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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멈칫!!
나는 정말로 초인적인 인내심과 감각을 이용해서 가까스로 출수를 멈출 수가 있었다. 나는 내가 뭔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굳어있었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또 헛소리를 하는 거냐?”
슈슈슉
다시 한 번 눈 앞에 나일라토프의 몸이 나타났다. 어느 새 바닥에 육편이 되어있었던 몸뚱이는 흔적도 없이 입자가 되어 흩날리고 있는 중이었다. 모종의 초과학을 이용해서 다시 출현한 나일라토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과학자 나일라토프의 명예를 걸고 진실이다.”
“…….”
“나는 너와 이야기하면서 짐작했다. 백웅 너는 지능에 대한 큰 콤플렉스가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일라토프가 심유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전함 가이아와 나의 과학지식을 발휘해서 너의 지능을 치료해주지. 우둔한 전생자여, 받아들이겠나?”
정말로 뜻밖의 제안이다.
‘여기에 온 다음부터 머리 굴릴 일이 점차 많아지는군….’
경매가 시작될 때만 해도 이딴 상황이 되리라곤 전혀 예상도 못 했는데.
나는 한참이나 눈을 꿈벅였다. 그리고 검을 늘어뜨리며 대꾸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군. 지금 나한테 진짜 중요한 건 원래 세계로 돌아가느냐 아니냐다. 내 세계로 되돌아가는 좌표를 다시 찾아내서 귀환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부터 이야기해.”
“함선의 기준으로는 한 달.”
“한 달이나?”
나일라토프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것도 여기서 최대한 가까운 다중우주로 진입해서 타임렉(time wreck)을 줄일 때의 이야기다. 차원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타임렉이 크게 발생해서 시간의 범위가 엿가락처럼 늘어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가이아의 항로기술로 그 타임렉을 최소화시키면 한 달 후, 네가 있던 세계 기준으로도 동일하게 한 달 후에 귀환 가능하다.”
“시간차를 동일하게 할 수 있단 말이냐.”
“그렇다.”
나는 지금껏 시간차를 느낀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나일라토프의 함선, 가이아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었다. 차원을 옮겨 다닐 때마다 시간이 확 변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기적적인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이를 으득하고 깨물었다.
“…아니, 늦어. 지금 내 동료들은 수해의 왕이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기세등등한 팔부신중 놈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일 거란 말이다! 그 상태에서는 한 달이 아니라 한 시진도 버티기 힘들어!”
[경매]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모르지만 이미 내가 빠져버린 시점에서 이미 경매가 혼란에 휩싸였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만일 경매가 파(破)했다면 남는 건 팔부신중과의 살육전뿐인데, 현재 내 동료들이 팔부신중 다섯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완전히 성장한 망량, 아수라, 세이메이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전생초기라서 그들의 가능성을 온전히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나일라토프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팔부신중을 외우주로 보내버리면 그만이란 거 아닌가? 그 정도야 놈들이 외우주의 입구까지 다 온 상태면 식은 죽먹기지.”
“뭐?”
“가이아. 아까 그 마왕들에게 외우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줘라. 화면도 띄우고.”
[알겠습니다.]
피잇!
가이아의 기계음과 함께 화면에 아까 그 [경매]의 상태가 보였다. 예상대로 내가 실종된 상황에서 팔부신중들이 천인의 시체를 보고 다소 격앙된 상태로 보였고, 그런 팔부신중을 상대로 내 동료들이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다.
[크으으. 천인이 당하다니.]
[수해의 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경매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규칙에 따를 필요는 없다. 눈앞의 저놈들을 다 죽여라!]
“안 돼!!”
팔부신중들이 살의를 돋우고 있자 화면 너머를 보고 있던 나는 깜짝 놀랐지만 잠시 후 팔부신중의 근처에 거대한 차원문이 생겨나는 게 보였다.
우웅!
[이… 이건?]
[외우주로 가는 문인가?]
[외우주고 나발이고 저 놈들부터….]
호전적인 가루라가 나서서 동료들을 공격하려 했지만 긴나라가 놈을 막아섰다.
[그만둬라. 저쪽엔 아수라가 있다.]
[큭….]
긴나라가 아수라에게 말했다.
[아수라. 이건 외우주를 넘는 문인 것 같군.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파악이 되나?]
[나도 모른다.]
