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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239화 (1,23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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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했다. 오거천문으로 바로 돌진해서 열이 지키는 저 문을 뚫고 만귀전으로 가서 제갈사를 만나는 게 제일 단순한 방법이긴 했으나, 그 방법은 한없이 위험을 높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내가 고민하고 있자 아수라가 말했다.

“백웅. 우선은 이 근처를 탐색부터 해 봄이 어떠냐?”

“탐색이라고?”

아수라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열(噎)은 내가 전력을 다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상대다. 아니, 사실 격으로 치면 그 자가 훨씬 높다. 명목상으로는 오거천문의 문지기이지만 신화시대부터 전욱의 심복이자 대신으로 활동해온 존재. 진심을 낸다면 감당하기 힘든 자다.”

“설마 해신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잠재된 힘을 다 펼쳐내면 그럴 수도 있지…. 더욱이 여긴 만귀전의 본거지 바로 앞. 거기서 설령 열을 쓰러뜨린다 해도 바로 전욱의 시선을 끌어버리는 결과밖에 남지 않는다.”

아수라는 약간 두려운 눈으로 화면 너머로 보이는 오거천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안에서 만귀전 서열 2위 려(黎)라고 불리는 축융(祝融)이 튀어나온다면 지금의 너와 나 따위는 불꽃채찍에 단숨에 죽을 것이다. 그 자는 너도 알겠지만 팔부신중 전체를 상대로 해도 그리 밀리지 않아.”

“…….”

맞는 말이다. 세계수 결전의 회상에서 만귀전 축융의 힘은 질릴 정도로 보았던 것이다. 명목상 만귀전 서열 2위일 뿐 사실상 [옛 지배자]의 힘을 갖고 있는 축융은 도저히 지금으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배자인 전욱 자체의 격이 높으니 전욱의 최고 심복들의 전력 또한 해신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난 생에 천계탑의 막바지에서 축융이 직접 힘을 잃은 복희를 암살하러 왔을 정도였다. 아무리 힘을 잃은 복희를 죽이려 한다지만 호위로 여와가 붙어있는데도 보내올 정도였다면 그 자체로 축융이 지닌 신격서열이 매우 높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수라의 말이 이어졌다.

“우선 봉래도주 이흥패를 찾아가서 그의 보패부터 얻고 나서 생각하자.”

“…그렇겠군. 가자.”

나는 아수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방주에 명령을 내렸다.

“이 근처에 있는 봉래도주 이흥패의 도관으로 가자.”

[이동을 개시합니다.]

우웅!

이윽고 화면에서 빠르게 창공이 스쳐지나가면서 거대한 방주가 이동했다. 잠시 후 방주는 이흥패가 유폐된 도관의 바로 위에 도착했는데, 화면의 밑쪽을 보자 도관 주변에 해신족들이 우글거리며 몰려 있었다.

“음…. 저렇게 많았던가?”

예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숫자가 많아 보였기에 내가 머리를 긁적거리자 아수라가 말했다.

“많을 수밖에. 네 이번 생에 해신의 힘은 강성하면 강성해졌지 약하지는 않다. 당연히 그 권속들과 강하고 활기차게 되는 것이다.”

“그렇군.”

“도리어 이 정도뿐이라고 해야겠지. 아마 네가 한 번 해신을 격퇴한 것과 연관이 있을 거다.”

“흐음.”

나는 아수라와 함께 내려가서 당장 해신족들을 쓸어버릴까 싶었지만 숫자가 그래도 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에 우글거리는 숫자를 보면 대충 잡아도 최소 5천에서 6천 마리는 되었고, 예전 경험으로 볼때 싸움이 시작되면 저 10배는 되는 떼거리가 몰려온다. 이런 곳에서 난데없이 해신족 학살을 벌인다고 진을 빼기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주여. 혹시 공격기능으로 저 밑에 있는 괴물종족을 토벌할 수 있겠냐?”

내가 혹시해서 방주에게 질문하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포(主砲) 사용가능. 반경 2km에 광자포를 발사할 수 있습니다.]

“건물까지 다 부수고 싶진 않고, 대충 쫓아내는 것만이라도 가능할까? 인간이나 선인은 다치면 안 돼.”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부무장 심연제거기(Abyssal Eliminator) 작동을 추천드립니다.]

“해 봐.”

