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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와 아수라는 신관들이 적대적인 자세를 풀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놈의 말이 혹시 기만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저 놈들이 우리를 속여서 더 간단하게 없애려는 속셈인가?
방금 전까지 죽어라 싸우던 자를 믿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전혀 경계를 풀지 않았고, 아수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경계하자 신관 아르타룬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부디 저희를 따라와 주소서. 저희의 신께서 귀하를 뵙고 싶어 하옵니다.]
나는 그의 간곡한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당신들이 따라가자면 따라가야 하나? 네놈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따라갈 수 있겠냐고.”
[어찌하면 저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상황설명부터 해 봐. 왜 나를 데려가려 하고, 어디로 가려는 건지.”
내 말에 아르타룬이 대답했다.
[방금 보여주신 초대장은 저희의 신께서 부하를 통해 귀하께 전해드린 것…. 저희는 그 초대장을 가지신 분을 신께 안내드릴 의무가 있사옵니다.]
“…….”
나는 그 말에서 약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푸른 보석은 분명히 대뢰옥에서 [몽환의 악사]라는 놈이 흉신의 축복을 받은 희생자들 중 하나의 몸을 빌려서 내게 건네준 것…. 그렇다면 저 신관놈들은 [몽환의 악사]와 같은 편인가?’
나는 머리를 굴리다가 아르타룬에게 말했다.
“[몽환의 악사]라는 놈이 내게 그걸 전했다. 그 놈은 누구지?”
[오오…. 그 분 또한 위대한 존재…. 위대한 성좌에서 내려온 존재이십니다….]
“…나를 신에게 데려가서 뭘 할 셈이냐?”
[그것은 오로지 신께서 정하실 일…. 해를 끼치지 않을 터이니 따라와 주십시오.]
“웃기고 있네.”
나는 상대가 정중한 척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힘의 우위를 이용해서 나를 조롱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대로 신에게 끌려갈 경우 신 앞에서는 자살조차 용이하지 않았으므로 더더욱 따를 이유가 없었다. 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며 투지를 끌어올려서 외쳤다.
“절대 네놈들 뜻대론 되지 않아! 아무런 진심도 감정도 없는 주제에 어디서 남의 거취를 강요한단 말이냐!!”
[어찌하면 저희의 진심을 증명할 수 있겠사옵니까?]
“당장 혀깨물고 뒈져! 못 하겠지?”
[오오…. 부디 진심을 알아주소서.]
“응?”
뭐라는 거야?
하지만 다음 순간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푸콱
신관 아르타룬이 곧장 지팡이를 휘둘러서 자기자신의 머리를 터뜨려서 자살한 것이다! 나는 물론이고 아수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눈을 크게 부릅떴고, 아르타룬이 자살하자 그의 지팡이를 집어든 옆의 신관이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부디 진심을 알아주소서!]
[알아주소서!]
진짜 자살을 하다니?!
신관 아르타룬은 지상계의 기준으로는 놈의 거취만으로도 세상의 균형이 바뀔 정도의 고위존재였다. [작은 굴레]를 이용해 죽음을 극복하고 본체 아수라를 몰아붙이는 실력이면 혼자서 인간을 멸망시킬만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놈이 겨우 진심을 증명하겠다고 자살을 선택하다니!
‘씨발 미친 새끼들인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창힐에게 충성을 바치는 팔부신중들조차 자살하란다고 당장 자살할 정도의 충정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윽고 눈앞의 신관들이 지니고 있는 의지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아…!!’
미친 게 맞구나!
‘광신(狂信)이야.’
자신들의 신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존엄성따윈 어찌되든 목표수행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아르타룬은 자살하면서도 자기의 수행성과가 아깝다는 생각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고 신을 위해 죽을 수 있음을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오싹 -
‘비, 빌어먹을….’
나는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어째서 들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신관들은 가진 힘도 힘이거니와 자기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광신도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놈들과 잘못 교섭했다가는 죽느니만 못한 꼴을 보는 게 당연하리라.
