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323화 (1,32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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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제갈현의 말에 나는 놀랐다.

‘그러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여기서 망량을 다른 모습으로 만났다면 제갈사, 검마 등을 만날 수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 말에 나일라토프가 훗하고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군. 나는 전생자의 업을 측정할 능력이 없으니까.”

“…….”

제갈현이 뚫어져라 나일라토프를 보더니 문득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보시오. 백웅이라 했소?”

“그렇소만.”

“내 힘이 무척이나 미약하오만 이 세계에 당신이 있는 동안만이라도 동료로 삼아줄 수 있겠소?”

“으음?!”

“이래봬도 5년째 대학원생이라 머리쓰는 일은 자신이 있소.”

뜻밖의 제안에 놀랐지만 나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이 세계에 대한 걸 좀 더 가르쳐 주시오.”

어차피 이 정도의 엄청난 우연으로 만난 상대를 쉽사리 놓아줄 수도 없을 뿐더러 이 세계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제갈현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들으면 좋을 것이다. 나일라토프도 빙긋 웃으며 긍정했다.

“좋군. 나도 하나부터 끝까지 백웅에게 알려주는 게 귀찮았으니.”

“나일라토프. 이젠 뭘 하면 되지?”

“서문공백에게 자네들이 지낼 숙소를 마련하라고 말해뒀네. 거기서 숙식하며 쉬고 있으면 내가 다음 토벌일정을 알려주지.”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봅세.”

우리는 대화를 끝내고 밖으로 나와서 서문공백을 마주했다. 그러자 서문공백이 말했다.

“광동성을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소. 이번 승리로 동북아의 탈환이 적어도 몇 년은 앞당겨졌을 것이오.”

“피곤해서 쉬고싶군….”

“푹 쉬시오, 영웅들이여.”

부우웅

나는 나일라토프와 헤어져 제갈현과 함께 해방군의 군용 차량을 타고 근처의 숙소로 갔다. 전시(戰時)라서 그리 화려한 곳은 아니었으나 숙소에 도착하자 제갈현이 숙소의 모습을 보고 감탄한 듯 말했다.

“전쟁 전에 5성 호텔이었던 선유장(仙維莊)이군!”

나는 따로 방을 안내받은 후 피범벅이 된 몸을 씻고 준비된 옷을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와서 해방군이 제공하는 식사를 먹었다. 뷔페식 식사를 먹고 나서 잠깐 방에서 쉬고 있을 때 똑똑하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되겠소?”

“들어오시오.”

제갈현이 내 방에 들어오자 나는 그와 마주앉게 되었다. 제갈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은혜에 감사드리오. 당신의 힘으로 보아 내 제안을 거절해도 아무 상관없었을 텐데….”

“됐소. 그것보다 아까 하는 말을 보니 지금 상황에 대해 얼추 감을 잡았나 보구려.”

“어느 정도는.”

“괜찮다면 내 기억을 전송받겠소? 내가 백 마디를 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내 상황을 알려줄 수 있을 거요.”

“기억을…? 알았소.”

지금 내게 마력이 있는지 없는지 긴가민가했지만 바로 직전에 천인과의 결투에서 마물의 이름까지 제물로 바친데다가 사대신기 아그니를 썼기에 지금은 아마 마력이 없으리라고 생각이 되었다.

우웅!

잠시 후 기억이 전송되자 제갈현은 확하고 깨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되는 삶의 기록이…!! 무협소설이라면 70권도 넘을 내용이구려!!”

“응? 이 세상에도 무협소설이 있소?”

“…반대로 이쪽과 달리 무공이 제대로 활약했던 세계에 무협소설이 버젓이 유행했다는 게 나로서는 더 황당하오만.”

뭔가 중얼거리던 제갈현이 말을 이었다.

“이제야 알겠구려. 그 망량 제갈현이란 인물과 나는 똑같이 생겼구려. 그리고 생각이나 지능도 아마 거의 같을 것이오. 성향이나 취향도 나와 거의 같소….”

“그렇단 말이오?”

“흠. 잠시만 생각 좀 정리하겠소.”

침묵하던 제갈현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백웅. 한 가지 약속해줄 수 있겠소? 그렇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내 모든 걸 걸고 당신에게 도움되는 조언을 해줄것이라 마주 약속하겠소.”

“어떤 약속이오?”

