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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망량의 말에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수도를 옮긴다고? 절대 옮기지 못할 텐데.”
수많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낙양은 겉으로서의 기능이 어떠하든 간에 이면의 세계에선 엄청난 중요성이 있는 장소다. 대결계가 쳐져 있으며 망량선사가 직접 수호하고 있으며 수많은 이면의 존재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
내 대답에 망량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이윽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유(緣由)는 현재로서는 파악할 수 없소. 그저 사방에 놓인 정보원들이 준 정보에 따르면 현 황제가 10년 내로 천도를 완료하겠다고 선포한 게 그저께의 일이며, 그 때문에 차기 명제국의 수도가 될 연경에 천하의 관심이 몰리고 있소.”
“흠…. 10년이라고? 그 거대한 도시를 10년 내에 옮긴다는 게 가능한 일이오?”
10년이라 하면 길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보았던 낙양성의 크기는 다른 성의 주성(主城)을 서너 개나 합친 것보다 더욱 컸으며 내성의 크기조차 웅장하기 짝이 없었다. 어찌나 큰지 평생 낙양성을 나가본 적이 없는 백성도 부지기수일 정도였다.
수천 년간 중화대륙의 심장으로 기능하면서 계속해서 영역이 확장되어 발전했으므로 사실상 이제와서 낙양을 대체할만한 도시는 없을 정도였다. 10년으론 그 거대도시를 옮기는 건 철저히 시간이 부족하리라.
내 반문에 망량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오. 황제와 중신이 있는 곳이 바로 명제국의 중심이니, 주요청사와 정부기능만 옮기는 데는 삼 년도 걸리지 않을 테고 나머지는 천천히 옮길 예정이겠지. 그리고 굳이 연경을 낙양처럼 바로 거대하게 증축해야할 필요도 없으니 그렇게 비현실적인 천도는 아니오.”
아 그렇겠구나.
낙양을 통째로 옮기는 게 아니라 수도의 기능만 옮기는 거라면 상관없는 문제겠군….
나는 괜히 깊게 생각했다 여기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근데 대체 왜 옮긴다는 거요? 지금까지 별 문제 없었을 텐데 굳이 그렇게 국력이 소모되는 사업을 벌이는 이유가…. 뭔가 짐작 가는 게 없소?”
“글쎄. 내가 굳이 짐작을 한다면 낙양 내부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기 때문일 것이오. 최근까지 낙양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흘렀으니 무슨 일이 터졌을 가능성이 높지.”
“심상치 않은 기류라.”
망량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백웅. 낙양천도에 개입할 생각이 있소?”
“…….”
왠지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저 눈빛. 그것은 망량이 내가 낙양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이미 알아챘다는 뜻인 듯 했다.
‘흠…. 왠지 중요한 일인 건 확실한데 어쩌지?’
아무래도 이후의 생인 31번째, 32번째까지 생각한다면 지금 낙양천도의 원인을 확실히 알아내는 건 필수조건일 것이리라. 정보 하나만으로 몇 번의 생이 압축되는 효율은 여러번 느껴보았기에 무시하기가 껄끄러웠다.
하지만 낙양천도라는 사건에 개입한다는 건 동시에 사건이 크게 확장되며 내 안락한 삶이 대형사고에 휘말릴 위험 또한 증폭된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껏 그런 식으로 휘말려서 몇 년도 살지 못하고 돌연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굉장히 싫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낙양천도의 이유만 알아내고 개입하지 않는 게 최선일 텐데….’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닫고 말았다.
‘아, 안 돼. 새로운 사건인데다 너무 복잡해…!! 이건 경험적인 잔머리로는 안 되는 문제야.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해!’
지금껏 내게 책사가 필요했던 국면이 여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내가 이미 겪었던 사건일 경우 전생자로서 경험만으로 대충 잘 끌고 나갈 수 있었지만 이 낙양천도는 완전히 새로 겪는 일이다. 이럴 경우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면 무조건 피를 보게 될 텐데, 옆에 있던 책사들이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법을 알려준 덕에 피를 덜 보았던 것이다.
