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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섬서성주가 당황하자 이광은 마치 그 반응을 즐기는 듯 눈을 좀 더 가늘게 떴다. 그리고는 말했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생생히 기억나옵니다. 엄숭(嚴嵩)이 상관 지위개(知違慨)의 비리를 밝혀내어 권력을 얻었을 때 주성근 왕야께서도 한 손을 거들었던 게 기억나옵니다. 당시에 왕야의 결단력과 행동력에 이 이광이 무척이나 내심으로 감복하였사옵니다!”
저게 무슨 소리일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섬서성주는 이광의 정중한 말투에 도리어 안색이 새하얗게 변하는 게 보였다. 섬서성주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된 얼굴로 입술을 꾹 깨물더니 자신의 손을 꽉 쥐고 부들부들거렸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엄숭이 지위개의 군납비리를 밝혀내었던 건 오로지 그 혼자의 공이 아니었더냐.”
이광은 무표정 그 자체로 반문했다.
“그렇사옵니까?”
“뭣….”
“정녕 그러하옵니까?”
“…….”
“엄숭도 그렇게 생각하겠사옵니까?”
이광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연거푸 되묻자 섬서성주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는 듯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이광을 노려보는 기색이었는데 그 시선은 살기도 섞여 있었지만 그보다는 두려움이 더욱 커 보이는 눈빛이었다.
섬서성주도 호신용 무공을 익힌 것 같긴 했지만 이광 정도 되는 초절정고수의 시선을 오래 맞받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더니 말했다.
“이광…. 넌 지금 현직에서 물러났다. 사신위일 때였다면 몰라도 본 왕야를 이리 어렵게 해서 좋을 건 없을 텐데.”
이광은 대화 자체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뚜둑하며 소리를 내었다.
“저 또한 왕야와 척을 지려는 것이 아니옵니다. 안휘성까지 자기 영토처럼 다루는 권력자께 저 따위가 무슨 반항을 하겠사옵니까? 단지 제 스승을 어렵게 하지 않는다면 족하옵니다.”
“저 어린아이가 설마 네 스승이라고?”
“무림인의 나이는 겉으로 보이는 나이와 다르옵니다. 그 무공 또한.”
“헉…. 설마….”
섬서성주는 뭔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이윽고 약간 욕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 소을촌의 괴인들과 함께 뭘 꾸미느냐 이광? 솔직히 말한다면 나 주성근 또한 한팔을 거들어 주마.”
“…….”
“상납금은 안 내도 되니 너희의 행보를….”
섬서성주가 회유하려는 듯 슬며시 말을 늘리자 갑자기 이광이 버럭 대갈성을 질렀다.
“왕야!! 이러다 엄숭의 목이 날라가겠습니다!!”
“……!!”
“제가 갖고있는 걸 꺼내기 전에 자비를 좀 베푸시지요!!”
흠칫!
전혀 알 수 없는 대화같았으나 섬서성주는 이번에야말로 얼굴이 새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린 듯 했다. 그것은 명백히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었고, 이윽고 다리에서 힘이 풀렸는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쿵
“어… 억.”
“아니!!”
“감히 성주님을 위협하다니!!”
채챙
그 모습에 성주를 호위하던 무사들이 분개해서 제각기 칼과 창을 뽑아들었고, 이광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히죽 웃으며 자신의 옆에 꽂아두었던 창을 뽑았다.
“나도 너희에게 생명을 위협받아버렸군. 이건 어쩔 수 없이 선제폐하의 뜻에 따라야겠군.”
“뭔 개소리….”
우웅
스산한 의념으로 이루어진 살기가 이광의 몸에서 감돌자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던 무사들이 멈칫했다. 그들 또한 오랫동안 무공을 익혀서 일류와 절정수위의 고수가 몇 명 있었지만 이광과의 실력차이를 본능적으로 느낀 듯 이마에서 땀이 송골거리며 맺히고 있었다.
그러자 섬서성주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그만둬라. 모두 물러나서 무기를 거둬라.”
무사들이 섬서성주의 말에 무기를 집어넣자 이광 또한 창을 다시 돌바닥에 꽂았다. 이광의 얼굴에는 내심 아쉽다는 기색이 엿보였고, 섬서성주는 무척이나 짜증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광. 듣던 것보다 더욱 패악질이 심하구나. 여태껏 잠잠하다가 이렇게 난동을 부릴 줄은 몰랐다.”
