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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사공린과 함께 마지막 10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두 사람의 안위를 돌보는 작업이 필요했기에 정도령과 홍길동을 한 번씩 살폈다. 그리고 내 방대한 내공을 이용해서 일단 기공치료를 시도했다.
우우우!
하지만 나는 이윽고 기공치료 결과에 인상을 찌푸렸다.
‘정도령은 내공을 불어넣으니 얼굴에 혈색이 돌아온다. 뛰어난 고수답게 알아서 회복하는군…. 다만 홍길동의 혼이 많이 약해져 버렸어.’
단순히 육체적인 타격이었다면 홍길동의 팔다리가 잘려나갔어도 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 아까 소환된 촉수괴물이 내지른 주술의 언령은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어서 홍길동의 혼을 정면으로 타격한 것이다. 정도령의 경우는 멀쩡한 육체와 정신을 갖고 있었기에 그 외침에 일단 저항할 수 있었지만 홍길동은 한 번 죽은 상태에서 이혼대법으로 반쪽난 혼을 갖고 있었으므로 크나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젠장. 아직 홍길동에게 더 물어볼 게 있는데.’
이대로 놔두면 홍길동의 반쪽짜리 혼은 한시진 이내에 소멸한다. 하지만 혼을 치유하는 방법은 몹시 까다롭고 어려웠기에 나로서도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혼대법 자체가 혼을 치유하는 능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고민거리를 사공린에게 이야기하자 사공린이 말했다.
“천계로 갖고가서 구천현녀에게 도와달라고 하세요. 그녀의 시해지술이라면 가능할 겁니다.”
“아, 그렇군!”
파앗
나는 사공린의 말대로 구천현녀에게 홍길동의 영혼을 회복시켜줄 것을 부탁했고, 구천현녀는 당연하다는 듯 수락했다.
[혼을 회복시키려면 제가 이 혼을 도맡아서 100일간 주술을 써야할 것 같군요.]
“그렇게 해 주시오.”
나는 홍길동의 혼을 구천현녀에게 맡긴 후 도로 탕왕의 무덤으로 돌아왔다. 그때쯤 정도령이 비척거리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고 다 같이 무덤의 끝으로 향했다.
나는 마치 심연처럼 깊은 어둠 속에 은은한 횃불이 양옆에 세워져 있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이족의 유적답지 않게 나선형의 계단이 없었으며 다소 인간적인 색채가 느껴지는 듯 했다.
저벅….
저벅
‘여기가 끝인가.’
길의 끝에는 핏빛으로 물든 커다란 제단이 있었으며 그 제단 위에 한 개의 수레가 올라가 있었다. 수레는 특이하게도 신선의 목상(木像)이 올려져 있었으며 신선의 목상은 손 하나를 앞으로 뻗어서 방향을 가리키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전승대로의 모습이군. 저게 지남거인가.”
탁록대전의 전설에 나오는 지남거의 형상 그대로라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가 성큼 걸어서 지남거를 향해 다가가자 사공린이 외쳤다.
“백웅! 멈춰요.”
“응?”
“뭔가 있습니다.”
뭔가 있다고?
나는 그 말에 빠르게 경계태세로 들어갔다. 하지만 내 감각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어리둥절해하자 사공린이 말했다.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듭니다. 더 접근하면 위험해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이 물질계에 존재하는 놈이 아니에요. 기감을 버리고 신의 힘을 끌어내어서 감지해 보세요.”
신의 힘을?
나는 그 말에 전신에 신력을 끌어올려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이윽고 아주 머나먼 곳에서 물 한 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듯한 파동(派動)이 느껴졌다.
티잉 -
“……!!”
뭐지?! 이건 절세고수의 초인적 기감(氣感)으로 느끼는 감각과 전혀 달라!
메아리가 산의 맞은편에서 날아오다가 중첩되어 몸을 훑는 듯한 이질적 감각 - 그러면서도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먼 곳에 뭔가가 존재한다는 실감! 인간의 육감으로는 어떻게 설명하기조차 벅찬 기이한 감각이었다.
