 적을 상대로는 절대 기회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내 생각대로라면 아마 놈과의 전투는 한 수 한 수 바둑을 두는 것처럼 흘러가게 될 것이리라.

그래서 옆에 있던 공공과 대조영에게 외쳤다.

“공공! 대조영! 저 자는 이계의 대사도 할치올레이푸라. 능력은 석화광선을 내뿜는 것과 치환(置換)하는 것이오. 석화광선은 알아서 피하고 치환능력을 주의하며 싸워야 하오!”

[뭣! 자네는 저 자의 능력이 뭔지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인가?]

“당연하오. 복희 님이 예지하신 미래의 조각 중에 저 자의 정보가 있었소!”

[……!!]

그들은 당황하는 듯 했다. 그 감정에는 불신감 또한 섞여있었고, 그건 방금 전까지의 상황을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것저것 다 알고 있으면서 정체불명인 ‘나’라는 존재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으리라.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발 말 좀 들으시오! 난 최악의 경우라도 혼자 살아나갈 수 있지만 당신들도 살 수 있단 보장은 없소! 저 자는 엄청나게 강력하오.”

[크으으. 내 힘이 다 회복되지 않았다지만 나를 얕보는 것이냐!]

공공은 버럭 화를 냈지만 대조영은 잠시 뭔가 생각하고 있다가 말했다.

“일단 믿어보지. 그래서 치환한다는 건 설마 [공간]을 치환한다는 뜻인가?”

“그것만이라면 무섭지 않을 것이오. 진짜 무서운 건 [시간]까지 조작 가능하다는 것이오.”

“……!! 국지적으로 과거의 시간을 미래의 시간까지 끌어올리거나 반대도 된다는 건가. 그 범위 안에서는 [옛 지배자]의 권능이나 다름없겠군.”

“마, 맞소.”

나는 대조영의 눈치에 깜짝 놀랐다. 겨우 한마디 했을 뿐인데 벌써 치환능력의 무서움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전투경험이다!’

힘의 출력이 초월적이지는 않지만 대조영 또한 나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전투경험을 쌓아온 듯 했다. 이미 초상능력을 쓰는 괴물들과 밥 먹듯이 싸워보지 않았다면 단숨에 저런 정확한 판단은 내릴 수가 없다.

대조영이 힐끔 공공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공공이여. 그렇다면 우리는 신력을 방어(防御)에 집중하자. 그게 가장 유효한 전략이다.”

[…….]

“치환을 상대로는 분산해서 공격하면 각개격파 당할 것이다.”

공공도 약간 화를 가라앉히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자신의 거검을 들었다.

[그렇군. 오요(五曜)를 지닌 백웅을 주공(主攻)으로 하고 우리는 저 놈의 공격을 받아넘기며 백웅이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하는 건가?]

“영 멍청하진 않군. 방어만 하고 있더라도 반격의 기회는 내가 만들 테니 끈질기게 버텨라.”

[흥…. 수백만 년 전부터 몇 번을 싸워왔는지 알긴 하느냐? 네놈이나 잘 해라.]

쿠구구구!!

잠시 후 대조영과 공공에게서 강대한 신력(神力)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신력을 갖고 있다!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예전 28번째 전생에서 내 동료들이 할치올레이푸라를 상대할 때 크게 고전했던 이유는 신력의 보유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사도의 초상능력을 상대로 인간만의 능력으로는 대처할 수 없었고, 초상능력은 신력을 써야 쉽게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조영도 공공도 강한 신력의 보유자였으므로 어느 정도는 할치올레이푸라의 석화와 치환능력에 모두 대응가능했다.

치리리링!!

나는 곧장 목갑에서 오요를 모두 꺼내서 의지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의념에 의해 오요가 허공에 둥실 뜨면서 서서히 신령스러운 빛을 뿜어내었다. 나는 오요에 정신을 집중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힘이 반감된 칠요라지만…. 가능할까?’

오요공명(五曜共鳴)!

