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238화 (1,235/1,615)

1238====================

사신지혼(四神之魂)

아수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아수라가 우리 눈앞에 온 그 기계에게 질문했다.

“이 방주의 통제권을 얻으려면 어디에 가야 하지?”

[통제실입니다.]

“다중우주 관측실일 줄 알았는데 아니군. 그럼 거기로 우리를 안내해라.”

[먼저 방문목적을 밝히고 방명록을 적어 주십시오.]

“어떻게?”

위잉

기계가 눈 앞에 반투명한 창 같은 걸 띄웠다. 손에 반투명한 필(筆)이 들려있는 걸로 봐서는 이걸로 방명록을 쓰는 게 틀림없어보였다.

‘신기하군…. 이걸 분명히 AR 터치패딩 기술이라고 했었지?’

나는 이게 500년 후 미래 기술 중에서 손가락으로 누르는 홀로그램 기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마령의 말로는 내가 복귀하기 몇 년 전부터 증강현실의 연구가 깊어져서 실용화되었던 기술이라고 들은 적 있다. 또한 사공린도 이 기술을 이용해서 서류결제를 하곤 했었다.

‘…방주…. 역시 방주의 주인은 십이율주가 틀림없어. 그 자가 망량선사에게 이 방주를 공양했고, 그걸 신승이 물려받은 거야.’

나는 십이율주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단지…. 좀 미래(未來)의 인간일 뿐이지.]

십이율주는 스스로 자신이 인류의 파멸을 본 미래인이라고 밝힌 적이 있었다. 그리고 미래인이 내놓은 방주가 미래기술을 담고 있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어떤 식으로 기술이 발전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우리 세계에서 500년 동안 발전한 과학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리라.

굉장히 500년 후 미래기술과 유사한 점이 많았기에 내가 신기하게 여기고 있을 때 아수라가 글씨를 쓱쓱 적으면서 내게 말했다.

“백웅. 과거 네 전생에서 율주의 초청으로 [옛 대륙]을 방문했을 때 기억나지? 그 때 너는 십이율주가 있었던 가장 중대한 방으로 향했었고, 그 방을 다중우주 관측실이라고 불렀었다.”

“아…. 기억나는군.”

“아무래도 십이율주가 갖고있던 [옛 대륙]의 방주와 이 방주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나 보군. 어쨌든 일단 이 방주의 통제권을 얻어보자.”

“통제권을 왜 얻어야 하지?”

아수라는 대충 글을 다 쓴 후 말을 이었다.

“신승은 망량선사에게 받은 이 시설을 가리켜서 방주라고 불렀지. 그리고 그건 방주를 헌사한 자가 처음부터 불렀던 이름이니 당연히 이 시설의 직접적 기능을 은유하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면 방주의 뜻이 뭐라고 생각하나?”

아수라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네모난 배를 가리켜서 방주라고 하지.”

“그래. ‘배’라고. 배라는 건 항해를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냐.”

“……?”

“즉, 이동기능이 있다는 소리다.”

“어?”

뜻밖의 소리에 나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렇게 되나?

아수라가 히죽 하고 웃으며 말했다.

“‘바다’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만일 이게 기능을 상실한 이동기구라면…. 이 방주의 기능을 되살려서 배를 띄운다면 손쉽게 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나도 탄성을 지르면서 방명록을 다 써서 제출했다.

[방명록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기계는 방명록을 받자 그대로 위잉하면서 날아가 버리려 했지만 내가 급히 놈에게 외쳤다.

“잠깐! 통제실까지 좀 우리를 안내해 줘. 안 되냐?”

그러자 기계가 멈칫하더니 내 말에 대답했다.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를 안내하는 것은 함내규약에 어긋납니다.]

“인증? 그건 어떻게 하는데.”

[3급 이상의 비밀취급자격이 있는 양자암호 혹은 TR코드를 제시해 주십시오.]

“…….”

음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지만 옆에 있던 아수라가 질문했다.

“만일에 이 방주의 통제실을 장악하면 방주를 이용해서 이동하는 게 가능한가?”

[가능한 일입니다.]

“알았다. 그럼 이젠 우리가 알아서 찾아보지.”

그렇게 말한 아수라가 내 쪽을 휙 돌아보며 말했다.

