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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수기를 수신기 바루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기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물의 기운을 물의 신기에게 바친다…. 일단 말은 되지만….’
그리고 나는 곧장 생각나는 의문점을 서문혜에게 말했다.
“무슨 수로 수기를 모은단 말이오? 수기라고는 해도 수요와 함께 수천 년간 봉인되어 있던 수기가 천공에 뭉쳐서 불안정하게 떠도는 상태. 그런 걸 물리적으로 모으거나 할 방법이 없기에 술수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지 않소.”
“수기공양을 위한 술수나 마법은 지금부터 찾으면 됩니다. 백웅 님의 현재 위상을 생각한다면 그런 자잘한 조력을 아끼지 않을 자는 세상에 널려있습니다. 굳이 그게 망량이나 천우진일 필요는 없습니다.”
“…….”
“제아무리 잘났다고 자부하는 술법사라 하여도 백웅 님께는 발밑의 존재입니다. 그래봤자 인간이니까요.”
단호하게 말한 서문혜가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천계’가 아닌 사대신기에 공물을 바친다는 점입니다. 이로써 백웅 님은 억지로 천계와 얽힐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무슨 말이오?”
“지금까지 천계에 수기를 공양하는 의식을 하면서 늘 찝찝했던 게 있지 않았습니까? 그건 바로 백웅 님께서 수기공양의식에서 수많은 천계의 명성 있는 대라신선들에게 얼굴도장을 찍는다는 사실입니다.”
“……!!”
“얼굴을 보이고 존재감을 각인시킨다는 건 좋든 싫든 상대방의 주의를 끄는 행동입니다. 지금껏 천계에 심심찮게 발목 잡혔던 이유 중 하나겠지요.”
“그렇긴 하구려….”
서문혜의 말은 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문혜가 말했다.
“우선 백웅 님. 낙양의 용문석굴(龍門石窟)에 먼저 가시지요. 거기서 추가로 은금괴와 재보를 얻으시고 그다음으로는 모산파(茅山派)를 찾아가시는 걸 추천드려요.”
나는 서문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무림문파가 그녀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모산파? 거긴 왜?”
“일전에 백웅 님께서 술수를 배우려 하실 때 반천맹주가 되었던 망량이 모산파 혹은 밀교를 추천한 적이 있었지요.”
“아, 그랬지….”
“모산파의 종주나 밀교주의 실력은 천우진에 비교하면 지극히 하수이기에, 지금껏 현 중원최고의 술법사인 환신 천우진에게 직접 찾아가실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 자들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없었어요. 전뇌자의 기록상으로는 천우진이 10대 중반 시절에 술법을 배운지 5년도 되지 않아 이미 그 자들의 실력을 추월해 있었다고 하지요. 하물며 망량도 금방 술법사의 기연인 삼황내문을 얻어서 수준을 높일 수 있었던 상황에서는….”
서문혜가 눈을 빛냈다.
“하지만 망량과 천우진을 배제한다면 그 자들이 실질적인 술법문파의 태두인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식 대문파인 만큼, 그 자들도 수기공양을 할 수 있는 술법 정도는 갖고 있겠지요.”
나는 서문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물을 이용해서 모산파에서 수기공양을 할 수 있는 술법사를 고용하라는 말이오?”
“그래요.”
“으음…. 너무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군. 그냥 백련교주나 제갈사, 망량을 말로 설득한 후 방법을 찾는 게 더 쉽고 빠를 텐데.”
“백웅 님. 이 또한 새로운 경험입니다. 새로운 것을 맞닥뜨림으로써 얼마나 많은 파생가능성과 전략이 생기는지는 이미 알고계시지 않나요?”
“그 자들은 앞으로의 내 싸움에 참여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다는 게 망설여지는구려.”
“그건 그 자들의 재능과 인성을 본 후에 판단해도 될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저는 모산파에 가본 적이 있어요. 그 때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어쩌면 그들은 재능없는 자도 쉽게 익힐 수 있는 술법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사실 그걸 노리는 것이에요.”
“호오….”
“그들은 본산제자가 아닌 외산제자(外山弟子)를 두어 따로 경비를 맡기는데 그 자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아 강호인들의 침입을 막곤 하거든요.”