여태껏 그걸 해낸 존재는 제천대성밖에 없었고 나는 육요공명을 하려다 삼요공명에서 한계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이후에는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사요공명을 하거나 혹은 꿈속의 세계에서나 사요공명을 써보았으며 혼자서 오요공명이나 육요공명을 성공한 적은 아직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주로 쓰는 건 쌍요공명이었던 것도 가장 안정적이고 무리 없이 힘을 증폭시키는 실질적 한계가 쌍요까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역량은 예전보다 현격하게 늘었고 어쩌면 오요공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칠요는 계약의 끈이 떨어져서 힘이 반감되어서 반작용도 덜하지 않겠는가? 나는 서서히 정신을 집중하며 칠요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월요, 화요, 수요, 목요, 토요 -

차례대로 한 번씩 저마다의 색깔을 빛내며 영기(靈氣)를 뿜어내는 게 느껴졌다. 나는 각각의 칠요에서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영기의 구슬 같은 게 느껴졌고, 거기에서 희미한 실선이 마치 벌레 기어가는 듯한 속도로 옆에 있는 칠요로 연결되는 중인걸 알 수 있었다.

‘칠요공명을 한꺼번에 하면 이런 느낌이구나.’

틀림없다. 이 영기의 선(線)이 다 이어지면 그 순간 오요공명이 시작된다.

하지만 처음이라서 일까? 무척 느리고 지지부진하게 오요공명이 진행되었고 나는 막대한 체력과 신력이 소모되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쌍요공명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소모율이었기에 나는 더럭 겁이 났다.

‘이, 이런 제길! 발동하기도 전에 신력을 절반이상 쓸 것 같은데! 전신에 힘이 빠진다….’

필요로 하는 역량의 기초조건이 무식하게 높다!

틀림없이 원래 세계에서 정상적인 칠요로 오요공명을 하려 하면, 지금의 나라도 중간에 포기해야만 했으리라!

반감된 칠요조차 이 정도라면, 과거 혼자서 오요공명을 해낸 제천대성은 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위이잉

하지만 신력이 어느 정도 소모되자 확실하게 칠요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월요는 백광(白光)을, 화요는 적광(赤光)을, 수요는 청광(靑光)을, 목요는 녹광(綠光)을, 토요는 흑광(黑光)을 뿜어낸다. 요광(曜光)이 강해질수록 선의 진행속도도 빨라졌고 나는 전신의 영기가 계속 증폭됨을 느꼈다.

‘모든 종류의 잠재능력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신체능력 하나만 증폭되는 게 아니다.

내 몸에 잠재되어 있던 신력, 체력, 기력, 영력, 초상능력, 정신력 등의 모든 잠재적인 [힘]에 존재하는 한계가 사라지고 내 존재가 더 고위차원으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쌍요공명을 쓸 때도 힘이 강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의 도야감(陶冶感)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전율했다.

번쩍 -

내가 오요를 이용해서 힘을 모을 때 갑자기 할치올레이푸라가 쩍하고 입을 벌리더니 입에서 석화광선을 발사했다.

[흐아아압!!]

꽈과광

그 석화광선에 반응하여 공공이 달려들어 거검을 크게 내리쳤고, 거검의 강격(强擊)은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석화광선의 전개를 막았다. 그러나 공공은 허공에 그대로 멈춰서서 석화광선을 버틴다고 못 움직이는 듯 했고, 그의 손끝이 돌이 되어 굳어가는 듯 했다.

[큭, 이 놈 정말 강하구….]

“움직이지 마라, 공공!! 실수하면 나도 죽는다!”

버럭하고 기합을 내지른 대조영이 흑마와 함께 대지를 박차고 천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바로 자신의 창(槍)을 회전시키며 멈춰있는 석화광선을 향해 돌격했다.

“위대한 천신(天神) 해모수(解慕漱)여! 나 환인의 사도에게 칠성(七星)의 힘을 빌려주소서!”

