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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241화 (1,23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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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따라오라.]

나는 열을 따라서 오거천문 내부로 들어갔다. 아수라는 어느 새 인간의 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고 이번에는 다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도 그럴만한게 열의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 본의 아니게 망신을 당한 셈이었기 때문이다.

스스스….

혼돈으로 이뤄진 섬광이 불꽃처럼 튀는 것도 잠시, 나는 어느 새 만귀전 내부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궁궐 여기저기에는 귀신들이 보였는데 저들은 대라신선에 못지않은 존재들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귀신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으나 이내 열이 준엄하게 말했다.

[썩 눈길을 치우지 않으면 눈을 뽑겠다.]

[히이익.]

귀신들이 비명소리를 내며 화들짝 놀라서 흩어졌다. 귀신들의 기척이 없어지자 열은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 드넓은 어전은 몇 번을 와도 적응이 안 되는군. 이렇게 넓을 수가….’

무려 99개나 되는 궁방이 존재하는 어전은 인간 세상에는 존재치 않는다. 지루할 정도로 거대한 이 만귀전에서 또한 세 개의 관문을 넘어야 어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한참 후 나와 아수라는 어전에 도착했다. 어전에는 광대한 넓은 공간에 암흑의 거인이 옥좌에 앉아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저 존재를 몇 번이나 보아왔기에 그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윽고 열이 앞으로 나가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왕이시여. 소호금천의 사도를 데려왔나이다.]

[잘했다, 열.]

[이만 오거천문으로 가보겠….]

[아니. 잠시 있거라.]

[존명.]

열은 천천히 신형을 옮겨서 암흑거인의 왼쪽에 시립했다. 그리고 암흑의 거인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말로만 듣던 백웅이군. 소호금천이 그토록 재밌어하는 사도가 바로 너인가?]

역시… 내 정체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하긴 소호금천의 사도가 될 때부터 나머지 오제는 모두 내 존재를 알게 되었으리라. 나는 예상대로라고 생각하며 옥좌 앞에 부복하며 예를 갖추어 말했다.

“소호금천의 사도, 백웅이 위대하신 전욱을 뵈옵니다. 영광이옵니다.”

그렇다. 눈앞에 있는 것이 바로 삼황오제이자 북방의 상제인 전욱!

만귀전의 주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전욱은 훗 하고 웃더니 말했다.

[마음이 바빠 보이는구나.]

“…제 인간협력자를 찾으러 왔습니다만 혹여 전욱 님의 심기를 거슬렀을지 저어되어….”

[흠. 그런 말은 천천히 해 볼까.]

갑자기 내 말을 끊은 전욱이 손을 들더니 말했다.

[여봐라. 연회(宴會)를 준비하라.]

[네입!!]

어디선가 귀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고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이 광활한 공간에 거대한 상이 차려졌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좌우에 도열해 있던 귀신들이 몰려들면서 무언가 준비를 하듯 열심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어…?’

예전에도 전욱이 식사를 하자고 한 적이 있었지만 뭔가 묘하게 다르다. 그 때보다 훨씬 잔칫상의 규모가 웅장했고 귀신들도 식사 외의 무언가를 준비하는 기색이었다.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전욱이 명령을 내렸다.

[악사들은 연주하라.]

디리링

수많은 귀신 악사들이 동시에 거문고와 각종 현악기, 관악기를 사용하여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 숫자 또한 예전에 보았던 것보다 훨씬 많았으며 청아한 음색이 마치 찢어질 듯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웅장하다는 게 바로 느껴지는 중이었다.

내가 당황스러워서 머뭇거리고 있자 전욱이 한가운데에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상을 창조하며 내게 말했다.

[귀빈(貴賓)을 허투루 대할 순 없지. 상석(上席)에 앉으라.]

당연히 상석은 상석일 것이다. 세상에 삼황오제와 마주보면서 밥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상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는 경계하며 급히 포권했다.

“귀, 귀빈이라니. 당치 않은 말씀이옵니다. 저는 일개 사도에 불과할지언대….”

[예의가 바르군. 허나 본좌는 과공(過恭)을 비례(非禮)라 생각하느니, 한 번 더 거절하는 건 본좌에게 수치를 주는 것이다.]

“…….”

[편하게 앉으라. 그대를 해하려 만든 자리가 아닐지어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전욱이 이렇게 친절하게 나오다니?!’

