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1176화 (1,173/1,615)

1176====================

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선지자와의 볼일을 끝낸 후 황궁으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제갈량이 말했다.

“어찌되었든 결론은 지남거를 얻었으며 아직 치우의 나머지 신체부위는 찾지 못했다는 뜻이 되는거군. 제곡은 그저 영주산에 지남거를 봉인했을 뿐 다른 신체부위는 봉인하지 않았다는 게 되고.”

“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네 부하세력이 치우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너는 그 동안 수련이나 해라.”

“수련?”

“선검술의 수련이나 구궁파천뢰의 수련 등 할 건 많을텐데.”

“그렇긴 하지…. 근데 종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괜히 속이 답답해지는군.”

그러자 제갈량은 내 얼굴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초조해하지 마라. 네가 전생자이니 모든 상황을 네 손아귀에 넣고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 다음 도전기회가 있다는 건 그 누구보다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뜻도 되지.”

“음.”

“그리고 네가 가만있고 싶어도 조만간 무슨 일이 일어나긴 할 것이다. 폭풍 전의 고요나 다름없으니까.”

“정말 그럴까?”

나는 제갈량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제갈량 말대로 하기로 했다.

파앗

나는 아수라가 거하던 신전으로 돌아왔다. 아수라는 일찌감치 대웅제국 황궁에서 이 곳으로 돌아와 있었으므로, 나는 그 간의 일을 아수라에게 전달했다. 아수라가 바위에 앉아있다가 말했다.

“백웅. 부탁이 하나 있다.”

“응?”

“주현성과 이설표를 내게 데리고 와라. 그러면 남은 수련을 시켜주겠다.”

나는 아수라의 말에 약간 놀랐다.

“그들을 왜?”

“그 자들은 내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 가능성이 있다면 종말 전까지 하나라도 더 키워보고 싶군.”

“…이런 말 하긴 그런데 말이야, 그게 의미가 있을까?”

“뭐?”

나는 조심스럽게 아수라에게 말했다.

“무인의 힘은 이제 종말에 대적하기엔 너무 약해져 버렸어. 절대지경의 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적인 절대지경을 초월한 너나 장삼봉, 여동빈 조차도 아직 [옛 지배자]에게 대적할 수준은 되지 못해. 하지만 말세에는 수백의 [옛 지배자]들이 쏟아져 오잖아….”

“그래서?”

“신역절기를 쓸 수 있는 자들과 함께 연마하는 게 더….”

아수라는 태연스럽게 반문했다.

“아니? 난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난 효율만 보고 무인을 양성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그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얻는 게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신역에 도달할 가능성은….”

“그만 좀 해라. 신역절기는 네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는 도구가 아니라는 걸 모르겠느냐.”

“…….”

“아무래도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인맥으로 얻은 탓에 본질을 헤아리는 능력이 조금 떨어져버린 모양이군. 지금의 너랑 왈가왈부하고싶진 않아.”

신랄하게 말하는 걸 보면 아수라가 약간 화가 났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아수라.”

“잔말말고 내 요구를 들어줘.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나의 길을 갈 뿐이다.”

“…좋아.”

나는 어쩐지 아수라와 이야기가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파앗

나는 전뇌자에게 가서 주현성과 이설표의 행방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전뇌자는 1초만에 바로 답을 내놓았다.

[주현성과 이설표는 방랑 무사수행 중이고 현재는 미국 지하투기장에서 하드코어 배틀로얄에 참전하고 있어.]

“…그건 또 뭐야?”

[무차별적으로 강자들을 모아서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경기야. 전 세계의 격투가나 무술인, 마법사, 초능력자들이 모여서 싸우는 장소지.]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제길. 초능력자를 상대로 한다면 그 녀석들 위험할지도….”

