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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후예의 약점인 도봉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탐색능력이 있는 전국옥새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산하사직도 내부에 전국옥새를 바치고 나온 상태라서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쳇 아깝군….’
전국옥새는 뛰어난 탐색능력과 함께 보통 보패의 몇 배에 이르는 엄청난 영기를 지니고 있다. 그 전국옥새가 사라졌으니 내 전력이 크게 약화된 셈이었지만, 그 대신에 파괴광선 능력을 얻었으니 꼭 손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천계로 올라가서 구천현녀나 다른 신선들에게 탐문해보면 아마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왠지 아직은 지상에서 좀 더 할 일이 있는 기분이다. 나는 자주 천계와 지상을 왕복하는 게 구천현녀에게 부담이 가는 일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기왕 내려온 김에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생겼다.
내가 지상에서 마무리짓고 가지 않은 일이 있었나?
‘여러가지가 있긴 했지만 당장 해야할 일도 아니라서 일단 놔두고 천계에 올라갔었는데…. 잘 생각해 보고 처리할 일을 선택하자.’
내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사공린이 말했다.
“백웅. 삼족오 클랜에 대해 해줄 말이 있습니다.”
“아. 십이율주….”
그러고보니 고려의 강력한 초상능력자 클랜인 삼족오 클랜에서 신입을 모집한다고 했던가? 그 일을 류하와 류오가 먼저 내게 알려준 후 사공린에게 보고했는데, 아무래도 십이율주가 배후에서 미끼를 던지는 듯한 일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 일에 류하가 투입되기로 했습니다.”
“류하가? 괜찮겠어?”
나는 걱정스러워서 말했다.
“그 녀석 전이능력은 대단하지만 전투능력은 별로같던데 만일 놈들이 눈치채면….”
류하는 아무리 봐도 전투형으로 만들어진 초상기인이 아니다. 전투력을 어느 정도 포기한 대신 전이능력에 특화된 초상기인인 것이다. 그러자 사공린이 말했다.
“류하는 잘 해낼거예요. 천계에서 돌아오실 때쯤에는 십이율주에게 접근해있을 겁니다.”
“기대하지.”
“그럼 저는 이만 먼저….”
파앗
사공린이 사라지자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마음을 정했다.
‘뇌신류 수련장으로 가자.’
효율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아수라에게 가서 천계에서 암야참을 썼던 일에 대해 상담해야겠지만, 왠지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아는 얼굴 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곧장 천제단을 내려가서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아무도 없나?’
본래 이 곳에서는 주현성과 방룡 이설표가 매일 수련을 거듭하고 있었고 초무린은 수련도 뭣도 안 한채 낚시나 하면서 놀고 있었다. 그런 일상분위기를 아는 나로서는 일말의 기척도 없이 조용한 이 상태에서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주현성! 이설표! 초무린!!”
사자후를 돋우어서 크게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내가 한참동안 수련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문득 한 인영이 내 앞에 나타났다.
“더럽게 시끄럽군.”
“초무린!”
“예의없는 새끼. 둘만 있으니 아예 대우도 안하는구나.”
“…존중받을 짓을 하던가. 나머지 둘은 어디 갔소?”
내 말에 투선 초무린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수행하러 떠났다.”
“……?”
“수련이 벽을 맞이하자 실전경험이 중요하다고 여겼는지 둘이서 전세계 각지의 고수들과 겨루러 떠났다. 실전경험 또한 구궁파천뢰 완성에 중대한 요소니까. 마침 네가 천계에 떠난 참이라서 그것도 빌미였나 보더군.”
“흠 그랬군.”
“넌 뭣하러 여기 왔냐? 여와의 시련에 도전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냥 인사나 할까싶어서 들렀었소. 별 의미는 없소.”
나는 생각난 김에 초무린에게 질문했다.
“혹시 후예의 약점이라는 도봉이 어디있는지 아시오?”
“소문 정도는 들어본 얘기군. 근데 난 모르는 일이다.”
“뭐 그럼 됐소.”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감이 틀렸나?’
뭔가 해야한다는 감이 들 때는 거기에 뭔가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내 감이 잘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 일이 없었으니 아마 틀린 것이리라.
