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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308화 (1,30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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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쐐액!

나는 무사시에게 욕을 함과 동시에 발검(拔劍)하여 무사시에게 검풍(劍風)을 날렸다. 검풍이란 검기를 쓸 수 있는 수준에서 좀 더 발전된 숙련기로서 상승무공을 가르치는 대개의 문파에서 알려주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의 위력이 강해도 검강처럼 강기의 형태로 제련하지 못하면 그 위력이 한정되어 있었으므로 필살기로는 잘 쓰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기술이었다.

팅!

아니나 다를까 무사시는 손가락을 살짝 내미는 것 같더니 퉁 하고 내가 발출한 검풍을 튕겨내 버렸다. 의념을 담으면 저 정도는 아주 쉬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무사시가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코지로…. 예전보다 나아졌긴 하지만 이 실력으로 심검은 쓸 수 없지. 여동빈은 어디 있나?”

“…….”

계획대로다.

‘내가 사사키 코지로의 실력도 알고 있으니 연기하기가 쉽군.’

절대지경의 실력은 충분히 숨길 수 있다. 그 사실은 홍길동 앞에서 위장했을 때 이미 확인한 바가 있었다. 일부러 의념도 최대한 억제하고 코지로가 딱 5년 정도 더 연마했을 때를 가정한 검풍을 내뿜었는데 무사시가 의심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실력을 일부러 감춘 게 무사시에게 먹혔다고 생각하며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으면서 대꾸했다.

“내 스승이신 검선 여동빈 님을 그리 쉽게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그 분을 만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고?”

“그렇다. 나와 내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여동빈에게서 다시 빌린 요도 무라마사를 치켜들어서 무사시를 노려보았다.

“지금부터 네놈을 공격할테니 1백초 동안 내게 반격하지 말아라! 그리고 네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일 장 이상 나오면 안 된다!”

“…….”

“1백초동안 내 공세를 버텨낸다면 네놈의 승리다. 나는 즉시 영원한 패배를 인정하고 할복할 것이고 너는 검선 여동빈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를 섞어서 외치자 무사시는 나를 쳐다보며 침묵했다. 그리고 한참의 정적이 흐른 후, 무사시가 광소를 터뜨렸다.

“크흐하하하하하…!! 재미있구나, 코지로! 간류지마에서 살려주기를 잘 했어!”

스윽

그러더니 무사시가 그 자리에 떡 하고 버티고 서더니 팔짱을 꼈다. 검을 뽑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새끼가?’

내가 눈썹을 꿈틀거리자 무사시가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해 봐라. 내게 검을 쓰게 해 보거라, 코지로.”

“…….”

무사시의 신법 또한 뛰어나다. 그는 아류 신법을 쓰지만 어찌되었든 명가(名家)의 무공신법을 곁눈질만으로 다 배웠으며 낭비없이 완벽한 보법을 시전할 줄 아는 절대고수였다. 저건 괜한 오만함은 아니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무사시의 자리에 서 있고 내 자리에는 실제 코지로가 서 있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사시처럼 똑같이 팔짱을 끼고 코지로를 상대하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과연 나는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이것 또한 수련이 되겠군.’

그러자 나는 왠지 모를 호승심이 생겨서 씨익 웃었다.

“좋아.”

나는 첫 수로 구십구합리귀(九十九合理歸)의 자세를 잡았다. 구십구합리귀는 특성상 첫 기수식에서 무공의 특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기에 무사시도 내가 무엇을 노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준 오륜서에 그런 자세는 없었을 텐데?”

“무사시. 내가 네놈 무공이나 익혀서 복수하러 온 것 같으냐? 이게 바로 검선 여동빈의 무공이다.”

정확히는 장삼봉과 뇌신류의 합작 무공이지만 아무려면 어때!

“호오! 들어와라.”

무사시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 행동에서는 사사키 코지로와의 천지같은 실력차를 알고 있기에 코지로가 무슨 수를 써도 자신에게는 안 된다는 오만함이 읽혔다.

‘오라면 가 주지.’

그리고 나는 그 순간 마치 빙판에 미끌어지는 듯한 보법(步法)과 함께 아무런 성질이 없는 무변(無變)의 직로(直路)로 검강을 발출했다.

슈팟!