“백웅! 전국옥새를 이용해서 이 함선 내부의 구조를 지도로 보여달라고 해라.”

“오호!”

“뭐든 탐색할 수 있는 보패니까 지도제작기능도 있겠지.”

그런 방법이 있었군!

나는 아수라의 말에 전국옥새에게 외쳤다.

“전국옥새여! 함선 내부의 구조를 지도로 보여다오!”

…….

하지만 전국옥새는 전혀 영력을 쓰지 않았으며 심지어 정령이 반응하는 기색이 없었다. 나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아수라까지 함께 당황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지.”

영문을 몰라서 나와 아수라는 한참동안 머리를 싸매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 후 나는 뭔가를 깨닫고는 말했다.

“아 맞다! 방주 안은 기(氣) 외의 어떤 초상능력도 못 쓰게 되어있어! 보패도 당연히 안 돼.”

“…크윽, 그렇군.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아야 하나?”

“그 수밖에 없겠군. 하지만 통제실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

나는 이 방주의 통제권을 얻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깨달았지만 퉁퉁 부어오른 손의 통증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말했다.

“만일 제갈사가 다른 대륙에 있다면 어차피 뛰어가거나 축지법만으로는 단시간 내에 찾아가기 힘들어. 여기서 조금 시간을 쓰는 한이 있어도 이 방주를 움직여 보겠다!”

“좋아. 가자!”

나와 아수라는 완전히 어둠과 정적에 휩싸인 방주 내부를 걸어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둠 때문에 내부구조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기감을 이용하니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는 윤곽만으로 감지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 내부가 궁궐로 치면 최소한 50방은 될 정도로 거대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소한 수천 명은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넓이군.’

문제는 방 또한 그만큼이나 많았기에 이미 수십 개 이상의 방을 지나쳤다는 점이었다. 아수라가 기로 광구를 만들어내어 방 앞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불행 중 다행이군. 방에 방의 용도를 의미하는 언어와 명찰이 붙어있다.”

“흠…. 이 명찰은… 어떤 언어지?”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명찰을 살펴보았는데 잘 감이 오지 않았다. 아수라 또한 유심히 명찰과 방제를 살폈는데,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어디서 본 언어같군. 최소한 이족의 언어는 아냐.”

“어…. 나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이거 어디서 봤는데….”

아니, 나는 왠지 이 언어가 익숙해!

중원의 한자어는 아니지만 분명히 이 언어를 본 적이 있어!

‘뭐지? 뭐지? 으으으음….’

그리고 머리를 한참이나 굴리다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

“이, 이거 알겠다! 알아냈다고!”

“뭔데.”

“이두(吏讀)!! 이거 이두랑 비슷해.”

이두!

분명히 500년 후의 세계에서 사마령 교수에게 역근세수경에 대해서 조사해달라고 했을 때 금강경에 수록되어 있던 변형자를 가리켜 이두라고 했었다. 뿐만 아니라 이 글자는 이두와도 비슷했으며 내가 고려에 살던 무렵에 더러 몇몇 식자(識者)들이 사용하던 묘한 글자와 비슷한 것이다.

“아, 그렇군. 고려상인들이 더러 쓰던 걸 봤던 것 같다.”

아수라도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하자 나는 유심히 글자를 살펴보다가 말했다.

“근데 이두랑도 달라. 이두보다 좀 더 완성된 체계가 있는 글자군. 흠….”

“지금은 생각해봤자겠군. 이두와 비슷하다 해도 이건 지금으로서는 해석할 수 없어. 대신에 전부 기억을 하고 지나가자.”

“그래.”

나는 아수라의 말대로 방 하나하나의 방제와 명찰을 일단 외웠다. 글자의 뜻은 몰라도 글자의 모양은 암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암기한 글자를 나중에 책사동료에게 보여준다면 이 뜻을 알아내 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중앙 쪽의 거대한 철문에서 뜻밖에 한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방제를 보고는 천천히 읽었다.

“통제실(統制室). 흠… 여기같은데.”

“이상하군.”

“뭐가?”

아수라는 팔짱을 끼며 의아해했다.

“다른 방은 전부 이두같은 글자로 방제를 정해놨는데 왜 여기엔 한자를 써 놓은 거지?”

