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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34화 (1,33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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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입을 마주치는 순간 나는 내 안에서 폭주하고 있던 마력이 갑작스럽게 달기쪽으로 빨려들어가는 걸 느꼈다. 마치 거대한 덩어리가 응축되어 한꺼번에 꿀꺽 하고 달기에게 넘어가는 그 느낌은 심장이 철렁해질 정도였다.

‘헉…!!’

장기가 떨려나가듯이 몸 안의 세포 하나하나가 달기 쪽으로 빨려나가는 기세! 실제로 내 몸이 빨려가지는 않았지만 내 안의 정력과 기력까지도 한꺼번에 달기에게로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다만 마력의 비중이 압도적이었고 아직 몸 자체는 건사할만 했다.

슈욱….

아니, 도리어 나와 달기의 몸을 에워싸고 시퍼런 연기가 흐른 후에는 내 몸의 운신이 한결 편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마력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가 겨우 이성이 조금 돌아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때쯤 서서히 달기가 입술을 떼기 시작했다.

“후응.”

기묘한 교태(嬌態)가 섞인 달기의 비음(鼻音)이 들려오자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아련한 연분홍색의 안개같은 게 내 시야를 에워쌌다. 나는 이게 극도의 흥분현상이라는 걸 알아챘고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이성이 분산되는 걸 느꼈다.

“다, 달기.”

“기분 좋으냐?”

“…….”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달기의 요염한 몸매가 잠시 흔들리자 거기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섭혼술(攝魂術)에라도 당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그런 술수에 걸렸다면 한 줌의 이성도 남지 않으리라. 내가 멍하니 있자 달기가 내 귓가로 서서히 고개를 낮추었다.

“으읏.”

잘근 하고 달기의 치열이 느껴지며 귓볼에 고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고통은 잠시였고 그보다 더욱 큰 쾌감이 전신에 확 퍼져나오는 걸 알 수 있었다. 심장의 쿵쾅거림이 더욱 심해졌고 달기가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하지만 선명하게 내 귓전에 속삭였다.

“본녀가 누군가를 갖고싶어진 것은 유사이래로 처음이다.”

“잠깐….”

내가 몸에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키려 했지만 달기가 갑자기 양손에 힘을 세게 주며 내 손목을 더욱 강하게 짓눌렀다.

우득

“큭!”

엄청난 힘!!

기력을 실은 내 힘도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데 그런 내가 마치 어린아이취급당할 정도로 달기의 완력은 엄청났다. 아마 방금 전에 내게서 마력을 흡수했기에 더욱 힘의 차이가 나는 것이리라.

달기는 잠시 무표정하게 나의 배 위에 올라앉아서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 것이 되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야! 마력을 가져간건 고맙지만 대체….”

“시끄럽다.”

스윽

그러자 달기는 한쪽 손만으로 내 양손을 제압한 채 섬섬옥수를 움직여서 내 윗옷의 앞섶을 강제로 풀어헤쳤다.

“……!!”

본의아니게 상체가 알몸으로 드러나자 나는 잠시 얼굴이 확 붉어졌다.

‘제, 제길!!’

달기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이야?!

저 녀석 앞에서 이런 추태라니…!!

‘대조영과 공공은 대체 뭐하는 거야! 이런 위기인데 날 안 도와주고….’

나는 급히 고개를 움직여 대조영과 공공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느새 나와 달기의 주변은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운무(雲霧)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런 나를 비웃듯이 내려다보던 달기가 훗하고 웃었다.

“네 마력이 너무 방대한 덕에 그걸 이용해서 잠시 괴리된 차원을 만들었노라. 지금 본녀를 방해할 놈은 없다.”

“빌어먹을! 놔줘!”

“본녀가 뭘 할줄 알고 놔달라는 것이냐?”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

“내 꼬리였던 미호라는 년을 말하는 거구나.”

“…….”

눈치챈 건가?!

단숨에 눈치채고 내 말을 끊어버린 달기의 한마디에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치 초승달처럼 휜 눈으로 미소를 지은 달기가 살며시 새하얀 손으로 내 목젖에서 가슴까지를 쓰다듬다가 말했다.