“외산제자에게 가르쳐주는 술법은 술법재능을 그리 타지 않는 술법일 수 있다는 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문혜가 모산파에 가본 적이 있었다니?
‘하긴 서문혜는 사파의 종사인 검마의 딸. 모산파에 귀빈의 자격으로 가본 적 있었다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
나는 서문혜의 말에 약간 호기심이 들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어차피 기왕 마기(魔氣)를 경계하기로 했으니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가 봅시다.”
파앗
나는 용문석굴에 가서 모든 보물을 얻어낸 후 모산을 향해서 달려갔다. 모산파는 모산에 있었으며, 모산의 위치는 진강(镇江)의 남쪽이자 양호(洋湖) 호수의 서쪽 인근이었다. 모산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으나 서문혜가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려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서문혜의 신법은 무척이나 빨랐다. 이미 강호에서 초절정고수라 칭하는 웬만한 고수들보다 훨씬 빨랐는데 그녀의 체력은 수백 리를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뒤에서 그녀를 따라가며 생각했다.
‘선조회귀가 확실하군. 저건 신법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육신의 기본성능이 보통인간의 수십 배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역으로 육신에 기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신법 또한 결국 몸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육체의 기초능력이 뛰어난 자는 신법의 숙련도가 같아도 더 빠르게 되어있다. 나는 지금의 서문혜가 이미 강호에서 당해낼 자가 몇 없는 강자가 되었다는 걸 실감했다.
타닷
“여기가 술법종주 모산파의 정문이자 강호에 명성이 자자한 모산십문(茅山十門)이에요.”
운류봉이라고 하는 봉우리의 정상이 바로 모산십문의 입구였으며, 이 정상에서부터 반대편의 커다란 산의 정상에 걸쳐서 총 10개의 큼지막한 산문이 직선으로 이어져있는 게 보였다. 산문의 크기는 무척이나 큰지 멀리서도 육안으로 보일 정도니 최소한 높이가 삼 장은 될 것이리라.
본디 이런 경우 굳이 열 개의 산문을 통과하지 않고 옆의 산길로 돌아서 맞은편의 정상에 도달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눈에 힘을 모아서 화안금정을 쓰자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언뜻 넓은 공간으로 보이지만 모산십문을 통과하지 않고 다른 산길로 빠지면 더 악랄한 진법에 걸리게 되어있군. 일직선이구려.”
“그래요. 그리고 모산십문의 칠문(七門)까지는 외산제자가 방어하고 나머지 삼문은 모산파의 본산제자와 장로들이 방어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
내가 모산십문을 구경하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은 무영문(無影門)의 서문혜(西門慧) 소저가 아니신가요?”
우리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모산십문의 첫 번째 문 쪽에서 어린 소녀가 계단을 걸어서 올라오고 있었다. 한 손에 피리를 들고 있는 청색 옷의 소녀는 무척 앳된 외모였고, 반갑다는 듯 서문혜에게 손을 흔들었다.
“저를 기억하시나요? 반가워요!!”
그러자 서문혜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기억나네요. 모산파 장로이신 소해도사 님의 제자인 단목리(檀木唎) 소저가 아니신가요?”
“맞아요!!”
아마도 구면인 듯 했다. 단목리가 정말 반가운지 헤실헤실 웃고 있다가 말했다.
“옆은 음… 조금 개성있게 생기신 분이시네요! 소년 호위무사인가요?”
“아니요. 이 분은 제게 소중한 분입니다.”
“……?!”
단목리가 크게 충격받은 표정을 짓자 서문혜가 말했다.
“무영문의 소문주로써 말합니다. 중대한 용건으로 귀파(貴派)을 방문하고자 하니 십문을 개방해 주세요.”
“저, 저, 저기… 지금은 좀….”
“문제가 있나요?”
단목리가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본파에는 지금 아무도 들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십문을 방비하던 제자들도 모두 안으로 들여보냈고, 저도 축객령을 하러 나온 거예요.”
“왜지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다음에 다시 와 주세요.”
“제가 무영문의 소문주라는 걸 알고 하시는 말인가요?”
“으으으….”
단목리는 울상을 짓다가 말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장로님들께 여쭈고 올게요.”
“그럴 필요 없다!!”
