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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백련교주가 여기 있는 이유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꿈’의 세계인 [매듭] 속이긴 했지만 아수라가 내게 그 경위를 설명해줬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백련교주를 마주쳤을 때의 이야기를 해 주지. 잘 들어라.]
나는 아무리 [매듭]이라 하더라도 그 매듭 속의 등장인물은 현실과 그다지 다를 것 없는 생각과 기억을 갖고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당시의 아수라가 했던 말이 거짓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다가 말했다.
“아수라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 암야참, 귀일무극참을 극성으로 터득하거나 혹은 신역절기를 익혀야 이 곳에서 싸울 수 있다던데 사실인가?”
[사실이다. 제대로 그가 이야기를 전했군.]
“음…. 전했다고 해야할까, 조금 복잡한 이야기인데.”
[자세한 사정은 설명할 필요 없다. 이곳에 온 순간부터 무공으로 싸워야 하는 건 정해졌으니까.]
“그렇긴 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련교주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백웅이여. 너는 천마신공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우주 최강의 무공이지…. 신역절기조차 썰어버릴 수 있는.”
[절반만 맞았다.]
“뭐?”
[최강이지만 무공은 아니다….]
무공이 아니라고?!
“그, 그럼 권능이란 건가?”
[아니…. 그것조차 애매하다. 그게 바로 천마신공이 진정으로 까다로운 이유.]
“……!!”
내가 눈을 크게 뜨자 백련교주가 말했다.
[백웅이여. 기억을 받았다면 아마 내가 사공린의 영겁지무를 상대로 일격도 먹이지 못했음을 알고 있겠지. 사실 나는 그 당시에 영겁지무의 정체를 어느 정도 깨달았으나, 알아봤자 파해할 방법이 없음을 동시에 알았다.]
“그래. 그건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왜 당신정도 되는 절대고수가 영겁지무에는 대항하지 못했던 거지?”
[법리를 뒤흔드는 혼돈의 춤…. 그 실체를 잡아내기에 심천무량으론 부족했다는 것이다.]
우우우우
백련교주가 갑자기 자신의 만다라를 더욱 거대화시켰다. 백련교주 그 자체가 산악같은 만다라를 등에 후광처럼 띄우고 있는 상태에서 그가 합장을 풀지 않으며 내게 말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체험이 확실하리라. 덤벼보라.]
“뭐?! 설마 영겁지무를 쓸 수 있다는 거야?”
[비슷하게는 해볼 수 있지. 그리고 이걸 겪어보면 그대의 아둔한 재능으로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으리라.]
“…….”
[그대는 필설로 설명하면 돈오를 얻지 못하는 체질이니.]
에이, 말 좀 곱게 하지….
나는 내심 투덜거렸지만 어쨌든 나를 위한 일이었기에 자세를 잡고 백련교주에게 검을 겨누었다.
“간다!”
[처음부터 최대전력으로 오라. 어설픈 견제기는 쓸 필요 없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쿠구구구구
나는 전신의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아직도 대라멸진의 효과가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크게 효력이 줄어들었다는 걸 눈치 챌 수가 있었다.
‘평상시가 수십 배에서 백 배 가까운 상승률이었다면 지금은 많아봤자 다섯 배 정도의 증폭일까…. 많이 효과가 줄었군.’
이 정도면 결전오의 뇌명보다 조금 나은 정도의 효과이다. 다만 만일에 이 공간에서 뇌명을 쓴다면 뇌명 또한 대라멸진과 마찬가지로 크게 효과가 줄어들 게 분명했다. 어찌보면 지금의 대라멸진이야말로 필멸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조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이라면 정해져 있지 않은가.
절대검뢰(絶對劍雷)
무량단(無量斷)
경쾌한 빛의 호선이 찰나를 스치듯 백련교주의 만다라에 정면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 무량단을 써서 백련교주의 첩첩장벽을 관통하여 백련교주를 날아가게 했던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28번째 전생 초기보다 무량단의 숙련도가 아수라 덕분에 훨씬 늘어난 상태. 그 때 존재했던 무량단의 ‘흔들림’조차 많이 개선되었으니 절삭력이 더 강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전생 초기의 교주라면 절대 이 무량단을 막을 수 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무량단의 절대검뢰는 마치 배추를 명검으로 토막내듯 거침없이 일격에 자르고 들어갔다. 이것이야말로 현재 나의 진신절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량단이 만다라를 7할 정도 자르고 들어갔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슈왁
‘아니?!’
