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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염라대왕의 말에 크게 놀랐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그 말은 신살(神殺)이 가능하다는 말이오?”
신살!
지금까지 내 대부분의 여정은 그걸 이루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어왔던 게 아니었던가! 그러자 내 말에 염라대왕이 차분히 대답했다.
[그렇소. 아무래도 지금의 성왕께선 아직 계승이 완전히 이뤄진 게 아닌 모양이구려.]
“강대한 신이라 해도 죽일 수 있단 말이오?”
[그리 편리하진 않소. 그게 되었다면 황제 공손헌원에게 전륜성왕께서 패배했을 리는 없지. 우주에서 손꼽히는 절대적 강자들은 생사부로 바로 죽일 순 없소.]
“음.”
[진정한 생사부라고 해도 전륜성왕의 힘을 넘어서는 존재를 강제로 죽음에 빠뜨릴 순 없소. 하지만….]
염라대왕의 설명이 이어졌다.
[본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신성에게 강제로 죽음의 운명을 부여할 수 있게 되오. 또한 설령 전륜성왕보다 강력한 신이라서 생사부에 일격에 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자에게 죽음의 표식이 찍히게 되는 건 결코 피할 수 없소.]
“죽음의 표식?”
[죽음이라는 개념을 강제로 만들어내는 표식이오. 당한 자는 진정한 소멸에 이르게 될 확률이 극단적으로 높아지지. 그 표식은 우주가 멸망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소.]
염라대왕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시범을 보여주어야겠구려. 생사부를 이리 주시오.]
스윽
나는 염라대왕이 내민 손으로 생사부를 도로 넘겨주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손에 시뻘건 판관필을 한 자루 소환하더니 말했다.
[죽이고 싶은 존재가 있소? 신이든 인간이든 상관치 말고 말해 보시오.]
“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은천.”
그러자 염라대왕이 슥슥 하은천이라는 이름을 쓰고는 말했다.
[하은천, 죽어라.]
우우웅!!
그 순간 생사부 바로 앞에 개탈을 쓴 환영이 소환되더니 천천히 앞으로 쓰러져서 엎어져 죽는 모습이 보였다. 개탈을 쓴 놈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뭔가 중얼거렸다.
[아니…. 신단수의 가호를 뚫는 저주라니…. 큭.]
풀썩
그리고 엎어져 죽은 십이율주 하은천의 영혼이 생사부를 향해 빨려들어오는 게 보였다.
나는 그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냈다!”
저 개새끼를 드디어 잡아족쳤다!
십이율주 이놈!
슈욱
그런데 염라대왕이 생사부를 팔랑거리며 넘기다가 이윽고 말했다.
[이건 뭐지? 이건 원본이 아니오.]
“……?”
엥?
나는 나도 모르게 염라대왕에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요? 십이율주의 이름을 적어서 생사부로 죽였을 터….”
[이건 복제된 영혼. 원본이 아니오. 최상위 문명의 기술을 지닌 자들이 종종 이런 술수를 쓰곤 했는데 심상치 않은 사연이 있는 자로군.]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설명을 좀 해 주시오.”
[보시오.]
스스슥
내 물음에 염라대왕이 다시 한 번 판관필로 생사부에 하은천이라는 이름을 또 한 번 적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개탈을 쓴 환영이 소환되더니, 이번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몸을 부들거리다가 엎어져 죽었다.
슈욱
다시 한 번 개탈의 영혼이 흡수되는 걸 보고 내가 멍한 표정을 짓자 염라대왕이 말했다.
[이 우주에는 수많은 필멸자와 문명이 존재하오. 그리고 문명이 발전하면 육체와 영혼을 복제하여 복제인간을 만드는 기술이 출현하기 마련. 물론 생사부는 그런 복제인간 정도는 한번에 모조리 잡아서 영혼을 가져올 수 있소. 알량한 과학의 힘으로는 명왕의 권능을 이겨낼 수 없으니.]
“그런데 왜….”
[허나 이 기술은 복제인간의 기술을 훨씬 넘어선 우주 최상위 문명의 기술, [열매]라고 하오.]
“열매?”
내 반문에 염라대왕이 말을 이었다.
