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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46화 (1,14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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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94층에서 이랑진군을 쓰러뜨린 직후 95층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검마가 우리를 제지했다.

“잠시 쉬었다 갑세.”

“내친 김에 다 밀어버리는 게 속편한데….”

“그거야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다 정리된 게 아니잖나? 조금 짚어볼 것도 있고.”

“흠.”

“저 친구도 말은 안하지만 항아와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나는 힐끔 검마가 말하는대로 후예를 쳐다보았다. 그 말대로 후예는 아까부터 항아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애타는 시선이었고, 그걸 느낀 검마가 잠시 쉬었다 갈 것을 제안한 듯싶었다.

“알았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잠시 팔괘궁으로 귀환하죠.”

파앗

우리는 팔괘궁으로 돌아갔다. 92층에서 수행하고 있던 장삼봉 진인과 다른 탐사대원들도 데려왔다. 팔괘궁에 들어와서 자잘한 상처를 치유하는데 미리 불려와 있던 오대의원들이 의선의 재주를 시전했다.

나는 항아에게 말했다.

“항아. 자꾸 나에게 주인이라 하는데, 당신은 두꺼비였던 시절을 기억하나? 당신과 나는 그렇게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어. 도리어 영혼을 뺏기느냐 마느냐로 원한이 있었지.”

“…….”

항아가 그 말을 듣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지금은 신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기에 내가 원하는대로 육성을 내는 상태였다.

“두꺼비라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

이건 또 무슨….

나는 황당해서 항아에게 말했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가?”

“아주 오랫동안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제곡의 손에 봉인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는 기억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모르겠군요.”

“…음.”

요괴왕 두꺼비 월아 시절을 모른다는 건가….

내가 침음성을 흘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후예가 육성으로 말했다.

“역시 그녀는 지금 정신적으로 제어되고 있다. 저주를 받았던 시절을 잊고 네게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나도 그렇게 보지만…. 내가 항아라는 이름을 지어준 게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는 거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무척이나 뻔뻔한 놈이군. 하지만 네가 거짓말을 하고있는 게 아니라면, 네가 [이름]을 지어준 순간 그녀의 인격이 덧씌워진 것이다.”

“덧씌워진다고?”

후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란 본질을 증거한다. 설령 네가 항아라는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더라도, 본디 그 이름은 창조주 제곡에게 받았던 것. 그 원인을 지우고 네가 새로운 이름의 주인이 되었다면 그녀의 본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설령 같은 이름으로 작명했다고 하더라도.”

“…….”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군…. 네가 도대체 뭐길래?”

“뭐?”

후예는 불신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름을 지어주는 것만으로 이 정도의 현상이 생기는 일은 내가 오래 살았다지만 거의 본 적이 없다. 하물며 네 놈은 인간이라서 항아에 비하면 위격이 형편없이 낮지 않은가? 항아보다 고귀한 존재는 본디 천계에서도 몇 없었다.”

“사람 무시하는 거 같아서 기분 나쁘지만 일단 맞는 말이니까 넘어가지. 얼마나 고귀하길래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사랑으로 생겨난 콩깍지냐?”

“웃기는 소리…. 삼황오제의 직계인 그녀는 본디 십이대선조차 고개를 조아리는 존재였으며 옥황상제조차 그녀에게 경어를 썼다! 삼황오제를 자유로이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천녀이기도 했다! 내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후예가 도리어 역정을 내자 나는 옆에 있던 장삼봉 진인을 쳐다보았는데, 장삼봉 진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본도는 천계에서는 나이가 젊은 편이라 그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오. 그 일에 대해 논하려면 고대의 신선이나 가능한 일. 허나 천계에서 얻은 지식대로라면 후예의 말대로 항아는 매우 고귀한 존재가 분명하오. 격으로 따지면 화룡진인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일지도 모르오.”

“흠!”

“또한 하위존재가 상위존재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행위는 본디 금기시되는 일. 이 일은 본도 또한 의아하구려.”

“그건 왜 금기입니까?”

내 질문에 장삼봉 진인이 말했다.

“이름을 짓는다는 건 결국 인과율이 이어지는 행위이기 때문이오. 이름으로 그 자의 본질을 증거하는 일인데, 그 증거로 작명자 자신의 존재를 건다는 뜻. 허나 격낮은 자가 지어준 이름은 결국 권능의 한계를 만들며, 서로가 손해보는 길. 심지어 같이 소멸할 수도 있소.”

