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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그로부터 열흘 후, 망량을 통해 생제르맹의 부름을 받았다. 나는 빠르게 뛰어서 숭산인근까지 갔고 거기에서 방주 내부로 들어갔고 [벽] 앞에 서 있는 생제르맹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웅 우웅
‘오오…. 뚫렸군.’
완전히 벽 너머의 공간이 보인다.
끼기긱….
‘저건 연금술로 만든 기계인가?’
찢겨진 강철벽에는 수많은 눈달린 거미같은 기계들이 매달려 있었고 그 기계들이 마치 인간의 살을 잡아찢어 고정시키듯 강철벽을 뜯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뜯겨나간 곳에서는 은빛의 회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넘실거리는 중이었다.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듯 부유하는 은빛 회로가 기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생제르맹이 말을 걸었다.
“의뢰받은대로 벽을 이미 다 뜯었고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되오만 물어볼 게 있소, 백웅.”
“무엇이오?”
“이 은빛 회로…. 이것은 정말 기이한 존재요. 혹시 이 은빛회로를 제작한 존재에 대해 정말 짚이는 게 없소?”
생 제르맹의 목소리는 뭔가 집착마저 느껴질 정도로 간절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생각했다.
‘흠. 아직 기억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생 제르맹 정도로 내게 공을 세워줬다면 어느 정도는 말해둬도 괜찮겠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방주를 제작한 자는 십이율주란 자로써, 그는 이 방주를 망량선사라는 신격에게 공양했는데….”
나는 십이율주에 대해 내가 그동안 파악했던 정보를 최대한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생 제르맹은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내 설명이 끝나자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외우주에서 파멸을 피하여 넘어온 존재라. 그것도 미래세계의 과학기술을 보유한 존재라….”
“은빛 회로가 그 강철벽의 보안을 책임지는 혈관같은 존재겠지. 과학이란 건 대단하구려.”
“혈관이 아니라 생명체에 가깝소.”
“…응?”
뜻밖의 말에 내가 흠칫하자 생 제르맹은 은빛회로를 향해 손을 뻗더니 갑자기 가지고 있던 유리 속에 있던 정체모를 시약을 촥하고 뿌렸다.
솨앗
그러자 은빛회로는 흠칫하더니 그 시약을 피해버렸다!
“……!!”
“봤소?”
“뭐, 뭐라고? 저게 살아있다고? 이런 제기랄 흉칙한 놈 베어버리겠다!”
내가 곧장 검에서 검강을 일으키자 생 제르맹이 나를 만류했다.
“진정하시오. 저게 뭔지 설명해 줄 테니.”
“살아있다는 건 저거 기생충같은 거란 소리요?”
“흠. 아니오. 그러니까 참 뭐라고 해야할지….”
생 제르맹은 난감해하더니 말을 이었다.
“저건 생명체를 과학기술로 최대한 모방해서 만들어진 극히 정교한 회로. 이성이나 마음은 존재치 않으나 양자(量子)를 채운 튜브에서 특수한 파장을 발산하여 생명체의 행동양식을 복사하여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그리고 이성과 착각할 정도의 정교한 사고체계 또한 갖고 있고….”
“……?”
“양자 그 자체를 벽에 채워서 보안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만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 하여간…. 굳이 명명하자면 양자축압형 튜브식 유사전뇌생명체라고 하면 될 거요.”
나는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좀 쉽게 설명해줄 수 없겠소?”
“양자라고 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다루기 위해서 생명의 형태를 빌린 과학기술이오. 유전자공학도 들어갔군. 다만 유사생명일 뿐 진짜 생명체는 아니고.”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도 어렵군. 뭔 소린지 모르겠어.”
“어… 이게 어렵다고?”
“개소리 말고 좀 쉽게 얘기해보란 말이오!”
“…….”
내가 그를 압박하자 생 제르맹이 멍하니 있다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엄청나게 무척이나 대단히 짱멋진 과학기술이라오!”
“오오…!! 그런가!”
“…….”
내가 탄성을 지르자 그는 뭔가 체념한 듯한 표정을 잠시 지었고 이윽고 입을 열었다.
“아무튼 놀라운 건 여기에 초월적인 힘이나 권능은 일절 없고 모든 게 과학의 원리로만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 세계의 과학과 차이가 존재하오.”
“차이가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이오?”
“오랜시간 연금술사로 살아온 경험으로 단언할 수 있소. 나는 시조문명 멤피스의 유산이나 아틀란티스의 유산도 본 적이 있는데, 그것들과도 질적으로 다르오! 이 과학력은 수천 수만년 동안 문명의 단위로 쌓아올린 게 아니오. 압도적으로 시혜적(施惠的)이지.”
