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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230화 (1,22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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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난 후 다시 일행과 함께 장령곡으로 왔다. 스사노오에게 선검술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아까 출현했던 중위 팔초어 마물 때문에 교토 전역의 결계가 뒤흔들려서 사후처리에 정신없어보였다. 장령곡에 돌아오자 나는 서문혜의 상태를 살폈다.

“이젠 좀 괜찮아보이는군….”

영락없이 편하게 자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내심 안심이 되었다. 언제 깨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서문혜가 괜찮아지면 서문혜와도 함께 활동해야겠다.

내가 서문혜의 침상 곁에 앉아있자 제갈사가 말했다.

“백웅. 미안하지만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바로 움직여라.”

“어디 가야하지?”

“다두왕국. 거기에 진을 치고 있는 마테오 리치부터 만나서 은빛 봉황조각을 얻어라.”

“그 말은….”

내가 혹시해서 반문하자 제갈사가 큭 하고 웃으며 말했다.

“발해의 유적으로 가서 완전한 은봉황을 손에 넣는 거다. 그걸로 암기를 무마하려고 시도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지.”

“……!!”

나는 약간 놀라면서 제갈사에게 말했다.

“그게 되나?! 분명히 선지자는 흑요석으로는 내 기억의 암기가 감당이 안 된다고….”

“정확히는 [지상의 금속]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었지. 너도 예전 모험의 기억으로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제갈사의 눈이 빛났다.

“발해왕궁 최후의 유물인 은봉황은 지상의 금속이 아니고 거기에 쓰인 금속도 외계의 것이다. 또한 그 안에 비장된 술법도 위대한 종족의 것이지. 현 시점에서 가장 암기를 감당해낼 확률이 높은 신급 보물이다.”

“그, 그렇군!”

“알아들었으면 빨리 움직여라. 서문혜를 돌본답시고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큰일난다.”

“큰일난다고? 왜?”

제갈사는 조금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많은 게 달라져버렸다. 본디 황제 공손헌원이 봉인되어 버렸기에 고대의 존재들이 풀려나고 있다는 건 너도 짐작하고 있겠지. 문제는 그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변수를 아직 십분지 일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변수들이 만들어내는 흉행이 커져서 운신이 제약당한다. 쉴 새 없이 휘둘리는 게 어떤 경험인지는 당사자인 네가 제일 잘 알겠지?”

“…….”

모를 리가 없지….

“다행히 곤이나 스사노오는 그리 호전적이지 않고 말도 통하는 편이었지만 황제 공손헌원의 활동범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넓을 수도 있다. 즉…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이미 변수가 날뛰고 있을지도 몰라.”

“제기랄…!!”

나는 제갈사의 설명에 상황을 이해하고는 암울해졌다. 그 말대로 지금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었고 하나라도 빨리 얻어내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당장 가지! 따라와라, 드라큘라.”

“그 전에 남궁세가로 가서 순어구부터 얻어라.”

“아! 그걸 깜박했군.”

“이혼대법도 좋지만 순어구가 있는 게 더 편할 거다. 너와 나만 소통할거면 이혼대법 교환으로 족하지만 네가 드라큘라에게 명령을 내려야 할 때도 있으니.”

일리있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남궁세가 놈들은 어떻게 하지?”

“알 바 아니니까 맘대로 해. 그런 놈들은 이 판국에 의미없다.”

“그러지.”

파앗

나는 우선 남궁세가의 밀실으로 가서 순어구부터 얻었다.

츄와아악

“끅… 끄억….”

딱 20초식만에 목에 긴 혈선이 그어진 남궁세가 가주 남궁명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지만 괜히 고수로서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아 차분하게 검기로만 공략했는데도 20초만에 없앤 것이다. 나는 남궁명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시간이 없어서 대충 죽여주는 걸 고맙게 알아라. 하지만 넌 나쁜 놈이니까 천천히 죽는 고통 정도는 느끼는 게 낫겠구나.”

“꺼… 억….”

쿠웅

“가, 가주!!”

“그 놈 걱정할 필요없다. 네놈들도 다 죽여주마!”

“흐어어억!!”

푸콰콱

그리고 내친 김에 드라큘라와 함께 짐승만도 못한 장로들도 모조리 일검에 도살해버린 후 남궁세가에 납치된 여인들을 구출하여 목갑에 넣었다. 이들도 검마의 도움을 받아서 풀어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두 왕국에 있는 마테오 리치를 만나려 했는데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없다고?”

