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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큰 굴레를?!
나는 제갈사에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 그걸 돌릴 수 있는 건 [아버지] 뿐이라면서….”
“그 말대로 불가능하지. 모든 신격들의 꿈이나 다름없는 기적이다. 하지만 황제 공손헌원이 원하는 건 바로 그거야.”
“미친…. 웃기고 앉아있어.”
나는 뿌득 하고 이를 갈았다. 동시에 몸이 부들거리며 떨리는 걸 느꼈다.
“공손헌원 개자식!!”
용서할 수 없어.
적이 되어 깽판쳐놓고서는 뭐가 어쩌고 어째?! 멋대로 그런 짐을 내게 떠맡기고 봉인되어버리면 끝이란 말인가? 정작 나는 공손헌원 때문에 전생이 끝장날 뻔했고 수많은 동료들이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희생되었었는데! 그 원통함을 전혀 갚아주지도 못하고 무력감만 사무치게 느꼈던 나로서는 공손헌원의 오만함이 무척이나 싫었다.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제갈사가 문득 히죽하고 웃었다.
“크크큭…. 아주 제대로군. 설마 신 중의 신이라 하는 황제 공손헌원에게 진정으로 분노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줄이야…. 크큭, 아주 좋아! 이게 바로 전생자라는 거군.”
“제갈사. 그럼 황제 공손헌원의 의지 따위는 무시하면….”
그러자 제갈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절대 그건 아니지. 반대로 그 불가능한 일을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만 한다.”
“……?!”
뜻밖의 말에 내가 눈을 크게 뜨자 제갈사가 말했다.
“백웅, 황제 공손헌원에 대한 분노가 큰 것 같지만 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고. 백웅 너의 궁극적인 목적은 뭐냐?”
“…이 거지같은 세계를 박살내는 거다. 외신들이 이 세상을 맘대로 갖고 노는 걸 그만두게 만드는 거고.”
“그렇지. 황제 공손헌원을 쓰러뜨리는 게 최후의 목표가 아니잖나? 과정일지언정 결코 놈을 타도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놈과 손을 잡을 수도 있는 거야. 마치 네가 형님과 백련교주를 28번째 생에 동료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말이야.”
“…….”
“전생자의 특권이지. 적이었던 존재를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
제갈사의 시선이 나를 똑바로 향했다.
“또한 공손헌원과 타협할 여지도 충분하지. 공손헌원 또한 외신인 [기어오는 혼돈]을 쓰러뜨리려 했었고, 너 또한 외신을 쓰러뜨리려 한다. 그러나 외신을 상대할 마땅한 비책이 없는 상태에서 너와 공손헌원은 공동전선을 펴서 외신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는 게 옳으며 - 공손헌원이 제시한 [치우부활]이라는 해법은 네게도 도움이 되는 거지.”
“으음….”
“동기가 충분하다면 방법은 찾으면 돼. 중요한 걸 헷갈리진 마라.”
유려한 흐름에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멍하니 있자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자, 그럼 [큰 굴레]를 되돌릴 방법은 어떻게 찾는가…. 그건 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면서 단서를 모아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시작인 거지.”
“당장은 방법이 없는 걸까?”
“없지. 하지만 단서를 모으다보면 분명히 길이 생길 것이다. 틀림없어.”
“…너답지 않게 지나치게 확신하는걸.”
“확신할 수밖에. 그 확신을 준 게 바로 황제 공손헌원이거든. 그 누구보다도 확실한 보증인이 아니냐.”
“응?”
“큭큭…. 역시 모르고 있었군.”
이건 무슨 소리지?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제갈사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백웅. 공손헌원은 항아를 조종해서 네 전생능력을 뺏으려 할 정도로 야망이 넘치는 존재였다. 그런 놈이 마지막에 승천을 앞두고 니알라토텝을 배신하여 너 좋은 일만 해줬다는 게 무슨 뜻인 것 같나?”
“무, 무슨 뜻인데.”
“공손헌원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은 바로 [마도황제]라고 하는 의문의 존재다. 그 놈이 인과율을 읽어들인 계산결과를 보았기 때문에 공손헌원이 태도를 바꾼 거다.”
“그야 그렇지….”
“그러면 수억 년치의 인과율을 읽어 천려일실조차 허락지 않았던 그 꼼꼼한 공손헌원이 하필이면 적이었던 네게 [큰 굴레]의 수정 및 치우의 부활같은 말도 안 되는 난제(難題)를 내놓은 게 우연일까? 황제 공손헌원 자기도 못 하는 일을 왜 너보고 시켰을까?”
