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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동료들에게 돌아가서 인간계로 귀환할 것을 밝혔다. 그러자 사공린이 말했다.
“백웅. 대결계에 대해 조사할 거라면 저와 많은 협력을 하게 되겠군요.”
“그렇겠지. 잘 부탁해.”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한 가지 확실히 해두고 갈 게 있습니다.”
“응?”
사공린은 슬며시 아수라나 다른 동료들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들 또한 일사불란하게 저나 백웅의 명에 따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거야 물론….”
그러자 그 때까지 가만히 있던 아수라가 고개를 저었다.
“약속할 수 없다!”
나는 아수라를 황당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아니 이봐. 여기까지 와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지금 이것저것 따질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고!”
“아니. 그래도 따져야 한다.”
“무슨….”
“백웅 네가 죽으면 끝이기에 어쩔수없이 사공린에게 우리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지만, 우리는 아직 사공린에 대한 의심을 푼 게 아니다. 그녀가 합리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척 우리 모두를 함정에 몰아넣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
“강제로 사공린의 명령을 들으라고 한다면…. 미안하지만 한동안은 백웅 네게도 협력해줄 수 없겠다.”
아수라의 말은 굉장히 단호했기에 나는 골치아픔을 느꼈다. 아수라가 그저 개인적인 불호 감정 때문에 사공린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수라에게 말했다.
“아수라! 사공린을 믿어줘. 그녀가 이번 싸움에서 배신하려고 했다면 기회는 차고넘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끝까지 같이 탑의 시련을 통과한 거잖아!”
“그게 황제가 인과율을 읽은 결과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만 년 전부터 기회를 노리고 있던 괴물 같은 존재가 어떤 책략을 꾸밀지는 예측할 수 없다.”
“…제길, 그만 좀 해!”
말이야 맞지만, 그렇다 해도 이제 와서 동료끼리 균열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가 없다고! 나는 아수라에게 말했다.
“정 그렇다면 사공린을 믿지 말고 나를 믿어!”
“그게 어떻게 말이 되나?”
“배신당한다면 다 내 책임이란 말이지! 더 이상은 동료를 의심하고 싶지 않다!”
“…….”
아수라는 눈을 감은 채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네 신뢰를 신뢰하마.”
“고마워.”
그리고 잠시 후 아수라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동료들도 모두 확신을 받게 되었다. 이것으로 거대한 연합체 세력이 결성된 셈이었고, 인간계에 전무후무한 위력을 떨칠 수 있게 되리라.
“미호. 그럼 다시 볼 때까지 잘 지내.”
미호는 여와의 후계자로 인정받았기에 복희와 여와가 머무는 비차원으로 가서 여와의 신격을 계승받는 수련을 하게 된다고 한다. 미호가 미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면목이 없구나. 나를 위해서 탑의 시련에 도전해 주었는데 정작 인과율 때문에 직접 너를 돕기 힘든 처지라니.”
“달기는 아직도 내면에서 날뛰는 중이야?”
“아니. 그리고 복희 님과 여와 님이 내게 음양의 비술을 시전하여 나와 달기를 완전히 합일시켜주실 것이다.”
“잘 되길 바랄게.”
미호가 눈물이 나는지 약간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너무 고맙구나. 반드시… 네가 필요로 할 때 목숨걸고 돕겠다, 백웅.”
미호와의 대화가 끝나자 검마가 내게 말했다.
“백웅. 나와 탐사대들은 좀 더 천계에 있다 가겠네.”
“수련 때문입니까?”
“그렇네.”
검마가 말을 이었다.
“탐사대의 무인들은 수백여 년 동안 갈고 닦여 절대지경의 역량을 지니고 있으나 다가올 말세에서 이 정도 힘은 아무짝에도 소용없지. 우리는 탑의 시련을 통과하며 그 누구보다 절실하게 그 사실을 느꼈네. 우리는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어.”
“장삼봉 진인의 신역 무쌍패에서 단서를 얻으려는 거군요.”
“솔직히 너무 어려운 수련이라 종말 전에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약속하지.”
