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0====================
사신지혼(四神之魂)
이후 전투훈련실의 강화단계를 시험해 보니 확실히 10단계는 너무 과한 감이 있었다.
‘1단계는 신체능력과 내공 10퍼센트 강화, 2단계는 20퍼센트 강화. 이런 식으로 10퍼센트씩 늘어나다가 의념 강화가 등장하는 건 5단계부터인가?’
그리고 8단계에서 처음으로 의념 무한이 설정되며 9단계와 10단계에서 신체능력과 내공 또한 한계를 뛰어넘어 껑충 강화되는 느낌이었다. 사실상 5단계와 8단계가 큰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문제인 이유는 절대지경 고수의 특성상 의념무제한으로만 설정되어도 전력이 평소보다 최소한 세 배는 강해지며 전술의 폭도 굉장히 넓어지기 때문이다. 호법사자가 비슷한 예시였는데 그들은 무한한 내공을 이용해서 거대한 의념소모폭을 감당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의념과 내공이 둘 다 무한이 된다면 한 가지만 무한인 것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잠재력을 품게 되어 있었다. 은연중에 하나만 극치에 도달했을 때 존재하던 제약이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신체능력 증폭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은 요소였다. 서문혜가 그리 의념이나 내공이 특출 나진 않으나 선조회귀로 인해 신체능력만으로도 강호 대다수의 절세고수들을 압도할 수 있는 걸 보면, 절대적인 육체능력은 어느 정도 의념이나 내공의 상성도 무시할 수가 있었다. 절세고수라고 해서 꼭 이면세계의 강력한 마수나 마왕을 상대로 강하지 않은 게 그런 이유였다.
‘100배쯤 증폭된 신체능력이면 아까 봤던 것처럼 적멸무극을 맞추기도 힘들 정도로 빨라지는 게 가능해….’
거기에다가 내공의념까지 무한이라는 건 여러모로 상식을 초월한 난이도였다. 아수라는 마왕으로 변신하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나로서는 꼭 그렇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주가 부숴지면서 판정승이야 나오겠지만 그게 이긴 거냐고….’
오히려 마왕으로 변신 후에 전력을 전개하면 방주가 부숴지면서 전투훈련용 아바타도 사라지기 때문에 승리판정이 나오는 것 뿐, 실제로 ‘그런 존재’가 있다는 가정 하라면 마왕이 된 아수라조차 그들과 2대 1로 끝까지 싸워서 장담치 못하리라. 그 정도 전력을 지닌 존재가 고작 방주가 폭발한다고 치명상을 입을 리가 만무하니까.
나는 전투훈련실의 체계를 열심히 살펴보다가 아수라에게 말했다.
“슬슬 시간이 되었군. 보패 개천주를 얻으러 나가자.”
“흠. 나는 훈련하고 싶은데.”
“밖에 뭐가 있을지 모르잖아.”
위잉
나는 아수라와 함께 기린산의 정상에 나왔고, 이흥패의 말대로 기린산의 정상에 월광이 비치는 단 하나의 장소가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의념을 오도에 덧씌운 뒤 그대로 그 일대의 흙을 반구 형태로 파내어서 허공으로 퍼 날렸다.
지이잉….
“이게 개천주로군.”
보패 개천주. 이것은 이흥패와 마찬가지로 구룡도의 사성이자 봉신대전의 전쟁영웅이었던 대라신선 왕마(王魔)의 보패였다. 당연히 이흥패와 동급의 신선영웅이 쓰던 것인만큼 상급보패였으며 이흥패의 반황주에 못지않은 위력이 잠재되어 있었다. 나는 구슬보패인 개천주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실로 이어진 세 개의 구슬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곧장 개천주를 들고 방주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의 보패를 얻은 자여…. 그대는 누구인가?]
바로 그 때 어떤 신선의 환영이 내 눈앞을 가로막으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 정체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므로 차분하게 대꾸했다.
“왕마여. 나는 소호금천의 사도인 백웅. 이흥패가 내게 개천주를 얻을 것을 권해주었소.”
[…그렇군…. 세상은 아직도 전쟁에 시달리는가….]
눈앞에 있는 건 아마 개천주에 깃든 왕마의 사념이며 본체가 아닐 것이다. 본체인 왕마는 이후 강력한 대요마와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왕마의 잔류사념이 말했다.
[그대여…. 우리 넷의 보패는 본디 하나였다…. 우리의 보패를 만들어 주신 전대 통천교주님께서 하나의 특별한 보패를 쪼개셨으며 그 보패의 이름은 나도 모른다…. 원시천반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것밖에 모른다.]