이광이 포권을 했다.
“그래도 용서하소서.”
“…건방진 놈!”
지친 목소리로 변한 섬서성주가 이윽고 망량을 향해 시선을 옮기더니 말했다.
“너희의 청을 조건 없이 들어주겠다. 앞으로도 공물을 바칠 필요는 없고, 내가 안휘성주에게 말해둘 터이니 마음껏 마을을 확장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 적어도 도사나 중앙감찰관 이하에서는 너희를 방해할 자는 없으리라.”
그러자 망량이 예상했다는 듯 히죽 웃으며 예를 차렸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후우…. 더 할 말이 있느냐?”
“성주님의 부하들과 진행하면 될 듯 하여 더 이상 귀찮을 일은 없을 듯 하옵니다.”
“그렇겠지. 그럼 이만 물러가….”
섬서성주는 신경질적으로 손짓을 해서 우리를 내쫓으려다가 문득 망량의 얼굴에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는 의혹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도 생각했는데 거기 망량이란 자, 혹시 낙양에서 나를 본 적이 있지 않느냐?”
“그럴 리가 없사옵니다. 저는 한평생 벽지에 묻혀있었던 유생일 뿐이옵니다.”
“흐음…. 알았다. 나가는 문을 열어주어라.”
우르르
우리는 위병들의 안내에 따라 성주의 궁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온 후 커다란 객잔의 방을 잡고는 일행들과 함께 들어갔다.
‘기왕 섬서성까지 온 김에 며칠 구경이나 하다 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문득 이광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이봐 제자! 물어볼 게 있는데.”
“무슨 일이오…. 아니 무슨 일이십니까.”
강한 반발감 때문인지 경어가 딱 입에 붙지는 않아 어색해하는 이광이었다. 나는 그런 행동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더 세게 갈구기로 마음먹으며 질문했다.
“아까 섬서성주가 네 말에 당황했던 이유가 뭐지? 엄숭과 지위개의 일이라는 건 또 뭐냐.”
“…….”
이광은 대답하기 싫은 것 같았지만 내가 압력을 주는 눈빛으로 그를 잔뜩 쏘아보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안 되겠다. 당장 오늘부터 란나찰 횟수를 십만 번으로….”
“기다리십시오 스승님! 예전 일이라 잘 생각이 안 났을 뿐입니다.”
퍽도 그렇겠다. 나는 내심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현재 조정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권신 중에 엄숭이란 자가 있는데, 이 자는 상관 지위개의 군납비리를 밝혀낸 공으로 권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건 대충 대화의 흐름을 들으니 알겠더군. 그런데 그걸로 섬서성주가 당황했던 이유가 뭐지?”
“사실 지위개는 군납비리를 저지르지 않았고 거짓된 죄를 만들어낸 게 바로 섬서성주와 엄숭이었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뜻밖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망량도 놀라운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망량은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뭔가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광. 육부의 중신(重臣) 지위개가 빼돌렸다던 오군도독부의 식량 15만 석은 거짓이었단 말이오? 그 일로 조정에 거대한 피바람이 몰아쳤는데 그럴 수가.”
이광은 목소리의 고저 없이 차분하게 진상을 이야기했다.
“황위계승서열에서 밀려났지만 야망이 큰 섬서성주가 자신의 영향력을 중앙에 박아넣기 위해 꾸민 일이다. 출세하고 싶었던 중앙의 젊은 관리 엄숭을 꼬드겨서 사건을 조작하고 군량미를 빼돌려서 성의 비밀창고에 넣어두었고, 거기에다가 지위개의 하인을 고문하고 매수하여 거짓증거를 만들어내었지. 지위개가 정말 청렴한 자는 아니었지만 그 일로 억울하게 멸문당하여 본인은 처형당하고 일족이 모두 노비로 강등되었다. 그리고 엄숭은 그 때부터 황제에게 신임받아 권력을 얻었고.”
“으음…!! 이광 당신은 그걸 다 알면서도 음모의 진상을 밝히지 않았단 말이오!! 그 당시에 숙청당한 것은 지위개 뿐만이 아니오. 평소 그의 편에 서 있던 억울한 관리들도 많았단 말이오!!”
