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262화 (1,25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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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화서명에게 성형을 받게 되었는데 한 가지 고민되는 게 있어서 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알기로 성형술을 시전하는데는 약 칠 주야가 걸린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흠? 맞네. 나도 대략 수술 후 안정기까지 돌입하는데 그 정도를 생각했네만.”

“그… 좀 더 빨리는 안 되겠습니까?”

성형술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칠 주야라는 시간은 은근히 긴 시간이다. 나는 전생경험으로 내가 사흘만 안 움직여도 난데없이 변수가 터져서 해결하러 다니곤 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가능하면 빠르게 이 일을 해결하고 마을에서 가만히 있고 싶었다. 그러자 화서명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전에 한 가지… 자네의 몸상태를 좀 더 상세히 알고 싶네만.”

“무슨 말씀이시죠?”

“솔직히 묻지. 반로환동한 것인가 아닌가?”

“…….”

“반로환동했으면 그렇다고 솔직히 말해 주게. 사연있는 자라면 나를 농락하려 한 게 아니라는 걸 당연히 믿어줄 터이니.”

나는 화서명에게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반로환동한 건 아닙니다. 저는 천년설삼을 비롯한 영약을 굉장히 많이 섭취했기에 인간의 내공을 초월한 것일 뿐입니다. 한두 개 먹은 게 아니지요.”

내 대답에 화서명이 기겁을 했다.

“허어어어…. 그게 가능한가?! 천년설삼 하나만 찾는데도 인간 일생의 운이 수십 배나 필요할 것인데 그런 걸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다고?!”

“진짜입니다.”

“정녕 기인이로다….”

“그런데 반로환동 여부는 왜 물어보신 건지.”

“음, 그게 말일세…. 방금 전 자네의 몸상태를 알아보려 진맥하다가 굉장히 이질적인 점을 알아내서일세. 이게 성형수술이라는 민감한 대수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라서 미리 알아두어야 했네.”

“이질적인 점이요?”

화서명은 자신의 뺨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자네의 혈맥과 혈도가 보통인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해 있네. 기본혈맥을 제외하곤 전부 달라졌어. 아니, 수십 년 넘게 내공을 쌓은 무림고수와도 완벽히 다르니…. 내가 아는 의학지식으론 자네의 몸 내부의 흐름을 읽는 게 불가능해.”

“……?!”

“그 원인은 아무래도 내공과 함께 순환하고 있는 둥근… 아니지, 바퀴(輪)같은 독특한 흐름 때문인 것 같더군. 몸 내부에 여러 개의 뇌구(雷球)가 존재하며 무진장한 내공이 그 뇌구 속으로 계속 빨려들며 방출되어 살아있는 것처럼 호흡을 하고 있어. 그 탓에 본디 인간이 지닌 기경팔맥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졌다네. 위치는 같지만 그 혈도가 본디 행사하던 역할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알아내야 해.”

“헉….”

“난 살면서 반로환동인 고수를 진맥한 적이 없어. 그래서 반로환동을 하면 그렇게 되는 건가 상상을 해보았으나, 도저히 알 도리가 없더군. 당장 화씨세가의 역사서를 뒤지기에도 자네의 시간이 촉박해보이고…. 혹시 짐작가는 게 있으면 말을 해 주게나.”

“…….”

나는 그의 말에 대번에 짐작이 가는 게 있었다.

‘구궁파천뢰!!’

구궁파천뢰는 내부 혈맥에 뇌구를 넣어서 강제로 전륜시키는 독특한 수련법이었다. 통상적인 내공심법과는 완전히 다른 이 수련법은 이혼대법을 익히지 않으면 수련성취가 나가지 않는다는 독특한 점 또한 존재했다. 나는 구궁파천뢰를 수련한지 꽤 되었으므로 당연히 내 몸에 구궁파천뢰가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구궁파천뢰가 내 혈맥을 완전히 변화시킨 건가…!!’

나는 이게 큰 문제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모든 걸 화서명에게 털어놓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제가 익힌 것은 구궁파천뢰라는 독특한 신공인데 구성구궁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근본원리는 뇌혼을 심령에서 키워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그걸 위해서는 이혼대법을 같이 수양해야 하는데.”

“이혼대법?! 내가 잘못 들었나? 설마 배교의….”

“네 맞습니다.”

“…….”

나는 구궁파천뢰의 원리와 성취, 그리고 이혼대법의 존재에 대해서도 모두 말해주었다. 그걸 차분하게 들으면서 붓으로 기록을 해두고 있던 화서명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즉…. 번개 그 자체를 혼으로 여겨 상단전(上丹田)에서 오랫동안 숙성을 시키고, 그 동력을 중단전에서 뽑아온다는 거군…. 이건 무슨 신(神)이 되려는 건가….”