“하아.”
내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뜬금없이 초무린이 말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보시오.”
“네 녀석 왜 역근세수경은 찾다가 그만뒀냐?”
“……?”
엉?
너무 뜻밖의 질문이라서 나는 대충 대답하려다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저 자가 그걸 왜 궁금해한단 말인가?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꾸했다.
“그걸 탐색하는 일을 마지막으로 사마령 교수와 그녀의 전뇌부대에 맡겨놨는데 아직껏 소식이 없소. 석 달이면 된다고 했었는데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못 찾았나보군.”
“그럴 리가 없지.”
“무슨 말이오?”
“전뇌자같은 인공지능까지 갖고있는 너희 대웅제국이 전력을 기울여도 못 찾는 게 있을 것 같은가? 네놈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거 아닌가?”
“…….”
“설마했는데 완전히 역근세수경 찾는 일을 잊어먹고 있었나 보군.”
“음…. 그건.”
나는 항변하듯 말했다.
“3,921,983개나 된다는데 찾을 의욕이 날 리가 없잖소.”
이번 생에 역근세수경을 찾으면 좋겠다 생각했지만 저렇게 터무니없는 숫자가 나와버리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자 초무린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역근세수경은 네가 익힌 무쌍패에 못지않은 절기다. 네가 익힐 마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찾아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
“나는 언제 배우란 말이냐.”
나는 뜨악하는 눈으로 초무린을 쳐다보았다.
“설마 당신, 역근세수경을 배워볼려는 거요? 그래서 내가 찾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건가.”
초무린이 짜증났는지 버럭 소리를 쳤다.
“왜 안 되나? 나라고 해서 신역(神域)에 도달해선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아 소리 좀 치지 마시오. 하도 의욕없이 살고있길래 그런 마음을 가진 줄은 몰랐소.”
“네 수준으로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마라. 아둔한 놈….”
퉁명스럽게 대꾸한 초무린이 갑자기 중대해보이는 말을 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 않은가?”
“……?”
“단서는 줬다.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봐라. 꼭 찾아.”
“아니 잠깐… 당신이 아쉬운 일인데 왜 나보고.”
“찾으라고. 네놈한테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가.”
초무린은 그 말을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황당한 기분이 들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또 뭐야? 후예의 약점인 도봉을 찾는 게 최우선인데 갑자기 역근세수경에 대한 실마리가 나온 느낌이군….’
아무래도 초무린은 예전에 역근세수경에 대해서 상담했을 때부터 줄곧 티는 안 냈지만 그 문제를 신경써 왔던 게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무림전설 뇌신류 팔황천마로 불리던 초무린을 일 초에 패배시킨 게 바로 역근세수경이니까…. 신경이 안 쓰일 순 없겠지.’
그리고 혼자서 생각하면서 역근세수경의 수수께끼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치면 방금 전 초무린의 말은 심상치 않은 단서일 것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게 고정관념이라….’
이게 뭔 뜻이야?
나는 영 이해가 안 되어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일단 황궁으로 돌아가 보았다.
파앗
그리고 사마령 교수를 찾아가서 예전에 역근세수경 탐사임무가 어찌 되었는지를 질문해 보았다. 그러자 사마령 교수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아무래도 크게 부끄러움을 느낀 듯 했다.
“죄, 죄송합니다. 전혀 역근세수경을 찾지 못했습니다 폐하.”
“음 역시 그런가. 그래도 못 찾았다고 말이라도 해줬음 좋았을 텐데….”
“392만여 개의 자료를 일일이 암호와 대조하며 해석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비급이라 불릴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빅데이터와 딥러닝머신을 이용해서 분석중이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라.”
사마령이 보기 드물게 말이 빨라진 걸 보니 당황하긴 한 모양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사마령에게 말했다.
“사마령.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게 고정관념이란 말을 어찌 생각하는가?”
“이번 일에 대한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렇다면…. 모두가 가짜이거나 모두가 진짜이거나. 둘 중 하나를 뜻하는 겁니다.”
“…….”
모두가 가짜이거나 모두가 진짜.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역근세수경 392만개가 모조리 가짜? 그럴 수가 있나?’