“시혜적? 누군가가 베풀었단 말이오?”
“그렇소.”
생 제르맹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은빛회로에 손가락을 뻗어서 만지작거렸고 이번에는 은빛회로가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나직이 말을 이었다.
“생명의 형태를 베껴 양자를 가두는 이런 방식은 천재조차도 할 수 없소. 애초에 인간의 발상이 아닌…. 악마의 경지요…. 왜냐면 두 가지 모두가 어마어마한 과학발전이 필수적이고 각자 그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천재조차도 그 하나의 기술을 완성시키는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지. 그런데 문제는 그 정도 과학력이 쌓일 거라고 예상되는 문명의 발전시간을 생각해본다면 이 방주의 디자인이 너무 원시적이고 투박하다는 게 너무나 이상하오.”
“……?”
생 제르맹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자 그의 목에 힘줄이 뻗쳤다.
“좀 더 쉽게 말하겠소. 이 은빛 회로는 인류의 과학이 이 시대부터 최소한 앞으로 천오백… 아니 오천 년 이상 발전해야 나올까말까한 결정체요. 양자컴퓨터와 강인공지능이 나오고 나서 다른 행성에 진출하고도 한참동안 데이터를 축적해도 될까말까겠지. 이건 실로 기적같은, 권능에 가까운 과학기술이란 말이오. 성간(星間) 텔레포트조차도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야. 헌데…. 이 방주 자체는 당신 말대로 오백 년 정도면 충분히 만들 정도의 제작품이오.”
“음….”
나는 열심히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그러니까 하늘을 날아다니며 레이저 광선을 발사하는 이 방주조차도 입구에 쓰인 이 은빛회로의 기술력에 비하면 원시적이라 이 말이오?”
“바로 그거요! 화려함은 당연히 부유전투함인 방주가 더 낫지만 실제 기술력으로 치면 은빛회로에 비할 바가 못 되오.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기술력차이가 나는 시설이 같은 공간에 공존할 수 있냐는 건데….”
생 제르맹이 좋은 비유가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손가락을 딱 마주치며 말했다.
“그렇군. 방주가 막 원시시대에서 뗀석기를 쓰고 있는 정도라면 이 은빛회로는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게 가능한 고밀도 집적회로 정도가 되겠소.”
“…….”
“이거 말도 안 되지 않소?”
그거… 사마령한테 강의들은 바에 따르면 엄청난 차이 아닌가?
내가 그제서야 생 제르맹의 비유를 이해하고 얼굴이 딱딱하게 굳자 생 제르맹이 말을 이었다.
“이게 가능하기 위해선 딱 한 가지 경우밖에 없소. 앞서 말했듯 압도적인 시혜성. 인류가 자생적으로 발전시킨 과학이 아니라 누군가가 전수해준 과학인 거지. 그게 의미하는 바는….”
나는 생 제르맹의 말을 받았다.
“이미 초월적인 과학기술을 지닌 절대자가 십이율주 세계의 인류에게 과학을 전수해줬단 말이구려.”
“그것밖에는 없소.”
“기술력이 대단한 외계인이 전해줬을 가능성이 있지 않소? 렙틸리언이라던가 그 새끼들도 한 과학력 하던데.”
내 반문에 생 제르맹이 고개를 저었다.
“렙틸리언이라면 나도 알지. 하지만 그들 따위가 이 은빛회로를 만들 순 없소. 절대로.”
“…달 뒤편에 기지를 만들고 전 세계의 화산을 맘대로 터뜨리는 놈들의 과학기술로도 말이오?”
“그런 건 기술력 좀 있는 이족들이라면 개나소나 할 수 있소. 인류가 너무 벌레 같은 거뿐이지. 하지만 이 은빛회로는 그런 이족들도 절대로 해낼 수 없는 초고등 과학기술…. 신의 영역이오.”
“선지자라면?”
“선지자?”
내가 선지자의 종족에 대해 설명하자 생 제르맹이 눈을 크게 떴다.
“소문으로만 들어본 그 위대한 자들! 그 종족이라면 가능하겠지! 다만 난 그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말을 아끼겠소. 하여간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은빛 회로는 전우주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최고수준 기술이란 거요. 인류가 다루기에는 아득히 멀기만 한….”
“…….”
“그 십이율주란 자가 혹시나 이 기술력의 주인이라면 절대 상대하지 않는 게 좋소. 실로 말도 안 되는 지력(知力)을 지닌 초월자일 테니까.”