검마의 손이 내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검마는 형형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 때 보았던 미래 같은 건 오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강해질 것을!!”
“…….”
미래.
그건 아마도 검령으로 보았던 끔찍한 미래를 말하는 것이리라.
나는 검마의 결의에 마주 손을 강하게 잡으며 대답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음, 그런 김에 부탁 하나만 하겠네.”
“부탁이요?”
“혜아의 봉인을 이제 풀어주게. 그 아이가 남겨진 시간이라도 자네의 얼굴을 직접 보았으면 하는군….”
“…물론입니다. 그러겠습니다.”
파앗!
우리는 이윽고 구천현녀의 도움을 받아 지상계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대웅제국의 황궁으로 갔고, 사공린이 말했다.
“백웅. 당신이 만들어둔 경로를 따라 서방세력과 접촉하여 전세계를 통일하겠습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고, 대결계의 정보를 수집하는데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으음. 난 서문혜를 깨우러 가겠어.”
검마의 부탁부터 들어주는 게 우선이다. 나는 서문혜가 갇혀있는 만년빙벽 앞에 갔다. 나와 동행한 천우진이 내게 말했다.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서문혜의 신력에 상응하는 강대한 힘이 있어야 이 봉인을 풀 수 있다. 전에 말했던 대로 그 방법은 네가 흑웅을 부활시켜서 흑웅이 부활할 때의 강력한 파장을 이용해서 서문혜에게 음신지력을 불어넣는 거지.”
“아, 기억났어.”
분명히 그렇게 하려다가 사이탄의 언령을 받아서 수련했고 당장은 안될 것 같아서 상당한 기간을 두고 수련하는 걸 전제로 그만뒀었다. 그때 이후로 갑작스럽게 산하사직도의 수련, 미호의 강림, 요괴왕과의 전투, 천계 시련의 도전 같은 일이 덮쳐오는 바람에 변변히 수련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폐관수련해서 사이탄의 언령을 이용해 신력을 모아서 흑웅을 부활시켜야 하는 건가?”
“그렇기는 한데…. 네놈 상태를 모르니까.”
천우진이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옆에 함께 와 있던 제갈량이 말했다.
“백웅 너는 현재 전륜성왕의 힘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나 옥황상제로 임명받으면서 그 직위에 상응하는 권능을 부여받았다. 그 권능 덕에 신력이 크게 향상되어 있을 텐데 현재 자기 상태를 모르는가?”
“내가 가진 신력을 점검해보라는 이야기지?”
“그래. 너 스스로가 사이탄의 언령을 외우면서 흑웅부활을 염원하다보면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해 보겠어!”
우웅
나는 [사이탄의 언령]을 외우면서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사이탄은 아마테라스와 공멸해서 소멸되었지만 나와 그는 선악과를 찾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선악과를 찾기 전까지는 언령의 효과가 지속적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강대한 언령에 의해 내면의 신력이 빠르게 억제되며 하나의 큰 길을 만들어내는 게 내면에서 느껴졌다.
우우우우….
‘음… 너무 방대하군….’
나는 침음성을 흘리며 약 한 식경 후 정신집중을 끝마쳤다. 그리고는 말했다.
“미치겠군. 어째서 마지막으로 수련했을 때보다 훨씬 더 신력의 양이 방대해진 거지?”
예전에 마지막에 사이탄의 언령을 수련했을 때는 폐관수련을 빡세게 하면 언젠가 통제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3할 정도의 진척을 보이면서 시간을 들이면 차분하게 모든 신력을 얻으리라는 확신!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신력의 총량은 그때보다 더욱 방대해져서 최소한 4배 이상으로 느껴졌다. 흑웅이 부활하는 건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자 인간의 몸으로 현현한 제갈량이 침음성을 흘렸다.
“음….”
“제갈량. 뭔가 짚이는 게 있어?”
“짚이는 거고 뭐고 너는 옥황상제이자 전륜성왕이다. 옥황상제는 실시간으로 천계에 존재하는 거대한 힘의 고리에서 힘을 공급받으며, 또한 네가 전륜성왕의 권능을 발휘했던 여파로 신력이 추가로 쌓였을 것이다. 당연히 그때 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필멸자의 수준은 한참 넘어서 있겠지.”