아수라 또한 나와 같은 것을 느꼈는지 안색이 좋지 못한 듯 했다. 아수라가 힐끔 나를 쳐다보았고 그 눈빛에는 내게 모든 선택을 맡긴다는 뜻이 들어 있었다. 천하의 아수라라도 이런 집단을 상대로 또라이 기질을 발휘하기 힘든 것이다.
‘한 번 더 거절한다면….’
도저히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도 되지 않는다. 저런 광신도들한테 논리나 이성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 차라리… 그 광신을 이용해 볼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다.
“좋아. 따라가는 대신에 조건이 있다.”
[무엇이옵니까?]
“너희 같은 촉수덩어리들이 너무 숫자가 많은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놈만 빼고 모조리 자살해라.”
[오오…. 알겠사옵니다.]
푸콱!
푸콱!
이윽고 눈앞의 신관들 중 11명이 모조리 자살한 상태가 되었고 이제 남은 건 오로지 한 명의 신관뿐이었다. 마치 고대의 용과 촉수가 결합한 듯한 기괴한 그 신관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신관 베자카룬이옵니다. 신명을 다해 모시겠사옵니다.]
“왜 모시냐?”
[저희의 신을 뵈러 가실 터이니….]
“안 갈 건데?”
[…….]
우웅
나는 손에 선검을 띄우며 아수라에게 말했다.
“아수라. 2대 12가 아니라 2대1이라면 할 만 하겠지?”
또라이같은 게 늘 좋은 건 아니지!
싹 다 자살시키면 이쪽이 숫적으로 유리하다고!
[후후후…. 나도 이런 건 생각 못했는데 저 놈들의 광기를 보고도 바로 이용해먹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가.]
아수라가 껄껄 웃더니 자신의 여섯 개의 손에 무기를 잡으며 외쳤다.
[할만한 게 아니라 지면 수치이다! 가자!]
“그래!!”
타닷
나와 아수라는 동시에 신관 베자카룬에게 덤벼들었다. 베자카룬은 우리가 덤벼들자 자신의 용두(龍頭)를 잠시 떨더니 약간의 분노를 담아서 말했다.
[다른 곳도 아닌 성지에서 이런 잔꾀를 부린 걸 후회하게 될 것이옵니다!]
지이잉!!
콰광
다음 순간 베자카룬의 몸 주위에 은은한 방어막이 생겨나더니 아수라와 나의 공격을 막았다. 은은한 빛의 방어막은 잠시동안 파괴력을 감당하려는듯 떨다가 갑자기 유리처럼 부숴졌다.
파칭!
“……!!”
하지만 나는 그 방어막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수라는 적멸무극, 나는 무량단을 전력으로 썼는데?!’
나와 아수라는 실질적으로 현 인간계 최강의 절대지경 반열에 올라있으며 우리의 합동공격이라면 개세적인 위력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신관 베자카룬의 방어막은 비교적 여유롭게 모든 파괴력을 방어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저런 건 대라신선도 만들 수 없는 방어막이었기에 내가 당황하자 베자카룬의 안광이 혈광을 띄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나를 남긴 것은 바로 내가 13대 신관의 필두(筆頭)이기 때문…. 서열 7위 아르타룬에게 고전하는 자들이 나를 토벌할 수 있겠습니까?]
스가각
베자카룬의 지팡이가 빛나는 순간 갑자기 공간에 무수한 선(線)이 흩날리며 무언가가 잘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또…. [작은 굴레]를!]
그리고 아수라는 뭔가를 눈치 챈 듯 급히 자신의 검경(劍境)으로 의념천주를 펼쳐서 막대한 방어력을 품은 검막(劍幕)을 시전했고, 나는 뭔가가 오는 걸 느끼고는 무엇을 해야할지를 생각했다.
‘반격? 아니면 아수라처럼 방어?’
하지만 어쩐지 아수라처럼 막으려 들면 큰일난다는 직감이 든다. 나는 이 자리에서 뒈져도 좋으니 일단 반격부터 하기로 마음먹고는 내가 쓸 수 있는 수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딱 한 가지 방법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눈에 힘을 불끈 주고는 전력을 다해서 외쳤다.
“광 - 선!!!”