“…그러게. 뭔가 이유가 있나?”

아마 통제실이 이 방주에서 가장 중대한 장소일 것이다.

그런 장소의 방제를 굳이 한자로 해놓은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왜 하필 제일 중요한 장소에 다른 나라의 글자를 박아놓은 거지?

“어쩌면 십이율주가 살던 세상은 그 특이한 글자와 한자를 병용해서 쓰는 세상이었을지도 모르겠군.”

“흠, 지금은 알 바 아냐. 일단 여기를 열고 들어가 보자.”

나는 아수라의 추측에 고개를 내젓고는 철문을 열려고 손을 갖다대었다. 그리고 손을 갖다대자 웬 숫자로 된 전자판이 철문 위에 드러났고, 동시에 알 수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비밀번호…네 자리를… 입력해…주십시오. パスワード… 入力し… ださい….]

“……?”

흠. 뭐지?!

왠지 3개 국어로 안내가 흘러나온 느낌이었다.

‘어…. 왠지 동영어도 섞여있네.’

다행히 그 중 하나는 대충 알아들을만 했지만 그나마도 내가 아는 대륙어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여하튼 비밀번호 네 자리를 입력하라는 뜻이었고 숫자는 0에서 9까지 총 10개가 있었으며 0의 양옆에는 *과 #이 있었다. 그 전자숫자판을 본 아수라가 말했다.

“0에서 9까지는 숫자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옆의 2개는 뭐지? 새로운 숫자인가?”

“…아니. 별표랑 정(井)은 특수기호이지 숫자가 아냐. 정말 똑같네.”

“뭐가 똑같다는 거냐.”

“…….”

나는 침묵했다. 역시 기억을 전승받았다 해도 아수라는 직접 그 시대에서 스마트폰이란 걸 써봤던 나와는 세밀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 숫자판 배열과 완전히 똑같은 눈앞의 전자숫자판을 보자 전율이 일어났다.

‘정말…. 정말로 율주는 미래인이었구나.’

그건 허장성세나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소름돋는 것을 애써 참으면서 말했다.

“0에서 9까지의 비밀번호 4자리를 대충 찍어서 정답을 맞힐 확률이 너무 낮은 거 같은데. 뭔가 단서같은 건 없을까.”

“흐음. 하긴 계속 틀리면 잠길 수도 있겠군….”

아수라가 나와 함께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까 그 기계놈한테 물어보자.”

“어이!! 방명록 다시 쓸 건데!!”

위잉

나는 그 기계를 다시 소리쳐서 불렀다.

[방명록을 수정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기계가 어둠 속에서 다가오자 질문했다.

“통제실에 들어가려는데 비밀번호가 뭐야?”

[힌트: 우리 함장님 비밀번호 진짜 대충 짓는다. 옆 사단 병사도 우리 비번 알고 있다. 개나소나 다 맞힐 텐데 보안수칙위반으로 기율대에 신고하고 싶다. 연속된 숫자 4번 하는 게 어딨냐. 휴가 앞둔 사람한테 또 까먹고 물어보러 오지 마라. 최 중위 너말야 진짜 가만 안 둔다.]

“……?”

[비밀취급인가자에 의해 최후에 입력된 힌트를 제공해 드렸습니다.]

엥?

뭔 소리지?

나와 아수라는 못 알아들을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윽고 아수라가 뭔가를 눈치 챈 듯 말했다.

“연속된 숫자 4번이라는 거군. 그러면 10번만 입력하면 되겠어. 이봐, 혹시 몇 번 이상 틀리면 안 된다는 게 있나?”

[본디 3회 이상 틀리면 잠금기능이 있습니다만 현재는 인류연합 소속해제로 인해 자동잠금기능이 없습니다.]

“그렇군!”

삑삑삑삑

[틀렸습니다. 다시 입력해 주십시오.]

삑삑삑삑

나는 차례대로 1111에서부터 9999까지를 다 입력해 보았다. 그리고 다 틀리다가 마지막으로 0000을 입력하자, 천천히 철문이 열리는 걸 알 수 있었다.

끼이이익….

“…….”

“흐음…. 뭔가 이 방주의 주인은 그다지 엄격한 성격이 아니었나 보군.”