절대지경(絶對之境)

성라천제(星羅天帝)

그 순간, 대조영의 흑마와 그의 시꺼먼 창에 은은하게 빛나는 별무리가 맺히는 걸 볼 수 있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별무리는 총 일곱 개였으며, 별무리가 대조영의 전신을 감싸는 순간 그의 영기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증폭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쿠와앗

마치 영기의 대업화(大業火)!

스스로 마치 염마(炎馬)를 탄 기사(騎士)처럼 변신한 대조영이 짧은 순간 자신의 창섬을 가속시키며 석화광선에 뛰어들어 부딪혔다.

파아앗….

그러자 허공에 멈춰있던 석화광선이 갑자기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안개가 되어서 사라졌다. 그리고 석화광선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대조영의 몸 주위에 맴도는 칠성이 마치 불이 옮겨 붙은 구슬처럼 스스로 춤을 추며 안개를 더욱 넓혀갔다.

쿠우우 -

“……!!”

저게 뭐지?

의념천주가 발동한 걸로 봐서 절대지경의 기술인 건 틀림없을 건데 저렇게까지 초상능력을 효율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절대지경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내가 아는 절대지경의 기술 중에는 저런 특이한 성질을 가진 건 없다!

‘아니, 저건 무술이라기보다는 마치 권능 같은….’

위잉

내가 놀라고 있을 때 내 감각에 갑자기 뒤편에서 일 장 떨어진 곳에서 [공간]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

절대지경만의 감각으로 알아챈 것이었고 동시에 나는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그 쪽을 향해 품속에 있던 단도를 꺼내서 어검(御劍)을 날렸다. 마치 빨랫줄처럼 광섬(光纖)의 궤적을 남기며 뻗어나간 단도는 그 자리에 나타나있던 [무언가]를 그대로 관통했다.

푸욱!

내 일격에 당했는데도 내 뒤편에 나타난 무언가는 여유롭게 자신의 손바닥에 꽂힌 단도를 쳐다보며 말했다.

[칠요 중 오요를 모두 갖고 오다니. 너는 누구인가?]

전방에 있는 거대한 형태와 달리 딱 사람크기만큼 작아져 있는 모습.

그러나 나는 그 바싹 말라있는 괴이한 형체를 보자마자 놈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할치올레이푸라. 네가 금요를 지키고 있느냐?”

[모든 걸 알고 왔는가. 후후…. 그래…. 설마 삼황오제가 이제 와서 새로운 사도를 둘 줄이야.]

“어떻게 알았지?”

[나를 이 세계에 파견하신 위대한 존재들께서 방금 정보를 주셨다. 복희의 제자라…. 과연.]

역시 저 놈은 놈의 후견인이라 할 수 있는 [옛 지배자]들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할치올레이푸라는 그렇게 대꾸하더니 자신의 눈을 빛냈다.

[복희의 제자! 그대는 칠요를 모두 모으기를 원하는가? 그것이 황제 공손헌원의 의지인가?]

“…….”

어쩐지 저 녀석은 황제 공손헌원과 나머지 사제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자리에서 놈이 나와 대화를 하려 한다는 걸 느꼈기에 침착하게 대꾸했다.

“너도 나도 위대한 자들의 장기말에 불과하다. 내가 그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오오…. 과연…. 하찮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너는 위대한 존재구나…. 너의 몸에 감도는 위대한 힘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감탄하듯 말한 할치올레이푸라가 자신의 양손바닥을 가슴께로 마주쳐 모으며 말했다.

[대적자여! 신술(神術)을 써라….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위대한 용신 복희가 만들었다는 그 새로운 형태의 마법을 박살내고 싶었노라.]

“…….”

외계의 사도들은 술법을 또 다른 ‘마법’이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한꺼번에 덤벼도 좋다…. 금요를 지키는 게 나의 사명이나니!]

어쩐지 할치올레이푸라는 호승심에 휩싸여있는 것 같았다. 나는 놈이 동시에 삼황 복희의 신술에도 호승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신술을 쓰면 놈이 치환능력과 석화저주로 박살내고 싶어하는 듯 하다.