망량이 다소 분개한 목소리로 말하자 이광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 임무는 사신위로서 폐하의 명에만 따르는 것. 그 외의 일에 오지랖을 부리다가 황제께 누를 끼치면 그게 바로 불충(不忠)이었다. 그리고 엄숭과 섬서성주의 약점을 내가 갖고 있으면 앞으로 그 자들이 대역죄를 저지르려 할 경우 바로 숙청할 수 있으니 가만 놔뒀지.”
“……쯧!!”
망량은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찼다. 아무래도 망량의 지인이나 친구 또한 그 혈사에 휘말려서 당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나는 이광의 말을 듣다가 말했다.
“이광. 즉 방금 전에 너는 섬서성주한테 그 음모의 진실을 까발리겠다고 협박을 한 거구나.”
“협박이라니. 그냥 그 자가 알아서 착각한 것 뿐이오…. 아니 뿐입니다.”
“그게 그거지. 참 너는 한결같구나.”
“……?”
이광이 뜬금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지만 나는 내심 이광이 어떤 녀석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예전 전생에서 이광이 제 집처럼 권신 엄숭을 찾아가서 대접받을 수 있었던 거구나.’
이기적이고 남 좋은 일 시켜주지 않는 엄숭이 단지 전대 청룡을 존경해서 융숭한 대접을 해줬다기엔 좀 이상하긴 했었다.
‘사실은 엄숭 또한 청룡 이광이 자기 약점을 알고 있다는 걸 모종의 방법으로 알아낸 후 계속 두려워했던 거겠지. 자기를 치지 말라고 이광한테 아부를 떨었던 셈이리라.’
그리고 이광도 그 사실을 알면서 쥐를 갖고 노는 고양이처럼 뇌신류 재흥을 위해서 엄숭을 이용할 만큼 이용하려고 찾아갔던 거겠지.
이건 참 뭐라고 해야할까.
파도파도 끝이 없는 인간이 눈앞에 있었다.
나는 화를 낼 생각도 들지 않았다. 대신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얘기는 그만 하자. 어차피 황제 주후총은 나중에 쳐 죽일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자. 억울한 사람들은 그 때 가서 복권시켜주던가 하면 되겠지.”
이 정도면 잘 정리한 것이리라.
“…….”
“…….”
그 말에 막 화를 내려고 하던 망량은 물론이고 이광까지 크게 당황했는지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망량이 말을 더듬었다.
“태연하게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백웅 촌장.”
“응?”
“벌건 대낮에 객잔에서 황제를 죽이겠다는 말을 꺼내다니 미친 것이오?”
나는 내가 뭘 잘못했나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를 깨달았다.
“아!! 주후총을 함부로 죽이면 안 되지?”
전생하면서 주후총을 몇 번 벌레처럼 죽여대다보니 그 사실을 머릿속에서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
망량은 기력이 없는 표정이 되었고 도리어 이광이 한숨을 쉬었다.
“후우, 스승이여. 아무리 못된 생각을 하고있어도 피휘 정도는 해 주십시오.”
“너도 짜증나면 안 할 거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나는 이광의 반박을 끊어먹으며 말했다.
“어쨌든 망량. 이제 할 일도 다 했겠다 나는 섬서성에서 며칠동안 구경이나 다니고 싶소. 괜찮겠지?”
“좋을 대로 하시오. 세상 그 누가 당신을 막을 수 있겠소?”
“하핫. 그럼 나중에 봅시다.”
다그닥 다그닥
나는 일행이 되돌아가는 마차를 송별한 후 히죽 웃었다.
“그럼 신나게 놀아 볼까.”
나는 섬서성의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대로 먹고 술도 잔뜩 시켜먹었다. 어차피 돈은 엄청나게 들고 있었으므로 돈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노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 얼굴 때문에 주목했지만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놀기만 했다.
그렇게 약 이틀 정도를 잠도 안 자고 먹고 돌아다니기를 반복했을 때였다. 내가 묵고 있던 숙소에 전에 봤던 무사대장이 찾아와서 말했다.
“백웅! 공주님께서 찾으신다.”
“따라가도록 하지.”
나는 무사대장을 따라서 서천공주의 궁으로 갔다. 그리고 궁으로 가자 서천공주는 잔뜩 치장을 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잔뜩 홍조를 띄우며 말했다.
