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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진소청은 과연 어떻게 싸울까?
나는 항아의 공포스러운 힘보다는 그게 더더욱 궁금했다. 왜냐하면 본디 진소청은 무(武)의 천재로서 조금만 수련해도 가공할 경지에 오르는 존재였고, 그 천재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살면서 무림(武林)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명사와 천재, 고수들을 보아왔던 나지만 단언할 수 있었다. 진소청에 버금가거나 어떤 면에서는 뛰어난 천재가 있을지도 몰라도 - 진소청보다 뛰어난 자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애초부터 인간이 아니었던 신투지존같은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 세상의 모든 날고기는 천재들이 진소청 앞에서는 본질적인 격차를 느꼈던 것이다.
10년, 아니 1년도 되지 않아 절대지경에 오르곤 하던 진소청.
그가 500년간 수련을 했다면 도대체 어떤 경지에 올랐을 것인가?
‘다만 진소청이 그 동안 주로 수련했던 건 무예가 아닌 술법….’
진소청의 술법재능은 딱히 확인된 바가 없다. 그래서 지금 더더욱 그가 싸우는 걸 보고 싶다.
과연 그는 술법 또한 천재일 것인가?
진소청은 항아를 마주한 채 여전히 창을 늘어뜨리고는 말했다.
“항아. 무엇이 아쉬워 전생자가 되려 하오? 전생자란 축복임과 동시에 저주. 어찌보면 단지 한 번의 생으로 모든 걸 마감하는 우리 필멸자보다 더욱 불행한 존재일텐데 굳이 전생자가 되겠다니.”
[말이 많구나. 네가 나보다 강하다 생각하는가?]
진소청은 아무런 감정 없이 대답했다.
“당연히.”
[아하하!!]
항아는 어이없다는 듯 광소를 터뜨렸다.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항아가 소환한 듯한 기이한 문자가 진소청의 몸 주위를 둘러쌌다. 문자는 진소청이 피할 틈도 없이 가공할 섬광을 내며 폭발해 버렸다.
콰아아앙
“……!!”
나는 멀찍이 피한 상태에서 경악했다.
‘저건 [작은 굴레]를 굴리는 공격 같군!’
전조가 전혀 없으며 결과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의 반사신경으로는 절대 반응할 수 없다. 저런게 폭발해대었으니 나도 피하기 버거웠던 것이다. 방금 전 나같은 경우는 항아의 살기를 미리 읽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던 거지만 감각으로는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진소청은 무사할까?
하지만 그런 내 걱정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이었다. 진소청은 아예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고 상처라곤 티끌만큼도 없었다.
[음…!! 어떻게….]
항아가 놀라는 듯 했다. 진소청은 여전히 별다른 감정없는 말투로 말했다.
“항아. 백웅의 진짜 적은 당신 따위가 아니오. 나도 당신에게 원한이 없으니 더 이상 우리의 발목을 잡지 마시오.”
[발목을 잡지 않으면? 얌전히 백웅에게 항복하란 말이냐?]
“항복한다면 선처해 줄 것이오. 그렇지 않소?”
휙하고 진소청이 나를 바라보자 나는 흠칫했다. 진소청과 눈이 마주치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지금 마음으로는 몇 번은 쳐죽일 거 같은데….”
“원수를 반드시 갚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소만, 한 번쯤 용서해 주는 게 어떻소.”
“어 그게….”
진소청의 말이 너무 올곧아서 내가 난처해하자 항아가 화가 난 듯 했다.
[진소청! 사소한 재주가 있답시고 기고만장했구나! 어떻게 그걸 막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까지 받아보아라!]
우우우우!!
그 순간 항아의 머리에 있던 제관이 빛을 내더니 항아의 힘이 크게 증폭하는 게 느껴졌다.
“헉…!!”
나는 신력이 그 힘의 증폭에 반응하면서 항아가 지닌 힘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항아 내면에 일어나는 잠재력의 강화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걸 직감하고는 깜짝 놀랐다.
‘수십 배…? 수백 배……?! 무슨 이런!!’
방금 전까지 항아 본인이 가지고 있던 존재감의 최대 크기는 잘해봤자 사도급 정도였다. 당연히 지금 내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개울물이 거대한 강처럼 불어나듯 항아 본연의 힘이 미증유의 경지로 끌어올려지는 게 느껴지는 것이다!