그는 잠시 후 기겁한 듯 중얼거렸다.

“세상에! 이렇게 고차원적인 무공은 내 생전 처음 듣는다네. 보통 인간은 하단전 축공만으로도 평생을 쓰게 마련인데…!! 배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그 전설적인 비술까지 수련의 일부라니. 대체 누가 이런 신공을 만들었나.”

“목표가 높으니만큼 어쩔 수 없이….”

“허허…. 그, 그렇다면 생각보다 굉장히 쉬워질 수도 있겠어.”

“네?”

화서명은 붓을 들어서 내 이마 한가운데에 점을 쿡 찍더니 말했다.

“내가 본디 제일 곤란하게 여기던 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바로 자네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었네.”

“그게 왜 곤란합니까?”

“인간의 육체가 성장하는 동안 골육(骨肉)이 함께 생장하게 되고, 그에 따라 본디 성형술로 잡혀있던 기초형태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 물론 화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우리 화씨일맥 비전의 경혈을 이용하면 그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만, 어찌됐든 무리가 따르는 건 틀림없어. 그래서 반로환동인지 아닌지를 물어봤던 거고.”

“흠. 그렇군요.”

“근데 지금 보니 문제는 그게 아니었군. 내 성형의술은 그저 곁가지에 불과하고, 진실로는 자네가 지닌 뇌혼(雷魂)과 협력해야만 성형을 할 수 있는 것일세.”

“무슨 말입니까?”

“뇌혼은 살아있네.”

엥?! 무슨 소리야?!

내가 깜짝 놀라서 화서명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자네는 의념절기를 쓸 수 있는 고수인데 자네 말로는 뇌혼이 인간의 정념소모를 대신해준다 하지 않았는가? 그 덕에 뇌기를 쓰는 절기를 쓸 때 효율이 매우 좋아진다고도 했지.”

“그랬었죠.”

“하지만 그 말은 달리 말하자면 뇌혼이 정념(精念)을 지니고 있다는 뜻도 되는 걸세. 그리고 정념을 지니고 있다는 건 그 존재에게 독립된 의지가 있다는 게야.”

“……!!”

“비록 인간처럼 구체화된 이성은 아닐지라도 마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명처럼… 그 뇌혼은 살아있다고도 볼 수 있어.”

뇌혼이 살아있는 존재라고?

나는 구궁파천뢰를 전수받으면서도 전혀 듣지 못했던 얘기였기에 눈을 꿈벅거렸다. 내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 표정을 짓자 화서명이 약간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이었다.

“이혼대법으로 자네는 자기자신을 뇌백(雷魄)으로 삼아 체내의 뇌혼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지? 그리고 이혼대법은 근본적으로 혼을 다루는 술법이야. 당연히 처음부터 뇌혼을 살아있는 객체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겠나.”

“아니, 그건 그냥 운용수법에 쓰이는 비유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로 뇌혼이 살아있다고 어떻게 생각한단 말입니까.”

“비유가 아닐세. 비유라면 혈맥까지 달라질 이유가 없어. 자네는 앞으로 구궁파천뢰에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만 할 걸세.”

“…….”

설마 성형술 시전받으러 왔다가 구궁파천뢰의 뇌혼에 대해 새로운 걸 알게 되다니?!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 멍해져 있자 화서명이 말했다.

“아무튼 나는 무공고수가 아니니 더 자세히는 접근할 수 없네. 나는 그저 그 뇌혼의 성질을 이용해서 성형술에 써먹을 뿐이네.”

“어떻게 이용한다는 겁니까?”

“내가 붓으로 점을 찍은 미간에 구궁파천뢰를 운용하여 자네의 뇌혼을 집중시켜 보게.”

우웅 -

나는 화서명이 시키는 대로 해 보았다. 그러자 미간이 화끈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번개의 기운이 이마에 집중되었다. 화서명이 말을 이었다.

“그 뇌혼의 성질을 이용하여 성형술의 완성형태를 고정시키는 게 수술의 핵심이 될 걸세. 자네의 협력이 필수적이지.”

“형태를 고정시킨다고요?”

“그래. 미남이 되려는 의념(意念)을 뇌혼에 입력시키는 걸세. 그러면 내가 굳이 오랫동안 시침하면서 형태를 고정시킬 필요도 없으니 수술도 빨리 끝나네.”

“……?”

“좀 더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겠군…. 흐음….”

화서명이 잠시 고심하다가 말했다.

