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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17화 (1,31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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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나일라토프의 사체를 눈 앞에 두고 허둥대다가 문득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까지 생각이 미치자 머리가 아파왔다.

‘일났다.’

어찌되었든 나일라토프 교수는 이환웅 교수의 스승이었고 나는 그의 스승을 죽여버린 셈! 나는 멍하니 있다가 나도 모르게 생사부를 소환했다.

“새, 생사부여! 나일라토프의 이름을 적나니 잠시 그의 영혼을 보관하라!”

슈슉 -

다음 순간, 생사부에 적은 나일라토프의 이름이 빛나더니 나일라토프의 육신에서 혼이 뽑혀나와서 생사부에 들어가는 게 보였다. 이것이 바로 염라대왕이 내게 보여주었던 생사부의 용법으로써, 단순히 이름을 적어 타 존재를 죽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혼의 임시보관소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단 명계로 혼을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씨발.’

다행히도 전륜성왕의 권능과 생사부는 비교적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듯, 전륜성왕의 권능을 거의 봉인당한 지금도 생사부의 기능은 제한적으로 발동하고 있었다. 아마 전륜성왕의 호위용 무기라는 점 때문에 그럴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나일라토프의 시체를 목갑에 넣으려다가 문득 하늘에 떠 있는 전함이 눈에 띄였다.

“…….”

나는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보다가 심장근처에 손을 뻗어 중얼거렸다.

“이혼대법!”

두근!

나일라토프의 육체에 심장이 뛴다! 이혼대법에 의해 혼이 남지 않은 육체에 남아있던 백이 내게 빨려오는 게 느껴졌고, 이윽고 아무런 저항없이 껍데기가 된 육체가 내 정신과 감응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대뇌의 작용이 멈춰버린 육체에 강제로 이혼대법으로 활기를 불어넣어서 최소한의 생명활동을 다시 이어가게끔 만들었다.

‘사법(邪法)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혼이 사라지고 백만 남아있는, 막 죽은 자의 육체를 대상으로 이혼대법을 이용하면 잠시 살아있는 것처럼 돌이킬 수 있는 비법 - 이것을 회혼(廻魂) 수법이라 불렀으며 이혼대법 사용자가 적을 농락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유지시간도 길지 않았고 단순한 요결에 불과했으나 이걸 이용하면 생각보다 적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쉬웠다. 그러나 효율과는 별개로 이혼대법의 이러한 괴랄한 사용법 때문에 이혼대법이 극악의 사법이라 불리는 것이리라.

타닷

나는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일단 시체를 안고 뛰어올라서 전함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근처로 가자 마치 빨아들이는 듯한 광선이 내게로 쇄도해 왔고, 나는 그 광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슈웅!

다음 순간 나는 나일라토프의 시체와 함께 전함 내부의 기계공간에 들어와 있었다. 역시 광선은 전함 내부로 순간이동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 생각대로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함의 주인이 나일라토프이니 생체인식으로 받아들이나보군. 다행이다….’

지문을 인식할 때처럼 미래의 과학기술이란 게 사용자의 육체를 접촉하면 보안을 해제하는 형식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대법 회혼결을 이용해서 나일라토프를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시킨 게 유효했던 것이다.

나는 나일라토프의 시체에 회혼결을 유지시키며 등에 업고는 전함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흠. 이성계함과는 좀 많이 다른데? 비슷한 점도 보이긴 하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기초적인 골자는 거의 동일하지만 거기서 파생된 내부구조나 벽과 바닥의 구성물질이 완전히 다르다. 마치 동일한 건축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히 다른 취향을 가진 기술자가 새롭게 구성한 듯 했다.

‘미래의 용어로 하면 리모델링인가….’

나는 신기함을 느꼈는데 동시에 이 전함이 이성계함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를 알아챘다.

‘훨씬 미래의 기술같다!’

이성계함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둥둥 떠다니는 광자(光子) 원반같은 게 있었으며 왜 있는지 모를 삼색의 구슬덩어리 기구같은게 있었다. 저런건 이성계함에는 없었던 것들이었고 십중팔구는 훨씬 발달한 기술이리라.

그 때였다. 맞은 편에서 마치 이성계함에서 봤던 것 같은 하늘을 떠 다니는 동그랗고 조그마한 기계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말했다.