“…….”
“그건 상식적으로 너무나 생뚱맞은 일. 절대자인 황제 공손헌원의 한 수라고 할 수 없어. 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
제갈사의 눈이 빛났다.
“즉…. 공손헌원은 마도황제에게서 인과율 계산을 받았을 때 치우의 부활이 가능하다는 근거를 제시받았던 것이다. 마도황제가 그런 가능성을 제시해서 공손헌원을 설득했던 거다.”
“뭐?!”
“공손헌원은 그 제안을 납득한 후, 그 의뢰가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 가능하다는 걸 확신했기에 네게 의뢰한 거다. 당연한 결과지.”
그, 그런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제갈사가 말했다.
“자, 이제 납득이 되었으면 어떻게 첫 걸음을 내딛을지를 이야기해 볼까?”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
“흐음. 이것저것 시도해볼 것은 많지만….”
제갈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선은 보물부터 다 얻어두도록 하지. 아직은 과단성있는 계책을 펼치기에 마땅한 단계가 아냐.”
“의외군. 네 성향상 파격적인 걸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원래라면 그랬겠지. 하지만 이번 생은 조금 백웅 네가 몸을 사려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
“이 흑요석에 들어있던 그 가공할 마력.”
제갈사가 물끄머리 자신이 들고 있던 흑요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마력의 근원부터 해명하지 못하면 섣부른 계책으로 들이박다가 죽을 경우 시간만 낭비하게 될 뿐이다. 기책(奇策)을 남발하기만 하고 수습할 도리가 없다면 그건 삼류에 불과하지.”
“그런가….”
“뭐, 이미 해신과 맞짱뜨고 소호의 사도가 된 시점에서 틀려먹은 것 같기도 하다만…. 크큭.”
“…….”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닫고 있자 제갈사는 안경을 매만지며 말했다.
“일단은 공동산으로 가서 삼황내문부터 얻어라. 그 후 아라사의 흑룡을 해방시키고 놈을 네 종복으로 삼아라. 그 후에 다시 이야기하지.”
“알았어.”
“서문혜는 당분간 장령곡에서 돌보고 있겠다.”
파앗!!
나는 공동산의 폐허 내부에 있는 삼황내문을 금세 얻어낸 후 아라사로 갔다. 그리고 빙암 속에 봉인되어 있는 흑룡 드라큘라를 한 번 물끄러미 쳐다본 후 거대한 얼음에 손을 뻗었다.
우우우웅
강대한 신력이 안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왠지 예전보다 훨씬 더 기세가 강해진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얼음이 쩌적하고 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2개가 내 머릿속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다만 그 내용은 예전과 달랐다.
[오오, 이럴 수가!! 재앙… 재앙이 일어났구나! 괴물같은 자….]
탄식하는 멀린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는 이미 봉인해제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체념이 느껴졌다.
[……어디의 고인(高人)이신가?]
그리고 반쯤 깨어진 얼음 내부에서 삐죽 얼굴을 내민 드라큘라가 점잖은 염화(念話)를 써서 내게 대화를 걸어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목소리에서는 다소의 두려움과 경외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응? 왜 지금까지랑 반응이 다르지?’
나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문득 방금 전에 드라큘라의 봉인을 깨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아마도 훨씬 강대한 신력이 흘러들어가면서 봉인을 거의 한 방에 깨어버렸고, 그 힘을 느낀 멀린과 드라큘라의 반응이 지금까지와 달랐던 모양이다.
나는 드라큘라의 얼음을 마저 깨어버리고는 말했다.
“나는 삼황오제 소호의 사도, 백웅! 네가 바로 삼두룡(三頭龍) 니랏사 다그의 사도인 드라큘라 대공(大公)인가?”
[……!!]
드라큘라는 날개를 크게 홰치다가 멈칫거렸다. 흑룡의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이 새겨져 있었고, 그가 외쳤다.
[어찌 내가 섬기는 위대한 분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가! 당신은 도대체 누구지?]
“말했잖나. 백웅이라고.”
[그 분은 굉장히 먼 성단에 계셔서 정체를 아는 자가 여태껏 없었다. 내가 밝히지 않는 한…. 어찌 이런 일이!]
드라큘라가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자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드라큘라. 이게 보이는가?”
나는 손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드라큘라에게 반응했는지 세 줄기의 기다란 문신이 은은하게 손 위에 나타났고, 그 문신을 확인한 드라큘라가 경악했다.
