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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21화 (1,31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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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환웅 소령이 살던 외우주 세계로 오게 될 줄이야? 나는 바로 나일라토프에게 외쳤다.

“이봐! 여기에 세계수가 있다는 게 사실….”

그 순간 나일라토프가 씩 웃으며 나보다 더 크게 소리쳤다.

“잠깐 작전타임을 가져볼까!”

“……?”

“이쪽으로 와 보게.”

나일라토프가 성큼성큼 걸어서 사령관 한켠의 구석진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얼떨결에 그를 따라서 들어갔다. 내가 방문을 닫자 나일라토프가 딱 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튕겼고, 그 순간 평범한 군대의 방이 갑자기 나일라토프가 타고 있던 가이아의 선실처럼 뒤바뀌었다.

나일라토프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서문공백은 세계수가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데서나 그런 귀한 정보를 까발리면 어쩌자는 건가? 확률은 적지만 어떤 초월존재나 외계인이 여기에 첩자를 보내서 정보를 염탐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나는 그 순간 나일라토프가 뭘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수에 대한 게 주변에 알려져서는 안 되었기에 급히 내 입을 막은 것이다.

“아…!! 미안. 갑작스러워서 당황했다.”

“뭐 아무튼 자네의 질문에 답하자면 이 세계에 세계수가 있을 확률은 72.57퍼센트정도일세.”

“높은 건가?”

“엄청나게 높지. 확률이 적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0.5퍼센트를 하회(下廻)하니까.”

“호오….”

“내가 이 세계에 들린 것도 그 때문이야. 이 정도 확률이라면 사실상 존재한다고 보거든.”

나일라토프가 말을 이었다.

“본디 내 일정은 느긋하게 세계수를 찾을 셈이었지만 자네의 일정에 맞춰서 빠르게 세계수를 탐색해 주지. 가이아의 모든 기능을 동원한다면 사흘이면 충분할 거야. 그리고 세계수를 찾은 후에는 그 핵을 뽑아서 자네에게 혼돈의 약을 건네준 후 되돌려주는 걸세. 이걸로 됐겠지?”

“흠!”

나는 꽤 괜찮은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점이 있어서 나일라토프에게 말했다.

“…근데 왜 하필 나를 외계인과 싸우는 인류군의 사령실로 데려온 거냐?”

“당연하지 않나? 자네가 동북아해방군의 인류를 도와서 싸워줬으면 해서지.”

“내가 왜!!”

“호오. 자네 말로는 인류를 위해서 싸우는 전생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외우주의 인간들은 그냥 내버려둘 셈인가?”

“아니 씨발….”

나는 나일라토프의 반문에 주춤하다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어차피 나는 한달 후면 갈 사람이고 한달 내에 외계인을 다 물리치고 세상을 구해주지도 못해. 그런 상황에서 인과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손을 댔다가 더 큰일이 나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

지금까지 충동적으로 다른 일에 손을 댔다가 망해버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것도 내 세계가 아닌 외우주의 일에 손대는 건 더 부담감이 막심했다. 하물며 나일라토프의 꿍꿍이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게 너무 싫었다.

“호오…. 생각보다 인과율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군. 큰 관점도 지니고 있다니 과연 30회차 전생자야.”

“감탄해봤자 나오는 거 없어. 네놈이 날 이용해먹을까봐 움직이기 싫은 것도 있다고, 빌어먹을 놈아.”

내가 으르렁거리자 나일라토프는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아. 왜냐하면 지금 백웅 자네가 안 움직여주면 인과율이 더 틀어지기 때문에 굳이 부탁하는 거거든. 자네가 생각하는 인과율의 파괴는 이미 일어난 셈이야.”

“뭐?”

“이환웅 소령이 없잖아. 그게 문제라고.”

“……?”

이환웅이 없는게 뭐가 어때서?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나일라토프가 천천히 설명했다.

“이 전함 가이아는 내 과학력의 정수(精髓)가 결집된 궁극의 과학함선. 그렇기에 나는 가이아를 이용하면 외우주에 간섭하여 인과율을 어느 정도는 조작하는 게 가능해. 그만큼 가이아가 연산력을 이용해서 인과율의 궤도를 수정해 주거든. 그리고 나는 이 우주에서 세계수를 찾아줄 조력자로서 이환웅 소령을 선택했고, 그가 지금껏 인류의 영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

“영웅이 사라진 자리만큼 이 세계의 인과율에는 공백이 생겼단 소리지.”

나는 그 말에 황당해서 멍하니 있다가 외쳤다.

“뭔 개소리야! 이환웅이 없는 자리를 내가 메꿔야 한다고?!”