이어진 제갈현의 말은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전생자의 힘으로, 내가 신이 될 수 있게 해주시오!”

“……?!”

“이것만 약속해주면 되오.”

신?!

나는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 때문에 당황해서 잠시 허우적거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신이라니…. [옛 지배자]가 되고싶단 얘기요?”

“당신 기억속의 신농이나 정령신 구천현녀같은 존재가 되어도 좋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걸 내가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요.”

“충분히 할 수 있소. 나는 당신의 기억속에서 이미 그 방법을 찾았기에 하는 소리요.”

“응?!”

정말 당황스럽다. 설마 망량과 똑같이 생긴 제갈현이 이런 소리를 할 줄이야?!

나는 그 [방법]을 묻는 것보다는 제갈현이 왜 그러고싶은지가 궁금해졌다.

“이해가 안 가는군. 왜 신이 되고 싶은 거요? 인간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오?”

“…….”

제갈현이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외우주에서 당신이 사망할 경우 외우주 또한 [큰 굴레]에 휘말려 소멸한다고 생각하시오?”

“응? 당연히 그렇지 않소?”

제갈현이 고개를 절레 저었다.

“당신의 기억속에서 외우주에서 죽었을 때 명확히 그 이후의 결과를 관측한 적은 없었소. 26번째 죽음에서는 [옥좌]에서 사망했고 27번째 죽음에서는 아예 진공가향의 의식 막바지에 함께 소멸했지. 둘 다 외우주가 당신의 죽음과 함께 소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죽음이었소.”

“……?!”

“즉, 당신이 이 세계에서 죽더라도 이 외우주가 존속할 가능성은 남아있단 소리. 이런 건 외우주에 살고 있는 나 정도나 해줄 수 있는 조언이겠지.”

“어…. 무… 무슨 소리를 하고싶은지 모르겠소만.”

“어차피 당신은 한 달 후면 세계수의 핵을 얻어서 이 세상을 떠날 존재이지 않소?”

제갈현은 자신의 눈을 똑바로 들어서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이 이 세계에서 죽든 혹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든 내가 사는 이 세계가 남아있으리라 생각하오. 그렇다면 나는 전생자인 당신의 도움으로 신의 권능을 얻어서 이 세계를 더욱 좋은 세계로 만들고 말겠다는 뜻이오!”

“……!!”

“나는 상황에 끌려다니길 원하지 않으며 내가 상황을 조종하고 싶소. 내 고향이 무너지고 소대원들이 외계인에게 죽어가는 무력한 현실따윈 더 이상 바라지 않소. 그리고 내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생겼다면, 나는 내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아웃풋(output)에 배팅해서 결과를 얻을 수밖에!”

“음…!!”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알 수가 있었다.

‘눈앞의 제갈현은 망량과 같은 외모와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망량과 입장도 완전히 달라. 그는 진심으로 신이 되고 싶어 해.’

망량과는 정말 다르다.

망량은 강력한 힘을 손에 넣고싶어하긴 했지만 스스로 [옛 지배자]나 정령신이 되려는 방법은 꺼리는 편이었다. 절대자가 되는 것이 결코 승리로 향하는 길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 망량이었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생긴걸까?

순간, 나는 [망량선사]의 존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딱히 그것만은 이유가 아니겠지만 왜인지 그의 존재가 절대적인 차이를 가름했다는 직감이 든 것이다.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내가 해줄 수 있다면 당신 제갈현을 신으로 만들어주겠소.”

타인을 신으로 만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지만 한번 해보지 뭐!

그러자 제갈현은 뛸듯이 기뻐하며 외쳤다.

“정말 고맙소!”

“신이 되는 방법을 말해주시오. 한 번 노력해보지.”

“아, 그건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일단 미뤄두지. 나는 의리있는 대학원생이니까 먼저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부터 해 주겠소. 그게 도리에 맞는 교환일테니까.”

“그래도 괜찮소?”

“내가 압도적으로 을(乙)의 입장. 당신은 내 조언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평가부터 해주면 되오.”

간단하게 손을 휘휘 저은 제갈현이 말을 이었다.

“우선 첫번째 조언. 나일라토프는 한 가지 사실을 숨기고 있소.”

“응?! 그 새끼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뭘 숨긴다는 거요.”