그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범한 속도였기에 무사시는 살짝 뒤로 한 걸음을 물러서며 내 공격을 정확히 피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바로 거기에서부터 팔선신공 구십구합리귀의 묘용이 발동되었고, 나는 순식간에 무사시의 상반신 전체를 내 공세에 휘말아넣으며 보법(步法)을 밀어내었다.

삼보절기(三步絶技)

천(天)의 걸음!

‘이 공간의 제어권은 이제 내게 있다…!!’

공간을 차지했다면 아무리 평범한 공격도 위력적으로 변하는 법!

천의 방위를 짚은 채 그대로 쓸어내리듯이 다시 직로로 정직한 검강을 날리자 무사시는 순간적으로 의아한 표정을 짓는 듯 했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무사시의 눈빛이 급변하더니 그가 그대로 보법을 전개하는 게 보였다.

치노하류(血の刃流)

오의(奧義) 용권보(竜巻歩)

피피핑!

그 순간 무사시가 내 검강을 마치 용트림하는 듯한 화려한 보법으로 전신을 뒤틀어 피해내었다. 영 알 수 없는 보법이었으나 무척이나 빨랐기에 무사시가 칼을 안 뽑으려 했던 자신감이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미 무사시의 약점은 노출되었기에 나는 그 약점을 향해 그대로 튕기듯이 무영탈혼검법의 절초인 무영신리(無影辛履)를 써서 다리를 베려고 했다.

투확

그러나 무사시의 좌도가 그 순간 어마어마한 가속도를 붙이며 검집에서 빠져나와 내 목젖을 향해 날아왔고 우도가 내 공세를 막았다. 그 한 번의 반격은 너무 절묘하고 뛰어나서 나는 이대로라면 내 목이 그대로 잘려나갈 거라는 걸 알았다.

‘어디 죽여봐라!’

하지만 나는 절대지경의 의념천주를 쓰면 막을 수 있음에도 일부러 인식하지 못한 척 그대로 공격을 전개했다. 그러자 무사시의 좌도는 내 목을 베려다가 멈칫하더니 마치 유령처럼 다시 검집으로 되돌아갔고 그와 동시에 우도가 내 무영신리의 초식을 막아내었다.

째쟁!

검강끼리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생각대로다.

결투 시작전에 일백초 동안 반격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무사시는 자기 입으로 한 맹세는 깨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의 무기를 맞댄 상태에서 나는 무사시를 보며 히죽 웃었다.

“삼 초만에 검을 뽑게 해 줬군. 고맙단 얘기는 하지 않나?”

“…….”

무사시의 눈에서 의혹과 투지가 넘실거리며 새어나오는 게 보였다. 잠시 후 무사시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넌 정말 사사키 코지로인가?”

“왜? 내 고향 이즈모(出雲) 사투리로 하이쿠라도 한 번 읊어야 믿겠나?”

“헛소리.”

까앙!

무사시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검에 힘을 주어 나를 밀어내었다. 내가 주춤거리는 척 물러나자 무사시가 약간의 살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정녕 네가 쓰는 게 검선의 무공이란 말이냐?”

“그렇다.”

“보법에 비해 검술이 너무 허술하다. 설마 검선이 정말로 이 자리에 와 있는가!”

“……?”

응? 의심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헷갈리네….

나는 긴가민가하다가 잠시 후 놈의 심리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아하…. 검선이 어딘가에서 지켜보면서 전음같은 걸로 코지로를 지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군.’

그렇다면 더할나위 없다. 나는 속으로 큭큭 웃으면서 무사시를 도발하듯 말했다.

“혹시 모르지. 나는 천재니까 싸우면서 부족한 검술이 늘지도 모르잖느냐? 싸우면서 진화하는 천재의 힘을 보여주지.”

“…너 혹시 돌았느냐?”

“아가리 닥치고 칼이나 휘둘러!”

까앙!!

나는 이번에는 만승검결을 이용해서 상단세를 치고 들어가면서 동시에 지근거리에서 굴공참을 써서 무사시와의 거리를 조종했다. 그러자 무사시는 굴공참의 위력을 깨달은 듯 급히 자신의 체간을 조정하며 피하려 했지만 나는 능숙하게 다시금 삼보절기로 들어가면서 무사시의 빈틈에 한 칼씩 찔러넣었다.

