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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29화 (1,326/1,615)

1329====================

사신지혼(四神之魂)

고왕 대조영!!

그는 과거 발해의 시조였을 뿐만 아니라, 북방 이민족과의 전쟁을 치르던 진천휘의 앞에 나타나 192자로 된 예언시를 읊어서 전해준 바가 있었다. 진천휘는 제갈유룡의 아내의 희생으로 그 사실이 진짜임을 확인한 후 천계의 의심을 피하고 제갈유룡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죽은 바가 있었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자마자 그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화안금정을 발동했다.

화르륵!

‘역시…!!’

영체화(靈體化)!

저 흑색 기병의 모습은 언뜻 사람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육신따윈 한 줌도 남아있지 않고 모조리 영적인 물질로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진천휘에게 들었던 것과 같이 대라신선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잠시 후 대조영이 말했다.

“그렇다. 내가 대조영이다.”

우우우….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그의 전신에서 강렬한 투기(鬪氣)가 흘러나왔다. 그 투기는 내가 여태껏 체감해본 바로는 투선들에 못지않았으며 그 자체가 강대한 신적 존재에 가까워 보였다.

역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기에 내가 대조영을 경계하고 있자 그가 말했다.

“내 이름만 그쪽에 알려지는 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군. 괜찮다면 그대들의 성명을 알 수 있을까?”

나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대꾸했다.

“나는 복희 님의 제자인 백웅. 그리고 이쪽은 과거 거신족의 장로였던 공공이오.”

“호오! 전설 속 삼황, 복희의 제자라고? 거기에 전욱과 맞선 전설의 신격인 공공이라…. 믿을 수 없어.”

대조영이 눈을 약간 크게 뜨고 놀란 듯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분들이 이 멸망한 발해의 무덤에는 어찌 찾아오셨나. 그것도 토요에 대해 알아보러 왔다면 우연히 온 건 아닌 것 같은걸.”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왜 여기에 있소? 발해제국의 마지막 명맥조차 끊겼다면 창업군주인 당신이 굳이 여기에 올 이유는 없지 않소. 어차피 이 세상이 다 망해가는 판에!”

내가 강한 어조로 말하자 대조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대는 사악한 존재는 아닌 듯 하지만 무척 잔인하군. 발해는 내게 자식이나 다름없는 존재였고 내 뒤를 이은 군주들 또한 최소한의 위로와 안녕을 얻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 염원이 모두 파멸했으니 내 어찌 인간으로써 아쉬움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대조영의 항변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자식의 시체를 맴도는 어버이의 마음이란 말인가? 허나 그 열왕(列王)들은 측천무후(則天武后)만도 못한 자들이오!”

“측천무후? 그게 무슨 소린가?”

“그녀는 만당시대에 팔부신중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자신의 백성들을 모두 암천향으로 보내어 책임지려 했소. 물론 극악한 행위이지만 적어도 백성을 생각한 군주라는 명목에서는 발해의 군주들이 그녀보다 극히 이기적인 새끼들이지 않소.”

“…….”

“적어도 측천무후는 백성을 가련히 여겼으나 발해의 제왕이란 놈들은 제 안위만 살폈소. 이게 진정한 왕이라 할 수 있소?”

대조영은 한동안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투구를 슥 하고 벗었다.

“이거 실례했네. 아무래도 자네와는 말에서 내려서 대화해야 할 듯 하군.”

푸르륵

흑마가 한 차례 입김을 투레질한 후 투구를 벗은 대조영이 천천히 기마민족의 방식으로 말에서 하마(下馬)했다. 투구를 벗은 그의 모습은 시꺼먼 흑발에 흑안을 가진 미남이었는데, 북방민족다운 강인한 인상이 서려있는 모습이었다.

대조영이 말했다.

“그럼 묻고 싶군, 복희의 제자 백웅. 왕(王)이란 어떤 존재인가?”

“왕이 왕이지 뭔 소리요.”

“방금 자네는 ‘진정한 왕’을 거론했지. 그것은 자네 내면에서 진정한 왕도(王道)가 무엇인지에 대한 신념이 있기에 나온 대답이야. 나는 한때 발해제국의 황제였던 자로서 그대의 왕도를 듣고 싶군.”

“음….”