“비, 빌어먹을!! 이것도 꿈의 세계라서 가능한 일인가?!”
항아 녀석, 최강의 힘을 상상한 게 틀림없어!
나는 이를 악물고는 외쳤다.
“좋다! 나도 최강의 힘을 염원해 주마!!”
우오오오!!
나는 내가 봤던 삼황오제의 힘을 연상하며 필사적으로 염상했다. 하지만 전신의 잔근육이 다 땡겨질 정도로 계속해서 소망했음에도 별다른 힘의 증가가 없었다.
“……?”
엥 왜 이렇지?
여기 꿈의 세계 아니었어? 왜 쟤는 되고 난 안 돼?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옆에 있던 진소청이 말했다.
“백웅. 규칙이 바뀌었소.”
“무슨 규칙이 바뀌었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 싸우던 장소는 꿈의 세계였지만 여기는 [경계]요.”
“……? 응? 그게 무슨….”
“항아는 당신이 [꿈]의 규칙에 적응한 것 같자 자신이 불리해졌다 생각했소. 그래서 그 세계를 부수고 다른 싸움터를 골랐던 것이오.”
진소청은 기세를 더해가는 항아를 얌전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은 꿈과 현실의 경계. 여기선 꿈의 자율성이 크게 억제되고 지금까지처럼 법칙을 마음대로 무시할 수 없소. 도리어 현실에 가깝지.”
“현실에 가깝다고?”
“당신이 아까 항아의 공격을 현실중첩으로 회피하지 못했던 것도 여긴 그걸 쓸 수 없는 지대이기 때문이오. 완벽한 꿈의 세계가 아니면 그 기술은 쓰지 못하오.”
“뭣!! 그렇다면 지금 항아가 힘을 증폭시키는 건….”
“현실에서도 저렇게 할 수 있단 말이오.”
“…….”
나는 어이없어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말도 안 돼! 저런 게 어딨어! 저, 저건….”
나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지금도 무시무시하게 힘을 팽창시키고 있는 항아의 거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소청이 마치 내 말을 예상이라도 한 듯 대꾸했다.
“그렇소. [옛 지배자]의 경지요.”
구웅
다음 순간, 항아의 괴물같은 몸뚱이가 크게 줄어들며 기이한 검은 파동이 나선형을 그리며 항아의 몸 주위를 맴돌았다. 항아는 이윽고 다시금 천녀(天女)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는데, 아까와 다른 점은 얼굴 없는 괴이한 모습이 아니라 얼굴에 백색의 가면을 쓰고 있으며 회색의 날개옷을 두르고 있었다. 몸 또한 완전히 인간의 것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언뜻 약해진 것 같았지만 나는 항아의 몸 주위에 맴도는 나선파동을 보자 직감할 수 있었다.
[격]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는 그저 강력한 마왕 정도의 위압감이었다면, 지금은 실로 그런 영역을 초월해버린 [지배자]!
‘어떻게 저런 힘을….’
내가 수천 년 노력해도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절대자의 경지.
항아가 일순간에 그 영역에 도달한 걸 보자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무슨 수로 갑자기 저렇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항아는 자신의 백색 가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결정했다. 진소청 너는 영겁토록 내 발닦개로 써 주마. 영광으로 알도록.]
극히 오만한 말투!
그러나 그게 어울리는 권능!
그에 대한 진소청의 반응은 분노도 당황도 아닌 여전한 무감정이었다.
“자기 힘도 아닌 신성(神聖)을 먹어서 [지배자]가 되었으면서 과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군. 당신은 그 힘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잘 모르잖소.”
[후후. 숙련되지 않아도 너희를 없애는 건 차고 넘친다. 이렇게…. 말이다!]
꾸욱
항아가 주먹을 쥐는 순간, 시공간이 동시에 오그라들며 나와 진소청이 있던 장소를 싸잡아서 우그러뜨렸다.
‘어엇.’
반항이 불가능하다.
이건 마치…. 진짜 [옛 지배자]를 맞닥뜨렸을 때의 그 느낌!
‘졌어….’