콰과과과광
다음 순간 베자카룬의 전신을 광선이 뒤덮었고 백열 속에서 베자카룬의 몸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으으음…!!]
치지징!!
그러나 나는 베자카룬을 일격에 해치운 게 아니라 광선의 첨단에서 베자카룬이 여전히 버티고 있으며 베자카룬의 몸에 아까 같은 방어막이 덧씌워져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친 방어력이군…!!’
마법의 힘이 저토록 강력할 수 있단 말인가? 해신조차도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광선의 힘까지 이렇게 잘 막아낼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내가 흠칫하고 있을 때 아수라의 몸이 터져나갔다.
퍼퍼펑
[크와아악.]
“아수라!”
[시… 시공왜곡…. 이어지는 인과절단주술…. 무슨… [옛 지배자]도 아니고 이런 미친 수준의 마법을…. 신의 부하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
“…….”
[마법만은… [옛 지배자]급….]
아수라는 쿨럭하며 상체에서 청혈을 쏟으며 반쯤 엎어졌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듯한 아수라는 이미 전투력을 상당히 상실한 것처럼 보였기에 나는 오싹하는 걸 느꼈다. 너무 상대방의 수준이 높다는 게 절실히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콰앙!!
하지만 역시 베자카룬이라 해도 광선을 끝까지 막을 수는 없었던 걸까? 폭음과 함께 베자카룬 또한 폭렬에 휩싸여서 몸이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베자카룬의 지팡이가 다시 빛나면서 [작은 굴레]를 조종해서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게 보였고, 나는 그걸 보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는 걸 느꼈다.
[우욱… 삼황오제의 권능인가…!!]
베자카룬은 나름대로 충격을 받은 목소리였으나 내 귀에는 그런 게 들어오지 않았다. 광선을 맞고도 적의 신관이 쓰러지지 않는다니 이런 건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였다.
틀림없다.
저 놈은 하위 [옛 지배자]급이다!
“제기랄!! 이건 어떠냐!”
나는 광선을 연발해서 쓰지 않고 이번에는 빠르게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멸망의 때에 흐르는 성좌(星座)여! 나 그대의 권능을 빌리노라. 다가올 천 년의 때를 경배하노라!”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양손에 주문의 힘이 맺히기 시작했다. 신력과 언령을 담아서 외치자 예전에 그냥 쓸 때보다 훨씬 위력이 높아진 게 느껴지고 있었다. 내 주문을 들은 베자카룬이 크게 놀란 듯 했다.
[아니, 그 주문은?]
“받아라!!”
흉신(凶神)의 주문!!
파밧
주문이 끝까지 영창되자 거대한 어둠의 촉수가 허공에 소환되어서 베자카룬의 몸을 칭칭 얽어매었다. 베자카룬은 지팡이를 놓친 채 속수무책으로 촉수에 붙잡힌 듯 했으며, 완전히 무장이 해제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베자카룬을 제압하자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영광으로 알아라. 설마 이런데서 이 주문을 쓸 줄은 몰랐다….”
흑웅을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광선이 통하지 않는 적을 보자 크게 당황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아껴뒀던 흉신의 주문을 쓸 수밖에 없다. 저 정도 강적을 상대로 더 이상 수를 아끼면 큰일난다는 게 경험으로 확실했기 때문이다.
[…과연… 훌륭하십니다. 어찌하여 우리의 신께서 귀하를 모셔오라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나는 도리어 나를 칭찬하는 베자카룬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유부릴 때인가? 곧 그 주문이 완전히 네놈을 집어삼킬 거야. 예전보다 훨씬 강화된 것 같으니까.”
꾸드득
[으음….]
“제길. 설마 네 녀석 또 다시 [작은 굴레]를 이용해서 빠져나올 생각인 건가?”
내가 이를 악물고 베자카룬을 노려보았지만 베자카룬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신의 권능을 쓰는 이 주문에 당하면 [작은 굴레]를 조종하는 능력 따위로는 저항할 수 없지요. 뿐만 아니라 마력을 흡수하여 적을 제압하기 때문에 더더욱 마도사는 당해낼 수 없으니, 유사 이래 우주의 수많은 마도사들이 여기에 당했지요…. 성좌조차도 파멸하리라. 이리도 위대할 수가!!]