퓨웅

가볍게 옷자락을 스치긴 했지만 위협당한 무사시의 표정이 크게 꿈틀거렸다. 나는 히죽히죽 내심 웃었다.

‘돌겠지? 제대로 하면 무쌍참이나 심인 한방에 끝장날 놈인데 반격을 못하니까 내 기술에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그냥 무사시와 전력으로 싸워도 되지만 굳이 사사키 코지로로 변신해서 결투를 받은 이유.

그것은 바로 무사시를 부족한 기술의 연습상대로 삼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자신과 동급이 아닌 하수인 코지로를 상대로 전력을 다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데다가 반격불가라는 제약까지 걸어두었다면 나는 삼보절기와 굴공참만 써도 마음껏 무사시를 갖고 놀 수 있었다. 물론 무사시가 제대로 싸우면 이런 무예는 단숨에 초쾌검에 파해당하고 이천일류에 죽겠지만 지금은 손발 다 묶인 상태이니 이런 게 통하는 것이다.

내게 진심으로 살의를 갖고 있는 절대고수를 상대로 마음껏 기술을 날려볼 수 있는 이런 기회는 절대로 흔하지 않다. 좋은 수련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카강!

카가강!!

무사시는 뛰어난 신법으로 계속 피하려 하는 것 같았지만 일 장이라는 움직임의 제약과 더불어 삼보절기로 요지를 먼저 점거한 후 굴공참으로 무사시와의 공간을 조정하며 체간을 흐트러뜨리자 결국 계속해서 내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무사시도 그냥 포기하고 얌전히 쌍도를 휘두르며 방어에만 전념하는 형상이 되었다.

콰광!!

내가 정신없을 정도로 강대한 내공을 실어서 아무 생각없이 일격을 날리자 그걸 멋모르고 받은 무사시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잠시동안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입에 약간의 울혈을 머금은 듯 했다.

“우욱.”

원래는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무사시의 쾌도가 이도류와 함께 날아오면 내 괴력을 정면으로 부딪히기도 전에 견제당하기 때문이다. 무량단을 쓰더라도 무사시는 그저 맞찌르기를 할 뿐 힘대힘으로 무기끼리 부딪히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나 이런 특수한 상황 때문에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거대한 내 괴력을 의념천주의 힘만으로 흘려보내야만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건 무모한 짓이다. 아무리 의념천주가 막강한 물리력조차도 흘리거나 반감시킨다고는 하지만 내 괴력은 단순히 힘이 센 걸 넘어서 지진을 일으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부들부들

무사시가 내상을 입었는지 팔이 떨리는 게 보였다. 나는 오십 육 초째인 지금 너무 잘 풀리고 있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흐흐흐. 한 번만 더 정면으로 막으면 뼈가 다 박살날 것이다.”

“…네놈….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파천황의 내공을.”

“검선 여동빈이 여의주를 줬다.”

“뭐라고?”

“여의주를 얻으면 천년내공이 생기지. 그것도 몰랐냐?”

내가 대충 거짓말을 했지만 무사시는 크게 동요한 듯 했다.

“여… 여의주라고…. 천년내공? 그런 게 진짜 있다니.”

“…….”

어 진짜 믿네?

나는 약간 황당했지만 씩 웃으며 계속 공격해 들어갔다.

“우하하! 동영제일의 칭호는 내가 가져가겠구나!”

키잉 -

그 순간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전력을 다해 내려친 일참이 순식간에 튕겨져나간 것을 알아챘다.

“헉?!”

팔이 징징 울린다!

나조차도 일순간 손에서 칼을 놓칠 뻔한 그 반탄력에 내가 깜짝 놀라자 어느 새 무사시의 쌍도에서 회색빛이 이글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검염(劍炎)?’

아니…. 검염과 무척 비슷해보이지만 저건 검염이 아니다.

저것은 의념천주를 이용해서 발동한 절대지경의 기술이 틀림없다!

무척 기묘한 자세였다.

저건 쌍도를 쓰는 이도류의 자세라기보다는, 마치 단도 두 개를 잡은 것과 같았다.

나는 여태껏 무사시가 저런 검류를 취한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설마 저건….’