촤아악
다음 순간, 지금까지 이 근처의 큰 나뭇등걸에 앉아있던 웬 검은 까마귀가 인간으로 변신하며 땅에 내려앉았다. 인간으로 변신한 자는 새까만 도사옷을 입은 자였는데 그를 보자 단목리가 깜짝 놀랐다.
“스승님!!”
단목리의 스승으로 보이는 40대 중반의 흑의 도사가 내 쪽으로 불진을 향하며 호통을 쳤다.
“본인은 모산파의 장로인 소해도사라고 하오. 본파는 지금 중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 돌아가 주시오!”
“그건….”
서문혜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내가 서문혜를 손으로 가로막았다. 내가 가로막은 걸 본 서문혜는 뭔가 알아차린 듯 체념한 눈으로 살짝 눈을 감았고, 나는 천천히 소해도사의 말에 대답했다.
“그럴 수 없소.”
“소년이여! 서문혜 소저와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무당파와 소림사의 장문인이 찾아와도 본파에 들여보낼 수 없다! 그러니 되돌아가라.”
나는 그 말에서 소해도사가 나쁜 인간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대문파의 장로쯤 되면 오만함이 강해서 무력행사를 당장 하려들 수도 있지만 점잖게 타이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소해도사를 흘끔 쳐다보며 말했다.
“본산 쪽에서 강력한 마기가 보이는군. 뭔가 퇴마의식을 진행하고 있소?”
아까부터 화안금정으로 보이고 있었지만 딱히 말을 안 하고 있었다. 모산파의 본산으로 보이는 산봉우리에서 시꺼먼 악귀 같은 형상이 치솟았다 내려앉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
소해도사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조령안(照靈眼)!”
파밧!
그리고는 뭔가 한손으로 수인을 맺어서 자신의 눈앞에 손을 갖다대서 나를 살핀 후 또 다시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 그것은 전설의 화안금정(火眼金睛)?!”
그러자 옆에 있던 단목리가 어리둥절해했다.
“스승님. 그게 뭔가요?”
“…….”
소해도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이, 인간이 아닌 존재여…. 전설의 원숭이 무왕(武王)의 눈을 가진 자여…. 무슨 일로 본파를 찾아오셨소?”
나는 그 대응에서 소해도사가 제천대성과 화안금정의 존재를 알고있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도가일파에서 제천대성과 그의 눈동자술법인 화안금정은 꽤 유명한 모양이었다. 화안금정 또한 내가 전생하며 얻어낸 성과였기에 내심 뿌듯했지만, 나는 찝찝한 점 때문에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화안금정으로 내 실력을 알아본다고?’
소해도사는 내 마력을 느끼지는 못하는 건가?
뭔가 이상했지만 나는 차분하게 그의 말에 대꾸했다.
“수기공양에 필요한 술법사를 빌려가려 왔소.”
“수기공양…?”
“보아하니 우리는 서로 필요한 걸 교환할 수 있을 듯 싶군.”
나는 소해도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앞장서시오. 당신들이 퇴마에 골치 썩이는 저 놈을 내가 제압해주지.”
“…….”
모산파 장로 소해도사가 잠시 머리를 굴리는 표정을 짓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오?”
“백웅이오.”
소해도사가 그 말을 듣자마자 모산십문쪽으로 양손을 뻗으며 주문을 외웠다.
“십문이여, 장로의 이름으로 명하느니 통로를 개방하라!”
우웅!
다음 순간, 눈앞에 나타난 것은 고풍스러운 선계의 문이었다. 그 문 안으로 다들 걸어 들어가자 머지않아 눈앞에 모산파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계해방 겸 순간이동술법이군.’
소해도사가 급히 내게 말했다.
“이쪽으로….”
그를 따라서 제일 큰 대웅전 같은 건물에 들어가자, 그 곳에는 수십 명의 도사들이 둘러앉아서 하나의 어둠을 봉인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치지지직! 치직!!
쿠와아악….
어둠의 기세는 무척이나 맹렬했으며 어둠의 기류를 쉴 새 없이 뿜어내는 것은 한 자루의 도(刀)였다. 그 도의 내부에 무언가가 갇혀있는데 그게 못 나오게 하려고 도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건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때 백발이 성성한 흰 수염의 늙은 도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보며 말했다.
“소해!! 아무도 본파에 들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소해도사가 급히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장문!! 허나 이 백웅이라는 분은 화안금정을 갖고 계십니다!”
