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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1131화 (1,12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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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지혼(四神之魂)

나는 주후총에게서 충분히 거리를 벌리기로 마음먹었고 나머지 탐사대도 마찬가지 생각인 듯 했다. 상대는 여와에게서 신력을 받은 사도,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고 섣불리 접근하면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자는 없으리라. 그러자 은광인으로 변한 주후총이 은빛의 신익(神翼)을 펄럭거리며 비웃었다.

[후후…. 어디 이걸 받아봐라!]

치지지직 -

꽈릉!!

“……!!”

순식간에 주후총의 몸 주변에서 화염, 뇌전, 돌풍이 동시에 일어나며 수십만 줄기로 터져서 사방을 휩쓸었다. 범위와 숫자가 너무 방대해서 삽시간에 우주공간 전체가 빛으로 가득 차는 듯 했고, 우리가 서 있던 장소가 난도질당했다.

파밧

하지만 그 일격에 당한 탐사대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삼보절기를 써서 일차로 회피하고 그 다음에는 망량이 시해지술로 시전한 방어막이 아군을 보호한 덕분이었다.

[아니?]

주후총이 당황한 소리를 내었다. 십만대군이라도 전멸시킬 무지막지한 신급 기술을 깔끔하게 피해내자 놀란 듯 했다.

‘당연한 일이지.’

이 자리에 모인 자들 중에 애송이는 아무도 없다. 모두들 절대지경의 강자이며 수십 수백 년 동안 실전으로 잔뼈가 굵은 역전의 용사들! 하나하나가 지상세계 무림의 지존을 자처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들이 망량과 대라신선들의 보조까지 받고 있으며 호흡을 맞추니 이 정도 공격에 당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럼 일단 내가 먼저….’

나는 그대로 대해방 칠요를 들고 뛰어들어 놈의 방어막을 깨려고 했으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검마의 외침이 들려왔다.

[기다리게! 우리가 먼저 놈의 역량을 가늠해보겠네.]

[검마 어르…. 아니 검마.]

어르신이란 칭호를 빼달라고 했기에 노력했지만 잘 입에 붙지 않는다. 검마가 육합전성으로 말했다.

[저 정도 적을 상대로는 자네라 해도 불의의 기습에 일격사당할 확률이 높아. 자네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니 서둘지 말게. 이제까지의 적과는 다른 적이지 않은가?]

[그렇군요.]

[탐색전이 필요해. 이럴 땐 먼저 그가 나설 걸세.]

스윽

탐사대의 한 무인이 천천히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나 그의 활에 본디 활시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활대만 존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형의 활시위가 손에 걸려서 강렬한 살의를 흘리고 있었다.

생전에 오랜 수련 끝에 절대지경에 이르렀고, 동서전쟁 이후 시기에 무림에서 활약한 궁왕(弓王) 연종휘(燕鍾揮)가 눈을 빛내며 외쳤다.

“네놈이 무슨 황제냐? 백웅폐하야말로 진정한 중화의 황제이시다!”

[뭐라고….]

“받아라.”

절대지경(絶對之境)

일시만살(一矢萬殺)

퓨웅

짧은 파공음과 함께 의념으로 만들어진 무형시(無形矢)가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하듯 주후총의 미간 앞에 도달했다.

스악

어마어마한 속도의 무형시였으나 주후총이 인간을 초월한 능력으로 곧장 손으로 무형시를 붙잡으려 했다.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아무리 기를 이용해 신체능력을 강화해도 힘든 일이었다. 나라고 해도 저렇게 코앞까지 다가온 무형시를 맨손으로 잡진 못할 것이리라.

‘역시 신적 존재라서 속도를 무시하는가….’

그러나 연종휘가 순간 미소를 지었고, 주후총이 무형시를 붙잡는 순간 무형시가 폭사(爆射)했다.

투콰콰쾅

말 그대로 일만 개나 되는 의념의 화살이 지근거리에서 폭발하자 주후총은 피하지 못하고 모두 고스란히 맞아버렸고 장중한 파괴음이 울렸다. 그러나 주후총의 몸이 신력으로 이뤄졌기 때문인지 이내 흐물텅거리며 원래 형태로 복원하려 하자, 사방으로 흩어졌던 무수한 무영시들이 다시 목표에게로 회귀(回歸)했다.

