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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268화 (1,265/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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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파르바티?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나는 그 말에 예전 대웅제국 때의 전송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대웅제국의 동료들이 천축대륙을 정벌하러 갔을 때, 브라만교의 설산에서 동료들이 마주쳤던 건….’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고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힐문하듯 이혼대법에 걸린 놈들을 다그쳤다.

“브라만교의 교주는 크리슈나 아니었냐? 파르바티라니 그건 무슨 개소리야.”

그러자 혼탁해진 눈으로 소뢰음사의 주지가 대답했다.

“크리슈나 님은… 화신(化神)…. 그리고 그 분께서 브라만 교주의 자리를 파르바티님께 넘기셨다….”

“으음. 크리슈나는 이번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소린가?”

새로운 개새끼가 등장했군!

나는 중얼거리다 재차 질문했다.

“파르바티는 뭐하는 놈이냐?”

“위대한 파괴신 시바 님의 반려(伴侶)…. 위대하신 분이며… 3천년만에 다시 강림하신 분이시다….”

“…….”

시바… 라고?

나는 원래대로라면 이런 생소한 천축신의 이름을 들으면 고개만 갸웃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28번째 삶의 막바지에 시바라는 이름을 분명히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 공손헌원이 지상을 멸살하라는 명을 내렸을 때 천계를 치러 왔던 만신전의 [옛 지배자]! 항우를 패배시킨 그 괴물의 이름이 시바였다!’

그리고 그 파괴신 시바의 아내가 파르바티라면 이건 한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만신전(萬神殿)!

황제 공손헌원이 그의 만신전 옥좌에 봉인당해 있으나 그 부하들은 아직도 암약하고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크리슈나가 굳이 교주를 넘겨줬을 정도면 같은 편이라는 뜻이며 크리슈나, 시바, 파르바티 모두가 한 편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빌어먹을! 그래서 신격 파르바티가 너희같은 고수한테 난데없이 중원 시골의 소을촌을 치라고 시킨 까닭이 뭐냐?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명령이라 생각 안 했어?!”

“우리 필멸자는 그분들의 의지에 따를 뿐…. 위대한 신의 명령을 어찌 거스르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인간 따위는 벌레와 같거늘.”

“…….”

아무래도 소뢰음사의 주지는 이면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인간과 신의 격차 또한 알고있는 듯 했다.

“아무튼 이유를 말해.”

“그 분께서는… 수상한 힘의 흐름을 감지하셨다…. 미래에 파르바티님께 방해될 수 있는 필멸자들을 잡으라 하셨다.”

“나나 뇌신류 고수들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고 왔나?”

“모른다….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단지 소을촌에 숨쉬고 있는 거라면 하나도 남김없이 지워버린다는 명령만을 들었다….”

“…무영검제와 손을 잡은 까닭은 뭐지? 그것도 파르바티가 하라고 시켰나?”

“아니다…. 우리가 북상하고 있을 때 그 자가 수상하다며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서로의 행선지가 같다는 걸 알게 되고 손을 잡은 것뿐이다….”

“으음.”

아무래도 무영검제가 수상한 서장세력들을 막아서려다가 소을촌이 공통된 원수라는 걸 알게 되자 그냥 손을 잡아버린 모양이다. 나는 어처구니없는 우연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다가 말했다.

“수상한 힘의 흐름을 감지했다는 건 파르바티의 고유능력이냐?”

“그저 신탁(神託)….”

“크리슈나도 지금 브라만교에 있나?”

“그 분께선 교주의 자리를 넘기고 화신을 없애 승천하셨으니 이 세상에 없다….”

“흠….”

나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일단 알았다. 네놈들은 목갑에 넣어둬야겠군.”

마을 안에 계속 이혼대법을 써서 감금해놓기는 귀찮고 식량도 많이 든다. 게다가 다수에게 이혼대법 제압을 걸어놓고 유지하면 술자의 정신력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천년만년 제압상태로 둘 수도 없는 법이다.

나는 심문을 마치고 나와서 망량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말했다.

“망량. 아무래도 이놈들은 천축 브라만교의 수하같고 교주 파르바티가 수상한 힘의 흐름을 감지해서 보낸 것 같소.”

“브라만교라니…? 천축최대종단이 어째서 그런 짓을.”

“나도 모르겠소. 다만 놈들의 뒤에는 거대한 신격이 배후로 있는 것 같소.”

내가 상황설명을 할 수 있는 한에서는 해 주자, 망량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백웅 촌장을 모르고 왔다는 게 중요하군. 그 말대로라면 파르바티란 신은 어느정도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예지에 따라 자기에게 방해될 요소를 감지할 수 있는 것. 소을촌이 뭔지는 모르지만 자기한테 방해가 될 거라 여겨 치게 만든 게 틀림없구려.”

