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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잠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이런 젠장. 그냥 둘러대본 말이었는데….’
설마 직접 본체가 있는 이공간으로 납치해서 셋 모두와 대면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나는 내심 정신이 아득함을 느끼면서도 여태껏 위기를 겪었던 적이 많았기에 금세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씨발! 그래도 뭐라도 말은 해야겠지? 안 하면 죽을 테니….’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에 머리가 팽팽하게 당겨지듯이 돌아가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입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육요가 다 모인 다음에 육요를 모은 자는 두 가지 진행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한 가지는 황제가 만든 칠요의 시련에 도전해서 인간의 왕이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종말을 유예하는 것입니다.”
[그렇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육요를 모으는 순간 전자가 아닌 후자를 택할 거란 말입니다.”
[왜지?]
소호의 반문에 나는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종말을 유예하는 그 자리에는 필연적으로 모든 삼황오제가 출연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연히 황제 공손헌원도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
“위대한 분들이라면 제가 무엇을 노리는지 이미 눈치 채셨을 것입니다.”
내 말에 삼제는 침묵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바로 전욱이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황제를 암살하겠다는 것이군. 우리 모두의 힘을 이용해서.]
“그렇습니다.”
[아둔한 소리…!!]
전욱은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가 그리 허술한 자라고 생각하느냐? 애초에 그 자리에 등장시키는 것은 황제가 만든 정령체이다. 그 몸뚱이에 의지만 보내서 원격으로 참석하는 것 뿐인데 굳이 본체를 보낸다고? 천하의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황제가 직접 나타날 가능성이 무척 낮다.]
“…….”
[또 하나. 네놈은 가장 중요한 걸 간과하고 있다.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만….”
[삼황이 모조리 소멸했다는 사실이다.]
전욱의 눈에서 암광이 스산하게 뿜어져 나왔다.
[삼황이 존재치 않으며 칠요는 진작에 계약해제가 되어 유명무실한 물건이 되었는데 이제와서 남은 오제끼리 종말의 유예를 합의한다고? 그 무슨 우스꽝스러운 꼴이란 말이냐. 이런 자리에 황제는 더더욱 절대 직접 오지 않는단 말이다!!]
“……!!”
[암살대상이 올 확률이 없는데 암살은 무슨 암살이란 말이냐!]
전욱의 호통에 나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너무나 적나라하게 내 임기응변에 존재하는 헛점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단순히 폭력만 쓰는 폭군이 아니라 지능 또한 출중한 패자라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아, 안된다.
머릿속이 텅 비어서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잘만 나오던 헛소리가 갑자기 턱 막힌 것 같아서 나는 허우적대며 필사적으로 생각만 거듭했다. 이 정도로 생각이 잘 안날 줄은 몰랐기에 나는 큰 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길…. 어, 어쩐다….’
내가 크게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제곡!]
갑자기 내 의견에 동의하고 나선 것은 바로 제곡이었다. 제곡은 새하얀 거인의 몸뚱이에서 팔짱을 끼는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전욱 네 말대로 저 복희의 제자 백웅의 지금 계획은 허황되기 그지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가 황제에게 반항할 방법은 암살밖에 남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
[으음.]
[게다가 황제가 만든 그 공간에는 황제를 늘 그림자처럼 호위하고 있는 만신전의 상위신격들이 동행하지 않는다. 심지어 만신전 내부가 아니기 때문에 황제의 강대한 힘이 반감될 가능성도 높지. 승산은 충분하다.]
소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봐, 제곡. 방금 전욱 얘기를 못 들었나? 승산이 어쩌고를 떠나서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들었을 텐데.]
[그렇지 않다. 우리 셋이 돕는다면 저 계획을 성공시킬 방법이 있지.]
[뭐라고?]
[중요한 건 황제가 그 자리에 오느냐 마느냐가 아닌가?]
제곡이 으스스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만큼 대담한 이야기를 꺼냈다면 스스로 제물이 될 각오도 해야겠지…. 백웅이여.]
“…….”
나는 제곡이 무언가 심상치 않은 계책을 생각해냈다는 걸 알아채고는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두려운 걸 내색하지 않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설마 저를 미끼로 쓰겠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지요?”