“쉽게 말해서 자네가 강력한 의념으로 ‘최고의 미남’을 염상(念想)한다고 치지. 그리고 그 의념을 미간에 집중된 뇌혼에 불어넣게 되면, 뇌혼은 앞으로 그 미남의 형상을 기억하게 될 것일세.”

“네?! 비전혈맥이나 보형물이나 시침을 하지 않아도요?!”

내가 그제서야 알아듣자 화서명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실로 궁극의 성형술이라고 할 수 있지! 그 어떠한 성형부작용도 있을 수가 없어! 이것보다 완벽한 성형술은 아예 변신을 해 버리거나 다른 인공육체로 옮겨타는 것뿐이네.”

“……!!”

“다만 자네의 강력한 의념과 집중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 하나…. 자네가 되고 싶어하는 궁극의 미남이 무엇인지 머릿속에 확고하게 자리잡아야 한다네. 그리고 혹시 모를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장침을 자네 얼굴에 좀 많이 꼽아야하겠지.”

“즉 제가 되고 싶어하는 제일 잘생긴 미남형을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려야 한다는 거죠?”

“아마 그렇게 되겠지.”

화서명이 내게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뇌혼의 효과가 어느정도인지 모르니 애매모호한 상(想)은 안 되네! 구체적으로 눈앞에 드러날 법한 선명한 형태가 있어야 해! 자네의 진짜 과제는 자기가 되고싶은 외모가 뭔지 찾아오는 것이야. 원래라면 내가 알아서 미남형을 맞춰줄 테지만 이런 형태의 성형술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으으음….”

내가 되고싶은 외모라.

나는 뜻밖의 과제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화서명에게 질문했다.

“그럼 천하에서 제일 잘 생긴 사람이 누구입니까?”

“글쎄. 전설상의 미남으로는 송옥(宋玉)이나 반안(潘安)이 있지. 허나 알다시피 평범한 초상화로는 그들의 미모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네. 구체적인 외모가 필요한데 말이야.”

“흠.”

기왕 성형하는 거 천하제일의 미남이 되고 싶은데….

나는 고민하다가 화서명에게 말했다.

“잠시 다른 자에게 지혜를 구해 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맘대로 하게나.”

후웅

나는 다시 하늘을 날아서 소을촌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망량에게 가서 지금 상황을 상세히 말하고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은 망량은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우선 당신이 여태껏 만났던 절세미남들을 하나씩 말해 보시오. 당신은 보기보다 삶의 경험이 풍부한 인간으로 보이니.”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흠…. 남궁환도 잘생겼고 한진성도 잘생겼고… 그래, 삼장법사도… 그리고… 십이율주가 잘생겼다 들었는데 그놈의 자식 얼굴을 본 적이 없고…. 천계에 투선인 양전이 잘 생겼고…. 500년 후에 주현성도 한 외모 하던가?”

“…….”

“아, 그리고 내가 본 중에는 삼황 복희가 제일 잘 생긴 것 같소.”

“…진짜 당신 미쳤소?”

“응?”

“아, 아니오. 으음.”

망량은 황당 그 자체인 표정을 짓더니 가까스로 표정을 추슬렀다. 그러더니 말했다.

“좋소…. 여하튼 살면서 절세미남을 많이 목격했던 모양이구려. 그러면 개중 제일 잘생긴 복희의 외모를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떠올리면 되지 않겠소?”

“그게…. 나중에 실수로 옥황상제라도 되면 여와랑 복희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불경죄일까봐.”

“하하하…. 당신과 얘기하다보면 내가 미친놈이 되어가는 기분이구려.”

“…….”

진짠데….

전혀 믿지 않는 듯한 망량이었지만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대충 이야기를 정리했다.

“아무튼 좋소. 즉 당신 말은 남의 외모를 함부로 빌렸다가 후환이 생길까 두렵단 거군.”

“그렇소. 어쨌든 편안한 삶이 목표인지라 긁어부스럼이 될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소.”

“흠. 자칭 복희란 자의 성격은 어떻소?”

“무척 관대해보이지만 칼같은 면이 있고 온화함과 느긋함도 있는 분이오.”

망량이 부채를 팔락거리며 대꾸했다.

“그러면 뭐 나중에 미안하다 하고 그 분의 외모를 잠시 빌려서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군. 당신 말이 사실이라 친다면 삼황처럼 대단한 신격이 고작 인간외모를 빌렸다고 화낼 리는 없잖소. 어차피 인간처럼 꾸미고 있는 것도 신들의 입장에서는 놀이에 지나지 않으니까.”

“아! 그렇구려.”