“어쩌면 좋겠소? 습격자들을 죄다 묻어버리는 게 좋겠소?”

“아니오. 아까 독고성의 말대로 그런 선택은 벌집을 쑤시는 격. 파르바티는 그렇게 될 경우 분명히 자신의 예언이 맞았다 생각하여 더 강력한 수하를 보낼 뿐이오. 중요한 건 소을촌 자체가 정답인지 아닌지를 모호하게 하는 계책이오.”

그렇게 중얼거린 망량이 말을 이었다.

“백웅 촌장. 혹시 이혼대법을 이렇게 걸어줄 수 있겠소?”

나는 망량의 계책대로 소뢰음사 주지와 아수혈사문주에게 이혼대법을 걸었다. 그리고 놈들을 놓아주자 머지않아 마을을 떠나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나와 함께 뒷모습을 쳐다보던 망량이 말했다.

“이걸로 근심은 덜었다 생각해도 좋을 것이오.”

“정말로 이걸로 괜찮겠소?”

“파르바티는 중원상황을 알고서 부하를 보낸 게 아니오. 당연히 아무리 신적 존재라도 저놈들이 전멸했다는 것도 당장은 알 수 없지. 그러므로 소을촌을 치려했으나 다른 무림단체와 마주쳐 일이 꼬였다는 식으로 만들어서 헷갈리게 만들면 그 자가 알 방법은 없을 거요.”

“흠.”

“이런 건 사소한 일이오. 그보다 이젠 슬슬 성주(城主)를 만나줄 수 있겠소?”

나는 뜻밖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성주는 갑자기 왜?”

“얼마 전부터 성주에게 큰 뇌물을 바쳐서 인맥을 튼 덕분에 마을을 거대하게 확장시킬 수 있게 되었지만,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성주가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것 같소. 전에 바쳤던 뇌물의 10배를 요구하더군.”

“…….”

“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에게 줄 뇌물이 아깝소. 당신이 힘 좀 써주시오.”

“걱정 마시오. 성주 따위 협박하는 건 일도 아니오.”

“아니아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후환을 줄여야 하니 강유(鋼柔)를 섞어 봅시다. 나와 함께 성주를 찾아가봅시다.”

“……? 알았소.”

나는 그 날 습격당한 마을을 정리한 후 다음 날 아침, 성주를 찾아갈 마을 사절단을 꾸렸다. 사절단에는 나와 망량, 그리고 다른 마을 사람들 몇을 넣어서 마차를 타고가기로 했다.

‘망량은 내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이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

너무 신이(神異)한 힘을 세상에 많이 보여주면 원치 않게 이목이 많이 쏠린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소을촌이 급격히 팽창해 왔기에 여러 곳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에서 주목받을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았고, 그렇기에 인간의 평범한 이동수단인 마차를 써서 가기로 했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를 타고 가던 중에 같이 타고 있던 금천재가 벌벌 떨며 말했다.

“으… 으으…. 정말 괜찮겠습니까….”

“뭐가 괜찮겠냐는 거야?”

“촌장님도 대단한 분이시지만… 성주님은 사실 이 섬서 지역의 왕(王)이나 다름없으십니다. 예전 저같은 마을촌장이 10~20여명 모여서 갑주(甲主)라 하는 지방관리에게 공납을 올리고, 갑주 십여 명이 다시 모여서 지부대인에게 올리고, 그 지부대인께서도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게 도사(都司)라는 분이며 그 도사보다 높은 게 바로 성주입니다….”

“…….”

“게다가 현 성주님은 황실의 후손이기도 하시다 들었는데…. 마, 만일 성주님께 폭력을 쓴다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입니다….”

“흥. 이제 와서 성주같은 게 그렇게 무서울 거 같냐? 네놈한테나 성주지 나한테도 성주 대접을 받을 수 있겠냐.”

“히익.”

그러자 같이 타고 있던 망량이 쓴웃음을 지었다.

“백웅. 당신이 황제도 두려워않는 초인인건 알고 있지만 조금만 인간의 법칙에 맞춰 주시오. 낭중지추(囊中之錐)가 꼭 좋은 뜻인 것만은 아니오.”

“알겠소. 그래서 하늘도 안 날고 굳이 마차를 타고 가는 중이잖소.”

“훗후후.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재밌는 일이 있을 것이오.”

“……?”

“그건 도착하고 나서 직접 겪어보시오.”

우리는 이윽고 섬서일대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이며 성주가 직접 거처하는 서안(西安)에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가게 되자 경비병들이 망량이 내민 금패(金牌)를 보고는 깜짝 놀라서 경례를 했다.

“지나가십시오!”

나는 경비병들이 깍듯이 예를 차리는 걸 보자 궁금해져서 물었다.

“망량. 그 금패는 뭐요?”

