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236화 (1,23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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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여동빈을 위시한 중화팔선의 출현!

나는 여동빈 뒤에 있는 4명의 면면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한상자. 종리권. 장과로. 이철괴.’

하나하나가 고명한 대라신선이자 뛰어난 술수를 부리는 존재들이었다. 당연히 전생하면서 팔선들과 몇 번이나 마주치고 대화한 적도 있었으므로 구면이었지만, 동시에 그들은 나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팔선의 지위는 천계에서 절대 낮은 게 아니다. 사실상 십이대선의 바로 밑이라고 할 정도의 중역들인데 이렇게 바로 나타날 정도라니?

나는 방금 혈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제갈사가 뭔가 일을 크게 벌였군…!! 그래서 팔선이 지상에 내려온 거야.’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팔선과 전투를 벌이는 건 바보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일단 침착하게 말했다.

“무슨 말이오? 배교교주가 혈겁을 일으켰다니…. 그리고 우리가 그 자의 동료라는 증거라도 있소?”

[그렇게 전신에서 마력을 흘리는 존재가 인간이겠는가? 우리 천선들의 눈에는 그대들이 영락없이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괴물들으로 보인다.]

“…….”

[그대들의 정체를 밝혀라.]

잘 보니 여동빈 뿐만 아니라 다른 팔선들도 이미 보패를 꺼내들고 우리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팔선쯤 되면 실전경험에 이골이 났기에 우리를 상대로 방심하거나 얕보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다.

쿠구구

나는 아수라의 전신에서 강렬한 마기가 피어오르는 걸 알아채고는 깜짝 놀랐다.

‘이, 이 새끼 싸울 생각이야!!’

여기서 싸우면 일이 너무 꼬여버려! 나는 경악해서 급히 아수라에게 말했다.

“잠깐만! 일단 말로 하자고.”

아수라가 흉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도발당하면 절대 피하지 않는다는 기색으로 보였다.

“뭐가 말로 하자는 거냐. 내가 천계 팔선따위에게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크크크…. 내가 여동빈을 해치우는 걸 똑똑히 잘 봐라.”

그 말에서 나는 아수라가 묘한 식으로 꼬여있다는 걸 느꼈다. 마치 여동빈을 해치우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나는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는 이대로 두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아차렸다.

‘큭…. 이번 생의 아수라는 역시 28회차에 만났던 그 아수라와 완전히 다른 녀석이야!’

아니, 이게 원래 마왕이자 오만한 절대무인으로서의 아수라인가?

무의 깨달음을 얻고 순수한 구도자로 전향했던 그 때의 아수라와 절대 같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일단 아수라보다 한 발 앞서서 여동빈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시오, 여동빈!”

[음?]

여동빈은 어리둥절해 하는 기색이었지만 이미 내 한 수는 시작된 것이다.

파앗

다음 순간, 여동빈의 몸뚱이에서 선체(仙體)가 분리되며 내게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단숨에 영체가 덧씌워지는 느낌이 들었으며 단말이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지난 생에 이미 여동빈과의 단말은 복구해 놓았다!

의식적으로 거부한다면 몰라도 자기도 몰랐던 단말이 부른다면 찰나동안은 아무리 대라신선이라도 헛점이 생길 수밖에 없겠지! 하물며 지금은 이혼대법까지 쓰면서 끌어당기는 중이니까!

슈슈슈

그리고 여동빈은 누군가에게 이미 빙의하고 있었는지 지금까지 여동빈처럼 보이던 육체가 순식간에 어떤 도인으로 뒤바뀌어서 천천히 몸의 균형을 잃고 무너지고 있었다.

그 찰나를 지켜보던 이철괴가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차시환혼(借屍還魂)!]

치직

그러자 여동빈의 영체가 도로 본체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내가 단말로 부르는 것보다 차시환혼의 힘이 훨씬 강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아무리 인연이 이어져 있어도 대라신선의 특기인 술법만은 못한 듯 했고 여동빈 자체가 갑작스러운 부름에 거부감을 지닌 탓인 듯 했다.

‘에라잇.’

이혼대법(移魂大法)

일기(一技)

연탈백(連奪魄)

나는 이혼대법의 기술 중 하나인 연탈백을 써서 재빨리 백의 장악력을 실은 무형의 고리를 날려서 여동빈의 영체에 갈고리처럼 걸었다.

‘젠장…. 이혼대법을 대성은 했지만 고급기술과 오의는 하나도 못 쓰는데…. 일반기술로 될려나?’