다두에 있는 마테오 리치의 거점, 그 곳에 파견나와 있던 광동성주의 부하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 색목인들을 말하는 거라면, 그들은 얼마 전 이 거점의 관리를 우리에게 부탁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소. 그래서 본관은 지금 물자를 추슬러서 창고에 나눠두고 있던 참이오.”

“어디로 간지 혹시 말했소?”

“나도 모르오. 그 자들은 우리를 별로 신뢰하지 않기에…. 나도 성주께서 명해서 파견 나와있을 뿐이오.”

“그래도 뭐 단서 같은 거 없소?”

“아니 그렇게 말해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건데….”

“에이 생각 좀 해 보시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며시 백금 두 덩이를 꺼내서 관리의 소매에 넣어주었다.

“으음! 생각나는군.”

그러자 눈이 반짝 하고 빛난 관리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테오 리치라고 했던가? 그 자가 우리한테 되도록 다두왕국의 주민들을 이끌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라고 경고를 하고 갔었소. 물난리가 난다나 뭐라나.”

“…….”

“그나저나 당신 너무 어린 나이인데…. 정말로 그 삼절 이광의 대리인이오? 무공이 대단한 건 알겠지만 설마 본관을 속이는 건 아니겠지?”

대충 속이려고 둘러댄 걸 의심해서 관리가 나를 추궁했지만 나는 그 말에 대꾸할 마음이 별로 없었다. 대신에 드라큘라를 힐끔 바라보았고, 팔짱을 끼고 있던 드라큘라가 말했다.

“예수회는 대홍수를 이미 감지한 듯 합니다, 주군.”

“그렇군. 이건 큰 정보야.”

스사노오가 교토의 용맥에 접속한 후 대홍수의 낌새를 알아차린 것처럼, 뛰어난 술법사와 마법사의 총본산인 예수회 또한 그 낌새를 알아차린 게 틀림없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대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서 예수회 나름대로 움직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곤란한데. 은빛 봉황조각의 나머지 하나는 마테오 리치가 갖고 있으니 반드시 그를 찾아내서 얻어야 해.’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조급해진다. 나는 전국옥새를 불러내었다.

“전국옥새여! 마테오 리치를 찾아라.”

우웅

잠시 후 전국옥새가 마테오 리치가 있는 좌표를 표시했고, 지구형태의 원구에 떠오른 위치를 보자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 낙양?”

왜 낙양에 가 있는 거지?

당연히 예수회의 중심이라도 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수상쩍음을 느끼면서도 우선은 낙양 근처로 가 보기로 했다.

파앗

내가 낙양 근처로 이동했을 때 나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고는 흠칫하고 낙양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척 붉은 하늘이구나!’

그리고 적색으로 물든 천공 아래에서 알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이 용솟음치는 게 화안금정에 비쳐보였다. 나는 좀 더 접근해서 낙양성 외성의 성벽으로 올라가 보았는데, 황궁 근처를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

팔부신중 야차(夜叉)!

크오오오

그 야차가 인간형이 아닌 자신의 야수같은 본모습을 드러낸 채 황궁의 정면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었다.

꾸르르륵….

그리고 그런 야차의 맞은편에는 알 수 없는 먹빛 덩어리같은 게 꿀렁거리며 부정형(不定形)의 몸뚱이를 낙양성 내성의 전역에 드리우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두 괴수가 서로를 노려보는 듯한 형상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저게 대체 뭐지?!”

“주군. 인간들은 저 두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내가 화안금정을 발동시키고 있기에 야차와 부정형 괴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 뿐, 평범한 낙양의 인간들은 부정형 괴물에 둘러싸인 채로도 평범하게 생활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저 괴물의 뱃속에 이미 들어가 있는데 보통 인간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건가?’

나도 모르게 오싹해졌다. 그리고 야차 또한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긴 했으나 보이지 않았기에 야차에게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그 사실에서 뭔가를 깨닫고는 말했다.

“저 놈들 모두 영체 상태로군.”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둘 다 당장 싸울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요.”

“흠…. 황궁을 지키고 있는 건 팔부신중 야차다. 야차의 맞은편에 있는 저 끈적거리는 괴물은 뭔지 혹시 아는가?”

