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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79화 (1,17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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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회담이 끝난 후 비비안에게 서방의 수호자를 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당연히 지금 상황에서 인간에게 우호적인 신적 존재는 사실상 그밖에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비안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신의 혼이 거의 꺼져서 더 이상 다른 존재를 만나실 수 없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약해졌다고?! 이전에도 그랬는데 대체 신이 왜 약해지는 거요?”

그랬다. 내가 예전 전생에서 서방의 수호자를 만났을 때도 그는 이미 약해져 있어서 비비안이 만날 때 조심할 것을 당부했던 것이다. 강대한 신적 존재가 왜 그렇게 약해져있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비비안이 말했다.

“지금부터 약 2천년 전…. 스스로를 십자가에 못박아 인간세계를 위한 인과율을 마련하셨기 때문입니다.”

“……?”

“스스로의 화신을 희생하여 인과율을 수득하신 덕분에 마도가 득세하던 서방에도 인간을 위한 최소한의 가호가 생겨났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 희생은 신적 존재로서도 감내하기 힘든 희생이었으니, 그 때부터 줄곧 수호자님의 신성(神聖)이 약화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뜻밖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런 일이 있었소? 허나 500년 전에 이미 서방에는 마도(魔道)가 득세하고 있었는데 효과가 없었던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반대로 그 분의 희생이 없었다면 서방에는 인류의 문명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겠지요.”

“[옛 지배자]의 세력이 억제되어서 그 정도였단 건가?”

“서방역사 3000여년 내내 배후에 도사린 외계의 사악한 신격만 수십이었고 쉴 새 없이 사도나 화신을 마도사를 통해 보내왔습니다. 삼황오제라는 절대자 여럿에게 가호를 받은 동방과는 달랐습니다. 이쪽은 천계라는 억제세력조차 없었죠.”

“…….”

하긴 그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면 아무리 서방의 수호자가 [옛 지배자]에 버금가는 고대신격이라 해도 당해내기 힘들 것이다.

‘흠. 본래 힘을 생각하면 절대 만만한 존재는 아니고 최소한 삼황오제급 신격일 터인데…. 베루스만 봐도 그 존재는 상위급 신격이란 걸 알 수 있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강대한 우주적 존재가 어찌 인간만을 위해 본체가 약화될 정도의 희생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신에게 희로애락애오욕의 감정이 미미하게 존재하긴 하지만 인간같은 미물을 상대로는 윤리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상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 자는 인간만을 위한 신이란 말인가?

나는 추가로 질문했다.

“총대주교 베히모스 또한 500년 전에 그쪽의 일원으로 존재했었는데 오늘은 출석하지 않았더군. 그 자는 어찌되었소?”

“수호자님의 명에 따라 다른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세에는 존재치 않습니다.”

“동방정교회는?”

“타 차원으로 본거지를 옮겨 버렸지요. 그대가 알고 있는 벨로프 총주교좌 또한 다른 차원으로 가 버렸습니다.”

총주교좌 벨로프가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니….

아무래도 그 자 또한 상위 주술사인 만큼 500년을 살 수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신열을 앓고 나서 힘이 한층 강화된 덕도 있으리라.

“으음.”

정말 서쪽 예수회의 사정은 좋지 않아보였다. 아무리 봐도 500년 전보다 전력이 약화되었으면 약화되었지 결코 강하다 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존재인 파우스트가 실종되었다는 점이 컸다.

‘종말이 가까워질수록 질서세력의 힘이 약해지는 건 당연한 걸지도…. 그래도 500년 전보다 더 약해졌다니 김빠지는군.’

나는 잠시 생각하고 있다가 비비안에게 말했다.

“멀린의 거신족 회복의식은 계속해 주시오. 어차피 종말에는 같이 싸우게 될 터, 멀린을 지킬 우리 측의 호위를 베루스 대신 보내주겠소.”

“그래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파앗

나는 일행과 함께 본거지로 돌아와서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일단 다 한 번씩 돌려본 후 전뇌자에 지도의 자료를 입력했다. 이윽고 전뇌자가 지도의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었다.

[해당 위치는 현 에티오피아(ethiopia) 공화국의 베일 산(Bale mountain) 인근의 하레나 숲속이야. 위도와 경도를 맵에 표시할게.]

위잉

나는 떠오른 위치를 세계지도를 통해서 보자 황당해서 중얼거렸다.