대조영의 말에서는 상당한 기품과 위엄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그의 힘이 투선급 이상일 거라는 예감보다는 가만히 있어도 배여 나오는 성품, 혹은 잠재적인 천성이 내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나는 이 정도 인물에게는 예를 표해야하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진정 소망을 받아 왕이 될 자라면 자기가 가만있어도 주위에서 왕으로 추대하려 하겠지. 허나 타인의 바람으로 왕이 되었다 해도 자신이 어떤 왕이 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결국 민폐에 불과하오. 그리고 진정한 왕이란 남이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일 수밖에 없겠지.”

“…….”

내 대답을 들은 대조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백웅이여. 자네 또한 누군가의 왕이자 군주로군.”

나는 흠칫했다.

“왜 그리 생각하시오?”

“경험담일세. 내 경험상 자네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건 제왕의 지위에 올라본 자밖에 없어. 그것도 유능한 자들의 추존과 염원으로.”

“…….”

“서로 복잡한 과거사가 있겠지. 다만 자네의 말에서는 자기자신에 대한 모멸감과 후회마저 느껴지는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속내마저 꿰뚫는 듯한 대조영의 통찰에 마음속이 뜨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대조영은 내 감정을 읽어냈구나.’

28회차에 인류제국의 황제이자 인간의 왕으로 칭송받았지만 결국 황제 공손헌원의 흉계에 휘말려 동료들을 모두 잃고 굴욕적인 전생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후회(後悔)!

내가 뭔가 대답하려는 순간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공공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간족의 왕도를 논하는 건 이 말세(末世)에 무척 구차한 일이다. 발해의 고왕 대조영이여, 그대가 우리의 적이 아니라면 당장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밝히고 용건을 해결하고 갈지어다!]

“그 말도 맞군.”

대조영은 훗하고 웃더니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가 토요(土曜) 팔괘도(八卦圖)를 갖고 있네.”

“……!!”

[뭣이.]

스윽

“여기 있지.”

대조영이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고, 그것은 틀림없는 토요 팔괘도의 두루마리 형태였다.

‘트, 틀림없는 토요의 영기! 원래보다는 약하지만 지금은 칠요가 다같이 위력이 반감되었으니….’

그리고 난 진품을 본 적이 있었기에 그게 진짜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는 눈빛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대조영! 당신이 어떻게 토요 팔괘도를 갖고 있소?”

“자네는 암천향에 공양의식을 치른 측천무후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더군. 그런 측천무후의 근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지?”

“무슨….”

“본디 이것은 발해의 소유였으나 팔부신중 야차가 상관완아로 변신하여 훔쳐갔던 물건. 그래서 말세가 되기 전에 내가 측천무후의 궁에 잠입하여 다시 가져왔지.”

“……!!”

뭐라고?!

전혀 뜻밖의 소리에 내가 놀라고 있자 대조영이 다시 두루마리를 자신의 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내 실력만으로는 탈환할 수 없었겠지. 허나 이제 이 토요에 대한 신격들의 관심이 끊겼기 때문인지 쉽게 회수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말대로라면 당신은 암천향을 왕복할 수 있다는 거요? 어떻게.”

“암천향은 무간세계의 지옥이나 다름없지만 제대로 통행할 수 있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시간이 걸릴 뿐 왕복 못할 곳도 아니지. 측천무후의 힘도 그리 대단치는 않았고.”

무덤덤하게 대꾸한 대조영이 말했다.

“토요는 내 마지막 오기나 다름없다. 이 토요로 인해 발해제국이 흥했으며 망하기도 했으니 나 대조영은 이 애증의 물건을 종말까지 갖고 가려 한다.”

나는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퉁명스레 말했다.

“…죽은 자식 부랄 만지는 소리군. 대체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소? 모든 발해의 제왕이 망령이 되어버린 폐허에서 토요를 갖고 종말을 바라보겠다고…. 그 무슨 비참한 짓이란 말이오!!”

“신랄하군. 그래, 이렇게 멍청한 짓도 따로 없을 걸세.”

대조영이 염세적인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하지만…. 난 미래를 볼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 이건 그런 내 자신에게 내리는 벌이다.”

“미래를 볼 수 있었다고?”