주현성이나 이설표의 무예수양이라면 지상에 있는 그 어떤 무술인이라도 쉽게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초능력이나 마법은 조금 다른 문제다. 기(氣)를 이용해서 저항력을 올릴 수는 있지만 강력한 술사를 상대로 하면 손도 발도 못쓰고 패배할 가능성이 있었다.

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중얼거리자 전뇌자가 말했다.

[정 걱정된다면 직접 참가해서 그들을 데리고 나오는 게 어때? 주변에 의심을 덜 사면서 데려오려면 그게 최선이야.]

“응?”

키잉

기이한 소리가 울리더니 내 앞에 웬 황금색 표가 나타났다. 내가 표를 집어들자 전뇌자가 말했다.

[전뇌조작으로 당신을 임의참가자 중 하나로 바꿔치기 했어. 좌표도 만들어뒀으니 지금 바로 비등으로 가서 참전하기만 하면 돼.]

“알았어. 고마워.”

[대진표를 조작했으니 바로 만날 수 있을 거야.]

파앗!

나는 곧장 전뇌자가 준 좌표로 이동했는데, 그러자 웬 대기실에 나 혼자 서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쿠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대기실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고, 나는 마치 거대한 경기장 같은 곳으로 나가게 되었다.

[16강 경기가 시작됩니다!!]

거대한 사회자의 스피커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철창으로 둘러싸인 약 오십여 장 크기의 경기장에서 나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자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방룡 이설표!”

흠칫

내 부름에 맞은편에 있던 상대자가 놀라는 모양이었다. 그는 당황스럽다는 듯 말했다.

“아, 아니 종사가 여긴 어쩐 일이오? 언제 미국에….”

“나야말로 어쩐 일인가 묻고 싶군. 그 요란벅적한 옷은 대체 뭐야?”

이설표는 평소의 수련복이 아니라 마치 가죽점퍼의 팔뚝부분을 뜯어서 삐죽삐죽 솟아오른 듯한 옷을 입고 허리에는 쇠사슬을 감고 있었으며 악마가 그려져있는 티셔츠를 안에 입고 있었다. 또한 시꺼먼 선글라스에 머리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 요란한 복장에 내가 어이없어하자 이설표가 헛기침을 했다.

“…가끔은 옷을 바꿔입고싶은 법이오! 그리고 이건 현지에서도 알아주는 옷이오!”

“뭐 아무래도 좋아. 여긴 수련 때문에 온 건가?”

“그렇소. 주현성과 함께 이 대회에서 1위를 노리고 참가했소.”

“1등하면 뭐 주는데?”

“상금 10억달러와 함께 남극유적탐사대의 대장 자리를 얻게 되오.”

돈은 얼마나 많은지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남극유적탐사대? 그건 또 뭐지?”

“미국에서 남극에 존재하던 1억년 전 초고대 문명의 유적을 발견해서 그 유적을….”

삐익 -

위잉 위잉~

갑자기 사방에서 시뻘건 빛이 울리더니 경고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는 장내에 커다랗게 기계음이 터져나왔다.

[경고합니다. 대회참가자들은 전투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10초 내에 전투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동시 실격시키겠습니다.]

방룡 이설표가 그러자 자신의 창을 꾸욱 잡고는 말했다.

“종사여! 이렇게 된거 서로의 무공을 한 번 부딪혀봅시다!”

“뭐? 이런 멍청한 대회에서 진짜 1등을 하겠단 말이냐?”

“갑자기 끼어든 건 종사 쪽이오! 난 10억달러가 있으면 좋겠소!”

“이런 짓 할 시간 없어. 그러지 말고 그냥 나랑 같이 아수라한테 가자.”

하지만 방룡 이설표는 내 말을 무시하곤 외쳤다.

“그거 알고 있소? 난 평소부터 종사를 한 대 때리고 싶었소!!”

뇌신류(雷神流)

구궁파천뢰(九宮破天雷)

응용기(應用技)

집뢰진(集雷震)

“……!!”