[우리 동료인 네가 거기에 서 있는 이유는?]
[나는 더 강해지기 위해 이들과 함께하고 있을 뿐이다. 너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창힐님을 찾으러 외우주로 갈 생각이 없단 말이냐?]
[없다. 내가 이곳에 온 건 수해의 왕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군….]
긴나라가 침묵하다가 말했다.
[수해의 왕도 우리를 그저 이용해먹으려는 속셈이 있겠지. 어차피 사방이 적이라면 이 차원문이 창힐님을 찾는 시련이라고 생각하겠다.]
아수라가 그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제정신이냐? 그게 함정이라도 외우주를 넘겠단 말이냐? 저렇게 수상쩍은 문을 들어가겠다고?]
[그래.]
[미쳤구나. 말리진 않겠다.]
[아수라…. 너는 창힐님께 별다른 충성심이 없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그 분은 빛이며 희망이다.]
잠시 후 긴나라를 선두로 하여 팔부신중들이 차례로 외우주를 넘는 차원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천마(天魔)가 되어 인간을 구원해주실 그 분을 위하여!!]
슈아아악
이윽고 팔부신중들이 모조리 외우주로 사라지자, 아수라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에 서 있었다.
[미친놈들…. 아무리 계획대로라지만 저렇게까지 미쳤을 줄은.]
그리고 그런 아수라에게 망량이 말했다.
[아수라. 빨리 여기서 도주합시다. 여긴 위험하오.]
[백웅이 실종되었는데 더 찾아보지 않는단 말인가?]
망량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소? 백웅이 죽으면 다음 회차가 시작될 뿐. 도리어 그에게 방해가 되는 건 우리의 안위요. 일단 우리가 살아야 백웅도 걱정이 덜하다는 걸 깨달으시오.]
[…그렇겠군. 수해의 왕이 쓰러진 지금이 탈출할 마지막 기회란 건가.]
[[옛 지배자]의 위계이니 절대 한방에 소멸하진 않았을 거요. 그 자가 깨어나면 붙잡힐 수밖에 없으니, 멸해를 탈출할 기회는 지금 뿐일 것이오.]
[좋아, 가자.]
슈욱
동료 셋이 사라지는 걸 끝으로 화면이 꺼졌다. 나는 그 화면을 쳐다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옆에 있던 나일라토프에게 외쳤다.
“이봐!! 저쪽에 외우주 차원문도 열어주고 상황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인데 어째서 귀환하지는 못한다는 거냐고!!”
“관찰하는 것과 귀환하는 건 서로 다른 난이도야. 이 함선은 과학기술의 4단계와 5단계 사이의 티어에 속해있어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주시자한테 들킬 위험이 높거든. 직행으로 되돌아가려다가 붙잡혀서 바로 소멸할 수도 있으니까 한 차례 다른 세계를 경유해서 돌아가야 안전하다는 소리다.”
“씨발…. 별 되도 않는 소리를 하면서 변명하긴….”
“동료들이 무사한 걸 확인하지 않았나? 팔부신중을 없앤다는 목적도 달성했겠다 한 달 정도야 기다려줄 수 있을 텐데.”
“…….”
나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나일라토프 맞은편을 힐끔 바라 보았고 그러자 그 자리에 고풍스러운 서양 의자가 생겨났다.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젠장. 그래…. 네 말대로 하지. 그래서 나를 어떻게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건데?”
“후후.”
나일라토프는 느긋하게 웃었다. 방금 전까지 그 지랄을 했는데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미친놈같았다. 그리고 홍차를 소환해서 한 모금 마시던 나일라토프가 말했다.
“뉴런(Neuron)을 활성화시켜서 체적대비 뇌의 효율을 올리는 저급한 방법이 있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세계수의 핵을 녹여서 재능을 부여하는 거지.”
“응? 무슨 말이냐?”
“전자는 단순히 화학적으로 뇌세포의 효율을 강화시킴으로써 순수한 두뇌회전속도를 빨라지게 하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부작용이 있는데다가 지능의 상승률에 비해서 지혜의 상승률이 처참하다는 단점이 있지.”
“…….”
“후자는 세계수의 핵을 뽑아내서 그걸 용해시킨 후 재능을 섞은 시약을 제작할 수 있어. 세계수의 가치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까운 일이지만 뭐….”