“으으으…. 어렵군….”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자 망량은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뭐 너무 깊게 생각치 마시오. 나는 당신이 고민하는 걸 보니 도리어 안심이 되는군. 정말 나쁜 놈이라면 이런 문제에 고민조차 하지 않겠지.”
“……?”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조언을 한다면, 그냥 지켜보시오. 어차피 사건의 전조일 뿐이니 뭔가 일이 터지고 나서 움직여도 늦진 않을 것이오. 때로는 너무 일찍 개입해서 더 원인을 모를 때가 있기 때문이오.”
“아…. 그렇겠군. 분명 그런 적도 있었어.”
나는 망량의 말을 이해했다. 확실히 시발점에서 너무 빠르게 움직여버리면 내 움직임 자체가 변인(變因)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사건이 불명확해질 수도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당신의 스승인 망량선사가 낙양을 지키고 있을 텐데 낙양이 천도하더라도 상관없는 거요? 사실 그게 더 걱정이라서.”
내 말에 망량이 훗하고 웃었다.
“스승님께선 전에 당신과 함께 가서 뵈었을 때 전에 없이 기분이 좋아 보이셨소. 내게 뭐라고 하신 줄 아시오?”
“응? 뭐라고 했소 그 고양이가.”
“…앞으로 하루가 갈수록 힘이 강해질 거라고 하셨소.”
“……?!”
아닛?! 진짜로?!
나는 그의 말에 당황해서 말했다.
“진짜요?! 망량선사가 더 강해진다고?”
“그렇소. 그래서 사실 낙양이 옮기는 문제도 별로 걱정하진 않고 있소. 스승님만 건재하시면 다 해결될 일이니.”
“와 세상에나….”
나는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세상의 균형이 안 맞는군.’
그 괴물고양이가 더 강해지면 대체 얼마나 강해진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내가 크게 신경 안 써도 되지 않을까?
“아무튼 당신은 신비한 자구려. 어째서 스승님을 고양이라고 부르는 건지….”
“내가 그 자를 만나면 고양이처럼 보이기 때문이오.”
“어찌 그럴 수가 있소? 흐흠.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스승님의 진짜 격과 힘을 알고 있는 것 같군….”
망량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했다.
“앞으로도 알아낸 정보가 있으면 계속 보고하겠소.”
“수고하시오.”
망량이 돌아간 후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뛸듯이 기뻐했다.
“아싸!!”
망량선사가 강해진다니 이런 희소식이 다 있나! 그 고양이가 세질 수록 나는 점점 더 살아가기 쉬워진다구!
‘어쩌면 흉신이 이번 생에 잠적한 덕분이 아닐까?’
흠, 그러면 망량선사가 나한테 빚진 거 아냐?
나중에 축복 하나 공짜로 달라고 해 볼까….
나는 의식의 흐름을 이어가던 중 문득 누군가가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태사부님!! 극호가 돌아왔습니다.”
진소청의 목소리에 나는 집에서 나가보았다. 진소청이 창을 들고 서 있자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정말이냐? 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왜 이제야 온 거지. 그리고 나중에 내 앞에 극호를 데려올 것이지 왜 굳이 보고하러 왔어.”
“음 그게…. 일단 같이 가보셔야 합니다.”
“……?”
나는 어리둥절해하며 나를 잡아끄는 진소청을 따라서 마을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 입구에 도달하자, 웬 거대한 마차 행렬이 마을 앞에 와있는 걸 볼 수가 있었다. 커다란 마차가 무려 다섯 개나 와 있었으며, 그 마차를 수행하는 자들도 수십 명이나 되었다.
“어?”
저 마차는 다 뭐지?
내가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고 있자 낯익은 목소리가 그 마차행렬의 선두에서 들려왔다.
“제자 극호가 태사부 백웅 촌장님을 뵙니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극호의 목소리가 틀림없다는 걸 알아채고 목소리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인 극호를 보고는 경악했다.
“엥? 그 복장은 대체…. 그리고 옆에는 왜 모용연이 같이 온 거냐?”
극호는 평상시의 그 무복이 아니라 왠지 화려하고 밝은 예복을 입고 있었으며 그의 옆에는 수줍은 얼굴로 서 있는 모용연이 마찬가지로 예복을 입고 있었다.
‘설마?’