내 생에 이런 걸 겪은 일이 거의 없다. 예전에 전욱이 베푼 잔칫상에 앉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히 전욱이 순수한 호의를 남에게 베풀 리가 없었기에 나는 극도로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속셈이야?!

‘하지만 과공을 비례라고 해버린 이상 거절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거절했다가는 그것 자체가 시빗거리가 될게 뻔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위대하신 전욱께 한없는 감사를 표하옵니다. 존의(尊意)할 수 있음이 영광이옵니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온갖 공치사를 다 갖다 붙였다. 그러자 전욱은 만족한 듯 껄껄 웃더니 부드럽게 손을 저었다.

[옆에 아수라 네놈도 편히 앉으라. 창힐의 부하라는 점은 적어도 오늘 이 자리에서는 접어둘 터이니 얌전히 즐기고 가거라.]

그러자 천하의 아수라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포권하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위대한 전욱이시여. 하해(河海)와 같은 은혜에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나이다.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소서….”

아수라가 생각보다 더욱 저자세인 이유는 전욱이 말로는 저러지만 사실 언제든 아수라를 벌레처럼 잡아죽일 수 있는 호전성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까딱 실수했다가는 나보다 열 배는 쉽게 죽을 위험에 처해 있는 게 아수라의 상황이었기에 저자세일 수밖에 없으리라.

[크크크.]

전욱은 마치 다 안다는 듯한 눈빛으로 아수라를 쳐다보더니 거대한 술잔을 살짝 들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열이 거대한 술병을 들어 전욱의 술잔을 채웠고, 술잔이 반쯤 채워지자 전욱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자아…. 우선 본전(本殿)이 자랑하는 명주(名酒)를 들어보라. 본좌가 가장 자신하는 술이로다.]

나는 힐끔 내 상에 올려져있는 거대한 술병을 보았다. 칠흑으로 만들어진 자기 같았으며 크기가 웬만한 어린아이의 키보다 더욱 커서 무거워보였다.

‘이건 뭐지? 전욱의 사도일 때 이런 건 본 적이 없는데….’

나는 의아해하면서 우선 술병을 들어서 팔뚝만한 술잔에 따라보았다. 그러자 안에서 시꺼먼 액체가 흘러나와서 술잔을 채우기 시작했고, 그 흑색이 너무 짙어서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 보통이라면 이런 색깔을 지닌 술을 맨정신으로 마실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술잔을 들었다.

“훌륭한 술인 듯합니다. 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겠사옵니까?”

[신주(神酒) 효영(曉影)이다. 부주산(不周山)이 부숴지던 그 날, 북천(北天)의 파괴된 어둠에서 정수(精髓)만을 추출한 술이지….]

“……!!”

[효영을 마신다면 신들조차 너를 부러워하리라.]

나는 흠칫했다.

‘부주산이라면 설마…!!’

고대의 신화시대에 공공과 전욱이 겨뤘던 대전쟁!

그 전쟁에서 부주산이 격파되고 천지가 표류하듯 난장판이 되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와가 끼어들어서 그들의 싸움을 말렸다는 전설이 있었는데, 설마 이게 부주산의 잔해에서 흘러나온 술이란 말인가?

절대 이건 인간계의 물질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내가 이걸 마시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리도 귀한 술을 제가 마셔도 될런지…. 자신의 사도에게도 내려주지 않을 귀한 술이 아니옵니까?”

내 질문에 전욱이 눈에 약간 이채를 띄는 것 같았다.

[흐음…. 그렇긴 하지. 허나 지금은 본좌가 그대와 진솔한 이야기를 하려 하니,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해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

[대범하게도 잔을 꽉 채웠군. 그 패기가 마음에 드니, 한 잔 하도록 할까.]

으윽…. 그렇게 귀한 술인 줄 알았다면 이렇게 많이 따르진 않았을 거라고!

‘진솔한 얘기는 또 뭐야…? 예감이 좋지 않다!’

나는 뭔가 올가미에 잡혀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이 술을 마시면 큰일날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나는 어떻게든 술을 마시는 걸 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수라와 눈이 잠시 마주쳤고, 아수라가 갑자기 입을 옴작거렸다.

벌 주

‘…그래!!’

