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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232화 (1,22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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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망량선사가 등장하자 나는 크게 긴장했다.

‘올 게 왔구나.’

원래라면 망량선사를 만나는 건 긴장될 일이 아니고 도리어 내 쪽에서 찾아가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 엄청난 마력이 내게서 끓어 넘쳐서 나를 보는 누구나 나를 강력한 마도의 존재로 판단하는 시점에서 망량선사가 내게 적대적일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자칫했다가는 망량선사의 손에 소멸당하거나 봉인당하리라.

‘그래서 산하사직도에 일단 들어갔다가 사이탄의 언령을 이용해 탈출하려 한 거였는데…. 설마 막혀버릴 줄이야.’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지만 일단 침착하게 말했다.

“난동부려서 미안하군! 이제 안 깝칠테니 풀어줘!”

[…….]

망량선사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대꾸했다.

[균열 사이에서 혼돈이 새어나오고 있구나. 혼돈이 아님에도 혼돈으로 여겨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군.]

“…뭐?”

[[굴레]의 흐름은 지금 읽었다. 황제가 봉인된 후 왜 이리 소란스러운가 했더니 바로 너 때문이었구나.]

오싹!

나는 망량선사의 말에 흠칫했다. 역시 이 고양이는 무슨 수를 쓰는지 몰라도 나를 만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전생자라는 걸 대략 눈치채는 듯 싶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까고 말하자!’

이게 맞는 선택인지 모르겠다만 안 말하고 죽으면 억울할 거 같아!

나는 망량선사에게 말했다.

“망량선사! 나는 전생자다. 지금은 29번째 삶을 진행하는 중이고 지난 삶에서는 황제 공손헌원을 봉인했어.”

[…….]

“지금은 내가 마력이 좀 많아서 이 마력과 암기를 갈무리할 방법을 찾는 중이니 좀 도와줘! 너는 암기를 없애는 능력이 있잖아!”

[너의 암기를 없애달란 말이냐?]

“그래!”

그러자 망량선사가 말했다.

[깨진 항아리에서 계속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한가?]

“……?”

[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너 자신뿐이다. 적어도 그건 그런 문제다.]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지금 나는 고양이다. 고양이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해야지.]

“어… 그러게….”

지금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자 망량선사가 말했다.

[정 부탁을 하고 싶다면 대가를 내놓아라. 맨입으로는 해줄 수 없다.]

“…쳇!! 여기서 움직일 수 있게 해줘. 그럼 공양물을 찾아보지.”

우웅

망량선사가 꼬리를 살짝 옆으로 향하자 나는 가부좌를 튼 자세에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안에서 주섬주섬 보물을 찾아서 꺼내었다.

“자, 이 정도면 어때!”

내가 내놓은 것은 수요, 삼황내문, 수정석비였다. 저번에 선지자에게 내놓은 것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실질적 가치는 도리어 더 높은 공양물이었다. 사실 이 3가지는 내가 가진 거의 모든 보물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이 판국에 보물을 아껴봤자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과감하게 내놓은 것이다.

‘암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동료를 하나도 못 만들어! 여기선 칠요건 뭐건 싹 다 내놓자!’

그래서인지 망량선사도 조금 꼬리를 드는 기색이었다. 바닥에 놓여진 수요에 앞발을 올린 망량선사가 말했다.

[가치에 상응하는 만큼의 암기를 지워줄 수 있겠군.]

“다 지워준다는 거지?”

[아니.]

그 단호한 대답에 나는 인상이 구겨졌다.

“뭐?! 이만큼이나 바치는데도 전부 못 지워준다는….”

[못 지우는 게 아니라 대가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 얼마나 지울 수 있는데?”

[상당히.]

망량선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고양이의 발밑에 있던 수요가 확 하고 사라져 버렸으며 옆에 있던 삼황내문과 수정석비도 소멸되었다.

치리링!

그리고 나는 머릿속의 두통이 확하고 사라지면서 다소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꼈다.

“오오!!”

지금까지 줄곧 나를 조급하고 짜증나게 만들었던 은은한 편두통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완전히 통증이 사라진 건 아니고 간헐적으로 손톱으로 파는 느낌은 들었지만 이 정도면 대만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급히 망량선사에게 말했다.

“이… 이 정도로 암기가 사라졌으면 흑요석으로 다른 인간들에게 기억을 전달할 수 있을까?!”

[그건 사람 나름이겠지. 절반이상 암기를 없앴으나 여전히 인간에겐 유독하다 볼 수 있다.]

“흠….”

[그러나 명심해라. 지금 너는 깨진 항아리와 같다….]

후와아앗!!

다음 순간 나는 현실로 되돌아와 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망량선사의 마을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곳의 맞은편, 텃밭의 입구에 서 있던 환신 천우진이 못마땅하다는 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신 차렸나?”

“천우진.”

