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301화 (1,29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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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백련교주를 앞두게 되었을 때 나는 그의 모습이 혹시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지를 살폈다. 혹시나 무언가가 많이 달라져 있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그에게 그런 기색은 없었으며 내가 기억하는 백련교주의 모습과 같았다.

내가 그렇게 살펴보는 기색을 절대지경끼리의 탐색전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백련교주가 천천히 말했다.

[소을촌장. 싸우려 온 것은 아니다.]

딱 잘라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전의(戰意)는 없어 보인다. 하긴 정말 싸우려 했다면 이렇게 셋이서만 찾아올 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백련교주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경계는 풀지 않고 말했다.

“그럼 무엇을 위해 찾아오셨소?”

[그대는 신인(神人)이다.]

“…….”

백련교주의 눈에 신광이 머물렀다.

[나는 그대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은인자중하며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대의 과거를 캐었으며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대가 내세우는 신분인 뇌신류 전전대 종사인 이강룡의 제자라는 신분…. 그건 터무니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헛?!

나는 뇌신류 무인들에게만 털어놓았던 이강룡 이야기가 교주의 귀에까지 들어간 경과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백련교주가 작정하고 정보를 캤다면 아마 그 정도는 알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이윽고 내 걱정은 그가 어떤 식으로 의심하고 있는 지로 넘어가게 되었다.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꾸했다.

“뇌신류 이강룡의 시대에 그대는 수신류 독고가문의 젊은 책벌레였을 뿐인데 무슨 근거로 터무니없음을 주장하시오?”

이어진 말에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강룡은 뇌신류를 떠나기 전 수신류에 들러 사대신기를 찾겠다고 한 후 서고를 이잡듯이 뒤져서 자료를 찾았다. 나 또한 그가 자료를 찾을 때 도와주었고 그는 사대신기를 찾기 전엔 돌아오지 않겠다 했었다.]

“아니 무슨….”

백련교주가 이강룡과 만났었다고?!

[그대의 주장대로라면 이강룡이 서방으로 향하다가 잡스러운 자들에게 붙잡혀 싸우다가 중상을 입어 그대를 제자로 들였다는 것인데, 사대신기 탈환이 목표인 자가 과연 그런 잡배들과 무공을 겨루다가 부상을 입는 어리석은 짓을 하겠는가. 하물며 뇌신류 종사였던 무림의 절대자가.]

“억측이군.”

[억측이라 하고싶다면 이강룡과 원한을 진 변황과 서장의 고수들의 명호를 말해보아라. 그대가 이미 원수를 갚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언제 무엇을 했는지 충분히 나는 알아낼 수 있다.]

“…….”

아오!! 제대로 걸렸구만!

당연히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지어낸 거짓말이었는데 설마 백련교주가 사대신기 자료를 찾는 이강룡과 젊을 때 만난 적이 있었다니! 나는 이대로라면 거짓말이 들키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알아챘기에 식은땀을 흘리다가 입을 열었다.

“생면부지의 남 일에 왜이리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군. 그래서 내 말이 만일에 거짓이라면 당신은 어째서 거짓말쟁이를 일컬어 신인이라 하는 것이오?”

[그게 더 대단하니까.]

“대단하다니?”

[그대는 전례 없는 뇌신류의 절세신공으로 절대지경을 이루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강룡 외에는 딱히 세상천지 150년 이내에 그대의 스승이 될 만한 존재가 없다. 그러나 이강룡조차 그대의 스승이 아니라면 그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절대고수. 그것도 그 전까지는 시골마을에서 소똥을 치우는 비루먹은 소년이었다니 이렇게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가 가능한 것인가?]

“…으음.”

[아마 그대의 거짓말에 속은 자들은 진실이 더 믿기 힘들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믿은 것이리라.]

듣고 보니 정말 개연성 없군….

‘이게 전생자의 횟수가 생길 때 생겨나는 폐해인가….’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신인과 이야기하고자 우리 마을을 찾아온 건가?”