나는 나일라토프의 말을 듣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자, 잠깐. 나 지금 생각난 게 있는데….”
“뭐가 생각났지?”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외쳤다.
“선지자가 그랬다고! 재능을 올리는 건 인격(人格)을 바꾸는 것과 같기 때문에 재능을 상승시키는 축복이 매우 드물고 심대한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했어! 게다가 니가 말했던 전자의 방법은 부작용덩어리 아니냐고!!”
꽤 옛날의 일이라서 언뜻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제야 기억났다. 과거에 나는 선지자한테 내 재능을 상승시킬 축복이 없느냐고 물어보러 간 적이 있었지만 재능이 인격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한 일이라는 걸 듣고 포기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나일라토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뇌의 뉴런을 직접 건드리는 건 위험한 일이지. 맞는 말이야.”
“씨발!! 위험한 걸 알면서 추천했단 말이냐?”
“그래서 후자의 방법도 같이 추천했지 않았나? 세계수의 핵을 뽑는 방법.”
“…그건 뭔데?”
“흠. 세계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최대한 말해보게.”
나는 나일라토프에게 내가 예전에 알아냈던 세계수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나일라토프가 감탄한 듯 말했다.
“알만한 건 다 알고 있군. 특히 선악과를 이용해서 세계를 넘는다는 이론은 나도 논문을 써본 건데 다른 자가 이미 시도해봤단 말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나일라토프가 말을 이었다.
“…음, 세계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파괴시키기 힘들어. 핵만 뽑아내기도 무척 괴롭고 버거운 과정이지. 파괴만 한다면 몰라도 핵은 나무의 생명근에 점착되어 있어서 절대 쉽게 뽑을 수 없어. 허나 기생목(寄生木)을 이용하면 얘기는 다르지.”
“기생목?”
“세계수의 핵 근처에 뿌리를 내리고 기생하는 나무를 자라게 하는 거다. 그 기생목이 충분히 자라게 되면 핵만 따로 떼어낼 수 있게 되고, 핵을 용해시킨 후 재능을 주입해서 섭취하게 되면 충분히 똑똑해질 수가 있어.”
“……!!”
“세계수의 핵이니까 효과는 확실하지.”
호오!!
무척이나 신선한 이야기였다. 나는 큰 호기심을 느끼고는 말했다.
“어쩌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야 세계수를 찾아내어도 선악과를 얻는 것 외에는 딱히 내 입장에서 세계수를 써먹을 데가 없으니까…. 나는 가이아가 있으니까 선악과가 없어도 세계를 이동할 수 있거든. 그래서 세계수를 어떻게든 이용해볼까 노력하다보니 떠오른 발상이다.”
“…….”
“단, 이 방법에는 단점이 있어.”
“어떤 단점인데?”
달각
나일라토프가 홍차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세계수는 순수한 혼돈의 존재. 엄청나게 희귀한 존재지. 세계수에서 얻을 수 있는 선악과의 가치를 생각하면 무척이나 아까운 일이고…. 핵이 사라진 세계수는 죽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외우주를 돌아다니는 나조차도 여태껏 발견했던 세계수가 딱 하나 뿐이야.”
나는 나일라토프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눈빛이 예리해졌다.
“세계수를 찾기가 힘드니, 평생에 딱 한 번만 재능의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이냐?”
“그런 소리지.”
“한 번만이라도 좋아. 나는 전생자니까!”
“그렇겠지. 그래서 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훗하고 웃던 나일라토프가 말을 이었다.
“다행히 지금 우리가 이동하게 될 다중우주는 세계수가 존재할 확률이 꽤 높은 곳이다. 그 곳에 세계수가 있다면 곧장 기생목을 심어서 재능의 열매를 섭취하도록 하지. 그걸로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한 걸로 하자.”
“만일 세계수가 없다면?”
“뭐 그때는 한 달 후 너희 세계로 같이 가 주지. 너희 세계에는 세계수가 있으니 확정적으로 먹을 수 있겠군.”
“그렇구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를 떠올리곤 말했다.
“자, 잠깐. 그러고 보니 네 제자놈은 어떻게 하는 거냐? 지금 보니까 멸해에 그냥 혼자 버려진 것 같은데….”
“음…?”
“음이 아니지! 이거 큰일났는데….”