베자카룬이 진심으로 흉신의 주문을 찬양하는 듯 했다.
“……?”
나는 그 말에 의아해져서 놈에게 말했다.
“뭐야?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저도 예전에 이 주문을 써본 적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위대한 신의 가호로써….]
“뭐?!”
무슨 헛소리야?!
[오오…. 정말이지…. 백웅이시여…. 저희가 따로 이끌지 아니하여도…. 그대는 우리의 신께로 향할 운명이옵니다….]
“개소리….”
[저는… 이 주문이 이토록 강력하게 펼쳐지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저의 신께서… 그대를 더없이 총애하나이다….]
끝까지 광기어린 신념에 젖은 목소리를 중얼거리던 신관 베자카룬의 몸이 허공에 소환된 거대한 촉수덩어리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쿠드드득 쿠드득
[위대한 신의 양식이 되다니…. 영광이로다….]
잠시 후 베자카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고, 놈은 완전히 촉수에 빨려 들어가서 먹혀버리고 말았다. 나는 잠시동안 놈의 최후를 지켜보다가 옆에 있던 아수라를 부축했다.
“괜찮냐?”
[크윽. 미치겠군…. 너무 강한 놈이었다.]
“동감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광선을 세게 시전한 부작용으로 지금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고 있었고 동시에 시력도 상실했기 때문이었다. 당분간은 또다시 기감만으로 사물을 판별해야 할 것이다.
아수라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펼친 주문이 강했던 덕분일까…. 단서가 출현했군.]
“단서?”
[저 앞에 나타난 차원의 균열…. 거대한 힘의 충돌 덕분에 저 균열 사이로 거대한 암흑의 거목(巨木)이 보이는군.]
“……!!”
나는 아수라의 말에 흠칫하며 대답했다.
“그건 틀림없이 방금 전에 방주에서 탐지한 거다. 그 안에 제갈사와 서문혜가 있어.”
[그런가…. 그렇다면… 암흑의 거목은 제갈사와 큰 관련이 있겠군.]
“방주로 암흑의 거목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균열이 사라지기 전에 차원을 넘으면 가능할지도….]
그렇게 중얼거린 아수라가 말을 이었다.
[어서 출발하자고… 빌어먹을… 요즘은 치이기만 하는군.]
“…그래.”
나는 아수라의 푸념을 들으면서 천천히 방주로 향했다. 그리고 아마도 뒤에 펼쳐져 있을 차원의 균열 쪽을 힐끔 보면서 생각했다.
‘저 놈, 끝까지 뭔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기색이었다.’
아마 흉신의 주문을 써서 전투를 빨리 끝내지 않았다면 그 ‘무언가’가 찾아오는 게 틀림없었으리라. 나는 흉신의 주문이 약간 아까웠지만 그런 제반사정을 생각하면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빨리 이 자리를 떠야할 것 같다….’
더한 놈이 찾아오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리라.
나는 아수라와 함께 방주에 올라타서는 명령을 내렸다.
“차원의 균열로 진입하여 어둠의 거목에 접근해라.”
[디멘션 클로저를 개방 중…. 30초 후 진입을 개시합니다.]
우웅!!
잠시 후 거대한 섬광이 일어나면서 방주가 요동치며 어디론가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진입이 끝났을 때, 나는 옆에 있던 아수라가 당황하며 외치는 걸 들을 수가 있었다.
[응?! 백웅!! 저, 저거 저거! 왜 저 놈이 여기에!!]
그야말로 숨 넘어갈 것처럼 놀라는 목소리였기에 나는 반문했다.
“뭐가 또… 지금은 시력이 없어서 화면이 안 보여.”
[방금 전 구름 속에서 뭘 봤는지 알고 있냐.]
“뭘 봤는데!”
기감으로는 사물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어도 전자파를 내뿜는 전자화면의 상태는 볼 수 없다. 내가 짜증을 내자 아수라가 크게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곡(帝嚳)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