“스승님의 명이 있어서 널 더 이상 공격하진 않겠다. 하지만 만일 네 멋대로 날뛰어 무고한 자들을 해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헹. 그럴 생각 없어! 난 이제 달라졌으니까.”

나는 씩 웃은 후 천우진에게 말했다.

“조만간 보자구!”

“빨리 꺼져라.”

파앗

나는 신법을 써서 망량선사의 마을을 나오며 생각했다.

‘지금 당장은 천우진에게 흑요석을 줘봤자 날 경계하고 있으니 받아들이지 않겠지. 나중에 망량을 동료로 만들고 나서 설득하자.’

그리고 신법을 어느 정도 전개했다 싶어서 제갈사에게 가려고 비등을 쓰려고 할 때였다.

우웅!!

“…엉?”

평소보다 더욱 강렬하게 비등이 보여주는 환영이 번쩍였다. 평소에는 그냥 무시하거나 대충 건너 뛰어버렸는데 이번에는 훨씬 더 강렬했고, 무엇보다도 내 뜻대로 넘기는 게 되지 않았다. 어찌된 건지 고민하고 있을 때 비등이 내 몸을 끌어당겨서 순간이동이 시작되었다.

일렁….

쐐애애애액

“으, 으아아아아?!”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해서 어둠 속에서 웬 대륙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륙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모양이었고 지금의 이 현상 또한 내가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는 일이었다.

“암천향(暗天鄕)?!”

그렇다. 이건 바로 비등의 사악한 혼이 요청하는 것에 응해 암천향으로 갈 때 벌어지는 일!! 암야(暗夜)를 끝도 없이 훨훨 날아가는 이 기분은 예전에 한 번 겪은 적 있었지만 무척이나 기분이 더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빠르게 긴장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 경험상 곧 위험한 공격이 날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쉬이이익 -

기괴한 각도로 꺾어져서 날아오는 난데없는 습격! 예전에는 미처 이 습격을 피하지 못하고 스쳤었지만 이번에는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용이하게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곁으로 눈이 다섯 개 달린 거대한 촉수 가오리가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걸 보자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대체 뭔 일이 벌어지는 거야!”

비등이 폭주할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이런 일이!

나는 예전에는 같이 데려온 인형 제갈부의 보호술법 덕분에 수천 마리의 가오리떼에서 손쉽게 몸을 보호했었지만 이번에는 단독으로 왔기에 보호막을 기대할 수 없었다. 호신강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괜히 진만 다 빠지고 말리라. 나는 곧이어 주변의 가오리떼가 일제히 공격해 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각오를 다지며 선검을 소환했다.

‘아무리 내가 절대지경이라도 제자리에서 가오리떼 수천마리의 공격을 다 막아내다보면 지쳐버린다! 여기서는 빠르게 돌격해야해!’

나를 이끄는 정체불명의 인력에 거스르지 않고 도리어 힘을 실어서 최고의 속력으로 돌파한다! 그러면 가오리들의 공격을 최대한 안 받을 수 있어!

멸혼보(滅魂步)

전력전개!

피잉 -

혼이 떨리는 듯한 엄청난 속도로 내 몸이 전방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멸혼보의 궤도에 걸리는 모든 가오리를 단숨에 선검으로 베어버렸다. 지금까지 날아가는 속도도 꽤 빨랐지만 멸혼보는 그것보다 최소 수십 배 이상 빨랐으므로 순식간에 가오리떼를 제치고 날아갈 수가 있었다.

탓!

그리고 전방의 운해(雲海)에 착지하자, 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란 걸 깨닫고 암울한 마음이 되었다.

‘예전엔 여의봉을 이용해서 신공표를 소환하고, 신공표의 사보검을 이용해서 이 괴생명체의 위벽을 뚫고 바깥으로 나갔었지만….’

지금은 여의봉도 신공표도 없고 심지어 수요까지도 망량선사한테 바쳐버렸다….

그 때보다 역량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했지만 어떻게 해야 여기를 탈출할 수 있지?

쿠궁

내가 암담해하고 있을 때 저만치 보이는 뾰족한 산맥의 뒤편에서 어마어마한 굉음이 한 차례 울려 퍼졌다.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잠시 후 산맥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초거대 괴물의 손을 보자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산맥보다 큰 괴물!! 맞다…. 예전엔 저 새끼랑 맞부딪히지 않으려고 다른 방법으로 탈출했었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이 이 혈염의 운해를 헤맨다면 저 괴물과 한 번정도는 부딪힐 수밖에 없다. 나는 무공이 절대지경에 이르렀지만 저런 괴물을 내가 해치울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기에 결국 별다른 수가 없다는 걸 느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는 말했다.

“위대한 소호금천이시여! 당신의 사도가 위험에 처했나이다! 제발 암천향에서 탈출하게 도와주십쇼!!”

파앗!

그러자 내 눈 앞에 소호금천처럼 생긴 환영이 나타났다. 소호금천은 여전히 옥좌에 앉아있는 상태였는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상당한 위압감을 느끼고는 숨을 죽였다.

