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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35화 (1,13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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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검마는 다시금 검령을 자신의 검 주변에 떠돌게 하며 정신을 집중하는 듯 했다. 검마와 장삼봉의 시선이 한 번 마주쳤고, 검마는 다시 일 보를 앞으로 내딛었다. 그저 일 보의 거리를 줄였을 뿐이지만 갑작스럽게 두 사람이 검을 지근거리에서 맞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스스스

검령이 일어난다. 나는 의혹어린 눈으로 그 대결을 보고 있다 중얼거렸다.

“대체 저건…? 영혼이란 말인가?”

“백웅. 눈으로 보지 마라.”

나는 휙하고 옆을 돌아보았다.

“독고성.”

독고성은 한 번 도전했다 패했기에 다시 도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약간 떫은 표정으로 관전중이었는데 관전 도중에 내게 말을 건 것이다. 독고성은 아직 부상의 여파가 있는지 자신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럭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절대지경의 절학은 시각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정보가 너무 많다. 물론 동체시력이 좋아서 나쁠 건 없지만 현상보다 윗단계에 있는 게 바로 의념이지. 그래서 의념부터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건 알지만 의념을 보는데도 뭔가 이상한 점은….”

“정말로 넌 의념을 보고 있나? 의념이 무엇이지?”

독고성이 눈 앞의 대치상태에 시야를 똑바로 고정시키며 말했다.

“의념이란 의념천주로 발동하는 지기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의지 그 자체도 의념이 아닌가. 강대한 힘의 발현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바꾸느냐, 그게 더 중요할 때가 있다….”

“…….”

“방향. 어느 쪽으로 길이 향하는지를 봐라.”

뭐지? 뜬구름잡는 소리같은데….

알아들을 것 같다.

의념은 단순한 현실왜곡능력이 아니다. 그런거라면 차라리 마법이라도 배워서 인신공양으로 힘을 쌓는 게 편할 것이다. 의념이란 한 무인이 평생동안 수련해온 무예의 영념을 최강의 형태로 이 세상에 드러내는 것 - 그 방향성은 총의 방아쇠와 같으며, 방아쇠를 당겼기에 의념이 세상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

의념의 근간을 보라는 조언.

나는 그 말의 뜻은 깨달았지만 눈 앞의 검령때문에 정신이 잘 집중되지 않았다. 저렇게 선명한 영혼이 눈 앞에 있는데 어떻게 의념의 방향을 읽을까? 나는 혼란스러워하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에잇!’

보는 것 때문에 방해된다면 차라리 안 보는 게 낫다!

의념에만 집중하자!

나는 그리고는 심안과 청경을 이용해서 주변을 기와 의념으로만 감지하기 시작했다. 초절정고수 때도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지만 절대지경에 이르며 한층 심화된지라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충분히 주변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자, 장삼봉과 검마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치링!

키이잉

“……!!”

보인다. 아니, 느껴진다! 검령은 시야가 없는 어둠의 세계에서 선명하게 적의를 드러내며 수만 갈래로 의념을 분출하고 있었으며 그 하나하나의 의념은 비록 현실에 실현되지 않았으나 여지를 남겨둔 채 장삼봉 진인의 사방팔방을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장삼봉 진인 또한 자신의 의념을 방출해서 검령이 만들어낸 압박에 하나하나 대응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나는 그 살벌한 견제 속에서 수많은 가상의 참격이 오가는 걸 느끼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지…. 살기로 구체화되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의념일 뿐인데 어찌 이렇게 선명하게.’

지금 느껴지는 건 살기가 아니다. 보통의 고수들이 서로 신경전을 벌일 때 머릿속에서 접전을 벌이는 투로조차도 아니었다. 그저 ‘할 수도 있다’는 의지가 의념처럼 한 번 쏘아졌을 뿐이고 그 희미한 의념이 현실에 걸쳐져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살기조차 아닌 가벼운 의지였는데 그게 또 다시 의념계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걸 보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이…… 이런 공방이 무슨 의미가 있지? 저 의념이 설령 상대의 몸에 닿인다 해도 구체화되어 타격을 주려면 그만한 과정이 필요하고, 그럴 시간에 이미 다른 초수가 펼쳐지지 않나…. 차라리 그냥 살기를 뿜는 게 나을 터….”