이른바 유도추적 화살이었다. 저 특성이 무림에서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알고 있는 나는 감탄성을 내었다.

“음!”

퍼버벅

[크윽, 이놈….]

결국 주후총이 그 자리에서 버티지 못하고 순간이동 능력으로 멀리에 나타나자, 나는 연종휘에게 말했다.

“훌륭한 절기군.”

대단한 속도와 살상력, 게다가 범위파괴력을 지닌 절대지경의 기술이다. 아마 내 첫 번째 생에서 연종휘가 십대고수 궁왕으로 이름을 날렸을 때는 지금의 절대지경 일시만살같은 경지를 완성했던 것이리라.

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거리를 두고 쓰는 기술이므로 신적 존재를 상대로 탐색전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검사를 비롯한 근접전문의 고수들은 저런 식으로 섣불리 견제기를 날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원거리 전문인 활에 비해서 기력과 의념소모가 심했다.

“불민할 따름이옵니다.”

연종휘는 고개를 숙였다. 나는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좀 더 반응을 보도록 하지.”

“그럼 최선을 다해서….”

퓽 퓽 퓽

연종휘가 계속해서 일시만살을 시전하며 원거리에서 주후총을 괴롭혔다. 감지조차 쉽지 않은 무형의 화살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서 폭발하고 끈질기게 유도추적을 감행하는 건 차라리 공포나 다름없었고, 몇 번 순간이동으로 피해내던 주후총이 크게 노갈성을 터뜨렸다.

[이런 장난질 따위!!]

후우우우우웅!!

갑자기 주후총의 몸 주위에서 강렬한 은빛의 방어막이 생겨나더니 연종휘의 의념을 삼켜버렸고, 연종휘가 내상을 입은 듯 주춤거렸다. 그리고는 주후총이 곧장 날개를 펼치면서 쌍장으로 은빛의 광선을 내뿜었다.

쿠와아아아 -

광선의 범위는 수백 장이나 되어 무척 넓고 전개 또한 빨랐으나, 나를 비롯한 절대지경 고수들은 또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경공술과 삼보절기를 발휘하며 회피했다. 그리고 나는 심드렁하게 주후총의 공격을 맞이하면서 생각했다.

‘…이 자식, 힘을 제대로 못 쓰잖아.’

원래 주후총쯤 되는 신적 존재를 상대로 할 때는 굉장히 까다롭기 마련이었다. 그 자들이 휘둘러대는 권능은 말 그대로 초월적이었기에 조금만 상황을 유리하게 조정해도 절대지경 고수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후총에게서 느껴지는 전투력의 잠재능력치에 비해서 놈이 쓰는 전술은 매우 단순하고 읽기가 쉽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틀림없다. 저 놈은 전투경험이 거의 없다. 아니, 싸우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으나 그 힘을 어찌 휘둘러야할지 모르고 살기와 궤도가 모두 노출되게끔 시전하는 걸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저것만으로도 지상의 일반적인 절대지경 고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적어도 우리 탐사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수준이다.

차라리 권능을 이용해서 시공간을 조종하며 하나하나 조지려고 든다면 그게 훨씬 더 무서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무나 한놈만 맞으라고 방출형 범위공격만 해대는 건 전술적인 머리가 하나도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힐끔 검마나 주변 탐사대들에게 눈짓을 했고, 전투로 잔뼈가 굵은 나머지들도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나는 나머지를 통솔하는 역할을 하는 검마에게 육합전성을 보냈다.

[제풀에 헛점을 드러낼 때까지 견제해 주시오. 그 틈에 한번 들어가서 베고 나오겠소.]

[알겠소.]

검마가 손을 들어 수신호를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방어와 회피로 일관하던 탐사대 전원이 산개(散開)하기 시작했고 중앙에는 나와 망량이 모였다. 우리가 진형을 바꾸자 주후총이 광소를 터뜨리며 하늘로 푸드덕 날아올랐다.