“흥!”
나는 생 제르맹이 호들갑을 떨자 마음에 들지 않아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상대하고 말고가 어딨소? 어차피 그 놈은 언젠가 쓰러뜨려야만 해. 개쩌는 기술이 있든말든 죽여야 할 놈인 건 변하지 않소!”
삼황오제랑도 결판을 내고 외신이랑 싸워야 할 판에 십이율주가 좀 더 강해보인다고 해서 쫄아야 할 이유는 없다! 몇천 번을 전생하더라도 그 놈을 뛰어넘어서 죽여버리고 말겠어!
“으음. 그냥 충고해준 것뿐이오.”
생 제르맹이 내 살기에 찔끔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다만 십이율주가 아닌 제 3자가 과학기술을 전수했다면 한결 상황이 나을 거요. 그 얘기를 하고 싶었소.”
“아무튼 문을 뚫어줘서 고맙소. 당신도 같이 방주를 볼 거요?”
“여기까지 했으니 꼭 보고 싶군.”
“갑시다.”
저벅
나는 생 제르맹과 함께 방주 내부로 들어갔고 예전처럼 하늘을 떠다니는 동그랗고 조그마한 기계를 만날 수 있었다.
[방주(方舟)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방문목적이랑 방명록 쓸게.”
[감사합니다.]
나는 대충 방명록을 휘갈긴 후 말을 이었다.
“그럼 간다.”
나와 생제르맹은 통제실 앞으로 갔다. 그리고 통제실에 도착하자마자 패스워드를 입력하는 패드에 손가락을 올리고는 비밀번호 0000을 입력했다.
끼이이익
통제실이 열리자 나는 통제실을 제어하는 광구에 손을 올렸고 익숙한 기계음이 울렸다.
[인류연합 제 72번 전투함 이성계(李成桂)함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리부팅합니다. 지원동력 확인 중….]
[잔여동력 6퍼센트 확인 완료. 리부팅에 필요한 패시브 동력은 최소 12.5퍼센트입니다. 지원동력 부족으로 리부팅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종료하시겠습니까?]
나는 미리 준비해왔던 물건을 꺼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여불위가 갇혀있던 보옥의 잔해다. 이걸로 안 되겠냐?”
[에너지 확인. 통제실의 에너지 임펄서(energy impulser) 에 접촉시켜 주십시오.]
“자.”
[에테르 흡수 중…. 에너지 회복이 완료되기까지 1분 23초 남았습니다. 회복이 완료되면 재부팅을 하시겠습니까?]
“어.”
[재부팅을 곧 시작합니다.]
“아, 그리고 만일 도중에 비콘실러에 에러가 발생하면 재봉인해라.”
여불위가 죽을 때 혹시나 싶어서 보옥의 잔해를 수습해놨는데 잘 먹히는군!
‘역시 오랜기간 여불위를 가둬놓을 정도의 보옥이면 보패급 영력은 갖고 있었던 거야.’
내가 내심 흡족하게 웃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생 제르맹이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지금 처음 들어온 방주일 텐데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오? 통제실이 중대한 장소라는 걸 바로 알아내고 지도도 없이 바로 달려온 데다가 비밀번호 4자리도 한번에 바로 맞추고 마치 동력원이 필요할 것을 예측한 것 같고 게다가….”
덜컹!
[에너지 공급 중 에러가 발생해 봉인실(sealing room)의 냉동이 해제되었습니다. 비콘 실러(beacon sealer)가 개방되었습니다. 경고레벨 최대.]
[선행명령에 따라 재봉인 중…. 냉동에 성공했습니다.]
슈우욱
철컹!
잠시 후 기계음과 함께 뭔가가 닫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참동안 침묵하고 있던 생 제르맹이 말했다.
“미래에 일어날 방주 내의 에러까지 어떻게 아는 거요?”
“…….”
“이건 분명히 수백 년동안 한번도 기동하지 않았을 텐데 에러가 일어날 함부를 정확하게 지적하다니….”
아차…. 너무 수상해보일까?!
나는 헛기침을 하며 재빨리 둘러대었다.
“험험…. 사실 나는 가끔 미래가 보이는 능력이 있소…!!”
“미래를 보는 능력?”
“불규칙적으로 발동해서 잘 써먹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방주에 오게 되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꿈에서 봤다오!”
“흐음. 과연 대단하구려. 하긴 이 정도니까 그 총대주교 베헤모스와 대등한 거겠지….”
생 제르맹이 납득한 듯 하자 나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 크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 미래를 보는 거랑 크게 다르지도 않잖아!’
