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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39화 (1,13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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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신역절기 무쌍패!

장삼봉이 일순간에 절대지경 고수들을 갈대처럼 쓰러뜨려버린 기술은 바로 신역절기였다는 사실에 다들 크게 놀라는 기색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극호가 말했다.

“무한의 원이란 걸 깨달으면 지금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오?”

“그렇소. 해 보시오!”

후왁

장삼봉이 손을 좌에서 우로 크게 저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휘청거리며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살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나 정녕 두려운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무공으로도 대책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웅!

나는 선검을 소환해서 이번에도 어느 정도 신역절기 무쌍패에 버티다가 한참 후에 넘어갔다.

털썩 하고 주저앉은 채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거 안 좋은데….’

내 머릿속에 아수라의 충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뭐 그럼 암야참 수련은 여기까지 하자. 그 동안 수고했으니 이만 하산(下山)하도록.]

[선검을 이용한 편법으로 암야참을 쓸 수 있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선검이 다 소모되면 넌 암야참을 못 쓴다는 거야.]

[이 상황에서 억지로 훈련한답시고 암야참 사용횟수를 줄이는 건 멍청한 짓이지.]

[아 그리고 원을 그리는 수련은 계속 하고, 선검을 아껴라. 천계에서 암야참을 쓸 수 있는 횟수는 제한되어 있다는 거 잊지 말고.]

그렇다. 선검의 사용횟수는 제한되어 있고 다 소모하게 되면 더 이상 쓰기 힘들어질 것이다.

‘암야참을 앞으로 더 써야할지도 몰라! 이런 식으로 계속 선검을 낭비하면 안 돼.’

쉬쉭

나는 어설프게 저항하는 걸 관두고 선검을 소멸시켰다. 모두는 쓰러져 있다가 다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들 모두가 다시금 의념천주를 곧추세운 채 장삼봉에게 찌르는 듯한 살기를 쏘아보냈다.

그러자 장삼봉이 마치 도발이라도 하듯 천천히 손을 까닥였다.

“합공하시오.”

쩌엉!!

다음 순간, 절대지경 고수들이 장삼봉의 살갗 한 치 앞까지 동시에 달려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허공에 떠 있었고, 그들의 몸은 전부 태극(太極)에 감싸여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모두가 무력화되나 장삼봉은 이형환위의 신법을 발휘해서 자신의 위치를 옮겨버리고 말았다.

털썩

“이럴 수가….”

보쿠덴이 재차 절망한 듯 검을 늘어뜨렸다. 설마 이 많은 수의 절대지경이 합공했는데도 상처하나 내지 못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독고성이 침음성을 흘렸다.

“음…. 이게 바로 신역절기인가? 하긴 능어일념과 무쌍패도 뚫지 못했으니 더욱 고차원적인 절기에 막히는 건 당연하겠지.”

독고성의 말을 들었는지 장삼봉이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독고성이여. 번개를 벨 수 있다고 방금 말한 게 그대였지.”

“번개…… 잘랐단 말이다.”

독고성은 거짓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투선의 경지에 도달한 그의 검술이라면 충분히 의념천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러자 장삼봉이 말했다.

“그런 건 자연을 극복한 게 아니오. 현상을 베었을 뿐.”

“또 말장난인가? 네가 말하는 깨달음이라는 건 도통 모르겠다.”

“쉽게 말해드리겠소. 나 또한 자연(自然)이며, 신 또한 자연. 그렇기에 그대는 자연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오.”

“…….”

“번개를 자르는 강함에 집착하지 말고 스스로의 의지가 향하는 곳을 잘 살피시오. 그러면 무한의 원은 그대의 곁으로 올 것이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말했다.

“장삼봉 진인. 당신이 신역절기를 쓸 때 의념의 발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소. 이건 어떻게 된 것이오?”

그 사실에 다들 장삼봉 진인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 말대로 장삼봉 진인이 두 번이나 신역절기 무쌍패를 썼는데도 의념천주가 전혀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마치 의념이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카미이즈미 노부츠나의 말에 장삼봉 진인이 대답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오. 없는 건 없는 거겠지.”

“…….”

그러자 그는 상념에 잠겼다. 장삼봉 진인이 좌중을 향해 말했다.

“이번에는 내게 굳이 타격을 입히지 않아도 좋소. 그저 무한의 원을 깨달아 쓰러지지만 않으면 되오.”

장삼봉 진인이 그렇게 말하고는 가부좌를 틀고 그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준비되면 다시 가겠소.”