“미호는 내 꼬리다. 그러니 내 것이 되는 건 미호와 맺어지는 셈이겠지.”

나는 그 말에 울컥해서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개소리하지 마!! 미호는 미호야!”

“흐응…. 그런가…. 이 모습을 좋아하느냐?”

슈르륵

“……!!”

순식간에 내 눈앞에는 미호의 얼굴이 나타났다. 달기가 단숨에 미호의 모습으로 변신하자 나는 크게 당황했고, 달기는 미호의 얼굴로 요염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이런 젖비린내나는 외모가 네 취향인가? 내 인간형이 훨씬 아름다운 것 같은데.”

“사람 놀리지 마라!! 죽일테면 죽여!”

의천검이 요순의 함정인걸 알아챘으니 다음 31번째 삶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어!

그러나 내 말을 들은 달기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죽이긴 왜 죽이겠느냐…?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지금 네 외모야말로 본녀의 취향. 절세의 미남이자 신의 영감으로 만들어진 삼황 복희씨의 얼굴이지 않은가.”

“…….”

이, 이 녀석 설마.

슈욱

다시 달기는 자신의 얼굴으로 되돌아오더니 애욕(愛慾)과 소유욕이 가득해진 혼탁한 표정을 띄었다.

“너를 내 것으로 만들어 이 멸망하는 세상을 탈출하고 나만의 세상을 만들겠다….”

달기의 새하얀 손가락이 내 턱을 살며시 매만졌다.

“그래, 너 정도면 괜찮아…. 소유할 만 하구나.”

“……?!”

나는 그 순간 여태 평생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당한다!!’

내 속에 든 게 백웅이지만 어찌되었든 외견은 천하의 절세미남인 복희의 것!

달기는 그 외모를 마음에 들어해서 일단 나를 덮치고 그 후에 자기의 종으로 만들어 노리개처럼 갖고 놀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여태껏 천하의 추남으로 살아왔던 나였기에 누군가가 나를 강제로 소유하려 드는 상황 자체가 너무 이질적이었기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익.”

내가 고개를 흔들며 탈출하려 했지만 아무리 기와 의념천주를 끌어올려도 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달기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발악하는 게 귀엽구나. 그럼 어디 남은 마력을 다시 먹어볼까?”

“윽! 자, 잠깐….”

“잠깐은 없다.”

다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의사를 꺾듯이 내 손목이 완력으로 묶였고, 달기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왔다. 어떤 남자라도 반할만한 절세미녀가 내게 입맞춤을 하려는 상황인데도 나는 소름이 쭈뼛 돋는 걸 느꼈고, 그건 누군가가 단순한 애욕으로 날 가지려 드는 이 상황이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세, 세상에….’

안돼! 이대로는 미호를 볼 낯이 없어!!

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건 달기는 상관하지 않고 다시금 내게 입을 맞추었고, 이번에는 강제로 입술이 벌어지며 달콤하고 깊은 입맞춤이 이어졌다.

“읍….”

잠시동안 미호, 서문혜, 사공린 등의 얼굴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죄책감과 당혹감, 그리고 달기때문에 강제로 일어난 성욕과 애욕같은 욕구들이 짧은 시간동안 내 뇌속을 파먹듯이 날뛰었다.

그 순간이었다.

마력이 한층 혼탁하게 퍼져나가는 실감과 함께, 누군가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빠르게 재생되는 게 느껴졌다.

[크아아아아아!!]

달기(妲己)는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본체로 변한 상태에서 세상으로 뛰쳐나와 있었고 천하에 두려움을 주는 거대한 구미호(九尾狐)의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울부짖음은 약자에게 자신의 공포스러운 힘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었고, 도리어 천하에 다시 없는 비통한 절규에 가까웠다.

그녀의 귓가에 침략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와가 지니고 있던 혼돈의 힘을 사역하는 음신이란 게 겨우 이 정도인가? 차라리 그 미친 검객 쪽이 더 낫군.”

쿠구구구….