나는 이설표의 창에 뇌전이 감돌면서 어마어마한 풍압이 장내에 몰아치는 걸 느끼자 눈을 부릅떴다. 갑작스럽게 창끝에 맺혀있는 내공력의 크기가 급증해서 경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내가 알고 있던 이설표의 역량으로는 절대 저 정도의 뇌전을 만들 수 없었다.

‘엄청난 잠재력이다! 뇌전을 몇 번이나 응축해서 극한의 파괴력을 만들어낸 건가….’

문제는 저 기술은 내가 모르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방룡 이설표의 신형이 파앗 하고 눈 앞에서 소멸했는데 그 기술을 보고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콰과과광!!

내 명치를 찔러온 일격! 나는 이설표의 공격을 피했으나 허리쪽에 조그마한 생채기가 나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내가 공격을 피해서 삼 장 밖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설표가 말했다.

“과연 종사. 실력은 여전하구려.”

나는 불신 가득한 눈으로 이설표에게 말했다.

“이설표. 어떻게 된 거지? 방금 네가 쓴 건 뇌신지혼이다.”

그렇다.

뇌신지혼!

아주 잠깐동안이었지만 이설표의 전신이 뇌화(雷化)하는 걸 확인했고, 뇌신지혼 특유의 극한속도가 집뢰진의 잠재력과 결합되자 나로서도 피하기 버거운 필살의 일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자 방룡 이설표가 말했다.

“종사께서는 우리와 달리 여러 가지 수련을 하셨으나, 우리는 오로지 구궁파천뢰에만 매달렸소. 그리고 구궁파천뢰의 진정한 성질을 몇 가지 깨달았지.”

“그게 뭔데?”

“방금 내가 쓴 건 뇌신지혼이 아니오. 하지만 구궁파천뢰를 익히면 비슷한 걸 잠시 쓸 순 있게 되지.”

“……!!”

뭐라고?!

뇌신지혼을 따로 안 익혔는데도?!

이설표가 말했다.

“종사가 천계에서 엄청난 모험을 했다 들었소.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을 것이오!”

“그렇군.”

나는 아수라가 이들에게 기대를 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타고난 무공의 천재들이 내게 도움을 받아가면서 몇 년 동안 절세무공인 구궁파천뢰를 익혔다는 것. 그것은 이들이 뇌신류의 정수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방랑하면서 얻은 실전경험을 통해 구궁파천뢰를 진화시키고 있었다면 그 성취는 틀림없이….

나는 내 짐작이 맞는지 차분히 상대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의념천주가 고요히 그에게 맴돌고 있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

“이설표. 절대지경에 올랐구나.”

하지만 뭔가 형태가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아직도 이설표가 나처럼 발전도중이기 때문에 절대지경의 성질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저 나이에 아직도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었으므로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칭찬 감사하오. 허나 여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소.”

이설표가 자신의 창을 정면으로 내밀며 외쳤다.

“더 강해져서 언젠가 종사를 넘어설 것이오!”

“…….”

나는 호승심이 일어나서 서서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히죽 웃었다.

“어디 해 볼까.”

스스스스 -

나는 이설표와 마주한 상태에서 전신에 있는 기를 끌어올려서 뇌령을 끌어내었다. 또한 의념으로 뇌령을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고, 뇌령이 전신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내 성취도 꽤 높은 편이었기에 뇌구가 빙글빙글 커지는 게 느껴졌다.

위이이잉

천랑뇌신결이 뇌령의 혼백을 명동시키면서 강대한 뇌전의 힘을 만들어낸다. 내가 구궁파천뢰를 쓸 준비를 하자 이설표 또한 마주 천랑뇌신결을 운용하며 구궁파천뢰를 준비하는 듯 했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서로의 병기에 미친듯한 전광(電光)이 일어나자 빛 때문에 장내가 눈이 부실 정도가 되었다.