“어머! 오셨군요.”
“그렇소.”
궁에서 차려주는 밥 먹으러 왔다구!
달그락 달그락
“…천천히 드세요.”
나는 서천공주의 궁에 차려진 호화찬란한 만찬을 즐겼다. 그리고 열심히 먹고 있는 동안 서천공주는 마치 홀린 듯한 표정으로 나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마치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했다. 나는 내심 어리둥절했다.
‘먹고있는 동안에는 아무리 미남미녀라도 추해보일 텐데 신경 안 쓰이는 건가?’
보든 말든 내가 열심히 음식을 즐기자 서천공주가 말했다.
“아버님께 들었어요. 소을촌의 백웅 촌장은 사실 반로환동한 괴인일 수도 있다고.”
“그랬소?”
“정말로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어쩔 것이오.”
“궁금한 게 있어요. 반로환동을 하게 되면 다들 촌장님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갖게 되는 것인가요?”
“으음….”
나는 뜻밖의 질문에 고민을 했다.
‘반로환동하면 잘생겨지나?’
사실 아직까지 자력으로 환골탈태하여 반로환동을 겪은 적이 없으므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외모는 반로환동이 아닌 성형술로 얻었으니 어찌 그걸 알겠는가. 하지만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꾸했다.
“내가 아는 반로환동의 고수는 무척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이오. 아마 그럴 가능성도 있으리라 생각하오.”
“어머. 그 분의 성명은 어떻게 되시나요?”
“한백령이오.”
그러자 서천공주가 깜짝 놀랐다.
“서, 설마 낙양 쌍문사가의 태상가주라 불리는 분의 성함이 그렇지 않은가요?”
“응?”
“그 분이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인가요?”
도리어 내가 놀랐다. 서천공주가 비교적 한백령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름을 듣자마자 저런 반응이라는 것은 실체를 어느 정도 알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었다.
‘황족, 그것도 공주 쯤 되면 한백령같은 숨겨진 거물에 대해서도 아는가 보군.’
나는 닭다리를 우물거리면서 대꾸했다.
“그렇소. 나중에 시간나면 한백령한테 가서 반로환동의 비밀을 물어보시오.”
“…….”
“황족인데 죽이지는 못하겠지.”
그러자 서천공주가 기가 막히다는 듯 깔깔 웃었다.
“아하하. 정말 소년같지가 않군요. 반로환동했다는 말이 사실같아요.”
“흐음. 더 할 얘기가 없으면 이만 나는 가봐도 되겠소?”
“잠시만요.”
“또 뭐요?”
나는 정말 귀찮아서 툭하고 내뱉었지만 서천공주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도 소을촌에 방문해도 될지요?”
“마음대로 하시오. 다만 황족에 대한 예를 잘 갖춰주지는 못할 것이오.”
“좋아요. 꼭 가겠어요.”
“그러든가.”
나는 이야기가 끝난 후 서천공주의 궁을 나왔다. 그리고 서천공주한테 무례하게 대했다고 열 받아서 덤벼드는 무사대장을 일격에 기절시키고는 이제부터 뭘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섬서성은 볼만큼 본 것 같군. 슬슬 마을로 돌아가 볼까.’
나는 이윽고 빠르게 움직여서 섬서성을 벗어나려 했다. 하늘을 날면 너무 눈에 띄기에 평범한 무림고수인 척 빠르게 신법을 발휘해서 인적 없는 길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얼마 후 소을촌에 도착했고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엎어져서 뒹굴거리며 놀았다.
“흠…. 한가로운 것도 좋군.”
나는 턱을 괴고 대청에 누워서 나뭇잎이나 세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그 와중에도 계속 이광에게 란나찰을 시켰고 심심할 때마다 횟수를 계속 늘렸다.
그리고 그렇게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백웅. 큰일났소.”
“망량, 무슨 일이오?”
“당신이 복종시킨 마도팔문이 정보를 보내면서 우리의 눈과 귀가 되었잖소. 그들이 보내온 정보 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었소.”
이어진 망량의 말에 나는 또 다시 사건이 시작될 거라는 예감을 받을 수 있었다.
“현 황제인 주후총이 명제국의 수도를 낙양에서 천도(遷都)할 것을 천명했소. 장소는 연경(燕京)이 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