[그렇다.]

“무엇을 원하는거지?”

[그대는 최근 낙양에도 침입한 적이 있는 듯 하고 황궁의 금의위를 몰살시킨 게 그대라는 것도 확인했다. 적어도 황궁과 우호적인 관계는 아닌 게 확실하지. 우리 백련교 또한 황궁과 손을 잡지는 않는다.]

“…….”

[소을촌장이여, 우리 백련교와 손을 잡자.]

스윽

백련교주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소을촌을 백련교와 대등한 맹우로 대우할 것이다. 그대 정도라면 내 혈맹이 될 자격이 있다.]

나는 그 손을 보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나는 백련교주가 찾아온다 해도 날 죽이거나 습격하러 오는 건 아닐 거라고 예상했다. 백련교주는 그렇게 성급하고 허술한 인물이 아니었고 도움이 되는 건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간웅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절대고수가 있다면 섣불리 그와 싸운다고 자기 힘을 깎아먹지 않고 손을 잡으려 할 게 뻔했다. 그래서 망량에게도 그냥 백련교주를 모셔오라고 일러둔 것이고 그들이 소을촌에 해를 끼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백련교주의 말은 아주 매혹적인 제안이었다.

‘백련교와 손을 잡는다면 앞으로 황궁을 견제하기는 무척 편하겠지. 괜히 백련교주 눈치 볼 필요도 없어지고 운신도 몹시 자유로워질 거야….’

원래대로라면 냉큼 이 손을 잡아서 동맹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

나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교주여. 진공가향(眞空家鄕)을 추구하는 건 그대뿐만이 아니다.”

[……!!]

그 순간 백련교주가 자신의 동요를 숨기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양대 호법사자들 또한 반응이 있었다. 한백령은 무슨 개소리냐 하는 느낌이었고 수신류의 독고준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나에 대한 적의를 약간 표출하는 게 느껴졌다.

백련교주가 말했다.

[무슨 말이지…? 뇌신류의 종사를 자처하는 그대가 진공가향의 진짜 뜻을 알고도 거기에 동조한다고 말하는 것인가?]

시치미를 떼려는 것 같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아직 화신류의 한백령이 완전히 그의 편에 서지 않은 이상 세계의 멸망이 목표라고 대놓고 인정한다면 한백령은 당연히 돌아설 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사정을 이해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다. 그대처럼 나 또한 최종목표는 진공가향이다. 모든 신(神)의 파멸과 이 세상의 소멸! 그리고 그대가 달마의 유지를 받들어 움직인다면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움직이는 걸지도 모른다.”

아마 그렇겠지.

전생(轉生)이 무한일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무의식중에 나는 세상을 구하기보다 나 자신을 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수도 있다.

[…….]

“한가지 묻고 싶다. 이 질문에 대답해 준다면 당신의 동료가 될지도 몰라.”

[…물어보라.]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백련교주여. 무생노모의 법문을 모두 모으지 않고 무신(武神)의 경지를 손에 넣어 진공가향을 추구한다면 그대는 내 뜻에 동참하겠는가?”

[으… 으음…!!]

비틀

백련교주는 더 이상은 평정을 지킬 수 없었는지 비틀거렸다. 그만한 절대고수가 마음의 동요를 이기지 못할 정도로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백련교주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생각하다가 말했다.

[설마 그대는 무신의 선택을 받아 신역(神域)에 도달하려는 수련자인가?]

“비슷해. 다만 아직 망설이고 있어.”

[망설이고 있다니?]

“무생노모의 법문을 모두 모으든 신역을 뛰어넘은 경지에 도달하든 지금의 내게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해보이는 목표지. 하지만 후자가 더 어렵다고 가정한다면…. 신역을 뛰어넘기 전에 법문을 다 모아버릴지도 몰라.”

[…….]

“나는 동굴에서 그 경우를 계속 생각해 봤어….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할지 결론을 내렸다.”