“잘됐지 뭐.”

안으로 들어가자 환하게 밝은 커다란 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방의 전면적인 구조를 보자 뭔가를 느끼고는 말했다.

“…다중우주 관측실하고 비슷해. 하지만 훨씬 작고 규모가 적은 느낌이다.”

“그 태허포라는 것도 여긴 없군.”

잠시 둘러보던 아수라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여기 이게 통제권을 얻는 장치가 아닐까?”

아수라가 말한 기계장치를 보자 거기에는 인간의 손바닥을 딱 갖다 댈 것 같은 장치가 있었다. 나는 시험 삼아서 그 장치의 손모양 홈에 내 손을 올려봤는데, 그러자 전방에 있는 거대한 화면에서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류연합 제 72번 전투함 이성계(李成桂)함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리부팅합니다. 지원동력 확인 중….]

“……!!”

[잔여동력 6퍼센트 확인 완료. 리부팅에 필요한 패시브 동력은 최소 12.5퍼센트입니다. 지원동력 부족으로 리부팅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종료하시겠습니까?]

“음….”

동력 6퍼센트를 더 채워야 한다는 건가?

나는 뜻밖에 동력을 채워야하는 문제가 생기자 잠시 고뇌하다가 마음먹고는 전국옥새를 화면 앞으로 내밀면서 말했다.

“보패의 영력을 동력으로 할 수 있냐?”

왠지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불안해서 조마조마했지만 잠시 후 목소리가 대답했다.

[에너지 확인. 통제실의 에너지 임펄서(energy impulser) 에 접촉시켜 주십시오.]

위 - 잉

다음 순간, 아까 내가 손바닥을 갖다댔던 장치의 바로 옆에 무언가 커다란 구멍같은 게 솟아올랐다. 나는 전국옥새를 가져가서 곧장 그 구멍 안에 넣었고, 구멍 안에 들어간 전국옥새는 잠시동안 보이지 않다가 보이지 않는 물결같은 것에 출렁거리며 위로 솟아올라서 둥둥 떴다.

[에테르 흡수 중…. 에너지 회복이 완료되기까지 1분 23초 남았습니다. 회복이 완료되면 재부팅을 하시겠습니까?]

“어.”

[재부팅을 곧 시작합니다.]

파앗 -

잠시 후 화면이 껐다 켜지더니 갑자기 커다란 지구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 이성계 함의 위치가 그 대륙지도 위에 표시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는데 잠시 후 목소리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에러 발생. 에러 발생.]

“무슨 일이야?”

[에너지 공급 중 에러가 발생해 봉인실(sealing room)의 냉동이 해제되었습니다. 비콘 실러(beacon sealer)가 개방되었습니다. 경고레벨 최대.]

“응?”

[동력의 25퍼센트를 소모하면 빠른 재봉인이 가능합니다. 하시겠습니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불길한 예감이 든다.

‘흠. 에너지가 다 채워지지 않고 최대 75퍼센트가 되겠지만 지금 괜히 짜증스러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재봉인 중…. 냉동에 성공했습니다.]

뭔가가 풀려나오려다가 멈췄나 보다. 나는 그런 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며 목소리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이제 이 방주의 주인이지? 혹시 다른 대륙으로 갈 수도 있나?”

[가능합니다. 비행 혹은 수륙양용이동이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전국옥새여….”

나는 버릇처럼 전국옥새의 검색기능을 쓰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아. 이 방주 안에서 보패사용은 안 되는데….’

그러면 제갈사를 어떻게 찾지? 나는 혹시나 해서 화면에 대고 외쳤다.

“에너지가 다 채워졌으면 이제 전국옥새를 떼내어도 되나?”

[권장하지 않습니다. 지속적 공급이 이어지지 않으면 비상에너지로만 동력발전 가능. 비상에너지는 최대에너지의 8퍼센트이므로 사용자에게 권장하지 않습니다.]

“큭…. 그럼 잠깐만 검색했다가 도로….”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위잉!

[나의 주인, 위대한 분, 소호금천의 사도이시여!]

“너는?!”