너무나 비상식적이다. 초절정고수나 절대지경 고수들이 저런 짓을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다. 단지 살기 이전단계의 의념을 그저 나뭇가지처럼 걸쳐놓는 것만으로는 전혀 공격이 될 수 없고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저래서는 그냥 널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며 쳐다보는 거랑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가공의 상념이자 의념일 뿐 결코 저건 초수라고 불릴 수가 없는 것이다. 어째서 저만한 고수들이 저런 애들 장난같은 짓을 한다는 말인가?

“보통이라면 그렇겠지.”

독고성이 예리한 눈으로 전방을 쏘아보며 말했다.

“끝까지 봐라. 무슨 말인지 알 거다.”

나는 독고성의 말에 의혹을 품으며 검마와 장삼봉 진인, 2초째의 공방을 보았다.

우우우우

아직도 저 격렬한 가상의 공방은 진행중이다. 검령은 마치 흰색의 민들레 씨앗같은 수많은 검로(劍路)를 흩뿌리며 장삼봉 진인을 당장 베어버릴 것처럼 굴고 있었고 장삼봉 진인 또한 가상의 의념으로 하나하나의 검로를 쳐내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검마가 처음으로 느긋하게 검을 내뻗었다.

크게 휜다. 휘면서 장삼봉 진인의 좌측을 파고들었고, 감아치는 절초가 무척이나 절묘하다. 나는 저게 또다시 가상의 검로인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실초(實招)라는 걸 깨달았다.

‘드디어 공격인가?’

하지만.

장삼봉 진인은 그 실초를 전혀 막지 않았다. 그 실초가 자신의 코앞에까지 도달했는데도 막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대로라면 장삼봉 진인이 죽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끝까지 미동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투확

‘엥?!’

갑자기 검마의 일초가 장삼봉 진인의 두상을 관통한 걸 보고는 깜짝 놀랐는데, 사실 그건 허초(虛招)! 장삼봉 진인은 그 허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막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돼! 저건 분명 실초였는데?!’

하물며 지금은 눈을 뜬 상태도 아니고 의념만 감지하고 있기에 시각에 현혹되지도 않는 중이다. 이 상태에서 절대지경인 내 감각을 속이고 끝까지 실초로 위장할 수 있는 허초라니?! 저런 게 말이 되는가? 그리고 장삼봉 진인이 그 어마어마한 허실의 변주를 알아챘다는 것도 믿겨지지 않았다.

치리링 -

방울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나도 감지하기 힘든 찰나의 순간, 그제서야 장삼봉 진인은 움직였으며 찰나지간에 무쌍패를 시전했다. 심지어 그 무쌍패는 딱히 보지도 않고 시전한 듯 했기에 정신나갔나 싶었지만 이윽고 전혀 예상치도 못한 좌하단에서 치고 올라오는 뜻밖의 진 어검이 장삼봉의 늑골을 관통하려 하고 있었다.

촤악….

“매섭구려.”

“아직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거늘 조롱을 하시는 것이오? 이거 참….”

“허허. 칭찬이오.”

나는 그 둘이 2초의 교환을 하며 대화하는 걸 보자 멍한 기분이 되었다. 독고성의 말대로 의념만으로 그들의 대결을 관찰하니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독고성이 말했다.

“이제 깨달았나?”

나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자들은, 찰나의 의념을 그대로 실초와 허초로 변환할 수 있는 거구려.”

“바로 그거다. 그래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의념의 선제공방부터 오가는 것.”

살기조차 되지 못하는 ‘걸치는’ 의념부터 뻗어내는 이유. 그것은 다른 고수들과 달리 장삼봉과 검마는 그 흐릿한 의념조차 즉시 현실로 뒤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로 의념천주의 극치!

의념을 다루는 능력이 수백 년동안 발전하면 저 정도 경지가 가능하단 걸까?

나도 흉내 정도는 낼 수 있겠지만 저 자들처럼 정밀하게 읽어내거나 찰나지간에 의념을 승화시켜 구현화하는 건 불가능했다. 너무나 세심한 경지다.

“하지만 보통은 저럴 필요가 없잖소? 저렇게 하면 잠깐 우위를 잡기는 좋겠지만 저 경지를 성취하기 위해 들이는 수고에 비해서 실전에서 얻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은데….”

대단하긴 하지만 실전에선 미미한 차이다.

‘저걸로 승부는 안 나. 그게 된다면 지상의 절대지경 고수들과 투선들의 대결이 성립될 수도 없었겠지….’