대웅제국 전뇌부대가 몇달동안 긁어모았다면 누락된 자료는 있을 수 없다. 전 세계의 모든 자료를 긁어모았으리라. 그 모든 게 가짜라면 더 이상 이 세상에서 찾을 방법이 없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그렇다면… 3921983개가 전부 진짜?
‘이게 더 터무니없는데….’
그게 어떻게 다 진짜가 될 수 있어?
얼추 역근세수경을 추적할 감은 잡은 것 같지만 접근방법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약간의 호기심을 느끼고는 사마령에게 말했다.
“사마령. 거기에 그 파일을 내게 보여줘.”
“삶에_지친_현대인의_위대한_마음수련_역근세수경.tyt 말씀이십니까?”
“……응.”
저 파일은 예전에도 본 적이 있다. 선단수련의 기초와 내공호흡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글쓴이의 기이한 수양담이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정체불명의 불경이 쓰여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
…불경?
뭔가 마음에 걸리는데….
“자, 잠깐. 최후반부의 불경을 좀 화면에 띄워봐.”
치징
나는 저 불경이 뭔지를 알고 있었다. 예전에 공부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 것이다.
“저건 금강경(金剛經)의 구절이잖아. 원본 그대로가 아니라 좀 변형시켰긴 하지만.”
금강경은 세상에서 가장 대중적인 불교 경전인데다가 유학자들도 대개 한번쯤은 읽어보는 경전이었다. 그래서 나도 대충은 알고 있는 것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 분석팀에서도 그건 분석이 끝난 일입니다만 변형자에 수십가지 암호체계를 대입시켰는데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기보다 저 변형자는 아무래도 고려의 이두(吏讀)일 가능성이 99퍼센트더군요.”
나는 처음 듣는 말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두? 그게 뭐지?”
“중세의 고려인들은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고려말을 기록하는 독특한 체계를 갖고 있었는데 그걸 이두라 했습니다.”
“흐음. 즉 변형자는 원래 고려의 말이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뜻은 해석할 수 있어?”
“해석을 해 봤습니다만 의미불명이었습니다. 이두는 그저 소리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고…. 죄송합니다.”
뭔가 수상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금강경과 이두가 함께 쓰여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혹시 아까부터 계속되었던 정체불명의 감은 여기로 이어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사마령에게 말했다.
“내가 직접 들고 읽을 수 있게 종이로 인쇄해 줘.”
위잉
나는 종이에다가 <삶에_지친_현대인의_위대한_마음수련_역근세수경.tyt>을 출력해서 손에 들었다. 그리고 종이를 목갑에 넣고는 사마령에게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이 파일을 처음에 전뇌세계에 올린 게 누군지 그 출처를 끝까지 조사해 줘.”
“존명.”
파앗
나는 직후에 아수라에게로 갔다. 그리고 아수라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흑요석으로 보여주었다.
우웅
아수라는 기억을 전송받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군.”
나는 아수라의 말에 뭔가를 눈치채고는 말했다.
“아수라. 너는 장삼봉이 시련으로 나올 거라는 걸 예측하고 있었군.”
아수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감이었다. 내가 여와나 복희라면 너희 인간들에게 종말의 명운을 맡겨야 할 텐데 그만큼의 실력을 봐야하지 않겠나? 다만 그래서는 권능이 강력한 놈만 내보내선 실력측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너희 인간의 장기인 무(武)를 극한까지 단련한 놈이 필요하지. 그리고 그 분야에 있어서 천계의 양대산맥은 장삼봉과 여동빈인데 여동빈은 지상에 있으니 장삼봉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장삼봉이 나오면 무조건 무쌍패로 내 앞을 가로막을 것도 예측했고.”
“그렇지.”
“그래서 암야참을 쓰라고 한 거였군.”
아수라가 말없이 웃고 있자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했다.
“근데 어떻게 내가 무쌍패를 암야참으로 뚫을 수 있었던 거지?”
“답은 너도 이미 알고 있지 않냐.”
“뭐?”
