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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66화 (1,16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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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제갈량의 말에 나는 사대신수 영귀를 부르는 방법을 알기 위해 구천현녀에게 찾아갔다. 지금 내가 옥황상제의 직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술법을 알지는 못하기에 천계에서 가장 술법에 정통한 구천현녀의 도움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구천현녀는 내가 찾아가자 다소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망량은 소멸했군요…]

아마 구천현녀는 망량의 계획을 거의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망량의 계획은 처음부터 구천현녀의 도움 없이는 성립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실제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해.‘

나는 구천현녀에게도 묻고싶은 게 산더미같았지만 지금은 당장 내가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했기에 애써 그런 마음을 묻었다. 그리고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구천현녀여. 나는 전륜성왕이 되어 죽음의 운명을 극복했다 생각하오. 그러나 확실히 하기 위해 영귀를 소환하여 그에게 점을 치려하는데 방법을 알려 주시오.”

[옥황상제의 옥좌로 가서 앉으시면 됩니다.]

“옥좌로?”

내 반문에 구천현녀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 옥좌는 천계 지배자의 권위를 극대화시켜주는 삼황오제 요순의 유물. 거기에 앉으면 영귀를 부를 수 있는 호응의 통로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따로 주문이 필요하지 않소?”

[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소환요청에 영귀가 응하냐는 것이겠지요.]

“…알았소.”

파앗

나는 옥좌의 조작법을 구천현녀에게 들은 후, 곧장 옥황상제의 옥좌로 가서 털썩하고 앉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앉아있자, 내 눈 앞의 시야가 서서히 다르게 변하더니 이윽고 사방에 셀 수 없는 문자가 떠올라서 윙윙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문자가 굉장히 이질적으로 보였다.

‘이건 뭐지? 지상에서는 본 적 없는 글자… 근데 어디서 본 것 같군. 키릴문자? 아닌데…’

단순히 외계문자라고 치부하기에는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글자다. 나는 이게 어디서 본 것인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어디서 봤는데 이게 뭐지.‘

우웅!

“윽.“

나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알 것 같았지만 옥좌에서 지속적으로 뇌를 뒤흔드는 듯한 공명이 퍼져 나와서 머리가 아팠다.

‘영력의 소모가 엄청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영력이 크게 빨려나가는 느낌이다. 어지간한 신선은 이 옥좌에 잠깐만 앉아있어도 기가 다 빨려서 거죽만 남으리라 생각될 정도! 강력한 권능을 시전하는 매개체인 만큼 강대한 소모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나는 시간낭비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구천현녀가 알려준 방법대로 영귀와 통하는 소환인(召還印)을 떠올려서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키링

옥음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잠시 후 머나먼 곳에서 파장이 울려서 내게 날아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파장에는 아무런 소리도 반향도 없었으나, 나는 파장이 내게 도착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영귀가 옥황상제의 소환에 응했다는 사실을.

우우우우!!

잠시 후 영귀의 인간형 모습이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예전과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 영귀는 내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백웅이여. 과연 그대는 정해진 운명을 뛰어넘어버린 것입니까… 설마 천계와 명계를 모두 지배하는 자가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으음.”

“나를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복잡한 눈으로 영귀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영귀여.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본디 나는 오늘 죽게끔 예언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법. 하지만 나는 명계의 전륜성왕이 됨으로써 죽음이 무용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

“과연 그 예언이 우주의 명운을 읽은 예언이었다 하더라도 전륜성왕을 죽일 수 있겠습니까? 그걸 확인하려 그대를 불렀습니다.”

영귀는 내 말에 침묵한 채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점을 쳐드리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쪽으로…”

스윽

“사대신수 영귀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종말의 미래여… 백웅의 인과율에 빌어 그 모습을 드러낼 지어다.”

영귀는 예전에 점을 쳤을 때처럼 탁자를 소환한 후 산통을 크게 탁자 위에 내려쳤다.

투웅

산통을 들어올려서 크게 바닥을 치자 예전과는 조금 다른 식이었다. 산통에서 막대기는 한 개도 튕겨나가지 않았고, 그 광경을 본 영귀는 낯빛이 크게 바뀌었다. 그리고는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이… 이럴수가…”

“다시 한 번 치면 될 거 같군요. 치고 나서 내가 산통을 치면 되는 거죠?”