“그래. 왜냐하면 내가 가이아로 행할 수 있는 인과율조작의 매커니즘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기본이거든. [이환웅]이라는 변수를 끼워넣었는데 결과를 제대로 도출해내지 못하면 나한테 역풍이 불어온다고.”

“씨발!! 니한테 역풍이 오든말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정말 그런가? 나한테 이상이 생기면 한 달 후에 너를 원래 세상으로 돌려주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

“별로 어려운 얘기도 아니야.”

나일라토프가 의자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 이 세계에서 이환웅이 외계인을 상대로 이뤄냈을 만큼의 공훈을 세워주기만 하면 그만이야. 무척 간단하지 않은가?”

“공훈을 세우라고? 외계인을 때려부수란 말이냐?”

“그래. 어렵지 않아. 그저 자네가 가진 전생자로서의 모든 힘을 발휘해서 외계인과 싸워주기만 하게.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세계의 인류는 감지덕지일 테니까.”

“…….”

“자네가 이 세상의 인류를 구해줄 수 있는가 아닌가는 별로 걱정할 필요 없어. 어차피 한 달 후에는 내 제자인 이환웅이 이 세계로 되돌아올 테니까 나머지는 그에게 맡기면 그만이야. 손해볼 얘기는 아니라 생각하는데?”

“음.”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네놈이 함선 가이아를 움직여서 외계인을 직접 때려잡을 수 있을 거 아니냐! 수해의 왕도 쓰러뜨린 주제에.”

“거기는 외우주의 [문] 인근이라서 인과율의 왜곡이 가장 심한 장소였거든. 나같은 우주방랑자도 마음껏 힘을 쓸 수 있지. 하지만 이렇게 평범한 세계에서는 대놓고 이 세상에 간섭할 수 없다고.”

“왜?”

“역풍맞아.”

“…….”

“아까도 말했잖아? 특수한 장소가 아니라면 나 또한 인과율의 제약을 받는 몸이야. 화신이나 사도라도 내세우지 않는 한 다른 신격처럼 이 세상에 쉽게 간섭할 수가 없다는 걸 이해해 줘.”

“인과율의 제약이라고…. 네놈이 신이라도 된다는 거냐?”

나일라토프가 히죽 웃었다.

“나는 몰라도 내 전함 가이아는 과학의 극점, 신의 영역에 속해 있지. 인과율의 제약을 받을만한 존재야.”

“음.”

“그래서 이렇게 맨몸으로 내려와서 과학기술을 전해주거나 말 몇 마디 조언해주는 건 상관없지만 가이아를 움직일 순 없어.”

맞는 말 같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놈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기분만큼은 가시지 않았기에, 나는 끝까지 그를 경계하며 말했다.

“만일 날 상대로 함정에 빠뜨리거나 개짓거리를 하면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 몇 회차를 낭비하는 한이 있어도 다시 네놈을 찾아서 조져주겠어.”

나일라토프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이구 무서워라. 전생자가 하는 협박은 과연 차원이 다르구만~”

“전혀 무서워하는 표정이 아니잖아 씨발!”

“으음. 후룩…. 이래봬도 무척 무서워하고 있다네.”

“…….”

홍차를 잘만 마시고 있으면서 잘도 지껄이는군!

나는 이내 포기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적당히 할 일만 하겠어. 나한테 뭔가를 더 강요하지는 마라.”

이렇게 된 이상 외계인과 조금 싸워줄 수밖에.

“그거야 당연히 그렇게 하지. 이만 나가볼까.”

“그래.”

후웅

이윽고 나와 나일라토프가 밖으로 나갔고, 다시 한 번 서문공백과 정식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서문공백은 무척 송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절대고수를 보게 되어 영광이오. 나는 동북아해방군의 사령관인 서문공백이라 하오.”

“음, 반갑소. 백웅이오.”

나는 그와 마주 악수를 하다가 문득 궁금해져서 질문했다.

“서문씨? 혹시 당신은 검마 서문대룡을 알고 있으시오?”

“……?”

서문공백 사령관은 무척 당혹한 표정을 지었고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하오…. 나는 당신들같은 뒷세계의 무림인이 아니라 현대인이었소. 그래서 우리 가문에 무림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구려.”

“…….”

뭔가 묘한 말투군….

같은 서문씨라서 검마의 후예인 줄 알고 질문해봤는데 빗나간 듯 했다.

서문공백은 검마의 후손이 아닌건가?

‘음…. 외우주라서 이 세계의 역사가 우리 세계와는 좀 다른건가?’

뭔가 달마가 있던 세계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서문공백이 말했다.