“암야참은 무쌍패로 막을 수 없어. 명룡자처럼 공격으로 전환해서 맞찌르기를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 왜냐하면 의념을 무(無)로 만들어버린다는 건 무쌍패의 전제 기전이 되는 무위전변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 말은 무적의 방패인 무쌍패를 뚫을 수 있는 유일한 천적이 바로 암야참이란 건가!!”
“그런 셈이지.”
“그, 그렇다면 앞으로 암야참만 있으면…. 모든 의념절기를 되려 없앨 수 있으니 최강 아닌가.”
내가 내심 두근거려서 중얼거리자 아수라가 인상을 찡그렸다.
“좀 편리한대로만 생각하지 마라. 그렇게 편리한 상위호환이 있으면 내가 아직도 수련에만 몰두하겠냐고. 무쌍패와는 우연히 상성관계가 맞았을 뿐이지 ‘모든 의념’ 자체를 없앨 수는 없어.”
“어째서지?”
“암야참은 태허로 향하는 길을 찾던 중 최단거리를 찾은 것뿐이고 무쌍패는 그 직선거리에 포함되어 있는 절기였다. 그게 바로 상성을 만든 것뿐이고 다른 절대지경의 기술과는 전에 얘기한 대로 딱히 상성이 없어.”
단호하게 말한 아수라가 한숨을 쉬었다.
“휴. 그런 얘기는 선검의 힘을 안 빌리고 암야참을 쓸 수 있게 됐을 때 하라고.”
“…미안.”
“아무튼 재밌군. 후예라….”
아수라가 하늘을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듯 중얼거렸다.
“후예의 전성기는 나도 기억이 나는군. 삼황오제 제곡의 시대였던가? 놈은 그 당시에 세계최강의 사냥꾼이라 불렸고 신을 사냥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두려운 존재였어.”
“두렵다고? 너 또한 마왕 중에서 최강급이 아닌가.”
“나도 처음부터 강했던 건 아냐. 그리고 후예는 내가 최강의 마왕이던 시절의 힘을 넘어선 존재지.”
“…….”
역시 이번 시련은 만만치 않을 듯 싶다. 내 얼굴이 굳어지자 아수라가 말했다.
“내 생각이지만 후예를 상대로는 암야참이 안 통한다. 처음에 생각한 대로 도봉이란 걸 찾는 게 훨씬 낫겠어. 약점을 찾아서 공략한다는 네 생각은 옳다.”
“역시 그런가…. 근데 왜 안 통한다는 거지?”
“대영웅이자 신격인 후예가 의념에 의존하면 얼마나 하겠나? 그 자가 다루는 무(武)는 처음부터 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인간의 것과는 달라. 성질이 상이하면 암야참은 네 무량단보다 훨씬 약해져 버린다.”
“흠!”
“안 쓰느니만 못하다면 차라리 쓰지 마.”
그렇게 경고한 아수라가 말했다.
“근데 꼭 천계에 되돌아가서 찾아봐야겠냐?”
“응?”
“상관관계를 생각해 보면 쉽사리 결과에 도달할 수 있지.”
“상관관계?”
아수라의 말이 이어졌다.
“본디 복숭아나무 방망이같은 건 후예같은 고차원적 존재의 약점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약점이 되었다는 건 제준이자 제곡, 바로 삼황오제가 그걸 원했기 때문이야.”
“제곡이 일부러 후예의 약점을 만든 건가….”
“그런 거라도 만들지 않으면 제곡 입장에서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존재니까.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떠올릴 수 있는 건.”
아수라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제곡이 과연 그 약점을 지상세계에 놔뒀을까…. 라는 거지.”
“무슨 뜻이야?”
“…이걸 잘 생각해 봐. 다 알려주려니까 지치는군.”
제곡이 지상세계에 도봉을 놔두진 않았을 거라고?
지상세계에 안 놔두면 어디에 놔둔다는 거지?
‘제곡의 목적은 그 약점을 이용해 만일의 경우 후예를 통제하는 것. 그렇다면 통제하기 쉬운 약점을 놔두는 곳은….’
나는 그 순간 앗 하고 탄성을 질렀다.
“…달!!”
“그래.”
아수라가 밤하늘에 떠오른 새하얀 만월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곡의 반왕전. 바로 저기에 도봉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