[이, 이, 이것은… 삼두룡의 축복!! 내 주인께서 삼황오제의 사도를 축복하셨단 말인가?!]
“그래. 또한 알고 있겠지? 너와 나 사이에는 인과율이 있어.”
[…….]
“충성을 바쳐야하는 인과율이.”
그랬다. 28번째 삶에서 내가 500년 후의 미래로 갔을 때 나는 루마니아에서 레스토랑을 하고 있던 드라큘라를 찾아냈었고, 놈과 꽤 친해졌었다. 그리고 내가 세계의 멸망에 맞서 싸우겠다고 하자 그가 내게 삼두룡의 축복을 주면서 충성까지 맹세해 줬던 것이다.
드라큘라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록… 그 축복은 현재 꺼져있는 사문(死紋)이기에 강제력이 없으나…. 나는 그대에게 충성의 맹세를 했다는 걸 인정한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으나…. 나는 신성한 맹세에 거스르지 않으리라.]
슈슈슉
흑룡 드라큘라의 모습이 갑자기 변화해서 미중년 서양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서양군주의 예복을 입은 드라큘라는 자신의 옆구리에서 세검(細劍)을 꺼내어 자세를 잡은 후 예검식을 한 차례 펼쳤고, 직후 그 자리에 꿇어앉으며 말했다.
“나 드라큘라는 그대 백웅에게 충성할 것을 다시금 맹세하겠소. 나의 충성을 받아주시오!”
“좋다.”
나는 드라큘라의 충성맹세를 받은 후 그를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방금 전에 내 삼두룡의 축복이 꺼져있다고 얘기했지. 그건 축복이 지금 발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인가?”
드라큘라는 말투를 바꾸며 내 말에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축복의 흔적일 뿐 축복으로 작동할 수 있는 알맹이가 남지 않았으니 사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 축복을 새긴 건 분명한 저의 신인 니랏사 다그 님입니다.”
“…….”
꺼져있다라.
‘지난 생 마지막에 니랏사 다그의 축복을 발동시키면서 그를 소환했었는데, 설마 그 때 이미 효력이 끝났던 것일까?’
이런 경우 보통 전생을 다시 시작하면 효력이 회복되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축복이 다른 축복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드라큘라에게 말했다.
“혹시 이 축복을 회복시켜줄 수 있겠나?”
“불가능합니다. 그게 가능한 건 니랏사 다그 님 뿐입니다.”
“이 축복을 매개로 해서 그에게 대화를 걸 수는 없는 건가.”
드라큘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만…. 그 분은 초고대의 악신이며 우주의 악몽과 같으신 분. 노여움을 사게 되면 뒷감당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흠.”
“저 따위는 그 분에 비하면 티끌과 다름없습니다. 그 분은 삼황오제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알고 있어. 굉장한 놈이지.”
드라큘라의 말대로다. 드라큘라 또한 니랏사 다그의 사도라곤 하지만 그 존재가 지구에 만들어놓은 장난감에 불과한 존재. 진짜 니랏사 다그는 삼황오제 복희나 황제에 버금가는 우주급 악신이었다. 지금 나 정도의 힘으로 섣불리 접근하면 뜬금없이 죽기 딱 좋으리라.
‘당장 삼두룡의 축복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시도해 볼까.’
나는 일단 일을 미뤄두고는 드라큘라에게 말했다.
“따라와라.”
파앗!
나는 드라큘라를 데리고 장령곡에 갔다. 그리고 내가 도착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좋아, 쓸만한 부하를 하나 얻는데 성공했군.”
“이제 뭘 하면 돼지?”
나는 괜히 몸이 달아서 다음 행보를 제시해 보았다.
“월요의 수호자를 쓰러뜨리러 가 볼까? 나와 드라큘라 둘이면 충분하고 남을 것 같은데.”
“아니. 여와와 천계에게 주목받는다. 월요는 나중에 얻는 게 나아. 마찬가지로 지금은 수요를 제외한 모든 칠요를 얻을 때가 아냐. 화요와 토요 또한 자제해.”
단호하게 말한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해야하는 건 호구부터 쳐서 가진 걸 다 빼앗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료를 조금 더 모으는 편이 낫겠지.”
“무슨 말이야?”
“동영으로 가서 아베노 세이메이를 만나자. 이번에는 나도 같이 가도록 하지.”
파앗!!