그리고 마치 빨려들듯이 여동빈의 영체에 걸린 연탈백의 고리가 팽팽하게 내 쪽으로 여동빈의 백을 당겼고, 이윽고 백이 딸려오자 여동빈의 혼까지 살짝 이끌리는 기색이었다.

피잉

순식간에 나와 이철괴가 서로의 혼백술수를 겨루게 된 상황!

차시환혼(借屍還魂)

오의(奧義)

유망접문(幽妄接紊)

갑자기 당기는 힘이 몇 배는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어억….’

나는 이철괴가 눈을 빛내며 차시환혼의 오의를 발동시키자 도저히 감당치 못하고 휘청이며 이혼대법의 기술이 풀리는 걸 깨달았다.

마치 어른이 아이 손을 비트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었는데, 나는 이 한 수의 교환으로 나와 팔선의 술법역량 차이를 대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는 수십 년간 갈고닦은 검도고수라면 나는 검을 잡은지 일 년밖에 안 되는 초보검사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도였다. 이철괴는 혼을 다루는 수법에 있어서는 배교교주 제갈사조차 능가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기술숙련도가 하늘과 땅차이라고 해서 방법이 없진 않다.

“하압!”

나는 화안금정을 발동시키며 단순히 연탈백에 불어넣은 영력을 강화시켰고, 온 힘을 불어넣자 이철괴의 현란한 차시환혼 오의에 잠시동안 저항할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체급과 완력으로 기술차이를 뒤엎으려는 시도!

본디 술법의 특성상 이렇게는 안 되겠지만 화안금정에다가 내가 가진 신력이 간접적으로 술법에 영향을 주는 강화도가 매우 높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신력은 직접적으로 이혼대법을 강화시키지는 못했다.

우득

[으음…!!]

이철괴가 몸을 빌린 육체의 팔이 부러지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생각 이상의 이혼대법 흡인력에 감당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철괴는 역시 중화팔선인지 순식간에 연탈백의 헛점을 간파한듯 자신 또한 차시환혼의 고리를 만들어내서 내가 걸어놓은 고리를 손쉽게 해제해 버렸다.

투욱

혼 쟁탈싸움이 이철괴의 승리로 끝나자 여동빈의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여동빈의 고고한 모습이 다시 육체에 빙의해서 드러나자, 이철괴가 부러진 자신의 팔을 맞추며 크게 투덜거렸다.

[여동빈. 이러긴가? 아무리 저 자가 단말로 자네를 불렀다 하더라도 자네가 전력으로 저항했으면 굳이 내가 차시환혼 오의까지 쓰지 않았어도 금세 떨칠 수 있었잖나. 왜 저항하지 않았나.]

어?! 그랬던 거야?!

하긴 여동빈을 이렇게 쉽게 제압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한데….

그러자 여동빈이 나직이 대꾸했다.

[저 자의 술수역량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혼을 다루는 실력에 있어서는 팔선에 못지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

[으음…. 기술은 매우 부족하지만 혼의 고리에 불어넣는 힘은 심상치 않더군.]

저벅

여동빈이 한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내게 말을 걸었다.

[너는 누구인가? 인간들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것도 그렇고 어째서 나와 소환의 단말, 인연이 이어져 있는가.]

“…….”

[사악한 마력이 뿜어지고 있으나 행동이 사특하지 않다는 게 기이하구나.]

여동빈의 투지가 명백한 호기심으로 바뀐 게 느껴졌다.

“크흠….”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자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했던 아수라가 주춤거렸다. 나는 아수라를 견제하려는 뜻밖의 행동이 잘 먹혔다고 생각하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여동빈의 말에 대답했다.

“나는 삼황오제 소호금천의 사도인 백웅이오.”

[……!!]

[아니, 뭐라고!!]

[삼황오제의?!]

그 말에 여동빈은 무덤덤했으나 뒤에 있던 다른 팔선들이 크게 당혹해하는 게 눈에 보였다. 도저히 못 믿어하는 기색이었기에 쓸데없는 군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팔뚝을 내밀며 말했다.

“그 눈으로 확인하시오. 내가 사도라는 증거를!”

우웅

잠시동안 소호가 내게 준 사도의 인장이 공명했다. 그리고 그걸 눈으로 확인한 팔선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찌해야할지를 모르는 기색이었다.

[으음….]

[신화시대 이후 잠잠하던 그 분이 어째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로다.]