[아주 영민하구나! 굳이 설명치 않아도 알아듣다니.]
“…….”
칭찬을 받았지만 도저히 기쁘지 않아서 나는 떫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백웅의 존재 자체를 미끼로 쓰는 게 바로 내 계책이다. 우리가 저 놈을 공동사도로 밀어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무슨 소리지? 밀어줘서 뭐에 쓰겠다는 거냐?]
[육요를 모아서 의식을 치르기 전에 재계약을 하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전욱이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빛내는 듯 했다.
[그렇군. 지금 계약을 해지한 놈들 말고 새로운 물주를 찾는다는 건가? 그리고 신규계약의 힘으로 칠요의 힘을 다시 극대화시킨다는 말이구나.]
[과연 전욱이구나. 그 말대로다. 일요가 없더라도 그 정도 힘이라면 당연히 황제는 직접 나올 수밖에 없겠지.]
[하는 김에 행성의 마력까지 뽑아주는 건 어떨까?]
[그건 좋은 생각이군. 그 정도면 황제도 군침이 돌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소호가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너희 너무 막나가는 것 같군. 실패하면 뒤가 없을 텐데 정말 우리의 운명을 저깟 녀석에게 맡기겠나?]
[…….]
나는 뭔가 나를 빼놓고 얘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기에 급히 이야기에 끼어들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급히 외쳤다.
“자, 잠깐만요! 지금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건지…. 저를 어떻게 미끼로 쓰겠다는 겁니까?”
[복희의 제자여. 그 영민함으로 잘 생각해 보아라. 우리가 너를 미끼로 쓴다는 건 황제에게 가장 그럴듯한 먹이를 던져줘야 한다는 말이다. 무조건 본체를 보낼 수밖에 없도록.]
“그렇겠죠.”
[그렇다면 네놈이라고 하는 미끼를 가장 탐스럽고 먹기 좋게 통통히 살찌워야한다. 네가 엄청난 마력과 인과율을 보유해야만 하지.]
제곡이 스산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칠요의 가계약(假契約)을 설정해서 새로운 6인의 [옛 지배자]를 모집할 것이다.]
“네? 무슨 말입니까?”
[…못 알아들었나? 기존의 지배자들과 계약이 끊겼으니 새로운 놈을 모집해야 칠요가 강화되고 종말의 상징으로 부활할 수 있지. 그리고 동시에 육요의 주인인 네놈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힘이 부여될 것이고.]
“……?”
[그리고 그렇게 강력해진 네놈을 보는 순간 황제는 커다란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겠지. 네놈만 집어삼키면 더 이상 종말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는 무조건 이기게 될 터이니…. 무조건 본체를 보내오게 될 것이다! 크하하하하…!!]
제곡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들어서 눈을 꿈벅거렸다.
“…….”
[…….]
“…….”
[…음…. 크흠….]
잠시 침묵이 흘렀고, 제곡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 되었다. 그리고 옆에서 그걸 지켜보고 있던 소호가 촌철살인을 하듯 한 마디를 날렸다.
[복희 제자는 스승과 달리 돌대가리구나!]
살다살다 내가 소호한테 저런 말을 듣다니!
“아니, 씨발!! 그게 아니라…. 젠장! 얘기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잘 이해가 안 간단 말입니다.”
나는 급히 내 머리가 나쁘다는 걸 감추기 위해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제곡에게 삿대질을 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저한테 몰아주기를 해서 제물로 쓴다 그 말 아닙니까! 맞죠! 그렇게 해서 황제의 본체를 끌어내는 거고.”
[아까부터 그 말을 하고 있었는데.]
“아… 아니 그냥 세 분의 반응을 보려고 멍청한 척을 해봤을 뿐입니다. 다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태연하게 씨익 웃으며 연기를 했다.
“다들 제게 속으셨군요.”
속을려나?
[…….]
[…….]
멍하니 있던 전욱이 갑자기 탄식을 했다.
[본좌가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나!!]
[음. 조금만 더 힘내보게. 황제를 조져야하지 않겠나.]
[…그러지.]
소호가 전욱을 위로하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나 나는 창피함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너무 내 연기력을 믿고 양심없는 행동을 했다는 게 실감났기 때문이다.
