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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지옥시왕의 부활!
나는 그 주문을 듣자 문득 망량의 기억이 되살아남을 알 수 있었다. 전륜성왕의 힘을 넘겨주면서 함께 넘어온 망량의 기억이 밑바닥에서 하나하나 끓어오르듯 떠오르는 것이다.
[…계약…]
[삼황내문을 끝까지 연마하면 등장하는 금술(禁術), 사계육기(四季六氣)의 장(章)을 연마하면서 생겨나게 된 새로운 [인연]…]
[팔부신중 야차를 봉인할 때 최초로 십왕소혼(十王召魂)을 시전했으나 그 정체는 정확히 몰랐다… 그리고 십왕의 정체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바로 사계육기를 대성하여 정점에 도달했던 시점…]
파앗!!
그 순간 내 눈 앞에 망량의 과거 시점이 떠오르는 게 보였다.
추체험을 하듯, 망량이 과거에 겪었던 일이 내 눈 앞에 시연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망량이 삼황내문의 마지막 장(章)을 연마하고 암기하는데 성공했던 날.
“이건?”
그 날, 망량은 삼황내문에 새로운 장이 추가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황색의 빛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장에는 사계육기(四季六氣)의 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으며, 거기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모두 금술(禁術)이라는 경고가 붙어 있었다.
당연히 술법사로서 금술에 도전하는 건 목숨을 내다버리는 행위.
망량은 삼황내문을 대성하면서 대라신선에 버금가는 강대한 술력을 얻었기에 더 이상 모험을 하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망량은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고작' 대라신선 정도의 수준으로는 500년 후에 재림할 백웅을 도와 종말에 대처하기에는 한도끝도 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그 열 배의 잠재력이 필요했다. 이 금술에 존재하는 가능성까지 모조리 긁어내어서 백웅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망량은 금술 사계육기의 장을 연마하는데 도전했다.
그리고 사계육기의 장을 연마한 지 수십 년이 지난 후 일어난 팔부신중과의 전쟁-
그 전쟁에서 망량은 십왕소환의 술법을 사용해서 야차를 봉인하는 데 성공했으나 실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그 날 이후 성진이 대주술을 사용해서 망량을 회복시키는데 전력을 다했으나 망량은 실시간으로 생명이 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십왕소환으로 소환했던 십령이 그에게 새겼던 [먹이]의 [표식]이 그를 영혼 밑바닥에서부터 먹어치운 탓이었다.
성진이 말했다.
“미안하군. 더 이상은 무리일세.“
십령의 표식이 지닌 힘이 너무 막대해서 내 힘으로는 자네를 치료 할 수 없어.”
“괜찮습니다.”
“…허나, 저, 정말 이해가 안 되는군. 아무리 강력한 저주라지만 설마…”
성진은 경악한 눈으로 자신의 양 팔을 보았다. 시커멓게 썩어들어가서 간신히 주술의 문신으로 진척을 멈춰둔 상태였다. 아마 나중에 일부러 저주받은 부위를 떼어버리고 새롭게 팔을 재생시켜서 회복시키리라.
“설마 그 주문양에 손을 대는 것 만으로 내 팔까지 썩어버릴 정도라니…!! 도대체 그 십령은 어떤 존재인가?”
“……“
망량은 짐작가는 게 있었기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곤 말했다.
“아버님의 도움으로 가사상태에 빠질 겁니다. 이제 손을 떼셔도 됩니다.”
망량을 도우러 나타난 건 그의 아버지, 제갈유룡이었다. 제갈유룡은 망량을 만난 자리에서 대뜸 말했다.
“승산은 한없이 낮다. 왜인지는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네가 망량선사의 도움으로 계책을 부렸다 하더라도… 십령의 정체가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라면 말도 안 되는 싸움이다.”
“…네.“
“하지만 할 수 밖에 없지. 나 또한 너와 마찬가지로 도박을 할 터, 우리 둘 다 백웅 앞에 나타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구나.”
“저보다 아버님이 더 걱정입니다. 아버님은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후회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왔구나. 나는 종말에 고대인의 봉인을 이용해서 백웅을 도울 생각이다. 어차피 나도 지옥에 가겠지.”
제갈유룡은 망량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끝까지 지옥까지 같이 가 보자.”
“감사합니다.”
우우우우!!