“오자마자 갑자기 부탁하게 되어 미안하오만 혹시 외계인의 공격에 맞서서 싸워주실 수 있으시겠소? 무림인들 중에서도 절대고수들은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소.”

“알겠소. 외계인은 어떤 놈들이오?”

“부관!”

삐잉

서문공백의 명령에 부관이라고 불린 자가 커다란 화면을 전방에 띄웠고, 그 화면에는 촉수가 달린 외계인 무리들이 기묘한 광선무기를 쏴대며 전진하는 게 나타나 있었다. 그 광선무기에 인간들의 탱크나 총은 속수무책이었고 끊임없이 전선(戰線)에서 싸우던 인간들이 불타고 있었다.

참담한 표정으로 그 화면을 보던 서문공백이 말했다.

“저들은 파르텔퀴안이라고 하는 4티어(tier)의 호전적 외계인들이오. 저들이 광동성과 해남성을 모조리 집어삼켰으며 공장들을 모두 잠식했소…. 원정군을 움직여 파르텔퀴안을 토벌하러 왔으나 전면전에서 너무 화력이 밀리는 중이오.”

“……?”

나는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4티어? 그건 무슨 소리요?”

“우리 인류연합(人類聯合)에서 나일라토프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서 정립한 적성외계인의 등급이오. 최대 5티어까지 있소.”

“아하. 그런 구분도 있나보군. 저 놈들은 제일 위험한 5등급 다음으로 위험한 4등급이라는 말이오?”

“반대요. 제일 약한 게 5티어이고 파르텔퀴안은 그들보다 조금 더 위험한 4티어요.”

“…흠.”

화면을 보면 천공에 산만큼 거대한 우주선을 띄우고 있고 지평선을 메울 정도의 기계군단과 외계인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굉장히 위압적인 모습이었기에 꽤 하는 외계인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등급이 낮아보였다.

‘생각보다 외계인들이 강해보이는데….’

나는 이 세계의 적들이 얼마나 강한지 머릿속으로 강함을 대충 측정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옆에 서 있던 나일라토프에게 말했다.

“어이. 1티어는 어떤 놈들인데?”

“[옛 지배자]를 말하는 거라네.”

“아하….”

“2티어는 그들 직속의 마왕들 수준. 말하자면 팔부신중 같은 자들이겠군. 이 정도면 이 세계의 파워레벨은 대충 설명이 됐으리라 보는군.”

“그래. 이해됐어.”

그동안 해온 게 있어서인지 아주 알기가 쉽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나를 당장 저 전장으로 보내줘.”

내 말에 서문공백 사령관이 당황했다.

“자, 잠깐. 혼자서 가겠단 말이오? 잠시 기다리시오. 당신을 호위할 병력을….”

“그딴 건 필요 없어.”

내가 가볍게 대꾸하며 나일라토프를 쳐다보자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후후. 이환웅이었다면 이 전장에서 50일 정도 고전하면서 성장을 이뤄내고 파르텔퀴안의 적장을 쓰러뜨렸을 텐데 어느 정도 할지 지켜보지.”

“빨리 보내기나 해.”

“그럼.”

파앗!!

나는 잠시 후 방금 전 화면으로 보았던 인류군과 외계인의 격전지에 도착했다. 포화와 염옥이 몰아치는 광대한 전쟁터에서 지평선 너머로 수만이나 되는 촉수외계인들과 기계군단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쿠구구구

나는 놈들을 응시하다가 화안금정을 발동시켰다.

“화안금정이여. 가장 특출난 힘을 가진 외계인을 내게 보여다오!”

위잉!

다음 순간, 화안금정으로 모든 외계인의 영기와 마력이 내 눈에 색깔별로 비쳐보였다. 색깔이 다르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힘이 다른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 화안금정으로 더욱 더 투시를 거듭하다가 한참 멀리에 있는 외계인의 모선(母船)을 발견했고, 그 안에 거대한 고깃덩어리와 눈이 결합된 것 같은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마치 심장소리같은 걸 내면서 시뻘건 영기와 마력으로 뒤덮여있는 존재!

나는 저 마력의 수준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저게 대장이겠군.’

나는 바로 검을 꺼내서 발검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눈을 반개한 채 정신과 의념을 집중하면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무형지로(無形之路)를 무인의 감으로 찾아내었다. 무형지로의 궤적에는 무수한 적과 지형지물, 그리고 외계인의 모선덩어리가 존재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후우우….”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서늘한 검의 살기를 내 전신에 두르기 시작한다.

전투준비가 다 된 것이다.

‘간다.’