“음…. 나중에 힘들면 내게 상담하러 오시오. 나는 정신치료도 좀 할 줄 아오.”

“고맙소.”

왠지 망량이 뭔가를 오해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아무튼 그의 말이 도움이 되었기에 나는 납득하고는 다시 화서명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 화서명에게 당당히 말했다.

“결정했소!”

“좋네! 그러면 시침을 할 터이니, 내가 점으로 찍은 곳에 뇌혼을 집중시키고 그 외모를 계속해서 염상하게.”

“알겠소.”

“대략 두 시진 정도는 무척 아플걸세. 근육과 신경을 강제로 잡아땡길 테니까.”

“…네?”

“아파도 참을 수 있다면 시작하겠네.”

“크윽. 알겠습니다.”

파지지직!!

“우우우우.”

“집중하게 집중!! 내 시침은 그저 보조에 불과해. 자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걸세!”

“……!!”

“뇌혼이 그 외모를 기억하게 주입시켜!”

나는 얼굴에서 뇌전이 파직거리며 튕기는 게 느껴졌다. 동시에 화서명이 경고한대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일어나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마치 생이빨을 뽑는 듯한 격통이 반 식경에 한 번씩 찾아오는 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정신을 추스리면서 계속해서 복희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우오오오옷!!’

하지만….

얼굴 못생긴 채로 살아왔던 설움이 얼마였던가.

딱 한 번 성형을 했을 때는 너무 바쁘게 산다고 그 잘생긴 외모의 장점을 미처 누릴 틈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생에는 제대로 잘 생긴 채로 살아보겠어!

치직 치직!!

한참동안 미간에서 뇌혼이 미적거리다가 어느 순간 강하게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치 화서명이 말한 것처럼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다가 내 뇌리에 의지가 전해지는 게 느껴졌다.

[…기억해….]

외모를 기억한다는 뜻인 줄 알았지만 뜻밖의 목소리가 연속해서 들려왔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 성장한다….]

무슨 말….

파지지직!!

나는 얼굴이 타들어가는 듯한 격통과 함께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 후 기절에서 깨어났을 때, 화서명이 내 침상 옆에 있었다.

“일어났는가?”

“시간이 얼마나….”

“자네는 반나절 정도 기절해 있었네. 하지만 더 이상 입원해있을 필요는 없지. 원하는 대로 즉시 돌아가도 좋네.”

그렇게 말한 화서명이 내게 거울을 보여주었다.

“정말 이런 외모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군.”

“…….”

화서명은 감탄하듯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다가 말했다.

“확실히… 이건 왠지 인간이 뱃속에서 우연히 난 것 같은 외모라기 보다는…. 인외의 존재가 인간을 관찰하여 가장 완벽한 미(美)를 만들어낸 것 같구만…. 실로 완벽한 비율이야….”

의술에서 천하제일을 논하는 화씨세가의 신의가 하는 말이므로 저 평가는 굉장히 객관적일 수밖에 없다.

눈앞에 있는 것은 바로 삼황 복희의 외모.

내가 보았던 중 가장 잘생기고 아름다웠던 존재가 살짝 어려진 듯한 미소년의 모습이 눈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 이 정도였던가.’

첫 번째 성형 때의 미소년 외모보다 더하다. 말 그대로 예술적으로 깎아지른 듯한 완벽함이 감돌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어차피 자네의 집중력과 뇌혼이 거의 다 해먹은 수술이었다네.”

투덜거리며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중얼거리던 화서명이 말했다.

“다만 뇌혼을 이용한 성형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 당분간 내기(內氣)의 운용과 구궁파천뢰 시전을 자제하게. 자네는 하늘을 날아다니던 것 같은데 그런 짓을 하루 동안은 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나는 기분 좋게 화서명의 집에서 나섰다.

‘그럼 잠시 개경에서 놀아볼까.’

나는 하루동안 개경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구경이나 다닐 셈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개경 시내로 들어가자 나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웅성웅성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 날아와 꽂히는 생경한 느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힐끔거리기 일쑤였다. 몇몇은 대놓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나를 응시했으며 간혹 감탄성같은 게 군중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아니. 첫 번째 성형에서 이 정도 반응은 아니었는데…?’

복희의 외모가 이 정도였단 말인가?

나는 생소한 느낌에 적지 않게 당황해서 걸음을 재빨리 해서 인적없는 곳으로 벗어났다. 그리고 슬며시 다시 얼굴을 내밀자 또 아까와 같은 반응이 거리에서 나왔고, 마치 나 자신이 시선을 받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아. 하지만 더 시선을 받기는 민망하니 이쯤에서 개경을 떠날까.’