제갈유룡이 술법을 펼치는 순간, 망량은 끝없는 가사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는 가사상태에서 십령(十靈)을 만났다.
쿠오오오
십령은 여전히 시뻘겋고 형태없는, 그러면서도 무한에 가까운 힘을 품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가사상태의 무의식공간에서 십령들은 천천히 손을 뻗어서 망량의 영혼을 한도끝도없이 찢어발겼다.
“끄아아아아악.”
망량은 울부짖었다. 팔과 다리가 마치 점토처럼 찢겨나가고 얼굴이 갈기갈기 뜯겨나가서 조각났다. 영혼 그 자체를 완전히 해체해버리는 고통! 이것이 바로 금술을 시전한 자에게 [낙인]이 찍히고, 십령에게 먹잇감이 되는 결말! 천신경과 연동된 삼황내문 최후의 금술인 십왕소환에 어울리는 악랄한 저주였다.
그러나 수백 번이고 수천 번이고 찢겨지는 동안에도 망량의 정신은 끝내 꺾이지 않았고 계속해서 영체가 부활했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십령들은 주춤거렸고, 망량은 끝까지 제정신을 유지하며 십령들에게 외쳤다.
“위대한 고대의 존재들이여! 이제 분이 풀렸는가? 끝내 배고픈 이리가 되어 농락당할 셈인가?“
망량은 손을 뻗으며 말을 이었다.
“나 망량선사의 수제자 망량이 그의 권능을 빌려서 명한다! 위대한 십왕이여, 삼황내문 시전자의 저주에서 풀려날 지어다…!!“
쿠구구구!!
잠시 후 망량선사의 권능이 무의식의 공간에 개입해서 십령을 휩쌌다. 망량은 망량선사에게 부탁하여 자신에게 그 권능을 빌려주기를 부탁했으며 그 대가로 대웅제국에서 모으고 있던 상당량의 보물과 제물을 바쳤다. 본디 망량선사가 고작 그 정도 제물로 움직이는 존재는 아니었으나 망량은 특별한 존재였기에 권능을 허락했던 것이다.
파앗
잠시 후 십령이 불분명하던 무형(無形)에서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정체를 드러낸 십왕들 중 하나가 놀랍다는 듯 말했다.
[…설마 우리 십왕(十王)을 제약하던 광성자의 저주를 풀 수 있었다니. 그대는 정녕 대단한 존재의 가호를 얻어왔구나, 계약자여!]
“정신을 차리셨습니까? 고대의 왕이시여!”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그대에게 대가를 돌려주고 싶어도 우린 현실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다. 우리의 본체를 황제 공손헌원이 옥좌에 봉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허나 그대에게 봉인된 전륜성왕의 힘을 넘길 순 있으리라.]
우웅
십왕이 건네준 힘이 망량의 내부에 감돌았다. 망량은 그 힘의 본질을 알아챘고, 자신이 시해지술을 이용해서 오랜 시간 동안 봉인을 풀 수 있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찌 이 힘을 남기실 수 있었습니까?”
[전륜성왕이 황제에게 소멸당하기 전 우리에게 이 힘을 넘겨주었다. 혹시 모를 부활을 위해서…]
“그랬군요.”
망량은 이윽고 십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십왕이여. 한 가지 약속해 주십시오.”
그는 다음 한 마디를 하면서 수백 년의 고행을 각오했다.
“전륜성왕이 그대들을 옥좌에서 해방시킬 경우, 그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리라고…”
파앗
망량의 기억이 끝났다.
“……“
나는 홀린 듯이 옥좌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옥좌 위에 천천히 앉기 시작했다. 그러자 옥좌에 박혀있던 비취옥이 찬연한 빛을 내며 소리없이 빛났고, 비취의 빛이 점차 나를 감싸는 게 느껴졌다.
내부에 있는 전륜성왕의 힘이 감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심상세계에 존재하던 칠보(七寶)가 떠올랐고, 칠보는 옥좌를 원형으로 감싸며 호위하는 형태를 취했다.
또한 잠시 후 내 앞에는 열 명의 환영이 떠올랐다.
스스스스스…
그들은 제각기 제관을 쓰고 있는 열 명의 왕(王)이었다. 그리고 그 왕들의 모습은 내게 익숙한 것이었고, 제일 앞에 있던 존재가 내게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망량과의 계약은 이어졌소. 나 진광대왕(秦廣大王)은 새로운 전륜성왕에게 복종하겠소.]