‘화… 화났나?’

하긴 사도가 엉뚱하게 암천향에 가 있으면 화날 수밖에….

나는 잔뜩 쫄면서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못 도와주신다면 그냥 죽여주십쇼….”

[음? 으음….]

그 때 소호금천이 몸을 뒤척이며 살짝 움직였다. 그리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말했다.

[뭐라 했느냐? 잔다고 못 들었다….]

“…….”

자고 있었냐?!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소호금천에게 말했다.

“어… 거시기… 어쩌다보니까 암천향에 와버렸습니다만… 탈출하게 도와주십시오.”

[암천향? 거긴 왜 갔냐.]

“비등이 잘못 작동해서….”

내 손에 들려있던 비등을 힐끔 본 소호금천이 말했다.

[흐음…. 역시 동서를 나누는 결계가 없어진 여파군. 마도구의 오작동이다.]

“마도구가 결계 때문에 오작동했다구요? 그럼 다른 마도구도 그렇습니까?”

[한동안은 그렇겠지. 우리 삼황오제가 만든 그 결계가 복구되지 않는다면 시공간과 차원이 계속 불안정할 것이다….]

“……!!”

[네가 그 비등이란 걸 계속 썼다면 시공간의 오류가 적립되어 마력이 터진 거다. 그런 싸구려 쓰지말고 다른 순간이동 술법을 써라.]

나는 이번 삶에 주어진 제약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도구의 폭주!

지금까지는 비등 등의 마도구를 별다른 실패율 없이 잘만 쓰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재수 없으면 폭주해서 그 부작용으로 죽을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황제 공손헌원이 사라진 것만으로 이런 상황이 초래된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으아…. 이젠 비등도 함부로 못 쓰나?!’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 소호금천이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암천향의 출입관리자와 얘기해봤는데 사흘 후에 너를 내보내줄 수 있을 거라고 하는군. 기다려라.]

“네?! 사흘씩이나… 너무 늦습니다!”

그러자 소호금천이 약간 짜증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라고…. 네가 실수해서 그딴 곳에 가버린 걸 어디까지 책임져달란 말이냐? 네놈을 위해서 암천향의 신들과 싸워달라고? 이정도만 하더라도 그놈들답지 않게 많이 양보해준 것이거늘.]

“…….”

[생각해보니 화가 나는군. 잔다고 신경 안 썼는데 네 녀석 내가 내린 임무는 어디까지 해 놓았느냐? 요순의 단서를 찾기는 찾았느냐?]

화륵

눈앞에 있는 은빛의 괴조가 눈에서 살벌한 은광을 발출하자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걸 느꼈다.

‘대, 대답 못하면 죽는다!’

소호금천이라면 이만큼 떨어져있어도 날 죽일 수 있어!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찾았습니다! 이거 보십시오.”

나는 옆구리에 있던 오도를 내밀었다. 그러자 소호금천이 관심을 보였다.

[호오, 그건 옛날에 봉인되었던 곤이 아니냐?]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이 녀석이 나중에 기력을 찾으면 요순의 행방을 알 것이라고 말해서 관리하는 중입니다. 헤헤….”

[좋아. 한 번 정도는 네 무능함을 봐주도록 하지. 하지만 계속 실수하면 내 손으로 널 없애버리겠다.]

“감사합니다!”

[그럼 자러 간다.]

슈욱!

소호금천이 사라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전욱보다는 너그러운 것 같은데 왠지 더 실수하면 전욱보다 더 안 봐줄 것 같은 안 좋은 느낌이 든다….

내가 이마의 땀을 닦고 있을 때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너….]

쿠르르르르….

산맥보다 몇 배는 거대한 초대형 괴물이 일어서고 있었다. 어쩌면 해신보다 더 클지도 모르는 그 괴물은 가히 신화의 괴물들 중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거대했고, 복희의 본체처럼 행성단위가 아닌 수준에선 가장 큰 것처럼 보였다.

‘씨발!! 또 광선 쓰면서 죽기살기로 싸우면서 3일 버텨야하나?!’

내가 그 압도적인 크기에 잠시 당황하고 있을 때 내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온 산맥 뒤편의 초대형 괴물이 말했다.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다 들었다…. 여기… 지옥과도 같은 외신의 위장 속에서 나도 데리고 나가 다오….]

저 덩치로 내가 여기서 소호금천과 대화하는 걸 들었다고?!

말도 안 되는 일 같았지만 여기는 암천향, 그 중에서도 외신의 위장 속이었기에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황당해 하면서도 초대형 괴물을 향해 말했다.

“네 정체부터 밝혀라!!”

[삼황오제의 사도여… 나는 잊혀진 자이기에…. 너는 내 이름을 아마 모를 것이다….]

초대형 괴물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아담카드몬…. 아이온을 찾아 최초의 카발라에서 이 세계로 소환되었던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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