“정말입니까?!”

“애시당초 격이 낮으면 그 정도의 술수를 부릴 수도 없을 테지만 그 때문에 그 어떤 좌도방문의 술사도 섣불리 영적 존재의 이름을 지으려 하진 않소. 이름을 짓는다는 건 무척 위중한 행위라고 할 수 있소.”

“…….”

“후예의 말대로 순수인간인 그대가 고위신족 항아에게 새로이 작명하여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은 그 어떤 술수의 지식으로도 해석될 수 없는 기이한 일이 맞소.”

장삼봉 진인의 말에 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인 나와 고위신족인 항아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 근데 어째서 이런 일이?’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독고성이 팔짱을 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백웅이 저 여자보다 높으신 분이라는 게 되겠지. 기억상실 하나갖고 뭐 이리 끙끙대나?”

“독고성! 그게 말이 되는….”

“아 몰라! 이 판국에 그게 왜 중요하지? 나는 술수고 뭐고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게 그런 건 아니잖나. 중요한 건 후예가 우리편이 되었고, 후예의 힘으로 나머지 적수들을 다 밀어버릴 수 있단 게 아닌가. 항아도 기억만 잃었다뿐이지 멀쩡하면 된 거 아닌가.”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그럼 항아 얘기보다는 후예 이야기를 하지. 후예 저놈이 대체 무슨 말을 들었길래 선불맞은 것처럼 백웅 너를 미워하고 있었는지.”

아 그러고보니!

후예는 처음에 대면할 때부터 나를 증오하고 있었는데 그건 대체 어째서였지?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후예에게 향하자, 후예는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여와가 내게 시련관이 될 것을 제안할 때, 항아의 저주를 풀어주고 그녀를 내게 되돌려줄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조건을 달았다.”

“조건?”

“그녀가 저주를 받은 상태에서 다른 존재에게 이름을 받았기에 현재 위치를 여와로서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게 대체 누구냐고 하니까 백웅이라는 놈이라고 하더군…. 생긴 것도 메주처럼 생겨서 깜짝 놀랐다.”

“…….”

“백웅 네놈이 항아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매 순간 분노가 치밀어올라서 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제기랄!! 지 멋대로 오해해놓고 지랄이냐. 내가 도리어 개똥… 아니 월아 때문에 고생했었다.”

나는 짜증이 나서 버럭 외쳤지만 일단 상황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개똥이라는 이름과 월아라는 이름을 지어줬기에 저주를 내린 여와조차 항아의 위치를 몰랐던 것이고, 그래서 저 놈이 내게 원한을 가진 거였군.’

왠지 모르게 예전 생에 후예가 다짜고짜 날 죽이겠다며 덤비거나 탈영했던 일 또한 지금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걸로 상황은 대충 정리됐군. 우선 후예 너는 이 탑의 시련을 끝까지 공략할 때까지 앞장서서 싸워라. 네 힘으로 탑의 시련을 정리하겠어.”

내 말에 후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남의 힘으로 시련을 편법으로 통과하겠단 말을 뻔뻔스레 하는군. 네게 충성을 다하긴 했지만 열심히 싸우지 않는 건 내 자유다.”

“뭐?”

“나는 맹세때문에 널 따르고 있지만 네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럽다. 이랑진군 때는 머리에 열이 뻗쳐서 전력을 다해버렸지만 지금부턴 그럴 생각이 없다.”

“이 새끼가….”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검마의 말대로 한 번 정비하고 가는 게 맞는 선택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대로 95층이나 96층으로 올라갔을 때 더 강한 시련관이 등장했는데 후예가 건성건성 싸웠다면 내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으리라.

‘빌어먹을. 지금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야.’

이 놈이 까불게 내버려두면 안 돼. 기를 죽여놔야 해.

꾸욱

“잘 봐.”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는 대뜸 손을 뻗어 항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항아는 아무런 저항없이 내 품에 안겼고, 그 순간 후예의 눈에 쌍심지가 켜지며 나를 향해 적궁백시를 겨누었다.

촤좍

또한 그런 후예에게 아군 고수들이 동시에 살기와 함께 병기를 겨누었다. 후예가 마치 용암을 토하는 듯한 살기어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 손 놔라.”