내가 뭔가를 알아차리자 극호가 멋쩍은 듯 자신의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어쩌다보니 모용연 소저와 혼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내가 멍하니 있자, 어느 새 마을 입구에 와 있던 망량이 극호에게 말했다.
“극호라 했던가? 설마 저 마차는 모용세가의 것이며 그 혼수품이 실려 있단 말이오?”
“그렇소.”
“허어어…. 모용세가는 천하오대세가인데 그 영애가 직접 신랑집에 혼수를 싣고 오다니. 이런 일은 생전 처음듣소.”
망량이 기가 막혀하더니 내게 말했다.
“촌장. 여기서는 촌장이 아닌 극호 문중의 태사부로서 판단을 해주시면 좋겠구려.”
“어… 음… 그게….”
내가 무슨 판단을 하라고!
전혀 예상도 못 한 일인데!
나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극호에게 말했다.
“극호… 너 분명 모용연 소저를 모용세가에 데려다주는 임무를 맡은 게 아니었냐?”
“그게….”
극호가 대답하기 곤란해하자 모용연이 옆에서 극호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극호 오라버니께서 강호의 무수한 악적들을 상대로 절 지켜주셨습니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도 물러나지 않으셨고 사파의 절정고수도 해치우셨어요. 저는 그런 오라버니께 반해서 집안 어른들을 설득했습니다.”
“…….”
“오라버니께서도 제 뜻을 받아들여주셨기에 결혼을 하기로 했어요.”
내가 황당한 눈으로 극호를 바라보자 극호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태사부.”
“그렇게 되다니…. 설마 결혼 얘기 때문에 늦은 거였냐?”
“…죄송합니다.”
극호가 진심으로 죄송해하며 무릎을 꿇으려 하자 나는 그를 자제시키고는 말했다.
“네가 그렇다면 다 생각이 있는 거겠지. 나는 네 혼사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앞으로도 제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제 내자를 받아들여주십시오.”
“그, 그래. 그러면 식은 이 마을에서 치르려고 온 거냐?”
“그렇습니다.”
“알았다. 그렇게 해라.”
“감사합니다!”
치리링 -
잠시 후 모용세가에서 온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이 모용세가 사람들을 도와서 식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는데 문득 황당한 사실을 느꼈다.
‘낙양 천도한다는 소식보다 이게 더 충격적이라서 그 생각이 이제 잘 안 날 정도군….’
여러 번 살다보니 극호가 결혼하는 일도 보게 되는구나. 내가 상념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극호!! 지금 이 시점에 결혼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냐!”
“이광 사부.”
오늘자 란나찰 수련을 다 마친 듯한 이광이 전신이 땀에 젖은 채 마을입구에 와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광은 크게 당황한 표정과 약간의 분노가 어린 얼굴로 극호에게 말했다.
“풍신류의 개놈들에게 함께 복수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결혼을 하게 되면 수련이 대체 무어냐. 나는 결혼한 후 무예에 용맹정진한 자의 얘기따윈 들어본 적이 없다. 결국 네 가정을 꾸려서 유파의 복수를 버리겠다는 말이냐?”
“…….”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너를 그렇게 보지 않았거늘…!!”
생각보다 이광의 반응이 더욱 격해보였다. 옆에서 그런 이광을 지켜보고 있던 독고성도 결혼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입을 쩝쩝 다시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독고성의 내심 또한 이광처럼 결혼하고 나면 수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나 또한 이광한테 괜히 또 갈구기도 그렇고 내가 뭐라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가만히 입 닫고 있으려 할 때였다.
‘으음?’
그러나 나는 그 순간 극호의 눈을 보자 뭔가를 느꼈다. 그리고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광이 분노하는데 끼어들었다.
“이광! 왜 쓸데없이 화내고 앉아있냐.”
“…사부. 결혼은 인륜지대사이며 자손을 낳아서 기르는데 드는 정력과 기력의 소모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극호는 이제 한창 무인으로서 발전이 중요할 때인데 이건 좋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무슨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냐. 바보같은 놈!”
“……?!”