항거할 수 없는 격차에 나는 기분이 더러워짐과 동시에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방금 전의 항아보다 최소한 수십 배 이상 강력해진 존재가 지닌 권능은 지금 내가 낼 수 있는 힘의 한계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전신이 피곤죽으로 변한 미래를 직감하고 있던 그 때였다.
진소청의 한 마디가 들려왔다.
“이건 다 꿈이외다.”
응?
다음 순간, 나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
[……?!]
항아는 다시 괴물이 되어 있었고 나와 진소청은 방금 전처럼 허공의 혼돈에 둥둥 떠 있었다. [옛 지배자]급으로 강해진 항아가 아닌 괴물항아가 크게 당황한 듯 손발을 허우적대는 게 보였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항아. 아직 항복할 생각은 없소?”
[웃기지 마라!!]
쿠오오오!!
항아는 다시 한 번 제관에서 빛을 발했다. 나는 그걸 보자 제관이 항아에게 힘을 주는 근원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까는 너무 순간적이라서 놓쳤지만 제관이 수상쩍은 게 확실했다.
‘제관을 베어야겠어!’
내가 곧장 수요를 뽑아서 항아를 공격하려고 하자 진소청이 갑자기 손을 뻗어서 나를 제지했다.
“응?”
“나라도 당신의 움직임은 인과율에 넣을 수 없으니 가만있어 주시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쿠오오오
다시 한 번 항아는 [옛 지배자]로 화한 듯 했다. 그리고 거만한 말투로 말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이번에야말로 끝….]
“꿈이오.”
화악
[…….]
항아가 뭔가 권능을 쓰려는 순간, 또 다시 상황은 원점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항아는 뭔가를 깨달은 듯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진소청은 아무런 표정 없이 그런 항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항아가 다시 제관에서 힘을 불러내려 할 때 진소청이 가볍게 말했다.
“꿈이오.”
화악
[…….]
항아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멍청히 멈춰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진소청에게 말했다.
“진소청! [작은 굴레]를 돌린 것이오?”
“그렇게 해서는 [옛 지배자]를 막을 수 없지. 내 [꿈]에 집어넣었을 뿐이오.”
꿈?
파앗
[카악!]
손가락을 내밀어서 항아가 다시 변신하는 걸 막아버린 진소청이 항아에게 말했다.
“그대가 깨달을 때까지 반복해 주겠소. 몇천 번이라도….”
[…으, 으아아아아!!]
항아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공포가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럴 순 없어! 어떻게 필멸자가 그 정도의 힘을!!]
진소청이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
“항아. 당신은 싸울 장소를 정말 잘못 택했소. 완전한 꿈속이었다면 나도 당신을 이리 쉽게 제압하긴 힘들었을 것이오. 완전한 사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장소에서는 당신이나 나나 대등한 처지니까.”
[뭣….]
“하지만 [경계]는 내 술법이 최고의 힘을 발휘하는 장소. 그것이 망량선사에게 배운 능력이오.”
[……!!]
“끝까지 오기로 백웅과 꿈 내부에서 싸우는 게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었는데 알아서 빠져나와줘서 다행이구려.”
담담하게 말하는 진소청이었다.
[이대로 끝낼 순 없다.]
그러자 항아는 이를 악문 듯하다가 갑자기 한쪽 손에 또 하나의 제관을 소환했다. 그 제관을 높이 치켜든 항아가 말했다.
[천암비서여!! 내 모든 걸 바치겠다! 내게 힘을 몰아다오!]
쿠구구
심상치않은 어둠이 일어난다. 그걸 본 진소청이 손가락을 뻗어서 다시 되돌리려는 듯 했으나 갑자기 진소청의 손가락이 부러졌다.
우득!
“…음.”
“진소청! 어찌 된 건가.”
뿌득
진소청은 아무 표정 없이 손가락을 삐걱대며 맞추며 말했다.
“이건 예상 못 했군. 항아는 지금 두 명의 [옛 지배자]의 힘을 동시에 불러내려는 거요. 아마 자멸을 각오하고 있겠지.”
“……?! 아, 아니 저 놈이 그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두 명이라면 지금 내 힘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지금까지처럼은 막을 수 없겠구려.”
그래서 손가락이 부러진 건가?