“…저긴 [검은 대륙]이라던 아프리카잖아? 왜 저기에 치우의 팔이…?”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아니, 삼황오제의 영역은 중원 일대였잖아?! 저긴 서방 쪽인데 저기에 봉인해놔도 되는 거였어?!”

그렇다.

[검은 대륙]은 중동지역에서 훨씬 더 서남쪽으로 가야 나타나는 광대한 대륙! 완벽하게 서방이라고 할 수 있었으며 사실상 인류역사에서 중원과는 거의 인연이 없다시피 했다. 아주 가끔 [검은 대륙]에서 유민처럼 찾아온 자들조차도 곤륜노라고 부를 뿐 문명 대 문명으로서의 접촉은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디 칠요를 이용해 휴전협정을 맺었던 동방지역이야말로 삼황오제의 본거지이자 터전이었고, 삼황오제도 그 범위를 벗어나서 깽판을 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것은 다른 [옛 지배자]들의 영역에 침범해버린 게 아닌가?

그러자 회의에 참석해 있던 사마령 교수가 말했다.

“공교롭게도 저 장소는 프레스터 존(Prester John) 전설이 널리 퍼져있는 장소로군요.”

“프레스터 존?”

“중세 기독교국의 전설입니다. 사제왕 요한의 전설이라고도 하는데 동방에 풍요로운 기독교 왕국이 존재한다는 전설이었죠. 그리고 그 전설의 실체가 에티오피아 왕국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베일 산은 전세계의 고고학자들에게서 프레스터 존의 신보(神寶)가 비장되어 있는 유적지라는 의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사마령이 훗 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보면 치우의 봉인 때문에 서방세계에 그런 소문이 퍼졌던 걸로 보이는군요.”

“아마 그렇겠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습니다만, 치우란 존재는 만신을 파괴하는 자라는 별칭이 있었으니 공공의 적이 아니었을까요? 그렇기에 동서방의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철저한 봉인을 해야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을 테지요.”

나는 사마령의 말이 일리있다고 생각했다.

“흐음. 그럴 수도….”

하긴 서방에 강림했던 [옛 지배자]들 입장에서도 치우는 썩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으리라. 그 강력한 황제 공손헌원 등을 상대로 무작정 패대기칠 수 있는 절대적 폭력이 만일 자신들을 향해 날아온다면 방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삼황오제가 서방까지 와서 굳이 치우를 봉인하겠다고 했어도 협력할지언정 거부하진 않았으리라.

‘게다가 고대에 삼황오제의 세력이 강성했으니 더더욱….’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천우진이 말했다.

“이로써 한 가지가 더 밝혀졌군.”

“뭐가?”

“나머지 치우의 양족(兩足)의 위치 또한 동방세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 그 또한 전 세계를 뒤져야 할 것이다.”

“제길… 달갑지 않구만.”

“어떻게 할 거냐? 지금 당장 치우의 양완을 찾으러 갈 거냐.”

“…….”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말했다.

“그게 낫겠어. 앞으로 어떤 일이 더 생길지 모르니 최대한 빠르게 찾아두고 싶군. 그리고 쌍둥이 신전의 비밀도 빨리 풀어두는 게 낫겠어.”

이윽고 나는 전뇌자의 제안에 따라 치우의 몸을 찾을 탐사대를 두 개로 꾸렸다. 하나는 나를 위시한 탐사대였고 또 하나는 아수라를 위시한 탐사대였다. 나는 두 개의 탐사대 중 사공린을 내 쪽으로 배치한 걸 보자 전뇌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전뇌자 또한 사공린을 경계하고 있군. 다른 탐사대의 수장을 사공린으로 했다가 사공린이 치우의 몸을 빼돌릴 가능성을 생각하는 건가.’

웬만하면 사공린을 의심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일행에게 말했다.

“가자.”

파앗

에티오피아의 하레나 숲에 들어서자 멀리에 베일 산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위치로 가자, 지도가 저절로 반응하면서 허공에 일렁이는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우우웅

이공간(異空間)으로 들어가는 문이 생겨나자 우리는 곧장 그 안으로 들어갔고, 그 곳에는 뜻밖에도 새파란 바다가 존재했다.

부글…!!

“음?!”

다행히 진입하자마자 저절로 공기막이 생겨서 물속을 헤엄치는 걸 피할 수 있었지만 뜻밖이었다. 어째서 바다로 온 거지? 나는 가지고 온 스마트폰을 통해서 전뇌자에게 질문했다.