‘음…. 대화가 되니까 전투없이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대화가 되어도 무조건 싸워야 하는 상황이란 건 이런 건가?

나는 곤란함을 느끼며 솔직히 대답했다.

“난 신술을 못 써.”

[뭣이… 복희가 신술을 창조했을 텐데 제자가 모른단 말이냐?]

“그게….”

[어리석은 소리구나. 어서 신술을 쓰거라!]

아 씨발 더럽게 끈질긴 새끼네.

‘더럽게 쎄기도 할건데. 이 새끼랑 오래 싸우기 싫네….’

방금 전에는 놈이 대화하러 왔기에 운 좋게 습격을 모면했지만 제대로 나를 암살하려고 치환과 석화를 날리면 끝까지 막을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요공명을 써서 내 힘을 강화시킨다 해도 틀림없이 그렇게 쉬운 전투는 아닐 것이다. 저 놈 또한 [옛 지배자]의 지원을 받아서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옛 지배자]와 싸우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

과거 내 동료들을 전멸에 가깝게 몰아갔던 그 실력을 생각하면 도저히 정공법으로 결판내고 싶지 않은 상대다.

‘날로 먹을 방법 없을까?’

나는 끙끙대며 고민하다가 문득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아 그래!!’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스승이 가르친 걸 제자가 다 배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 대신 더 굉장한 술법을 알고 있는데 어디 한 번 받아볼 테냐.”

[더 굉장한 술법?]

할치올레이푸라의 반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공격을 딱 한 방만 맞아봐라. 이걸 맞고도 버틴다면 내가 진 걸로 하고 오요를 다 넘겨줄 수도 있다.”

[호오…?]

“진짜 한 방만 맞아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아, 근데 금요는 갖고 있지?”

나는 팔짱을 끼며 할치올레이푸라를 도발했다.

할치올레이푸라가 사도 특유의 오만함이 담긴 말투로 대꾸했다.

[이 조그마한 육체가 내 본질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옛 지배자]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강대한 본질을 지니고 있노라.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아라.]

“너는 맞아주기로 약속한 거다? 아, 금요 갖고 있지?”

[흐하하하. 나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는 공격따윈 이 우주에서 진정 위대한 자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네가 아무리 복희의 제자라도 그 정도 술법을 가지고 있진 못하다!]

저벅

[자, 해 보아라!!]

할치올레이푸라가 마치 쳐보라는 듯 내 지근거리까지 다가와서 떡하니 양 팔을 벌렸다. 당장 공격해도 될만큼 헛점투성이였다.

“그래서 금요 갖고 있지?”

[끈질기군. 여기 갖고 있다.]

할치올레이푸라가 손 위에 잠시 금요를 소환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만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내가 확인작업을 거치는 동안 어느 새 내 옆에는 공공과 대조영이 와 있었고, 그들은 나를 걱정해서 말했다.

[하지 마라…!! 저 놈 말대로 저 조그마한 몸뚱이는 그저 물질계에 구현한 육신에 불과하다. 진짜 영체는 별의 핵(核)조차 먹어치울 정도로 강대하다.]

“공공 말대로다. 절대 한 방으로는 놈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다. 놈은 우주적 존재이니 지금이라도 그만두게.”

그들은 진심으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할치올레이푸라가 사도 중에서도 최강의 지위에 있으며 실질적인 [옛 지배자]나 다름없다고 보는 것이었다.

‘그래…. 정상적이라면 이 상황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오요공명을 다 한다고 해도 온전한 칠요가 아니니 힘이 본래 오요공명보다 반감될 것이다. 거기에 대라멸진까지 쓴다면 할치올레이푸라를 일격에 멸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라멸진을 쓰고 나면 죽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사대신기를 쓸까?

사대신기라면 할치올레이푸라를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사대신기를 다 쓰는 순간 모든 힘이 고갈되어서 무방비가 될게 뻔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지금 내 상황은 나를 사도로 삼은 전욱, 소호, 제곡이 다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사대신기의 존재를 알게 되면 결코 좋은 반응은 나오지 않으리라. 게다가 아직 황제 공손헌원 얼굴도 못 본 상태에서 사대신기를 낭비할 순 없다.