“싫은데? 대영웅이면서 충성의 맹세는 엿바꿔 먹을래?”

“널 죽이고 나도 죽겠다. 주군이 부하의 여자를 탐했다면 못 죽일 이유가 없지.”

“흥. 목숨으로 협박해 봤자라니까….”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나도 항아가 제일미녀라지만 그녀를 탐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관심 밖이야. 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탑의 공략이니까 네가 열심히 싸우지 않으면 나는 무슨 수든 쓸 수밖에 없다.”

“비겁한 놈.”

순간 제갈사가 내 귀에 뭔가를 속삭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제갈사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런 계책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갑작스레 생각난 악랄한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

“진짜 비겁하게 해 줄까? 네 녀석을 싸우라고 보내놓고 항아의 이름을 빼앗아서 물질계로 추방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

“……!!”

“넌 절대 종말 전에 그녀를 찾지 못할 거다.”

“크으으윽…!! 그렇게 하면 절대 네놈을 가만두지….”

“자신있으면 까불어 봐. 어쨌든 네가 더 손해야.”

“으으으….”

후예가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내 예상이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후예는 내 명령에 복종하는 한이 있어도 항아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게 확실하군.’

약점을 알고 있다면 나머지는 간단하다. 나는 오랫동안 교섭을 해 왔던 감으로 지금 후예의 약점을 확실히 잡았다는 걸 깨달았기에 몰아치기를 그만두고 살살 구슬렸다.

“피차 피곤하게 기싸움 할 필요가 있나? 너 스스로 천계최강이라 자부한다면 최선을 다해서 나머지 시련관을 다 쓰러뜨려라. 다 쓰러뜨리고 나면 적어도 너와 항아의 관계를 방해하거나 항아에게 함부로 해를 끼치는 일은 없으리라고 맹세한다.”

“…….”

“그리고 나는 여와에게 빚지면서까지 저주를 풀도록 주문했다. 결국 그 저주를 푼 것은 사실상 나란 말이다. 그런데 네 녀석이 은혜를 입고도 내게 송곳니를 들이대는 건 염치없지 않나?”

내 말에 후예는 한참이나 침묵했다. 그러더니 서서히 적궁백시를 늘어뜨리며 투지를 사그라뜨렸다.

“…좋다. 네 말대로 하지. 열심히 싸우겠다.”

“잘 생각했다.”

“다만 너희의 말대로라면 내가 다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뭐? 적궁백시를 첫 발에 무제약으로 쏠 수 있다면 당연히 다 없앨 거 아냐.”

“그렇게 편리한 능력이 아니다. 내 궁술의 궤적이 정확히 맞아야만 하고 무제한으로 난사할 수도 없다. 또한 내 궁술을 원천적으로 빗나가게 할 수 있는 존재를 상대로 한다면 빗나갔을 경우 되려 내가 죽을 가능성이 높겠지.”

후예가 퉁명스레 말을 이었다.

“이랑진군 또한 멍청하게 정면에서 막았기에 죽은 거지, 만일 알았다면 피했을 것이다. 비장의 한 수는 함부로 쓸 수 없다.”

“그것만 해도 최강 아니냐. 네가 말한 정도로 강력한 상대가 있단 말이냐?”

“한 명 확정되어 있지.”

후예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항우.”

“아…!!”

내 표정이 굳어지자 후예가 말했다.

“전성기의 나와 겨룰 수 있는 이는 제천대성이지만 전성기의 나조차도 자신이 없는 존재는 바로 그 자다.”

“음….”

“줄곧 그 자를 보아왔지만 솔직히 두렵다.”

“정말 못 이긴다는 것이냐?”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겠지만 애시당초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다. 제대로 싸워서 이기려 하는 건 오만에 가깝다.”

나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항우!

몇 층에서 등장할지는 모르지만 그 자를 꺾는 건 후예로서도 힘든 일이라는 게 확정되어버린 것이다. 최강의 무기를 얻어서 기분 좋았던 것도 잠시, 새로운 대책을 생각해야한다 생각하니 머리의 핏줄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 제길…. 그 괴물딱지를 어떻게 이긴다냐….’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검마가 말했다.

“백웅. 뭐 그런 걸 고민하는가?”

“네?”

“항우는 제일 쉬운 상대일세. 도리어 후예를 포섭할 때가 훨씬 어려운 거같군.”