갑자기 심천무량의 방어막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교주의 목 앞까지 텅텅 빈 공간만이 남았다! 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듯한 그 행동에 나는 찰나지간에 갈등했으나 망설이지 않고 목을 베어갔다. 실전에서의 망설임은 죽음뿐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거의 본능을 초월한 수준으로 자동으로 베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검뢰가 교주의 목 앞까지 도달했을 때 - 진짜로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파밧!
“……!!”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
내 무량단의 절대검뢰는 정확하게 백련교주의 두 손가락에 날이 잡혀 있었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자유로운 검뢰임에도 마치 의념을 고정당한 듯 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것일까? 마음으로 만들어낸 번개의 칼날이 설마 육신의 손가락에 잡힐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눈을 부릅뜨고 놀라고 있을 때 백련교주의 잔잔한 말이 들려왔다.
[보이는가. 내가 펼쳐냈던 거대한 심천무량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 말대로였다. 평소의 백련교주는 만다라를 둘러싼 거인과도 같은 느낌이었으나 지금은 그 후광같은 만다라가 모조리 사라지고 전신에 은은한 초록빛만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초록빛이 호신강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다른 느낌도 들었다.
“어떻게 한 거지?”
[모든 만다라의 잠재력을 손가락에 압축해서 네 무량단을 막을 수 있는 방어력을 마련한 것. 다만 이것은 방어의 준비단계에 불과하고 진짜 놀랄 건 따로 있겠지.]
“…그래, 맞아. 어떻게 무량단의 검로(劍路)를 정확하게 읽어서 막을 수 있었지? 설마 아수라처럼….”
[읽은 게 아니다. 나는 아수라처럼 무지막지한 수천 년의 무공수련을 하지 못했기에 그런 방식으로는 무량단 같은 심뢰(心雷)를 읽지 못한다. 그건 무림역사상 아수라만이 할 수 있는 신기(神技).]
“그럼 어떻게….”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스윽 하고 백련교주의 두 손가락이 내 검뢰를 놓아주었다. 그는 자신의 두 손가락을 내 쪽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
[네가 원했던 검뢰의 도달점은 다른 곳이었으나 내 손가락이 있는 곳이 최종도착지가 되어버린 것. 내 의지에 따라 네 절기의 가능성이 변동된 것이다…. 그것이 방금 네 공격을 막아낸 비밀이다.]
“……!!”
[잘 봐라. 미묘하게 다르다.]
사실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이런 건 불가능해! 이건 무공이….”
[그래. 무공이 아니지. 하지만 무공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권능을 시전했으나 결과를 무공으로 냈기 때문이지.]
“……?”
[이게 바로 영겁지무다. 세계의 가능성을 조작한 아무공(亞武功). 통상적인 방법으론 절대 뚫을 수 없다.]
잘 이해가 안 되서 어리둥절해하자 백련교주가 말했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체감하는 게 낫겠군. 이번엔 내가 공격할 테니 막아보아라.]
“좋아!”
나는 수비자세를 취하며 백련교주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그러자 백련교주는 이번에는 등 뒤에 조그마한 만다라를 띄웠고, 평상시라면 저기에서 무시무시한 강기포가 날아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약간 긴장했다.
쐐액
그러나 백련교주가 이윽고 취한 공격은 단순한 수신류의 수룡장(水龍掌)이었다. 수신류의 비기에 속하긴 하지만 비교적 평범한 위력에 범용성이 높다는 게 특징이었고, 적어도 우리 정도의 절대고수끼리의 싸움에선 견제기 이상의 의미가 없는 무공인 것이었다.
나는 장법의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굳이 피하지 않고 반격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삼보절기를 써서 피해 볼까….’
반보를 휘돌며 내가 먼저 천의 방위와 지의 방위까지 밟자 수룡장은 완전히 내 몸에서 멀어져서 헛치게 되었다. 나는 마지막 인의 삼보를 밟으면 공격이든 방어든 내 뜻인 걸 알게 되자 여유로운 마음마저 들었다.
꽈직
“…….”
[원래라면 이걸로 끝이다.]
그러나 내가 삼보를 밟는 순간 - 갑자기 백련교주의 손이 내 머리통을 잡고 있었다.
‘어…. 이건 대체….’
허깨비에 홀린 기분.
삼보의 회피가 그토록 완벽했는데 대체 이 수룡장은 어디서 날아온 거지?