“뭣?”
[그대가 세상의 환란에 대비하여 힘을 모으고 있다면…. 4개의 보패들을 모두 합하여… 나부동으로 가면 하나로 합쳐지리라.]
파앗
왕마의 잔류사념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나는 뜻밖의 정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부동이라?’
아무래도 구룡도의 사대선인들의 구슬보패 4개를 다 모아서 나부동으로 가면 최상위 보패로 바뀌는 모양이었다. 나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옆에 있던 아수라에게 말했다.
“아수라. 나부동이 어딨는지 알아?”
“선계의 아미산(峨嵋山)에 있겠지. 나도 듣기만 했지 가본 적은 없다. 그건 왜?”
나는 왕마의 잔류사념에게서 들었던 말을 했다. 그러자 아수라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내가 들은 바로 나부동은 천계와 독립되어 있는 용담호혈(龍潭虎穴)이다. 그곳에는 고대의 절교 신선들이 단체로 터를 잡고 있다고 들었는데, 찾아갈 땐 나름대로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특히 나부동의 주인은 나로서도 만만치 않은 놈이다.”
“흠…. 나중에 가보면 되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방주에 올라타서는 에너지 임펄서에 개천주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개천주에 반응해서 방주가 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 순간 경고음이 들려왔다.
[연속 업데이트로 인해 동력이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사용자의 주의를 요합니다.]
“뭐라고? 동력이? 다시 보충할 수는 없냐?”
[순수한 에너지를 담은 매개체를 임펄서에 접촉시키면 보충모드로 전환합니다.]
즉, 보패나 보물을 더 내놓으라는 뜻이다.
개천주를 흡수시켜서 방주를 강화시켰기에 방주의 기능은 강화되었겠지만 강화시킨 만큼 동력이 소모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옆에 있던 아수라가 말했다.
“백웅.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일단 이 봉래도에서 얻을 건 다 얻은 것 같은데 이젠 만귀전에 돌격하거나 아니면 제갈사의 연락을 기다리고 대기하는 수밖에 없다.”
“…….”
“나로서는 이대로 제갈사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만….”
“만귀전에 죽을 각오를 하고 가는 건 무모하단 거냐?”
“당연히 그렇지. 이깟 과학유물 하나 강화시켰다고 열 같은 괴물을 이긴단 보장은 전혀 없다. 제갈사의 위치를 알아낸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해도 될 텐데.”
“…….”
아수라의 말에 나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확실히 그의 말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서문혜….’
하지만 나는 동시에 서문혜 생각이 났다.
서문혜는 본디 제갈사가 맡아서 데리고 있기로 했었는데 서문혜의 기척 또한 장령곡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서문혜를 제갈사가 데려갔다는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제갈사를 찾는다는 건 서문혜를 찾는다는 것과 동일한 이야기라고 줄곧 생각해왔던 것이다. 서문혜까지 되찾아야 생각한다고 하면 이대로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제갈사부터 찾으면 서문혜의 행방도 확실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좀 더 확실히 할 필요성이 있겠어.’
나는 예감을 확실히 하기 위해 화면에 명령했다.
“현 위치에서 서문혜의 위치를 찾아라.”
[탐색 중….]
그리고 역시나 내 예감이 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문혜의 위치는 ‘제갈사’의 제2차 경유지와 일치할 확률이 99.7퍼센트입니다. 2차 경유지로 향해 주십시오.]
틀림없다. 이렇게 되면 서문혜는 제갈사와 함께 만귀전에 들어간 것이다. 나는 한참동안 고뇌하다가 아수라에게 말했다.
“만귀전으로 가자.”
“정말이냐? 열한테 죽을 텐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대로 손놓고 기다릴 순 없어.”
내장이 터지는 고통을 무릅쓰고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였던 걸 생각하면 여기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무리수를 둔다고 해도 좋아. 동료들을 어이없게 잃느니 차라리 빨리 죽고 재시작하는 게 나아!”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다가 영영 제갈사와 서문혜의 소식이 끊기는 건 악몽이나 다름없다. 그럴 바에야 죽음을 감수하고 한 수라도 빨리 움직이는 게 나에게 맞으리라!
“크크…. 과연 전생자로군. 그럼 가자!”
“오거천문으로 가자!”
[목표. 오거천문으로 이동.]
우웅
방주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오거천문까지 비행해서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오거천문이 보이는 위치에 도착하자 보이지 않는 힘 때문에 방주가 멈춰섰고, 방주의 통제실에 있는 우리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는 누구냐?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이대로 너희를 산산조각 내 버리리라.]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연히 열일 것이다.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침착하게 외쳤다.