나는 이윽고 축지법을 써서 개경을 벗어났다. 역시 아직은 축지법이 그리 익숙하지 않은지 드문드문 시전이 끊겼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내공을 쓰지 않은 축지법으로 빠르게 고려 남부까지 향했고, 밤이 되자 동래부 근처의 산에서 야숙을 하며 잠깐 쉬었다. 그리고 해가 밝자 곧장 내공을 가용하여 하늘을 날아 동영으로 건너갔다.

파앗

내가 다시금 교토의 황궁에 도착하자 스사노오가 기다렸다는 듯 나타났다. 그가 내게 말했다.

[호오. 그 사이 외모가 좀 변했군! 헌데 그건 내가 아는 그 자의 얼굴같은데…?]

“그를 아는가?”

[인간으로 변했을 때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역시 너는 삼황과 관련이 있나보군.]

“약간.”

역시 신화시대에 날뛰었던 신답게 삼황 복희와도 마주쳤던 적이 있는 듯 했다. 나는 스사노오에게 말했다.

“오늘은 미호를 데려가려고 왔다.”

[그렇군. 이리 나오너라, 여우야!]

스사노오의 호령이 떨어지자 멀리에 있던 미호가 주춤거리며 기둥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후 내 얼굴을 보자 크게 경악한 듯 눈을 떴다.

“아, 아, 아니!!”

“…….”

“세상에….”

나는 씩 웃으며 미호에게 말했다.

“이제 좀 마음에 드냐?”

미호는 한동안 넋을 놓은 듯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쭈뼛거리며 다가오더니 내 손을 조심스레 잡으며 말했다.

“전의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꼭 따라가겠습니다.”

“정말?”

“네…. 외모보다는… 낯선 이를 따라가기 두려웠을 뿐입니다.”

“하하하.”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 생은 같이 즐겁게 지내보자고, 미호!”

이제 미호를 데리고 소을촌으로 가게 되면 이번 생의 내 평온한 삶의 계획은 절반 이상 끝이 나는 셈이다!

나는 당장 미호를 데리고 날아가려 했는데 갑자기 스사노오가 내게 말했다.

[백웅. 잠시 할 말이 있다.]

“…뭔가 일을 해 달라는 거라면 거절이야. 협력관계라지만 대홍수를 직접 막는 게 아니면 지금은 나도 바쁘다고.”

[일을 의뢰하는 게 아니다. 이 얘기를 네가 꼭 들어줬으면 한다.]

“뭔데?”

스사노오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갑자기 흉신의 침공이 사라진 덕에 나는 여유가 생겨서 아베노 세이메이와 협력하여 신점(神点)으로 미래의 나뭇가지를 미리 읽는 의식을 후지산 정상에서 치렀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대홍수라는 대재앙의 ‘징조’가 무엇인지 하나 알아낼 수 있었지.]

“징조?”

[흑월(黑月)이다.]

스나노오는 진중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검은 달이 떠오르는 날 지상계를 쓸어버릴 대홍수가 시작될 것이다…!!]

“…….”

나는 그 말을 듣자 생각나는 게 있어서 말했다.

“네 부모라 할 수 있는 이자나기노미코토가 부활했을 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나?”

[흐음. 그걸 알고 있었다니. 과연 백웅인가….]

감탄한 듯 외친 스사노오가 말을 이었다.

[아니다. 나도 그리 생각했지만 이자나기노미코토는 이번 신점과 큰 관련이 없는 듯 했다. 무언가 다른 존재의 권능이 개입하는 듯 했다.]

“그게 누구지?”

[…최대한 알아보는 중이다. 그러니 너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달라.]

“좋아. 그렇게 하지.”

일단 소을촌부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놓고 나서 알아봐 주지!

상황에 끌려다니는 건 질색이니까!

파앗

나는 미호를 데리고 소을촌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소을촌에 착지한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알 수 있었다.

“백웅 님!!”

나와 미호는 그 쪽을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무척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고, 나는 놀라서 외쳤다.

“서문혜!! 왔구려.”

“무영문에서 이제 막 도착했어요.”

“나인줄은 어떻게 알아보았소?”

서문혜는 진심으로 기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외모는 정말 많이 변하셨지만…. 어쩐지 백웅 님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눈에 보여요. 백웅 님은 백웅 님이에요.”

“그렇군.”

본질을 살피는 안력은 당연히 신력이자 권능의 영역이었다.

역시 거신족의 힘이 어느 정도는 각성한 건가.

“그런데 백웅 님.”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서문혜의 스산한 말투가 내 정신을 어지럽혔다.

“옆에 그 여우는 누구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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