‘이건 속도나 힘이 아니야! 설령 빛의 속도라고 하더라도 절대지경의 고수가 의념의 영역에서 감지할 수가 있다고!’
내가 어버버하며 머리를 잡힌 채 멍하니 있자 백련교주가 내 머리통을 놓아주며 말했다.
[말해두지만 나 또한 사공린과의 전투에서 삼보절기를 써서 피했다. 하지만 지금의 너와 같은 결과를 맞이해서 치명타를 입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방금 설명했듯 ‘가능성’을 조작했다는 거다. 그리고 방금 전 너는 삼보절기의 시전에 집중해서 잘 살피지 못했지만, 내가 수룡장을 시전하는 사이에 혼돈과 태허의 기운이 내 안에서 융합되는 기전(機轉)이 발생했다. 나는 그 힘을 이용해서 시공의 가능성을 조작했고, 그걸 무공의 형태로 발출했다.]
“…혼돈과 태허의 기운이 융합되면 그런 게 가능하다는 건가?”
[그렇다. 그게 바로 천마만이 쓸 수 있는 천마신공의 비밀이지.]
우우웅
백련교주는 자신의 양 손을 들어서 마치 허공에 투명하고 거대한 공을 들고 있는 듯한 자세를 취했고, 그 양 손 사이에 흑백(黑白)의 구(球)가 하나씩 출현했다. 두 개의 구는 빙글빙글 회전하더니 잠시 후 서로 섞여서 하나가 되었고, 쉴 새 없이 휘도는 무언가처럼 변해 버렸다.
[나 또한 생전에는 쓸 수 없었던 힘이지만 파수병이 되어 혼연덩어리가 되자 비슷한 걸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
[어쩌면, 네 전생기억 중 내가 [옛 지배자]의 사도가 되어서 변신했을 때 사용한 그 힘이 지금의 힘과 비슷할지도 모르겠군…. 허나 그 이후는 틀림없이 머지않아 그 힘에 먹혀서 파멸했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백련교주가 말을 이었다.
[이제 알겠는가? 혼돈과 태허의 융합으로 생겨난 혼연의 힘…. 그걸로 부담없이 가능성조작을 할 수 있다는 건 법리를 무시하는 혼돈의 춤을 추는 것과 다름없다. 혼돈의 권능이 이런 짓을 할 경우 바로 인과율의 철퇴를 맞게끔 되어있지만 무공의 탈을 쓰고 있기에 인과율 역행위험조차 없지.]
“……!!”
[천마 정도의 힘을 가진 화신은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꽤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천마는 천마신공을 이용해서 인과율의 소모를 최소한으로 억제해서 자유자재로 힘을 난사할 수 있기에 모든 [옛 지배자]들이 천마와 부딪히기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나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
‘인과율 소모없이 무공을 뛰어넘은 권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아무공….’
실로 무적이 아닌가.
그렇다면 백련교주와 사공린이 겨뤘을 때도 실상은 싸움이 아니라 학살당한 거나 다름없다. 백련교주의 변신과 대화엄이 지닌 물리적 파괴력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영겁지무를 이용하면 절대회피(絶對回避)과 절대명중(絶對命中)을 아무렇지도 않게 달성할 수 있다. 이쪽은 공격 방어 회피, 셋 중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천마 사공린은 당연한듯이 때려눕힐 수 있는 것이다.
틀림없다.
신역절기의 절대고수들 또한 천마신공의 이 절대성을 이겨내지 못했기에 패배했던 것이리라.
내가 천마신공을 이해한 표정을 짓자 백련교주가 말했다.
[이제 깨달았는가?]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천마신공을 이길 수 있어.”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백련교주가 대꾸했다.
[처음부터 말했을 터.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대는 맨몸에 칼 한자루를 갖고가서 삼황오제 중 하나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가? 그 어떠한 이능에 대한 보호나 술법방어도 없이….]
“…안 될걸….”
최강의 무기와 최강의 갑옷, 최강의 동료들을 덕지덕지 붙여도 힘들 판이다.
[마찬가지다. 무인이 천마 앞에 선다는 건 그런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 신역절기라 하더라도 상성상 천마신공을 공략하는 게 거의 불가능이나 가깝지.]
“…….”
백련교주가 절망한 듯한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허나 방금 말했듯, 지지 않는 법은 존재한다.]
“그게 뭐지!”