적과의 거리는 수십 리나 되지만, 내 의념은 이미 적을 감지하고 있다.

의념의 고리에 걸려있는 이상 적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절대지경의 적이 된다는 뜻이다!

파천일보(破天一步)

쿠콰쾅!!

다음 순간, 무려 이십여 리 이상의 거리가 한 호흡에 압축되며 내 전신이 호신강기를 두른 채 외계인의 모선을 들이받았다. 외계인의 모선에 방어막이 있었던 모양인지 한 차례의 충돌으로 모선에 구멍이 뚫릴 뿐 바로 관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방어막에 구멍이 뚫린 것을 감지한 순간 그대로 검뢰(劍雷)를 시전해서 방어막의 구멍을 더욱 넓게 절개하며 동시에 몸을 들이밀었다.

퓨웅

마치 내 몸이 한 줄기의 번개가 된 것 같았다. 뇌신지혼을 쓴 것도 아니었지만 구궁파천뢰의 뇌정을 휘감은 상태에서는 내 신법의 속도가 몇 배나 빨라진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몇 차례나 외계인 모선의 격벽을 뚫고 찢었고, 그 와중에 보이는 모든 촉수외계인을 칼로 찢어버렸다.

츄와아악

돌개바람처럼 회전하며 선풍참(旋風斬)으로 백오십 마리 정도를 찢었을 때 나는 마침내 아까 보았던 시뻘건 외계인의 대장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외계인의 대장으로 보이는 고깃덩어리가 나를 발견하자마자 정신력으로 외쳤다.

[이런 벌레같은 인간따위가….]

무량단(無量斷)!

쩌억

[커헉.]

아무런 소리도 없이 그대로 일참이 수십 장에 이르던 외계인의 대장의 동체를 일직선으로 갈라버렸고 동시에 참선(斬線)이 길게 이어지더니 외계인의 모선을 크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나는 곧이어 외계인의 모선이 폭발할거라는 걸 알아채고는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르며 크게 뛰어올라서 그대로 멀리로 허공을 날아서 피했다.

‘좋아.’

100일이 뭐야? 이렇게 쉽게 끝낼 수 있는데!

쿠콰콰쾅

잠시 후 모선이 광대한 폭발과 파괴음을 남기고 터지자 지상에 있던 외계군단들은 모두 혼란상태에 휩싸인 듯 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외계군단에게 칼 한 자루를 갖고 뛰어들며 무작정 보이는 대로 모두 썰어버렸다.

슈칵

슈카칵

“죽어랏!!”

콰광

나는 그렇게 몇 시진동안 정신없이 베고 죽이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원 없이 썰어버리기를 수천 번이나 했을 무렵, 주변의 외계군단들이 모두 철수하여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이 세계에 와서 첫 외계인 토벌을 성공시킨 듯 하다.

“후우.”

차라리 500년 후의 대웅제국 때가 더 힘들었을 것 같군.

‘렙틸리언만도 못한 놈들.’

내가 한숨을 쉬며 잠시 앉아서 쉬려고 할 때 놀라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엄청난 무공이군…!! 내가 봤던 무림인들과는 차원이 달라!! 당신은 대체 누구요?!”

응?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데?

‘뭐야?’

나는 기척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힐끔 바라보았는데 그 순간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다, 다, 당신은?!”

나는 황당해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전투가 끝난 전장에서 자신의 바지를 툭툭 털면서 걸어나온 자의 얼굴이 너무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당신이 왜 여기 있어?!

대체 왜?!

“헉. 당신같은 절세고수가 날 알고있소?”

“…….”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 자는 내가 그를 아는 기색이자 고개를 갸웃하다가 말했다.

“음…. 동북아해방군에서 나왔을 것 같긴 하지만 통성명이나 합시다. 나는 태어나서 당신같은 고수를 본 적이 없소. 무척 영광이오.”

“아, 아니…. 지금 장난치시오?”

잔뜩 헤진 흰 셔츠와 청바지. 그리고 급조한 듯한 총기를 등에 메고 있는 꾀죄죄하지만 무척 익숙한 얼굴.

복장이 다르다지만 저 얼굴은 모를 수가 없다.

이건 장난을 치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무슨 장난을 친단 말이오?”

“나 본 적 있지 않소?”

“……?”

“…….”

뭔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씩 웃었다.

“미공자(美公子). 인사드리오.”

이어서 포권을 하는 그의 말에 나는 망연자실해하고 말았다.

“나는 동북아해방군 광동지부 제 6군단 학도단 소속, 광동대학원(廣東大學院)에 다니던 제갈현(諸葛賢)이오!”

망량이 눈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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