금오도의 천공(天空)에 거대한 태극(太極)이 떠올라 있다. 그 태극은 금오도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했고 마치 뚜껑처럼 금오도라는 이계 전체를 짓누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 태극을 향하여 달기가 절규했다.

[네놈은 누구냐!! 이건 신술(神術)이 아닌데 어찌 신술인 척 나를 농락하는가!]

그랬다.

달기는 지금 거대한 태극진 하나 때문에 수천년간 그녀를 짓누르고 있던 모든 봉인이 해제된 상태인데도 적(敵)에게 단 한 번의 타격조차 주지 못하고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달기가 육탄공격이든 술법공격이든 저주든 그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태극진은 무조건 무효화시켰으며 도리어 음양(陰陽)을 변환시켜 달기에게 큰 타격을 누적시켰기 때문이었다.

본디 달기를 이만큼 밀어붙일 수 있는 태극의 술법은 삼황, 태호 복희씨의 유산인 신술밖에 없다. 태극을 이용한 신술을 쓸 수 있는 고대의 신선만이 보패로 전력을 다해야만 이 정도 위용을 보일 수 있었고 그런 자는 천계 전체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달기는 알고 있었다. 그 자들이 직접 전력을 다하더라도 지금만큼 자신을 압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설령 원시천존이나 태공망이 나서더라도 모든 제약이 풀린 달기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때리기만 하는 건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신술이 아니다.

신술인 척 하는 ‘무언가’이다.

달기의 절규를 듣자 태극진의 중앙에 있던 어떤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흐음, 눈치 못챌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치를 챘군. 끝까지 대라신선인 척 하고싶었는데.”

[네놈…!!]

그 존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하긴…. 금오십천군을 다 잡아먹은 덕이겠지? 그러니 여와의 음신 따위가 여기까지 버틸 수 있는 거겠지.”

그랬다. 달기는 지금껏 술법에 묶여있다가 풀려난 이후 금오십천군을 습격해서 그들을 모조리 잡아먹는데 성공했다. 그 힘으로 요력을 상승시켜서 지금은 삼황오제의 사도라도 짓누를 정도로 강해졌다고 생각한 채 금오도에 머물고 있었는데 - 뜬금없이 ‘저 자’의 방문을 받은 것이다.

달기는 자신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얼마 버틸 수 없음을 직감했다. 이상하게도 저 태극진에서 날아온 공격에 당할 경우, 그녀가 갖고있는 그 어떠한 치유력이나 재생력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네놈은 누구냔 말이다!! 원시천존도 너만큼 강하지는 않다!]

“이런…. 섭섭하구나. 고작 원시천존 따위와 나를 비교하다니.”

[뭣이?]

“그래. 혼연(混然)의 힘을 상대로 이만큼 버텼다면 내 이름 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겠지.”

우웅

‘그’는 신선 특유의 선의(仙衣)를 펄럭거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내뻗어 힘을 집중시켰다.

[……!!]

그 손가락에 집중되는 힘을 보자 달기는 자신이 마치 한 톨의 알갱이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고, 그 사실은 눈 앞의 상대가 지닌 힘이 미증유(未曾有)의 수준이라는 걸 의미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저 자는 우주적인 존재가 분명했다.

“예전에는 천계의 삼청(三淸)인 태허천존(太虛天尊)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그래….”

히죽 하고 웃는 기분나쁜 미소가 달기의 기억 속에서 크게 각인되었다.

“나인교주(螺湮敎主).”

투쾅

[카아아악.]

달기는 나인교주의 손가락에서 날아온 섬광을 맞자 그대로 소멸되어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티끌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너무나 압도적인 힘의 차이 때문에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사라지기 직전 달기는 그 자의 말을 들은 것 같았다.

마치 염증나는 듯한 목소리였다.

“빌어먹을! 역시 각성을 해 버리니 모든 게 시시하군. 이래서 재미없는 각성따위 하기 싫었어. 하지만 다음 판을 위해서는 안 할수도 없고….”

푸념하듯 중얼거린 그 자가 공간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럼 슬슬 승천후보의 한마디를 들으러 가 볼까?”

