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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스사노오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대홍수가 일어난다고? 고대에 일어났던 일이라면서 지금 또 일어날 거란 말이냐?”
[그렇다. 틀림없이 일어난다.]
“근거가 뭐야.”
내 반문에 스사노오가 대답했다.
[내가 회복을 위해 이 땅에 도착해서 용맥을 건드린 순간 느낄 수 있었지. 용맥이라 불리는 영지의 흐름 기저에서 알 수 없는 맥동(脈動)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그리고 그 맥동의 흐름이 갈수록 세차게 이어져서 조만간 지판(地板)이 대이동(大移動)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판? 그게 뭔데.”
[으음….]
스사노오가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기색이자 머릿속에서 제갈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큭. 내가 마도사로서 배운 고대의 지식대로 풀어서 알려주마.]
제갈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 지구라고 불리는 행성에서 대륙(大陸)은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일만 년 전의 지도와 지금의 지도만 하더라도 크게 다른 편이지. 그리고 대륙이 움직이는 이유는 지저에 지판이란 게 존재하여 지구 심처에 존재하는 거대 용암층의 상층부를 유동(流動)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내핵에 열원이 존재하기에 생기는 현상이고 다른 행성은 용암과 지판이 없는 경우도 많지.]
[…….]
[그리고 스사노오가 느낀 것은 그 유동의 강도가 강력해져서 전 지역의 판이 동시에 대이동을 하게 되고, 그 지판 위에 얹혀있는 대륙들도 이동하게 되며, 대홍수 또한 함께 일어난다는 뜻이겠지.]
음…. 무슨 소리지?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솔직히 말했다.
[미안… 이족 말로 들린다….]
그러자 제갈사가 큭큭하고 말했다.
[안드로이드와 궤도 엘레베이터가 만들어진 시대를 겪었으면서도 물리지식이 일천하군, 크큭. 하긴 중요한 세상흐름만 알기에도 벅찰텐데 지구과학까지 사마령에게 배울 시간은 없었겠지.]
[…….]
[아무튼 스사노오의 말은 일리가 있다. 얘기를 계속해라.]
[고마워!]
잘은 모르겠지만 제갈사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나는 스사노오에게 말했다.
“그래서 용맥의 이변으로 그 지판이란 게 충돌할 게 예견되어서 네가 그 충돌을 힘으로 멈추겠단 말이냐?”
[그렇다. 지판의 충돌은 인위적으로 전 세계에 홍수를 일으키게끔 짜여져 있다. 의도를 알고 있다면 막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인위적인 흐름을 조금만 바꾸면 되니까.]
“…흐음.”
나는 고민했다.
‘스사노오를 3년 내버려둬도 될까?’
3년동안 힘을 모아서 신의 힘으로 천재지변을 막겠다는 생각 자체는 아주 좋다. 그러나 과연 스사노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전욱과 제곡이 합공을 했다는건, 달리 말하자면 오제의 두 명이 합공을 해서 신속히 끝내야만 할 정도의 강력한 투신이라는 뜻이다. 스사노오가 전성기의 힘을 회복한 후 제멋대로 말을 바꾼 후 날뛴다면 그것만한 재앙이 없다.
어찌되었든 스사노오는 아마테라스급의 창세신 중 하나. 지금이야 내가 스사노오와 맞먹을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코끼리와 고양이가 싸우는 모양새가 되고 말리라.
‘지금 가장 약한 상태의 스사노오를 토벌하는 게 최적의 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흐으음….’
나는 고민하다가 제갈사에게 머릿속으로 말했다.
[제갈사. 어쩌는 게 좋지?]
[크큭…. 내가 어떻게 조언할 문제가 아니군. 토벌하든 스사노오 말대로 하든 네 맘대로 해라.]
[뭐? 그래도 되나?]
[배신당할 걱정을 하나본데 그냥 배신당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럼 스사노오가 못믿을 놈이라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는 셈이지.]
[…….]
[그게 바로 전생자의 특권이 아닌가? 예전에도 네가 이런 식으로 생각했었고, 되려 이런 문제일수록 고민할 건 적다고 생각하는데.]
[평소라면 그렇겠지만, 지금은 흑요석을 함부로 쓸 수가 없어서 동료를 더 늘리기 힘들잖아…. 다음 회차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번에 배신당하는 건 타격이 크다고.]