[%*&@*$&*@$…. 외우주 언어 가상번역 완료. 의문의 미확인 생물체에게 경고. 나일라토프 함장님이 의식불명 상태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

헉! 이성계함에 있던 놈과 똑같이 생겼지만 이새끼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명제국 언어로 유창하게 말을 해버리네?!

나는 내심 당황했고 또한 눈 앞에 있는 놈은 최소한의 지능이나 인식이 존재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지금은 내가 죽은 나일라토프의 시체를 업고있는 이유를 캐묻는 것으로 보였다.

“…….”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서서히 기계적인 살기가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이대로라면 전방위에서 과학의 살육공간이 펼쳐질거라는 걸 알아채고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 이거야!’

우웅

나는 이혼대법을 이용해서 살짝 나일라토프의 몸을 조종했다. 그리고 업은 나일라토프의 몸을 내려주었고, 나일라토프는 눈을 감은 채 내 이혼대법의 조종에 따라 서서히 일어서 앞으로 걸어갔다. 나일라토프의 몸에 있는 감각과 연결된 채 나는 어설프게나마 나일라토프의 성대를 움직였다.

“하.하.하. 여기 배액웅은 내 친구다 공격하지 말아롸아아.”

이런 식으로 이혼대법을 써본 일이 거의 없었기에 나는 성대의 목소리가 헛나오는 걸 느끼고는 등골이 꽉 조이는 긴장감을 느꼈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동그란 기계가 대꾸했다.

[바이탈 임펄스가 정상이시군요, 함장님. 그러나 스피릿 임펄스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무.슌.소.리야?”

[또 외우주의 원주민과 대화하다가 어이없게 죽으셨군요.]

동그란 기계는 뭔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잠시 후 동그란 기계가 섬뜩한 말을 했다.

[전에 입력된 명령:288293에 따라 함장님의 유희(遊戲)에는 간섭치 아니합니다.]

“…….”

뭐, 뭐지?

설마 내가 이혼대법으로 나일라토프를 조종하는 걸 눈치챘단 말인가?!

나는 동시에 방금 전 눈앞에 있던 기계의 지성(知性)이 이성계함에 있던 놈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기계적인 말투일 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 파악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크게 긴장했다.

‘이거 큰일 난 건가?!’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물러설 수 없어!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는 다시 한 번 나일라토프의 몸을 이혼대법으로 조종해서 말했다.

“이.전.함.을 조조옹하려면 어디루 가야허냐아~”

[전함의 메인브레인(mainbrain)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와 주십시오.]

위잉….

나는 기계를 따라 나일라토프를 업고 메인브레인이라고 불리는 장소로 갔다. 그리고 도착하자 나는 눈을 크게 부릅떴다.

‘여, 여긴 다중우주(多重宇宙) 관측실!!’

틀림없다!

십이율주가 [옛 대륙]에 지니고 있던 거점과 내부구조가 거의 완전히 똑같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타고 다니는 부유하는 판때기까지 있다니!

나는 당황해서 나일라토프의 입을 움직여서 나를 안내한 동그란 기계에게 물었다.

“이봐아아. 설마 십이율주 하은천과 나일라토프가 관계있냐아아.”

[복화술(腹話術) 참기 레벨 999….]

“응?”

[아닙니다. 좀 더 시체조종 관련스킬의 향상을 도모하길 권하는 바입니다. 열심히 주인님의 시체를 조종해서 연습해주십시오.]

“…….”

역시 들켰다…?!

내가 망연자실해하고 있을 때 기계가 말했다.

[십이율주 하은천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본 전함의 관련자가 아닙니다.]

“그, 그래?!”

[최소한의 예의로 시체의 입으로 말해주십시오. 역겨운 원주민이여.]

“…….”

[또 다른 문의사항이 있으십니까?]

나는 이 놈이 다 알면서도 나를 갖고논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약간 울컥함을 담으면서 말했다.

“야! 너는 네 주인이 죽었는데도 나한테 복수 안 하냐? 어디서 사람을 갖고놀고 있어!”

[복수라니요?]

“나일라토프가 이 전함의 주인이고 나한테 죽었다는 거 눈치챘잖아! 그럼 복수를….”

이어진 기계의 한심하다는 말투에 나는 멍해지는 걸 느꼈다.

[그게 죽은 걸로 보이십니까?]

“……?”