준비라 하는 건 다시 한 번 신역절기 무쌍패를 써서 우리를 시험한다는 소리다. 마치 언제든 공격할 테면 공격하라는 자세였으나 그를 공격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털썩!

도리어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어서 명상에 잠긴 듯 했다. 뜬금없는 고요가 장내에 맴돌았다.

화두!

장삼봉 진인이 직접 보여준 신역절기 무쌍패를 공략하려는 의욕이 모두에게 생긴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조심스레 장삼봉 진인에게 말했다.

“진인. 이 시련을 언제까지 통과해야 하는 겁니까?”

“기한같은 게 있을 리가 있겠소? 시련은 이미 끝났거늘.”

“네?”

“백웅 그대가 나를 원 밖으로 밀어냈을 때 시련은 끝났소. 나는 그대들을 인정했으니 그대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다음 층으로 가도 되오.”

“그렇다면 지금 이 수련은 [작은 굴레]에 저항할 수 있게 하는 순수한 수련이었군요….”

“그렇소. 아쉬울 게 없다면 올라가면 되오.”

올라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내심 이를 악물었다.

‘제길…. 하루이틀만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닐 거같아.’

어쩌면 이 층에서만 10년을 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나는 일단 고개를 저으면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흠…. 방금 전 상태로 볼 때 신역절기 무쌍패에 저항할 수 있는 중대한 단서는 선검에 있다. 하지만 선검만으로는 신역절기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검마의 검령 또한 선검과 마찬가지였으니, 어쩌면 검령이든 선검이든 신역절기에 발을 디디려는 수련단계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무언가 지금과는 차별화된 성취를 얻어야만 이 시련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이 뭔지를 알아차렸다.

선검 수련!

지상에서 하던 것처럼 선검술을 수련하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

하지만 문제는 애시당초 선검이 잘 진도가 안 나갔기 때문에 산하사직도에도 들어가고 아수라 밑에서 수련도 받았을 정도였다. 결코 하루아침에 될만한 수련이 아니었기에 나는 내심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10년 걸릴지도.

아니 남은 16년 내에 얻을 수나 있을까?

나는 눈을 감은 채 고민을 계속했다. 하지만 딱히 방법은 없었고, 남은 길은 이 천계에서 수련이나 계속 하는 것밖에 없는 듯 했다.

파밧!!

“하앗.”

그러던 와중에 더러 태을신군과 천귀마살 등이 덤벼들었다.

“어림없소.”

그러나 그들을 상대로는 장삼봉 진인은 신역절기를 굳이 쓰지 않고 그냥 무쌍패로만 격퇴했다. 신역절기도 아니었으나 그들은 무쌍패에 가로막힌 후 곧장 천축장에 튕겨서 하늘로 날아갔다.

‘저 자들도 수백년 동안 수련해서 절대지경을 원숙하게 만든 고수들인데 마치 애 취급을 당하는구나….’

보쿠덴이 아까 자결하려던 심정도 약간은 이해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장삼봉 진인의 강함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였다. 내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망량이 말했다.

“백웅. 말할 게 있소만.”

“무엇이오?”

이어진 망량의 말은 뜻밖이었다.

“나 혼자서 93층을 도전해보고 싶소.”

“……?! 미쳤소?! 틀림없이 [작은 굴레]를 조작할 수 있는 적이 나올 터인데 당신 혼자서 어떻게….”

그러자 망량은 백우선을 천천히 움직이며 말했다.

“나는 무공을 그리 익히지 않은지라 이렇게 최고경지의 수련에 참여해봤자 허송세월만 할 뿐이오. 그렇다 해서 이제 와서 팔괘궁에서 보급담당을 할 필요도 없지. 그러느니 내가 먼저 윗층을 탐색해서 공략시간을 줄이는 게 합리적이오.”

“아니, 그러니까 [작은 굴레]를 움직이면 어떻게….”

“괜찮소.”

이어진 망량의 말에 나는 크게 놀랐다.

“나는 이미 [작은 굴레]에 저항하는 술법을 갖고 있으니.”

“……!! 정말이오? 그게 어떤 술법이란 말이오.”

“시해지술을 연마하다보니 스스로 개발한 술식이오.”

그렇게 대꾸한 망량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장삼봉 진인에게 말했다.

“진인. 위에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와도 상관없겠습니까?”

“좋을 대로 하시오. 허나….”