[세계수(世界樹)를 이용하여 영혼과 육체를 세계수에 동기화시키는 것이오. 이렇게 되면 단순한 복제인간이 아니며 하나하나가 진짜이며 동시에 거짓이 되오. 왜냐하면 세계수의 열매가 되었기에.]
“……!!”
[이 단계에 도달한 문명은 죽음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으며 세계수를 멸하기 전에는 열매가 된 존재를 명계에서 건드리기 힘들어지는 것이오. 그들의 문명은 초월자로 분류되며 우리의 취급을 벗어나게 되오.]
“세계수를….”
[그러나 세계수를 얻는 것조차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련이며, 그 세계수를 연구하여 소멸의 운명을 피한 문명은 아무리 많다 하여도 세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인간의 문명은 절대 그 수준에 도달할 수가 없소.]
“…….”
[하은천 이 자는 정말로 인간이오?]
나는 염라대왕의 설명에 십이율주가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닐지도, 모르오.”
내 경험에 따르면 십이율주는 염라대왕이 말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내가 태허포에 당해서 다중우주로 갔을 때…. 파우스트 박사는 세계수를 이용하여 우주의 비어있는 공간에 테라포밍을 시도하여 생존공간을 만들어냈다. 즉 파우스트의 과학기술력을 이용해서 세계수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는 거야.’
아마도 그건 파우스트만의 힘이 아닐 것이다.
인류 최후의 강인공지능이자 만들어진 신(Deus Ex Machina), 메피스토펠레스!
특이점을 초월한 강인공지능으로서 [옛 지배자]의 경지에 도달한 그 어마어마한 존재가 막대한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세계수를 다루는 데 성공했기에 가능한 신기(神技)!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을 받아서 세계수를 다루는 데 성공했다면 당연히 직전에 [옛 지배자]와 맞서싸우는 인류 총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던 십이율주 또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리라.
또한 하은천은 이 세계에 도착해서 모종의 방법으로 세계수인 신단수를 손에 넣었고 수천 년 전부터 거기에 터를 잡아서 이용해오고 있었다. 당연히 뭔가의 방법으로 [열매]가 되는 기술을 써서 자기자신을 보호하는 게 가능했으리라. 직감이지만 놈은 세계수뿐만이 아니라 다른 과학기술도 동원하여 인위적인 불로불사를 영위하고 있으리라.
즉 - 십이율주 하은천은 인간의 모습을 한 과학적인 초월자!
설마했지만 그 놈이 진짜로 인간이 아니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내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자 염라대왕이 말했다.
[허나 없앨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오. 명계가 정상화되면 강력한 사신(死神)과 시왕(十王)이 직접 물질계로 가서 그 자의 본질을 죽음의 기운으로 가두어서 데려올 수 있을 것이오. 그것이 바로 저승사자가 존재하는 이유.]
“생사부만으로 없앨 수 없는 존재를 저승사자가 직접 데려온다는 말이오?”
[그렇소. 언뜻 그 자가 생사부로도 해치우기 힘든 난적같지만, 생사부에 당했으니 큰 피해를 입은 건 분명하오. 그 하찮은 자를 멸하는 건 문제가 아닐 것이오.]
나는 염라대왕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명계가 회복된다면 천계와 대등한 전력이 될 수 있다. 남은 종말의 시간동안 윤회의 힘을 이용해 명계의 힘을 회복시킬 수 있을 거야.’
어차피 생사부로 십이율주를 없앨 수 있는지 시험해본 것일 뿐 큰 의미는 없다. 나는 냉정함을 되찾은 후 염라대왕에게 말했다.
“고맙소. 이 생사부를 이용해 내 자신을 지킬 것이외다.”
[부디 성왕의 뜻대로 하소서.]
“그럼 당신도 본직으로 돌아가시오.”
[존명…..]
염라대왕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태초에 나와 그대는 근원을 공유하는 존재였소. 나 염라대왕은 그대의 명이 다하지 않는한 전륜성왕의 뜻에 따르게 될 것이오.]
파앗!
염라대왕의 모습이 사라졌다.
‘근원을 공유하는 존재?’
뭔가 의미가 있는 말 같아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염라대왕에게도 뭔가 비밀이 있다는 말일까.
나는 허공에서 아직도 수백억의 혼령들이 계속 물밀듯이 밀려오는 걸 보자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굉장히 많군….”