“그 손 치우지 못할까!“

타앗

내가 산통에 손을 뻗자 대갈성을 터뜨리며 내 손을 멀리 뿌리친 영귀였다.

“……“

아니 이 거북이는 또 왜 이러는 거야… 민망하게시리.

“이, 이것은 무무(無無)의 패(卦)!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가…”

“내가 산통 안 쳐도 됩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산통이 깨진 것과 다름이 없으니.”

“……?“

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귀에게 말했다.

“저, 사실 예전에 받은 점괘는 대흉(大凶)이었습니다만… 대흉보다 더 안 좋은 대대흉같은 겁니까?“

“아닙니다. 이 점괘는 이론상 존재하나 제가 점을 치면서 그 누구에게도 볼 수 없었던 점괘로써 생애 처음으로 보는 점괘. 이는 길(吉)도 흉(凶)도 아닌 절대적인 무(無)를 의미합니다.”

“없다?”

“그렇습니다.”

나는 영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없다는 게 뭔 뜻입니까. 점이라면 뭔가 미래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고 얘기를 해줘야…”

“무무의 괘란 점술사에 있어서 최종의 괘이자 점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괘입니다. 절대적 중립과 절대적 혼돈을 의미하는 꽤! 이것은 바로… 우주가 그대를 포기했다는 걸 의미합니다.”

“ 네?”

뭐라고?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반문했으나 영귀의 말이 이어졌다.

“대우주의 의지조차 그대의 운명이 거대한 틀에서 벗어나서 무한의 혼돈에 이르렀음을 자인한 셈입니다. 그 어떤 존재도 이제 그대의 운명을 읽거나 판단하거나 간섭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그 말에 히죽 웃었다.

“그거 참 좋은 거 아닙니까? 대흉같은 점괘가 내게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하잖습니까.”

“그리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 괘는 최종의 괘이기 때문입니다.”

영귀는 살짝 어두워진 얼굴으로 말했다.

“그 어떤 예언이나 예지, 가호도 그대에게 통하지 않게 되었으니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그대가 움직일 때마다 우주가 요동치니 인과율에 예민한 자들은 그대의 영향을 몇 배나 크게 받을 것입니다.”

“응? 그 말은…”

“그대의 적대세력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

“허나… 천계와 명계의 힘을 동시에 손에 넣은 그대에게 그런 게 딱히 의미는 없을지도.”

묘한 미소를 지은 영귀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초부터 점술사를 계속해 왔으나 이제 폐업하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해야겠군요.”

“폐업?! 점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된 겁니까?”

“그렇습니다. 무무의 괘를 보는 순간 점술사는 지니고 있는 능력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지요.”

“어째서 그런…”

“절대적인 혼돈… 모든 인과율을 무용(無用)으로 만드는 무한의 혼돈이 증명되어버린 이상 불확실한 혼돈에 의존하는 점괘 따위는 소멸할 수밖에요.”

“……“

“그럼 이만…. 부디 좋은 결과 얻으시길.”

파앗

영귀가 사라졌다. 나는 그가 사라지자 옥좌에 턱을 괴고 생각했다.

‘…아무튼 한숨은 돌렸군. 저 말 대로라면 나는 죽지 않아.’

굳이 전륜성왕의 권능을 쓸 필요도 없이 싱겁게 일이 해결되어버린 셈이다. 하지만 과연 무무의 괘라는 게 내게 좋게만 작용하는 것일까? 절대적인 무이자 중립이라는 점괘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최악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곧장 손을 휘둘렀다.

파앗!

“흠!”

“이건…?”

그러자 섬광과 함께 천계의 탑에 있던 모든 동료들이 옥황상제의 어전에 소환되었다. 그들은 모두 놀란 듯 했는데, 이건 옥황상제가 옥좌에 앉았을 때 쓸 수 있는 고유한 권능이었다.

옥황상제는 천계 내에 있는 그 어떤 존재라 해도 즉시 옥좌 앞으로 소환할 수 있다!

이것이 천계 지배자의 권위!

‘제법 편리한데.’

