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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너무 뜻밖의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진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요 최근 들어서 너무 놀랄 일이 많아서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 생각했지만 지금 들은 이야기는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아니 제 정신으로 하는 이야기인 걸까?
“제길. 사람 갖고 노는 거냐? 이런 식으로 놀려놓고 사실 아니라고 할 생각이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니알라토텝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재밌겠지만 지금은 이 녀석을 놀리는 게 좀 더 재밌어서 말이지. 후후후….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놈을 거꾸러뜨리는 게 훨씬 자극적이야.”
“……?”
“자아. 아무쪼록 더 나를 즐겁게 해 보도록….”
나는 그 말에서 불현듯 이건 얼마 없는 기회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니알라토텝이 지금 곯려주고 싶어 하는 건 내가 아니라 황제 쪽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 것이다.
그 증거로 황제 공손헌원은 아까부터 그저 팔짱을 끼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합심해서 나를 갖고 노는 거라면 제왕의 풍채를 지닌 자가 저런 반응일 리가 없는 것이다.
동시에 전에 없이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 무공으로 황제에게 승산이 있나?
상식적으로 내가 이기는 게 불가능하다. 신역절기를 쓰는 무인들을 단숨에 찢어 죽인 저 괴물을 상대로 내 무공이 어찌 통용된다는 말인가? 500년간 뼈를 깎는 수련을 거쳐 온 신역절기의 고수들 하나하나의 무공이 나보다 훨씬 뛰어났는데 그런 자들이 천마 앞에서는 말 그대로 학살당했었다. 지금 내가 천마에게 덤벼봤자 삼초지적이나 되면 잘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래도 본체와 싸우는 것보다는 티끌만큼이나마 승산이 있어.’
티끌만한 우위.
나는 한 줌의 희망을 품고 급히 니알라토텝에게 말했다.
“무공만 써서 싸운다는 건 권능이나 마력같은 걸 하나도 못 쓴다는 뜻인가?”
“호오. 이젠 룰 확인인가? 의욕이 생겼나 보군.”
니알라토텝은 즐거운 듯한 미소를 띄우더니 내 말에 대답했다.
“바로 그거다. 권능을 써서 싸운다면 백웅 네가 1만 명 있어도 황제에게 상대가 될 리 만무하지. 하지만 결투란 모름지기 서로 대등한 조건에서 해야 할 테니 황제도 너도 권능을 쓰지 못하는 조건이다. 신화능력, 술법, 초능력, 혈인능력, 정령소환, 소환능력, 개념조작, 성좌, 강마능력, 대계계약 등을 모두 포함하니까 안심해도 좋아.”
뭔가 어려운 말을 잔뜩 썼지만 여하튼 신비한 능력을 하나도 못 쓴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무공절기는 괜찮은 건가?”
“쿡쿡쿡…. 제물이 따로 존재치 않고, 자기자신이 수련해서 얻어낸 힘이라면 얼마든지. 쿡쿡쿡….”
니알라토텝이 한층 짙어진 미소를 지었다. 저 표정은 차라리 조용한 광소(狂笑)에 가까웠다. 뭐가 저렇게 즐거운지 알지 못할 지경이었지만 나는 니알라토텝에게 마저 질문했다.
“또 하나. 황제는 본체로 참여하나 대리인으로 참여하나?”
“호오. 천마를 내보낼 경우 영혼의 핵이 되는 사공린이 빠져서 인간형태의 무공을 쓰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나보군.”
“…….”
어 그런 게 있었나?
아니 그런 것까진 생각 안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질문했는데…. 드럽게 똑똑하네….
나는 잠시 멍해졌지만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어떻게 할 거야.”
“그건 황제의 자유에 맡긴다. 제 1의 규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영혼의 형태를 무공에 적합하게끔 주조하는 정도는 용납해 주지.”
그렇게 대꾸한 니알라토텝이 빙글거리며 황제 쪽으로 시선을 향해서 웃었다.
“이해했지?”
[…….]
황제 공손헌원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침묵하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조롱은 작작하라.]