저기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이 성계에 포함된 필멸자들의 영혼이 모두 포함되어 있을 게 분명하다.
지금 내가 생사부를 이용해서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났다.
‘그러고보니 금성의 고대인들이 불사의 고리에 갇혀서 무한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지 않았던가?’
사공린이 나를 금성으로 데려가서 보여줬던 광경!
나는 그게 생각나자 생사부를 진정으로 써야할 곳이 어딘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망량의 지식에 따라 이마에 힘을 집중하자, 천천히 이마가 간지러워지면서 이마 한가운데에 삼안(三眼)이 생겨나는 걸 알 수 있었다.
고오오
이 삼안은 바로 명왕의 상징이며 전륜성왕이 지니고 있던 신체적 특징! 삼안을 이용하면 천지를 관조하여 죽음을 내릴 대상을 제자리에서 보는 게 가능했다. 삼안은 다른 안력과도 차별화되는 최상위 권능으로써 전시안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지잉
순식간에 내 인지력이 신의 경지로 솟구쳐 오른다. 나는 순식간에 이 명계를 뛰어넘어 지구로 시선을 옮길 수가 있었고, 그 지구에서 다시금 시선을 빠르게 상승시켜서 지구를 조그마한 구체처럼 작게 보일 정도로 시야를 넓혔다.
나는 나직이 언령을 외웠다.
“삼안이여, 금성의 가련한 고대인들을 관조할지어다!”
우우우우우
그 순간 내 시야에는 무한히 고통받으며 구조물과 동화한 채 금성의 협곡을 질주하는 고대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흰색 강처럼 보이는 그 모습은 수억 년째 반복되는 끔찍한 참극 그 자체였다.
‘으음…. 저 자들을 생사부에 다 적는 건 무리인데.’
권능을 이용해서 동시에 몇천 개의 이름을 생사부에 박아넣어서 승천시킬 순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나는 고민을 하던 중 간단한 해결방법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저주를 내린 놈들을 없애버리면 되겠군!”
나는 곧장 삼안의 언령을 시전했다.
“삼안이여, 저 저주를 내린 금성의 코토아마츠카미(別天津神)들을 보아라!”
우웅!
그 순간 시선이 넓혀지면서 금성에 유폐되어 있는 무수한 고대의 악신, 코토아마츠카미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스으으
코토아마츠카미들도 일단 신이기 때문일까? 개들 중 몇몇 강대한 신성이 내게로 시선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전륜성왕의 삼안이 자신들을 관찰하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리라.
쿠르르
코토아마츠카미들 중 가오리처럼 생긴 거대한 신성이 자신의 옆날개를 팔락거리며 시뻘건 눈을 희번득거리며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외쳤다.
[오오오…. 그대는 설마 명계의 지배자 전륜성왕…. 그대가 어찌 우리를 본단 말인가! 그대는 고대에 황제 공손헌원의 손에 소멸한 것이 아니었는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왠지 성왕의 권능을 이용해서 신어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러지 않자 가오리처럼 생긴 신이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겠지. 나는 아메노토코타치노카미. 위대한 전륜성왕이여, 금성에 유폐당한 불쌍한 우리를 구원해주시오! 그대라면 아마 가능할 터….]
그 순간이었다.
나는 내 내면에서 나이지만 내가 아닌 또 다른 ‘무언가’가 치솟아올라서 내 심상을 잠식하는 걸 느껴졌다. [힘] 그 자체가 인격이 되어서 내 몸의 지배권을 강탈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신어(神語)가 내뱉어졌다.
[원시(原始)에 태흉(太凶)으로 지음 받은 자들이여. 멸렬(蔑劣)하고 멸의(蔑義)한 그대들이 여태껏 연명하고 있음은 불의함이다.]
웅성웅성
몰려있던 코토아마츠카미들이 불안한 듯 몸을 떠는 게 보였다. 잠시 후 나는 삼안을 크게 뜨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나는 위대한 죽음을 모만(侮慢)하는 회사(回邪)를 징벌하나니 이를 정의라 함이다.]
파바바밧
언령이 외쳐진 순간 생사부에는 한 순간에 열 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수많은 이름들이 빼곡히 적혀버렸다. 하나하나의 이름은 모두 코토아마츠카미들의 진명이었다.