이광이 인상을 찌푸리자 나는 극호 옆으로 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극호의 마음속에 불이 꺼진 것 같으냐? 나는 이 녀석이 그럴 놈은 아니라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에도 충실하면서 복수 또한 이루겠다는 집념인 게 분명하겠지!”
“무슨 말입니까?”
“앞으로 모용세가의 사위가 된다면 천하오대세가인 모용세가 또한 풍신류에 복수하는데 한 손을 보탤 게 분명하지 않느냐. 물론 극호가 그렇게 타산적인 놈은 아닐 테지만 사랑과 복수, 모든 걸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아니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광을 손가락질했다.
“너는 복수하기 위해서라면 백련교에 머리를 굽힐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극호는 그런 게 아니잖아. 결혼을 한다는 건 극호 또한 모용세가에 혈연의 의무를 다하게 된다는 건데 이게 단순한 셈법으로 되는 일이냐? 적어도 이 둘의 사랑은 진짜일 테고 내가 알기로 넌 극호한테 그런 말할 자격 없어!! 알겠냐고!”
나는 내가 전생하면서 봤던 게 있었으므로 확실하게 극호를 옹호할 수가 있었다. 극호와 이광은 결이 다른 예시였다.
“……!!”
이광이 당황할 때 나는 퉁명스럽게 쐐기를 꽂았다.
“그리고 결혼 안해야 무공이 강하다는 논리는 대체 뭐냐! 백련교주도 결혼을 했단 말이다, 이 바보같은 놈아! 그렇게 치면 너는 왜 백련교주보다 약한데!”
“그, 그건….”
“아니지 백련교주까지 갈 것도 없다. 정윤보가 결혼해서 증손자를 봤다는데 그렇게 치면 넌 왜 동기 정윤보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은 건데.”
“…….”
이광은 뜻밖의 예시에 약간 당황한 듯 했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반문했다.
“정윤보를… 알고 계십니까?”
“알다마다. 권신 엄숭의 호위무사 일을 하고 있지.”
“으음….”
“이 사부가 모르는 게 있겠느냐.”
나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광…. 너한테 내가 절세무공 안 가르쳐주고 맨날 란나찰이나 몇만 번씩 시키고 있으니까 결혼한 극호한테 짜증을 풀고 있는 거 아니냐?”
“…….”
그 순간 이광은 약간 욱한 듯한 표정이 되었고, 약간의 살기를 띈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정말로 스승께서 의욕이 있었다면 구궁파천뢰를 가르쳐주셨어야 하지 않소!!”
“호오.”
“나 또한 창술의 기본기를 중시하는 자이지만 스승의 수련법은 너무 과하다 생각하오!! 정녕 나를 괴롭히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면 그 수련법에만 매몰되지 않고 비기를 가르쳐주셨으면 하오.”
“크크… 크크크큭.”
이광의 반항에 나는 웃었다.
‘흐흐흐흐… 흐하하하하…. 더 화내라고…. 이광!!’
그것은 이광이 가소로워서가 아니었다. 이광이 결국 기본기만 수련하는 걸 감내하지 못하고 인내심의 바닥을 보이는 이 모습 자체가 그 동안 내가 받았던 수모와 모욕의 반례가 되기 때문이었다.
이광… 너는 알고 있을까?
지금 하는 모든 행동이 내 복수심을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걸.
나는 내심 웃음이 터지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좋다…. 이 좋은 결혼식날을 흉사로 만들고 싶지 않으니, 정 그렇다면 내가 제자 이광을 위하여 모든 이가 보는 이 순간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어떤 약속이오?”
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란, 나, 찰을 십만 번 연속시전하는데 성공하는 날! 네게 구궁파천뢰와 모든 뇌신류 비기를 아낌없이 전수하리라!”
“……!!”
“이건 다른 뇌신류 제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웅성웅성
그 순간 모든 이가 술렁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로지 이광만이 눈이 충혈되어서 독기를 품은 채 외쳤다.
“해 주지!!”
“기대하마, 이광.”
나는 히죽하고 웃었다.
‘열심히 해 보라고… 크큭.’
이건 근거 없는 믿음이 아니다.
이광을 옆에서 수년간 보아왔던 자로서의 확실한 직감이다.
지금의 이광의 정신력으로는 절대 십만 번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