[그거 말이군. 그건 나름대로 부차적인 해법을 생각해 봤으니 걱정마라.]
[해법?]
[크큭. 일단은 스사노오와 교섭을 계속 해.]
나는 제갈사와의 대화를 끝낸 후 고민하다가 스사노오에게 말했다.
“…일단 당신을 믿어 보지. 당신과 싸우진 않겠어.”
제갈사의 말대로다. 배신당하더라도 상대가 내 전생을 멈출 수 없다면 그 선택 자체가 내 경험이 될 뿐이다. 스사노오를 믿는다기보다는 전생능력을 믿는 셈이었다.
[하하. 이렇게 착한 사도는 천지창조 이래 처음 보는군.]
“놀리는 건가?”
[진심이다. 그대의 결단에 감사하지.]
스사노오는 껄껄 웃더니 말했다.
[그럼 임의로 손을 잡는다는 이야기도 되겠는가?]
“동맹이라…. 흠…. 그것까진 장담 못하겠군. 당신이 어려울 때 도와주러 올 의리까진 없다.”
[맞는 말이군. 그러면 불가침 조약 정도로 해 두지.]
“그러지.”
[그러면 이 교토에 온 용건은 끝났는가?]
나는 그 질문에 힐끔 기둥 뒤편에 있는 미호를 보며 말했다.
“나는 미호와 할 말이….”
나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멈칫거렸다.
‘…흑요석을 쓸 수 없으니, 미호를 동료로 할 순 없어. 지금의 미호가 암기를 버틸 수 있을 리도 없고.’
이 상황에서 미호를 말로 설득해봐야 전혀 동료가 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냥 헛소리하는 괴물 정도로 받아들여지리라. 말만으로 설득을 끝내 성공시키려 한다면 나의 가장 깊은 비밀까지 꺼내서 공유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교토를 현재 스사노오와 카쿠츠치라고 하는 강력한 신격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 놈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전생능력에 대한 비밀이 유출되면 어떤 변수가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러모로 무리수가 심했기에 나는 이내 미호에게 말을 거는 걸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됐어.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스사노오 당신이 저 미호라는 구미호를 잘 돌봐주었으면 좋겠다.”
[호오…. 무슨 관계지?]
“난 여우를 좋아해. 네가 미호를 보호하지 못하면 화낼 거다.”
[그렇군. 최선을 다해 보호해 주지.]
대충 말을 흐렸지만 스사노오는 더 캐묻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제갈사의 말이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크큭…. 알아서 미호가 네 약점이라고 다 알려줘버리는군.]
[미안.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미호가 안전했으면 해.]
[그게 네 의지라면.]
제갈사도 납득한 듯 했을 때 갑자기 옆에서 환염의 거북이 정령수, 히노카쿠즈치가 놀란 듯 말했다.
[스사노오 님! 경계를 서고 있던 칠복신(七福神)들이 교토 근해에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보고했습니다.]
[침입자?]
[네. 강력한 이족 마물으로 보입니다.]
[흠….]
스사노오가 잠시 생각하다가 내게 말을 걸었다.
[사도 백웅이여. 염치없으나 이족 마물을 토벌하는 걸 도와주지 않겠는가?]
“내가 왜? 나도 바쁜 몸인데. 그리고 당신 힘으로도 충분히 팰 수 있잖아.”
[내 힘을 소모할 때마다 회복기간이 늘어난다. 그대와 약속했던 3년이 더욱 늘어날 수도 있지. 게다가 칠복신들도 나름대로 강력한 토착신인데 그들이 강력하다 표현할 정도라면….]
꽤 하는 고위 이족이라는 소리인가.
‘쳇. 남좋은 일은 별로 해주기 싫지만….’
나는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이것도 전생 도중에 생겨나는 사건이었으므로 한 번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히노카쿠즈치. 거기로 향하는 문을 열어라.]
[존명.]
후와악
화염의 거북이 입에서 거대한 화구를 토해내자 화구가 공간을 사르면서 그 자리에 고대의 양식으로 만들어진 문이 만들어졌다. 스사노오가 그 문으로 성큼 발을 들이자 나와 드라큘라 또한 그를 따라서 들어갔다.
쿠르르르….
“어둡군.”
외딴 해변의 산 위에 도착하자 하늘이 통째로 먹구름으로 물들어서 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두운 해변가에는 띄엄띄엄 조그마한 마을이 있는 게 보였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칠복신과 그 괴물이 싸우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 말에 함께 따라온 히노카쿠즈치가 말했다.