뭔지는 몰라도 일단 해 보라고 명령을 내리자, 잠시 후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방주에서 포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포문이 아래를 향하면서 은빛의 그물같은 것을 광범위하게 발사했다.

투화악

도관 근처의 십여 리를 뒤덮은 은빛의 그물들은 해신족들을 얽어매면서 땅으로 스며들기 시작했고 그물에 잡힌 해신족들은 발버둥을 치다가 한참 후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입에서 무언가 시꺼먼 것을 가득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놀랐다.

“뭘 토해내는 거지?”

[심연제거기는 혼돈(chaos)을 많이 품은 외계종족의 체내혼돈을 강제로 분출시킬 수 있습니다. 약한 혼돈종족은 심연제거기만으로 제거할 수 있으며 강한 종족을 약화시키는 데 쓰이는 부무장입니다.]

“호오…!!”

한참동안 꿀럭거리며 시꺼먼 혼돈을 뱉어내던 해신족들은 기력이 떨어진듯 점차 움직임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작고 약해보이는 해신족부터 차례로 몸이 기체처럼 변해서 소멸되기 시작했다.

아수라가 흥미롭다는 듯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혼돈과 반대되는 성질을 연구해서 이런 무기를 만들 수도 있나 보군. 위력 자체가 강하지는 않지만 매우 효율적인 병기다.”

“지상제압이 대충 끝난 것 같은데 내려가 보자.”

위잉

나는 아수라와 함께 내려가서 봉래도주 이흥패가 유폐된 도관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흥패의 보패인 반황주가 반응해서 거대한 뇌전을 발출하자, 내 앞에 있던 아수라가 단숨에 힘을 집중해서 절기를 시전했다.

적멸무극!

콰과광

[오… 오오. 이렇게 강한 존재가 올 줄은….]

자신의 보패공격이 적멸무극에 소멸당하자 최후를 직감한 듯한 이흥패의 절규가 울려퍼졌지만 나는 이흥패에게 말했다.

“이흥패여. 나는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니오. 나는 삼황오제 소호금천의 사도인 백웅이오. 이 인증을 보시오.”

[……!!]

사도의 증거를 본 이흥패가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설마…. 소호금천께서 이 봉래도를 구하러 와주신 것이오?]

“그렇게 보시면 되오.”

[이럴 수가…. 이런 기적같은 일이…. 허허….]

그러자 옆에 있던 아수라가 약간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놈은 해신과 일대일로 싸워서 이겼다. 내 이름을 걸고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

이흥패가 연신 경악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이흥패에게 말했다.

“이흥패. 봉래도 선인들을 모두 구출해 천계에 데려다줄 것을 약속하겠소. 대신 내게 당신의 보패인 반황주를 줄 수 있겠소?”

[좋소…. 그리 해 주신다면 기꺼이 내 주겠소…. 정말 감사하오.]

우웅

나는 이흥패에게서 반황주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나는 이흥패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혹시 봉래도에서 더 얻을 수 있는 영약이나 보물은 없겠소? 이제 곧 만귀전으로 가야하는데 힘이 필요해서….”

그러자 이흥패가 입을 열었다.

[은인께 무엇을 감추리오. 이 봉래도에 달이 떠오를 때 가장 가까이 있는 산이 있으니 그 산을 기린산(麒麟山)이라고 하오. 그 기린산에 내 동료의 보패인 개천주(開天珠)가 있으니, 달이 뜰 때 그 산의 정상에 단 하나의 달빛이 비치는 곳을 파보면 그 밑에 개천주가 있을 것이오….]

“…호오!!”

[그럼…. 이만 잠들겠소…. 부디 해신을 물리쳐 주시길….]

솨아아악

이흥패가 그 말을 끝으로 소멸했다. 나는 이흥패가 안식을 얻기를 기원하며 아수라에게 말했다.

“선인들을 데리고 가자.”

“귀찮군….”

아수라는 귀찮아했지만 어쨌든 나를 도와서 도관에서 처참한 꼴이 되어있는 선인들을 구출해서 방주로 옮겼다. 모든 선인들을 구출한 후 나는 방주에게 물었다.

“방주여! 이 자들을 치료하고 싶은데 혹시 치료시설이 있나?”

[인큐베이터(incubator)를 작동시키겠습니다.]

“인큐베이터?”