장삼봉 진인이 보기 드물게 심기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대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옳은 흐름에 순응하지 않으면, 큰 싸움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라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걸까?

망량은 천천히 포권하며 대꾸했다.

“충고 고맙습니다.”

저벅

우우웅!!

나는 망량이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자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공간이 일그러지며 다음 층으로 향하는 통로가 생긴 걸 알아챘다. 아무래도 일단 시련을 통과하고 나면 다음 층으로 가고싶다고 생각만 해도 통로가 생기는 형태인 듯 했다.

나는 급히 외쳤다.

“망량! 자, 잠깐만! 너무 성급하잖소! 굳이 탐색 같은 거 안 해도 되니까 다 같이 움직입시다.”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알 수 있다. 이 탑의 시련난이도는 장난이 아니다. 혼자서도 탐색 같은 게 통용되는 장소가 절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혼자서 움직이는 망량의 속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백웅. 걱정 마시오.”

망량이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런 곳에서 죽지 않소.”

그렇게 말한 망량이 다음 층으로 향하는 통로로 발을 내딛는 게 보였다.

“……!!”

파앗

다음 순간, 나는 어느 새 다음 층으로 와 있었다. 그리고 자기 어깨를 움켜잡고 있던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망량이 말했다.

“백웅. 왜 따라온 거요?”

이, 이게 무슨….

나는 그만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뻔 했다.

“말이라고 하시오?! 당신답지 않소!”

나는 황당해서 그만 망량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92층에서 벌써 장삼봉 진인이 나타났단 말이오! 93층부터 나타날 괴물들이 얼마나 셀지 두렵지도 않소? 다 같이 움직여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당신 같은 천재가 이렇게 경솔한 짓을….”

“천재라.”

망량이 약간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오. 그저 망량일 뿐.”

“……?”

갑자기 왜 이래?

“와버린 이상 어쩔 수 없겠지. 일단 계속 가 보겠소.”

“…정말로 우리 둘이서 93층을 탐색한단 말이오?”

“둘이 아니오. 애초에 나 혼자 하려 했으니 당신은 돌아가도 좋소.”

“망량…. 대체 왜.”

내가 따지려고 입을 열자 망량이 갑자기 어딘가를 빠르게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두 손가락을 앞으로 뻗으며 나직이 외쳤다.

“급급여율령!”

파앙!

망량의 손에서 황색 기운이 튀어나가면서 부신술의 복잡한 주사글자가 허공에 떠올랐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허공에서 무형의 공격을 차단한 망량은 그 방향을 쳐다보며 말했다.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구려. 예상대로군….”

“음…. 예상대로라니.”

“저 자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소.”

망량의 말대로 약 백여 장 떨어진 곳에 누군가가 나타나 있었다. 나는 그 자의 얼굴을 멀리서 안력을 강화해서 쳐다보았는데 그 순간 깜짝 놀랐다.

“……?!”

엥? 저 새끼가 대체 왜 여깄냐?

파밧

이윽고 새로이 나타난 누군가가 공간이동술을 써서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는 허공에 떠 있는 큰 수레를 타고 있었는데 아주 신경질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한 한 손에는 적궁(赤弓)을 들고 있었는데 저 적궁은 나도 여러 번 쓴 적이 있었던 강력한 보패였다.

[현허궁주. 겁도 없이 혼자서 이 시련에 도전하려 하는가?]

망량은 꽤 긴장한 듯 이마에 땀을 주륵 흘렸다. 상대가 엄청나게 강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당신이 여와의 소환에 응할 줄은 몰랐소만.”

[그 분께서 내 소원을 들어준다 하셨다. 당연히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 응?]

망량의 말에 대꾸하던 그 자가 갑자기 옆에 있던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개자식!! 안 그래도 종말 전에 어떻게 찾나 걱정했었는데 알아서 찾아와 주었구나!]

“엥?”

[참 잘 왔다! 죽여버리겠다 백웅!!]

쿠와아앗

그 투선은 한손에 들고 있는 적궁백시를 내게 들어서 겨누었다. 나는 원래 제곡의 보물창고에 있어야 할 적궁백시가 어째서 저 투선에게 있는지 의아해했지만 이내 알 수 있었다. 원래부터 상고시대에 저 자가 적궁백시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여와의 신력이 전신에 이글거리는 상태에서 투선(鬪仙) 예(羿)가 포효성을 터뜨렸다.

[이 개종자야. 내 이름을 걸고 너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투확

다음 순간 적궁백시의 첫 발이 내 심장을 관통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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