[나 초강대왕(初江大王)도 계약을 준수하여 새로운 전륜성왕에게 복종하오!]
[나 송제대왕(宋帝大王)도!]
쿵
쿵
천천히 열 명의 대왕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아… 아아…”
그랬구나.
칠보와 달리 지옥시왕은 태초에 전륜성왕의 부하가 아니었으나 강제로 굴복시킨 신적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전륜성왕이 부활한다고 해서 다시금 그의 부하가 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망량은 그들의 정체를 미리 짐작한 후 망량선사의 권능을 빌려 그들의 정신을 되찾게 한 후 계약으로 복종을 얻어낸 것이었다. 만일에 망량이 미리 이런 작업을 해놓지 않았다면 전륜성왕의 힘을 부활시키고 명계를 부활시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나는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는 대꾸했다.
“…그대들의 뜻을 받아들이겠소. 나 전륜성왕 백웅은…”
나는 눈물을 쓱 닦고는 쩌렁쩌렁 외쳤다.
“지옥시왕(地獄十王)에게 본래의 이름과 힘을 돌려주며 명계의 왕으로써 일할 것을 명하오!“
[명을 받드나이다!]
파아아앗!!
다음 순간, 지옥시왕들이 동시에 빛으로 변해서 명계 곳곳으로 날아갔다. 완전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쏴아아아아
그리고 허공에서 표현 그대로 수십 수백억이나 되는 혼령들이 날아와서 쏟아지는 게 보였다. 그 혼령들은 잠시동안 갈 곳을 모르는 듯 갈팡질팡했으나 이내 머나먼 곳에서 진광대왕의 호령이 울려퍼졌다.
[영혼들이여, 지옥시왕의 시련이 부활했으니 나 진광대왕에게 와서 심판받으라! 선악을 가름하여 윤회(輪回)에 이르리라!]
우우우
영혼의 거대한 흐름이 명계 그 자체에 귀속된다. 나는 이윽고 수 많은 영혼들이 씻은듯이 사라지고 명계 전체에 흘러넘치던 죽음의 기운이 윤회의 일부로써 기능함을 알 수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전륜성왕이 되면서 이 드넓은 명계라는 [세계]를 관조할 수 있게 된 듯 했다.
내가 옥좌에 멍하니 앉아있을 때 내 앞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위대한 전륜성왕이여.]
“당신은…”
삼안(三眼)을 지닌 근육질의 사내가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나 염라대왕(潤羅大王)은 관복을 다시 입기 전 제왕께 묻고싶은 게 있어서 남았소.]
흠칫
나는 그 순간 약간 놀랐다.
'저 존재가 바로 전설의 염라대왕…!!'
지상의 사람들은 전륜성왕은 잘 몰랐으나 염라대왕은 잘 알고 있었다. 지옥 그 자체를 상징하는 유명한 존재였으며 선악을 심판하는 위대한 판관! 다른 지옥시왕도 죄를 심판하지만 염라대왕은 그 중에서도 강렬한 권위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기로 이름 높았다. 아닌 게 아니라 염라대왕에게서 흘러나오는 가공할 염마의 기운은 다른 대왕보다 더욱 강한 느낌이다. 마치 천계의 고위존재들 그 이상으로 느껴졌기에 나는 내심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답했다.
“말씀하시오, 염라대왕.”
[전륜성왕께서는 옥황의(玉皇)를 입고 계시는구려. 또한 옥황상제에게만 존재하던 특유의 권능또한 느껴지오. 설마 전륜성왕께서는 옥황상제이기도 하신 건지 알고싶소.]
예리한 질문!
나는 그 말에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렇소! 나는 옥황상제이기도 하오.”
[오오… 과연…]
염라대왕은 놀라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얼굴을 들어 올려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결심이 섰소. 나는 다시 한 번 전륜성왕을 도와 황제 공손헌원에 맞서 싸우겠소. 이것을 받으시오!]
파앗
염라대왕이 내게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은 한 권의 책이었는데, 나는 그 책을 얼떨결에 받았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읽었는데 그 제목을 읽고는 깜짝 놀랐다.
“이, 이건.”
[그것이 바로 진정한 명왕(冥王)의 증거. 삼계의 그 어떤 존재라 하더라도 생사부의 권위를 무시할 수 없소! 내 충성의 증거로 생각 해 주시오.]