나는 아수라가 준 단서에 뭔가를 깨닫고는 급히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전욱에게 말했다.

“전욱이시여! 그토록 귀한 술을 이리도 단숨에 마시는 건 안 될 일입니다. 귀한 술에는 그만한 주도(酒道)와 주예(酒藝)를 갖출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이 하고싶은가?]

“가벼운 여흥으로 이 연회의 흥을 띄우고 싶으니 허락해 주시옵소서. 간단한 놀이를 하여 벌주(罰酒)를 마시는 게 어떠할까 싶습니다.”

[호오….]

전욱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텅 빈 오른쪽을 보며 말했다.

[어찌 생각하나, 려(黎).]

슈슉

그와 동시에 전욱의 우측에서 려, 진실된 정체는 축융(祝融)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내 감각과 시야에 잡히지 않게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전욱의 오른팔, 려는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지 않겠습니까? 주군께 이토록 호기롭게 말하는 녀석은 처음 보는군요.]

[크크… 그렇군.]

전욱은 기분좋게 웃더니 말을 이었다.

[좋다…. 사도답게 놀 줄 아는 놈이군. 놀이를 제시하라.]

“…….”

나는 막상 말을 꺼내놓고는 뭐라고 해야할지 막막해졌다. 이 술을 안 마시려고 벌주놀이를 제안했다는 건, 결국 계속 놀이에서 이겨서 상대에게만 술을 먹여야 한다는 말이다. 무조건 내가 이기기 쉬운 놀이면서도 전욱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절묘한 놀이를 생각해내야 한다.

‘그래…. 그거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500년 후의 문화에서 단서를 찾아내고는 입을 열었다.

“아… 알까기입니다!!”

분명 소림사 수련장에서 심심할 때마다 주현성이 이 놀이를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알까기?]

“네! 그, 그러니까.”

내가 막상 말을 꺼내놓고도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아수라가 급히 나와서 말했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그것은 기판(其板)에 흑백의 돌을 올려놓고 다른 한쪽으로 알을 튕겨서 기판 밖으로 떨궈서 모두 없애는 놀이이옵니다.”

아수라가 알까기가 어떤 놀이인지를 비교적 간명하고 확실하게 설명을 하자, 전욱이 한동안 조용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전욱이 훗하고 웃더니 말했다.

[재밌군…. 그렇다면 네 말을 3수(壽) 주겠노라. 그리고 내 말 또한 3수로 하지. 그리하여 진 쪽은 승리한 쪽의 염(念)을 들어주는 것으로 하자.]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기판을 소환해주시면….”

[말은 지금 바로 주마.]

우우웅

전욱의 말이 끝나는 순간 연회장 밖에 거대한 기판이 소환되었고, 그 바둑판 위에는 순식간에 수많은 귀신들이 소환되었다. 귀신들은 기판을 빽빽이 메우듯이 서 있었는데 숫자가 매우 많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귀신이 알까기의 말입니까? 세 마리라기엔 너무 많은….”

[귀신 따위를 말로 해서 재미가 있겠나? 그런 통 작은 놀이는 하고 싶지 않다.]

“네?”

[이렇게 하지.]

전욱이 옆에 있던 려에게 눈짓을 하자, 려가 갑자기 화염의 채찍을 소환해서 기판 위로 날렸다. 그러자 무시무시한 화염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귀신들을 불태우며 폭풍을 만들어서 날려버렸다.

콰과과광

[크아아악.]

[끼에에엑.]

귀신들이 화염폭풍에 당해서 모조리 날아가자 거대한 기판 위는 폐허가 되었다. 잠잠해진 폐허를 만족스럽게 보던 전욱이 말했다.

[기판 위를 공격해서 판 위에 남은 귀신이 많은 쪽이 지는 걸로 한다.]

“…….”

[본좌가 유리한 놀이이니, 둘 다 싹쓸이가 된다면 그 판은 본좌의 패배인 걸로 하지…. 그리고 염원과는 별개로, 네가 지면 질 때마다 신주 효영을 일배(一盃) 모두 마시도록 하라.]

아니 이건 알까기가 아니잖아!!

전혀 다른 뭔가라고!!

내가 황당해서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자 전욱이 말했다.

[왜 그러지. 본인이 제안해 놓고 놀이를 하지 않을 셈이냐?]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이어진 전욱의 말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래야겠지…. 이겨야 네 조력자인 제갈사의 행방을 알 수 있을 테니까.]