[원주민들은 속편해서 좋겠군요. 그 인간이 그 정도로 죽는다면 얼마나 편할지 모르겠습니다.]

“뭐, 뭐라고!”

나는 죽은 나일라토프의 시체를 쳐다보며 경악했다.

“이거 살아있단 말이냐?!”

그럴 리가!

생사부에 일단 영혼을 넣어놨고 지금은 그냥 백을 이용해서 시체를 움직일 뿐인데?!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 기계가 기계음을 내며 말했다.

[명령:321005a7에 따라 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다른 질문을 해 주십시오.]

“답할 수 없다고? 살아있단 말이야?”

[명령:321005a7에 따라….]

“아오!! 제길!”

나는 갑자기 미칠것만 같았다. 분명히 내가 나일라토프를 살해한 못된놈일텐데 어째 이 전함에 들어온 순간부터 상식이 전혀 적용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는 평상시와 다른 광기와도 다름없는 분위기 자체가 나를 잠식하는 걸 느꼈다.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기계가 말했다.

[별개의 질문이 없다면 본함은 윤회의 도정으로 귀환합니다. 30초 내에 별도의 의사를 밝혀주십시오.]

“응?”

뭐라는 거야?

나는 그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말했다.

“잠깐. 이 전함이 윤회의 도정이란 곳에 있었단 말이냐?”

[…….]

“이봐. 왜 대답을 안 해?”

내가 기계에게 대답을 요구했지만 한참동안이나 침묵했다. 마치 기능을 정지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버린 듯 했다.

그 때였다.

“그게 궁금한가?”

갑자기 내 등에 업혀있던 나일라토프가 입을 연 것은!

“……!!”

슈왁

“어이쿠.”

나는 순간적으로 검을 뽑아서 그대로 회전하며 나일라토프의 목을 베려 했는데, 엉덩방아를 찧은 나일라토프의 목 바로 옆에서 칼날을 멈추었다. 아까는 너무 당황해서 죽여버리고 말았지만 어쨌든 나는 절대지경 고수였기에 어떤 상황에서라도 출수를 멈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두 눈이 크게 떨렸다. 눈 앞에 있는 나일라토프는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놈이었기 때문이다.

“어… 어째서….”

말도 안 돼.

방금 전에 이 전함으로 올라오기 전에 영혼을 생사부에 넣었단 말이야. 그리고 이혼대법의 백을 통제하기까지 했는데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절대 살아있다곤 할 수 없어!

“생사부!”

나는 급히 다른 한 손에 생사부를 소환해서 그 안에 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그러자 나일라토프의 이름이 적혀있으되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츠아아아

생사부에 적힌 나일라토프의 이름이 시꺼먼 암광(暗光)을 내뿜으며 빛나고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없었기에 흠칫했고, 나일라토프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 히죽하고 웃었다.

“하하하. 백웅 그대는 혼을 조종하는 능력이 있군. 그런 능력은 영 달갑지 않은데 말이야.”

“씨발!! 설마 네 녀석도 혼을 조종하는 능력이….”

“설마? 이래봬도 난 과학자.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힘은 쓰지 못해. 그게 바로 나의 [법칙]이다.”

나일라토프는 내 칼이 목에 겨누어졌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기지개를 쭉 펴면서 말했다.

“일단 내 이름은 지우는 게 나을걸. 잘못하면 그거 못쓰게 될지도 몰라.”

“뭐라고?”

“빨리 지워~ 난 경고했어.”

나는 나일라토프의 말에 재빨리 생사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나일라토프의 이름이 점차 생사부에 크게 번져나가더니, 이윽고 한 쪽의 절반을 채울 정도로 위맹하게 거대화되는 게 눈에 보였다.

“헉!”

쓱쓱

나는 재빨리 소매를 닦아서 생사부에서 나일라토프의 이름을 지웠다. 그러자 삽시간에 그 기이한 현상은 사라졌고 나일라토프가 싱긋 웃는 게 보였다.

“충고를 잘 듣는 녀석이군.”

“제기랄!! 이런 게 과학이라고?! 미친소리!!”

“과학 맞아. 파동함수를 응용한 것뿐이지. 고도로 발달한 과학이란 건 원래 그런 법이야.”

나일라토프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이윽고 충격적인 한 마디를 했다.

“뭐, 내가 [가면]이니까 얻을 수 있는 과학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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