“지난번 교섭 때 성주에게서 받은 것이오. 섬서성주가 금패 소유주를 자신의 친족과 같게 대우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

“호오! 그거 쓸만하겠군.”

다그닥 다그닥

“백웅. 당신은 낙양도 가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서안성이 아무래도 낙양성보다는 작게 느껴질 것이오.”

“그렇긴 하오.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성도나 광동성보다는 훨씬 크구려.”

“하하. 역시 중원 전토를 돌아다녀본 적 있나보군.”

이윽고 번화가에 접어들자 마차가 천천히 가기 시작했다. 망량이 빙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내성까지는 차라리 걷는 게 빠르오. 성의 법률로 마차는 빨리 갈수 없게 되어있으니까.”

“응? 빨리 일을 끝내고 가고 싶은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성 안을 구경하고 가는 건 어떻소? 우리는 미리 성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호오. 그렇게 하겠소.”

망량이 왠지 모르게 짖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흐흐흐…. 즐기시오.”

나는 이것도 재밌겠다 생각하며 마차에서 훌쩍 내려서 서안성의 번화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내심 감탄했다.

‘화려하게 꾸민 자들이 많구나. 그리고 이곳 나름의 특색이 있고 음식도 맛있겠구나. 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물론 망량 말대로 낙양성에 비하면 좀 부족하다. 그렇다 해도 촌뜨기가 올라오면 이 화려함에 압도될 건 분명했다. 나는 여행을 즐기는 기분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는데 문득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

잘 보니 걸어가는 근처의 사람들이 마치 홀린 것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여인들은 저마다 입을 가리고 약간 홍조를 띄우며 멀리서 힐끔힐끔 보는 중이었다. 몇몇 여인들이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다.

“꺄악!!”

“잘 생겼어.”

왜 저런 반응인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복희의 절세미모! 그거 때문인가?’

심지어 웅성거리면서 멀리서 사내들마저 내 외모를 품평하는 목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어찌 저런 미소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믿기지 않는군. 허허….’

‘장래에 송옥이나 반안이 될 소년이구나.’

그리고 좀 더 먼 곳에서는 비슷한 나이대의 소녀들이 나한테 말 걸어보라면서 등을 떠미는 듯한 광경이 보였다. 거리에 있는 10명 중 9명은 다들 내게 시선을 주는 모양새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화서명한테 처음 시술받았던 때도 이 정도 반응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보니 그 때는 화서명이 인공적으로 짜넣은 미모였지만 이번에는 미의 극치를 짜넣은 복희의 얼굴이기 때문인 걸까? 반응의 차원이 확연히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 게, 원래의 미모는 여인들에게만 잘 먹혔던 것 같으나 지금은 남성들조차 경탄할 정도라는 게 눈에 보였다.

웅성웅성

숫제 거리 전체가 나만 주목하는 느낌! 나는 이런 시선을 받아본 적이 전무했으므로 등줄기에서 땀이 뻘뻘 나는 기분이 들었다. 무공과는 관련없는 분야인지라 이 정도 관심에는 대처할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허… 허억…. 즐기라는 게 설마….’

이 시선 자체를 즐기란 말이었던가! 나는 망량의 뜻을 깨닫자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런 걸 원하긴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기분좋다기 보다는 당황스러움만 잔뜩 느껴졌다.

그 때였다.

“거기의 잘생긴 소년이여! 잠시 가던 길을 멈추어라.”

난데없이 덩치 큰 무사 몇이 나타나서는 쩌렁쩌렁 외쳤다. 내가 그들을 바라보자, 흑의를 입은 대장격 무사가 험험 하며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우리 주인께서 너를 초대하시는데 따라오거라.”

“싫소. 나는 지금 갈 곳이 있소.”

“아니 이 놈이…!!”

그 때 무사들의 뒤편에 있던 화려한 마차에서 섬섬옥수처럼 새하얀 손이 나왔고 그 손의 주인이 뭐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무사대장은 그 말을 듣고는 다짜고짜 외쳤다.

“따라오면 황금 열 관을 주겠노라!!”

웅성웅성!!

지켜보던 행인들 모두가 경악했다.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황금 열 관이라니! 물론 내게는 씨도 안 먹힐 제안이었지만 나는 신기해서 말했다.

“내가 따라가면 뭘 하겠단 말이오?”

“어… 그러니까… 우리 주인께서 너랑 차도 마시고 얘기도 하실 것이니라.”

“…….”

역시 그렇군. 방금 전 화려한 마차 안에 있던 게 웬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걸 힐끔 보았기에 권유한 당사자가 고귀한 신분의 여성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남을 해치거나 할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지금 할 일이 많으니 너무 옆길로 새면 안 되지.’

나는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성주님을 만나러 가는 중이니 미안하게 되었소. 증표를 주시면 나중에라도 찾아가도록 하겠소.”