보기 드물게 강렬한 분노와 짜증이 담겨있는 목소리였다. 그만큼 니알라토텝의 방금 한 마디가 그에게 거슬렸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황제가 어째서 화를 내는 건지 나는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니알라토텝이 지금 진행하는 게 내게 별로 해가 되는 게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음. 아무튼 무공절기를 쓴다면 천마를 대신해서 내세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했다.
“하나만 더 질문을….”
그러자 니알라토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한 개만 하게? 성이 풀릴 때까지 잔뜩 질문해도 좋아! 하하하하….”
“…….”
뭐지? 굉장히 호탕해보이는데…. 이렇게 살갑게 받아들일 일인가?
나는 니알라토텝이란 놈이 대체 뭔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지만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공손헌원은 신이라서 천마를 대신 내세운다 하더라도 천마 자체가 불사지체(不死之體)잖아. 죽일 수 없다면 승부가 나지 않는 거 아닌가?”
“후후. 예상했던 질문이군. 그렇게 따지면 너 또한 전륜성왕이기에 죽지 않으니 마찬가지 질문을 받을 수 있지.”
“아.”
니알라토텝이 마치 궁중예법 같은 우아한 손동작을 취하며 말을 이었다.
“참 멍청한 질문이지만 이 친절한 나는 성의 있게 대답해주겠어. 이번 결투시에 결투자의 모든 불사는 봉인된다. 하긴 제 1의 규칙에서 이미 말하지 않아도 설명된 것 같다만 네가 그것까지 이해하진 못한 모양이군. 불사 또한 권능이니 결투할 때는 당연히 둘 다 평범한 필멸자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렇군….”
그러고보니 제 1의 규칙에서 모든 권능이 봉인된다 했으니 굳이 이런 질문을 할 필요도 없었구나….
나는 생각이 짧았다고 생각하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그러던 중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어? 그렇다면 이기든 지든 내게는 그다지 손해가 아니잖아?’
기적적으로 이기면 좋겠지만 천마를 상대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아마 천마와 싸워서 패배하고 죽을 텐데, 불사가 봉인된다면 나는 죽게 되는 그 순간 전생(轉生)하게 되는 셈이 아닌가? 황제가 승천하는 걸 보는 건 배 아프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나는 다음 생으로 탈출을 할 수 있잖아!
내가 약간 기대감을 얼굴에 띄우자 마치 그 기색을 감지라도 한듯 바로 니알라토텝이 입을 열었다.
“물론 전생자, 네 패배와 전생은 별개다. 네가 죽으면 바로 전생시켜주지 않고 내가 너의 혼을 보관하겠어. 패배에는 충분한 리스크가 있어야 네가 최선을 다해서 싸워주겠지.”
“…엥?! 무슨 그런 법이 다 있어! 애초에 니가 그럴 수 있다는 거냐!”
“가능하지.”
니알라토텝이 실쭉 웃으며 내 가슴팍을 가리켰다. 그러자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내 품에서 천암비서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서 밖으로 나왔다. 천암비서를 허공에 띄운 니알라토텝이 천암비서를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서(書)에게 있어서 이건 규칙위반이 아니거든. 왜냐하면 나는 서(書)의 내부에 정해진 규칙에 포함된 존재였고, 예전에도 한번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어.”
“……?!”
“뭐 그런 나조차도 한 끗만 실수하면 서에 잡아먹힐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는 없지.”
뭐, 뭐라고?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너…. 천암비서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거냐! 그리고 천암비서를 예전에 만나본 적이 있어?!”
“쿡쿡쿡…. 책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를 대하는 듯 하군. 하긴 그게 맞지만.”
웃고 있던 니알라토텝이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네게 그 규칙을 설명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도리어 네가 누군가에게 규칙을 설명 받아서 나를 피해야하는 입장이지. 나중에 네가 여정의 한계에 이르게 되면 지금 네 질문이 얼마나 멍청한지 깨닫게 될 거야.”
“……?”
“뭐 아무리 그래도 나로서도 서는 무서우니 네 품으로 되돌려주지. 참 과하다고…. 무슨 이딴 걸 심판관으로 내세웠는지.”