책에는 생사부(生死簿)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황당해서 염라대왕에게 말했다.
“염라대왕이여! 그대들 시왕이 부재한 동안에도 염라부에는 주인없는 염라부가 방치되어 있어서 남두와 북두가 제멋대로 생사부를 갖고놀지 않았소?”
[그건 가짜요.]
“가짜?”
염라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는 줄곧 내가 옥좌에 봉인된 진체에 숨겨서 갖고 있었소. 남북두 놈들이 생사부를 갖고 있다면, 그건 아마 내 힘을 섞어서 만든 가짜가 분명할 것이오.]
“그럴 수가…”
[그러고보니 놈들을 심판할 필요가 있겠군. 잠시 기다려 주시오.]
파아앗
염라대왕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염라대왕은 두 명의 존재를 이끌고 내 앞에 나타났다.
쿠웅
무릎 꿇려진 두 명의 존재는 바로 명계의 고위 존재이자 대라신선이기도 한 신선 남북두였다. 남두와 북두는 시꺼먼 포승줄에 묶이자 아무런 술법도 쓸 수 없는 듯 그저 몸을 발버둥치며 외쳤다.
[으아아아!!]
[말도 안 돼!! 어떻게 소멸된 염라대왕이 부활했단 말인가! 이, 이걸 풀어 주시오!]
어느 새 관복을 갖춰입은 염라대왕이 꿍 하고 발을 내딛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모두 조용히 하라. 그리고 새로운 전륜성왕께 머리를 조아려라!]
[…뭐?!]
남두와 북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그리고 내 몸 주위를 떠도는 칠보와, 전륜성왕의 옥좌,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생사부를 보자 진정으로 귀신이라도 본 표정을 지었다.
북두가 경악하며 외쳤다.
[저, 저, 전륜성왕이 부활했다고?! 아니, 저, 저건 옥황의… 옥황상제의 옷을 어찌 전륜성왕이…]
[이, 이럴 수가?!]
남두와 북두는 미치기 일보직전으로 보였다. 나는 저 오만한 신선들이 저렇게 발작하는 걸 보자 신기해서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염라대왕이 포승줄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내게 말했다.
[전륜성왕이여. 처분을 말씀해 주시오.]
이어진 염라대왕의 말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황제 공손헌원의 끄나풀이 되어 명계를 배신한 이 대역죄인들을 어찌하오리까!]
황제 공손헌원의 끄나풀!!
설마 저 놈들이 황제 편이었단 말인가?!
그 말에 남두가 말했다.
[염라대왕이여… 우, 우리가 그리 큰 잘못을 했단 말이오? 어차피 당신들은 황제의 만신전과 외계의 [지배자]들을 이겨낼 수 없었단 말이오!]
[그, 그렇소. 자신들의 패배를 우리 탓으로 돌리다니…]
그러자 염라대왕이 말 그대로 지옥의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명계는 태초에 창조신 반고의 가호로 수호되고 있었다. 그 어떤 존재도 지름길을 알지 못하면 성왕의 거처로 올 수 없었으며 황제 공손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허나 너희가 그 지름길을 나불거리는 바람에 삼황이 끼어들 틈도 없이 우리 명계가 무너졌던 것이다.]
[그, 그건…]
남북두가 할말을 잃자 염라대왕이 내게 말했다.
[전륜성왕이시여! 이 자들에게 십팔층 무간지옥의 형벌을 내리는 걸 허하여 주시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리하겠소.]
남북두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아, 안 돼.]
그들의 신형이 잠시 후 솥뚜껑같은 염라의 손바닥에 휩쓸려들어가 사라졌다. 염라대왕을 포함한 지옥시왕이 저 두 마리의 신선들에게 영겁의 형벌을 내리게 되리라.
잠시 후 염라대왕이 내게 말했다.
[전륜성왕이여. 명계를 부활시켰으니 한동안 그대는 무방비 상태요. 권능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그 생사부를 사용하시오. 그대의 호신용이오.]
“흠. 하지만 겨우 사람을 죽이는 정도로는 내 적수들을 상대하긴…”
내가 불안스럽게 얘기하자 염라대왕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어진 말에 나는 흠칫 놀랐다.
[진정한 생사부를 전륜성왕이 쓸 때 신에게도 강제로 죽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활하면서 망각했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