나는 모인 동료들에게 내가 겪은 일, 그리고 이제부터 죽음의 운명은 통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제갈량이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한의 혼돈이라. 어쩌면 그건 천암비서의 영향일지도…”

“뭐?”

“굉장히 수상하다.”

그러더니 제갈량이 잠시 후 말했다.

“복희를 다시 만나러 가자. 단, 이번엔 내가 너와 동행하겠다.”

우웅!

나는 옥좌의 권능을 발동해서 복희를 소환하는 인을 떠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인이 역으로 뒤집혀 버렸고, 내가 어리둥절해서 그 인을 바라보자 제갈량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소환이 아니라 역소환 제안이 온 것이다. 건방지게 옥황상제가 복희를 소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아.”

“승인해.”

파앗

잠시 후 나는 제갈량과 함께 복희의 은거지로 갔다. 복희는 아까와 같이 육각정자에 담뱃대를 기울인 채 앉아 있었고 그 표정에는 여전히 권태가 서려 있었다. 복희가 말했다.

“이제 삼계의 지배자로 살아갈 준비는 다 되었나, 백웅?”

“그, 그게 좀 갑작스럽긴 해서… 죽음에 대한 것도 어물쩡 넘어갔고.”

“별 일 없을 거다. 아니, 도리어 네가 죽으면 명계가 재밌겠지.”

“네?”

“후후.”

복희가 웃는 듯 했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 따라온 제갈량이 복희에게 말했다.

“복희님. 백웅에게 하실 말이 있으실 겁니다.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왔습니다.”

“똑똑한 자가 있으니 편하군.”

복희가 이윽고 나를 보며 말했다.

“백웅.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계책은 바로 자네가 만신전으로 가서 황제 공손헌원 앞에서 반고소환을 시전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나?”

“…네? 반고소환이요?”

“자네가 산하사직도에서 보았던 바로 그것… 오로지 창세신 반고의 적자인 나와 여와만이 쓸 수 있는 권능일세.”

“아… 알고는 있습니다만 왜 그게 최선의 계책이 되는지요.”

“조금 사전설명이 필요하겠군. 여러가지로 일이 꼬였다만, 자네에게 있어서 이번 생에서 최고의 결과란 무엇인가?”

나는 그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 종말과 계시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또 황제 공손헌원도 물리치고, 또 다른 동료들이 남긴 것도 얻어내고, 또 신역절기의 무인들이 정말 나타나는지도 봐야하고…”

이렇게 보니까 정말 해야할 게 너무 많은데…!!

내가 말하면서 약간 질린 표정을 짓자 복희가 빙긋 웃었다.

“그렇지. 해야할 일이 많아. 그러나 그 결과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네.”

“그게 무엇입니까?”

“바로… 1년 후에 화신 태하천존을 이용해 부활하려는 [기어오는 혼돈]을 제지하는 것이지. 그 자가 부활하면 자네가 방금 전 말했던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되니까.”

“……“

“그 자가 부활하는 순간 세상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멸망할지도 몰라.”

아 그렇지…

“달리 말하자면, 자네는 최대한 혼돈스럽고 자극적인 행동을 하여 그 자의 관심을 끌어야 해. 그리고 기대감을 주어서 그 자가 얌전히 종말까지 가만히 있도록 해야하는 것일세. 그게 바로 기본전략이야.”

“…그 관심을 끄는 행동이 바로 반고소환이란 말입니까?”

내가 설마해서 반문하자 복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이성적인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깽판이자 재미있는 사건일세.”

“아.”

“철저한 약자인 자네가 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황제 공손헌원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혀서 봉인에 가깝게 몰아가는 것보다 극적인 상황이 있겠나? 우리는 그걸 위해서 자네에게 반고소환의 권능을 부여한 것일세.”

“하지만 지금 상태로 만신전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입니다. 공손헌원을 대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렇지. 나중에 전륜성왕의 힘을 다 회복하고 옥황상제의 권능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된다면 입구 정도는 뚫을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내에 뭔가 하지 않으면 세상이 망해버린다네.”

“……“

“최선의 전략인 반고소환을 쓸 여유가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게… 뭘 해야하지?

내가 멍하니 있자 제갈량이 갑자기 백우선으로 내 머리를 탁 치더니 말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너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으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설득.”