“…속하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깊은 혼돈을 품고 있는 존재라는 것밖에는.”

“…….”

나는 낙양에 한 번 들러서 전국옥새나 수정석비, 무명제사서 등의 보물을 다 갖고나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이런 대립구도가 전혀 없었다. 며칠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구도가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나는 이혼대법을 이용해서 제갈사에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전국옥새는 마테오 리치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었나?]

[음…. 황궁 안쪽인 것 같은데… 아니, 황제의 바로 곁이야.]

[마테오 리치가 황궁세력과 손을 잡거나 설득하려고 갔을 확률이 높군. 그건 아마 지금 부정형 괴물이 낙양을 포위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지금 마테오 리치와 접촉하는 건 무척 위험하다. 이미 상황이 사도급의 힘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달아버린 듯 하군.]

[크윽.]

[네가 위험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면 이대로 황궁 내부로 가서 놈과 교섭하고, 그게 아니라면 암기를 극복할 수 있는 부차적인 계책을 짜 주마.]

[…….]

나는 침묵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한참 후 대답했다.

[마테오 리치를 만나겠어. 지금 저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목숨을 걸고라도 알아내는 게 유리할 것 같아!]

[크큭, 그럼 가라. 다만 비등은 쓰지 마라.]

[어째서?]

[이미 너한테 보물을 한 차례 털린 후라서 결계를 잔뜩 쳐놨을 테고, 거기에 야차가 대놓고 경계하고 있다면 놈 또한 주술을 써서 결계를 폈을 게 분명하다. 마도구의 공간이동으로 침입할 상황이 아냐.]

[으윽….]

[바로 진입하려 해봤자 잔뜩 독이 오른 야차와 싸우는 결말 뿐. 절대 현명한 계책이 아니다. 지금 내가 추천하는 건 바로 그 놈을 찾아가는 거다.]

“그 놈?”

[크크…. 지금 상황을 남몰래 지켜보고 있을 박쥐녀석 말이지.]

우웅

나와 드라큘라는 변신술을 써서 몰래 낙양 내로 잠입했다. 그리고 기억에 의존해서 한 커다란 의가로 향했고, 의가의 문을 두드리자 덩치 크고 수염난 중년사내가 나와서는 말했다.

“꼬맹아. 무슨 일이냐?”

예전에 이 자와 시비가 붙어서 드잡이질을 했던 것 같지만 이번에도 그러는 건 귀찮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는 곧장 신법을 써서 그를 제치고 의가의 지하로 향했다.

“아니!! 침입자다.”

파바밧

내가 지하로 들어가서 봉인의 바로 앞에 서 있자, 잠시 후 웬 점잖고 청수한 이목의 장년인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 장년인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듯 나와 드라큘라를 보며 말했다.

“이… 이럴 수가. 당신들은 강대한 마도의 존재들…. 설마 이 차원문을 노리고 온 것이오?”

나는 그 말에 장년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천하오대의원 의성 상관혁. 생각대로 여기가 중지(重地)이니 졸개들을 안 데려와서 이야기하기 편하겠군.”

“…….”

“너희가 여기에 봉인하고 있는 건 전설의 검선 여동빈이 사용했던 화룡신검이겠지?”

“……!!”

“안심해. 지금 너에게 해를 끼치러 온 건 아니니까.”

상관혁이 흠칫하고 놀라자 나는 씩 하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정보가 필요하다. 그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면 날뛰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도대체 당신들은….”

“내 말에나 대답해라. 약속하기 싫나?”

불끈하고 주먹을 앞으로 내밀면서 으르렁거리자 상관혁은 엄청나게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약속하겠소…. 제발 가문의 식솔들과 이 봉인만큼은 손대지 말아주시오.”

제갈사의 계책이란 바로 의성 상관혁을 아군으로 만드는 것!

상관혁은 상관세가의 가주이자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마도사였으며 사역마도 부릴 줄 알았기에 이 상황에서 중간거점이자 정보원 노릇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상관혁과 약속한 후 최상층으로 가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상관혁이 말했다.

“무엇이 궁금하신지.”

“지금 황궁의 전방을 팔부신중 야차가 본체로 변신해서 지키고 있더군. 그리고 이 낙양은 알 수 없는 괴물의 뱃속에 집어삼켜진 상태야.”

“…….”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된 거지? 알고 있는 걸 말해.”