“당신의 기억에 따르면 외우주를 필멸자가 넘어가기 위해서는 고도의 과학기술과 더불어서 선악과(善惡果)가 필요하오. 그런데 나일라토프는 함선 가이아만 타면 거의 무제한으로 외우주를 넘어다닐 수 있는 것 같소. 이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기엔 의심을 해볼 수 있소.”

“의심을 해봐야 한다면…?”

“뭔가 비밀이 있소. 아무리 과학의 극한에 도달한 자라지만 외우주처럼 광대한 시공간을 아무런 대가없이 맘대로 넘는다는 건 당신의 기억과 대조해볼 때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란 거요. 그리고 그 비밀은 당신에게 집요하게 세계수를 대가로 들이미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오.”

“……!!”

“망량이라면 당신이 어설프게 의심하는 티를 낼까봐 이런 사실을 안 알려주는 주의겠지만, 내가 볼 때 당신은 연기도 꽤나 잘 하기 때문에 알아서 처신하길 바라오.”

“으음. 알았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일라토프도 순수한 호의로 날 도와주는 게 아니라 뭔가 확실한 꿍꿍이 속이 있다는 걸 말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의심하되 나일라토프 앞에서 내색하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두 번째 조언. 당신은 외계인을 토벌하면서 동시에 한 명의 인물을 찾아야 하며 또한 하나의 세계를 찾아야 하오.”

“인물? 세계?”

제갈현은 테이블에 있던 사과주스를 꿀꺽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파우스트 박사. 그리고 천계(天界). 이걸 한 달 내에 모두 찾아내시오.”

“파우스트… 천계… 왜 그렇소?”

“당신은 이 세계에 들어오면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소? 인류가 당신의 세계에 비하면 외계인에게 너무 형편없이 밀리고 있는데 천계라는 존재는 눈씻고 찾아봐도 존재치 않았소.”

“아!”

“투선 정도만 참전해줬어도 국가의 형태 정도는 남아있을텐데.”

그러고보니 천계 생각을 하나도 안 했었네?

내가 제갈현의 말에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짓자 제갈현이 말했다.

“나는 당신 기억을 보기 전까지 천계같은건 하나도 몰랐소. 하지만 당신의 세계와 내 세계가 이 정도의 유사성이 있다면 천계도 분명 있었을 거요. 그리고 천계가 만일에 있었다면 어째서 인간을 돕지 않느냐는 걸 알아볼 필요가 있지. 천계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은 삼황오제의 유무를 알아내는 것과도 연결될 거요.”

“음…. 그렇겠군. 천제단을 찾아보면 될까?”

“나일라토프가 공간이동을 지원해준다 했으니 그에게 5군데의 천제단으로 이동시켜달라고 부탁하시오. 아무리 신법이 빨라도 괜히 이동한다고 체력과 시간을 쓸 필요가 없소.”

“그렇게 하지.”

“또 하나. 파우스트 박사는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소.”

제갈현은 눈을 빛냈다.

“당신의 기억에 따르면, 파우스트 그는 나일라토프를 제외하고 강인공지능과 협력해 세계수의 힘으로 외우주를 넘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오. 만일 당신의 세계처럼 이 세계에도 파우스트 박사가 있다면…. 나일라토프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당신은 원래세계로 돌아갈 길이 생기는 것이오.”

“……!! 그렇군!”

“그리고 사실 파우스트 박사는 이미 내가 이름을 들어본 자요. 그렇게까지 찾기 힘들진 않을것 같소.”

나는 그 말에 놀라서 반문했다.

“파우스트 박사의 이름을 들어봤다고?! 정말이오?”

“그렇소.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굉장한 유명인이지.”

제갈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독일 최고의 천재공학자이며 이 시대 최고의 두뇌라고 학계에 널리 알려진 분이오. 나같은 동방의 대학원생이 언급하는 게 무례할 정도로 유명하지.”

“독일…!! 그렇다면 독일 학계에 가서 그를 찾아보면 되겠군.”

“…그건 무리일 거요.”

“왜?”

“독일은 이미 외계인들에게 멸망당했으며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땅의 절반 이상이 외계생물체들에게 잠식되었소. 이미 학계따윈 남아있지 않지….”

“…….”

생각보다 더 참혹한 현실로 보였다. 제갈현이 말했다.

“파우스트 박사를 찾으려면 아까 만났던 서문공백 사령관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이오. 중화대륙의 마지막 저항군을 지휘하는 최고사령관쯤 된다면 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고, 고맙소. 생판 모르는 세계에 와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조언해 주다니.”