“……!!”
“좀 더 쉽게 말해줄까? 굳이 신력수련을 할 것도 없이 너는 이미 신(神)의 반열이다. 굳이 흑웅을 만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하, 하지만 삼황오제처럼 강력한 권능을 휘두를 수는 없는데? 이 신력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아.”
“그게 정말 이상한 거긴 하군. 보통 너 정도로 신력이 쌓이면 알아서 필멸자의 육신이 신화(神化)하여 초월체로 변모하게 되어있다. 위대한 힘이 계속 적층되는데 어찌 하찮은 육체에 머문다는 말인가? 아니, 그랬어야 정상이야. 그런데 어째서인지 인간의 육신에 고정되어 있다니….”
제갈량은 복잡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볼 때는 내 상태가 완전히 불가해한 것인 모양이었다.
옆에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백웅, 그럼 옥황의에 신력을 주입시켜봐라. 짚이는 게 있다.”
“이렇게?”
우우우우!!
“허엇!”
그 순간 옥황의가 형형색색의 영기를 내뿜으며 내 신력을 받아서 일렁이는 듯 했다. 천우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역시 그렇군.”
“뭐가?”
“옥황상제의 본래 정체가 삼황오제 요순이라는 걸 생각하면 그가 화신에게 입게 하는 옥황의에는 당연히 거대한 신력을 다루는 기능이 있겠지. 너는 옥황의를 입은 순간부터 강대한 신성제어력을 얻은 거다.”
“……!!”
“시험 삼아서 술법도 몇 개 써 봐라.”
파바바밧
나는 이윽고 지선 망량의 기억에 있던 술법 중 몇 개를 외워서 시전해 보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통제불가능하던 강대한 신력들이 먼저 옥황의에 들어간 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술법을 시전시킬 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신력을 요력처럼 움직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오오!! 이제 나도 술법사인 건가!”
“…술법사보다 몇 단계 위의 존재이지. 이리 되면 달리 말하자면 굳이 흑웅의 부활은 절실하지 않다는 뜻이겠군.”
“흠. 그럼 흑웅을 부활시키려 수련할 필요가 없다는 거냐?”
“아니, 그렇진 않지. 절실하지 않을 뿐 필요하다. 왜냐하면 옥황의의 신력제어력은 흑웅보단 낮을 수밖에 없으니까.”
“응? 왜 그렇지?”
“아무리 삼황오제의 화신용으로 제작되었다 해도 화신이 제어할 수 있는 신력에는 제한이 있고, 또한 너무 강대한 기물을 지상에 놔두면 좋을 것이 없기에 옥황의에는 성능한계가 존재할 거다. 그러나 너는 언젠가 전륜성왕의 힘도 되찾을 것이므로 흑웅은 부활시켜야만 하겠지. 각성조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흑웅의 힘도 더 강력해질 테니까.”
“그렇군.”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옥황의를 이용해서 신력통제력은 얻었지만 흑웅에 비하면 적은 편이란 거군.’
하지만 이 정도의 힘만으로도 종말이 다가오기 전까지 충분히 써먹을 수 있으리라.
이윽고 천우진이 말했다.
“그럼 음신지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옥황의에 넣은 후 만년빙벽에 충돌시켜라. 그렇게 하면 서문혜를 잠에서 깨울 수 있을 거다.”
“해 보지!”
우우우웅
나는 옥황의에 가득 힘을 주입한 후 내 몸이 칠채로 넘실거리자 만년빙벽에 쌍장을 갖다대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염원하며 외쳤다.
“서문혜!! 일어나시오!!”
우우우우 -
쩌저적!!
잠시 후 절대 깨어지지 않을 것 같던 만년빙벽이 깨어지며 거미줄 같은 금이 쩌적거리며 갈라졌다. 나는 핏줄이 벌떡거리며 서는 느낌 때문에 피부가 땡겼지만 끝까지 참아내면서 쌍장에 기운을 집중했다.