[혼돈에 감염된 자를 치유하는 시설입니다. B-207동으로 모두 보내려 하는데 드론 작동을 허가해 주십시오.]

“허가하지.”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조그마한 기계 같은 게 날아오더니 차례대로 선인들을 어디론가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수라가 신기한 듯 말했다.

“별 게 다 있군. 이 배는 혼돈의 종족과 싸우는 데 특화되어 있어.”

“아무래도 말세에 만들어진 배일 테니까…. 우선 반황주를 얻었으니까 이 보패도 배의 동력으로 써 볼까.”

아수라가 의외라는 듯 말했다.

“정말 동력으로 쓸 셈이냐? 반황주쯤 되는 보패는 보기 드문 상급보패일 텐데 네가 직접 써도 좋을 거다.”

“흐음.”

“신력만 불어넣으면 보패 사용법이 어찌되었든 대충은 발동 된다. 게다가 반황주처럼 광력만 방출하는 방출형 보패라면 더 쓰기가 쉽지.”

아수라의 말에 나는 고민했다. 확실히 반황주를 이용해서 천우진이 단숨에 산 하나 규모를 격멸시키는 걸 본 적이 있었기에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왠지 이 배가 이번 생에 중요할 것 같군. 가능하면 내 본신의 무력보다는 이 배를 강화시키겠어.”

“뭐, 맘대로 해라….”

“그럼 간다.”

나는 통제실의 에너지 임펄서에 반황주를 퐁당 빠뜨리며 말했다.

“보패 반황주의 힘을 동력에 흡수시켜라!”

[사용자의 명령에 따릅니다. 파워 싱크로 중….]

우우웅

다음 순간, 전국옥새의 정령이 다시금 내 눈 앞에 환영을 드러내었다. 전국옥새의 정령이 내게 말했다.

[사도시여! 본디 이런 식의 결합은 되지 않으나, 제가 보패의 반황주의 성질을 이 배와 융합시키겠나이다.]

“응? 그 말은….”

[다만 완전한 권능융합에는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 주십시오.]

파앗!

잠시 후 방주 전체에서 빛이 나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성계 함에 새로운 프로그램이 인스톨되었습니다. 인스톨된 프로그램에 따라 양자회로의 변환을 시도합니다. 함의 개조를 시작합니다.]

쿠구구구….

웅장한 소리와 함께 배 전체가 뒤바뀌어간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참 후 목소리가 이어졌다.

[인스톨 부분완료. 인스톨 중에도 사용자는 함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에너지 임펄서의 에테르에 둥둥 떠다니는 전국옥새와 반황주를 보았다. 아무래도 전국옥새의 정령이 매개체가 되어서 보패의 힘을 이 방주와 융합시키는 중인 듯 했다. 그 말은 앞으로도 보패를 얻어서 임펄서에 넣는다면 계속 방주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리라.

“좋았어. 그러면 기린산으로 가자!”

[기린산의 위치 탐색 완료. 이동합니다.]

부웅!

그러자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방주가 날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기린산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여기에서 밤까지 기다리다가 보패 개천주를 얻으면 되겠군.’

그리고 그 보패 개천주 또한 방주에 융합시키면 방주는 좀 더 강화되리라.

‘강화된 방주를 이용해서 만귀전에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겠어.’

나는 나름대로의 작전을 세울 수 있었다. 어찌됐든 제갈사를 구출하는 일이니 전력을 다해야만 하리라. 조금 시간이 남자 나는 어떻게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공수련이나 할까?’

옆에 있던 아수라가 말했다.

“백웅. 나랑 대련이나 한번 하자. 시간이 남을 땐 무공수련이 최고다.”

“…….”

음…. 왜 내 생각이 아수라와 거의 비슷한 걸까…. 왜 생각하는 수준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나는 방주에게 말을 걸었다.

“방주여. 이 함 안에 무공을 수련할만한 장소가 있나?”

[전투훈련실의 위치를 드론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나와 아수라는 드론을 따라서 전투훈련실으로 향했다. 전투훈련실 안에 들어가자 새하얗고 한없이 넓은 공간이 나타났고, 나는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이 뭐 이렇게 넓어?”

[공간조작회로가 적용된 장소입니다. 전투훈련에 필요한 더미데이터를 읽어오시겠습니까?]

“더미데이터?”

