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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그 다음날부터 이광의 수련을 독고성이 감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광은 독고성이 자신 앞에 다가오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일이신….”
“오늘부턴 내가 네 수련을 도와주도록 하지, 이광. 이건 촌장의 의지다.”
“……!!”
이광은 단숨에 상황을 알아챈 듯한 표정이 되었고 이윽고 아주 잠깐이지만 사나운 얼굴로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내 이를 악물고는 말했다.
“터무니없는 억지수련을 시키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과연 이광답게 내가 독고성을 보낸 이유를 바로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러나 독고성 또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기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연습용 목검을 자신의 어깨에 탁탁 두드리며 대꾸했다.
“너 하기 나름이지. 우는 소리 하지 말거라.”
이윽고 독고성은 이광의 수련을 봐주는 척 하면서 은근히 수련량을 늘리고 괜스레 호통을 치기를 반복했다.
“이광! 찌르기 한 번에도 정신을 집중해라!!”
“하고 있습….”
“그게 집중하는 놈의 정신상태냐! 정신 안 차리나!”
“…….”
별다른 이유도 없는 시비!
이광의 말마따나 터무니없는 억지수련이 시작된 것이다. 왜냐하면 독고성의 목표는 이광이 10만 번을 해내게 도와주기보다 그를 포기시키는 거였고 그게 훨씬 간단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이광의 얼굴이 점차 죽을상과 짜증으로 변해가는 게 보였다. 가만히 혼자 수련하는 것과 사문의 존장이 갈구면서 수련하는 건 정신적인 피로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이광…. 설마 그 나이 먹고 갈굼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나는 이광을 잘 갈구고 있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다가 진소청의 수련장으로 갔다. 아무리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진소청.”
“네, 태사부.”
“약속대로 구궁파천뢰를 오늘부터 네게 전수하겠다. 단, 이 수련은 매우 엄중한 비밀이 지켜져야 하므로 수련장소를 따로 옮기겠다.”
당연히 이광이나 독고성이 수련을 훔쳐볼 가능성이 있으므로 마을 내에서는 수련시켜줄 수 없다. 진소청은 뛸 듯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타닷
나는 진소청을 데리고 옆마을을 지나 산을 두 개쯤 지나 존재하는 인적없는 산속 공터에 갔다. 이 장소는 내가 전생하면서 대충 봐 두었던 장소였고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험준한 장소였다. 나는 이십여 장 정도 크기의 공터에서 진소청에게 말했다.
“진소청. 하나 물어볼 게 있다.”
“무엇입니까?”
나는 약간의 우려를 담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만일 구궁파천뢰를 수련해서 미래에 강해지면 내게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
너무 직접적인 질문인가?
하지만 어차피 판에 박힌 대답밖에 못 들을 걸 알면서도 질문한 것은, 그만큼 진소청의 재능이 전례 없는 절대적인 수준인지라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망량이 그의 재능을 억제할 방법을 나중에 일러준다 했어도 물어보고 싶어졌다.
‘안 한다고 하겠지…?’
그리고 이어진 진소청의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반드시 도전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뜨악하는 표정을 지었고 조심스레 반문했다.
“이… 이 놈. 나는 도전하는 녀석을 같은 뇌신류라고 해서 안 봐줄 거다. 생각 고쳐먹는 게 어떠냐?”
“무인으로서 싸우다가 존장의 천무(天武)에 죽는다면 그 또한 바라던 바. 패배하면 기꺼이 죽을 생각입니다.”
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입발린 말조차 하지 않다니, 내가 성이 나서 네게 구궁파천뢰를 전수하지 않거나 해꼬지를 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러자 진소청은 한 줌의 티 없이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태사부께선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이게 뭐지…. 진소청을 제자로 둔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인 거야!
나는 진소청에 대한 열등감 이상으로 눈앞에 있는 천재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소청은 바보가 아니며 도리어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기에 내가 의식적으로 이광을 괴롭히고 있다는 걸 암암리에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 행동을 다 지켜봤는데도 일부러 날 도발하듯 대답하다니?
‘아니…. 내가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진소청이니까.