종이 한장차이가 생사경합을 가른다지만 그렇다 해도 대단하다곤 할 수 없는 능력이다. 어차피 극속의 세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겠지. 검마나 장삼봉이 지금 우리와 싸워도 저 능력만으로는 크게 우위를 잡지 못한다. 어차피 우리는 저런 식으로 변주를 섞어도 심념을 다해서 반응할 수 있으니까. 다만 검마의 경우는 좀 다르지….”

“다르다고?”

“저 자의 검령이 방금 완전히 허실을 뒤바꾸지 않았나? 본래 그런 건 불가능하지만 검마의 탈혼검령은 가능하다.”

“음….”

“자세한 건 나도 모르지만 이 승부의 승패는 탈혼검령에 달려 있다.”

그런 것 같다.

나는 독고성의 조언에 내심 감사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번의 충돌에서도 탈혼검령은 무쌍패를 절반 정도 관통했다.’

아주 미세한 변화였지만 일 초 째의 충돌에서보다 좀 더 투과의 심도가 깊었다. 그것은 검마가 감을 잡고 무적방어 무쌍패의 헛점을 찾아내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나는 그 사실에 고무되면서 눈앞의 대결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과연 탈혼검령은 무쌍패를 뚫을 수 있을 것인가?

삼 초 째.

스윽!

검마는 이번에는 검을 든 자세를 다르게 했다. 마치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치려는 듯한 강인한 상단세, 흔히들 강호에서 패참(覇斬)이라고 부르는 위풍당당한 자세를 잡은 것이다. 저 자세는 베는 위력이 가장 강력한 대신에 허점이 가장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어지간히 실력차가 나지 않는 이상 사용되지 않았다.

‘뭐 자세야 큰 의미가 없겠지….’

그저 상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검마가 이번 일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발현일 뿐이다.

반드시 무쌍패를 깨버리겠다는 의지!

그 사실을 장삼봉 진인도 느꼈는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검마. 사 초 째는 없다는 태도구려.”

“삼 초 내에 뚫지 못했는데 어찌 그 다음이 있겠소? 무쌍패를 상대로 그리 안이한 생각은 하지 않소.”

“안이하다니…. 되려 오만하구려.”

“잔말말고 받아보시오.”

검마의 안광이 크게 빛났다.

“쉽지 않을 테니!”

탈혼검령(奪魂劍靈)

경인혈견휴(驚人血見休)

치잉!

나는 격돌하기 직전 눈을 감았다. 아까 말했던 대로 시각으로는 잡을 수 없는 대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마의 검령이 명동(鳴動)하면서 그 형태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별빛같은 잔광(殘光)을 남기면서 장 진인에게 일렁이며 쏘아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검령이 소멸된 상태에서도 검마의 패참자세는 변함이 없었고, 마치 장 진인이 무쌍패를 쓰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찰나의 순간에 장 진인이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무신의 좌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 정도 경지에 오르다니….]

무쌍패(無雙覇)

장삼봉 진인의 양손이 태극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태극의 무위전변이 패도를 발하는 순간이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검마는 패참의 자세에서 정직하게 아래로 내리쳤고, 그 순간 나는 내가 느낀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위이잉 - !!

마치 일렁이는 듯한 잔광같은 검기가 태극을 관통하고 있었다. 아까처럼 애매한 투과가 아니라 완벽하게 무쌍패를 관통한 경인혈견휴의 검기는 장삼봉 진인의 코앞까지 도달했고, 장삼봉 진인은 이번에 진짜로 위기를 맞이했는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파밧

처음부터 장삼봉 진인이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그가 정해놓았던 원의 외곽선까지 발끝이 닿았고 무쌍패를 꿰뚫은 검기가 항진하여 이번에는 장삼봉의 인중부터 목젖까지를 쫙 그어버리려는 가공할 살기가 느껴졌다.

‘된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떻게 무쌍패를 뚫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혈견휴는 분명히 무쌍패를 뚫고 장삼봉의 본체에 근접한 것이다. 나는 이걸로 장삼봉의 시련을 뚫었다 생각하며 내심 주먹을 불끈 쥐었다.

능어일념(能於一念)

그 순간 장삼봉의 움직임이 찰나를 가르고 유연하게 변형되었다. 막 혈견휴의 일참이 장삼봉의 인중을 세로로 그어버리려 할 때 검의 바로 앞에 또 하나의 태극(太極)이 나타나 있었던 것이다.

[……!!]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검마의 얼굴이 크게 평정을 잃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장삼봉의 손바닥이 앞으로 내뻗어지며 완벽한 시간차를 두고 검마의 가슴팍에 장인(掌印)을 만들어내었다.