생소한 감지의 파동에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사공린이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은 저와 달리 신의 힘을 제대로 다룬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세계의 법칙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일반적인 기(氣)보다 훨씬 상위의 법칙에 접해있기에 당신의 신적 지각력은 차원의 파동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거예요.”
“자, 잘 이해가 안 되는데….”
“마음을 비우고 그 파동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하세요. 파장을 맞추는 거예요.”
스스스 -
나는 이윽고 사공린의 말대로 파동의 파장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같은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게 어떤 말인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상대의 파장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쿠르르륵….
잠시 후 나는 상대의 존재가 현실에 나타나는 걸 알 수 있었다. 파장이 맞닥뜨리는 순간 확실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내가 내심 놀라고 있자 ‘그 존재’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채 입을 열었다.
[나의 이름은 누트. 새로운 전륜성왕이 그대인가.]
누트?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상대가 심상치 않은 놈이라는 건 즉시 알 수 있었다. 마치 달걀인간처럼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는 얼굴이었으며 전신에서 쉴 새 없이 은은한 백광이 일어나고 있었고, 몸 주변에 별빛이 떠돌고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건 그저 화신일 뿐인 것 같지만 방금 전 촉수괴물을 대할 때와는 달리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즉 - 저 존재는 신(神)!
어디서 저런 놈이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당장 공격하지 않는 걸로 봐서 적의는 덜해 보였다. 나는 누트에게 대답했다.
“그렇소. 당신은 지남거를 찾아가는 걸 막으려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오?”
[아니…. 이제 와서 저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대단해봤자 황제의 도구에 불과하거늘.]
누트는 가볍게 대꾸한 후 말했다.
[이야기로만 듣던 전생자를 직접 보러 와봤을 뿐이다. 과연 신기한 존재구나.]
“…….”
[신의 힘을 갖고 있으나 인간의 본질을 유지하고 있다니….]
뭐, 뭐지. 내가 전생자라는 게 동네방네 다 알려져 있는 건가?
나는 기가 막혀서 누트에게 외쳤다.
“제기랄! 당신 말고 다른 자들도 내가 전생자라는 걸 알고 있단 말이오?”
[적어도 만신전에서는 모두가.]
누트의 대답에 나는 흠칫했다.
“만신전!! 당신은 만신전 소속의 신격이란 말이오?”
[그렇다.]
“당신도 [옛 지배자]나 고대신 같은데 뭘 원해서 황제의 편에 선 것이오.”
[나는 초고대문명 멤피스를 이끌고 있었지…. 황제가 내 문명을 종말 후에 부활시키는데 협력키로 했다.]
“…으으음.”
어쩐지 누트도 광성자같은 느낌이 드는데?
동시에 상대가 내게 정보를 술술 말해주는 태도를 보니 내게 별로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았다.
“진짜 구경만 하러 온 것이오?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제안할 게 있다.]
“윽, 역시….”
신이란 놈들은 하나같이 나한테 뭔가 원해서 거래를 제안해오는군!
나는 내심 귀찮게 되었다 생각하며 투덜거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한두번 하는 일도 아니니 최대한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이윽고 누트가 말했다.
[만신전에서 그대의 여정을 은밀히 엿보던 중, 그대가 [달의 수호자]의 몸에 감춰져 있던 신체(神體)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응?”
[내게 필요한 물건이다. 괜찮다면 그걸 내게 넘기지 않겠느냐? 그 대신에 그대에게 내 자식 중 하나를 부하로 쓸 수 있게끔 해 주겠다. 내 자식들은 그럭저럭 유능한 신격들이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나는 잘 짐작이 가지 않아서 옆에 있던 사공린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사공린이 내게 말했다.
“백웅. 그녀는 흑요석을 말하는 거예요. 월요의 수호자를 토벌하고 얻었던….”
“……아!!”
맞다!
나는 그제서야 상대방의 제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그 흑요석의 행방을 깨달았기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누트에게 말했다.
“미안. 그건 망량선사한테 공양했소.”