[백웅. 정말로 천마신공이 최강이라면 황제는 귀찮게 우리와 지지고 볶을 필요가 없었다. 그냥 화신 천마를 내세워서 자기를 방해하는 모든 [옛 지배자]들을 때려눕혀서 자기 편으로 만든 후 우주황제가 되어버리면 그만이었지. 황제 공손헌원의 전력을 쓰면서 상대의 손발을 묶어놓고 팰 수 있으면 그 누가 상대가 되겠는가.]
일리 있는 지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렇긴 하네….”
[즉, 천마신공에도 한계가 있으며 황제가 섣불리 세상에 천마를 내려보내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뭐지?
내가 백련교주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것은 바로 천마신공에도 ‘소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모? 방금 전 인과율의 소모는 없다고 했었잖아.”
[나도 이 [옥좌]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천마신공이 완전무결한 무한동력이라고 착각했었지. 그러나 파수병이 된 후 천마신공에는 분명한 소모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인과율의 소모가 아닌 다른 소모가.]
“그게 대체….”
[…….]
백련교주가 말했다.
[천신경의 술법을 기억하는가? 그대가 익힌 그 술법을 사용하면, 그대의 소원을 들어준 영혼들은 만신전으로 승천하지.]
“그래. 그게 왜?”
[천신경의 술법은 삼황내문에 기록되어 있고, 삼황내문을 지은 건 천계의 자부선인(紫府仙人). 허나 진실로 삼황내문과 음부경을 지은 자는 바로 광성자 - 바로 황제의 심복이자 만신전의 강대한 신격 중 하나였다.]
“…설마.”
[광성자가 무엇하러 천신경의 술법을 만들었겠는가. 무엇하러 인간 중 뛰어난 위인의 영혼을 골라내어 그들에게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가. 천신경의 술수로 구원받은 자는 만신전에 있는 황금의 관에 들어가는데.]
나는 뭔가를 깨닫고는 얼굴이 확 굳었다.
그리고 내 직감이 사실이라고 말하듯, 백련교주의 안광이 번쩍이며 빛났다.
[황제가 세상에 남긴 술수를 이용해 구원받은 자들은 모조리 만신전에 가서 황제가 천마를 통해 천마신공을 쓰는 동력(動力)이자 인과율로 변환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진실이다.]
“……!!”
경악스러운 진실!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눈을 부릅떴지만 이내 반박했다.
“그, 그런 게 어딨어! 그리고 삼황내문은 망량이 간신히 찾아낸 보물이고 그 전까지는 인적도 닿지 않는 광성자의 유적에 있었다고! 천마가 자유자재로 힘을 쓸 정도로 많은 영혼들이 소집됐을 리가….”
[우리가 모르는 것뿐이겠지. 그런 유혹을 하는데 설마 삼황내문이나 음부경에만 작업을 해 뒀겠는가?]
“뭐….”
[황제는 틀림없이 중원 5천년 역사 중 아무 때나 간접적으로 간섭해서 천마의 동력이 될만한 인간제물을 수시로 모집했을 것이다. 때로는 지선이나 신선 중에 뽑기도 했겠지…. 거대한 계획의 일부일 뿐.]
“…….”
너무 거대하다.
황제의 거대한 계책과 그 크기에 내가 전율하고 있자 백련교주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기에 천마신공은 이길 수 없다. 그래도 지지 않으려면 방법은 딱 하나…. 바로 그 동력의 원천이 바닥나기를 기다리는 것 뿐.]
“…최대한 버티는 게 답이라는 거야?”
[그렇다.]
백련교주의 말에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안 돼…. 천마 사공린일 때 황제는 장삼봉의 신역무쌍패마저 꿰뚫었어! 천마신공으로 무쌍패까지 뚫을 수 있다면 무쌍패를 무한전개하는 걸로는 버티는 게 불가능하다고.”
나는 눈앞에서 여동빈과 장삼봉의 합공이 천마의 일격에 분쇄당하는 걸 보았다. 내가 무쌍패를 펼친다 해도 천마는 우습지도 않게 찢어발기리라.
[무쌍패만이라면 그렇겠지…. 천마의 힘이 무쌍패로 막아낼 수 있는 한계를 현저히 넘어선다면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너는 한 가지를 더 얻어야만 해….]
“무엇을?”
[백련교의 정수(精髓).]
백련교주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태허와 혼돈을 융합하여 선검(仙劍)을 쓰는 게 유일한 파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