나는 졸지에 두 명의 [옛 지배자]와 싸워야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수요를 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는 수밖에.”
진소청이 [옛 지배자] 한 놈을 쓰러뜨릴 동안 버텨봐야겠다!
“아니오.”
“응?”
내 말을 자른 진소청은 투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번 생에 나는 당신에게 거의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소. 여기까지 와서 또다시 당신에게 죽음을 각오하게끔 할 순 없겠지. 저 자는 내가 기필코 혼자서 막아내도록 하겠소.”
“어떻게 말이오? 정말로 두 명의 지배자가 출현한다면 지금까지의 내 동료들이 모두 덤벼도 이길 수 없소!”
“간단한 방법이 있소.”
진소청은 부러진 손가락을 점검하듯 한 번 털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이 쪽도 두 명이면 될 테지.”
응?
“나와라, 나의 [꿈]이여.”
다음 순간, 진소청이 한 손에 들고 있던 창을 역수로 쥐었다. 나는 그게 특별한 무공초식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뜻밖에도 그는 역수로 쥔 창을 누군가에게 내미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건네주는… 건가? 누구한테?’
내 의문은 잠시 후 풀렸다.
덥썩!
다소 거친 기세로 누군가의 손이 진소청이 건넨 창의 창대를 움켜잡았다.
진소청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창을 건네준 존재에게 말했다.
“상황은 알고 있겠지. 열심히 싸워주게.”
“그러지.”
담담하게 대답하는 자의 목소리는 진소청과 똑같았다.
아니, 목소리만 같은 게 아니라 모습이 완전히 똑같다.
‘분신술인가?’
하지만 분신술 정도로는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을 텐데…!!
[옛 지배자]가 두 명이라는 건 정말 차원이 다른 위력인데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쿠르르….
내가 걱정하고 있을 때 항아가 [옛 지배자]의 소환을 끝마친 듯 했다. 그리고 그녀의 양 옆에는 제관을 쓴 존재가 두 명 서 있는 게 보였다.
오오오오
제관을 쓴 제왕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없었다. 정확히는 얼굴이 있는 부분에 무한대의 혼돈이 강제로 들어차 있는 듯한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무지막지한 마력으로 그들이 틀림없는 [옛 지배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항아는 모든 힘을 소모한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몸 크기가 줄어들어 있었다. 이젠 괴물의 모습조차 아닌, 제일 처음에 나타났던 천녀의 모습이었다. 정말로 이게 항아의 마지막 수인 것이다.
‘이것만 넘으면 완전한 승리…겠지만….’
나는 눈앞에 나타난 존재들의 정체가 왠지 짐작이 갔기에 무척이나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천암비서의 먹이가 된 자여. 나 항아가 단말로서 명하노라.]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항아가 나직이 전투명령을 내리는 순간 나는 머릿속이 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순, 창힐. 가라!]
부웅
명령이 떨어진 순간 두 제왕의 몸이 마치 유령처럼 이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허섭스레기처럼 볼품없는 광경이었지만, 두 존재가 움직이는 공간 전체가 가공할 마력 때문에 붕괴하는 걸 보자 토가 나올 정도였다.
‘컥….’
설마했는데 진짜였다니.
요순과 창힐이 모습을 드러냈다니!!
내가 암울해져서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
“신(神)은 간만에 베어보는군. 아주 재밌어!”
창을 건네받은 [진소청]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뇌신지혼을 쓰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진천(振天)
꽈앙!!
첫 충돌에서 진소청의 일섬(一殲)이 요순의 목젖을 꿰뚫었다. 요순은 목이 꿰뚫렸는데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몸 전체를 마치 무형의 액체덩어리처럼 변화시키며 진소청의 몸 주위를 에워쌌다. 나는 그걸 보자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요순의 특기는 기생(寄生)!
그 어떤 존재에게도 기생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몸과 영혼을 뺏아버리는 극악한 [옛 지배자]! 필멸자가 그런 요순에게 당한다면 저항이 불가능하다! 예전에 신공표조차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몸을 빼앗긴 걸 직접 보았던 것이다!
우그르르르….
창을 든 진소청이 액체의 구에 전신이 갇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 또 다른 일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파(破)!”