제갈량이 영 탐탁치 않은,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태허천존을 찾아내서 놈을 설득하는 거다. 네가 최선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이지. 그렇게 함으로써 이후에 있을 모든 사건의 유예를 벌어놓는 게 가능하겠지.”

“그게 가능할까?”

“사실 그걸 알아보러 내가 같이 온 거다. 흑요석의 술법이 사용불가인 상황이니 네게 듣는 것만으로는 복희 님의 의견을 제대로 알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제갈량이 복희를 쳐다보자, 복희가 말했다.

“화신으로 각성한 태허천존은 그 어떠한 권능으로도 찾아낼 수 없다. 나와 여와 또한 그 자를 찾아보려 했으나 불가능했지. 옥황상제와 전륜성왕의 힘으로도 힘들 가능성이 높다.”

“역시 그렇군요.”

“사실 이 시점에서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 자칫 잘못했다가는 백 개의 계책이 허사가 되고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릴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어떻게든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복희는 나를 응시했다.

“전생자 백웅이여. 그대는 하고싶은 대로 하라. 무무의 괘란 그런 뜻이다.”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요?”

“여기서부터는 우리들 책사의 영역이 아니다. 그저 그대의 직감과 생각대로 행동하여 [기어오는 혼돈]을 자극해 보라. 그대는 무한한 혼돈 그 자체, 인과율에서도 포기해버린 무언가를 지니고 있기에 어쩌면 외신에게도…”

“……“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태허천존을 찾아서 설득해야 하는데 그 놈은 어디있는지 우주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럼 나는 뭘 해야 태하천존을 찾을 수 있지?

어떤 권능도 통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을 비우자. 차라리 우둔한 자가 되자…

“……“

어?

그렇게 해도 될라나?

‘엄청 바보같은 생각같은데…‘

뭐 그래도 내 맘대로 해도 괜찮댔으니까 되겠지?

나는 입을 열었다.

“…일단 미호가 여와의 정식후계자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어. 그것부터 확실하게 하고.”

“그건 너희가 탑을 공략했을 때 이미 이뤄졌던 일이다. 미호는 이제 여와의 후계자다.”

“그럼 됐어.”

“뭔가 생각이 난 거냐?”

“응. 뭐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을 거 같아.”

이어진 내 말에 복희와 제갈량이 경악했다.

“야 태허천존!! 이리 와서 나랑 술이나 한 잔 하자!!”

“……?!”

이렇게 된 이상 알아서 와 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잖아!

하는 김에 이유까지 달아서 말하지 뭐!

“태허천존 안 들리냐? 내가 옥황상제 전륜성왕이 된 걸 축하해달라고!”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복희가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제갈량은 진심으로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장난하느냐? 그런다고 올 리가 있겠어!”

우우우우

그 때였다.

갑자기 육각정자의 내 맞은편에 시꺼먼 어둠의 옷을 입은 한 명의 신선이 나타났다. 그 모습은 내게 무척 익숙한 것이었고, 그 자를 보는 순간 복희와 제갈량은 크게 경계하는 기색을 띄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친숙한 얼굴이긴 한데 왠지 수많은, 말도 안 될 정도로 무수한 가면으로 뒤덮여서 잘 인식이 되지 않는 느낌이다.

뭐 그렇긴 하지만 나한테는 왠지 맨얼굴이 잘 보인다. 왜 가면을 저렇게 많이 썼나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기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놈.‘

하지만 나는 왠지 이럴 것 같다는 정체모를 예감이 들었기 때문일까? 아무렇지 않게 씩 웃으며 말했다.

“술상은 네가 차려라. 내가 축하받는 자리니까.”

사실 옥황상제라지만 술상을 소환하는 술법은 아직 모른다. 맞은편에 나타난 흑의의 신선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마주 씨익 웃는 듯 했다.

“좋아…”

퍼엉

육각정자의 한가운데에 조촐한 술상이 차려졌고, 나는 그 술상에 흑의의 신선과 마주앉았다. 흑의의 신선은 술병을 들더니 빙긋 웃었다.

“한 잔 받으시오, 옥황상제.”

태허천존이 나타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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