“고맙기는. 당신의 도움이 되어서 신의 반열에 오를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소.”

훗하고 웃은 제갈현이 말을 이었다.

“당장 움직입시다. 파우스트가 토벌령을 의뢰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버리는 게 이득이오.”

나는 제갈현의 말대로 바로 숙소를 뛰쳐나가서 서문공백 사령관에게 다시 찾아갔다. 서문공백 사령관은 밤이 늦어서 막 퇴근하려다가 내가 찾아오자 뜻밖인 듯 쳐다보았다.

“백웅. 무슨 일이오?”

“서문공백 사령관. 부탁이 있는데 혹시 파우스트라는 학자를 찾아주실 수 있겠소?”

“음…!! 그를 왜 찾소?”

“파우스트가 외계인과의 전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있다는 정보를 들었소. 늦기 전에 빨리 찾아야 하오.”

내가 대충 둘러대자 서문공백은 납득한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파우스트 박사는 인류연합 총본부에 있을 거요. 마지막 저항군 수뇌 화상회의때 그가 연합사령관의 옆에 앉아있는 걸 본 적이 있소.”

“……!!”

정말 제갈현의 말대로다!

서문공백이 알고 있구나!

나는 일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생각되자 무척 기쁜 마음이 들어서 서문공백에게 말했다.

“인류연합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거군. 거기가 어디요?”

“남극(南極)이오.”

“남극이라고?! 어째서 그런 척박한 곳에 총본부가….”

“우리 입장에서 척박한 만큼 외계인들도 쉽게 침공할 수 없는 장소이니 말이오.”

“그렇겠군….”

“오늘 그렇게 격렬한 전투를 했는데도 계속 움직일 수 있다니…. 오늘은 일단 쉬고 내일 찾아가는 게 어떻소?”

나는 나를 걱정하는 서문공백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시간낭비할 수 없소. 이럴 시간에 내 동료들도 다치고 있을테니 뭐라도 해야 해.”

“…그런가. 그 간절함이 느껴지는군. 그럼 당장 사령관에게 당신이 도착할거라 얘기해두겠소.”

삐빅

서문공백이 자신의 컴퓨터를 켜서 뭔가를 작성하는 듯 했다. 그리고 내게 뭔가 추천장같은 걸 건네주었다.

“이걸 보여주면 바로 그를 만날 수 있을거요.”

“고맙소.”

나는 얘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나일라토프를 불러서 공간이동을 하려했지만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는 서문공백을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검마 서문대룡을 모르시오?”

“…….”

“뭔가 이상해. 아까는 넘겼지만 당신은 왠지 거짓말을 하는것 같구려.”

이건 가면술을 연마하며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자로서의 직감이었다. 서문공백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감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서문공백이 우울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구려. 잊고싶었던 가문의 추악한 비사(秘事)를 마치 알고 찾아온 것처럼 내게 말해달라 하다니.”

“검마 서문대룡을 역시 알고 있군.”

“후우. 대체 그걸 알고싶은 이유가 무엇이오?”

“당신이 믿을지 안 믿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과거에서 온 사람이오. 그것도 서문대룡이 있던 시대의 과거.”

내 대답에 서문공백이 눈을 크게 부릅떴다.

“뭐… 뭐라고?!”

나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나는 난데없이 시간이동을 한 여행자요. 그리고 검마 서문대룡은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때는 아주 훌륭한 무림고수였는데 같은 성씨가 있길래 궁금해서 물어봤던 거요. 그런데 당신은 검마 서문대룡을 수치라 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소?”

뭐 다를 게 있을까?

이 세계와 내 세계의 역사가 거의 같은 듯 했으니 이렇게 말해도 서문공백이 그 진위를 알 방법은 없으리라.

내가 능글맞게 대꾸하자 서문공백이 멍하니 있다가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나일라토프가 데려온 자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

“내 말을 믿어주는 거요?”

“검마 서문대룡. 그 자는 우리 서문씨의 수치가 아닐 수가 없소.”

서문공백은 잠시 이를 악물더니 씹어뱉듯이 말했다.

“자신의 딸을 잃자 살귀(殺鬼)가 되어 전 무림의 8할을 초토화시킨 광검마(狂劍魔) 서문대룡(西門大龍). 당신이 정녕 과거에서 이동해온 자라면 그의 동료였다는 사실을 창피해 해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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