그 때 제곡이 말했다.
[우선 계책은 내놨으니 의견부터 통일하지. 나는 이 계획을 진행하는데 찬성이다. 너희는 어떤가?]
그러자 전욱과 소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동시에 대답했다.
[찬성한다.]
[껄끄럽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데도 없지.]
제곡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좋아…. 그러면 백웅을 우리 모두의 공동사도로 삼고, 동시에 새로운 가계약을 맺도록 지구상에 있는 [옛 지배자]를 탐색하러 가자.]
나는 그런 제곡에게 질문했다.
“제곡이시여! 그런데 정식계약이 아니라 가계약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식계약은 본디 [최초의 문자]로만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존재는 알고 있으나 [최초의 문자]를 계약서의 서명(署名)으로 쓸 수는 없다. 그래서 최초의 문자를 쓰지 않고 마력만으로 임시계약을 맺음으로써 칠요의 위력을 일시적으로 부활시킬 것이다.]
“서명으로 쓸 수 없다고요? 창힐이나 팔부신중을 공격하는 데는 쓰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있지?]
“그, 그게 복희 님이 보여준 미래에서 알게 되었….”
[흠. 단순한 주문으로 활용하는 건 상관없지. 하지만 계약서의 서명에 쓸 정도로 응용 가능한 것은 천하에 딱 두 명 뿐이다. 바로 황제 본인과 그 [최초의 문자]를 제작한 창힐 뿐.]
“…….”
[그런데 본좌도 하나 네게 물어볼 게 있다만.]
갑작스러운 제곡의 물음에 나는 긴장하며 대답했다.
“말씀하시지요.”
[이 공간에 요순을 미리 초대했으나 그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네가 직전에 천제단에서 요순을 소환하여 무언가 의식을 치뤘다고 알고 있지.]
제곡이 의심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요순에게 무엇을 했느냐? 어찌하여 그의 반신(半身)만 해방하여 제물로 바친 거지?]
“……?”
반신? 제물?
나는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요순의 거취에 대해 제곡이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의심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걸 알아채고는 이번에야말로 철저하게 감정을 숨기며 말했다.
“저는 원래 요순님을 소환하여 그분의 사도가 되려 했지만 갑자기 사라지셨습니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그 말을 믿으란 말이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니까요. 설마 제가 요순님을 소멸시키기라도 했겠습니까?”
[…….]
내가 투덜거리듯 말하자 제곡은 침묵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납득한 듯 말했다.
[…창힐이라도 습격한 건가. 일단은 알았으니 네놈도 요순을 발견하게 되면 바로 보고하라.]
“알겠습니다.”
[그럼 의식을 시작한다.]
잠시 후 소호와 전욱, 제곡이 동시에 나를 응시하는 게 느껴졌다.
우우웅
그 우주적 존재들이 동시에 안광을 뿜어내며 가공할만한 신력으로 나를 뒤덮었고, 나는 내 전신이 빛무리에 휩싸이면서 갑작스럽게 전신이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되었다.
치지지직!!
“끄아아아악!!”
잠시 동안 전신의 살갗을 인두로 지지는 듯한 격통! 나는 차라리 살갗을 생으로 발라내는 게 나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관자놀이의 혈관을 손가락으로 가닥가닥 뽑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격통이 서서히 멎으며 내 손바닥에는 세 개의 문양이 회전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전륜(轉輪)하는 게 보였다.
우웅….
아마도 이 세 개의 이질적인 문양은 각기 소호, 전욱, 제곡을 상징하는 게 틀림없어보였다. 그리고 이윽고 제일먼저 소호가 입을 열었다.
[나, 소호는 백웅을 사도로 삼음과 동시에 기만(欺瞞)의 가면(假面)을 공유하노라.]
치링!
옥구슬같은 소리와 함께 내 좌면 옆에 하나의 새파란 가면이 떠오르는 게 보였다.
‘이건 뭐지?’
내가 어리둥절하는 동안 전욱 또한 입을 열었다.
[나, 전욱은 백웅을 사도로 삼음과 동시에 폭광(暴狂)의 가면(假面)을 공유하노라.]
치링!
[나, 제곡은 백웅을 사도로 삼음과 동시에 음모(陰謀)의 가면(假面)을 공유하노라.]