‘힘으로 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잖아.’

지금부터 내가 쓸 방법은 그런 정직한 정공법이 아니다.

힘만 무식하게 때려 부어서 저런 괴물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건 수백 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나는 할치올레이푸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럼 한다.”

고오오!

나는 오요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어서 끝까지 실선을 이었다. 그리고 다 연결되자 오요공명이 시작되며, 상당한 힘이 내 몸안에서 증폭되는 걸 느꼈다.

‘좋아. 이 정도면 할 수 있어. 평소라면 보이지도 않는 걸 대상으로는, 그것도 차원 너머에 있는 것까지는 불가능하겠지만.’

절대지경의 기술 하나에만 영기의 힘을 집중하면 평소보다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다.

그 사실은 방금 전 대조영의 기술시전에서 확인했다.

당연히 내 절대지경의 기술 또한 평소의 한계를 넘어서 시전할 수 있으리라.

[오요를 공짜로 얻게 되는구나…!!]

“거기 딱 가만히 서 있어!”

나는 다음 순간, 할치올레이푸라에게 덤벼들어서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만상지투(萬象之偸)

츠아아

내 손이 어둠의 공간을 통과하여 보통 인간에게는 절대 감지되지 않는 다른 차원의 이공간에 접촉했다. 평소라면 할 수 없을 일이지만 오요공명 덕분에 힘이 강화되자 내 만상지투는 손쉽게 차원의 경계를 꿰뚫은 모양이었다.

손끝에 딱딱한 감각이 걸린다. 나는 그 감각을 놓치지 않고 마치 병을 따듯이 단호하게 손을 갈고리처럼 만들어서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촤앗

[…….]

나는 어느 새 할치올레이푸라의 등 뒤편까지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할치올레이푸라는 어리둥절해하며 내 쪽으로 뒤돌아보았고, 나는 슥 하고 방금 전 만상지투를 시전해서 훔쳐낸 물건을 슬며시 손바닥 위에 올렸다.

[네 녀석… 뭘 한 거냐?]

“보면 몰라? 필요한 걸 훔쳤잖아.”

[뭐라고….]

할치올레이푸라가 멍하니 있을 때 나는 주섬주섬 물건을 품속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 그리고 난 오요 준다고 약속한 적 없어. 줄지도 모른다고 했지. 안 그래?”

[이 놈…!!]

할치올레이푸라가 눈에서 석화광선을 내뿜는 순간 나는 손목시계를 들어서 외쳤다.

“메피스토!! 우리 셋을 원래 있던 곳으로 이동시켜 줘.”

파아앗!!

석화광선이 날아들기 직전, 나는 대조영, 공공과 함께 원래 있던 천제단으로 되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어떻게든 해냈구나!

그리고 그런 나를 옆에서 쳐다보던 대조영이 질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아무리 악랄한 이계의 사도가 상대라지만 그렇게 거짓으로 기만해도 되는가?”

나는 대조영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요. 뭐하려고 저렇게 쎈 놈하고 목숨 걸고 싸운단 말이오? 금요를 얻는 것도 결국 오제가 나한테 시킨 임무일 뿐이고 힘만 써봐야 나만 손해요.”

“그렇긴 하지만….”

공공은 떨떠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기습을 맞고 나서 달기가 이제서야 놈과 맞부딪히는 게 느껴지는군. 달기와 싸운다고 정신 팔려서 우리를 바로 찾으러 오긴 힘들걸세. 설마 이것까지 의도했나?]

“…….”

[…거기까진 생각지 않았나 보군.]

“뭐 아무려면 어떻소.”

나는 품 속에서 금요를 꺼내며 씨익 웃었다.

“내가 원하는 것만 얻었으면 됐지.”

그렇다.

금요만 얻고 큰 싸움을 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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