누트가 크게 놀란 듯 흠칫했다.
[……!! 정말인가?]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상태.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시오.”
그러자 누트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말했다.
[그렇게나 그 우주적 존재의 가호를 얻고 싶었던 건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걸 그냥 공양해버리다니…. 아깝구나. 정녕 무욕(無慾)의 화신인가.]
“……?”
[번거롭게 해서 미안했구나. 그럼 이만….]
“자, 잠깐 그게 무슨….”
파앗!
누트의 신형과 기척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신적 존재만이 느낄 수 있는 은은한 파장이 뒤늦게 울렸다. 사공린이 말한 대로 나도 이제 신출귀몰한 신적 존재들의 출현을 포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사실이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트가 갑작스럽게 찝찝한 소리를 남기고 갔기 때문이다.
‘제기랄…!! 신체 흑요석이 뭐!! 내가 무슨 무욕의 화신인데!’
아…. 설마 그거 되게 귀한 거였나?!
“아오…. 젠장….”
내가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자 사공린이 말했다.
“백웅. 망량선사에게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물건도 아니니 빠르게 잊어버리세요. 지금은 해야 할 일부터 하죠….”
“그, 그래.”
나는 무척 떫은 얼굴로 지남거 쪽으로 다가가서 수레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수레를 번쩍 들자, 마치 종잇장처럼 가벼운 수레의 무게가 느껴졌다. 딱 사람 하나를 실을 정도의 수레인데도 깃털처럼 가벼웠다.
“겉보기에는 별다른 게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구천현녀에게 지남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녀는 지남거가 동원된 전장에 직접 참전했으니.”
“아, 그렇군.”
“그럼 전 제국의 정무를 보러 이만 가보겠어요. 부디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응. 갑자기 끌고 나와서 미안했어.”
파앗
나는 정도령을 대웅제국 황궁으로 데려다놓고 나서 사공린과 헤어졌다. 그리고 천계의 구천현녀에게 지남거를 들고 가서 보여줬다. 구천현녀는 지남거를 보더니 말했다.
[확실히 제 기억으로는 탁록대전 당시에 황제가 기백천사(岐伯天師)를 시켜 지남거를 계속해서 치우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기백천사가 지남거 위에 타고 있었지요.]
나는 구천현녀의 말에 이채를 띄었다.
“즉 지남거에 탑승해서 신선의 손가락을 상대방에 향하는 것으로 발동한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아마도 틀림없어요.]
“시험해보고 싶은데 시험할만한 놈이 없을까? 섣불리 하기엔 위험한데 적당한 격을 가진 놈이 필요해.”
[무릉도원이 해제된 후 천계감옥에 갇혀 있는 사흉(四凶)에게 하면 적당하겠지요.]
“그거 괜찮은 생각이군.”
나는 이윽고 천계의 선관에게 명령했다.
“여봐라. 사흉을 모조리 옥황상제의 옥좌 앞으로 끌고 와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선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이윽고 투선들이 몇 명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대라신선 여럿과 무리지어서 사흉을 끌고왔다. 이미 제압된 상태였지만 그들은 고대부터 존재해 왔던 혼돈의 마수였기에 안전을 기해야 했던 것이다.
사흉 중 궁기가 내게 으르렁거렸다.
[옥황상제여! 우리를 죽이려 하는가?]
“그럴수도 아닐 수도 있지. 고대부터 무수한 인간과 신선, 요괴를 학살해왔던 네놈들이 선처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
[크르르…. 전대 옥황상제는 우리 힘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고 가둬놓았었는데 하루아침에 말을 뒤집을 셈이냐!]
전대 옥황상제라면 요순을 말하는 건가?
‘아무래도 삼황오제 요순이 흉계를 꾸미고 있었나 보군. 여차할 때는 사흉을 이용해서 뭔가 할 생각이었겠군….’
생각해보면 사흉처럼 구린 일에 동원하기 좋은 놈들도 흔치 않았다. 뭐, 이제 요순은 보이지 않으니 크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 나는 생각을 털어버리고는 궁기에게 말했다.