냉정한 것은 오로지 한 명, 여동빈 뿐이었다. 여동빈은 서늘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대꾸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그렇게 말하면 대답할 말이 마땅치가 않군. 허나 내가 알기로 삼황오제는 딱히 천계와 적대관계는 아니지 않소? 지배관계라고 하면 그대들의 자존심이 상할 터이니 동맹에 가깝다고 해둬도 되겠지.”

[…….]

“천계와는 별로 싸우고 싶지 않소. 그래서 내가 사도라는 걸 미리 말해둔 거요.”

[그렇군…. 그래서 여기에는 왜 왔고, 어째서 나와 단말이 이어져 있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가?]

“나는 이 자리에 옛 동료인 장령곡주 제갈사를 찾으러 왔소.”

[옛 동료?]

나는 어느 정도 거짓말을 해야 이 국면을 피할 수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대충이지만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둘러대었다.

“그대들이 짐작했듯 나와 이 친구는 제갈사의 동료였소. 허나 따로 떨어져서 활동한지 몇 년이나 지났고, 그 동안 어찌지냈는지 찾아보러 온 것 뿐. 그 간 한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으니 혈겁이니 뭐니 하는 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소.”

[그 말은 그대들이 혈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들리는군.]

“정말이오. 도리어 그쪽이 혈겁에 대해 설명해주는 걸 듣고 싶소만.”

여동빈이 힐끔 옆에 있던 장과로를 쳐다보는 듯 했다. 그러자 장과로가 자신의 기다란 지팡이를 아래로 내려서 전의가 없다는 걸 표시하며 말했다.

[사도 백웅이여. 혈겁에 대해서는 우리가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오. 괜찮다면 우리에게 협력을 해 주지 않겠소?]

“협력이라고? 어떤 협력을 말하는 것이오.”

[얼마 전부터 변황의 마왕과 협력하여 이 세상에 마(魔)의 세력을 불러들인 게 바로 배교. 배교에서 온 세상에 혈겁을 일으킨 결과 안그래도 불안정하던 동방대륙의 균형이 많이 무너져 버린 것이오…. 그리고 그 자는 모습을 숨긴 채 더 강력한 재앙을 세상에 소환하려 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우리 천계팔선이 지령을 받아 세상을 탐색하고 있었던 중이었소.]

“…제갈사를 쓰러뜨리는 걸 도와달란 말이오?”

[그랬으면 좋겠구려.]

“…….”

[물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뿐이겠지…. 허나 적어도 여동빈과 단말이 이어진 이유만큼은 말해주시오.]

나는 그의 말에 간단하게 대꾸했다.

“그건 내가 나중에 여동빈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소. 적어도 당신들과 공유할 수 있는 비밀은 아니오.”

[좋소. 납득했소. 적어도 그대는 우리와 적이 아니라는 걸 간절히 말하고 싶어하는 듯 하군.]

그러더니 장과로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절대 배교교주를 돕지 않을 것을 약속해주셨으면 하오…. 그리고 우리를 방해하지도 마시오.]

“흠….”

저들 입장에서는 당연할 것이다. 나와 아수라가 강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우리가 그들을 막아서면 제갈사를 쓰러뜨리는 게 거의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도발하는 대답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자리를 무난하게 넘기고 싶었기에 천천히 대답했다.

“내게도 나름대로의 임무가 있소. 내 임무에 방해되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막아설 일은 없을 것이오.”

[허허….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군. 어린 아해의 모습이지만 과연 사도….]

“그보다 혈겁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오. 대체 뭘 어떻게 했단 말이오? 보통 무림에서 일으킨 혈겁 가지고는 웬만해선 천계에서 나서지 않을 텐데?”

[으음…. 정말 이 세상과 교류가 없었나 보구려.]

이어진 장과로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배교교주는 전 세계의 마도사들과 힘을 모아 환계(幻界)를 공격했으며 서방과 변황의 왕국들을 공격해 학살을 일으켰소. 또한 다른 대륙에도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혈겁이 일어났는데 그 대학살의 주범이 바로 배교교주요.]

“……!!”

[현재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대마도사이며, 곧 마왕이 될 것이 확실시되는 존재. 그 자를 편들게 되면 우리 천계는 삼황오제에 거스른다 하더라도 결코 좌시할 수 없을 것이오.]

장과로가 마지막 말으로 은근히 압박을 해 왔지만 나는 그런 말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대체 무슨?! 제갈사가 왜 그런 짓을….’