나는 이윽고 진소청을 이해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 진소청을 이해할 수 있는 건 그 자신이거나 그의 경지에 오른 천재뿐이리라.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좋다. 나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지. 그럼 구궁파천뢰의 전수를 시작하겠다.”
나는 구궁파천뢰의 요결을 전수하면서 그에게 설명했다.
“구궁파천뢰를 익히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뇌혼(雷魂)을 심령에 키우는 것이고, 이 뇌혼은 인간의 정념 대신 의념을 소모해 준다. 그걸 위해 뇌정의 구를 만들어 전신에 회전시킨다. 이해가 가느냐?”
“네.”
“음…. 그런데 뇌혼을 심령에 키우기 위해서는 혼백을 다루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그건 무공과는 다소 상이한 영역인데, 이혼대법의 요결 또한 구궁파천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흐음.”
“지금부터 천랑뇌신결을 전수하면서 속성수련법을 함께 전수하겠다.”
나는 천랑뇌신결의 구결을 불러주고는 이설표에게 배웠던 속성수련법도 알려주었는데 그 대략적인 과정이 끝나는 데는 세 시진 정도가 걸렸다. 나는 혹시하는 눈으로 진소청을 보며 말했다.
“진소청. 외웠느냐? 천랑뇌신결이 복잡해서 사실 단숨에 외우기는 어려운데….”
“…….”
진소청은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고 뭔가를 중얼중얼거리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몸에 뇌기가 흐르기 시작했고 그건 천랑뇌신결대로 수련하면서 진소청이 몸 안에 뇌정의 구를 움직이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소청은 잠시 후 고통을 느낀 듯 인상이 찡그렸다.
“크윽.”
“흐흐흐…. 역시 진소청도 피할 수 없군.”
“네?”
“아니다. 처음 그 수련을 하면 뇌정의 구가 몸안의 기맥을 회전하는데 상당한 고통이 뒤따르지. 성취가 올라가면 고통이 덜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을 거다.”
“흐음….”
진소청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재밌습니다.”
“…….”
야, 그러지 마…. 네가 재밌다고 하면 무섭다고!!
이혼대법 따로 안 가르쳐줘도 뭔가 깨달아버리는 거 아냐?!
나는 속으로 경기를 일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하. 재미있으면 다행이구나.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수련을 마치겠으니 내일부터 제대로 해 보거라.”
“알겠습니다.”
나는 진소청에게 수련시켜주기를 마친 후 마을로 돌아온 후 당장 망량을 찾아갔다.
“망랴아앙! 나 좀 봅시다.”
이른 저녁부터 잠을 자고 있던 망량이 부스스 일어나며 말했다.
“진소청의 재능이 너무 드높아서 또 경악한 나머지 내게 그의 재능을 억누를 방법을 다시 물어보러 온 모양이구려.”
“헉, 어떻게 알았소?!”
“당신이 진소청에게 구궁파천뢰를 수련시키러 간 후 돌아와서 새파란 얼굴로 할 말이야 그것밖에 더 있겠소….”
푸념하듯 중얼거린 망량이 침상에 걸터앉더니 말을 이었다.
“진소청을 억제하는 방법이 정말 듣고 싶소?”
“그, 그렇소.”
“이상하군. 진소청이 강해지면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오. 사방각지에 있는 온갖 불안요소들을 강력해진 진소청이 해치워주면 아주 편할 텐데 왜 그리 경계하는거요.”
“음 그건….”
“이광을 괴롭히기 힘들어져서?”
“그, 그것만은 아니오.”
사실 진소청에게도 숨겨진 불안요소가 존재했는데 그것은 그의 아버지인 진천휘가 바로 [기어오는 혼돈]의 [가면]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가면이 혈맥으로 유전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게 못내 껄끄러웠기에 진소청을 일부러 배제하려 한 적도 있었던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다른 흑요석 동료도 없는 상황인데 만일 진소청이 이상한 존재로 각성해서 깽판을 치면 내가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어떻게 망량한테 말할 수 있겠는가.
이걸 설명하려면 내 모험여정과 과거 [가면] 진천휘와 맞닥뜨렸던 일, 그리고 [기어오는 혼돈]의 무서움같은 걸 설명해줘야 하는데 과연 그게 필설로 형용이 되는 걸까? 나는 도저히 그걸 설명할 자신이 없었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길… 안되겠어. 흑요석을 좀 더 자유롭게 쓸 준비를 하려면 어떻게든 신기를 한 번은 더 써야해.’