자기합리화를 한 나는 재빨리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이제 방주를 움직여서 소을촌으로 돌아가겠소.”
“잠시만. 내가 방주에 명령해도 되겠소?”
“응? 해 보시오.”
그러자 생 제르맹이 광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비가시(非可示) 기능이 존재하면 켜라.”
[명령인식 중…. 스텔스 모드 발동합니다.]
슈아앗
기이한 소리가 함선 전체에 울려퍼지자 나는 의아해했다.
“방금 뭘 명령한 것이오?”
“시대에 맞지 않는 이런 부유함선을 끌고 소을촌으로 가면 모든 인간들이 거룡이 나타났다느니 하면서 경악하지 않겠소? 소을촌에 세상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신이 바라는 게 아닐 터.”
“아…!!”
“보통 이런 함선에는 생명체의 눈을 피해서 투명해지는 기능이 있게 마련. 지금 이 함선으로 날아다녀도 외부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오.”
“투명해졌다고?!”
“직접 확인해보시오.”
쿠구구구…!!
잠시 후 방주가 떠올라서 하늘을 날기 시작했고 나는 눈앞의 화면을 통해 방주의 현재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주는 하늘에 섞인 것처럼 완전히 투명해진 채 구름 사이를 헤치고 날아가고 있었다.
나는 놀라서 외쳤다.
“이렇게 거대한 철덩어리가 투명해질 수 있다니!! 말도 안 돼!”
“가능한 일이오. 광자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면.”
나는 멍하니 있다가 뭔가를 알아채고는 생 제르맹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런 기능이 있으리라는 걸 어떻게 알아챘소? 아무리 연금술사라지만….”
“아까 이 방주 정도의 기술력은 대단하지 않다고 말했잖소. 수만 년 전의 시조문명 멤피스나 아틀란티스에서도 투명기능 정도는 가볍게 운용했소. 나는 고대의 유적도 자주 찾아다녔으니 이런 초과학문물에도 익숙할 뿐이오.”
“호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꾸하던 생 제르맹이 약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역시 그 은빛 회로는 멤피스나 아틀란티스에서도 엄두도 못내는 기술력. 대체 그런 악마의 기술을 누가 전수한 건지….”
나는 원수나 다름없는 십이율주를 자꾸 과대평가하는 생 제르맹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홧김에 입을 열었다.
“쳇. 뭘 사서 걱정하고 있소? 어차피 십이율주 그 새끼는 나한테 한 번 골탕먹었소.”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생 제르맹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무슨 말이오?”
나는 씩 웃으며 대꾸했다.
“훗. 시간축으로 3일 후로 날려버린 적 있단 말이오. 마음만 먹으면 다음번에 더 머나먼 미래로도 날려버릴 수 있소.”
“……? 당신은 타인을 미래로 날릴 수 있는 능력도 있단 말이오?”
“그렇소.”
“작은 굴레를 조작하는 능력이오?”
“음. 그거랑은 좀 다른 거요. 굴레조작은 아니지만 여튼 바람을 조종해서 미래로 날려버릴 수 있소.”
“잠깐…. 잠깐만….”
뭔가 고민하던 생 제르맹이 갑자기 곤혹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 잠깐만…. 아까 당신 말대로라면 십이율주가…. 죽어도 곧장 되살아나는 능력이 있다고 했지 않았소? 그게 만일…. 단순한 클로닝(cloning) 기술이 아니라 양자역학을 이용한 초월적 과학기술이라 친다면…. 거기에다가 세계수의 조합?”
“응? 왜 그러시오?”
“…….”
생 제르맹의 얼굴이 약간 새하얗게 질린 것 같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 이거… 뭔가…. 큰일 난 것 같기도 한데…. 음….”
“……?”
“아, 아무튼 빨리 소을촌으로 돌아갑시다. 어차피 그 보옥의 잔해로는 동력이 많이 채워지지 않을 테니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소.”
“갑자기 왜 그러시오? 뭐 큰일 난거 마냥….”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봤자 같은 곳에 있던 십이율주가 같은 장소에 3일 후에 뿅 하고 나타나는 것뿐 아니오?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이오?”
그저 골탕먹이는 것에 지나지 않은가?
왜 저렇게 놀라는 거야?
내가 의아해했지만 생 제르맹이 허둥대었다.
“그게 아니오.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있는데….”
“그러니까 그 최악의 경우가 뭐요?”
“으윽….”
잠시 후 생 제르맹이 답답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십이율주가… 지금 2명일 수도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