우우우우!!
콰칭!
“깨졌다!!”
잠시 후 빙벽의 일각이 크게 무너졌고 거미줄같은 금을 따라서 빙벽의 편린이 조각나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문혜가 묻혀있던 빙벽까지 바람과 함께 날아갔고, 이윽고 서문혜의 피부가 현실의 공기에 맞닿이는 게 보였다.
스으윽
서문혜는 빙벽이 깨진 후에도 한동안 허공에 떠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눈을 떠서 나를 보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웅?”
“살아났구려!”
“아… 아아….”
그녀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지 울컥하고 눈물이 솟은 표정을 지었고 잠시 후 내게 와락 달려들어서 안겼다.
“백웅!!”
나는 서문혜의 어깨를 안아주며 한동안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매듭] 이전의 일에 대해 담았던 흑요석을 그녀에게 전해주어서 기억을 공유했고, 남은 부분은 말으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서문혜는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매듭]이라니…. 그건 불길한 게 아닌지요.”
“어쩔 수 없었소. 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천계의 탑을 뚫기는커녕 항우에게 죽어서 다음 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을 거요.”
“어찌되었든 무사히 귀환하신 걸 축하드려요. 정말… 모두를 구해주시려 하는군요.”
“별 말을 다 하는구려. 나야말로 그대가 수백 년간 고생한 것에 충분한 보답을 주지 못해 미안하오….”
“…….”
“괜찮다면 그 동안 만년빙벽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소? 어느 날 갑자기 그대가 스스로를 가두었기에 나머지 동료들은 그 이유를 추측만 했을 뿐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오.”
그렇다. 나치와의 전쟁 이후 서문혜가 선조회귀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년빙벽을 생성하며 자발적으로 봉인된 것이다. 이유야 다들 짐작했지만 다른 술법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기에 그녀의 상황을 다들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러자 서문혜가 말했다.
“나치와의 전쟁에서 사도 할치올레이푸라와의 격전에서는 힘을 남기지 못하고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만큼 선조회귀의 반동이 찾아왔고 그대로라면 새로운 거신족으로 각성할 것 같았죠. 그걸 버티다 못해 자기자신을 봉인하기로 마음먹었던 거예요.”
“그런가…. 또 다른 이유는 없소?”
“없어요. 다만….”
서문혜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백웅…. 사실 깨어난 직후부터 또다시 [부름]이 들리고 있어요.”
“뭐라고!”
나는 천우진을 홱하고 돌아보았다.
“야! 음신지력으로 깨우면 선조회귀는 더 안 일어날 거라면서!”
그러자 천우진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말했잖나! 흑웅이 아니라 옥황의의 힘을 빌렸기 때문에 니 음신지력을 완벽하게 싣지 못한 거라고. 당연히 그녀 내면의 태극조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 거신족 혈맥의 영향력은 남아있을 수밖에.”
“윽, 제기랄….”
내가 머리를 벅벅 긁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제갈량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문혜를 바라보았다.
“말하고 싶은 게 있나보군. 혹시 삼황 신농이 그대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이야기를 하고싶나?”
“……!!”
그 말에 서문혜가 벼락맞은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아요. 대단한 지혜를 갖고계신 분이군요….”
제갈무후니까 당연히 지혜롭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서문혜에게 말했다.
“서문혜. 신농이 말을 걸어온다고? 설마 당신을 거신족으로 끌어들이려고 강제로….”
“아뇨. 봉인되기 전엔 그런 얘기였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서문혜가 차가운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나는 눈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백웅. 신농이 저에게 말하길…. 당신을 지금 만나고 싶어 해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신농이….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겠어.”
옆에서도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듯 아무런 딴지를 걸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가 생각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삼황의 일인인 신농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럼 제 손을 잡아 주세요.”
후와아앗
서문혜의 손을 잡는 순간, 신령스러운 영기가 확 퍼져 나오더니 나와 서문혜를 감싸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서문혜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영기 때문에 치솟으며 그녀의 새하얀 눈동자에서 빛이 어렸다.
[거신족의 궁궐로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