[어떤 결론인가.]

“다 모을 수 있어도 나는 달마처럼 의식을 치르지는 않을 거야.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진공가향을 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백련교주를 빤히 쳐다보았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무(武) 그 자체로서 모든 걸 극복하는 길. 권능을 이용하는 편한 길을 버리고 그 길에 따라와 줄 수 있겠나?”

[…….]

“나도 그게 될 거라고는 장담 못하겠어.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처럼 헤매기 싫어서 방향을 정리하는 중이니까….”

[오… 오오…. 그대는 정녕….]

백련교주는 손발에 약간 힘이 풀린 듯한 자세가 되었다. 그는 한동안 무면탈의 시선을 내게 고정시키며 응시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아무래도 그대를 너무 얕보았군. 기껏해야 인세(人世)를 제패한 척 착각하는 초인 나부랭이일 줄 알았는데 설마…. 이 정도로 위대한 존재일 줄은 몰랐다.]

“생각할 게 너무 많다면 다른 날에 다시 찾아와도 좋다.”

[아니. 내 대답은 결정되었다.]

불끈!

백련교주가 주먹을 꽉 쥐더니 말했다.

[받아들이겠다. 내게는 그대의 존재가 구원의 동앗줄이나 다름없다. 그대가 행하는 일에 수족이 되어 일할 수 있었으면 하노라!]

그 외침에는 진심이 실려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화신류의 한백령이 자신의 여우가면을 살짝 벗어서 맨얼굴을 노출시키며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교주. 제정신이오? 저 자의 세치혀에 순식간에 감화되어 백련교 전체를 이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종속시키겠단 소리요?”

옆에 있던 독고준도 조심스레 말했다.

[교주… 저 자가 진공가향을 알고있는 건 뜻밖이지만 이건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너무 흥분하셨으니 잠시 진정하십시오.]

그러나 호법사자들의 만류에도 백련교주는 도리어 냉정하게 맞받았다.

[너희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가? 너희는 방금 그와 나의 문답에서 몇 마디나 알아들었단 말인가?]

“무슨 소리 하는지 잘 모르겠소. 그게 백련교의 운명을 외인에게 저당잡힐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였소?”

[당연하다, 한백령. 나는 그에게서 지금 이야기한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느꼈다. 그는 진정으로 우주의 비밀을 알고 있는 백련교의 신인이다! 나 홀로 끝이 없는 사막을 걷고 있던 차에 제대로 된 길잡이를 만났구나.]

“…….”

진심이란 걸 느낀 한백령이 아연해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었다.

“교주…. 미쳤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한 일이오. 그대는 백련교의 지존이자 수백만 교인을 이끄는 제왕이니,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

[더 이상 나를 말리지 말라.]

저벅

백련교주가 걸어오더니 말했다.

[교주의 자리를 원한다면 당장 주겠다.]

“후우. 백련교주. 그게 아니라….”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를 용서해달라는 거다.”

[용서? 그대가 어찌 내게 용서를 받아야 하지?]

스윽

나는 백련교주에게 흑요석을 건넸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오늘 새벽에 만들어둔 흑요석이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방금 전에 나는 무신의 길을 가겠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히려 했던 게 아니야. 그 과정에서 방황하여 고민하고 있는 나를 너무 비난하지 말아 달라는 거다.”

[……?]

“이건 내 기억이 담겨있는 흑요석이다. 기억전송을 받아들이겠나?”

[좋다, 받아들이지.]

교주의 손에 흑요석이 쥐어지는 순간 나는 기억을 전송시키기 시작했다.

우우웅!!

그리고 교주가 모든 기억을 받아들이고 말 그대로 몸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경직이 오랫동안 이어지자 독고준이 격렬하게 화를 냈다.

[이 놈!! 세치 혀로 지존을 농락하더니 결국 사술로 해를 입혔는가?!]