니알라토텝이 손가락을 빙글 돌리자 천암비서는 다시 내 가슴팍으로 들어왔다. 니알라토텝은 말했다.
“자아.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결국 진지하게 싸워서 이기기만 하면 돼. 네가 이기든 지든 이득이라는 심산 때문에 결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게 싫어서 이런 패널티를 마련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네 녀석의 쌍판과 ‘진지’라는 단어는 하나도 안 어울리는데.”
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니알라토텝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큭큭큭큭큭!! 하하하하하…. 재밌으면 된 거야! 재밌으려고 진지빠는 거지 안 그래?”
“음….”
뭔가 저 놈은 종잡을 수가 없다. 영 찝찝한 기분이 전신을 휩쓰는 와중에도 나는 내가 더 질문해야할 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가 생각나서 니알라토텝에게 질문했다.
“하나 더. 내가 만일에 결투에 이겨서 승천하게 된다면 나는 뭘 얻게 되는 거지?”
“왜 그걸 안 물어보나 했군. 이제 슬슬 희망이 생기나봐.”
“아니 뭐 혹시나 해서….”
니알라토텝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전생자인 너는 승천했을 때 황제와 얻게 되는 게 다르지. 아마 모르고 있으리라 생각해서 말해두지만 네 경우는 특전(特典)을 계승하게 될 거다. 황제와 같은 걸 얻으려 할 수도 있겠지만….”
“특전?”
그건 또 뭐야?
니알라토텝이 껄껄 웃었다.
“그래. 네가 선택할 수 있겠지. 뭘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이런 질문을 나한테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긴 해. 큭큭큭….”
“……?”
저 새끼는 왜 자꾸 웃기대….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어쨌든 대충 물어볼 건 다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했다.
“아무튼 좋아. 그래서 결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거냐?”
“잠시 후. 옥좌 앞에서. 두 사람이 열심히 싸우게 되겠지.”
“옥좌…?!”
파앗!!
말이 끝나는 순간, 내 모습이 어디론가 이동해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 안개가 가득한 장소였다. 나는 신연(神煙)이 가득한 신비한 풍광 속에서 주변을 탐지하려고 육감을 돋우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안개 속은 아무것도 감지되지 않았다. 마치 애초부터 육감이 통하지 않는 공간 같았다.
잠시 후 사방에 울리듯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좌 앞까지는 직접 찾아와라. 시선이 신경 쓰여서 더 이상 안내해주진 못하겠다.]
시선…?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나는 어쨌든 이 안개 속을 헤쳐 나가야 황제와의 결투장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움직였고, 어느 새 내가 이 안개에 적응해나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이상하군.’
왜 이 안개 속이 익숙한 거지? 걸음이 쭉쭉 나가는군….
내가 그렇게 백여 걸음을 걸어가자 점차 안개가 흐려지며 조금이지만 시야가 트이는 게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젠 눈앞의 일 장 정도는 보이는 듯 했다. 시야에 여유가 생기자 나는 조금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저벅
걸어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마 못 이기겠지. 못 이기겠지만….’
천마를 상대로 몇 초를 버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일초지적이 될 게 분명했지만 내가 필사적으로 버티면 이 초식이나 삼 초식을 받아낼 수도 있으리라. 어쨌든 패배는 정해져 있는데 내가 이 결투에 임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문득 나는 내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다.
어쨌든 무공으로 생을 끝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무인(武人)으로서 마땅한 죽음이 아닌가.
비록 패배로 끝이 난다는 건 슬픈 일이겠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우주적 절망에 영문도 모르고 짓눌리는 것보다야 나은 것이다.
나는 각오를 다잡았다.
‘삼 초는 버티고 죽자.’
만일 이번에 패배해서 영영 소멸한다 하더라도 삼초지적도 되지 못했다고 하면 동료들을 볼 낯이 없다. 아무리 추하다 하더라도 삼 초식만큼은 버텨보리라. 그래야 동료들에게 할 말이 있겠지.