정말 이환웅 소령은 어떻게 하냐?!
내가 당황하자 나일라토프가 태연히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수해의 왕이란 놈이 이환웅을 발견하면 원래 세계로 되돌려보낼 거다.”
“뭐?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그 놈도 [옛 지배자]의 반열이라서 사악하기 그지없는….”
나일라토프가 눈을 반개하며 홍차를 후룩 마셨다.
“사악하고 말고를 떠나서 [문]의 수호자에게 부여된 의무가 그거다. 가끔씩 어처구니없이 세계로 흘러들어오는 표류물을 되돌려보내는 하급직이 바로 그 자야. 그 일을 안 하면 주시자에게 혼나겠지.”
“……?”
“내 제자도 그렇게 취급되겠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뭔가 아리송했지만 나일라토프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나일라토프가 나보다 외우주에 대해 아는 게 많다는 건 확실했기에, 나는 더 이상 이환웅의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에이. 자기 제자인데 알아서 잘 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말했다.
“좋아. 그럼 빨리 세계수가 있다는 곳으로 가 보자고. 근데 내가 원하는 재능을 맘대로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글쎄….”
“글쎄라니?”
“혼돈의 핵으로 만들어내는 시약인지라 결과를 고정시키리라는 확신이 없어. 다만 최대한 지능의 향상 쪽으로 방향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군.”
“…….”
“어쨌든 나쁠 건 없을 테니 해 보자고.”
이상한 일이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말도 안 되는 직감이 머릿속을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 얻게 될 재능은 상당히 터무니없는 것이리라는 직감이.
쿠구구궁 -
[전함 가이아. 계류지로 출발합니다.]
잠시 후 전함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전함의 사방이 백색의 혼돈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전함의 양옆으로 백색 혼돈과 함께 흑색 섬광이 형형색색으로 스쳐 지나가는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서 홍차를 즐기는 나일라토텝과 마주보고 있던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멀뚱히 기다렸다.
그렇게 대화 없이 약 한 시진 정도가 흘렀을까? 나일라토프가 말했다.
“심심해 보이는군.”
“당연히 심심하지. 한 달동안 이러고 앉아있으란 거냐?”
“흐음…. 자네는 무공의 마스터였지? 그렇다면 아마 지금 도착할 세계에서는 꽤나 대접받을 걸세.”
“뭐?”
“곧 도착할걸세. 계류지까지는 별로 오랜 시간이 안 걸리니까.”
치잉 -
[계류지에 도착했습니다.]
전함 가이아의 안내음이 들려왔다. 내가 고개를 들자, 나일라토프가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세계수를 찾기 전에 이곳의 인간종족을 잠시 도와줘야 하는데 날 도와주겠나?”
“그러지.”
우웅
잠시 후 광선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가자, 그 곳에는 총과 기계가 가득한 웬 군사기지가 있었다. 그 기지 앞으로 걸어간 나일라토프를 본 초병들이 잔뜩 긴장해서 경례를 했다.
“충성!!”
“사령관을 보고 싶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초병에 이어 웬 군복을 입은 지휘관들의 안내를 받아서 한참을 걷다가 도착한 곳은 사령실으로 보이는 곳이었다. 그 곳에 있던 이 군사기지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고개를 가득 숙이며 나일라토프에게 인사했다.
“돌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일라토프 님.”
“서문공백(西門恭帛) 사령관. 오랜만일세.”
“그쪽의 소년은?”
“백웅이라고 하네. 마스터 클래스의 고수지.”
그 말을 들은 서문공백이 깜짝 놀랐다.
“헉!! 정말입니까? 설마 조선(朝鮮)의 권성(拳聖)처럼 반로환동한….”
“그 이상일세.”
“……!!”
웅성
사령실 내부가 술렁였고 나를 경악하는 눈으로 보는 인간들이 가득했다. 나는 그 시선에 의아함을 느꼈다.
‘서문공백? 설마….’
나는 그 이름을 바로 오늘 들었다는 걸 깨닫고는 잠시 후 깜짝 놀랐다.
“이, 이봐 설마 이 세계는…!!”
나일라토프가 씩 웃으며 나를 돌아보고는 말했다.
“외계인과 싸우고 있는 인류연합(人類聯合) 소속 동북아해방군(東北亞解放軍)에 온 걸 환영하네, 백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