[크하하하! 한번에 없애주마.]

지이이잉 -

쿠콰콰콰쾅

삽시간에 우주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한 수만 개의 광선이 사방으로 퍼져나왔지만 나는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 압도되기는커녕 황당해서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광선은 누구도 맞추지 못했고 부상도 입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심한 놈…. 저 정도 힘을 받아놓고 저렇게 밖에 못 쓰다니.’

반격당할 걱정따윈 하지도 않는 건가? 지금도 헛점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지 말지 유혹당하는 수준이었기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 내 표정을 힐끔 본 망량이 말했다.

“힘이란 건 쓸수록 익숙해지는 법. 저 자가 방심하고 있을 때 한 번에 끝내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저 자의 본래 격이 최소한 마왕 이상이니 귀찮아질 것이오.”

“그렇겠지.”

나는 풀어질뻔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하긴 대부분의 외계 고위존재들도 처음에는 저 주후총같았으리라. 그러다가 세월이 쌓이며 갈수록 전투경험이 쌓여서 자신의 권능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자칫 전투가 길어진다면 저 놈이 자기 힘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아채고 우리 쪽에 치명적인 타격을 먹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칠요로 한 방에 끝내야 한다.’

나는 눈을 반개한 채 집중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산개해 있던 탐사대들이 저마다 절대지경의 절기를 뿌리며 주후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크윽. 이리 와라!]

슈왁

주후총이 계속 의념절기에 얻어맞다가 신경질이 났는지 손을 휘둘렀고, 그와 동시에 공간이 압축되면서 멀리에 있던 검마가 주후총의 지근거리로 소환되었다. 주후총이 곧장 날개를 칼처럼 휘둘러 검마를 베려 했으나, 검마는 눈썹 하나도 까닥하지 않고 도리어 역공을 가했다.

삼보절기(三步絶技)

연계(連繫)

탈혼검령(奪魂劍靈)

무영절검식(無影切劍式)

검마의 검 끝이 잠시 흔들린다 싶은 순간, 그의 몸이 어느 새 주후총의 등 뒤로 가 있었다. 주후총이 검마를 뒤돌아보려 할 때 갑자기 놈의 대가리가 절반으로 쩍하고 갈라져버렸다.

[컥.]

주후총은 갑작스러운 참격에 정신을 못 차린 듯 몸을 신력으로 재구성하려 했지만 그 때는 검마가 도리어 달려들며 사방팔방에서 검화(劍花)를 피워냈다. 검화 한 송이가 주후총의 몸 주위를 스친다 싶자 그 자리에는 뻥하고 구멍이 뚫렸다.

투두두둥

[크, 크아아악!!]

쉬익

주후총이 다시 몸을 회복하며 발광해서 은빛의 광선을 마구잡이로 뿜어내자 그제서야 검마는 그 자리를 멸혼보로 벗어나 버렸다. 나는 검마가 자유자재로 치고 빠지는 걸 보자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방금 전 무영절검식을 쓸 때 상승절기가 무려 네 개나 섞였다…. 그런데 아무런 연계흔적이 없다!’

상승의 무리(武理)가 마치 실로 꿴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검마의 실력을 보자 과연 정면승부를 했을 때 내가 그를 무량단으로 벨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검마의 절기 중에 무량단을 앞서는 위력을 지닌 건 없다는 걸 지난 공략과정 중에 확인했지만, 어쩌면 검마라면 무량단을 흘려낼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든 것이다.

내가 다른 동료들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저들이 수백 년간 쌓은 경험치를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나는 검마의 실력에서 그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는 생각했다.

반드시 선검술이나 암야참에서 성과를 봐야 한다!

앞으로의 적에게는 그냥 절대지경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퍼벙 퍼벙

어느 새 탐사대는 계속 산개한 채 이따금 접근해서 주후총을 한 대씩 패면서 견제를 하고 있었다. 검마가 했던 것처럼 지근거리까지 접근하는 자는 없었으나 멀리서 한 방 때리고 도망가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주의가 팔린 주후총을 또 때리는 식이었다.