마기를 확실히 빼놓아야겠다. 그래야 다음 생도 편할 테니까.
내가 내심 다른 다짐을 하면서도 대답을 못해 우물쭈물하자 망량이 입을 열었다.
“뭐, 좋소. 방법을 말해주겠소. 그것은 바로….”
“바로?”
“그에게 당신보다 두 단계 위의 경지를 설명해주고 거기에 도달하라고 강요하는 것이오. 뜬구름잡기 전법이지. 이 정도 계책이면 어떻소?”
나는 그의 말을 듣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엥?! 당신 무슨 말 하는 거요?! 진소청은 진짜 엄청난 천재라서 그런 짓을 했다가는 진짜로 도달해버릴 거요!!”
“흐음. 나는 무술은 잘 모르오만 다시 한 번 묻겠는데…. 당신보다 두 단계 위의 경지는 어떤 경지요?”
“응?”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시오.”
나는 망량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흐음. 내 경지는 절대지경…. 경계는 넘었지만 아직 기술이 미숙해서 오랫동안 다듬는 중이다. 그런 나보다 한 단계 위의 경지라면, 아무래도 신역절기(神域絶技)겠지? 근데 신역절기보다 더 쎈 경지는….’
…어라, 그런 경지가 있을까?
나는 뜻밖에 신역절기 위쪽의 경지라는 걸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걸 알아채곤 황당해졌다. 그러고 보니 몇 십 몇 백여 년 동안 신역절기가 무술의 최고봉이라고 여기고 노력을 경주해왔을 뿐 그 위쪽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던 것이다.
내가 대답을 못 하자 망량이 귀찮다는 듯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암…. 역시 절대고수니 더 대답하기 힘든 문제인가?”
“그렇소.”
“정 그렇다면 한 단계 위의 경지로 뭘 할 수 있는지를 내게 설명해보시오.”
나는 진중하게 대답했다.
“그건 신역절기의 경지인데, 그 경지에 이르면 [옛 지배자]라고 하는 사악한 악신을 무술로 죽일 수가 있게 되오.”
“허어?! 그, 그것 참 대단하구려.”
망량이 갑자기 잠이 확 깬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눈을 꿈벅거리더니만 약간 당황해했다.
“신을 무예로 죽이다니…. 그런 게 정말 되는 거요? 당신이 지어낸 게 아니라?”
“그렇소. 내가 직접 봤소. 다만… 너무 강력한 [지배자]는 신역절기로도 없애기 힘든 것 같소.”
28번째 생의 종말에 여동빈이 [옛 지배자]를 신역절기로 토벌하는 걸 직접 봤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것 참, 무술이란 것도 대단하구만.”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는 거요?”
“흐음…. 그렇다면 두 단계 위의 경지를 내가 임의로 설정해주지.”
“그게 뭐요?”
“검으로 [시간]을 베어서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경지! 어떻소?”
“…….”
어… 그런 게 될려나…?
무술로 그런 걸 할 수 있나?
절대지경에서 의념천주로 구현하는 건 절대 불가능해. 신역절기라도 그런 게 될까?
말도 안 되는 거 같은데….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짓자 망량이 씩 웃었다.
“흐흐. 그런 경지가 실제로 있고 없고는 상관없소. 그러나 진소청에게 터무니없는 꿈을 심어준다는 게 중요하지.”
“꿈?”
“그렇소. 보통 뛰어난 천재들이 벽에 가로막힐 때가 언제인지 아시오?”
“난 천재가 아니라서 잘 모르오.”
“그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가 없는 터무니없는 공상(空想)을 설정했을 때요. 천재에게도 능력의 한계는 있으니, 그 몽상적인 꿈을 좇아 멍하니 올라가다보면 재능이 모조리 소모되어버리게 마련이지. 얌전히 기본기를 닦으며 스스로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달리 타인이 설정해준 공상이라면 자신의 기질에 맞지않아 재능을 낭비할 수밖에 없소.”