‘천랑뇌신결의 성취는 이설표가 나보다 훨씬 높다.’

나는 단시간에 오성을 넘어 육 성에 이르렀기에 천재적 성취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설표는 이미 평생동안 수련했던 구결이기에 대성에 이른지가 옛날이었다. 그 상태에서 극적인 무공의 진보를 이루었다면 내가 모르는 경지에 올랐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이설표를 구궁파천뢰로 상대한다.

다른 무공이나 권능까지 써서 싸운다면 당연히 내가 이기겠지만 왠지 이 싸움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든 지든간에 구궁파천뢰끼리 싸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무인의 직감이 든 것이다.

이설표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득였고, 이윽고 기합소리가 울렸다.

“타핫!”

나 또한 마주 기합을 내질렀다.

“하앗!”

구궁파천뢰(九宮破天雷)란 일백을 시발점으로 하여 이흑 삼벽 사록 오황 육백 칠적 팔백 구자로 이어지는 무공 - 구궁파천뢰가 무서운 점은 바로 일백에서 구자까지 펼치는 동안에 연속초식의 위력이 무시무시하게 증폭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설표가 첫 일격으로 내어놓은 일백은 바로 천공섬(天公殲)이었다. 나는 과거 이설표를 처음 만났을 때가 고스란히 기억났고, 이설표 또한 그걸 노리고 시전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때는 삼보절기를 이용해서 천공섬을 가르려 했었지만 실패했었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에는 다른 수법을 써야 정상이다.

‘이번엔 성공시킨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오기가 치솟아 올랐고, 그 당시와 똑같이 천공섬 가르기를 시전했다.

번쩍

뇌광이 터지면서 일백(一白)의 무공이 서로 부딪힌다. 그 당시와는 피차 차원이 다른 경지를 달성한 탓일까? 아니면 구궁파천뢰끼리 부딪혀서일까? 섬광이 온누리를 메우면서 경기장은 물론이고 경기장 바깥까지 퍼져나갔고, 이윽고 경고음이 비명처럼 울려퍼졌다.

[시합중지! 관전자 인명피해 발생! 중지하….]

빠직

그러나 뇌광의 여파로 경고음조차 스러졌고 나는 환상같은 순간에 삼보절기의 융화를 이용해서 예전처럼 이설표의 천공섬을 베어갔다. 천공섬은 흐름을 뒤틀며 내 파해식을 피하려는 것 같았지만, 나는 끝까지 우직하게 밀어붙이며 천공섬의 끝단까지 단숨에 베어버렸다.

무량절(無量切)!

무량단을 많이 써서인지 내 손에 배어있던 참격의 감각이 한층 내 파해식을 강렬하게 해주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일 초식의 격돌은 내 승리가 되는 듯 했으나, 곧장 이설표가 무량절의 힘을 화경으로 흘려내고는 이흑(二黑)의 무공을 시전했다.

비오의(秘奧義)

천뢰중왕기(天雷中王氣)!

촤아아앙

‘뭐? 저건 대체….’

이설표가 행한 것은 공격도 방어도 아니었다. 대신에 전신에 시퍼런 뇌전의 막을 소환해서 짙은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상태가 된 것이다. 나는 이설표가 무슨 무공을 쓴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이윽고 알아챌 수 있었다.

‘…저건…. 자기강화기술이야!’

마치 뇌명(雷鳴)과 같은 것!

공격과 방어를 따로 하지 않고 스스로를 가다듬어 공방력 혹은 생명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은 일류문파에 하나씩 존재하곤 했다.

하지만 뇌명만 하더라도 뇌신류의 결전오의로써 천지간 그 어떤 보조기나 강화기술에도 뒤지지 않았다. 대라멸진같은 게 너무 사기스러울 뿐 뇌명은 그 자체로 절세무공인 것이다. 이미 역사 속에서 그 안정성과 위력을 입증한 뇌명을 놔두고 또 다른 기술을 쓸 줄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천뢰중왕기가 뇌명보다 좋다는 건가? 대체 저 기술은….’