[괴물은 아직 근처의 심해에 잠복중이라고 합니다. 칠복신은 근처의 토리이와 신사에서 영력을 써서 결계를 펴는 중입니다.]
“이쪽에서 먼저 치는 게 나을 것 같군. 난 시간이 없어.”
우웅
내가 선검을 소환해서 한 손에 들자 옆에 있던 스사노오가 눈에 이채를 띄었다.
[호오. 인과율의 검인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
나는 그 말에 흠칫해서 스사노오에게 반문했다.
“선검술을 아는가?”
[그 술수의 이름까지는 모른다. 그러나 천계의 구천현녀가 그 술법을 간혹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썼지?”
[글쎄…. 동맹이 아니니까 그것까진 말해주지 못하겠군, 하하!]
“…….”
[나중에 동맹 맺으면 알려줄지도.]
이 새끼 동맹 안 맺었다고 삐진 건가!
스사노오가 훗하고 웃으며 그의 오른손에 검을 소환했다.
[나도 괜찮은 검을 갖고 있지. 같이 치자.]
파지지직!!
그의 손에 소환된 검은 부러져서 반쪽 나 있는 반검이었다. 나는 반검이 무기로서 제 효용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황당해서 말했다.
“그게 괜찮은 검이라고? 부러졌잖아.”
[토츠카노츠루기(十握劍)라고 하네. 원래는 정말로 센 최강의 검이었지만 이젠 괜찮은 검이지.]
“…….”
아, 그런 뜻이었냐.
나는 고개를 절레 저은 후 전방을 훑어보았다.
‘역시 화안금정으로도 쉽게 보이지 않아. 고위이족은 꽁꽁 숨은 채 한번에 덮칠 기회를 노리고 있나 보군….’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나는 품에서 전국옥새를 꺼낸 후 말했다.
“전국옥새여. 이 근처에서 강력한 이족을 탐색해라!”
[검색 중….]
잠시 후 전국옥새가 우웅 하고 빛나더니 갑자기 바다 저편에서 확하고 밝은 은색빛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은색빛은 마치 내가 알고 있는 팔초어(八稍魚)의 형상으로 빛나고 있었다.
“……!!”
엄청나게 크다! 심해에 크게 뻗어있는 몸통의 크기는 무려 2리에 가까워 보였고 다리 하나하나의 길이는 그것보다 세 배는 길어보였다. 저 정도의 크기라면 이미 재앙이나 다름없었으며 수해의 기준으로도 초대형 마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팔초어 이족에 놀라며 말했다.
“뭐가 저렇게 커? 저게 그냥 이족이라고?”
[흠…. 저건 아무래도….]
“뭐 짐작가는 게 있나?”
스사노오가 크게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고위이족이 아니다.]
“엉?”
[따지자면 중위급의 이족. 대단한 지성은 없고 그저 적을 큰 몸뚱이로 유린하는 이족이구나. 옛날에 전쟁을 치르던 시절에 본 적이 있다.]
“뭔 소리야. 신격과 마왕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중위 이족이 어딨냐고.”
스사노오의 이어진 말에 나는 얼굴이 약간 굳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저건 흉신(凶神)의 수하종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저 이족의 원래 평균크기보다 열 배는 커진 것 같군….]
쿠콰콰콰!
다음 순간, 은빛으로 감지당해서 빛나던 팔초어 이족이 갑자기 여덟 개의 다리를 모으더니 천공으로 높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뛰어오른 팔초어 이족이 허공에서 몸을 쫙 펴더니 무언가 시꺼먼 안개 같은 것을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푸화악
“저건?”
[기생포자다. 저 안개를 들이마신 생명체들은 이족의 씨앗을 수태하게 되고 촉수가 기생체의 혈육을 먹고….]
“제기랄! 딱 저급 이족같은 능력이구만!!”
나는 수해에서 이족들과 물리도록 싸워본 적이 있다. 그래서 듣지 않아도 어떤 저질스러운 능력인지를 눈치채고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옆에 있던 드라큘라에게 외쳤다.
“다 태워버려!”
[존명!]
화르륵!!