“무슨…. 그 자는 [옛 지배자]나 다름없습니다.”

내가 어이없어하자 검마가 씩 웃었다.

“다른 자였다면 그렇겠지…. 허나 자네는 백웅이지 않은가.”

이윽고 검마가 내게 계책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 계책을 듣자 반신반의하면서도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 말빨에 모든 게 달려있어!’

과연 될까? 그 작자는 수틀리면 때려죽이는 자인데?

나는 걱정하다가 며칠 후 95층으로 도전을 감행했다.

파앗

95층에 나타난 시련관은 뜻밖의 인물이었다. 나는 정갈한 도인의 옷차림을 한 그 자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헉, 당신은….”

[반갑소. 백웅.]

나는 당황해서 그 자에게 말했다.

“태공망(太公望)! 당신은 봉신혈주를 지키고 있을 텐데!”

그렇다.

95층의 시련관은 다름아닌 태공망!

원시천존의 수제자이자 신공표의 사형인 은주시대의 존재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나는 예전에 원시천반 내부의 무릉도원을 공략할 때 태공망과 싸워본 적이 있었고, 그 때 태공망에게 당해서 흑웅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 때 당했던 손해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생각하니 속이 약간 쓰리다.

내 말에 태공망이 약간 흠칫했다.

[놀랍군…. 어떻게 봉신혈주에 대한 걸 다 알고 있지? 천계의 극비 중 극비를 알고 있다니 한낱 인간세계의 황제답지 않군.]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태공망. 설마 음신은 혈주를 지키게끔 놔둔 채 양신(陽身)만 가지고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까? 아무리 원시천존의 수제자인 당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를 너무 얕보는 것 같습니다만!”

태공망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보패 타신편을 쓰면 신성을 파괴할 수 있는데다 그가 시전가능한 술법인 태극도는 선계 삼대술법이며 신술이다. 신술 사용자인 태공망은 예전에 항우조차도 잠시 궁지로 몰아넣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는 평소에 음신과 양신을 분리하여 한 쪽을 무릉도원 내부에 놔두어 혈주를 지키는 중이었고 천계에서는 절반의 힘으로 활동중이었다. 당연히 태공망이 강하다 해도 음양신의 반쪽만으로는 잘해봐야 십이대선의 수준이었고 지금의 전성기 상태의 예를 이길 순 없으리라.

‘그럼 나야 잘 된 거고!’

내심 이겼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 태공망이 선선하게 대꾸했다.

[아무래도 봉신혈주의 봉인상황을 다 아는 듯싶군. 그대의 말대로 평소에 음양신을 나누어 봉하고 있소만 이번에는 여와가 대신해서 무릉도원의 봉인을 맡아주었소. 게다가 어차피 봉인은 예전 그 자의 제안 때문에 인과율을 강화해서 정해진 시기에 풀리게 되있고…. 그래서 전력을 다할 수 있지.]

“…….”

태공망이 말을 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우우웅

태공망의 손에 들린 보패 타신편이 빛을 냈다.

‘으으…. 만상지투로 뺏아야 하는데 태공망 정도면 그런 빈틈을 안 보여줄 거야. 그렇다고 이대로 싸우면 큰일난다.’

타신편을 들고 있는 태공망은 항우조차도 몰아붙인 적이 있다. 엄청난 공격력을 보여줬기에 자칫하다가는 이겨도 후예가 큰 부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음. 뺏기만 하면 되지?’

나는 그 순간 떠오르는 게 있어서 외쳤다.

“에잇! 타신편 소환!!”

파앗

이번 생 초반에 얻었던 타신편 소환권의 문양이 빛났고, 내 손에 타신편이 소환되었다.

[……?!]

“지금이다!”

내가 타신편 소환권을 발동하자 졸지에 태공망은 손에 들려 있던 타신편이 사라져서 당황한 듯 했다. 그리고 그 틈에 예가 적궁백시를 튕겼다.

후예사일

퍼어어엉

그것이 태공망의 최후였다. 태공망 또한 피하려고 노력은 한 것 같았지만 후예의 궁술실력은 그가 빈틈을 보인 것을 놓칠 만큼 허술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손에 들려 있는 타신편을 께름칙한 얼굴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뭐 괜찮겠지?’

태공망! 타신편은 앞으로 내가 잘 써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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