내가 직감적으로 무사시가 쓴 기술의 정체를 느꼈을 때 무사시가 씹어뱉는 듯한 목소리로 살기를 띄우며 자세를 잡았다.

“…내 평생 이딴 기술을 쓰고싶지 않았으나, 네놈을 쓰러뜨리고 여동빈을 만나봐야 하니 어쩔 수 없군.”

“그건 대체 뭐냐?”

무사시가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와키자시(脇差) 일문극의(一門極義) 벽룡초(碧龍鞘)!”

“…….”

“네놈은… 이걸 못 뚫으면 무조건 죽는다.”

무사시의 으르렁거림에는 백 초의 약속이 끝나는 순간 바로 내게 반격해서 죽여버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무사시의 감정변화를 보자 왠지 모르게 흡족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빠르게 상대의 기술을 머릿속으로 분석했다.

‘와키자시라. 그렇구만….’

나는 과거 동영의 명인들에게 검술을 배울 때 동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무기술에 대해서도 배운 바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와키자시는 카타나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왜도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무기로써 단도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이른바 와키자시를 쓰는 무술이라는 건 결국 호신용 단검술인 것이다.

‘길이가 짧은 무기는 보통 약하다. 길면 강한 게 정설이지. 그래서 창이 강한 거니까 단도인 와키자시의 무예는 약한 편이겠지만….’

이제 와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무사시가 일부러 와키자시의 술수를 택한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단검의 장점이 대체 뭐지?’

나는 호기심 때문에 일단 하던대로 무영탈혼검법을 이용해서 무사시를 공격해 보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칼을 맞부딪혀서 내 공격을 튕기기에 집중하던 무사시는 끝까지 대응하지 않고 내가 그대로 검격을 들어오게끔 놔두었다.

어차피 반격이 안 되는 상황이면 내게 간격을 주면 줄수록 불리했기에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끝까지 무사시의 지근거리까지 검격을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기괴한 궤도와 함께 이뤄지는 쌍도의 대회전!

저건 틀림없이 도가 아닌 단검, 와키자시의 수법이다.

퓨퓻

엄청난 속도로 무사시의 신형이 움직이더니 삽시간에 파고든다! 그 속도는 단순히 고수들의 고속이동과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고, 심지어 내 동체시력으로도 거의 쫓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이렇게나 빠른 건 문자 의미 그대로의 광속 같은것밖에 못 봤기에 크게 당황했다.

“……!!”

삼보절기를 써서 급히 중심을 잡고 굴공검으로 무사시의 쇄도를 쳐내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내 공격은 힘없이 느려터진 것으로 변해 있었고 무사시의 움직임에 무조건 한박자씩 늦어진 채 따라가는 것 같았다.

‘이, 이건 대체 무슨 기술이지?’

생전 처음보는 기술이다!

‘아차! 목과 심장이 비었….’

나는 크게 당황하는 와중에도 내 빈틈과 약점부터 막으려 했고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

약점이 크게 보였던 것 같은데 공격 안 하네?

나는 의아해하다가 문득 무사시가 그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여전히 벽룡초의 자세를 유지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니, 저건 아마 한 번 움직였다가 도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리라.

내가 쳐다보자 무사시가 입을 열었다.

“벽룡초는 동영 최고의 와키자시 고수가 쓰던 기술. 동영 역대최강의 무기방어술이다.”

“방어술?”

“의념으로 구현한 종이 한장 차이의 와키자시 범위. 네놈이 어떻게 공격하든 이 범위에 들어오면 네놈의 무기에 담긴 속력은 내 것이 된다.”

“……!!”

“상대의 속도를 뺏아 내 것으로 만들어 방어하는 기술이지.”

뭐라고!?

나는 황당했다. 세상에 하고 많은 무예가 있지만 저런 게 있다고는 들은 적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삼보절기나 굴공검조차 잠시 저 영역 안에서 힘을 잃었던 게 느껴졌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사시가 말을 이었다.

“단점이라면 반격이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반격만 가능했어도 이 기술은 천하제일을 논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순간 맥이 탁 풀렸다.

“…너 바보냐?! 그걸 나한테 왜 말해줘?”

“아무 상관없지. 네가 걸어놓은 일백 초 반격불가의 제약과 딱 맞물려 떨어지는 기술이니까.”