나는 갑자기 전국옥새에서 전국옥새의 정령이 튀어나오자 깜짝 놀랐다. 전국옥새의 정령은 빛으로 되어있는 몸체를 일렁이더니 말했다.

[상황은 대략 알고 있습니다. 이대로 연결을 끊지 말아주소서!]

“아니 그러면 제갈사의 위치를 찾을 수가….”

[이 배의 기능을 되살리면서 저 또한 이득을 얻는 게 있습니다. 이 배와 동화하여 기능을 얻으면 제 검색능력을 이 배도 함께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 말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게 돼?! 이건 과학으로 만들어진 물건일 텐데….”

[이 배에도 [가장 작은 것]을 다루는 능력이 탑재되어 있으니 저와 공명할 수 있습니다. 사도여, 허락해 주십시오.]

“…좋아. 허락한다!”

[오오오….]

우웅!!

다음 순간 전국옥새에서 황금빛이 나기 시작했고, 나는 그게 전국옥새의 정령이 말했던 [동화]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황금빛이 어느 정도 사그라 들었을 때 나는 손을 뻗었다.

“전국옥새여, 제갈사를 찾아라!”

내가 둥둥 떠 있는 전국옥새를 잡고 외치자, 잠시 후 화면 위에 제갈사의 위치가 점이 되어 나타나는 게 보였다.

[목표 제갈사의 위치는 이계(異界)로 추측됩니다. 물질세계에서 탐색불가.]

“뭐?! 이계라니 어디?!”

[좌표 연산중….]

한참 후 목소리가 말했다.

[이계 봉래도(蓬莱島)를 경유하여 제 2경유지로 향한 것으로 추정. 자세한 행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봉래도에 가 주십시오.]

“…….”

나는 뜻밖의 소리에 멍한 기분이 들었다.

‘봉래도?’

어째서 제갈사가 거기로 갔던 거지?

‘설마…. 아니겠지….’

예상되는 목표지점은 딱 하나 있었다. 그러나 거기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우선 말했다.

“좋아. 봉래도로 가자. 최대한 빨리!”

[전투함 기동 중…. 봉래도의 위치를 입력해 주십시오.]

“그거야 여기지.”

내가 봉래도의 위치라고 할 수 있는 탐라도의 삼신산 근처를 짚자 삐잉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원왜곡 확인. 이계진입부 확인.]

쿠르르릉

[목표, 봉래도.]

잠시동안 방주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한참 후 서서히 눈앞의 화면에 방주의 근처 자연풍경이 나타났고, 바위산을 뚫고 거대한 강철의 배가 그 육중한 몸을 띄우는 게 보였다.

고오오오

사방에 떠오른 화면을 보자 이게 사실 하늘을 날 수 있는 배라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휭 하는 소리와 함께 방주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우 반 식경도 되지 않아서 하늘을 나는 게 멈추었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성계함에 제시되는 진입장벽을 [전국옥새]의 영력방어막으로 중화시킵니다. 봉래도에 강제진입합니다.]

출렁, 하고 차원의 왜곡을 통해서 방주가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마치 허공에서 호수의 찰랑이는 면을 통과하는 느낌에 놀라워했고 옆에서 보고 있던 아수라가 중얼거렸다.

“과학기술로 차원의 문을 뚫고 갈 정도인가…. 대단하군.”

방주가 차원의 문을 통과하자 사방에는 봉래도의 자연이 보였다.

쿠구구구

[봉래도 내에서 제갈사의 위치 재검색 중… 제 2경유지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합니다.]

삐잉!

잠시 후 떠오른 제갈사의 위치를 보자 나는 설마 했던 느낌이 현실이 되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심지어 화면에 그 근처의 풍경까지 떠오르자 확신할 수밖에 없었기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헉…. 저, 저기는….”

정말로 저기에 제갈사가 갔다고?!

“…골치아프군.”

옆에 있던 아수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웅. 여기서부터는 목숨을 걸어야겠다.”

“…….”

지도에 표시된 위치는 바로 봉래도의 가장 북쪽 -

바로 오거천문(吳巨天門)!

삼황오제 중 북방상제(北方上帝) 전욱(顓頊)의 만귀전(萬鬼殿)으로 들어가는 입구였으며, 그 앞을 신격(神格)인 열(噎)이 지키고 있는 곳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