[크, 크, 크아아아아아…!! 이 놈들! 모기처럼 무슨 짓이냐!]

슈욱

천광혈뢰를 써서 빠르게 주후총의 목덜미를 베고는 거리를 벌린 극호가 이죽거렸다.

“얼마나 싸움을 못 하면 모기한테 처맞을까?”

[이, 이놈!! 하찮은 놈들!!]

또 다시 주후총이 광분하며 광선덩어리를 뿜어내려 하는 순간이었다.

지금이다!

이번엔 저 놈이 완전히 이성을 잃은 덕에 큰 빈틈이 보인다!

‘가자!’

타닷

나는 눈빛을 예리하게 하며 곧장 달려들었고, 마치 그런 내 행동을 읽었다는 듯 내 몸 주위에 망량이 푸른 방어막을 덧씌웠다. 또한 술수를 써서 나와 똑같이 생긴 환영을 16개나 만들어서 주변에 뿌렸고, 주후총은 내가 십여 장 내로 접근했을 때에야 내 공격을 알아채고는 흠칫했다.

우우우

찰나의 순간, 주후총이 모든 걸 태워버리는 은빛의 열광 방어막을 만들어내며 나를 녹여버리려 했다. 아주 정석적인 방어법이었지만 나는 이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수요와 화요를 교차하며 정면으로 부딪혔다.

꽈광!!

대해방 칠요가 쌍요공명을 하며 부딪히자, 주후총이 만들어낸 은빛 방어막이 한 순간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본래 이 정도 되는 방어막을 한번에 깨긴 힘들지만 이런 반응이 나올 걸 미리 예상하고 기술의 정확도를 높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열십자를 그리며 깨져나간 방어막 사이로 파고든 나는 그대로 화요를 가로로 그었다.

촤악 -

[헉.]

퉁 하고 허공에 떠오른 주후총의 모가지가 경악성을 내었다. 놈은 또 다시 신력으로 몸을 회복시키려는 듯 했으나 몸만 회복될 뿐 목이 도로 붙지 않았다. 대해방 칠요로 베였기 때문이지만 놈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경악했다.

[이, 이럴수가!! 왜? 왜 신의 힘을 가진 이 몸이….]

“칠요도 신의 힘이 있지.”

나는 툭하고 떨어진 주후총의 모가지를 내려다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수요를 놈의 심장에 꽂았다.

푸슉

[카아아악.]

모가지와 몸통이 떨어졌는데도 고통을 느끼는지 주후총이 비명을 질렀다. 일반무기와 대해방 수요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리라. 나는 심장에 꽂은 수요를 비틀면서 주후총에게 말했다.

“주후총. 여와가 네게 알려준 정보가 더 있나? 앞으로 남은 층수에 있는 수문장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어?”

[크으으윽… 크흐, 흐…. 그런 걸 어떻게 알겠냐! 미천한 놈!]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상황파악을 못하는군. 칠요는 신살의 힘이 있어서, 넌 이제 곧 죽는다. 신의 힘을 갖고 있어도 예외는 아냐. 처음부터 이건 신을 죽일려고 만들어진 무기거든.”

[…….]

주후총의 은빛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그를 냉막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살고싶으면 당장 아는 걸 다 말해.”

[잠깐만… 잠깐! 내가 죽는다고? 신인데?]

“신의 사도일 뿐 신은 아니지. 충분히 칠요로 죽일 수 있어.”

[그게 그거 아니었나. 나도 힘을 받았으니 신이 된 것일텐데….]

“…….”

이 새끼는 신이랑 사도의 차이도 모르나? 나는 주후총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대꾸했다.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이면의 세계에 대해서 뭐 아는 게 없잖아. 생전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봉선의식을 하려고 들었던 거냐?”

[…제, 제갈유룡이 하자고 부추겼던 것뿐이다. 불로불사 할 수 있고 신과 같은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해서.]

“뭐 됐다. 아는 게 없으면 이만 죽어라.”

내가 수요에 꾹하고 힘을 줘서 칼을 심장 아래로 그어내리려 하자 주후총이 급히 외쳤다.