“……!!”

뭐라고!!

나는 감정을 숨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억지로 감정을 추스르며 전욱을 똑바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 계획하신 거군요.”

당했다.

[후후. 설마 본좌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먼저 놀이를 제안해 주다니 너는 생각보다 좋은 부하가 될지도 모르겠군.]

전욱 또한 술자리를 빌미로 뭔가 내기를 제안하려 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속이 쓰리는 걸 느끼면서 재차 물었다.

“전욱 님께서 이기신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별 건 없다. 단지 놀이도 이긴데다가 네가 나의 신주(神酒)도 마시게 되는 셈이니 본좌의 입장에서 손해만 볼 수 없지 않겠는가….]

전욱의 어둠이 한 순간 흐릿하게 잔혹한 웃음을 짓는 게 보였다.

[적어도 네가 소호의 사도를 관두고 내 사도가 되어야겠지 않겠느냐.]

“…….”

그랬던 거군….

‘피할 수 없었던 거야.’

제갈사와 서문혜가 이곳에 온 건 틀림없다. 그리고 찾아온 제갈사와 서문혜는 어떤 식으로든 전욱만이 그 행방을 알고 있으리라. 나는 그들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놀이에서 이겨야만 한다!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같이 하찮은 필멸자를 얻으려 인간들을 인질로 잡으실 필요까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제갈사와 서문혜는 먼저 풀어주고 이 놀이를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전욱은 껄껄 웃었다.

[후후…. 해신과 정면대결했던 자가 하찮은 필멸자라고? 해신이 아무리 약한 놈이라지만 그래도 필멸자에 비교될 정도는 아니다. 너는 본좌가 충분히 노력을 기울여 얻을 가치가 있는 말이지.]

“…….”

[더 이상 구질구질한 잡변을 내세우지 말라. 놀이를 이기면 네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을 터이다.]

“…좋습니다.”

후웅

잠시 후 연회상을 뒤로 하고 나는 거대한 기판 앞으로 갔다. 그리고 기판 앞으로 가자 우글거리며 몰려있는 만귀전의 귀신들을 볼 수 있었다.

‘해볼 수밖에!!’

한 방에 귀신들을 모조리 기판 밖으로 날리자!

내가 힘을 쓰려고 선검을 소환하자, 갑자기 저 뒤편의 옥좌에 시립해 있던 려가 크게 외쳤다.

[귀신들이여, 방패가 되어라!!]

……응?

[오오오.]

[명을 받드나이다.]

그러자 만귀전의 수많은 귀신들이 울부짖으며 갑자기 서로 뭉치면서 군령(群靈)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수백 마리의 귀신들이 꽁꽁 뭉쳐서는 고대의 전투방패같은 형상을 만들어내었다.

쿠웅

“…….”

딱 봐도 방금 전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방어력을 갖고 있을 게 뻔하다. 나는 황당해서 뒤에 있던 전욱에게 외쳤다.

“이, 이러는 게 어딨습니까?!”

전욱은 옥좌에 앉아서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이러면 안 된다고 한 적도 없지 않느냐?]

“…….”

[명령을 내려서 방패형태로 뭉치면 안 된다고 미리 제약을 달아두지 그랬느냐.]

그런 게 어딨냐고!!

하지만 전욱의 억지를 따지고 들기에는 처지가 좋지 않았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하나하나가 대라신선급인 귀신들이 저렇게 뭉쳐있는 걸 일격에 때려 부수는 건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쪽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소!”

[뭐?]

파앗

내 옆으로 아수라가 날아와서 착지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검을 뽑으며 말했다.

“내가 백웅을 돕지 말란 법도 없었단 말이오.”

[…….]

전욱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러더니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라….]

전욱이 보기에는 아수라가 나를 돕는다 해도 지난한 과제일 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나는 아수라가 난입해주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아직도 이 난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

“아수라. 어떻게 하지?”

“…….”

“우리 둘이 합체절기를 써도 수백 마리의 만귀전 귀신으로 만든 방패는 일격에 부술 수 없을 거다.”

내가 우려하고 있었지만 아수라는 모든 집중력을 다한 눈으로 뒤편의 연회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백웅. 딱 하나 이길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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