나는 드라큘라와 제갈사를 데리고 아베노 일족의 본거지로 갔다. 그러자 대번에 환술로 만들어진 결계가 눈앞에 나타났고, 수십 명이나 되는 음양사들이 수인을 맺으며 우리를 공격하는 게 보였다. 나는 힐끔 드라큘라를 쳐다보았고 드라큘라는 기다렸다는 듯 흑룡으로 변신했다.
쿠와아앗!!
“으아악.”
“크아아악.”
단지 드라큘라가 흑룡으로 변하면서 충격파를 내뿜었을 뿐인데 음양사들은 맥을 못 추고 나가떨어졌고 대부분의 술법이 무효화되고 말았다. 아직 버티고 서 있던 상급 술법사들이 동시에 부적과 술법을 전개했지만 드라큘라가 한 번 포효를 내질러 버리자 그들 또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드라큘라가 안광을 형형하게 빛내며 음양사들을 비웃었다.
[인간 따위가 감히 내게 술수로 상처를 주려 하느냐? 크크크….]
드라큘라도 지금의 나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어쨌든 마왕의 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간 음양사 따위는 수십이 있어도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아베노 세이메이가 평소에 묵고 있던 숙소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세이메이!! 나는 삼황오제 소호의 사도인 백웅이다! 나와서 얘기하자.”
슈슉
그러자 순간이동의 술법으로 아베노 세이메이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그는 심유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지닌 존재…. 그 자체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자로구려. 어찌 신의 사도가 이 미개한 동쪽 섬까지 오셨나이까?”
세이메이는 여태까지와 달리 나를 완전히 신적인 존재로 대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이 내심 약간은 씁쓸했으나 티를 내지 않고 세이메이에게 말했다.
“세이메이. 주변인들을 물리고 이야기하고 싶은데 나를 따라오겠나? 너희 일족을 해치지 않을 것을 맹세하겠다.”
“좋소.”
우웅
나는 세이메이를 데리고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결계 바깥으로 나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과거에 수해의 초입에서 뇌신류의 청월 장로가 만들어놓았던 임시 기지였다. 그리고 제갈사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세이메이. 너는 내면에 고신 아마테라스 오오카미의 신체를 품고 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런 너라면 백웅의 내면에 아마테라스의 신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측정할 수 있겠지.”
“……?! 무슨 소리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베노 세이메이가 당황하자 나는 슥하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내겐 중요한 일이다. 나는 과거에 아마테라스의 신체를 받아들인 적이 있었고, 그 신체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너 외엔 측정할 자가 없어.”
“…….”
“수해와도 관련이 있는 중대한 일이다. 협조해 다오.”
아베노 세이메이는 크게 고민하는 듯 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아베노 세이메이가 내 손을 잡고 무언가 주문을 외우는 듯 했다. 나는 영 불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혹시나 그가 허튼 짓거리를 할까봐 제갈사가 마왕급인 드라큘라를 영입하게 해놨기에 안심해 두기로 했다.
그리고 푸른빛을 내뿜는 부적이 허공에 떠올라서 내 주위를 원구처럼 에워싼지 약 반 식경이 지났을 때, 세이메이가 경악하며 외쳤다.
“어, 어찌 이런 일이… 정말로… 아마테라스 님의 신력이 존재하다니!!”
“내 말이 맞지?”
“당신은 어떤 존재요? 그 분께서는 과거 신의 영혼이 죽어 신체만이 남았고 그걸 받아들인 건 나밖에….”
나는 손을 슥하고 저어서 말을 끊은 후 세이메이에게 말했다.
“세이메이. 아마테라스는 [지배자의 악을 제어하는 자]라고 알고 있어.”
“그렇소만….”
나는 제갈사에게 들었던 진짜 본론을 세이메이에게 꺼내기로 했다.
“내가 가진 아마테라스의 신력을 제물로 바쳐서 그녀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
이게 바로 제갈사가 내게 내놓은 마력견제대책.
아마테라스는 [옛 지배자]의 악랄함과 마력 그 자체를 견제하는 존재로 탄생한 고대신.
그렇다면 아마테라스가 부활한다면 - 내게 흘러넘치는 이 마력을 제어할 방법 또한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체의 반신을 품고 있는 아베노 세이메이야말로 그 의식을 주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술법사인 거지.’
내 질문에 세이메이는 크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금은 불가능하오.”
“왜?”
이어진 세이메이의 말은 내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다.
“얼마 전에 이 동영에 삼귀자(三貴子) 스사노오노미코토(素戔嗚尊)가 부활해 버렸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