단숨에 흑룡으로 변신한 드라큘라가 날아가서 흑염(黑炎)의 입김을 전방으로 내뿜었다. 극한의 고온과 저주를 담고 있는 드라큘라의 숨결이 단숨에 팔초어 이족의 기생포자 안개를 불태워서 흩어버렸고, 나는 그와 동시에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검뢰(劍雷)!
슈카칵
단숨에 수십 장 이상의 길이로 늘어난 내 검뢰가 팔초어 이족의 머리처럼 보이는 부분을 크게 갈라버렸다. 마치 번개의 칼날이 숭덩 하고 고기대가리를 썰어버리는 듯한 환영이 스쳐지나갔고, 팔초어 이족의 대가리가 십자로 쪼개지는 게 보였다.
[꾸와아악!!]
팔초어 이족이 허공에 둥둥 뜬 채 비명을 지르더니 갑자기 쪼개진 대가리 안에서 커다란 혈안(血眼)이 튀어나왔다. 나는 그 혈안이 내 쪽을 향하더니 삽시간에 핏빛의 광선을 발사하는 걸 알아차렸다.
지이잉!!
콰광
나는 마주 검뢰를 써서 핏빛의 광선을 때려서 상쇄시켰지만 순간적으로 한쪽 팔이 욱신할 정도의 압력이 찾아오자 흠칫했다.
‘뭐지 이 힘은?!’
내 내공으로도 이렇게 뻐근할 정도라면 핏빛 광선의 실제 위력이 어떻다는 거야?
바로 그 때 나를 뒤따라왔던 스사노오가 노한 외침을 내지르며 팔초어 이족을 공격했다.
[소멸하라!!]
신기(神技)
천우광명(天羽光明)
토츠카노츠루기가 마치 어검술처럼 튀어나오더니 허공에서 수십만 개나 되는 검영으로 분열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가 빛의 기둥처럼 변하더니 팔초어 이족의 전신을 꿰뚫었다.
퓨뷰뷰븅!!
[크어어.]
퍼벙
팔초어 이족은 육체의 대부분을 상실하자 끔찍한 비명을 지르더니 허공에서 피바다를 일으키며 터져나갔다. 어찌보면 허무한 최후였으나 스사노오가 급히 자신의 손을 전방으로 내밀더니 말했다.
[모두들 저 핏덩이가 바다에 최대한 떨어지지 못하게 하라! 부활한다.]
저건 아마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 그 말에 드라큘라와 히노카쿠츠치가 반응해서 또다시 화염을 방사해서 핏덩이를 모두 태워버렸으며, 나 또한 검뢰를 크게 내뿜어서 최대한 핏줄기를 번개로 지져서 없앴다.
꾸르륵
그러나 완전히 막을 순 없어서 핏덩이의 일부가 바다에 떨어졌는데, 그 핏덩이들이 금세 몸 크기가 일 장에서 이 장이나 되는 팔초어 괴물로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순식간에 수십 마리의 팔초어 괴물이 양산되자 나는 그만 질려서 입을 쩍 벌렸다.
“헉…. 뭐야 저거….”
실로 믿을 수 없는 재생력! 저게 방금 봤던 초거대마물만큼은 아니겠지만 새끼 친 건 틀림없어보였다. 스사노오가 예상했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대전 때는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이 방법으로 대개 없앨 수 있었는데 거대한 만큼 더 처리하기 힘들구나.]
“제기랄! 일단 저것도 다 없애야겠군.”
[이 정도면 잘 막은 거다. 바로 없애러 가자.]
콰과광
나는 이후 셋과 함께 한 식경동안 계속 팔초어 괴물을 때려잡았다. 거대 팔초어를 얼마나 찢었는지 모를 정도로 찢은 후에야 팔초어는 재생을 멈추었고, 완전소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기가 빨리는 느낌에 짜증을 냈다.
“이게 중위 이족일 리가 없잖아! 고위 이족도 이 정도로 까다롭진 않다고.”
[그렇다…. 아무래도 이것은….]
스사노오가 침음성을 냈다.
[…흉신의 일족 전체가 매우, 매우 강해진 듯 하구나. 중위이족이 어지간한 고위이족을 능가할 정도로.]
“…….”
[백웅이여. 이번에는 절실하게 요청하겠다.]
스사노오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동맹을 맺어다오. 부탁이다.]
나는 한참동안 침묵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동맹하자.”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제길. 어쩌다 이런 상황이….’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 -
그것은 바로, [흉신의 고위 이족]이 얼마나 강할까 하는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악몽같은 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