치링!!
각기 색깔이 다른 세 개의 가면이 내 얼굴 주위의 삼면(三面)을 장악하니 잠시 동안 주위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가면에 둘러싸이자 오싹한 기분이 들었고 이게 절대 좋지 않은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나는 급히 가면을 떨쳐내려 했지만 다음 순간 제곡이 광소를 터뜨렸다.
[흐하하하하…. 과분한 힘을 받는 대신 우리가 황제에게 받았던 제약 또한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공동사도여!!]
“뭐라고요!”
[걱정 말아라! 그 가면도 나름대로의 권능이 있으니.]
푸콱!!
“크아아악.”
나는 잠시동안 비명을 질렀다. 왜냐하면 갑작스럽게 세 개의 가면이 내 피부로 파고들듯이 꽉 달라붙어왔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치 뚫을 듯한 기세로 파고들던 가면들은 이윽고 스며들듯이 얼굴피부에 흡수되었고, 나는 이질감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 되었다.
‘이건 대체?!’
나는 당혹해서 삼제를 향해 소리를 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까지 가면을 쓰란 말입니까?!”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려면 그 정도는 해 줘야지. 네가 우리를 배신하면 제약이 함께 적용되어 네놈의 몸과 영혼을 파괴할 것이다.]
“제기랄!!”
이러는 게 어딨냐!
지들이 쓰고 있던 가면을 강제로 나한테 씌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에이 씨발!!”
잘은 모르겠지만 이 가면은 엄청 안 좋은 거란 직감이 든다!
‘재빨리 벗겨내야 해!!’
나는 무의식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법으로 의념천주를 이용해서 절기를 시전했다.
만상지투(萬象之偸)
가면 벗기기!
츄왁!
내가 내 얼굴을 훑듯이 만상지투를 스치고 지나가자 순식간에 기만의 가면이 내 손에 잡혔다.
치지직
‘으으으윽…?! 아파!!’
손가락 끝이 너무 아파서 환장할 지경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샘에서 눈물이 줄줄 나오는 걸 느꼈으나 억지로 바늘에 뚫리는 듯한 격통을 참아내며 가면을 굳세게 붙잡았다.
우웅
동시에 엄청난 신력(神力)이 썰물처럼 소비되는 게 느껴졌다. 외계인과 싸울 때 사용했던 신력소모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고 마치 전신의 체력이 모조리 함께 소모되는 것 같아서 현기증이 났다.
원래 ‘이건’ 불가능하다.
만상지투로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제반사항이 너무 많다.
그 사실이 여실히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안 돼!!! 여기서 쓸데없는 제약이 더 걸리면 동료들의 짐이 된다고!!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그 순간 어떤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듯 했다.
[그 약속 반드시 지켜.]
파밧!
불길한 격통이 잠시 멎으며 내 만상지투의 전개가 끝까지 이어졌다.
어느 새 내 손에는 가면이 들려있었다.
‘해냈다…!!’
나는 끈적한 마력을 흘리며 불길한 운명의 빛을 빛내는 기만의 가면을 급히 허공에 내던져 버리고는 다시금 연거푸 두 번을 시전하여 폭광의 가면과 음모의 가면 또한 벗겨내었다.
파밧
뿌드득
“끄에에엑.”
나는 볼품없는 비명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별로 안 아팠는데 마지막 세 번째 가면을 벗길 때는 얼굴가죽이 뜯어져 나가는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다 벗겨내는데 성공하자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천하의 삼황오제가… 이렇게 사람 뒤통수를 치기가 있습니까!! 천하의 대군주들이!!!”
나는 눈에 핏발이 서서 죽음조차 잊고 으르렁거렸지만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
[아니…?]
[어찌 이런.]
하지만 더 놀란 것은 삼제 쪽인 듯 했다.
그들은 지금까지 중에 가장 충격을 받은 듯 움직이지 조차 않았고, 마치 비현실적인 악몽을 보는 듯한 반응에 가까웠다.
그리고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바로 전욱이었다.
그는 어찌나 놀랐는지 평소의 위엄을 잃어버리고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어…. 어찌 황제가 씌운 가면을 벗길 수 있단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