‘시간차 반격!’

저건 못 피해!

퍼벅

합체기 현천구룡파(玄天九龍波)의 위력은 무방비상태에서 맞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는지, 검마는 그 자리에서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그나마 늑골이 뭉개지지 않은 것은 검마의 호신기가 강력했기 때문이리라.

풀썩

“크흑….”

승패는 명약관화했다. 장삼봉 진인은 태극권의 자세를 풀고 자연체로 돌아오며 진중하게 말했다.

“검마 서문대룡이여…. 만일 과거의 본도였다면 지금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했을 것이오.”

“…….”

“본디 능어일념은 본도조차도 필생의 집중력을 다해야 쓸 수 있는 비기…. 하물며 무쌍패와 함께 쓰는 경지가 아니었소. 허나 오백 여 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기에.”

“쿨룩, 쿨룩….”

검마는 쓰러져서 피를 토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큭… 큭. 당신도 오백 년 동안 무쌍패와 능어일념을 함께 쓸 수 있게 된 거군….”

“그렇소.”

“반칙… 아니오?”

이어진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딱딱하게 굳었다.

“무쌍패 동시시전이라니…. 크크… 큭.”

그렇다.

방금 전 장 진인이 보여준 것은 바로 무쌍패의 연속사용! 본디 필생의 집중력을 다해 사용할 수 있는 무쌍패는 무조건 일초식에 한 번 펼칠 수 있는 것이고 예외따윈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장 진인은 무쌍패를 두 개나 동시에 띄울 수 있다. 그 말은 설령 무쌍패로 방비할 수 없는 절대지경의 습격이 닥쳐오더라도 - 이번처럼 능어일념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면 무쌍패를 동시에 쓸 수 있다.

‘검마가 승산 삼할오푼을 말했던 이유를 알겠어…. 탈혼검령의 투과성질을 쓰면 무쌍패라도 뚫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적방어가 겹치면 그 위력은 두 배 정도가 아니다.

검마가 실패한 이상 장삼봉의 방어를 뚫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장삼봉 진인이 말했다.

“검마. 그대의 성취는 훌륭하오…. 다른 전장에서 목숨걸고 겨루는 상황이라면 본도도 팔 하나쯤은 각오해야 할 상대. 허나 그대는 나를 이기고자 했기에 진 것이라 할 수 있소….”

“패자는 유구무언. 좋을 대로 말하시오.”

검마는 퇫하고 피를 뱉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백웅에게 길을 보여준 것으로 만족하리다.”

검마가 물러나자 좌중의 분위기가 크게 굳어버렸다. 도대체 저 방어를 어찌 뚫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은 것이다.

다들 술렁이는 분위기에서 망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는 수 없군. 욕을 먹더라도 내가….”

그 순간 나는 검마의 경고가 생각났다.

[망량은 장삼봉을 소멸시켜버릴 수도 있네.]

그 말대로다. 망량이 아군의 비난을 무릅쓰고 그 황색 파장의 힘을 쓴다면 장삼봉을 소멸시킬 수도 있다. 지금 장삼봉이 더할 나위없는 어마어마한 시련이긴 하지만 그런 외법으로 그를 없애도 되는 것인가?

‘장삼봉은 종말의 싸움에서 큰 아군이 되어줄 존재야. 그렇게 하면 안 돼!’

망량을 말려야 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는 앞으로 뛰쳐나갔다.

타닷

내가 장삼봉 앞에 서자 장삼봉 진인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제일 마지막에 나올 거라 생각했건만.”

“꼭 그러리란 법은 없잖소?”

“무쌍패를 뚫을 방법이 있소?”

“…….”

나는 장삼봉 진인에게 말했다.

“까짓거 해보는 수밖에요.”

스윽

나는 양손에 들고 있던 쌍요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들어 태극권의 자세를 잡았고, 그건 이내 장삼봉 진인의 기본자세와 같아서 마치 거울을 두고 대칭을 잡은 듯한 자세였다.

장삼봉 진인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호오… 백웅이여. 그리 하시겠다?”

전신이 따갑다.

내게 기대가 쏟아지는 느낌에 괜히 전신이 오그라든다.

하지만 나는 억지로 씩 웃으며 말했다.

“어디 후인이랑 함께 해 봅시다, 장 진인.”

이어진 말과 함께 나는 각오를 굳혔다.

“무쌍패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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