정체모를 기술의 등장에 나는 주춤했으나 나는 이럴 때 흔들리면 안 된다는 걸 오랜 실전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어차피 전투란 늘 미지의 상대와 하는 것이기에 상대의 기술에 일일이 당황하면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신에 나는 냉정하게 구궁파천뢰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구궁파천뢰를 썼을 때 내 한계는 사록이었다.’

최대한 천랑뇌신결을 수련한 결과 최근의 성취는 팔 성에 이르렀다. 아마 오황까진 무리하면 쓸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육백부터는 뇌혼의 소모가 곱절이 된다는 특성을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많이 멀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나머지 두 번의 대치로 끝이리라 생각하며 내가 이흑으로 어떤 기술을 써야할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는 구궁파천뢰 이흑의 기술을 시전했다.

뇌명(雷鳴)!!

파지직!!

일반적으로 쓰는 뇌명과 달리 뇌혼을 쓴 뇌명은 전신이 번개로 달구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훨씬 더 신체능력이 상승하는 실감이 들었다. 뇌혼이 뇌명에 추가효과를 부여한 것이다.

‘이설표, 네가 보조기술을 썼다면 나도 똑같이 써 주지!’

일백으로 서로의 수법을 알아보고 이흑으로 보조기를 쓴 후 삼벽으로 결판을 내 보자!

이설표도 내 의도를 알아챈 듯 고요히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가 덤벼왔다.

삼벽(三碧)

황룡지혼(黃龍之魂)

이설표의 손에 들려있던 창에서 황룡의 형상이 의념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방금 전처럼 빠르게 그의 몸에서 뇌화가 일어나는 걸 발견했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군. 일시적으로 뇌신지혼처럼 빨라져서 내 빈틈으로 저 기술을 꽂아넣으려고….’

나는 저 수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 순간을 감지해서 반격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의념을 집중한 순간 이설표의 신형이 뇌화하여 사라졌고, 아주 틈새의 찰나에 날아드는 장침같이 날카로운 일격!

꽈앙

하지만 나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기에 이설표의 공격을 감지하고 있었고 전신내공을 이용해서 한차례 적의 기세를 약화시킨 후 곧장 준비하고 있던 일격을 날렸다.

삼벽(三碧)

무량단(無量斷)

구궁파천뢰의 일부로 무량단을 써 보는 건 처음이었으나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뇌참(雷斬)이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뇌혼을 실은 무량단은 뇌전의 속성으로 변화하는 듯 했다.

치리리링

구슬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내 무량단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황룡지혼을 머금은 이설표의 뇌창을 밀어붙였다.

‘이겼다!’

역시 타고난 내공과 의념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이설표는 무량단의 뇌참이 거세게 밀고 들어가던 중 이설표가 창을 횡으로 잡으며 막았고 그와 동시에 아까 그가 불러내었던 시퍼런 천뢰중왕기의 기운이 일어났다.

사록(四綠)

진무칠절경(眞武七絶經)

명곡(鳴曲)

그리고 천뢰중왕기의 기운이 진무칠절경 명곡의 진정한 방탄진기와 합쳐지더니 번개의 힘을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

파앙!

천뢰중왕기와 진무칠절경이 합쳐졌어도 내 무량단의 위력이 막대했기 때문일까?

“크학!”

이설표는 쿨럭 하고 피를 조금 토해내면서 뒤로 죽 하고 삼 장을 날아갔으며, 거센 충격파가 장내에 일어났다.

쿠당탕

이설표는 고수답지 않게 낙법조차 취하지 못하고 쓰러져서 꿈틀댔다. 명백히 내 승리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우세승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뇌명에다가 뇌혼의 힘까지 받은 무량단이 이설표를 결단내지 못하고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일단 시합이라서 이긴 것 같지만 실제로 실전이었다면 아직까지 승패가 나지 않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라는 걸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내가 당황하자 이설표가 자신의 입가에 피를 슥 하고 닦아내며 말했다.