“기다리시오! 위대하신 전욱께 예를 표하며, 우리가 직접 나가서 그대에게 상황을 밝히겠소.”
[…….]
“배에서 내릴 수 있게 해 주시오.”
[좋다….]
우웅
그러자 방주를 에워싸던 의문의 힘이 해제되며 다시 방주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명령을 내려서 방주를 오거천문 앞에서 하강시켜서 상륙했고, 방주에서 걸어나오자 오거천문 앞에 열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열(噎).
전신이 뭉글거리는 듯한 시꺼먼 구름으로 이루어진 관복(官服)의 괴인.
실제로는 [옛 지배자]에 준하는 힘을 지닌 만귀전의 고위 관료로써 엄청난 고위존재였다. 해신보다 더 막강할수도 있는 그를 앞두자 나는 절로 긴장이 되었고, 더욱이 여태까지와 달리 상당히 적대적인 태도를 보게 되니 더욱 그랬다.
‘열은 이미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내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곧장 공격해올 것이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열에게 팔뚝을 내밀어 말했다.
“만귀전의 열이여! 나는 소호금천의 사도인 백웅이오.”
내가 내민 팔뚝을 쳐다본 열이 대꾸했다.
[확인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놈은 누구냐.]
“내 부하요. 수상한 놈은 아니니 걱정 마시오.”
[네놈들 전부가 수상하다.]
날카롭게 말한 열이 내 쪽으로 구름이 뭉게거리는 어둠의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당장 이곳을 방문한 용건을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소호의 사도라 하더라도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으리라.]
생각보다 더욱 적대적인 태도였다. 소호의 사도라고 해서 딱히 기죽는 기색이 아닌 걸로 보아서 역시 열은 전욱의 사도나 다름없는 위치일 것이리라.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도의 권위가 통하지 않는 상대인 것이다.
나는 미리 준비했던 대답을 했다.
“나는 소호금천의 명에 따라 특수한 임무를 진행중이고 그 와중에 인간조력자들을 얻게 되었소. 그런데 갑작스럽게 암천향에 빠지는 바람에 활동에 공백이 생겼고, 그 사이에 내 조력자들이 이 오거천문을 통해 만귀전으로 갔던 걸로 확인되었소.”
[그래서?]
“부디 내 인간조력자들을 찾아갈 수 있게 해 주시오. 만귀전을 침범하려는 뜻은 조금도 없소.”
[…….]
열은 잠시동안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적의를 담고 있던 손을 내리면서 말했다.
[따라오라, 소호금천의 사도여! 군주께서 그대를 보고 싶어 하신다.]
“좋소. 내 배는 어떻게 하면 되오?”
[우리 만귀전은 그깟 사바세계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다. 여기 놔두고 가라.]
“알겠소.”
나는 천천히 오거천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뒤따라오려던 아수라는 갑작스럽게 열에게 제지당했다.
[넌 안 된다.]
“뭐라고? 왜 안 된다는 것이오.”
그러자 열이 날카로운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백웅이 말을 얼버무렸다 해서 내가 네 정체를 모를 줄 아느냐? 팔부신중 아수라.]
“……!!”
아수라는 정체를 들키자 흠칫했다. 열의 말이 이어졌다.
[본디 네놈들은 우리 눈에 띄는 순간 소멸시켜야 할 터. 허나 사도의 종속자라는 걸 감안하여 봐줄 테니 여기서 숨소리도 내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제길…. 내가 전욱께 한 칼이라도 댈 수 있을 리 없지 않소? 그냥 들어가게 해 주면 안 되오?”
[무엄한 놈. 전욱 님이라면 네놈을 벌레처럼 찢을 수 있으나 그 분께 굳이 벌레를 보여드려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
[경고한다. 숨소리도 내지 말고 얌전히 있어라. 창힐의 졸개야.]
“싫은데?”
아수라는 마침내 불쾌감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본체로 변신했다.
쿠와앗
[참아보려 했지만 정말 나를 개무시하는구나! 전욱은 몰라도 집 앞 개가 이토록 나, 아수라를 무시한다는 말이냐!]
[호오? 그래서 어쩌겠단 말이냐.]
[맞짱 뜨자!!]
그 동안 열에게 품고 있던 암묵적인 두려움을 불식시킬 정도로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본체로 변신한 아수라는 곧장 자신의 여섯 팔에 무기를 장비하면서 최대의 힘을 쏟아서 필생의 일격을 열에게 날렸다.
적멸무극(寂滅無極)!!
‘아수라!!’