“아가리 닥치고 거기에 딱 서라.”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지남거!! 가라!”
나는 직접 지남거 위에 올라타서 신선 목상의 손가락을 사흉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
이거 뭐야... 나는 다들 쳐다보는데 무안해져서 머리를 긁적이고는 궁기에게 말했다.
“야. 어디 머리가 아프거나 헛구역질하거나 다치거나 내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 들지 않니?”
[지랄하는구나….]
“아픈 데가 있으면 솔직히 말해.”
[네놈이 의사라도 되느냐!]
의사 맞거든!
나는 내심 투덜거렸지만 정말로 지남거는 아무리 갖다대고 있어도 발동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사흉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기에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러지? 강대한 신 치우를 상대하려고 만든 필살병기일 텐데 왜 사흉한테는 안 통하는 거야. 설마 힘이 약한 놈에게는 발동하지 않나?’
하지만 사흉도 지상에서는 충분히 강력한 마수들인데?
내가 당혹스러워하자 선관이 내게 조언했다.
[폐하. 술법에 정통한 최고위 천선들인 곤륜십이선을 소집하소서. 그들에게 지남거의 용도를 연구케 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 당장 불러라.”
나는 곤륜십이선들이 모이자 그들에게 지남거를 보여주며 어떻게 사용하는 것일지 질문했다. 그러자 곤륜십이선들이 관심을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연등도인(燃燈道人)이 입을 열었다.
[옥황상제여. 제가 볼 때 이 지남거란 것은 보패가 아닌 듯싶사옵니다.]
“왜?”
[보패의 전제가 되는 관념(觀念)이 새겨져있지 않사옵니다. 처음부터 보패기술로 만들어진 게 아니옵니다.]
연등도인은 천계에서 보패에 대해 가장 박식한 천선이었다. 보패전문가이기에 삼십삼천영롱보탑이라고 하는 33개나 되는 보패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 스스로가 보패를 제작하는 장인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의견이라면 거의 틀림없었기에 나는 반문했다.
“보패가 아니면 뭐란 말이오?”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사온데 들어주시겠사옵니까?]
“좋소.”
[이형(異形)을 띄게 된 신선들을 제압하여 데려와 주시옵소서.]
마치 머나먼 이계의 괴물같은 형태로 변해버린 자들을 일컫는 듯 했다.
“알았소. 여봐라.”
나는 선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투선들을 시켜서 이형의 신선들을 대충 열 명쯤 잡아와라.”
나는 연등도인의 말에 따라 이형의 신선들을 잡아오게끔 시켰다. 투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그들을 곤선승에 묶어서 연행해 오자, 이형의 신선들이 억울하다는 듯 영언을 발휘했다.
[옥황상제시여! 저희의 모습이 이상하게 변해서 핍박하시나이까. 이것은 차원이 인간계에서 멀어졌기에 그저 자유로운 형상을 취했을 뿐이나이다.]
내가 힐끔 연등도인을 바라보자, 그가 직접 지남거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는 지남거를 이형으로 변한 신선에게 향하며 말했다.
[변질자들이여. 너희가 천계 신선의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이걸로 확인될 것이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치지지직!!
스아아앗
[크, 크아아악.]
[아아악….]
이형의 신선들은 갑자기 온몸이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소금에 닿은 달팽이 마냥 처절하게 녹기 시작했고 심지어 술법으로 저항도 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저, 저게 뭐지?
순식간에 이형의 신선 십여 명을 지남거로 다 죽여버린 연등도인이 이윽고 좌중에 모인 곤륜십이선을 향해 지남거를 겨누었고, 그 다음으로는 나를 겨누었다.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나를 겨누었다는 게 기분 나빠서 내가 떫은 표정을 짓자 연등도인이 말했다.
[옥황상제시여. 이걸로 지남거의 효과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나이다.]
“그게 뭐지?”
이어진 연등도인의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주적인 힘의 속성을 가진 존재를 멸하거나 그 속성을 조종할 수 있는 병기로 보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