[클래스(class)에 따라 아바타를 소환합니다.]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자 뒤따라 온 아수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잘 모르겠고 제일 쎈 놈을 두 명 소환해라. 그리고 최대한 강하게 설정해놓아라.”

나는 경악해서 뒤를 보았다.

“아수라!!”

“왜? 그 정도는 되어야 수련이 되지. 이 하얀 공간에서 그런 놈들과 싸우다보면 무공실력이 올라갈 게 아니냐.”

[설정을 완료했습니다.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의 아바타를 소환개시합니다.]

우우우웅

잠시 후 새하얀 공간에 두 명의 인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일남일녀(一男一女)였으며 한 명은 권법을 주로 쓰는 듯한 권사였고 다른 한 명은 채찍을 쓰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였다.

나는 그 자들의 면면을 쳐다보았고 완전히 처음 보는 자들이라는 걸 알아챘다.

‘누구지?’

그리고 내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징을 박은 장갑을 낀 검은 외투의 사내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도전을 환영한다, 인류연합의 전사여. 그대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권성(拳聖) 이혼(李琿)이다.”

또한 옆에 있던 채찍의 여인이 말했다.

“도전을 환영한다. 나는 대한제국(大韓帝國) 천부문주(天符門主) 하서린(河瑞璘)이다.”

쿠구구구

나는 눈앞의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 때문에 잠시 주춤거렸다. 마치 눈앞에 호법사자가 전력으로 힘을 전개하는 걸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권성 이혼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사내가 의아한 듯 말했다.

“최종강화단계인 10단계 설정이 확실한가?”

“응?”

“신체능력 100배에 내공의념체력무한 모드로 강화된 마스터 클래스에게 도전했는가?”

“…….”

무슨 소리야. 그렇게 강해졌다고?!

나는 신체능력 100배라는 소리에 소름이 쭈뼛 서서 아수라에게 말했다.

“…야, 나는 생각해 보니까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은데.”

“크크큭. 좋다. 나 혼자서 2대1로 놈들을 이겨주마. 마왕의 힘을 쓰지 않아도 이 정도쯤은 할 수 있다!”

“그래. 알았어. 힘내라!”

콰앙

나는 전투훈련실의 문을 세게 닫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바깥에서 드론이 보여주는 모니터를 통해서 안쪽의 상황을 관찰했다.

콰과과광

콰광

안에서 연신 폭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이백여 초가 지난 후, 권성 이혼이 아수라의 팔을 붙잡아서 꺾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천부문주 하서린이 아수라의 목에 채찍을 감고 꽉 조이기 시작했다.

[크아악!! 이놈들이….]

이혼과 하서린이 눈을 빛냈다.

[저 놈 잡아라!]

[잡고 패라.]

퍼벅 퍼벅

[이얍.]

하서린의 뒤돌려차기가 아수라의 머리에 적중했다. 저건 왠지 십이율의 무예 중 발기술과 비슷해 보였다.

퍼벅

아수라는 필사적으로 적멸무극도 쓰면서 대항했지만 두 명의 고수가 너무나 빠르고 강해서 회심의 한 수로도 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다. 신체능력 100배에 의념체력무한이라는 강화단계는 장난이 아닌 것이다.

퍼벅

[하압!]

이혼이 명치를 세게 치자 아수라가 피를 토했다.

[커어억.]

“…….”

나는 한참 후 모니터에 아수라의 패배가 뜨자 전투훈련실의 문을 열었다.

끼기긱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아수라를 붙잡고 안에서 꺼냈는데, 신기하게도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신체적 부상은 마치 하나도 없었다는 듯 사라져 버렸다.

‘부상은 저 안에서만 적용되는 거군.’

말 그대로 전투훈련실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아수라가 끙 하고 말했다.

“제길. 마왕으로 변신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시겠지. 그런데 그래서야 훈련하는 의미가 없잖아. 28회차 아수라의 기억 받아놓고 한입으로 두 말 하기냐?”

“…….”

“무술을 연마해야 하니까 강화단계를 좀 낮추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안쪽의 전투훈련실에 아직도 서 있는 훈련용 아바타 두 명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절대지경 두 명을 저렇게까지 강화시켜서는 훈련이 되지 않으니까.”

틀림없다.

저 두 사람이 십이율주 하은천이 말했던 인류 최후의 절대지경 고수 2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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