염라대왕과는 달리 판관필조차 필요하지 않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신의 영혼을 죽인다는 것은 [적는다]는 행위보다는 진명을 빼앗는 행위! 진명을 빼앗기며 죽음이 새겨지기에 죽는 것이기에 생사부 그 자체보다는 전륜성왕 고유의 권능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나]의 육체를 움직이는 전륜성왕의 눈이 빛났다.
생사부(生死簿)
전륜성왕이 명하나니
삿된 신은 곧 죽으리라(邪神卽殺)!
쿠오오오!!
아까 아메노토코타치노카미라고 스스로를 밝힌 신이 몸을 뒤틀었으나 그 자의 신체(神體)가 처절할 정도로 망가지며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오오…. 죽음은 본디 내게 존재치 않거늘…!!]
신의 육체에 스며드는 죽음의 힘 때문에 육체부터 붕괴하게 되고 결국 신성 그 자체가 부숴져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현상이었다.
[크아아아아!! 그냥 당하지는 않는다!!]
콰지직!!
코토아마츠카미들이 발악을 하듯 자신들의 힘을 모아서 시공간을 넘어오려는 기색이었고, 내 눈앞에 있던 공간이 유리처럼 쩌적거리며 깨지기 시작했다. 놈들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전륜성왕을 해치우는 게 유일한 방법이란 걸 알고 있는 것이었다.
후웅
[가소로운 놈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뻗은 손을 움켜잡았고, 그 움켜잡은 손에는 무언가가 딱딱하게 잡히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몸 안쪽으로 확 당기듯이 손을 거두자, 내 손에는 거대한 신의 영혼이 붙잡혀 있었다.
“……!!”
이럴 수가?!
나도 과거에 신의 영혼을 훔쳐본 적이 있기에 알고 있다. 신의 영혼은 너무나 거대해서 도저히 맨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달마의 권능으로 얻은 사도의 팔조차도 소모성으로 타들어갈 정도였는데, 전륜성왕의 권능은 신의 영혼을 아무렇지도 않게 원거리에서 강탈할 수 있는 듯 했다.
과연 죽음의 신에 어울리는 권능!
[크아아악….]
쿠궁
진명을 빼앗긴 존재는 죽게 된다.
설령 죽음이 존재하지 않았던 [신]이라 할지라도 강제로 죽음이 새겨지는 것!
전륜성왕이 직접 영혼을 거두자 코토아마츠카미들은 발버둥을 멈추고 차례차례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풍화되어서 순식간에 해골만이 남게 되었고, 죽음의 적막함이 금성을 휩쓸었다.
오오오오
생사부에 한가득 코토아마츠카미들의 영혼이 빨려들어왔다.
파지지직!
파지직!
무시무시한 신력이 감돌고 있는 생사부가 마치 터질듯이 빛을 내뿜자, [나]는 천천히 말했다.
[위대한 계승자 백웅이여. 생사부에 흡수된 신의 영혼을 이용하여 명계의 부활을 더 빨라지게 만들겠노라. 앞으로 한동안 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으리라.]
그리고 내 몸에 강림해 있던 위대한 존재의 의식이 점차 사라지며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잘 기억해 두어라. 황제 공손헌원에게는 아직도 내 표식이 남아있다는 것을….]
파앗
“…허억!!”
나는 육체의 통제권이 되돌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알아채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륜성왕…!!”
신적 존재인 전륜성왕의 의식이 한 순간 내 몸을 대신해서 조종했던 것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 존재가 나를 대신해서 생사부에 코토아마츠카미들을 봉인시켜 소멸시켜준 모양이었다.
나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망량…. 당신은 엄청난 걸 남겨주었구려.’
나는 이제서야 망량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륜성왕!
그 존재야말로 삼계의 한 축으로서 향후 황제 공손헌원과 대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망량이 원하는 것은 윤회의 부활을 통해 앞으로 강력해질 전륜성왕의 힘을 이용해서 황제 공손헌원에 맞서싸우는 것이리라.
그 때였다.
“대단하구려, 전륜성왕. 설마 부활하자마자 그 정도 힘을 보일 수 있다니.”
흠칫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존재였다.
그 자가 평화 그 자체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당분간 휴전(休戰)하지 않겠소? 이것은 만신전(萬神殿)의 뜻이라오.”
크리슈나가 그 자리에 나타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