“허어….”

무사대장이 당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화려한 마차를 뒤돌아보았고, 마차의 주인이 뭐라고 이야기를 하자 입을 열었다.

“…더 잘 되었구나! 우리를 따라오면 될 것이다.”

“뭐요? 성주를 알현하는데 왜 당신들을….”

“어허!!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망발하는 것이냐!”

이윽고 무사대장이 쩌렁쩌렁 외쳤다.

“감히 섬서성주의 외동딸, 금지옥엽이자 서천공주(西天公主)이신 분의 초대를 거절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

후두둑

그 말이 터져나오자마자 주변에 있던 행인들이 전부 무릎을 꿇고 마차에 예를 표시했으며 거리 전체가 엎드린 광경은 장관이나 다름없었다.

“……!!”

공주?!

‘그러고보니 섬서성주는 황족이라 했던가…!!’

그 말대로라면 지금 마차 안에서 내게 차 마시자고 권유한 것은 성주의 영애라는 소리였다. 내가 황당해서 눈만 꿈벅거리고 있자 화려한 마차에서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소협을 겁박하는 모양새가 되어서 미안하군요. 허나 아버님을 뵐 거라면 그 전에 저와 차를 마시더라도 바쁘진 않을 듯 싶어요.”

서천공주의 말에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세상에 하고 많은 자들이 있는데 굳이 저와 차를 마실 이유는 따로 없지 않습니까?”

“저에겐 있답니다.”

서천공주는 약간 들뜬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수많은 미남을 보아왔으나 소협같은 미소년은 정녕 처음 보았습니다. 지금껏 보아왔던 모든 미남을 마치 닭처럼 느끼게 할 정도의 봉황을 오늘 보았으니, 그 미모에 경의를 표하여 제 궁으로 초대하고 싶군요.”

“…….”

“아버님은 공무에 바쁘시니 저와 차를 마신 후 만나게 해 드리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소. 동료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오.”

“아아….”

그러자 서천공주가 마차 밖으로 자신의 몸을 내었다. 무사대장이 깜짝 놀랐다.

“공주님!!”

서천공주는 상당한 미모를 지닌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선이 가느다랗고 창백한 피부를 지닌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홍조를 띄며 약간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그러면 아버님을 뵌 후라도 제 궁에 찾아와주실 수 있을까요?”

“…….”

“제발… 부탁드려요.”

나는 그 순간 복희가 어느 정도로 잘생겼던 건지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일국의 공주라 할 수 있는 존재조차도 미모에 넋이 나가 격이고 뭐고 내려놓고 간청할 정도라니! 그것도 아직 다 성숙하지 않은 소년의 상태에서도 이런 반응이면 장성해서 청년이 되었을 땐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좋소. 약속하겠소.”

“아아! 소년이여,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백웅이오.”

“기다리겠어요….”

마차는 이윽고 다른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치 길을 터 주듯이 내게서 물러났고 나는 대로변을 활보하면서 그 반응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했다.

‘아…. 이런 거구나.’

잘생겼으면 인생 살기 참 편한 거였네!!

반대로 못생긴 자의 삶이 얼마나 불우한 거였는지가 갈수록 실감이 되자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불행이 일상화되다 보니까 이런 당연한 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거부할 정도였던 것인가?

이윽고 나는 마차가 대기하는 곳으로 왔고 나를 기다렸던 망량이 짓궂게 말했다.

“흐흐. 충분히 즐겼소?”

“대단한 반응이긴 했소.”

“나는 그럴 줄 알았소. 나도 사정상 어렸을 때부터 낙양에서 자라서 미남미녀는 숱하게 보아왔는데 당신의 미모는 격이 다르오. 아마 얼굴만으로도 역사에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하.”

“…….”

우리는 잠시 후 섬서성주를 알현하는 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섬서성주는 우리를 압박하려는 듯 좌우에 정예병을 도열시켜놓은 채 살벌한 분위기로 맞이했고, 짐짓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을촌장과 그 휘하들이 왔는가! 전에 말했던 대로 공물은 충분히 준비했겠지?”

그러자 망량과 나는 거의 동시에 등 뒤에 데려온 자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빨리 한 마디 해주거라, 제자야!”

“…알겠소.”

무척이나 똥씹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창을 들고 뚜벅뚜벅 걸어서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섬서성주에게 포권을 하며 으르렁거리는 듯 말했다.

“섬서성주 주성근 왕야를 이 이광이 다시 뵙게 되어 참으로… 반갑사옵니다!!”

겉으로는 경어를 쓰고 있지만 내심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함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

웅성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섬서성주는 잠시 휘청이더니 손발을 벌벌 떨며 당황해했다.

“이… 이… 이광!! 미친개가 어떻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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