그러자 상관혁이 마지못해서 입을 열었다.

“괴물은 며칠 전 갑자기 출현했소. 누구의 권속인지 모를 괴물이지만 황궁에서는 이 괴물을 크게 경계하여 비상임전태세에 들어갔고, 결과는 보시다시피요.”

“그딴 걸 알고 싶은 게 아니야. 지금 황궁 내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해.”

“그걸 어찌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하시오.”

“정말 비협조적이군. 드라큘라!”

“네, 주군!”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드라큘라가 칼처럼 대답했고, 나는 드라큘라에게 말했다.

“이 놈이 말을 안 들으면 상관일족을 모조리 다 죽여버려라. 그리고 두 번째는 그냥 지하의 봉인을 파괴해버려라.”

실제로 하려고 하면 내가 말리겠지만 지금의 상관혁에게는 이 정도 압박이 적당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상관혁이 그 말에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이, 이런… 너무하지 않소!”

“정신차려. 정보만 주면 물러가 준다잖아. 숨기지 말고 아는 걸 다 말하면 봉인과 네 일족에게 해가 가진 않을 것이다.”

“알았소…. 크윽….”

상관혁은 분한지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황각주 제갈부가 반란을 일으켜서 황궁 내부를 장악한 상태라고 알고 있소.”

“…뭐? 진짜냐?”

“그렇소. 또한 황제는 이미 시해되어 돼지밥이 된지 오래이며 그 자리에 알 수 없는 괴인이 추대되어 앉아있다고 하오.”

“…….”

나는 그 말에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비상사태가 닥쳐오자 제갈유룡과 제갈부는 더 이상 무능한 황제를 꼭두각시로 세워두면 위험하다 생각해서 그냥 제거해버린 것이리라.

[백웅. 이걸 상관혁에게 찔러봐라….]

그리고 내가 뜻밖의 정보에 놀라고 있을 때 제갈사가 내게 헌책을 해 주었고,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상관혁에게 질문했다.

“상관혁. 아마 조만간 호법사자들을 끌어들여서 황궁을 치려고 교주가 계획하고 있을 텐데 백련교주에게 나도 참가하고 싶다고 전해주지 않겠나?”

내 질문이 나온 순간 상관혁은 너무나 놀라서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그는 넋이 나간듯 상체에 힘이 풀리며 중얼거렸다.

“어, 어, 어떻게 그걸.”

나는 제갈사가 시킨대로 계속 말했다.

“놀랄 필요없다. 네가 백련교의 끄나풀이란 건 이미 알고 있으니. 그리고 팔부신중 야차의 이중첩자이기도 하니까 또 그 백련교의 계획을 팔부신중에게 알려줘서 함정을 파는 중이겠지?”

“…….”

상관혁이 입술을 덜덜 떨며 공포에 잠겼다. 나는 제갈사의 말대로 마지막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쐐기처럼 꽂았다.

“이제부터 네 주군은 바로 나다.”

“으… 으으… 아… 안 돼….”

“야차를 부를 생각이냐? 부를 테면 불러라. 하지만 야차를 불러도 네놈 목이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거다.”

상관혁은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그는 벌벌 떨고 있다가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았는지 이내 체념하고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절을 했다.

“주군… 부디 충성을 받아주시옵소서.”

“…그래.”

나는 상관혁을 한 편으로 만들었기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 찝찝해서 제갈사에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어?]

[마도사에다가 평소에는 의술대가의 이중신분을 유지하며 이중첩자씩이나 하는 놈을 잘도 충심으로 복종시킬 수 있겠군…. 크큭큭. 이런 교활한 놈을 어떻게 심복시킨단 말이냐?]

[…….]

[네가 여태껏 동료로 삼았던 자들이 지나치게 뛰어났을 뿐, 힘으로 복종시킬 놈은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낫다. 이런 걸로 일일이 죄책감 가지지 마라.]

내가 할 말이 없어서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자 상관혁이 말했다.

“그 말대로 하겠사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이걸 들으시고 부디 노여움을 풀어 주십시오.”

“뭐지?”

“천계가 낙양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신선 두 명이 낙양 인근을 감시 중이라는 정보입니다.”

“그 말은….”

이어진 상관혁의 말에 나는 상황이 무척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중이라는 걸 깨달았다.

“조만간 낙양에서 큰 변란이 일어나면 천계도 참전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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