장과로가 대략적으로 설명했지만 저 정도의 대혈겁이라면 제갈사가 살해한 생명이나 환계의 존재들은 수백만이 넘을 것이다. 당연히 팔선이 팔걷어붙이고 나설 수밖에 없는 사태이리라.

[그럼 이만 가보겠소…. 그대의 존재를 위에 보고하겠소.]

팔선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에 강림해서 오래 있기 힘든 모양인 듯 했고, 다만 여동빈 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동빈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단말이 이어져 있는 이유를 말해 달라.]

나는 순간 고민했다. 여동빈에게 흑요석을 줘도 될까?

하지만 망량선사 덕에 암기를 상당수 제거했다 해도 아직도 두려울 정도의 암기였다. 자칫했다가 여동빈에게 해를 입히게 되면 천추의 한이 될 게 분명했으므로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당신이 천계에 소속되어 있으며 당신이 얻은 정보가 천계에 보고되는 한 알려줄 수 없소. 왜냐하면 당신을 믿을 수 있더라도 천계의 수뇌부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오.”

[그런가…. 그렇다면 그대는 나를 단말로 소환할 생각이 있는가?]

“물론 있소. 나를 도와준다면 조만간 제갈사와도 만날 수 있을 것이오.”

[좋다. 앞으로 그대의 소환에 응하도록 하지….]

파앗!

여동빈 또한 천계로 귀환하고 말았다. 나는 바로 곤륜파 도사들의 혈도를 풀어주되 수혈을 마지막으로 짚어서 그대로 재워버린 후 장령곡을 빠져나왔다.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수라가 말했다.

“…정말 해내버렸군.”

“이제 이 정도는 쉬워.”

“기억으로 볼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정말 대단한 언변이군. 머리는 안 좋은데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한단 말이냐? 중화팔선을 말로 물리치다니.”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니가 28번 죽으면서 그 열 배는 많은 생사의 고비에서 말빨만으로 해결해보는 건 어떠냐? 너도 할 수 있다, 씨발.”

“후후. 사양하지….”

키득거리며 웃던 아수라가 말했다.

“아무튼 제갈사가 큰 사고를 쳤나보군. 왜 쳤을까?”

“글쎄…. 지금은 일단 녀석을 빨리 찾아가봐야겠…. 쿨러어억.”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지며 우웩하고 피를 토했다. 선혈이 줄줄 새어나오는 걸로 봐서는 내장이 또 터진 것 같았다.

어억…. 주… 죽을 거같다….

아수라가 그런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 번도 더 죽었겠군. 지금 섣불리 움직이는 것보다는 빠르게 회복할 방도를 찾아야겠어.”

“크윽…. 이건 하루아침에 나을 부상이 아냐.”

“마침 좋은 방법이 있긴 하다.”

나는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여서 아수라를 바라보았다.

“뭐냐?”

“소림사(少林寺)에 가는 거다.”

아수라는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거기서 신승 명호대사를 만나서 대환단(大還丹)을 받아서 치료하면 되지 않겠나? 대환단의 회복효과만 본다면 천년설삼이나 흑백련보다 훨씬 나을 거다.”

“……!! 좋아, 가자…. 크아아악.”

나는 상처가 또 찢어져서 아파서 발광했다. 곤란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던 아수라가 말했다.

“또 마왕으로 변신하는 건 곤란하다. 이제 슬슬 제약이 걸릴 거 같아서….”

“젠자아앙… 그래도…. 간다….”

나는 소림사까지 최대한 축지법과 신법을 발휘하며 억지로 뛰어갔다. 장령곡에서 하남 소림사까지의 거리는 꽤 멀었기에 나는 도중에 몇 번씩 기절했고, 그래도 근성으로 버티면서 소림사에 마침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림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혈사(血事).

소림사의 산문에 가득 피칠갑이 되어 있어서 산문이 적문(赤門)으로 보일 정도였고, 근처에는 갈기갈기 찢긴 무승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그리고 썩은 사체에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을 본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죽은 지 꽤 됐군….’

최소한 수십 일은 방치되었으리라.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조심스레 안의 대웅전 쪽으로 진입했고, 더욱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

눈을 부릅뜬 채 대웅전의 불상 이마에 꽂혀서 죽어있는 승려.

그리고 바닥에는 목과 양 팔이 절단된 채 무릎 꿇고 죽어있는 어린 괴동(怪童).

그들은 생전에 각자 강호 삼대기인인 신승 명호대사와 무당파의 명룡자라고 불리던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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