퍼엉!!
창을 들지 않은 술법사 진소청이 파멸의 진언을 한 번 외우자 날아오던 창힐이 튕겨져서 날아갔다. 창힐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움찔거리며 더 이상 덤비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 모습을 보자 경악했다. 아무리 500년동안 수련했다지만 오제와 동격의 힘을 갖추게 된 창힐을 진언 한 방으로 튕겨낼 수 있다니?!
술법사 진소청은 창힐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며 수인을 맺어서 그를 경계하며 나직이 말했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끝내라.”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그건 곧장 알 수 있었다.
“미안하군. 신나게 치고 박을 줄 알았는데 이런 놈이라서 꽤 실망해 버렸어.”
대답을 한 것은 바로 창을 들고 있는 진소청이었다.
전신이 액체에 둘러싸인 상태로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여는 진소청!
‘뭐?! 설마….’
요순이 몸에 침입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내가 놀라서 쳐다보자 술법사 진소청이 힐난하듯 말했다.
“싸움에 미쳤군. 작작해라.”
“알았다. 장난은 그만하지.”
장난?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삼황오제를 상대로….
“기생충을 상대로는 내 창을 더럽힐 수 없다.”
다음 순간, 창을 든 진소청의 눈에서 백광이 일어나는 듯 했다.
진천(振天)
쿠르르르르….
진소청의 전신에서 백열이 휘황하게 터져나오는 게 보였다.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던 액체의 막은 마치 그 백열에 뜨거움을 느끼는 듯 마구잡이로 요동쳤다. 잠시 후 백열이 진소청의 전신을 뒤덮는 지경까지 가자, 진소청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하늘에 요순의 형상이 도로 나타났다.
다시 나타난 요순이 헐떡이는듯 말했다.
[크허…허…. 나를 어떻게… 힘만으로….]
진소청은 지루하다는 듯 말했다.
“신이란 것들은 몇 번을 죽여도 똑같은 말만 하는구나.”
쿠웅!
진천(振天)
일보(一步)!
진소청이 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 요순의 전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진소청 그 자체의 거대한 무(武)가 백광이 되어서 온누리를 뒤덮는 게 느껴졌다.
쿠르르르릉
이보(二步)!
퍼엉!!
백열이 요순의 한쪽 팔에서 마치 용암처럼 터져나왔다. 나는 그제서야 저게 무슨 현상인지 알 수 있었다.
“의…의념….”
그저 순수한 의념.
그러나…. 일반적인 절대지경의 고수가 상상할 수 없는…. 지금의 나조차도 도저히 닿지 못할 정도로 순수하게 강력한 의념! 수백 배나 강력하여 마치 행성이라 해도 일격관천할 것만 같은 그 의념이 사해를 넘쳐흐르고 있다!
저건…. 신이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무위(武威)에 전율하여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눈에서 백광을 뿜어내던 진소청이 중얼거렸다.
“삼보(三步).”
절무(絶武)
초위괴신(超威壞神)!
새하얀 의념이 우주의 중심을 꿰뚫는 환영이 보였다.
대은하의 중앙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의지가 쏟아진다.
무(武)의 극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존재의 존엄.
아주 조용하게 - 파괴가 이루어졌다.
신의 육체는 새하얀 살갗이 시퍼런 칼날을 헤집듯이 빛에 갈려나갔다.
후우우우
우주의 바람이 떠돈다. 어둠 속에서 백열이 난잡하게 수백만 개의 잔광을 내뿜으며 튀겼고, 제왕의 육신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그 백열 속에서 진소청은 가볍게 뛰어올라서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앙
후두둑
[오오오오오.]
그리고 - 절대지경은 결코 신의 영역을 넘지 못한다는 상식이 지금 부숴졌다.
갈기갈기 찢어진 요순의 육체가 우주 너머로 사라지는 걸 보면 그 누구라고 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으리라.
“같이 창힐을 마무리하도록 하지.”
잠시 후 술법사 진소청이 요순을 끝장낸 진소청에게 말했다.
“500년 동안 무(武)를 수련해 온 나의 가능성이여.”
그랬다.
술법사 진소청이 [꿈]에서 소환한 것은 바로 500년 동안 무예를 수련한 진소청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