[아는 게 있다! 진짜로!]

나는 칼을 멈추며 반문했다.

“그게 뭐지? 헛소리면 안 봐준다.”

[수문장들은 너희를 쓰러뜨릴 경우 소원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모두 필사적으로 너희를 없애려 들 것이다.]

“소원? 여와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거냐.”

[그렇다. 그래서 나도 그 거래에 응했던 것….]

파아아아

그 때였다. 주후총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내뿜던 빛과는 완전히 달랐다. 주후총의 몸이 서서히 모래처럼 무너지기 시작했고 바람에 휘날려서 스러지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주후총이 자신의 죽음을 깨닫고 발광하듯 외쳤다.

[으아아아! 말도 안 돼! 내가 설마 또… 이런 곳에서….]

파쉬쉬쉬…

주후총은 잠시 후 완전소멸했고, 놈이 소멸한 장소에서 다음 층으로 가는 차원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근처에 탐사대들이 몰려들어와서 소멸한 주후총의 최후를 쳐다보았다.

검마가 입을 열었다.

“주후총…. 자기 힘을 제대로 썼다면 지금까지 중에서 최악의 강적이었을 텐데 어설퍼서 쉽게 이겼군.”

망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놈이 90층대의 첫 수문장이란 걸 생각한다면 다음 층은 만만치 않을 것이오. 다음 층부터는 권능을 제대로 쓰는 적수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오.”

“…그러면 이길 자신이 없네. 너무 강력한 적일 것일세.”

검마가 씁쓸하게 말하며 차원문을 보았다.

“그래도 해 봐야겠지. 세상을 구해야 하니.”

“…….”

모두들 말없이 다음 층으로 가는 차원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위협이 다가오지도 않았지만 압박감이 덮쳐오는 기분이었다.

파앗!

91층을 넘어 92층에 도달하자 이번에는 도관(道館)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짹짹…

새 소리가 들려오고 평화로운 자연이 도관 근처에 펼쳐져 있었다. 돌담길을 따라 조금 걷자 도관의 정문이 나타났고, 정문 앞에는 웬 꼬마도사가 서 있다가 불진을 가볍게 내리며 우리에게 인사했다.

“다들 들어오시지요.”

나는 꼬마도사를 힐끔 쳐다보았는데 강대한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말없이 꼬마도사를 따라서 도관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이윽고 넓은 대련장이 나타났다. 바닥은 목재로 되어 있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간만에 드는군, 이런 기분.’

이게 바로 중원무림 도가의 분위기 아닌가?

미래에 온 이후로는 이런 분위기를 느낄 일이 별로 없었기에 내가 약간 향수에 젖어있자, 대련장 뒤편에서 누군가가 치렁치렁한 발을 걷으며 걸어나왔다.

“모두들 편히 앉아주시오.”

“…….”

응?

뭐지?

나는 물론이고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를 보자 황당해하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도인은 우리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련장의 수사(首師)가 앉는 상석에 올라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가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말했다.

“허허. 편히 앉으시래도.”

“다, 당신이 왜 여기….”

내가 황당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수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도인이 한 손으로 나직이 무량수불의 도호를 외우더니 말했다.

“그야 92층의 시련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말이오.”

“말도 안 돼. 어떻게….”

옆에 앉아있던 망량이 차분하게 질문했다.

“당신은 여와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에 별로 얻을 것이 없을 텐데 어찌 수문장이 되신 거요?”

“물론 내게 얻을 것은 없소. 그러나 한 번쯤은 이런 자리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오.”

그 자는 한없이 깊은 수양을 담은 눈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감도는 심원함에 나는 섬찟해질 정도였다. 아까 91층에서 마주쳤던 주후총처럼 압도적 신력은 느껴지지 않으나 그 애송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쳤다.

“장삼봉(張三峰) 진인(眞人)! 정말 우리와 싸울 생각이란 말입니까?!”

그랬다.

92층의 수문장은 바로 장삼봉 진인!

무당파의 개파시조이자 칠대절학 무쌍패의 창안자이며 천계의 투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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