“아….”

“코지로….”

무사시가 눈에서 신광을 번득였다.

“네놈은 절대 이 벽룡초를 남은 오십여 초 내에 뚫지 못한다…. 네놈도 무인 나부랭이라면 할복 약속을 지켜라!”

“…….”

나는 무사시의 결연한 표정을 보자 저 놈이 단단히 작정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놈의 말대로 저 벽룡초는 내가 봤던 중에서 방어에 있어서는 가장 탁월한 기술이었으므로 절대 손쉽게 뚫지 못할 것이다.

그래….

사사키 코지로의 모습을 고집한다면 말이다.

후우우웅!!

나는 다음 순간 양손에 내공을 전부 끌어올렸고 무사시가 흠칫하는 듯 했다. 나는 양손에 잔뜩 끌어올린 내공으로 구결을 시전하면서 말했다.

“알았다.”

후두둑

내가 진짜 전력을 다하기 시작하자 변성술도 풀리고 변태술도 풀려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무사시가 눈을 부릅떴다.

“네, 네놈은?”

“나는 사실 소을촌장 백웅이다!”

“뭐라?”

“이제부터는 전력을 다해주지! 뇌령인!”

파지직

내 양손에 구궁파천뢰의 기운과 함께 더 강대해진 뇌령인의 자연지기가 맺히자 무사시가 크게 당황해했다.

“잠깐…. 검을 쓰지 않….”

“검만 쓴다고 한 적 없다! 그리고 약속대로 반격하기 없기다!”

“……!!”

각오해라 무사시!

콰콰콰콰쾅

나는 내 모든 내공을 동원해서 무차별적으로 뇌령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거리에서 미친듯이 뇌령인을 날리자 무사시는 죽어라고 벽룡초와 의념천주를 이용해서 그 공격을 중화시키거나 베어버리는 듯 했으나 반격불가의 제약 때문인지 점차 힘이 딸려가는 게 느껴졌다.

‘진짜 죽이면 안 되니까 힘을 빼는 정도로만!’

예전에 쩔쩔맸던 놈을 일방적으로 패는 게 너무 기분이 좋구나!

콰과과광

구십 육 초 째, 나는 적절히 무사시의 힘이 빠지도록 조절해서 진이 다 빠진 상태가 되었다는 걸 확신했다. 무사시가 크게 숨을 몰아쉬는 게 들렸다.

“허억. 허억….”

“그걸 다 막아내다니 대단하구만.”

무인의 감으로 지금의 무사시는 쓸데없는 제약 때문에 힘을 낭비해서 지금은 본래역량의 삼 할도 쓰지 못하리라. 무사시가 그 자리에 서서 비틀거리고 있자 나는 그대로 무라마사를 들고 무량단을 써서 무사시를 일격에 베어버렸다.

쿠궁

“크헉!”

마지막에 날을 안 세우고 무량단으로 튕겨내기만 했기 때문일까? 무사시는 크게 튕겨져 나가서 벽에 부딪혀서 비명을 질렀다. 나는 무라마사를 겨누며 말했다.

“삼 초 정도 남았군. 무사시, 이제부터 반격해서 날 이길 수 있겠나?”

“…….”

“잘 생각해라. 여기서 정말 개죽음하고 싶은 건지….”

무사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졌다. 내게 뭘 원하는 거냐?”

“별 거 아냐. 십이율주에게 특위로서 바치는 충성을 내게로 바꾸라는 것 뿐.”

놈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흐흐…. 알 거 다 알고 온 놈이었군.”

“하기 싫으면 말아. 네놈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놈이니까 죽이는 걸로 협박해도 말을 듣진 않겠지.”

“잘 아는군.”

이어진 내 말에 무사시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검선 여동빈과 대련할 기회는 잃어버리겠지.”

“……!! 네놈,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고?”

“내 이름을 걸고 진짜다. 내 부하가 되면 나는 물론이고 여동빈과도 대련할 수 있….”

무사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동빈과 싸우게 해 다오!! 그것만 약속해준다면 네 부하가 되겠다.”

“…….”

야, 말 안 끝났어….

나는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피식 웃었다.

“소을촌민이 된 걸 환영한다, 무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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