“허어…? 그럴 수가.”
“실제로 종종 있는 일이오. 술법계나 학계에서도 몇몇 천재들이 이런 수렁에 빠져 자기 재능을 낭비하다가 별볼일없게 된 경우가 많지.”
“흐음.”
“어디 한 번 해 보시오. 진소청이 아무리 천재라지만 이런 걸 해낼 리가 없잖소.”
나는 망량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는 다음 날 새벽수련에 나온 진소청에게 망량에게 들은대로 그의 경지목표를 주문했다.
“진소청. 너는 앞으로 구궁파천뢰를 수련하여 [시간]을 베어 시간의 경계를 이동하도록 해라!”
“…….”
“그게 바로 네 무술인생의 목표가 될 것이야!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나를 뛰어넘을 수 있다!”
아무리 진소청이라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던 모양인지 그도 눈을 꿈벅거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시간을 왜 이동해야하는 것입니까?”
“어? 그, 그게….”
망량과 짜고 만든 헛소리인데 이유를 설명하기가 마땅찮네….
나는 당황하다가 문득 머릿속에서 떠오른 직감대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무술으로 신을 때려죽이는 게 최고의 경지라고들 생각하지 않느냐? 하지만 그 경지에도 한계가 있을 터이니, 차라리 신과 직접상대를 하지 않고 놈이 태어나기 전으로 가는 것이다!”
“네?”
“신도 언젠가 태어나긴 태어났을 거 아니야. 아기 때면 약할 테니까 죽여버리면 되지!”
“음…. 신을 왜 죽여야 하는지요….”
아오…. 말이 꼬이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머리를 긁으며 아무말이나 했다.
“어…. 개같은 새끼들이니까 죽이는데 딱히 이유는 필요없다.”
“…….”
“신을 다 죽이면 세상에 평화가 올 거라고 달마가 그랬어.”
“으으음….”
황당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던 진소청이었지만 이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포권했다.
“태사부께서는 제가 봐 왔던 중 최고의 고수이십니다. 뇌신류 제자 진소청은 그 말을 믿고 앞으로 수련에 전념하겠습니다!!”
“오, 그래!! 잘 생각했다!!”
“언젠가 시간을 베겠습니다!”
“어 그래!! 잘 해봐!”
나는 진소청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식은땀을 흘렸다.
‘와 이게 먹히네….’
안됐지만 진소청의 염원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시간을 벤단 말인가.
그 짓거리를 하다가 진소청의 천재적인 재능도 낭비되어서 손쉽게 절대경지에 오르기 힘들게 될 것이다.
‘후 망량… 잔인하구려….’
나는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진소청을 수련시켜준 후 방일에게 가서 그를 다시 열심히 가르쳐주었다. 어쩌다보니 천축행이 너무 바빠져서 그를 꺼내서 수련시켜줄 시간이 없었기에 그만큼 소을촌에서 수련을 시켜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진소청을 가르칠 때와는 달리 방일의 수련이 너무 진도가 느려서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방일을 다그쳤다.
“방일! 방금 가르쳐준 동작을 틀리면 어떡하느냐.”
“헉…. 죄송합니다.”
“초식연계도 하나하나 풀어서 알려줬잖아. 그런데 하나도 이해를 못 하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또….”
나는 다그치려다가 문득 방일에게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매번 잘 못 배우면 저런 식으로 야단만 맞고있지 않았던가?’
다그친다고 해서 더 잘 하게 되는 게 아니라는 건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나는 화를 추스리고는 처음부터 방일에게 차분히 가르치기 시작했다.
“다시 해 보자.”
그리고 방일은 그 날 하루종일 수련하고 나서도 한 초식도 더 외우지 못했다. 나는 그제서야 나를 가르친 자들이 어떤 기분이었던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마치 언젠가 산을 옮겨야 하는데 진도는 사람의 힘으로 빼야만 하는 터무니없는 암담함!
그래서 날 가르치는 자들이 맨날 욕만 해댔던 건가!
“후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짐했다.
“나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방일을 고수로 만들고 말겠다…!!”
그리고 미래에 방일의 손으로 이광을 꺾게 만들 것이다.
그것이 이번 삶에서 내 복수의 완성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