“뭐… 뭐라고?”
“저 놈을 퇴마하는데 도움을 주겠다 했습니다!”
장문이라고 불린 늙은 도사가 눈을 더 크게 떴고 나를 주시했다. 그러더니 한층 더 경악해서는 평정심을 잃고 외쳤다.
“으, 으아아악!! 어떤 괴물을 데려온 것이냐 소해애애애!!”
“장문, 왜 그러십….”
“괴물이다!! 괴물이야!! 저건 재앙이란 말이다!!”
모산파의 장문은 나를 쳐다보면서 전신에서 경기를 일으키며 침을 튀기면서 외쳤다.
“너는 느껴지지 않느냐?! 저 괴물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힘이!! 저, 저게 인간의 형상일 뿐 인간이라고 생각되느냐?!”
“……!!”
“보아라!! 이… 이 괴물이 네가 데려온 괴물의 힘에 기가 죽었다…!!”
치직….
아니나 다를까 도에서 시꺼먼 기운을 잔뜩 내뿜던 무언가의 [어둠]은 상당히 그 기세가 줄어 있었다.
‘정말 나 때문에 기세가 줄어든 건가?’
오싹!
그와 동시에 어둠의 저편에서 무언가가 나를 호기심 있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게 십중팔구는 도의 내부에 갇혀있는 존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내에 있던 모산파의 도사들은 어둠의 압력이 다소 약해지자 적개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으윽….”
“설마 대요괴인가!!”
“분하다…. 이 봉인술법을 펼치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거늘.”
“…….”
나는 황당해서 귀를 후비면서 모산파의 장문에게 외쳤다.
“나는 인간 백웅이오! 당신들이 날 두려워하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지만 어쨌든 나랑 거래를 합시다.”
“거, 거래라고….”
“내가 저 어둠의 괴물을 퇴마해 주겠소. 대신에 당신들은 허공의 수기를 모아서 공양할 수 있는 술법사를 내게 내어주시오.”
모산파의 장문은 잠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만 껌벅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입술을 덜덜 떨면서 말했다.
“컥…. 보, 본질에 더 강대한 힘이…? 서, 서, 설마…. 위, 위, 위대한… 존재…? 그, 그럴, 그럴 수는….”
“이봐!! 대답하라고!”
“히익!! 죄송합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쿠웅
모산파 장문인이 갑자기 봉인술법을 펼치다말고 내 앞으로 달려와서 머리를 쾅 찧으며 몸을 던지듯 오체투지를 했다. 모산파 문인들은 깜짝 놀라서 경악을 했으나 나는 뭐 이럴 필요까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너무 유난떨잖아….’
내가 뭐가 무섭다고 그래? 왜 사람을 괴물취급하고 그러냐고!
나는 내심 투덜거리다가 떫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았어. 그럼 어디 퇴마라는 걸 해 볼까.”
스릉
나는 검을 빼어들며 도 쪽으로 말을 걸었다.
“거기 너. 나올 수 있는데 못 나오는 척 하고 있었지? 당장 기어 나와라.”
쿠콰콰쾅!!
“우와아악.”
“으악.”
다음 순간 폭발적인 암류(暗流)가 치솟아 오르며 어둠의 도가 천공으로 비상했고, 그 어둠의 여파 때문에 모산파의 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충격파일 뿐인지 다들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어둠의 기운을 뿜어내던 도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제(黃帝)의 봉인이 풀려서 슬슬 나와 볼까 싶었는데 재밌는 놈이 찾아왔군.]
“너는 누구냐?”
스스스…
이윽고 어둠의 도 앞에 환영이 만들어 졌다. 그 환영은 제관을 쓰고 있긴 했는데 제관이 크게 망가져서 성한 모습이 아니었으며, 그가 입고 있는 것은 용포가 아닌 죄수의 수의(囚衣)였다. 또한 얼굴은 인간의 얼굴이긴 했으나 두 눈이 뽑혀 있어서 흉한 장님의 모습이었고 상반신이 물고기의 비늘으로 뒤덮여 있었다.
제왕인지 죄인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 존재는 잠시 후 내게 말했다.
[나는 옛 임금인 곤(鯀)이다…. 삼황오제의 졸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