콰르르르

독고준이 만들어낸 거대한 수룡이 허공에 생겨났다. 그리고 옆에 있던 한백령 또한 다시 여우가면을 쓰면서 자신의 쌍검을 잡으며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는 게 보였다. 두 명의 호법사자에게 합공당할 상황이 되자 나는 여태껏 없었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아니 잠깐….”

그 때였다.

[멈춰라.]

쿠웅

그 순간 백련교주의 한 마디가 울려 퍼지면서 독고준의 수룡과 한백령의 기운이 동시에 소멸되었다. 뿐만 아니라 독고준은 수룡을 소환하며 내게 달려들고 있는 중이었는데 마치 중력이 몇 십 배나 강해진 듯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린 것이다. 독고준은 급히 고개를 들며 외쳤다.

[교주! 무사하시옵니까!]

[…….]

백련교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이 삶과 영혼을 걸고 달마의 진공가향을 추구하는 자로써 그 약해빠진 방황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해할 수밖에 없겠군, 백웅.]

나는 그 말에서 백련교주가 내 모든 기억을 받아들이고 이해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씁쓸하게 말했다.

“미안하다. 진작에 가서 기억을 전해줬어야 하는데.”

[비겁하구나. 방금 전 내 앞에서 했던 말은 사실 기억부터 준 다음에 했어야 할 말이었겠지.]

“…….”

[진실을 알고서 듣는 것과 알지 못하고 듣는 건 큰 차이가 있는 이야기였지….]

넋두리하듯 읊조린 백련교주가 말했다.

[그래서 어찌할 것인가? 계속하여 이 소을촌의 일탈을 유지하고 싶은가?]

“그러고 싶었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가면 갈수록 내 혼자 힘으로 세상의 평화를 유지하는 건….”

[크흐흐…. 평화?]

백련교주가 낮게 광소를 흘렸다.

[백웅이여…. 그대는 그만큼이나 겪어보았으면서 아직도 이 세상의 본질을 모르는가…. 이 세상에 한 순간도 진정한 평화는 존재치 않았다. 인간이란 혼돈의 자식이며 무지몽매하니 스스로 질서를 이루되 언제든 파괴와 폭력으로 회귀할 준비가 되어있지…. 어찌 혼돈이라는 물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굳이 뭍으로 옮기려 했는가.]

“…….”

[진정으로 인간이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는 자들이었다면, 악신이 끼어들었다 하더라도 세상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으리라…. 예전부터 그대는 계속해서 인간이 본질은 선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달마처럼 굳이 진공가향으로 세상을 구원할 이유가 없잖아.”

[…그대는 아직도, 저 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군.]

스윽

백련교주의 시선이 한켠에 서 있던 망량을 향했다. 그리고 약간의 살기를 쏘아 보내는 듯 했는데 망량이 움찔하더니 그대로 심장마비로 죽으려는 것 같았다.

“꺼억….”

“아니 뭐하는 짓이야!”

나는 깜짝 놀라서 백련교주의 기운을 중화시키며 허공에 뇌기의 영을 날려 망량의 심장을 관통시켰다. 물리적인 파괴력이 없는 뇌령이 망량의 심장에 깃들자 다시 심장이 뛰며 호흡을 하는 게 보였다. 나는 백련교주를 노려보았다.

“뭐하는 짓이냐고.”

[백웅이여. 아마 28번째 삶의, 아니 그 이전까지의 나 자신도 지금의 그대를 본다면 똑같은 말을 할 것이다.]

잠시 후 백련교주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대 내면의 망량을 치워라. 전생자를 힘들게 하는 소협(小俠)을 버리고 대의(大義)를 잡아서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라. 그래야만 그대가 진정한 인간의 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뭐라고! 뜬금없이 무슨….”

[뜬금없지 않다. 그대의 이번 삶과 방황이 괜히 찾아왔다 생각하는가?]

이어진 백련교주의 말에 나는 잠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대가 겨우 30번의 삶에 지친 것은 바로 그 협의 때문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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