“종사여! 천뢰중왕기는 뇌명처럼 전신의 공격력을 높여주는 절기가 아니오. 뇌혼 그 자체를 극대화시켜서 일시적으로 뇌혼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방어절기의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이오. 이른바 구궁파천뢰로만 쓸 수 있는 방어용 보조기요.”

“……!!”

“허나 더 해봤자 무리겠구려…. 최소한 비길 줄 알았는데 지다니. 종사의 무공은 과연 천하제일이오.”

하지만 나는 기뻐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멍하니 말했다.

“천뢰중왕기…. 그런 기술이 있다면 왜 내게 알려주지 않았나?”

이어진 대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한 달 전에 만든 기술이오!”

“……!!”

“최근에 창작한 거라서 알려주지 못해서 유감이오. 원한다면 곧 알려드리겠소.”

“…….”

구궁파천뢰에서 창작기술을 만들었다고…?

나는 그 순간 재능의 격차에 또다시 뼈저린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배우는 것만으로도 급급한데 천재들은 그 짧은 시간에 뭔가를 또 만들어냈던 것이다.

‘만일 이설표가 나와 비슷한 내공을 갖고 있었다면…. 지는 건 나였을 것이다.’

나는 순수공격력으로 상대를 뚫으려 했으나 상대는 뇌혼극대화와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술적으로 완전히 내가 진 싸움이지만 그럼에도 이긴 것은 내 무진장한 어마어마한 내공 때문에 내공격차로 전술의 불리함을 메꾸었기 때문이다.

위잉! 위잉!

경보가 계속해서 울린다. 나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전뇌자에게 물었다.

“전뇌자. 주현성은 어딨지?”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주현성이 있는 위치와 좌표, 현재모습이 고스란히 스마트폰에 떠올랐다. 나는 주현성의 위치를 파악한 후 이설표에게 말했다.

“이만 돌아가자. 승자로서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되겠지?”

“패자는 유구무언! 오늘의 패배를 인정하겠소.”

나는 이윽고 그와 함께 비등을 써서 주현성의 대기실로 갔고, 주현성이 깜짝 놀랐다.

“아닛…. 갑자기.”

“같이 가자.”

파앗

나는 이설표와 주현성을 데리고 아수라에게 되돌아갔다. 주현성과 이설표가 도착하자 아수라는 그들을 한 번씩 살피더니 문득 내게 씩 웃으며 말했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군.”

“…….”

나는 침묵하다가 말했다.

“수련이나 하자고.”

나는 아직 많이 모자라다. 무(武)가 정말로 종말에 대항하느니 마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어도, 아직 무의 극한이 도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말하기에는 건방진 소리인 것이다. 당장 이설표의 한계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신역절기와 무신을 논할 수 있겠는가?

‘모자란 것만이라도 최대한 채워나가자.’

이번 일로 겸허함을 조금 배운 것 같다.

나는 아수라에게서 두 명과 함께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 아수라는 선검술의 수련을 좀 더 봐 주면서 남은 둘에게 자기 무공을 따로 가르치는 듯 했고, 그렇게 시간이 약 한 달 정도가 흘러갔다.

그리고 한 달쯤이 지났을 때 전뇌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치우의 신체부위 중 [팔]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어.]

“그게 어디 있지?”

[예수회에서 거기에 대한 정보를 거래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서 사공린이 교섭했지만 난항이야. 지금도 교섭이 진행중이지.]

“잘 안 되는 건가?”

[아무래도 당신이 직접 가야할 것 같아.]

“그 말은….”

이어진 전뇌자의 말에 나는 각오를 다져야 했다.

[예수회의 13인 조디악 멤버가 모두 모인 곳으로 지금 직접 가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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