“전뇌자. 갑자기 해저(海底)로 온 것 같은데 여긴 어디지?”

[UNKNOWN.]

“응?”

[그 위치는 지구상에 존재치 않는 장소야. 완벽한 타차원이며, 당신들이 있는 장소는 수심측정조차 되지 않는 심해(深海)로 판명되는 중.]

부글….

사방이 바다로 뒤덮인 장소에 덜렁 내던져진 기분은 생각보다 공포스러웠다. 나는 한도 끝도 없는 바닷속과 저편의 어둠을 보자 살짝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조금 더 진입하자 저 너머에 두 개의 신전이 보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저게 바로 비비안이 말했던 쌍둥이 신전인가.’

비비안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신전에 진입하면 다른 하나의 신전은 사라진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전의 서방 탐사대는 신전 내부에서 강력한 결계를 느끼고 더 이상 진입하지 못했다고 했으니 실질적으로 미공략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사전에 작전을 짠 대로 일행을 둘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말했다.

“동시에 진입하는 걸로 하자. 그래도 안 되면 작전을 다시 짜는 걸로.”

하나에 진입하면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동시에 들어가는 수밖에!

잠시 후 우리는 신전에 접근해서 동시에 신전의 입구로 유영해서 들어갔다.

후웅!

차원의 위상이 또 다시 변하는 느낌과 함께, 몸 주변에 있던 공기막이 해제되고 착 가라앉은 건조한 공기가 느껴졌다. 신전 내부로 들어오자 나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아수라와 통신을 시도했다.

“아수라. 들리냐?”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심지어는 전뇌자에게도 연락이 통하지 않았다.

‘젠장. 여기서는 통신이 다 끊겨버리나 보군….’

이래서는 다른 일행이 무사히 다른 신전에 들어갔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나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일단 말을 이었다.

“우선 끝까지 가 보자.”

저벅….

한참을 걸어들어가는 동안 내 일행에 편성된 사마령 교수가 주변을 살펴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이럴 수가…. 겉은 고대 판테온 건축양식이지만 내부는 은주시대의 건축양식이군요. 정말 이 장소는 삼황오제가 만든 유적인 듯합니다.”

“음… 근데 저 촉수들은 뭐지?”

꾸물꾸물….

어느 새 사방에서 시꺼멓고 눈이 수십 개 달린 부정형의 촉수다발같은 게 스물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순식간에 건물의 시야 전체를 꽉 채울 정도였다. 사마령 교수가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삼황오제가 경비를 위해 놔둔 고대의 신화생물이군요.”

“이름은 몰라?”

“위, 위험하다는 것밖에….”

촤아앗!!

다음 순간 덮쳐온 괴물들이었지만 천우진이 그 순간 수인을 맺으며 환술을 발동했다.

천몽류박(千夢柳縛)

무형의 손이 허공에서 나타나더니 괴물들의 몸뚱이가 갑자기 그 부피를 잃고 평면으로 변화하는 것 같았다. 마치 만화나 그림처럼 변화한 괴물들이 새하얀 도화지 위에 채워지듯이 펄럭거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수많은 종이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펄럭….

순식간에 수천 마리의 촉수괴물들을 그림으로 만들어버린 천우진이 말했다.

“꽤 강한 마물들이라서 차원 속에 오래 가두지는 못한다. 빨리 전진하자.”

“그래.”

나는 천우진을 데려와서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수인만 맺어도 주변의 모든 것을 그림으로 가둬버리는 막강한 환술! 역량의 절반만 회복했어도 이 정도라면 전성기에는 정말 대단했으리라.

저벅

약 일천 걸음 정도를 걸었을까? 문득 사공린이 입을 열었다.

“무한회랑의 결계군요. 비비안이 말한 대로입니다.”

비비안이 알려준 대로라면 예수회의 탐사대들도 신화생물까지는 공략했으나 무한히 공간이 접혀서 이어지는 이 무한회랑의 결계를 뚫지 못하고 되돌아갔던 모양이었다. 나는 슬쩍 천우진에게 말했다.

“천우진. 깰 수 있겠냐?”

“…….”

“어이, 왜 그래?”

잘 보니 천우진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녀석은 당장이라도 토할 것처럼 창백한 안색으로 질린 듯 말했다.

“겨, 결계 너머 있는 [저것]은 대체 뭐지…?”

“응?”