스아앗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방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내가 흠칫하며 그 자를 경계하자, 전신에 시꺼먼 헝겊옷 같은 걸 두른 그 자가 음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이길래 파수병이 수호하는 이 공간에 찾아왔는가?]
파수병이라고?
나는 그 자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백웅. 황제 공손헌원과 결투하러 왔다.”
[나는 파수병. 네 이름 같은 건 모른다.]
스윽
파수병이라고 자칭한 그 자가 갑자기 등 뒤에서 한 자루의 창을 꺼내서 자신의 손에 잡았다. 창끝을 내게 겨눈 그 시꺼먼 헝겊옷의 괴인이 얼굴도 보이지 않는데 파리한 안광을 발휘하며 말했다.
[침입자는 격퇴하겠다. 덤벼라.]
“…….”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파수병이라는 놈이 왜 날 막는 걸까? 나는 이 놈이 옥좌 앞을 지키는 문지기 같은 존재라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니알라토텝이 나를 이 공간으로 집어넣어놓고 이런 장애물을 놔두었다는 게 영 꺼림칙했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마주 검을 들어서 자세를 잡았다.
“덤비라면 덤벼 주지. 난 결투하러 가야 해!”
[와라.]
까앙!!
다음 순간, 나와 파수병의 칼날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파수병의 일 초식은 태산압정(泰山壓丁)의 평범한 초식이었고 나는 뇌신류의 일섬으로 대적했다. 무기가 허공에서 정확하게 충돌한 것은 내가 태산압정을 그대로 받아흘리며 삼보절기로 적의 뒤를 잡아 일격에 끝내기 위함이었다.
‘강해?!’
그러나 나는 파수병이 내리친 단순한 창섬을 받아넘길 수 없음을 깨달았고 삼보절기를 흘리는 데 써야 했다. 일격에 어마어마한 괴력이 실려 있어서 잘못 받아내면 몸뚱이가 쪼개진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화경으로 힘을 흘리고는 흐름을 따라 그대로 굴공참으로 상대의 간격을 흐트러뜨리려 하자 파수병의 창이 갑자기 종(從)으로 휘어지듯 투로를 잡으며 내 목젖을 찔러왔다.
퓨부붕
벌떼 우는 듯한 창섬의 소리만 들어도 상대가 대단한 달인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창섬의 기세를 그대로 창대를 장력으로 후려치며 엉덩이를 뒤로 빼어서 조그마한 틈을 만들었고, 다음 순간 선검을 소환하여 다른 한 손에 잡으며 이검(二劍)을 정면으로 날렸다.
촤좟
파수병은 이검 십자베기를 마찬가지로 한끝차로 피해내더니 창으로 내 검의 투로를 감아치며 도리어 역공을 해 왔다. 나는 이 수법이 무척이나 낯익었기에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고, 내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의 대응을 했다. 이청운에게 묘수를 배웠던 대로 만승검류와 뇌신권결을 섞어서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리고는 팔꿈치를 내뻗어서 상대의 명치를 후려치듯 갈겼다.
꽈앙!!
제대로 파해식이 먹힌 걸까? 파수병은 그대로 명치를 팔꿈치에 얻어맞고는 뒤로 훨훨 날아갔다. 하지만 곧장 허공에서 신법으로 자신의 몸을 다잡은 파수병이 창을 땅에 일직선으로 꽂으며 창 끝에 발끝으로 서는 묘기를 시연했다. 한 줌의 흔들림도 없이 자연스럽게 합을 받아넘긴 파수병이 입을 열었다.
[호월…. 호월이 누구였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머릿속에 옛 기억이 떠도는구나.]
“……?!”
[예전에 난 무엇이었던가….]
나는 나대로 당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방금 전에 몇 초식을 나누면서 상대의 무공이 무척이나 낯익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검을 든 채 파수병을 경계하며 말했다.
“당신은 대체 뭐요? 어째서… 천뢰무극창의 초식을 쓰는 거요.”
[…….]
파수병이 대답하지 않았으나 나는 저절로 내 말투가 바뀌는 걸 느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어째서 뇌신류 창술의 천뢰지경(天雷之境)에 도달해있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