“오백 년 전, 최대한 세상의 영웅과 의인들에게 내가 본 미래를 전파하여 뭔가 바꿔보려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영웅과 천재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뿐이다.”

“…….”

그의 눈에 혼탁한 절망이 감돌았다.

“그래. 더 이상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걸세. 비참한 말세의 종말이 찾아오고 흉신이 부상하여 모든 게 멸망하겠지. 그런 나의 마지막 위안이 바로 이 토요 팔괘도이니 - 결코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대가 아무리 팔괘도의 원주인인 복희의 제자라고 해도 말이야…!!”

우우우우!!

대조영에게서 강대한 힘의 기류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의 힘이 두 가지 성질이 있다는 걸 단숨에 알아차렸다.

‘하나는 그가 가진 영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영력(靈力)…. 마치 정령과도 같은 힘. 또 하나는 바로….’

무력(武力)!

쿠궁

나는 잠시 후 태풍같은 영력의 기류 한가운데에서 마치 소용돌이처럼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빛의 기둥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의념천주(意念天柱)라는 걸 알아차린 나는 눈을 부릅떴다.

‘절대지경의 고수!!’

틀림없이 대조영은 절대지경의 무학을 시전할 수 있으리라!

대조영의 힘이 상당히 거대하다는 걸 감지했는지 공공이 중얼거렸다.

[하찮은 인간족도 수천 년간 힘을 갈고닦으면 이 정도는 되나보군. 상대할 만 하다.]

쿠구구….

공공도 서서히 힘을 끌어올리는 듯 했다. 그 또한 오랜 시간 봉인당하며 힘이 약해졌지만 백두산 천지의 용암에서 힘을 꽤 회복했기에 대조영과 싸워볼만 하다고 느낀 듯 했다.

‘아냐! 싸우면 안 돼!’

하지만 나는 이대로 대조영을 쓰러뜨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답이 아니라는 걸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대조영의 실력이 상위투선급 이상일수도 있지만 그의 무력에 겁을 먹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대조영에게 좀 더 알아낼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급히 전투의 기류를 차단하듯 수요를 크게 휘둘렀다.

슈캉 -

의념을 담은 일참이 진공을 가르자 단숨이라도 끊어질 것 같았던 전투의 긴장감이 잠시 수그러들었다. 절대지경쯤 되면 [분위기] 자체를 베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조영에게 외쳤다.

“잠깐! 대조영! 당신이 오백 년 전 만났던 게 혹시… 진천휘 아니었소?”

“……!!”

흠칫!

대조영은 내 말을 듣자 놀란 듯 했다. 그러더니 정말로 당혹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그걸…. 백웅 그대는 진천휘의 지인인가?”

“역시 그랬군.”

나는 예상이 맞다는 걸 깨닫고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마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진천휘에게 129자의 예언시를 전해주어 진천휘가 제갈유룡과 함께 천계에 대항하여 절망적인 미래를 바꾸게 노력했다는 걸 알고 있소.”

“…정말 알고 있군.”

“당신은 그들에게 세상의 운명을 걸었던 거구려.”

“그렇다. 진천휘는 내가 보았던 중 최고의 천재였고 제갈유룡 또한 마찬가지였지…. 허나 그들이 설마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줄은.”

대조영은 자신의 창을 늘어뜨리며 깊은 탄식을 토해내었다.

“설마…. 나인교주(螺湮敎主)에게 참살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엥?!”

이게 뭔 개소리여?!

“……?”

“어…. 그게….”

도리어 나야말로 당황을 감추지 못했고 그런 내 분위기를 읽은 듯 대조영도 어색해했다. 하지만 나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는 조그맣게 말했다.

“난 그들이 대항하기로 했었던 시점에만 만났을 뿐 그들의 최후는 잘 몰랐소.”

“그랬군….”

“어쩌다가 그들이 나인교주한테 당했단 말이오?”

내가 알기로 진천휘는 스스로 천계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제갈유룡을 위해 죽어주었고 제갈유룡은 그런 진천휘의 유지를 받들어 인류구원계획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난데없이 나인교주가 그들을 죽였다는 건 우리 세계의 역사와 완전히 달랐다.

“나인교주가 흉신의 사도로 각성하며 천계를 멸망시킨 건 알고 있는가?”