“큭…. 결계를 뚫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건….”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옆에 따라왔던 사공린이 입을 열었다.

“백웅. 결계의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혹시 보이시나요?”

“잠깐만.”

나는 지금까지 무심하게 걷고 있었기에 안력을 하나도 쓰지 않았었다. 그래서 안력을 강하게 모으려고 생각하자, 옥황의를 통해 정제된 음신지력이 눈에 모이기 시작했다. 전륜성왕의 권능인 삼안(三眼)을 발동하고 싶었지만 그건 한 번 쓸 때마다 상당한 힘을 소모하기 때문에 회복기인 지금은 가능하면 쓰면 안 되는 것이었다.

우우웅

“……!!”

이윽고 나는 희미한 결계 너머에 비쳐보이는 형상을 보자 흠칫하고 놀랐다. 안개 너머의 시꺼먼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인간처럼 생긴 것이었다.

아니…. 저 형상의 숫자를 잘 보면 우리 일행과 동일하다.

나는 그 사실에서 뭔가를 깨닫고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설마…. 결계를 깨게 되면….”

“[거울]의 시련으로 보이는군요.”

사공린이 여상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저 불길한 마력을 뿜어내는 존재들이 우리와 똑같은 형상, 똑같은 힘을 발휘하며 싸우게 될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길한 저주 중의 하나입니다. 저 또한 저 마력이 굉장히 불길하게 느껴지는군요.”

사공린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고난이도 시련인 건 틀림없어보였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불길한 마력? 그런 건 잘 느껴지지 않는데….”

“정말인가요? 이렇게 사악한 기운은 보기 드물 정도인데.”

나는 힐끔 옆을 보았다. 내부 유적의 분석을 위해 데려온 사마령 교수는 이미 사악한 기운 때문에 기절해버린 듯 했다. 나는 사마령 교수를 목갑 안에 집어넣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느껴져.”

“…그렇다면 지금 당장 결계를 제가 해제해 보지요.”

파앙!

다음 순간, 사공린이 황금빛을 머금은 손을 앞으로 내뻗으며 공간을 터뜨리는 섬광을 내뿜었다. 그리고 주변의 풍경이 확 달라지더니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는 듯 피빛이 잔뜩 흐르는 어두운 이계(異界) 속에서 우리의 형상을 한 시꺼먼 존재들이 동시에 출현하는 게 보였다.

‘와. 정말 똑같이 생겼군.’

저 놈들이 우리와 똑같은 힘과 기술을 발휘해서 싸운다는 말이지?

스스스

하지만 그 순간 시꺼먼 존재들이 마치 나를 경계하듯 노려보며 움찔거렸고, 나는 놈들이 바로 공격해오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왜 저러는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개 중 나와 똑같이 생긴 [백웅]의 형체가 크게 외쳤다.

[백웅! 설마 비겁하게 생사부를 쓰지는 않겠지…!!]

“……!!”

[그것만 아니라면 네놈들의 모든 공격은 너희 자신이 받을 터! 그러니 우리가 이길 것이다!]

아 그렇구나!

“알았어 잠깐만!”

나는 즉시 생사부를 소환해서 눈 앞에 나타난 검은 환영들의 이름을 쓱싹쓱싹 적었다.

풀썩!

풀썩!

검은 환영이 하나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짜 [천우진]의 환영이 쓰러져서 심장이 파열하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며 말했다.

[으윽…. 그걸 왜 말하냐…. 본체는 생사부를 쓸 수 있지만 너는 쓸 수 없다는 걸…. 그것만 말하지 않았어도 천마 사공린을 거울에 비친 힘으로 어떻게든 가능성이 있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미친 빡대가리 새끼….]

가짜 [백웅]이 변명하려 했으나 가짜 [천우진]이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는 먼지가 되어서 사라졌고, 이윽고 가짜 [사공린]의 환영마저 사라졌다.

휘이이잉….

마지막으로 가짜 [백웅]의 환영이 사라지며 황량한 바람이 날렸다.

그 광경을 떨떠름한 눈으로 쳐다보던 천우진이 말했다.

“…아무래도 너랑 똑같은 놈이 소환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너만은 불길함을 느끼지 않았던 모양이군….”

“…….”

야. 차라리 욕을 해라….

내 얼굴이 잔뜩 구겨지자 사공린이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말했다.

“저기에 제단이 보이는군요. 저게 아마 치우의 팔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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