저 새끼 냉정한 척은 다 하더만 왜 이런데서 폭주하고 난리야?!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도저히 아수라를 말릴 방법이 없었다. 아수라가 내 말을 잘 따라주고 있을 뿐 아직 나는 아수라를 힘으로 제어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잠시 후 일어났다.
[전욱 님의 개라고 하더라도 네놈보단 강한 편이지….]
일월음신종(日月陰神宗)
투웅
열이 팡 하고 자신의 양손을 부딪히며 손뼉을 쳤다. 그와 동시에 상상을 초월하는 음신지력이 열의 전신에 몰려들더니 갑자기 안개구름을 만들어내었다. 그 안개구름은 갑작스럽게 온누리에 퍼져나가더니 삽시간에 세상 전체를 메웠고, 그 안개구름 속에서 열의 신형이 떠오르더니 그의 몸 주위에 일월(日月)이 회전했다.
츠아악
다음 순간, 아수라의 적멸무극은 달(月)의 형상에 순식간에 빨려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해(日)의 형상이 불길한 어둠을 토해내더니 번쩍 하고 일광을 내뿜는 게 보였다.
쩌정!
[크하아악!!]
아수라는 갑자기 가슴팍에 햇빛의 낙인이 찍히자마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밀려났다. 아수라가 크게 당황한 듯 말했다.
[음신지력!! 자… 작은 굴레를 이용해서 우주의 일월속성을 자유자재로? 지배자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런….]
[너 같은 반쪽짜리 신족은 쓸 수 없는 권능이지. 그럼 죽어라.]
열이 앞으로 장심을 내뻗자 아수라의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열의 권능에 당해버린 것이다.
츠아아
열의 몸 주위를 돌고 있는 일월의 형상이 다시 한 번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대로 두면 아수라가 일격에 살해당한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급히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외쳤다.
“잠깐!! 그만둬!”
[이미 늦었다. 만귀전에 대한 무례는 죽음으로 사죄하라!]
파앗!!
해와 달의 형상이 반투명하게 날아서 아수라를 향해 쇄도했고 나는 그 사이에서 크게 고뇌했다. 도저히 이 막강한 권능을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열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수라를 일격에 조지는 능력을 대체 무슨 수로….’
무쌍패를 써서 저항해야 할까?
하지만 왠지 저 일월은 무쌍패의 음양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효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권능 자체가 어쩌면 무쌍패의 상극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응? 어디서 배운 것 같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찰나지간에 고민해 보자,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 그렇군…!!’
마치 흙바닥의 밑에서 진흙이 흩어지며 무언가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 나는 그 느낌을 떠올리자 지금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지금 가장 유효한 대처법인 광선 대신에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음신지력(陰神之力)
일월반측(日月反側)
‘이렇게 하는 거였어!’
나는 내면에 쌓여있던 신력들 중 음신지력의 성질만을 뽑아내어서 빠르게 운용하면서 동시에 나 또한 소일월(小日月)을 허공에 만들어내었다. 지금 날아오고 있는 열의 일월에 비하면 그 크기가 절반도 되지 않는 작은 일월이었지만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일월의 간격을 좁혀서 빠르게 공전(公轉)시키기 시작했다.
‘바로 지금!’
그리고 회전이 빨라지자마자 곧장 일월음신종에 부딪히게 했다.
치지지직!!
다음 순간, 아수라를 없애려고 날아오던 한 쌍의 일월은 내 소일월을 뭉개버렸지만 동시에 궤도가 바뀌어서 멀리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
“되, 되네.”
나는 얼떨결에 한 게 잘 되자 목소리가 떨리는 걸 느꼈다. 혹시나 하고 모험을 시도해 봤는데 먹힌 것이다. 그러자 멍하니 그 자리에 있던 열이 말했다.
[소호의 사도 백웅이여! 그대는 어떻게 일월의 운용법을 알고 있는가!!]
“…….”
대답할 수가 없다.
‘너한테 배웠으니까….’
과거 5년동안 오거천문에서 바로 열 본인에게서 배웠던 사도의 권능 운용법. 그 중에서는 열의 개인적인 절기라고 할 수 있는 일월음신종의 기초적인 사용방법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은 굴레]를 돌리는 단순한 운용만으로도 벅차하던 상태에서 음신지력의 고급응용기라 할 수 있는 일월기의 사용은 절대 무리였기에 그동안 기억 뒤편에 잊혀져 있었다는 걸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 때였다.
[아주 재밌군…. 열이여. 당장 그들을 내 앞에 데리고 오거라.]
삼황오제(三皇五帝) 전욱의 목소리가 천공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