…….

달기가 다시 의식이 생겨난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그녀는 인간형의 알몸이 되어 금오도의 폐허 속에 널부러져 있었고, 의식이 드는 순간 당혹감을 느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소멸 속에서의 부활!

“아아…!!”

그녀는 전설의 불사조나 봉황처럼 부활능력이 있는 신수가 아니었기에 그 사실이 말도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내면에서 거대한 마력이 웅혼한 힘을 뿜어내며 용솟음치는 걸 느꼈다.

쿠구구구…!!

죽기 전의 몇 배나 되는 마력!

자신이 순식간에 드높은 격(格)의 상승을 이뤄냈다는 걸 알아챈 달기는 경악했다. 어떻게 부활한 것도 모자라서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짐작가는 거라고는 그녀가 금오십천군을 먹어치울 때 광기에 매몰되어 아무거나 다 먹고 다녔는데 그 때 금오도에 있던 어떤 보물이 그녀를 살려주었으리라는 추측이었다.

달기는 다짐했다.

‘나인교주가 있는 한 이 세계의 멸망은 결정되었다….’

지금의 이 힘으로도 나인교주를 이길 순 없으리라는 걸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렇다면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 자를 피해서 말세의 세상에서 탈출하는 것 뿐이리라.

파앗

나는 짧지만 기나긴 입맞춤 속에서 달기의 기억을 보았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달기 또한 그 사실을 깨달은 듯 약간 당혹한 얼굴로 나를 마주보았다.

“네, 네녀석….”

아마 방금 전 기억을 공유할 때 나와 함께 기억을 본 게 아니었을까?

나는 그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달기.”

나는 이미 달기가 내 마력을 꽤 많이 가져가서 이제 내 마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달기가 마치 화수분처럼 무제한의 마력을 다 퍼가기를 두 차례나 했는데도 아직도 마력이 은근히 흘러나오는 걸 보면 정말 엄청난 마력의 양이었다.

나는 그 마력의 양을 느끼며 말했다.

“마력을 원한다면 다 주겠다. 하지만….”

달기의 얼굴이 다음 순간 일그러졌다.

“나는 네 것은 될 수 없어.”

달기가 진심으로 나를 원한다는 게 느껴지지만 거기에 응할 수는 없다.

“……!!”

촤악

달기가 손톱을 흉칙하게 변형시켜서 단숨에 후려치려는 자세를 잡았다. 달기의 힘으로 한 번 휘두르기만 해도 지금의 나는 저항도 못하고 죽으리라. 하지만 달기는 끝내 휘두르지 않고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분노가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깟…. 내 꼬리 따위보다 내가 못하다는 것이냐!!”

“응.”

“이놈!!”

달기가 진짜 살기를 품고 나를 죽이려 할 때 나는 쐐기를 박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내 마음에 들려고 노력해 봐.”

멈칫

손톱을 허공에서 멈춘 달기가 마치 혼이라도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듯한 얼굴로 눈을 꿈벅이다가 말했다.

“지… 지금 뭐라고 했느냐?”

“못 들었어?”

나는 내 손목을 잡고 있던 달기의 손아귀 힘이 약해진 걸 느끼고는 살짝 치우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쉬운 건 너잖아. 날 갖고싶으면 네가 노력하라고.”

“…….”

“죽일테면 죽여 봐. 하지만 그럼 네 것으로 만들진 못할 거다.”

달기가 자신의 손톱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툭하고 손을 떨구었다.

마치 생전 들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 감히… 네가… 본녀를 누구라고….”

후웅

그 순간, 사방을 뒤덮고 있던 자욱한 운무가 해제되고 대조영과 공공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자 크게 외쳤다.

“백웅!!”

[괜찮은가?]

나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시를 한 후 달기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주저앉아있는 달기에게 히죽 웃었다.

“그러면 생각 좀 해보지.”

“……!!”

나는 충격에 빠진 달기를 내려다보며 내심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달기, 어떠냐!!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그렇다.

생전 처음으로 밀고 당기는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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