나인교주가 흉신의 사도?

나는 그 문장을 기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핏 들었던 것 같소.”

“그 때 진천휘와 제갈유룡도 천계를 구원하기 위해 곤륜산으로 갔지만 소식이 그 후로 완전히 끊겼지. 그리고 천계에서 그 날 이후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으니 아마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있네.”

“…….”

“나인교주와 나인교는 천계를 멸망시키고 종적을 감췄지만…. 이미 인류에겐 아무런 희망도 없어졌던 것일세.”

나인교주의 각성.

나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계와 이 세계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아무래도 저거같아.’

내가 전생하면서 몇 번인가 나인교주의 각성을 보긴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전생을 시작하자마자 나인교주가 발호하거나 하진 않았다. 상당한 시간과 사건이 흘러야만 우연히 나타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세계에서는 ‘나인교주의 각성’이 확정적으로 존재했던 역사이다.

왠지 여기에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갈유룡이 내게 알려준 당신의 예언시를 읊어보겠소.”

이윽고 129자의 예언시를 모두 읊자 대조영은 모든 의심을 버린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감개무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대 또한 인류를 구하려는 의지가 있었군….”

“제갈유룡과 진천휘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게 모든 걸 맡긴다고 했소. 그리고 그런 내가 볼 때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오.”

“정말인가?”

“그렇소. 칠요의 계약이 모두 끊겼다지만 아직 황제 공손헌원은 옥좌에 도달한 것도 아니고 삼황오제 중 사제 또한 아직 건재하오. 그렇다면 사제의 힘을 빌려서 황제에게 반역을 일으킬 수도 있을 거요.”

“……!!”

“내 계획을 진행하려면 칠요가 필요하오. 협력해주시오.”

대조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의 품에 있던 두루마리를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이걸 받게.”

“고맙소.”

나는 토요를 손에 잡는 순간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전투를 피하고 토요를 챙기는데 성공했군…!!’

내가 토요를 받아서 챙기자 대조영은 의지견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그대가 칠요를 모으는 여정에 나 또한 함께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방해는 되지 않을 자신이 있네.”

“흠….”

나는 약간 말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난 곤륜성에 가서 신선 백 명을 죽여서 호리병에 넣어야 하오. 이런 잔혹한 일도 도와줄 수 있겠소?”

“물론. 어차피 세상이 망하는데 그깟 신선 좀 죽으면 어떻단 말인가. 백 명의 모가지를 따는데 앞장서주지.”

나는 대조영의 호쾌한 말투가 마음에 들었기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소! 이제 당신은 내 동료요.”

“함께 해서 영광일세!”

발해의 고왕 대조영이 동료가 되었다!

나는 대조영이 다시 투구를 쓰며 말 위에 오르자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대라신선 같은 영체인데 절대지경의 무력도 갖고 있는 것 같구려. 그렇다면 투선(鬪仙)같은 존재가 된 것이오?”

“음? 투선이라…. 하긴 내가 그들과 비슷해 보이긴 하겠군.”

푸르륵

대조영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투레질을 하는 흑마의 고삐를 잡으며 말했다.

“아닐세. 내가 가진 이 영체는 바로 환인(桓因)의 가호이며 위대한 삼사(三師)의 영력을 전승받은 것. 생전에 우연히 단군의 유적을 찾아내어 얻게 된 기연일세. 투선의 영체와 원리는 비슷하겠지만 얻게 된 경과가 완전히 다르다네.”

“환인의 가호?”

“그 얘기는 좀 있다 하지. 우선 칠요를 어찌 모을 지부터 빨리 얘기해보세.”

“알겠소.”

나는 지금까지 월요, 화요, 수요, 토요를 모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직 목요와 금요의 행적이 묘연하다고 말하자 대조영이 바로 입을 열었다.

“목요 해인(海印)! 그건 내가 어딨는지 알고 있다네.”

“정말이오?”

“아마 죽어서 신이 되려고 공양을 했던 문무왕(文武王)이 갖고 있을 것이야.”

문무왕?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이름이었기에 내가 머릿속으로 기억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대조영이 자신의 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당장 대한제국의 동해로 가세. 문무왕이 잠든 곳에 아마 목요가 있을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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